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정치2012.11.05 14:31

2012 / 11 / 0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Story Briefing]투표시간 연장해야할 사회경제적 이유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시대교체’라는 거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12월 19일 대선을 앞두고 ‘투표시간 연장’이라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정치 참여를 확대해야 하는 길고 긴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다. 한편에서의 비정규직 확대와 고용불안으로 인해 투표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또 다른 편으로 정치에 대한 불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고용불안으로 인한 불평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불신의 정치를 개혁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투표를 해야 한다.

왜 정치를 바꿔야 하는지 7가지 장면을 가지고 공감해보자. 미국의 전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비판적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가 대다수 미국인을 위해 작동해왔던 경제와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지게 되고 극소수 부자와 힘 있는 계층으로 부와 권력이 집중되었다고 비판하면서 현재 미국 경제의 모순을 다음의 7가지 사실을 통해 적시한 것을 옮겨본 것이다.(Robert Reich, 2012,『Beyond Outrage』,서문)

 

1. 지난 30년 신자유주의 시대 동안에 경제성장의 과실은 최상층 1%에게로 집중되었다.

 


현재 미국의 400대 최고 부자들은 미국 시민 절반인 1억 5천만 보다도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 미국 최고 경영자 중위 연봉은 870만 달러(약 100억 원)이다. 월가의 경영자와 핵심 펀드매니저와 일반 미국인의 임금 격차는 현재 약 300배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30배에 불과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언론보도에서 삼성전자 등기 임원의 연봉이 109억 원이었다. 삼성전자 직원 평균 연봉의 약 120배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기준으로 연봉 환산을 하면 약 1000만원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등기 임원과 1천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진다. 하물며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는 노동자도 수백만임을 기억해야 한다.

모든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2. 2008년의 대침체(Great Recession) 이후 경제는 5년째 거의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득과 재산이 최상층에게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거대한 미국이 중산층도 소득이 늘지 않았고, 때문에 빚을 얻어서 소비했다. 2007년까지 빚을 포함하여 소득의 110%를 소비했다. 빚으로 주택을 사고 금유투자를 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로 부채거품이 터졌다. 더 낮아진 소득 100% 가운데 이자 상환을 하고 나면 소비가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 동안 가계 소득은 5배 정도가 늘었는데 부채가 10배가 늘었다. 1992년 110조 원이던 가계 부채는 현재 1100조 원으로 불어났다. 미국 시민과 마찬가지로 빚을 얻어 주택을 샀고, 주택가격은 이제 하락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빚을 얻어 소비할 수 없게 되었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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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3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는 지구촌이 대선의 계절인 것 같다. 특히 한반도 이해관계 국가들의 지도자들이 많이 선거를 치른다. 지난해 12월, 북한 지도자의 사망으로 지도부 교체가 시작되더니 올해 1월에 대만 총통선거가 있었고 3월에는 러시아 대통령 선거가 있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11월 6일에는 미국 대선이 있고, 11월 8일부터 중국 18차 당대회가 열린다. 11월에 이른바 G2 국가의 지도자를 다시 확정하는 행사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12월 19일 우리 대통령 선거가 있다. 2013년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경제적 지형이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하거나 곡절을 겪을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렇게 상당한 환경변화가 예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선 대선 후보들 사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새로운 정책 비전은 거의 나오지 않고 있어 유감스럽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4대 성장론 안에 ‘평화적 성장’이라는 화두를 넣어 놓고 있고, 안철수 후보도 ‘복지, 정의, 평화’라는 가치를 자신의 비전으로 제시하기는 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있다. 이 와중에 기껏 논쟁으로 부각되고 있는 한반도 이슈가 북방한계선(NLL) 관련 ‘선거용 북풍’이라는 것이 한심스럽다.

