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0 / 2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08년 리먼 파산으로 시작된 대침체(Great Recession)가 5년차로 접어들었건만 세계경제는 여전히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3대 선진국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연합, 그리고 일본 중앙은행이 모두 무제한 국채매입 등의 양적완화조치에 들어갔다. 그 중에서 그나마 경기 여건이 나을 것이라는 미국경제의 회복력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9월 미국 연준이 경기회복을 기대하면서 세 번째(지난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 단기국채를 장기국채로 교환하여 유동성을 공급한 정책-를 포함하면 4번째)로 양적완화 조치에 들어갔는데, 이번에는 초입부터 그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널리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학자가 누리엘 루비니 교수였다.(새사연이 소개한 세계의 시선: 루비니,미국경제의 3차 양적완화 효과 실망스러울 것.)

루비니 교수는 첫째, 증권시장이 바닥이었던 1,2차 양적완화 시기와 달리 지금은 주식시장이 상당히 올라와 있기 때문에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는 점, 둘째, 통화정책이 실물로 전달되는 채널들인 채권시장, 신용시장, 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채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이번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 1,2차 양적 완화는 더 이상의 경제침체를 방어하고 더블 딥(double-dip)을 피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는데, 그것은 재정부양책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3차 양적완화는 재정적 긴축, 심지어 거대한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0월 12~13일에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미국의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입장이 엇갈리자 이에 대한 분석을 싣고, 양적완화의 효과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그 이유는 주로 루비니 교수가 지목한 것 가운데 재정절벽의 위험성이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더 나아가 골드만삭스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비중 있게 소개하면서 재정절벽 위험이 3차 양적완화의 긍정적 효과를 압도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참고로, 골드만삭스는 재정절벽 위험성을 강조하면서 미국 의회가 연말까지 재정긴축 협상을 원만히 해결하고, 연말로 종료되는 감세도 연장하기 위해서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롬니가 승리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지금 월가의 공화당 편향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고 골드만삭스의 메시지를 읽을 필요가 있다.)

여하튼 유럽 위기가 당분간 거의 해결될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미국마저 3차 양적완화 효과가 회의적이고 재정절벽 위험성마저 연말로 다가오면서 확대된다면, 2013년 세계경제 전망이 밝을 수 없다. 한국 경제도 3분기에 전년대비 1% 수준까지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서서히 우리 역시 위기관리대책을 논의해야 할 때가 가까워지는 것 같다. 그리고 좀 더 미국경제 모니터링을 주의 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3차 양적완화 효과에 대한 신뢰성은?

(Bernanke's faith in QE on shaky ground)

 

헤니 센더(Henny Sender)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2012년 10월 19일자

