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03정태인/새사연 원장


현재의 계약대로라면 편의점은 프랜차이징보다 노예라고 보는 게 낫다. 가맹본부는 실패의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 가맹점을 모집했다. 불공정을 넘어 계약 자체가 사기다.

 

지난 5월20일 월요일 오랜만에 국회에 갔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 ‘민주당, 경제민주화 더 잘할 수 없는가?’의 사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이슈는 이른바 ‘갑을 관계’다. 대기업 임원의 비행기 난동부터 시작해 대리점, 편의점 등에서 점잖게 얘기하면 불공정 행위, 정확히 이야기해서 착취나 수탈이 속속 폭로되고 있다. 급기야 편의점주 4명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오죽 희망이 없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청년 편의점주’ 오명석씨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1979년생, 그러니까 이제 만 서른네 살이다. 그의 아버지는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오씨는 아버지의 은퇴 자금으로 편의점을 냈다. 그에 따르면 “정말 이 편의점이라는 것은 대기업에서 바다에 던진 그물에 우리 같은 IMF 세대가 걸려들기 딱 좋게, 기다렸다는 듯이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대기업들은 아버지를 해고하면서 던져준 퇴직금마저 아까워 본인 또는 그의 자식을 통해 회수하려 했던 것일까? 아들은 5년 계약으로 편의점을 시작해서 처음 2년은 그런대로 장사를 했지만 본사가 바로 옆 자리에 또 다른 편의점을 내는 바람에 4년째 되는 해 폐점을 신청했다. 그는 위약금 2500만원에 철거비 300만원까지 낸 후에야 장사를 접을 수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자살하고 말았다.

      
편의점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프랜차이징에 속한다. 보통 가맹본부(프랜차이저)는 기본 시스템(재고관리·창고·회계정보·포스시스템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랜드를 제공하고 가맹점주(프랜차이지)는 점포에 대한 투자와 자신의 노동으로 매출을 올린다. 창업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퇴직자들, 그리고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맨땅에 헤딩하기’보다 훨씬 덜 위험한 사업으로 보였을 텐데 본부는 ‘무조건 500만원 수익 보장’ 식으로 이들을 유혹했다.

 

실제로 그렇게 수익이 난다면 왜 본사는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지 않는 것(직영)일까?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수직통합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경제학에서는 대리인(여기서는 편의점주)의 감시가 어렵거나(대리인 이론), 대리인이 본점에 발목 잡히는 것(이른바 홀드업 문제)을 꺼려 자산특수투자를 하지 않으려 하거나(거리비용 이론), 계약에 명시할 수 없는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불완전계약 이론) 수직통합을 한다.

 

경제학을 공부하지만 기업이론에 대해서는 내가 거의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일까? 이들 이론으로 한국의 프랜차이징 실태를 설명하기는 대단히 어려워 보인다. 가맹점주는 현재 수익 비율(예컨대 어떤 증언에 따르면 수익의 65%)에 따라 얻는 이익이 100만원이라면 이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24시간 영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여지도 없어 보인다.

 

편의점 협동조합을 상상하라

 

현재의 계약대로라면 프랜차이징이라기보다 노예라고 보는 게 낫다. 가맹본부는 오로지 점포를 내는 데 필요한 비용을 뽑아내고 사업 실패의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 가맹점 모집을 했을 뿐이다. 편의점주들의 투자는 잠긴 비용이 되어 노예로 묶여 있게 만든다. 이런 계약은 약자가 일방적으로 발목이 잡힌 경우이므로 불공정을 넘어서 계약 자체가 사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의 처방대로 가맹사업법을 개정하고 공정위의 조사를 강화한다면 한결 나은 상황이 되리라는 건 확실하다. 만일 폐점 비용을 줄여준다면 거의 모든 편의점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런 거버넌스(체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예컨대 가맹본사의 기본 시스템 투자를 편의점주들 스스로가 할 수만 있다면, 또는 기본 시스템을 사들일 수 있다면 경제적 효율성 면에서도 훨씬 더 나을 것이다. 편의점의 수익도 늘어나고 투자와 노력도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편의점 협동조합이 탄생하는 것이다.

 

편의점주의 단결권이나 교섭권을 허용한다면 동시 폐점이나 휴업을 무기로 삼아서 계약 조건을 개선하거나 아예 시스템을 사들일 수도 있다(필요하다면 그 자금을 대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울 수도 있다). 만일 편의점이 동시에 폐점하기로 결의한다면 이제 본사의 기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그런 구실을 했듯이 약자의 힘을 키우는 것이 효율과 평등을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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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2 / 15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20대 청년층 취업자 감소 양상 산업별, 직업별 분석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요 약]

2012년 20대 청년층의 취업자 수 증감을 21개 산업별, 9개 직업별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20대 청년층이 많이 일했던 산업(제조업, 도매 및 소매업)과 직업(전문가 및 관련종사자, 사무종사자)에서는 취업자가 줄어들었고, 기존에 20대 청년층이 많이 일하지 않았던 산업(농업, 어업 및 임업)과 직업(서비스직, 판매직)에서는 취업자가 증가했다. 20대 청년층을 위한 취업대책은 이처럼 산업별, 직업별로 상이한 취업자 수 증감 현황과 원인에 근거하여 세워져야 할 것이다.