지난 10년 동안 동아시아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새 천년을 열면서 6.15공동선언이 발표되고 남북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크게 신장한 것도 중요한 변화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아시아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확립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일단 남북한이 그러하다. 10년 전만 해도 절반이 안 되던 북한의 대중무역 의존도는 2010년 처음으로 80%를 넘어섰고 작년에는 무려 89.1%를 기록했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숫자다. 남쪽도 예외가 아니다. 10년 전까지는 수출의존도가 10%정도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홍콩을 포함하여 30%가 중국수출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을 합친 숫자보다 많다. 지금 한국경제 성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중국에 대한 수출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한 경제가 중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 경제 전체도 마찬가지다.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나 유로 통화권처럼, 동아시아에서 만들어진 공식적인 경제 공동체는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서 역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한국의 경우도 중국 수출 30%에 아세안 수출 15%이상 등을 합치면 절반의 수출은 동아시아에서 소화된다. 또한 이미 3조 달러가 넘어선 중국 외환보유고와 일본의 1조 달러, 그리고 우리의 3천억 달러 외환 보유고 등 5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도 동아시아에 있다. 사실상의 위력적인 자연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협력과 통일을 향한 길은 이제 미국 이상으로 중국과의 관계라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고립적인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로의 발전은 이제 점점 더 비현설적 전망이 되고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 공동체의 형성과, 남북 경제 공동체의 형성이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경제 협력과 중국을 핵으로 한 동아시아 경제 협력이 상호 보완적으로 동시에 추진될 때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실행 전략들이 도출 될 것이다. 이는 이제까지의 남북경제 협력 구상이나 동아시아 협력 구상을 다시 재검토해서 새로운 구상과 전략 틀을 짜야 함을 암시해준다. 그러나 아직 대선 후보들이나 정당들에서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새로운 전략 틀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서 최근 유로 통합과 위기는, 21세기의 국가 간 공동체 형성과 연방 구성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상당히 다양한 시사를 던져준다. 그 가운데 두 가지만 짚어보자. 첫 번째는 민주주의 문제다. 각 국가 사이에 경제, 정치, 사회적 통합과정을 밟아가면서 얼마나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인가와 함께, 각 국가의 시민들이 유럽의회나 유럽 집행위원회와 같은 통합된 대의기구를 통해 민주적 의사를 수렴하는가 하는 문제다. 특히 독일 시민과 프랑스 시민, 그리고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를 어떻게 유럽연합 차원으로 수렴시키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유럽위기 상황에서 그리스나 스페인 등 남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사는 철저히 무시되고 독일과 프랑스의 영향권 아래 있는 유럽연합 집행위나 유럽 중앙은행이 일방적으로 남유럽 시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유럽에서는 재정적자가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혹독하게 비판한다. 그러다 보니 이제 유럽 통합이 아니라 각 국가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유럽 통화동맹의 해체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하여 비판적인 안목으로 세계화를 접근해온 선두주자이자 하버드 대학 케네디 스쿨 국제정치경제학 교수인 대니 로드릭(Dani Rodrick)은 유로 존이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세계화와 민주주의, 주권의 트릴레마’로 분석하고 세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상당히 다양한 시사를 주는 내용인데 그의 주장을 조금 길게 인용해보면 이렇다.

“미국의 사례가 말해주는 것에 따르면, 플로리다, 텍사스, 캘리포니아, 그리고 다른 미국의 주정부들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고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장통합을 하면서 민주주의를 살려내려면 (미국 연방정부처럼) 대표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초국가적 정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화가 각 국가의 국내적 정책을 우선 시행하는 권한을 제한하면서도 그를 보완할 수 있도록 지역과 글로벌 차원에서 민주적 공간을 확장해주지 않을 때, 민주주의와 세계화 사이의 갈등은 심화된다. 스페인과 그리스에서의 정치적 불안정이 말해주듯이 유럽에서는 이미 이런 한계를 넘어서 잘못 접어들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정치적 트릴레마가 착목하려는 지점이다. 우리는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국가 주권을 동시에 확보할 수 없다. 우리는 셋 중에 두 개를 선택해야 한다.

유럽 지도자들이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정치적 동맹이냐 경제통합 해체냐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들이 명시적으로 경제 주권을 포기하던지, 아니면 자국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주권을 사용하든지 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주권을 유로 차원으로 위임한다는 사실을)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주고, 민족국가 수준을 넘어선 유로 차원의 민주적 공간을 구축하는 것을 수반할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각 국가들이 통화와 재정 정책을 펴도록 하기 위해 유로 통화 동맹을 포기하는 것이다.”(대니 로드릭, “주권에 관한 진실:The Truth About Sovereignty”, 2012.10.8)

우리의 경우라고 예외가 될까? 남북한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는 남과 북의 각 정치 지도자들이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고 민주적 의지를 수렴해서 협력에 참여하는 것이다. 아직 남남 갈등을 조성하는 유치한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우리 모습이지만 향후에 통일기구와 같은 것이 만들어지게 되면, 그런 기구가 남과 북의 민주적 의사를 어떻게 공평하게 반영할 것인지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가 될 것임을 지금 유럽의 경험에서 읽을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도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국가 사이의 공동체 형성에는 민주주의와 주권의 문제가 민감하게 다가온다.