지난 10월 12일~13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연차 총회 이후, 자신들이 취한 조치가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일련의 방어적 발언들이 미국 연준관리들에게서 이어졌다.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연준의 정책이 “미국 경제 회복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미국의 소비와 성장을 촉진시킴으로써 글로벌 경제를 지원하는데도 또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제의 회복이나 ‘양적 완화’와 경제 상황 개선에 대한 희망적 신호가 서로 연계되어 있다는 확고한 증거는 거의 없다. 3차 양적완화에 의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활동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의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주고 있는 영향력은 이미 희미해지고 있다. 모건 스탠리 분석가는 이번 주(10울15일~21일)에, 갈수록 악화되어가고 있는 경제기초(Fundamentals)로 인해 고수익 시장의 수익률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결정을 했다. 모기지담보부증권(MBS) 수익률이 최근에 떨어지다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는 동안에도 주식시장은 추가적인 상승을 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3분기 자본지출 감소는 연준의 정책이 기업투자를 위한 촉매제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3차 양적완화 효과가 없는 중요한 하나의 이유는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높아지는 우려 때문이다. 재정절벽은 내년 1월에 자동적으로 세금이 늘어나고 정부지출이 삭감되는 것을 말한다. 미국 의회가 재정적자 감축 협상을 원만히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전망, 즉 ‘재정절벽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연준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상쇄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재정절벽 - 작년에 미국정부의 국가채무 한도를 늘리는 의회 협상의 결과에 따라, 미국 의회가 연말까지 ‘초당적으로 재정적자 삭감조치를 합의하지 못하는 경우’에 2013년부터 ‘자동적’으로 10년 동안 1.2조 달러를 무조건 삭감하는 조항이 발동된다. 또한 당초에 2010년 종료될 예정이던 부시정부의 대규모 감세정책을 오바마 정부가 2012년으로 기한을 연장한 바가 있다. 따라 2012년 말이면 이러한 감세정책이 종료된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정부가 2010년에 실시한 급여세율 인하와 실업보험 우대책 등이 역시 2012년에 종료된다.(-인용자 해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에 고객들에게 재정절벽과 관련된 시나리오를 발송했다. 기본시나리오(좋지는 않은 시나리오)는 연말까지 재정절벽 문제를 풀지 못한 결과, 2013년 초에 실질 성장률의 1.5%가 감소하는 것이다. 더 나쁜 시나리오는 실업보험 우대책과 상위 소득세 감세 종료로 인해 성장률이 거의 2%까지 내려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내년까지도 재정적자를 줄이는 방향에 대한 합의를 전혀 하지 못하여 성장률이 거의 4% 규모까지 떨어지고 경제는 다시 침체의 나락으로 빠지는 경우다.  

역설적으로, 아마도 재정절벽의 충격은 미국 정치인들이 대담한 행동에 들어가든지 아닌지와 무관하게 드라마틱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에 의회가 재정적자를 현재 GDP의 4.3%에서 1~1.5% 수준으로 떨어뜨리는 합의를 하는데 성공한다면, 재정긴축의 충격이 상당할 것이다. 반대로 의회가 합의에 실패한다면 불확실성 때문에 동일하게 기업의 투자와 성장이 감소할 것이다.

재정절벽에 대한 이러한 공포가 연준 정책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는 동안, 버냉키의 동료들은 재빨리 연준의 정책이 기본적으로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버냉키의 가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마사키 시라카와 일본중앙은행 총재는, 그는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를 좀 더 지원하는 것 이상을 할 수는 없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는데, “(지금의) 글로벌 통화 완화경향이 2000년대의 거대한 신용거품을 일으켰던 환경과 유사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원자재 등 상품가격을 상승시키고 신흥시장의 자산거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신흥시장 중앙은행 총재들도 미국 연준에 대해 역시 비판적이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는, 양적완화가 부자들에게는 자산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상품가격 상승 부담으로 인해 빈곤층을 더욱 어렵게 하여, 결국 소득 격차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일본과 인도, 브라질 등의 중앙은행 총재 등은 버냉키 보다도 더 공짜점심이 없다는 사실을 믿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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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6정태인/새사연 원장

 

무슨 대단한 지식이나 신통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약간의 경제학 지식과 현실 경제 흐름에 대한 ‘감’, 그리고 시계열 통계만 볼 줄 알아도 금년 성장률이 3% 미만에 머물 것이라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새사연은 작년 말에 EU가 그럭저럭 위기를 헤쳐나갈 경우 한국 경제는 금년 2% 중반대 성장을 이룰 것이고, 더 나쁘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행과 정부, 그리고 재벌 연구소들 모두 3% 후반대의 성장을 장담했다. 6개월이 지나자 EU 상황을 핑계로 3% 정도로 성장률을 끌어내리더니 최근엔 재벌 연구소들이 2%도 어렵다고 징징댄다. 문제는 이어지는 얘기다. 그러므로 ‘금산분리’(금융과 산업을 분리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상식이다) 등 경제개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즉 박근혜 후보도 숟가락을 내민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가 더 위험해질 거라는 주장이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다’고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김영삼의 ‘세계화’)으로 외환위기를 맞자 이들은 오히려 더 많은 개방과 경제자유화를 주장했다. 당시에는 ‘왕초 각설이’ IMF의 요구사항이 그랬으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치자.
 
