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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7.13 [일제고사 논란 진단] 무엇을 위한 시험인가 (4)
주제별 이슈 2010.07.13 11:42
얼마 전 영국의 주요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초·중등학교 절반이 평가에서 기준미달 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다. 2009년 9월부터 2010년 3월까지 3,990개 학교를 평가한 결과 47%의 학교가 기준 이하의 등급을 받았다는 교육기준청(Ofsted) 발표에 따른 것이다. 잉글랜드의 경우 최고 1등급을 받은 학교는 14%에서 11%로 감소했고 최하위 4등급을 받은 학교는 2006~7년의 6%에서 9%로 증가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영·미식 정책과 유사하다. 이른바 경쟁 위주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다. 그러나 영·미권 국가의 학력저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은 학생의 학력 뿐 아니라 전인적 성장·발달에도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럼에도 현 정부는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고집한다. 그 중에서 ‘일제고사’라고도 불리는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는 정부의 지나친 경쟁교육의 대명사로 쓰인다. 평가 후 결과를 공개해 지역별·학교별 서열화가 이뤄지고 이에 압박을 받은 각 학교 현장에서 점수 경쟁이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학교에서는 0교시, 보충수업이 늘어나고 쉬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일제고사를 대비하기 위한 시험이 생기고 문제풀이식 수업도 늘어났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7월 13~14일, 또다시 일제고사가 실시된다. 전국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다. 이에 일부 학부모와 학생, 교원단체는 일제고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신 체험학습을 중심으로 한 대안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7월 1일 새로 취임한 강원·전북 교육감 역시 일선 학교에 일제고사 미응시생을 위한 대체프로그램을 마련하도록 해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교과부는 전북교육청에 일제고사 ‘성실 이행’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그래도 거부하면 해당 교육감을 고발하겠다는 등 압력을 가하고 있어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일제고사, 과연 무엇을 위한 시험일까.

정부는 일제고사 실시의 이유에 대해 각 학교별로 학습부진아를 정확히 파악해 그에 따른 처방을 내리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말과 행동은 일치하지 않았다. [표 1]은 이러한 정부의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제고사 실시 후, 학습부진아 지원을 위한 교육예산은 고작 180억원 정도가 늘었다(2009년 428억원). 시·도별로 볼 때 서울, 부산, 대전, 전북에서는 오히려 예산이 감소한 결과를 나타냈다.


실제로 드러난 학습부진아 현황과 지원이 비례하지도 않는다. 시·도별로 볼 때 서울, 부산의 경우 학습부진아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액은 감소했다. [그림 1]과 같이 광주, 대구, 강원, 경북, 제주 지역은 학습부진아 비율에 비해 지원액은 매우 저조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학습부진아 살리기 운동 정책토론회’ 자료집, 2010)


우리와 똑같은 부작용을 겪은 일본은 시행 3년 만에 일제고사를 폐지했다. 가와바타 다쓰오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은 지난해 일제고사에 대해 “개별 학교가 성적 경쟁만 해서는 의미가 없으며, 지역의 교육수준을 균등화하고 향상한다는 일제고사의 목적 달성은 물론이고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더라도 추출시험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로써 일본은 2007년 43년만에 부활한 일제고사를 지난해에 다시 표집평가로 전환했다. 대신 일본은 일제고사에 배정된 예산을 고교 무상교육과 육아지원 등 교육복지 차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문부과학성은 일제고사를 표집방식으로 바꾸면 올해 58억엔(750억원)의 예산을 10억엔 이하로 대폭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학력평가를 위한 예산은 334억원(2009년)에 이른다. 2008년 학습부진아를 지원하기 위한 예산(243억)을 훌쩍 뛰어넘고 2009년 예산에는 못 미치는 수치다. 평가를 위한 예산이 평가 후 학생지원을 위한 예산만큼 부담이 크다. 게다가 일제고사 실시로 인해 각 학교에서는 교육 파행 사례가 뒤를 잇고 있다. 학생들은 경쟁 과열로 인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호소한다. 일본과 한국, 과연 어떤 선택이 합리적인가.

* 이 글은 월간 <우리 아이들> 6월호에 실린 글을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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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