 

 

[본 문]

20대,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모두 감소한 유일한 연령 계층  

2013년 1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2년의 청년층 취업자 수는 361만 2천 명으로 2011년과 비교했을 때 4만 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률도 58.1%로 0.4%p 줄어들었다. 연령별로 나누어 비교했을 때 이처럼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모두 줄어든 것은 20대가 유일하다. 15세 이상 전체 인구를 기준으로 했을 때 2012년의 취업자 수는 2,468만 1천명으로 2011년에 비해 43만 7천명 늘어났고, 고용률은 59.1%로 0.3%p 상승했다. 특히 50대 이상 중고령층에서는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모두 증가하면서 청년층과 상반되는 양상을 보였다. 

청년층 취업자 수 감소는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문제이다. 2000년 449만 명이던 20대 청년층 취업자 수는 2012년 361만 2천 명까지 줄어들었다.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층, 청년층 일자리의 절대적 수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고용률 역시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2000년대 중반 이전 20대 청년층의 취업자 수 감소가 인구 감소에 어느 정도 비례했다고 한다면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인구 감소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취업자 수가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2012년에는 20대 청년층 취업자 수와 고용률 모두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런 청년층 취업자 수의 감소는 현재 중요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좋은 직장이 없기 때문이든 아니면 일자리 자체가 없어서든 니트(NEET)족 등과 같은 구직포기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좋은 직장을 위해 대학졸업을 늦추면서까지 스펙을 쌓는 학생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일하는 청년층의 감소로 이어져 청년빈곤문제와 학자금 대출 미상환으로 인한 청년 신용불량자의 양산이라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생산활동인구의 고령화나 숙련의 부족과 같은 문제를 발생시켜 경제성장에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노동의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본 청년층 취업자 감소의 원인 

이런 청년층 취업자 감소의 원인은 노동수요 측면과 공급 측면으로 나누어 고찰할 수 있다. 노동수요 측면은 노동을 수요하는 기업으로부터 기인하는 원인들을 의미하며, 노동공급 측면은 노동시장으로의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청년들로부터의 원인들을 가리킨다.

먼저 노동수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청년층의 고용을 꺼리게 하는 경기불황과 경제적 불확실성과 관련한 기업의 전략을 청년 취업자 수 감소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 감소를 동반하는 경기불황 시기나 언제 경제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기 기업들은 청년층의 신규고용을 줄이고 교육훈련 없이 즉각적으로 생산에 투입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해고가 가능한 비정규 경력직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르면 2000대 후반 지속되고 있는 소비침체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고 있는 전세계적 경제적 불확실성이 청년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더욱 치열해진 전세계적 수준의 경쟁 역시 청년층의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세계화는 기업들로 하여금 과거보다 더욱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도록 하고 있는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업들이 임금이 낮고 해고가 용이하며 즉각적으로 생산에 참여할 수 있는 비정규직, 혹은 비정규 경력직을 채용하는 전략을 택하게 될 경우 청년층의 일자리,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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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청년층 취업자 감소 양상 산업별, 직업별 분석

    2015.05.09 16:21 [ ADDR : EDIT/ DEL : REPLY ]

2013 / 01 / 22 이수민/새사연 연구원

 

새사연 2013년 회원 캠페인- “새사연과 함께하는 희망 북클럽”을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의 집권 연장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진보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힘들어 하는 다수 국민이 존재하는 한 변화에 대한 모색은 멈출 수 없으며 우리 사회의 진보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가 노력을 기울여온 보편 복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일자리를 의제로 하여 치러진 18대 대선임에도 진보가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수가 손쉽게 의제를 차용해도 아무런 차별화가 되지 않을 만큼 진보 정책의 폭과 깊이가 짧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진정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과 생각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살아있는 진보 정책’을 모아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평범한 생활인들과 손잡고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추구해온 새사연은 진보 학습으로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것을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제안합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새사연 연구원들이 각자 회원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한권씩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진보의 깊이를 위한 물음을 던지겠습니다.

아울러 이후에 회원님들이 추천하는 책, 새사연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 저자와의 대화 등을 다양하게 시도할 생각입니다. 회원님들의 관심과 참여 기대 하겠습니다.