참여정부 초기 경제성장률이 5%에 머무르자 재벌과 조중동은 ‘단군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규제완화를 해야 투자를 늘릴 거라고 압박했다. 노 대통령이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고백한 때였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고 전 세계가 그랬고 지금도 각설이 타령은 여전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월스트리트는 여전히 흥청망청이고 오바마는 고전 중이다.
 
굳이 김빠진 옛 드라마의 ‘다시 보기’를 누른 건 앞으로 6개월 동안 일어날 일이 그 안에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부건 이명박 정부건 15년 넘게 양극화가 심해지자 ‘성공신화’에 취했던 국민들이 깨어나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외쳤고, 민주당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박근혜 후보는 끼어들기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이슈는 경제위기의 해법인데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위기에 가장 잘 대처할 후보로 박근혜 후보를 꼽았다.
 
아마도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한 최근의 성과에, 어쩌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겹쳐졌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는 선거가 아니고 지금은 60∼70년대가 아니다. 단언한다.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되면 위의 재벌 연구소의 주장을 따를 것이다. 위기 때문에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미룰 수밖에 없다고, 나아가 그런 정책은 위기를 심화시킨다고 주장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재벌과 조중동에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기회이며, 보수적 지도자는 자신의 정치적 동맹세력을 결코 배반하지 않는다.
 
지금 코 앞에 닥친 위기는 구체제의 방식으론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킬 뿐이다. 현재 국민이 요구하는 보편복지와 경제민주화, 그리고 협동조합(사회경제)이야말로 위기 탈출의 묘책이다. 지금 세 정책을 실현하려는 시민 세력이 뭉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의 희망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민주당의 미적거림에 탄식하고 안철수의 모호함에 불안에 떨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동안 시민운동은 낙선운동, 투표 격려, 그리고 야당과의 야권 단일화를 해 왔다. 이제 사회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뚜렷한 요구가 있는 만큼 더 정확한 정책 목록, 정책을 실현한 내각의 구성 원칙, 그 내각과 시민의 통합 가버넌스를 내세워야 한다.
 
2008년에는 정권을 내주고 나서야 석 달 넘게 광장으로 나왔지만 지금 정권을 만들기 위해 나서면 훨씬 우리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이글은 주간경향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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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1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유럽위기가 또 다시 위험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 여파로 하루에 50포인트 이상씩 연속적으로 주가가 추락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도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 중심에 그리스의 채무위기가 있다. 2010년 5월에 1차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만 2년이 지났지만 그리스 채무위기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었고, 2차 구제금융이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는 전혀 해소되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지난 5월 6일 총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제2당이 된 후 연립정부 구성이 실패하고, 6월 17일로 재총선 실시가 확정되면서 위기는 증폭되고 있는 중이다. 그리스 국민들이 총선을 통해 유럽연합이 요구하는 긴축을 거부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리스가 긴축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로 4개의 그리스 은행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전격적으로 차단했다. 그러자 5월 14~15일 동안 그리스 은행에서 12억 유로의 예금이 인출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그리스의 위기는 이제 마지막 임계점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월 16일자 기사에서 향후 그리스의 상황은 4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전했다. 첫째는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로서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둘째는 유로 존에 남아있되 유럽이 요구하는 긴축안을 거부하는 것이다. 6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될 가능성이 높은 좌파연합도 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에서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셋째는 지난 3월에 유럽과 그리스가 합의한 긴축안을 재협상하는 것인데, 그러자면 유럽 국가들이 그리스에 대한 구제 금융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지금 유럽 전체가 침체에 돌입한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마지막은 그리스가 기존 합의대로 긴축을 수행하는 것인데 거의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현재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과 유로 존 탈퇴 가능성이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뉴욕대학교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그리스가 유로 존을 탈퇴하고, 유로 국가들은 이 과정이 질서있게 진행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 루비니 교수는 지난해부터 계속 그리스의 유로 존 탈퇴가 불가피할 뿐 아니라 탈퇴하는 것이 그리스와 유로 존을 살리는 방법이라고 주장을 해왔다..("Greece should default and abandon the Euro", 파이낸셜 타임즈 2011.9.19) 긴급한 유럽의 상황과 그리스의 운명을 진단해보는데 루비니 교수의 주장은 검토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스는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