두 번째로 신자유주의와 경제 공동체에 대한 문제다. 효율적 시장가설에 따라 오직 시장의 원리와 수익의 원리만을 가지고 사회를 조직하고 경제 공동체를 조직하려는 것이 신자유주의다. 이미 체결된 한.미 FTA, 그리고 추진 중인 한.중 FTA가 전형적으로 신자유주의 논리에 따른 경제 협력 모델이다. 그런데 사실 유로 통화동맹 형성도 이런 맥락의 산물이었다. 물론 지금의 유로 통합 구상은 2차 대전 직후부터 시작된 오래된 것이었다. 그 동안 유럽의 경제 공동체나 통화협력, 그리고 정치 군사적 차원에서의 다양한 실험들을 축적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동구 사회주의 붕괴 이후 추진된 유로 통화동맹 형성 자체는 철저히 신자유주의적 발상의 산물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통화체제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인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은 유로 통화동맹이 기본적으로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었다고 평가한다. 실제 1980년대 이래 약화되어온 경제를 부흥시키고자 유럽은 1992년 마스트리히트 조약을 통해 유럽연합을 결성하기로 하고 1999년 통화동맹을 만들면서 유로화 체제를 출범한다. 그 결과 현재 27개국이 유럽 연합에, 17개국이 유로 통화동맹에 가입했다. ‘하나의 시장, 하나의 통화’라는 구호아래 상품,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유럽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시도는 정치적으로는 ‘유럽 연방주의’ 이상을 실현하여 전쟁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자유 시장’을 통해 경제를 도약시키려는 의도가 컸다.

그러나 규제 없는 자유시장과 시장의 자기조절 메커니즘이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서 붕괴된 것처럼, 상품과 자본 노동의 자유로운 이동에 의해 유로 회원국가들 사이의 경제력 격차를 줄이고 하나의 통화로 경제권을 묶으려던 유럽식 자유 시장 실험도 기본적으로는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 지금의 유럽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우리도 향후 남북 경제협력이나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 모두에 있어서, 시장의 효율 논리만을 앞세운 접근법에서 기본적으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새사연(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은 한.미 FTA나 한.중 FTA와 같은 신자유주의적이고 구시대적 통상 방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그리고 “공공경제와 사회경제에서의 교류도 함께 일어나야 한다. 각국의 공공성과 민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국가 간의 소득격차, 기술격차, 문화 격차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사연, 『리셋 코리아』, 350쪽)

남과 북의 민의를 잘 수렴하는 협력과정, 그리고 시장 논리보다는 양자의 공익적 논리를 존중하는 협력과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은 일면 너무 상식적일 수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에서 각 국가가 민주적 절차를 밟아서 동아시아 공동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럽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처럼, 실제 과정에서는 가장 기초적인 이런 원칙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유럽 통합의 위기를 여러 모로 살펴서 교훈을 얻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글은 통일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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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선이 두 달 안쪽으로 진입하면서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조금씩 구체성을 띠고 논쟁이 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래 성장전략이다. 지금 시점에서 성장전략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5년 전 17대 대선에서 성장 지상주의 구호였던 ‘747 공약’과는 차원이 다른 성장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화려한 고속성장 구호가 아니라 당면한 불황의 늪에서 탈출해 심각한 고용문제를 풀어내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 “일부 학자들은 경제위기의 위중함을 '대불황(Great Recession)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위기가 언제 종료될 것인지 아직 막연할 뿐 아니라 위기 종료의 조건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은행 총재조차도 장기침체를 인정할 만큼 차기 정권은 불황의 터널을 견딜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가장 늦게 성장론을 피력한 박근혜 후보는 ‘창조경제론’, ‘스마트 뉴딜’이라고 작명한 자신의 성장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 뉴딜은 과학기술과 IT라는 비타민을 통해 시들어 가는 여러 산업에 생기를 다시 불어넣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을 농어업에 적용해 고부가가치 농어업을 만들고, 제조업에 활용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업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스마트·정보통신·융합·고부가가치·경쟁력 등의 단어들이 반복되면서 엮어진다. 좋은 말이다. 그리고 첨단 분야에서 기업을 하려면 매일처럼 들어야 하는 단어들이고, 기업경영을 위해 꼭 필요한 개념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가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기업경영의 시야에서 잡히고 있는 이런 개념들을 ‘산업정책’을 세울 때는 모르겠지만, 국가경영전략을 세울 때도 필요하고 의미 있을까. 최근까지는 대다수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모든 조직을 기업처럼 운영하라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자본주의 최대 위기라고 하는 대불황(Great Recession)을 겪고 있는 지금도 그런가.