 

 <새사연 희망 북클럽 ④>『현시창』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추천도서 4 -현시창

(임지선, 2012, 알마)

청년 담론의 큰 출발이었던 우석훈, 박권일의 88만원 세대, 많은 청년들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냈던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여타 청년이야기들과는 전혀 다르다. 위로도 격려도 하려하지 않는다. 그저 차분히 한 세대를 들여다본다.

뜨거웠던 청년 담론의 거품도 가라앉고, 청년들의 주먹에도 힘이 빠지기 시작한 듯 보인다. 이 시점에서 현직 기자이자 30대 청년이 쓴 이 책은 청년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다. 요즘 누구를 만나든 무작정 추천하는 책이다.

그 많던 청년들은 다 어디로 갔나

웬일인지 조용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늦둥이 외동아들 마냥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청년 세대’에 대한 목소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호통치고 야단치면 정신 차릴까, 어르고 달래면 일어설까 기대했던 어른들은 이제 시들해졌다. 두 번의 선거를 마치고 그들의 헹가래에 보답하지 못한 청년들은 이제 작은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대선 이후 찾지 않는 청년. 누군가는 역시 ‘젊은 것’들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짜 변하지 않는 것은 청년들의 삶, 청년들을 둘러싼 지금의 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청년 담론’을 다시 시작할 새로운 그리고 고마운 책 한권이 우리 앞에 던져졌다. 임지선 저 『현시창』이 바로 그것이다. 제목이 이상하다 싶겠다. 사실 ‘현시창’이란 말은 저자가 처음 꺼낸 말이 아니다. 이는 ‘현실은 시궁창’의 줄임말로, 영화 ‘8마일’에서 가수 에미넴이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노래한 데서 시작되어 인터넷 상에서 널리 퍼진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 임지선은 시궁창인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 현실의 이면에 숨어 있는, 그러나 너무 단단하게 그들을 옥죄고 있는 ‘보이지 않는 룰’을 꺼내어 친절히 보여준다.

뜨거웠던 이전 세대에게는 불합리한 현실에 눈감는 개xx였던, 하지만 동정심 많은 자선가에 의해 ‘88만 원 세대’이라는 조금은 안쓰러운 이름을 얻게 되었던, 그래서 앞선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짱돌을 들고 거리에 나서기를 강요받았던 청년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오늘의 대학을 거부하고, 명품빽 마냥 비싸면 좋은 줄로만 알았던 대학 등록금이 반 토막이 되는 것을 상식으로 만들고, 관성화 된 노동운동의 새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청률에 급급해 하는 막장드라마 피디처럼 구는 어른들의 장단까지 맞춰주기에 청년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고, 학자금 대출 이자 상환일은 참 부지런히도 찾아온다.

노동, 경쟁, 여성, 돈이라는 네 가지 절벽에 가로막힌 세대

이 책은 현직 기자인 저자가 취재를 하던 중 만난 청년들의 이야기다. 기자로서의 궁금증과 개인적 관심으로 다시 취재하여 기사에서는 차갑고 간결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미안함을 자신의 진짜 문체로 풀어냈다. 그 문체가 무척이나 섬세하고 따뜻하고, 때로는 날카로워 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단지 이 모든 이야기가 문학이었다면 좋았으련만.

책은 크게 네 파트로 나눠져 있다. 누군가가 사는 세상이 ‘음, 양, 오, 행’의 네 가지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청년들의 세계는 ‘노동, 경쟁, 여성, 돈’의 네 가지 원리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네 가지 주제에 해당하는 청년들의 ‘진짜’ 이야기가 지면을 채우고 있다. 그런데 첫 장부터 무척 낯익다. 우연인가 했는데 그 다음 장도 낯익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다르다. 신문에서 뉴스에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과는 많이 다르다.

고객님의 쾌적한 쇼핑을 위해 이마트 지하에서 냉방설비를 고치다 유독가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청년. 손님들의 비상식적인 요구에도 배꼽인사를 넙죽넙죽하는 대형마트는 자신의 매장에서 죽은 청년에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어린 여동생은 오빠가 남긴 학자금 대출금이 걱정이다. 용광로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청년이 추락하여 뜨거운 불길에 타 죽어도 회사는 어떠한 안전장치 하나 마련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회사는 매년 흑자를 내지만 죽은 청년에게는 본전이라는 것도 없었다. 그 청년은 다음 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계획이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한 삼성의 반도체 소녀는 다시 들어도 제왕적 대기업에 대한 분노와 스스로에 대한 무력함이 동시에 차오른다. 한편 고작 ‘따뜻한 피자’ 때문에 다치고 죽어가는 어린 소년들은 오늘도 미끄러운 길을 질주하고 있고, 이번 주에는 또 눈 소식이 있다. 스물네 살의 어린 나이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청년은 그 날이 마지막 근무였다고 한다.