(Greece Must Exit)

 

2012년 5월 1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그리스의 비극이 막바지 상황까지 이르렀다. 올해 또는 내년 중에 그리스가 채무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 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6월 17일 2차 총선을 통해 들어선 새 정부가 유로존 탈퇴를 유보한다고 해도 지금까지처럼 긴축과 구조개혁이라는 실패한 정책을 답습한다면, 그리스 경제는 회복되기 어렵다. 그리스는 채무부담의 악순환, 경쟁력 상실, 대외 부채, 그리고 계속 악화되어 가는 경기침체에 직면해 있다. 이를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질서 있는 디폴트와 유로 존 탈퇴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위원회(EC),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라고 하는 '트로이카(Troika)'가 이 과정을 조정하고 그리스와 나머지 유로 국가에 닥칠 붕괴 충격을 최소화시켜야 한다.

트로이카의 감독아래 이뤄진 최근의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은 그리스가 필요로 하는 것에 비해서 많이 부족한 규모였다. 그러나 설사 더 많은 공공부채가 경감되어도, 조속한 경쟁력 회복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그리스 경제는 성장 국면으로 되돌아오기 어렵다. 성장 국면으로 되돌아오지 못한다면 그리스는 더 이상 부채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결국 실질 통화가치 절하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가능한 선택은 유로화 가치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것인데, 이는 독일이 워낙 완강하고 ECB도 확장적 통화정책을 공격적으로 시행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 두 번째는 임금을 초과하는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도록 구조적 개혁을 통해 단위 노동비용을 급격히 줄이는 것인데 역시 가능성이 없다. 독일이 이런 방법으로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10년이 걸렸다. 그리스가 앞으로 10년 동안이나 침체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 세 번째 선택지는 내부적 평가절하(internal devaluation)라고 부르는 방식인데, 상품가격과 임금을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향후 5년 동안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를 가져올 것이다.

위의 세 가지 방법이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유로존을 떠나는 것이다. 자국통화 드라크마화로 복귀하여 급격한 통화절하를 통해 조속히 경쟁력을 회복하고 경제를 성장세로 돌려놓는 것이다.

물론 유로존 탈퇴 과정은 상당한 외상을 남길 것이며, 이는 그리스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유로존의 핵심 금융기관들이 겪게 될 자본 손실이다. 그리스 정부와 은행, 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유로표시 대외채무도 갑작스럽게 폭등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들은 모두 극복 가능하다. 2001년 아르헨티나도 달러 부채를 페소화(pesofied)시키면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미국도 1933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당시 국제 규범을 무시하고 달러를 69%나 절하시켰다. 그리스도 유로 부채의 드라크마화(drachmatization)가 필요하고 불가피하다.

만약 은행들이 적절하고도 적극적으로 재자본화(recapitalization, 역주 - 화폐 가치나 물가가 변동할 때 그 수준에 맞도록 자본의 화폐표시액을 수정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표시된 가격은 변할지라도 자본의 가치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를 수행한다면, 유로존의 은행들이 겪게 될 자본 손실로 인한 고통은 관리할 수 있다. 그리스 은행 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 일시 휴업이나 자본 통제와 같은 임시적인 비상수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무질서한 예금 인출사태를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안정기금(EFSF/ESM)은 직접적인 자본공급을 통해 그리스 은행의 재자본화를 수행해야 한다. 유럽 납세자들에게 그리스 은행을 인수인계해주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의 드라크마화로 인해 채권자가 부담하는 손실을 부분적으로 보상해줄 수 있다.

