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본사, ‘닥치고 본방송 사수’를 줄인 인터넷 신조어로 ‘다시보기’ 서비스 등이 활발해진 요즘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만큼은 본방송 시간을 지켜서 보자는 뜻이다. 이 말을 빌려 요즘 경제상황을 표현하자면 닥달사, ‘닥치고 달러 사수’가 되겠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언제 어디서 무엇이 망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자, 믿을 것은 지금 당장 내 손에 쥔 달러밖에 없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공급은 멈추고, 달러 수요는 널렸다

이 같은 전세계적 유동성 경색으로 인해 작년 말 930원대였던 환율이 최근 하루에 50원 가량씩 급상승하여 13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달러와 원화의 교환비율이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의 가치는 높아지고, 원화의 가치는 낮아졌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시장에서 달러를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달러를 팔겠다는 사람은 없을 때 환율이 상승한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이 이외에도 현재 환율을 상승시키고 있는 요인이 몇 가지 더 있다. 우선 외국인 주식자금의 이탈이다. 월가의 자금이 부족해지자, 외국인들이 그동안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꾼 후 본국에 송금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순매도 주식은 38조 6691억 원으로, 약 300억 달러에 이르는 돈이 빠져나갔다. 계속되는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외환보유고 감소도 환율 상승의 원인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경상수지 적자는 142억 달러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규모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일관성 없는 환율정책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정부는 집권 초기 수출증대를 통한 7% 성장을 외치며 고환율 정책을 추진하여, 시중의 달러를 계속 사들였다. 달러는 귀해졌고, 수입물가는 상승했다. 그러더니 7월부터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저환율 정책을 추진하여, 달러 가치를 저렴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주식을 팔고 빠져나가는 외국인들은 싼값에 달러를 얻을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상황에 맞지 않는 정책을 펼친 탓에 앞으로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던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하리라는 점이다.

일관성 없는 환율 정책이 문제 악화

그렇다면 환율 상승은 어떤 문제를 불러올까? 일단 해외에 돈을 보낼 때 부담이 증가한다. 똑같은 1달러를 보내도 예전에는 900원을 환전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1300원을 환전해야 한다. 수입물가도 상승한다. 물건을 수입하려면 달러를 주고 사와야 하는데, 달러의 가격이 상승했으니 물건값도 오르는 것이다. 수입원자재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큰 타격을 입게 된다.

KIKO에 가입된 중소기업의 피해는 더 심각해진다. 9월 말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KIKO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면서 “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의 경우 환율이 1200원선까지 오르게 되면 68.6%가 부도 위험에 놓이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미 환율이 1200원을 돌파한 지금,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흑자를 내고도 부도에 이르는 흑자부도에 몰리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환율 상승과 함께 외환보유고 확보가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고는 2396억 7천만 달러이다. 전달보다 35억 3천만 달러 줄었으며, 올해 들어 총 226억 달러가 줄었다. 정부는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하지만, 97년 외환위기가 외환보유고의 부족으로 발생한 일임을 생각했을 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지금의 국제적 신용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외환보유고 확보는 더 중요해진다.

아무도 믿지 못하는 경제, 멈춰버린 화폐

‘환율대란’, ‘패닉’, ‘공포’ 라는 비명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외화자금시장에 100억 달러를 공급하고, 수출입은행을 통해서도 50억 달러를 공급하겠다고 나섰다. 부족한 달러를 정부가 방출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달러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달러가 돌지 않는 것이 문제다. 달러를 아무리 풀어도 서로 제 주머니에만 묶어두려고 하기 때문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하루짜리 대출도 쉽사리 빌려주지 않는 상황이다. 온 몸을 돌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야 할 혈액이 딱 멈춰버린 꼴이다. 말 그대로 ‘경색’이다.

지금의 불신이 폭발하여 모든 예금자들이 은행으로 몰려가 예금을 찾거나, 모든 펀드 투자자들이 펀드를 회수하는 뱅크런과 펀드런 같은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말로만 듣던 ‘공황’이 우리 앞에 와있다.

<용어 공부>

▶KIKO(Knock-in Knock-out)

일정한 범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일 때 환차손을 보상받을 수 있는 환헤지 파생상품. 환율이 계약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계약이 종료되고, 계약 구간 위로 올라가면 원금 손실까지 입을 수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은행과 KIKO 계약을 맺었으나, 최근 고환율로 인해 엄청난 손실을 입고 있다.

▶외환보유고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대외 외환채권의 총액. 국가의 지급불능 사태에 대비하고 외환시장 교란 시 환율 안정을 위해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외화의 규모를 나타낸다. 쉽게 말해 국가가 급하게 필요한 자금 수요에 대비하여 여유자금으로 갖고 있는 외국돈, 외환의 규모이다.

▶외국환평형기금

달러 등 외화의 가격이 급등락하는 것을 막고 원화의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조성하는 기금. 1967년에 만들어졌으며 이를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라 부른다.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은행에 돈을 맡기 예금자들이 예금을 찾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들어 은행이 파산에 이르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 부실해지거나 경제가 불안해져서 예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발생한다.

▶펀드런(fund run)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려고 몰려드는 상황을 말한다. 뱅크런과 마찬가지로 투자금을 되돌려 받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발생한다.

이수연 / 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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