이처럼 책의 처음은 가난한 청년들의 노동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듣지 못한 이야기가 가슴을 치게 한다. 이 책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은 무기력하거나 혹은 대부분 무척이나 성실하다.

“군 복무 중에도 월급 5만 원을 집으로 부쳤다. 짧은 휴가를 나와서도 인력사무소를 찾아 아르바이트를 했다. 여동생의 공부를 도와주고 빈곤노동에 지친 어머니를 위로했다. 휴가 동안 쓰라며 어머니가 건넨 3만 원을 여동생의 책상 위에 남겨두고 부대에 복귀하는 사람이었다.”(p17, 1-1. 이마트에서 잠들다)

“백혈병으로 죽어간 삼성의 어린 노동자들은 대부분 100~130만 원의 월급을 받았다. 가난해서 그 월급을 포기할 수 없었고, 순진해서 공장과 기숙사만 오가며 하라는 대로 일만 했으며, 너무 착해서 아픈데도 아프다 말하지 못한 채 참고 살다 죽었다.”(p52, 1-2. 소녀와 백혈병, 그리고 삼성)

“ㅎ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평일에는 학교를 다니고 주말이면 피자 배달원이 됐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다니는 일이 위험하다고 걱정하실까봐 부모님께는 피자집 매장에서 서빙을 한다고 말해두었다. 그런 아들이 “오늘까지만 일한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왔다.”

듣고 있으면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마저 나오게 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게 어른들이 주는 것이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과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위험 그리고 ‘네가 못나 이런 일 밖에 못 한다’는 자괴감이다. 식상한 레퍼토리 다시 한 번 읊어 보자.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눈높이가 높다 타박하고, 끝끝내 생사의 기로까지 밀려나 120만 원 받으며 일을 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줄어들 줄 모르는 대출금뿐이다.

“힘들고 위험한 업무는 자연히 비정규직의 몫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은 라인이 돌아가듯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p36, 1-3. 비정한 세상, 비정규직)

“조합원 대부분이 30대 젊은이들입니다. 다들 불법 파견 노동자로서 6~7년씩 고용 불안과 차별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아왔다는 공감대가 바닥에 깔려 있죠. 현대자동차에서 공정이 없어져 회사에서 쫓겨나는 비정규직이 1년에 300명입니다. 그런 시기가 되면 노동자들은 친한 사람들끼리 말을 안 하고 툭 하면 싸움이 벌어지죠.”(p40, 1-3. 비정한 세상, 비정규직) 

그렇다면 가난이 비껴간 청년들의 삶은 조금 나을까. 페이지를 넘겨보면 차라리 대놓고 탓할 가난이라도 있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진다. 세상에 냉소하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결국에는 스스로를 옭아 메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홀로 우두커니 전쟁터에 서있는 청년들의 발밑에는 ‘경쟁’이라는 뿌리가 너무나도 깊다.

2006년 한국의 천재들만 모인다는 카이스트에 서남표 총장이 신자본주의의 검을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100% 영어강의와 차등적 등록금제로 누군가는 꼭 죽어야 하는 그리고 죽여야 하는 새로운 전쟁터를 마련해 주었다. 학생들이 목을 매고, 옥상에서 뛰어 내려도 성장통이라 웃어넘기는 사람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법대 4년 장학생으로 합격한 한 청년은 명문대가 아닌 이상 창피해서 대학을 다닐 수 없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 곳에서의 부적응이 우울증과 대인기피, 그리고 게임중독을 나았고 몇 개월을 방안에서 게임만 하다 결국 어느 날 새벽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가 제일 처음 만나는 사람을 찔렀다. 일명 ‘묻지마 살인’. 알고 보니 피해자는 새벽까지 일을 하고 귀가하던 같은 또래의 청년이었다. 대학에 꼭 진학하고 싶었던 소녀는 이제 자신이 공부를 잘 한 것을 후회한다. 더 이상 가난은 명문대 대학교 졸업장으로 극복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돈을 많이 벌어도 괴롭다. 보험 영업으로 월 천만 원 이상을 버는 청년은 미래를 준비 할수록 미래가 두렵다. 자꾸만 가슴이 답답하고, 밤에 쫓기는 꿈을 꾼다.
 
책 속의 이야기들에서 ‘경쟁’은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보다 훨씬 더 크고 깊게 청년들을 병들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끼리 싸우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 시킬 뿐이다. 청년들은 서로 연대하여 기득권을 가진 세대와 싸워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이 입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주입된 경쟁이며, 심지어 타인의 상처를 나의 자양분 삼아 살게 만든다.

