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11.05 10:44

미 CIT그룹의 파산 소식으로 금융가가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신뢰지수 하락 소식까지 겹쳐 지난 10월 30일 미국의 다우지수는 2.5퍼센트 하락했다.

CIT그룹은 710억 달러의 자산과 649억 달러의 부채를 가진 미국 내 20위권 은행이며, 자산 크기를 기준으로 본 이번 파산의 규모는 역대 5위에 기록되었다(1위 리먼 브라더스 6910억 달러, 2위 워싱턴 뮤추얼 3279억 달러, 3위 월드콤 1039억 달러, 4위 제너럴 모터스 910억 달러)

현재로서는 CIT 발 충격이 그 규모에 비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채권단 역시 회생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증권계 전문가들도 이번 사태가 이미 예견된 것이었으며,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충격이 제한적이며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파산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져 채무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약 100억 달러의 부채탕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며, 정부가 이미 투입한 23억 달러의 구제금융은 손실 처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파산보호 신청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지점들이 있다.

CIT그룹 파산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사건

우선, CIT그룹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자. CIT그룹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은행으로 주요 업무는 100만 달러 이하의 소규모 자금을 중소기업에 대출하는 것과 팩토링 금융(기업의 외상매출채권이나 어음을 할인하여 사들여 직접 관리하는 사업으로서 채권이 부도가 날 경우 은행이 책임을 짐)이다. CIT와 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상공업자의 수는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CIT사태는 현재의 경기회복이 밖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이후 미국 정부가 투입한 대규모 구제금융이 거대은행과 GM 같은 대기업은 살려냈지만, 경제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미국의 중소기업들에게까지는 그 혜택이 고루 돌아가지 못했음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생산판매 부진과 신용경색의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최근의 상업용 부동산시장 위기와 지방은행의 파산도 이 악순환의 한 고리라고 할 수 있다. 도식화해보면 다음과 같다.
중소기업들의 경기상황 악화 → 일반 대출 및 상업용 모기지 대출의 연체 급증 → 은행권의 대출규제 강화로 추가대출 및 연장 불가 → 도산 증가 → 상업용부동산 가치하락 → 상업용부동산담보 증권(CMBS) 부실화 → 지방 중소 은행의 도산

부동산 가격 하락과 은행 파산의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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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가 악화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최근까지 개인 파산자 수와 사업체 도산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업체 도산의 경우 2009년 2분기 1만 6,000건으로 2006년 1분기 4,000여 건에 비해 무려 4배나 늘었다. 게다가 외견상 경기회복이 뚜렷해 보이는 현시점에서도 여전히 추세 전환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도 줄지 않는데다 중소업체들에 대한 대출은 늘지 않고 있어 앞으로도 이러한 증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하반기부터는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률과 모기지 연체율도 증가하고 있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상업용 모기지 원리금 상환의 어려움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교외 상업용 건물의 경우 공실률이 18퍼센트, 대도시 건물은 16.5퍼센트까지 올라갔다. 결국 그 여파는 상업용 모기지 전문 업체의 부실을 낳을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 10월 25일 자산 201억 달러의 대형 상업용 부동산 대출업체인 캡마크파이낸셜 그룹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또한 상업용 건물의 공실률 증가는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며 가격 하락은 다시 부채비율의 증가를 낳는다. 원리금 상환 압박이 커져 매물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주택가격지수는 8월말 현재 추세를 전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상업용 부동산지수는 아직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2007년 10월의 고점에서 무려 41퍼센트가 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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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중소은행의 연쇄도산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부른 주택저당증권MBS의 규모와 비교해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의 규모는 4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소은행들이 받는 타격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980년대 후반 저축대부조합(S&L) 사태 이후 1989년 한 해에만 무려 534개 은행이 파산한 일이 있었으나 1994년부터는 상업은행들도 안정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다 2008년을 즈음해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다시 파산이 늘어나기 시작해 2009년 10월 말까지 공식적으로 115개의 은행이 파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모기지 부문은 대부분 대형 은행들이 차지하고 있는 반면, 상업용모기지의 경우는 지방 중소은행들의 비중이 높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의 부동산 조사기관인 리얼 캐피털 애널리스틱은 이미 2조 달러 가치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매입 가격보다 낮은 상태로 떨어져 대규모 디폴트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매일경제 2009.11.3). 이러한 주장의 진실 여부를 떠나 상업용 부동산의 가격은 한동안 하락추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며 이에 따라 지방 중소은행의 도산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미국 GDP성장률 3.5퍼센트를 보며 마음을 놓기에는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들이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