프랑스 지리학자 질 아르디나는 최근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국가는 기업과 달리 이윤추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의 운영은 시장의 순간적인 성과보다는 긴 역사의 흐름에 의존한다. 국가의 영토도 손실이 난다고 다 팔아치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번쯤 음미해 볼 대목이다. 덧붙여 그는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지수’ 등이 얼마나 임의적인지도 지적했다. "2007~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일랜드·아이슬란드·두바이 등은 경쟁력이 높은 국가로 소개됐지만, 이들의 국가경제는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처럼 기술경쟁력이나 첨단부문의 부가가치 창출력 등에만 의존해 국민경제 비전을 세우고 성장동력을 짜는 편협함을 버려야 할 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차기 지도자들은 여전히 여기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침체로 가는 것은 기술혁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부가가치 창출력이 약해서도 아니다. 상품의 공급이 취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수요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이 발명되고 시판되면 뭐 하나. 살 돈이 없는데. 그래서 경제가 위기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기술 지상주의가 심각하긴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공유가치성장론’도 일정하게 기업 경영학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혁신 기반 경제론’도 기술혁신을 축으로 성장전략을 고민한다는 차원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조금 더 박하게 평가하자면 이런 논리들은 모두 신자유주의와 아무런 불편 없이 잘 어울리던 개념들이었다.

그런데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좀 다른 화두를 던졌다. 박 시장은 “사회혁신이야말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라며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국가와 시장·사회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사회 공동체 역할의 강화, 협동조합의 활성화 등에서 차기 10년의 혁신을 발견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성오 연구위원은 한 기고에서 다음과 같은 기대를 표시했다.

“두레와 계·향약을 통해 전통사회에서 다져진 한국인들의 협동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여기에 한국 사람들의 진취적인 역동성이 더해진다면, 단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 강국으로 우뚝 선 경험이 협동조합에서도 반복될 것이다.” 필자도 그의 기대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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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짱

    경제 문제가 참 중요한데요. 나라살림에 프로패셔널한 조력자들이 함께 동창해서 어떻게 좀 잘 끌어줬으면 좋겠어요. 누가 될 진 모르지만듀~

    2012.11.10 11:27 [ ADDR : EDIT/ DEL : REPLY ]

2012 / 10 / 2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확실히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 모두 투표율이 급격하게 추락해왔다. 시민들의 6월 항쟁으로 직선제가 부활된 후 치러진 첫 대선인 1987년에서 89.2%의 투표율을 보인 이후, 92년 대선에서 81.9%, 97년에는 80.7%, 그리고 2002년에 70.8%, 2007년에는 63%까지 계속 투표 참여율이 급락했던 것이다. 그런데 혹시 이러한 ‘정치 이탈 현상’이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추세라면 굳이 우리가 투표율이 떨어진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만약 모두 그러하다면.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떤지 직접 알아보기로 하자. 쉽게 비교하기 위해서 대통령 선거 제도가 있는 나라만을 대상으로, 그 중에서도 올해 2012년 대선을 치룬 나라들을 뽑아서 비교를 해보자. 올해 대선이 참 많았다. 1월에 대만 총통선거, 3월에 러시아 대통령 선거, 5월에 프랑스 대통령 선거, 7월에 멕시코 대통령 선거, 그리고 11월에 미국 대선, 12월에 한국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이웃나라 대만이 올해 1월에 총통선거를 치렀다. 투표율은 74.4%였다. 대만 총통선거 투표율은 지난 5번 동안 74~83%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크게 편차가 없다. 우리처럼 급락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다. 10년 전만 해도 투표율이 비슷했지만, 정치 참여도에서 대만이 지금 시점에서는 우리 보다 훨씬 선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치수준이 멕시코와 러시아 수준으로 추락한 것인가?

늘 우리와 비교되는, (그러나 비교당하고 싶지 않은) 멕시코를 보자. 멕시코도 올해 7월에 대선이 있었다. 물론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투표율이 훨씬 낮다. 그러나 지난 선거와 이번선거 연속적으로 심각한 부정선거에 휘말리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는 후진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와 비교하는 것이 맞지 않다. 다만 멕시코조차도 평균 투표율이 낮을지언정 체계적으로 투표율 저하현상은 없다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는 없지만 러시아도 올해 3월 대선이 있었다. 투표율은 65%로 지난 우리 대선과 비슷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 5번의 대선이 모두 60%대 수준에서 맴돌았다. 역시 체계적인 하락 현상은 없었다. 결국 우리 대선 투표율이 지금 멕시코와 러시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곧 우리 정치 수준도 멕시코와 러시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면 너무 심한 얘긴가?