각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동료들은 서로에게도 예민하게 날을 세웠다. 말 한마디 곱게 오가는 일이 없었다. 전화 안내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어 ‘홀드’를 걸어놓고 옆자리 동료에게 물어보면 “공지사항 뜬 것도 못 봤어?”라며 타박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새 상담원들은 고객에게 받은 상처를 동료들에게 되갚아주고 있었다.”(p146, 3-2. 그놈 목소리, 콜센터는 우울하다)

삼성 내의 성희롱 문제를 고발하며 홀로 오랜 싸움을 참아왔던 이인의 씨는 골리앗 같은 회사도 미웠지만, 자신을 외면하는 동료들에게서 받은 상처로 몇 번이나 죽음을 생각했다고 한다.

갈수록 바빠졌지만 이 모든 일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내야 했다. 싸움이 커지자 “문제 제기를 하면 도와주겠다”던 동료들도 증언을 기피했다. 회사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그를 보며 “선배를 응원하지만 선배처럼 살 수는 없다”고 말하는 후배도 있었다.”(p138, 3-1. 당신도 여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삼성맨’이 된 그녀. 그때까지는 경쟁의 먹이사슬에서 위쪽에 차지했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모두에게 가시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모든 싸움을 끝낸 뒤 그녀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드는 의문 중 하나가 사회생활의 진리인 양 회자되는 텍스트인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흔히, ‘여자들 사이에 서열이 더 엄격하다’느니 ‘여자들끼리 견제와 질투가 더 심하다’느니 하는 것들이다. 외형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들 대부분은 그저 개개인의 성격문제나 여성성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직장 내 여성은 대개 약자이기 마련이다. 이런 구조에서 발생하고 누적되는 억울함과 박탈감은(핵심적인 원인이나 근본적인 해결방향을 찾는 쪽으로 발현되기보다는) 외관상 비슷해서 상대적이니 처우 등 각종 차이가 쉽게 비교되는 동성의 여성들을 향해 발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이인의, 『삼성을 살다』, 사회평론, p50)

경쟁을 기본원리로 하는 사회 구조가 왜 약자들에게 불리하며, 그것을 알면서도 왜 스스로 그 불합리함을 해결할 수 없는지를 경험으로부터 알려준다.

구조적 모순을 내제한 사회, 이곳에서 청년이라는 하위 계급에 여성이라는 결함까지 갖추면 그 시궁창의 깊이는 배가 된다. 여성을 단순한 성적 대상으로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일은 이제 너무나 진부해서 거론하기도 피곤하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억지로 주입한 약하고 순종적인 여성성을 쾌락의 대상을 넘어 착취의 대상으로 이용한다. 감정노동. 백화점, 대형마트, 콜센터 등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녀들의 시중으로 품위를 유지하고, 우리는 오늘도 그녀들의 전화를 받을 것이다.

책은 돈에 의해 일어난 반인륜적인 사건들로 마무리 된다. 만삭의 부인을 죽인 것으로 의심되는 의대생, 본사에 ‘상납’해야 하는 리모델링 공사비용 때문에 쥐식빵을 만들어 낸 제빵사, 세 살배기 아이를 죽인 철없는 부모. 모두 ‘신문에나 날’ 이야기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내 이웃의 이야기다. 세상은 점점 화려해 지고 가난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대도시의 반지하와 옥탑 방 구석구석에 알차게 들어 차 있다.

‘청년 담론’ 다시, 그러나 새롭게 이야기 하자

앞에서 언급 했듯이 저자 임지선은 30대의 현직 기자다. 특히 그는 식당 노동자로 위장 취업해 여성 빈곤 노동을 생생하게 그려낸 ‘노동OTL’, 30주 연속으로 인권문제를 써나간 ‘인권OTL’, 영구임대 아파트 121가구를 심도 있게 그려낸 ‘영구빈곤 보고서’ 등과 같은 르포르타주로 꽤나 많은 상을 받았다. 그 와중에 책도 몇 권 썼다. 나이에 비에 화려한 스펙이다. 그런 그가 써 낸 『현시창』이 그저 같은 세대에 대한 동질감이나 기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그가 말하는 ‘현시창’은 ‘현실은 시궁창’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라, 그리고 창을 들어라’이며 또한 ‘지금, 노래 부르며, 창의적으로’ 오늘의 현실을 이겨나가기 위한 시작인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누구도 해결 해 줄 수 없는 답 없는 세상사에 먹먹해 질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책 귀퉁이마다 작은 해답들이 숨어 있다.

로스쿨에 가서 다시 시작한 캠퍼스 생활은 행복하기 그지없다. ‘기숙사 침대에서 아침에 눈을 뜨는데 너무 행복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아무도 나를 감시하지 않고 경계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더라.”(p140, 3-1. 당신도 여자라면)

“그래도 미연 씨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울시 한부모가족센터에서 피부 마사지와 발 마사지 자격증을 따기 위해 수업을 듣고 있다. “아이를 낳고 전 더 건강해 졌어요. 더 이상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고 삶을 개척 해볼 거에요.” 미연 씨처럼 미혼모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은 한 해 6,500명을 넘어선다.“(p187, 3-6.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

솔직히 말해보자면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은 지금까지 있어 온 적도 없고, 앞으로도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가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행복 대신 ‘평화, 즐거움, 재미, 건강, 안락함, 도전’ 등 세상에 존재하는 그리고 각자가 원하는 가치는 다양하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일수도 있다.