또한 그리스의 공공부채를 구조적으로 조정하여 감축시켜야 한다. 트로이카가 그리스에 요구할 것은 부채의 액면가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만기를 10년 정도 연장시켜주고 이자를 줄이는 것이다. 이자 지불 유예 선언과 함께 민간 채권자에 대한 추가적인 헤어컷(채무탕감)도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지금보다 실질 GDP가 더 많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 지금의 경기침체 상태에서는 실질 구매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부채의 실질 가치는 증가한다. (이를 부채 디플레이션이라 한다.) 하지만 유로존 탈퇴는 장기침체를 겪지 않고도 통화 가치 하락을 통한 즉각적인 경제회복을 가져올 수 있다. 드라크마화로 인해 유로존 내에서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무역 손실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유로존 GDP에서 그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로화에서 드라크마화로 다시 돌아가는 일은 경쟁력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것 이상의 환율 하락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도 있고 대외 부채가 드라크마화 되면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환율이 오버슈팅(일시적 급등)되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자본통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다른 국가들도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 역시 적절하지 않다. 다른 주변 국가들은 이미 그리스와 같은 심각한 부채를 문제를 갖고 있으며,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 그러한 예로 포르투갈을 들 수 있는데, 마침내는 부채를 구조조정하고 유로존을 탈퇴할지도 모른다. 이탈리아와 스페인과 같은 경우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여부와 관계없이 유럽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IMF와 ESM, ECB의 유동성은 유로존내의 문제가 되는 모든 국가와 은행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그리스가 어떻게 되는지와 상관없이 유로존의 은행들은 조속한 재자본화를 필요로 한다. 유럽연합의 직접적인 자본 개입을 통한 광범위한 해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아이슬란드의 경험과 지난 20년 동안 많은 신흥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명목 통화가치 절하와 대외 부채에 대한 질서있는 구조조정과 감축은 경제의 지속성, 경쟁력, 성장을 가져왔다. 이런 경우들처럼 그리스 역시 유로존 탈퇴가 가져오는 부수적 피해를 감수하며 회복되어야 한다.

지금은 이혼을 피할 수 없는 불행한 결혼과 같다. 결국 양쪽 모두에게 최소한의 피해를 주는 이별이 되도록 규칙을 잘 세워야 한다. 실수가 있어서는 안된다. 질서있게 진행된다 해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심각한 경제적 고통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서히 무질서하게 그리스 경제와 사회가 붕괴되는 것이 훨씬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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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4 / 16 새사연

자본 유출입 규제가 대세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정책의 전환.

2. 왜 자본유출입 규제가 필요한가.

3. MB정부의 유일한 성과 외환 거시건전성 부담금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1. 2008년 금융위기 후 금융정책의 전환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반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는 개발도상국에 대해서 자본시장 자유화를 핵심 개혁정책으로 제시하였다. 한국경제도 1991년 8월 31일 ‘외환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여 자본 및 외환시장 자유화를 실시했고, 1992년부터 외국인 투자 자금이 국내 증권 및 채권 시장에 본격적으로 유입되었다. 이후 김영삼 정권 하에서 세계화가 추진되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전환되는 등 자본시장 자유화와 규제 완화 조치가 더욱 급격히 진행되었다. 구제금융에 대한 대가로 IMF가 요구한 것이었다.
 

그 결과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자본수지 변동은 역사상 최고조에 달했다. 해외로의 자본유출이 GDP 대비 무려 49.5%에 달했다. 유입된 자본을 고려해도 2008년 4사분기에만 GDP 대비 23.2%의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환율은 폭등하고 주가는 폭락했다. 은행들은 해외에서 돈을 빌리지 못해 위기에 봉착했다. 그런데 2008년 11월 말 미국과 달러스왑 계약을 체결한 후 일시적으로 안정되었지만, 2009년 초 서브프라임 위기가 심화되자 환율이 다시 폭락하는 사태를 경험하였다. 자본이 급격하게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국내 경제는 널뛰기를 했다.

