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국경제 전망 및 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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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하반기 한국경제는 금융시스템의 위기가 외환시장과 자본시장을 넘어 실물경제로 뚜렷하게 전이되기 시작했다. 올 한해 세계경제와 함께 한국경제의 생산력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 우려되는 이유다. 만약 올해 세계경제의 GDP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된다면 이것은 세계대전 이후 사상 최초가 되는 것이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올리비에 블랑샤르(Olivier Blanchard)는 2009년 주요 선진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면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우리가 목격한 어떤 것보다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1. 최근 경제 추세



2008년 4분기 GDP성장률 마이너스에 돌입
경제침체의 속도가 대단히 가파르다. 2008년 4/4분기 실질GDP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6퍼센트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한국은행의 공식발표가 없었으나,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의 신년사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의 TV 출연 발언으로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4분기 마이너스 성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는 점이다. 뒤에서 확인하겠지만, 최근 모든 경제지표들의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소비, 투자, 고용 등이 모두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하락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스 고용’으로 달려가는 고용 사정
지난해 8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전 세계 금융위기가 전면화 한 이후 한국의 고용사정 악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2008년 초입의 신규취업자 감소 수준만으로도 이미 IMF 환란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되는데, 하반기에는 그 속도가 더욱 가파르다. 청년층의 경우는 지난해에 이미 ‘마이너스 고용’에 들어섰고, 올해 상반기에는 장년층도 여기에 합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충격적이었던 11월 산업활동 동향
2008년 하반기 경제지표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11월의 ‘광공업 생산지수’였다. 매년 약 7퍼센트의 성장을 기록해 오던 광공업 생산지수는 11월에 갑자기 -14.1퍼센트(전년동월비)나 감소했다. 이는 바로 전달인 10월까지만 해도 약 -2퍼센트대 감소를 보이던 것과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현재 기업들의 생산활동이 정지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투자와 제조업(광공업) 생산활동의 하락 속도는 소비재 판매나 서비스업 생산의 그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보면, 국내 설비투자(-18퍼센트), 중화학공업 생산(-15.3퍼센트) 등이 두 자리 수 하락을 기록한 가운데 서비스업 생산(-2.3퍼센트)과 소비재 판매(-2.2퍼센트)도 하락 속도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

얼어붙고 있는 가계와 기업의 소비심리
실물경기의 침체와 함께 소비심리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2008년 12월의 소비심리지수는 전월보다 또 다시 3p 하락한 81을 기록했다. 9월 이후 연속 4개월 감소추세에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금융위기가 분명해진 뒤부터 소비심리도 곧바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앞으로의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전망CSI 역시 하락하고 있는데 특히 취업기회전망의 하락속도가 빠르다. 고용사정이 올해 2009년에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소비지출지표인 소비재판매지수가 올해 들어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시현하였다. 이외에도 경기선행지수를 구성하는 국내 기계수주와 건설수주도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다. 2008년 11월 기계수주는 전년동기대비 -43.3퍼센트, 건설수주는 -35.4퍼센트 감소했다.

2. 2009년 경제 전망

한국경제 마이너스 성장 우려
주요 선진국의 마이너스 성장, 외환 및 금융시장의 불안 그리고 극도로 위축된 내수시장을 기본 조건으로 했을 때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성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각종 국책연구소와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치는 GDP성장률이 1.7~2.0퍼센트였다. 그러나 지난 4분기 이후 경기침체 속도와 다가올 고용대란을 감안했을 때 곧 이들 연구소들은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조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의 2009년 경제성장률 2.0퍼센트는 대단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의 추정에 의하면 GDP성장률은 상반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성장률도 마이너스 성장이 확실시되지만,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로 연간 0.2퍼센트 성장이 예상된다.

소비위축 요인들 장기간 지속
2009년 소비지출 감소요인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취업자가 감소하는 등 고용사정의 전망이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신호탄을 올린 구조조정이 2009년 상반기 중에 확대되고 기존 취업자들도 소득감소가 예상된다.
둘째, 자산가격의 급락이 우려된다. 지난해 코스피(KOSPI) 지수는 연초 대비 40퍼센트 감소로 마감하였고 부동산 가격의 하락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8년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보유 주식가치는 36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주택담보대출의 채무상환부담이 늘어나는 가운데 가계 연체율의 급상승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셋째, 고용악화와 자산디플레이션이 소비심리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앞서 확인한 대로 소비자 가계들은 현재의 소비심리 뿐만 아니라 미래의 소비전망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늘어남에 따라 최소 6개월은 소비심리의 호전이 어려울 것이다.