청년 세대가 진짜 원하는 것은 더 이상 동정이나 다독임, 치유나 격려 같은 것들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과 자립이다. 획일화된 일방통행의 사회가 아닌 가치의 다양성,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미약하지만 부모에게 기생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과 때로는 무모한 도전이 실패했을 때의 죽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이 정도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청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 소개

70년대도 80년대도 아닌 듯한 1980년에 태어나 90년대도 2000년대도 아닌 듯한 99학번으로 어정쩡하게 살았다. 대학에서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국어국문학을 부전공했다. 2006년 <한겨레>에 입사해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을 기자로 살았다. <한겨레21>에서 30주 연속으로 인권 사각지대를 조명한 ‘인권OTL’ 시리즈, 식당 노동자로 위장 취업해 여성 빈곤노동의 현실을 알린 ‘노동OTL’ 시리즈, 국내 최초로 영구임대아파트 121가구를 심층 조사한 ‘영구빈곤 보고서’ 등을 취재하며 인권 보도에 눈을 떴다. 이 같은 기획으로 국제앰네스티언론상(2008), 한국기자상(2009), 민주언론상(2010)을 수상했다. 또한 삼성 반도체공장 백혈병 산재 의혹과 관련한 보도로 국제앰네스티언론상(2010)을 다시 한 번 수상했다. <한겨레> 사회부에서는 신문기사의 틀을 벗어나 ‘사람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사를 쓰고자 노력했다. ‘낮은 목소리’ 시리즈를 통해 언론인권상(2012)을 수상했다. 《4천원 인생》《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를 공저했다.

* 출처: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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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03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청년 일자리 현황과 과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1. 청년고용문제 : 줄어드는 청년취업자, 청년일자리


청년들의 취업이 문제시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우리나라 청년취업자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직전 500만명이 넘던 20대 청년취업자 수는 2000년대 들어 계속 감소해 2011년 현재 365만명에 그치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증가추세를 보이던 절대적인 청년일자리의 규모가 감소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과 같은 주요 고용지표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결과가 감지되는데, 지속적인 취업자 수 감소와 함께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도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절대적인 청년층 일자리 규모의 감소와 함께 청년층 중 일을 하고 있는 이들의 비율, 일을 하려고 하는 이들의 비율이 줄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최근 이와 같은 청년일자리 현실은 청년고용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청년일자리 부족은 구직을 포기한 청년층 실망실업자를 증가시키고 있으며, 대학졸업장을 가지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을 양산하고 있다. 통계청의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20대 대졸청년층 152만 7천명 중 29%에 해당하는 44만 3천명이 실업상태나 비경제활동인구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실업자는 9만명 정도이지만, 비경제활동인구 중 상당수가 사실상 실업상태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일을 하지 못하는 청년층의 확대는 청년빈곤층의 증가, 학자금 대출로 인한 청년신용불량자의 증가 등과 같은 여러 사회적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청년고용문제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으로 생산에 참여하는 노동력 부족, 숙련부족으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인 고용 불안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이런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창업지원, 청년인턴제, 청년층의 해외취업지원, 단기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여러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였다. 청년취업자 수, 청년일자리 수에 있어서는 여전히 감소추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고용률, 경제활동참가율에 있어서도 금융위기 이후 약간의 개선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개선의 폭이 크지 않다. 특히, 단기적으로 양적 확대에 초점을 맞춘 성과 위주의 정책들이 많아 고용지표 상의 일시적인 개선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청년고용문제의 해결에 큰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현재 청년층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용 문제,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일시적인 고용지표 개선보다는 청년층 노동시장에 대한 고찰을 통해 여러 정책들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청년고용문제의 원인 파악을 통해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2. 청년고용문제의 원인

200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청년고용문제는 노동시장과 관련해 노동수요측 요인과 노동공급측 요인으로 나누어 그 원인을 고찰할 수 있다. 이들 요인들은 독립적으로 청년고용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호영향을 주고받기도 한다.