이런 환율 변동성은 1997년 이후 뚜렷이 확대되다가 2008년 급격히 심해졌다. 전일대비 환율 변동률을 살펴보면 1997년 이전에는 0.21%이다가 1997년 변동환율제가 실시되면서 0.37%로 심해졌다. 2008년 9월에서 2009년 3월까지는 1.69%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G20 국가 중 브라질, 남아공에 이어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아세안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대만이나 말레이시아보다는 4배나 높고, 태국이나 필리핀보다는 2~3배 높다.

IMF는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한 대비책으로 경상수지 흑자나 외국자본 유입을 통한 외환보유고 축적을 권장했다. 외환을 쌓아두었다가 푸는 방법으로 급격한 유출에 대처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우리의 경험은 외환보유고 축적이 효과적인 방법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림2]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200억 달러에서 2008년에는 2600억 달러로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이는 GDP의 30%가 넘는 막대한 금액으로 3개월 수입금액은 물론 1년 미만의 대외부채 총액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그러나 2008년 2사분기에서 4사분기까지 외환보유액 630억 달러를 방출했음에도 급격한 원화가치 폭락을 막을 수 없었다. 일평균 외환 거래 규모가 400억 달러에 달하고, 4사분기에만 일시에 500억 달러 가량 외국인의 자본유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강조한 IMF의 잘못된 판단을 충실히 따랐다. 외환보유고 축적을 위해 수출주도 성장정책을 강화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고환율을 유지했다. 자본시장도 더욱 개방했다. 그 결과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모두 흑자를 기록하여 막대한 외환보유고는 쌓였지만, 동시에 금융 불안과 부실 확대를 얻었다. IMF의 신자유주의와 이명박 정부의 신중상주의가 만나 이루어진 것이 지금의 한국경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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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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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04.10 17:50

2012.04.10정태인/새사연 원장

내가 운좋은 사람이란 생각은 별로 해본 적이 없지만 역사로 공부를 시작한 건 틀림없는 행운이다. 순간 순간 내가, 우리가 역사의 흐름 어디쯤 서 있는가를 점검하도록 훈련을 받은 건 그야말로 천운이다. 미국의 정치경제학자 스위지는 “역사로서의 현재”라는 책 제목에 그의 도저한 역사의식을 담았다.

 

신기하게도 역사의 굽이는 가장 단순한 장기 시계열 그래프에 간명하게 나타난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모든 사회경제지표는 악화 일로를 걸었다. 그 이전에도 학자들이나 관료들이 듬성 듬성 시장만능론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려 시도한 적은 있지만 우리 나라가 본격적으로 “시장국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세계화” 이후였다.  무분별한 자본시장 개방으로 97년 외환위기를 맞았는데 “준비된 대통령”은 IMF의 요구로 인해 그 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탄대로 그는 “구시대의 막내”였고 “한미 FTA"는 시장국가의 완성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그 ”구시대“는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2008년 사망 진단을 받았다. 이명박 현 대통령은 시대가 바뀐지도 모르고 식어버린 사체에서 호흡의 흔적을 뒤적이고 있다.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국민은 “치명적 경쟁”을 거부하고 “보편적 복지”를 택했다. 이제야 새로운 시대로 향하는 문을 연 것이다. 그리고 금년에 우리는 두 번의 선거를 치른다. 다시 양극화의 길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사회통합의 새 길로 들어설 것인가? 앵시앵 레짐으로 돌아갈 것인가, 아니면 뉴 레짐에 맞는 새로운 인물, 새로운 정책을 선택할 것인가? 아이들을 죽음의 경쟁에 계속 내맡길 것인가, 아니면 신뢰와 협동 속에서 살아가도록 할 것인가? 어르신들들 질병과 가난의 늪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할 것인가, 아니면 편안한 노후를 즐기도록 할 것인가?

이제 우리가 선택할 시간이 왔다. 한 표, 한 표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 아이들과 자연의 삶과 죽음을 가른다. “역사로서의 현재”는 엄중한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선택이 우리 역사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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