금융불안 요소 정리
2008년 세계경제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금융시장의 불안이 2009년에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한국경제의 경우는 외환, 주식, 채권시장이 대외여건에 상당히 취약한 가운데, 금융기관의 부실화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
현재 국내 부문에서의 잠재적인 금융불안 요소는 첫째 외환시장의 변동성, 둘째 부동산 가격의 하락, 셋째 건설업 PF 대출의 부실화, 넷째 제2금융권의 수익성 악화가 꼽힌다.

먼저 원화 환율은 지난해 초부터 급격히 상승하더니 4분기에는 달러당 1,500원 수준까지 상승한 바 있다. 낙관적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2009년에는 외환시장의 불안정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유지함으로써 원화 환율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에도 여전히 자본수지의 순유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 파생상품의 불안이 여전히 잠재되어 있는 점이 환율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위험이 있다.

둘째, 부동산 가격은 현재의 하락추세가 올해 하반기에는 반전될 수 있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가계의 소득 대비 부동산담보대출 이자부담 비율의 상승, 금융기관과 기업의 자산 조정 등이 부동산 가격 하락의 근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셋째, 건설업 PF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은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는 건설사 구조조정의 결과가 영향을 줄 것이다. 정부는 건설업의 경기하강을 막고자 하지만,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만 신용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이 감소되면서 신용경색 해소와 우량기업으로의 자금흐름이 촉진될 것이라는 인식이다.

넷째, 2008년 한해 국내은행은 대내외 금융불안의 와중에도 총자산이 무려 18.8퍼센트(205조 원, 일반은행 1~9월 기준) 증가했다. 총자산 항목 중에서 기타자산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는데, 이는 선물환을 비롯한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된 것이다. 한편 예금자산이 아니라 기타자산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저축은행과 제2금융권의 수익성은 올해 크게 악화될 것이다.

3.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제언

단지 문헌과 영상으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던 70년 전의 경험은 두 가지 지점에서 현재와 닮아 있다. 첫째는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 위기가 ‘금융의 탐욕’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만약 동일한 경로를 따르게 된다면, 신용경색과 증권시장 패닉으로 전면화 한 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와 상호 작용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고 이로써 세계경제는 금융, 외환, 실물, 고용 등 경제 전 분야의 총체적 위기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경제침체가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기침체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누구도 이견을 달지 않지만, 그 폭과 깊이에는 다른 전망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는 통상적인 경기사이클에서 나타나는 경기침체와는 근원적으로 다른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아무도 자신 있게 예상할 수 없다. 총체적 충격의 시기에는 비상(非常)한 대응이 필요하므로 통상적인 예측을 할 수 없는 탓이다.

이 시기 정부의 역할은 단순한 경기부양에 있지 않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인가?
첫째는 정책적 목표를 경제지표의 양적인 호전이 아니라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의 질적인 확충에 두어야 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GDP를 비롯해, 투자-생산-소비-고용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상호 정(+)의 영향을 주면서 상승 또는 완충 관계를 형성하겠으나 현재와 같은 혹한기에는 국지적인 경기부양의 열기가 다른 부문으로 전달되지 않는 관계를 형성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가시적 효과에 매달리는 경기부양책보다는 교육, 의료, 사회인프라, 연기금의 질적인 향상이 더욱 중요하다.

둘째, 일자리 창출에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2009년 최악의 시나리오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총수요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일본식 장기불황의 길이다. 정부정책이 적기에 실행되지 못하거나 정부정책이 소비진작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에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결과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안정된 일자리를 늘리거나 최소한 유지하는 데 있다. 일자리 창출을 민간 기업의 투자 확대나 소비세 감면을 통해 이차적으로 달성하려는 것은 대단히 안이한 사고방식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투자와 세금 감면이 몇 퍼센트 늘어난다고 해서 누가 일자리를 늘리거나 소비를 늘리겠는가? 정부는 재정투자를 통해 직접 일자리를 창출하고 재정지출이 고용 유지에 사용될 수 있도록 보다 과감하고도 직접적인 노력을 보여야 한다.

셋째, 경제위기의 전파 루트를 제도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현재 세계경제는 금융ㆍ자본시장과 자산시장 그리고 실물경제에 걸친 복합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다. 따라서 환율, 이자율, 정부지출, 자산가격 등 전방위적인 정책 대응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대책이 여전히 시장의 자기조정 능력에 기대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예컨대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 제도의 강화에 있지 않고 계속해서 달러만 투입하는 식이다. 또한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소득수준별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경제위기의 고통은 소득수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전파될 수밖에 없는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국경제는 통상적인 U자 형의 완만한 회복국면이 아니라 L자형 장기 침체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상 1년 이내에 경기회복에 돌입했던 경기사이클의 전례가 깨져 버렸다는 것이다. 정부는 단기적인 효과만을 노려 2009년 하반기 이전에 경기를 반등시키겠다는 무모한 목표를 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이상동/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