□ 청년고용문제의 노동수요측 요인

경제적 환경 변화에 따른 기업의 청년노동 수요의 변화는 최근 청년일자리 감소의 직접적, 간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부터 지금의 남유럽 경제위기까지 지속되는 여러 경제적 불확실성들은 기업으로 하여금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으로 인해 해고가 어렵고 생산현장 투입을 위해서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청년층보다 해고가 용이하고 곧바로 생산현장의 투입이 가능한 비정규 경력직의 고용을 더 선호하게 하고 있다. 또한 세계화로 인한 전지구적 수준으로의 경쟁 격화는 기업으로 하여금 더 낮은 생산비용을 통해 가격을 낮추도록 압박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임금과 복지지원 수준이 낮고 해고가 용이하며 생산현장 투입에 있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비정규 경력직을 선호하도록 하고 있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 우리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경제적 불확실성 증가, 세계화 등과 같은 외부 경제적 환경의 변화는 청년고용보다 경력직 고용을 선호하게 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청년일자리를 감소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이는 비정규 일자리를 증가시키는 등 청년일자리의 질적 수준을 악화시키는 작용도 하고 있는데, 이 역시 노동공급측면의 요인과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청년고용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하고 있다.

국내 산업의 청년일자리 창출능력 감소 역시 청년고용문제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산업의 고도화, 자본집약적 산업의 증가라는 산업 전반의 변화는 경제성장에 따른 고용유발효과를 감소시켰고, 이로 인해 우리 경제는 과거와 비교해 경제가 성장한 만큼의 고용이 늘어나지 않는 경제구조로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1990년대부터 감지되고 있는데, 산업 전반의 이와 같은 변화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능력의 저하를 가져와 신규고용, 청년층 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에도 신규고용을 위한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지 않음에 따라 이로 인한 노동수요 감소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 청년고용문제의 노동공급측 요인

불확실성의 증가는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진입을 선택하는 청년층에도 영향을 미쳤다. 점점 증가하고 있는 생계비, 의료비, 그리고 교육비는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의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층을 더욱 증가시켰다. 반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위기 이후 증대된 경제적 불확실성과 세계화는 상대적으로 비정규직 일자리의 증가를 가져왔다. [표 2]는 통계청의 각연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를 통해 20대 청년층의 일자리 특성을 분석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대 청년층의 일자리는 임금이 낮을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임금증가 속도도 느렸으며,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도 다른 연령대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층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 반면, 오히려 좋지 않은 일자리가 증가하는 노동시장의 상황은 결과적으로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노동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일자리가 증가하는 노동수요측의 요인들이 소위 더 높은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통해 취업 시기를 늦추는 선택을 청년구직자,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결국 청년니트(NEET)족 등 공급측 요인과 상호작용을 통해 청년고용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같은 측면에서 중소기업의 열악한 환경 역시 청년층의 노동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청년고용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청년층에 대한 노동수요가 상대적으로 크지만, 낮은 임금과 높은 비정규직 비중으로 인해 청년구직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2012년 현재 중소기업의 월평균임금은 대기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며, 비정규직 비율 역시 대기업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표 3] 참조). 뿐만 아니라 수당이나 사회보험지원과 같은 복지혜택에 있어서도 대기업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중소기업의 현실은 청년층으로 하여금 중소기업에 취업하기 보다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 등의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 더 높은 스펙을 쌓는 선택을 하게 함으로써 노동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공급 측면에서 보았을 때 청년인구 감소도 청년취업자 감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는 출산률 저하와 함께 고령화, 청년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 실제 2000년 이후 취업자와 마찬가지로 청년인구도 감소하고 있는데, 2000년 747만명이었던 20대 청년인구는 2011년 624만명으로 감소한다. 청년인구의 감소는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의 수를 줄인다는 점에서 노동공급을 감소시켜 청년취업자 수를 줄이는 작용을 한다. 최근의 청년 취업자 감소, 비정규직 일자리 증가는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장기적으로도 노동공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자리를 갖지 못하거나 비정규직 일자리에서 일하는 청년들의 경우 미래의 불확실성, 높은 결혼 및 교육비용 등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인구고령화나 청년인구 감소를 심화시킬 수 있다.

 