마지막으로 올해 5월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을 보자. 알려진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80.4%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는데,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지난 5번의 대선이 모두 80%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치 선진국의 모습이 이래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위의 그래프에는 없지만 조만간 치러질 미국 대선은 어떨까. 미국도 지난 2008년에 70.3%로 다소 저조했던 것을 제외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선거에서 대체로 80~90%의 투표율을 유지하고 있다. 체계적인 투표참여 하락 현상은 없다는 얘기다.

자 그럼 투표율 추이 국제 비교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정치행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 투표 참여율이 25년째 계속 추락하고 있는데도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말할 수 있는가? 여야 정당들과 국회는 투표율 추락을 반전시키지 않고 도대체 어떤 정치혁신을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투표율 급락 사태를 목도하고도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심각한 직무유기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투표율을 올릴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바로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투표 참여를 높이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정치혁신이다. 각 정당과 국회는 정치혁신의 기본을 보여주어야 한다.

“18대 대통령선거, 저녁 9시까지 투표시간 연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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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10.25 11:43

2012.10.24김병권/새사연 연구원

 

제일 늦게 겨우 취업했다가 제일 먼저 잘린다(Last in First out).

선거 때마다 2030 청년세대들은 반짝 인기를 누린다. 정치인들이 청년세대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갑작스런 애정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선거는 좀 특이하다. 청년들을 위해 그나마 성의를 표시는 대선 후보조차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대학 진학까지의 치열한 경쟁과 가족들의 희생, 진학 후에는 엄청난 등록금, 겨우 졸업을 하나 싶으면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이라는 장벽. 그렇게 정체되어 쌓이는 청년들. 이제는 당연한 수순이 되어버린 청년 세대의 문제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문제에서만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고민거리가 되었다. 네마트 샤픽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청년실업을 해결할 적절한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잃어버린 10년’이 아닌 '잃어버린 세대 (lost generation)'가 나타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가장 집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청년이었다. 위기가 닥치면서 제일 먼저 회사에서 쫓겨나 일자리를 잃은 것도 청년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회복되어도 청년은 가장 나중에 겨우 일자리를 얻고, 그것도 아르바이트나 임시직, 단기 계약직, 비공식 부문 일자리와 같은 나쁜 일자리가 훨씬 많았다. 제일 늦게 노동시장에 들어가고 제일 먼저 노동시장에서 쫓겨난다(Last in First out)는 이야기다.

[표1] 경제위기와 청년들이 받는 추가적인 위협(ILC2012)

다시 경제위기의 계절이 오는데, 청년선거 공약은?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후보들은 근본적으로 청년들이 처한 역사적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 기준으로 보아도 2.4%로 추락하고, 내년에도 결코 전망이 좋지 않을 정도로 다시 경기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또 다시 청년들이 제일 먼저 잘리고 제일 나중에 취업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발표한 청년 주거 공약과 청년 일자리 공약을 보면 한마디로 말해 한심하다. 박근혜 후보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등 20~40대 무주택자와 서울ㆍ수도권의 대학생’을 위해서 기차 길 위에 인공 부지를 조성해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절을 20만 호 짓겠다고 공약했다. 지금 있는 대학들의 기숙사 비용과 시설을 개선할 생각은 안하고 뜬금없이 기차 길 위에 지어주겠다는 것이다.

당장 ‘반값 등록금’, ‘청년 고용할당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입법을 하라.

청년 일자리 정책도 비슷하다. 요즘 유행하는 K-pop 개념을 차용해서 K-move라고 이름붙인 박근혜 표 청년 일자리 정책은 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글로벌 인재 양성’을 이름만 바꾸어 놓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지난 3년 중동 건설인력 파견 2000여 명 등 700억 이상을 들여 ‘글로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한 일자리를 한 해에 5000개도 안 되게 만들었던 바로 그런 정책이다.

지금은 이름만 그럴듯하고 전혀 실효성 없는 청년 정책을 말할 때가 아니다. 이미 기초적인 답은 나와 있다. ‘반값 등록금’, ‘청년 고용할당제’, ‘최저임금 인상’이 바로 그것이다. 진보진영이 수년간 확인하고 재확인한 과제들이다. 더욱이 이들과 관련한 법률안도 이미 발의가 되었다. 대선 후보들은 이를 즉시 입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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