3. 청년고용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

청년고용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청년층들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책을 펼쳐 왔다. 청년인턴제, 청년창업지원 등이 그것이다. 청년인턴제의 경우 20대 청년인턴을 고용하는 기업에 해당 인원의 임금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도록 해 기업으로 하여금 더 많은 청년들을 고용하게 하는 것이고, 청년창업지원의 경우 20대 청년들에게 창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하는 정책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단기적인 노동수요 확대정책이나 노동공급의 촉진에만 방점을 둔 정부의 정책들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모두 지속적인 고용, 지속적인 노동시장 참여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청년인턴제의 경우 공기업에서조차 인턴경험이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청년창업지원을 통한 창업지원 역시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못했다. 사실상 노동수요측면의 문제해결은 상대적으로 시장, 기업에 맡겨둔 채, 단기적인 노동수요정책이나 노동공급정책에만 방점을 두고 시행되었던 정부의 이전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고용지표를 개선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청년들이 직면하고 있는 고용문제의 해결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2000년대 이후 지속되고 있는 청년일자리 감소, 청년고용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노동공급측면의 요인 해결방안과 함께 노동수요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정부정책이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이는 노동공급 측면의 요인들이 노동수요 측면의 요인들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인데, 청년층 노동공급의 가장 큰 원인이 노동시장 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노동수요 측면의 문제와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공기업과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청년고용할당제 또는 청년고용의무제나, 고용유발계수가 높고 민간의 수요도 많은 사회서비스산업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방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청년고용할당제의 경우 고용의 일정 부문을 청년고용으로 할당하는 것으로 공기업은 경영성과에 반영하는 방안을 통해, 대기업은 현재 낮은 수준의 법인세를 정상화한 후 청년고용할당제를 시행할 경우 고용기여 세금감면을 주는 방안 등을 통해 시행하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서비스산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정책은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가 노동시장에 나서는 방안으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사회서비스를 양질의 노동을 통해 생산하도록 해 사회서비스 제공 확대와 여성, 청년층, 중고령층 등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책이다. 

이와 함께 실업부조를 토대로 한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의 경우 노동시장 내 노동수요와 노동공급의 미스매치를 해결하는 정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노동시장이 원하는 노동력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노동력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비대칭 정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불일치를 해소하는 정책으로, 실업부조를 제공함으로써 청년빈곤층, 청년신용불량자 등의 생계유지를 돕는 한편, 이를 통해 노동시장이 원하는 교육훈련을 받고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함으로써 청년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정부지원 민간주도 형태의 교육훈련이 아닌, 정부, 지방정부, 기업, 지방거점 대학,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형태의 직업훈련제도 틀에 대해서도 구상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지속되고 있는 청년고용문제의 해결의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노동공급 측면뿐만 아니라 노동수요 측면에서의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통해 사회적 문제, 경제성장에 있어서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청년고용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복지동향 2012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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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1 / 1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의제도 아래에서 선거는 아주 드물고 짧게 자신의 정치적 주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아무리 정치가 후진적이라고 해도 이 때 만큼은 가능한 민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비록 투표 뒤에 또 다시 긴 시간 동안 자신들이 뽑은 대표가 당초의 공약을 어기고 민의를 배신한다고 하더라도.

특히 지역별, 직업별, 성별, 연령대별 실제 인구구성의 형태를 비교적 가장 가깝게 반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인구 구성에 따른 선거구 재조정을 고민한다거나, 소선구제의 민의 왜곡 여부 검토, 비례대표제나 정당 명부제, 여성 할당제 등 다양한 보완제도를 고민하는 것은 가능한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려는 것과 결부되어 있다.

[그림 1] 16대 대선(2002년)과 17대 대선(2007년)의 연령대별 투표율 비교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투표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 특히 연령대별 민의 반영이 상당히 왜곡되어 나타난다. 투표율이 떨어지면 모든 연령대에서 고루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들만 집중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2년 대선에 비해서 2007년 대선의 전체 투표율이 약 8%정도 떨어졌다. 그런데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는 12%이상 투표율이 떨어진 반면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다. 주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 초년생일 가능성이 높은 30대 연령대에서 투표율이 낮아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연령대별로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것은 30대였지만, 실제 투표를 한 유권자 수는 30대 보다 60대가 더 많은 ‘왜곡’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20~30대는 유권자에 비해서 투표자 비율이 낮고, 50대 이상은 유권자에 비해서 투표자 비율이 더 많아지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청년들은 장년 이상 층에 비해 확실히 민의가 과소 대표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2]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유권자와 실제 투표자 사이의 연령대별 격차

사실 청년들이 다른 연령대와 비슷한 정도로 투표에 참여한다고 해도 충분히 그들 세대의 의사가 대표되지 않을 개연성마저 있다. 갈수록 커져가는 세대 사이의 경제적 환경 경험의 격차와 사회 문화적 경험의 격차로 인해, 정치권의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호응 속에  ‘안철수 현상’이 만들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들은 자신을 대변해줄 이로 기성 정치인이 아닌 벤처기업가 출신 안철수 원장을 선택했던 것이다.

사실 최근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청년후보를 지역구에 전진 배치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에서 청년들을 배려하는 등 정치공간에서 청년들에게 직접 자기 세대의 의사를 대표하도록 하는 흉내라도 냈던 이유도 다른데 있지 않다.

투표는 민의를 왜곡하지 않고 가능한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특히 기성세대와의 단절이 깊어지면서 잃어버린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청년세대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진보와 개혁, 보수를 뛰어넘어 정치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시간 연장에 일부 정치권이 반대한다면 청년들로 하여금 정치 환멸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18대 대통령선거, 저녁 9시까지 투표시간 연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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