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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12.07 09:34
이명박 대통령을 보고 있자면 앞뒤가 맞지 않아서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방금 전까지 이렇게 말해놓고, 잠시 후에는 자신이 한 말을 까맣게 잊은 듯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식이다. 최근 대통령이 철도노조의 파업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을 때도 이런 식의 당혹감을 느꼈다.

지난 2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서울본부 비상상황실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통받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보장받고도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이라고?

안정적인 일자리 보장이라고?

올해 3월 취임한 철도공사 허준영 사장은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4월에 5115명의 인원 감축을 발표했다. 전체 약 3만여 명에 이르는 철도공사 직원의 16퍼센트에 이르는 대대적인 인원감축이다. 감축 대상은 2급 이상 고위직은 제외된 현장 하위직이었다. 다시 한 달 뒤인 5월에는 신규직원 초임을 7.7퍼센트 삭감했고, 상여금과 각종 수당도 줄이고, 기존의 호봉제 대신 연봉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물론 노조와의 협의는 없었다.

자, 이러고도 철도 노조원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았다고 할 수 있나? 새로 취임한 사장이 한 달이 멀다 하고 노동조건을 뒤흔드는 대대적인 발표를 하는데 말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이것이 허준영 사장의 개인적인 결정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때문에 철도공사 직원의 6분의 1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것일까? 그래서 그렇게 당당하게 노조원들을 비판할 수 있었던 것일까?

MB 공기업 선진화, 2만 2000명 감축 결정

공기업 선진화는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만큼이나 애착을 갖고 추진해온 사업이다. 2008년 촛불시위에서 의료보험과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반대가 거세지자 정부는 ’선진화’라는 말로 민영화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08년 8월 11일부터 올해 3월까지 공기업 선진화 계획 6차까지 발표되었다. 정부는 305개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민영화, 통폐합, 기능 재조정, 경영효율화라는 4가지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핵심내용은 효율성과 수익성을 근거로 한 인력감축과 공기업 자산매각으로 압축된다.

먼저 인력감축을 살펴보자. 작년 12월 4차 선진화 계획에서 69개 공공기관의 정원을 현재 15만여 명에서 13만 1000여 명으로 1만 9000여 명을 줄이기로 결정했으며, 올해 3월 6차 선진화 계획에서 60개 공공기관의 정원을 현재 2만 5000여 명에서 2만 2000여 명으로 3000여 명을 추가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총 129개 공공기관에서 전체의 약 12.6퍼센트에 이르는 2만 2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표1] 공기업 선진화 4차 계획의 69개 공공기관 정원 조정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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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신규채용 4분의 1로 줄어

공기업의 신규채용 역시 미미하다. 기획재정부와 각 공기업이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에게 제출한 ’공기업 신규 채용 현황’에 따르면 주요 공기업은 지난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로 신규채용을 확연히 줄였다. 철도공사의 경우 2007년 883명에 이르던 신규채용이 2008년에는 10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8명에 불과하다.

정부 산하 297개 공기업 전체를 살펴보면, 2007년 신규채용 인원은 1만 4000여 명이었지만 2008년에는 1만 800여 명으로 약 25퍼센트나 감소했다. 특히 채용 인원이 10명 미만이던 공기업은 2007년 72개에서 2008년 100개로 늘었다. 신규채용을 한 명도 하지 않은 공기업도 2007년 16곳에서 2008년 21곳으로 증가했다.

일자리 창출한다면서 공기업 인원 감축?

여기서 우리는 의문을 갖게 된다. 지금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 역시 이를 알고 있기에 행정안전부 재정 1조 3000억 원으로 6개월짜리 일자리 25만 개를 만드는 희망근로를 시행했으며, 올해 11월로 끝내려던 것을 내년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10만 명만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인턴제 역시 정부가 강조한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정부와 여당은 심지어 미디어법 개정과 4대강사업 추진의 주요 근거로도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그렇게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는 정부가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정리해고를 하지 못해서 안달이다. 동일한 정부의 정책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의 모순이다. 이미 여러 번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시피 희망근로와 청년인턴제는 단기 일자리에 불과하다. 경기가 회복되고 민간의 고용이 늘어나기까지는 장기적 전망이 필요하다. 결국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답이며, 이는 공공부문에서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

지난 글에서 지적했듯이 4대강 사업에 들어갈 22조 원이면, 연봉 2500만 원 받는 공공부문 직장인 30만 명을 이명박 정부 집권기간 내내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다. 채용된 30만 명은 더 이상 고용보험기금을 필요로 하지 않을 테고, 세금을 내고 소비할 것이다. 그 결과는 국가의 재정과 기업의 수익으로 이어지면서도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기업 매각대금 18조 원, 출자회사 매각대금 4조 원

앞서 공기업 선진화의 핵심으로 인력감축과 함께 공기업 자산매각을 꼽았다. 정부는 올해 1월 5차 선진화 계획에서 공공기관이 출자한 자회사나 손자회사 중 17곳은 폐지, 청산하고 111곳은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 지분 매각이 이루어지는 111곳은 예금보험이 출자한 대한생명, 한국전력이 출자한 LG파워컴, 산업은행이 출자한 GM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인데 매각대금은 4조 6000여억 원에 이른다.

또한 올해 10월 기획재정부가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에게 제출한 ’민영화대상 공공기관 예상 매각대금’에 따르면 21개 공공기관의 지분을 매각하여 얻는 매각대금이 18조 8000여억 원에 이르렀다. 매각대금이 가장 큰 것은 산업은행으로 지분 51퍼센트를 팔아 8조여 원을 확보하고, 기업은행 역시 지분 65퍼센트를 팔아 4조 8000여 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 역시 지분 49퍼센트를 팔아 2조여 원의 수익으로 계산되었다.

                                  [표2] 주요 민영화대상 공기업 매각예상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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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 공기업만 속속 팔아요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긴다. 공기업 선진화의 원래 논리에 의하면 적자가 만연한 비효율적 공기업이 매각대상이어야 하는데 산업은행, 기업은행, 인천국제공항 등은 알짜 공기업이다.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2007년 기준 순이익이 2000억 원을 넘었을 정도이다.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24개 공기업들 역시 2007년 기준으로 매출이 평균 12퍼센트가 늘었고, 순이익도 20.6퍼센트나 증가했다.

이는 당연한 것이다. 민영화를 하고자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부실한 공기업을 매각하고 싶겠지만 공기업을 매수하는 사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는 공기업을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알짜 공기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것, 이것이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에서 발견되는 또 하나의 모순이다.

부자 감세에 발목 잡히자 공기업 매각

그렇다면 정부는 왜 알짜공기업을 팔아야만 할까? 이유는 단 하나, 부족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세수는 줄어들고 재정정책으로 인한 세출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감세를 단행했다. 이로 인해 2008년 300조를 돌파한 국가채무는 2010년 400조 원을 돌파하고 2013년에는 50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5년 사이에 200조 원이 늘어나는 것으로 OECD 평균의 10배 이상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2010년 예산안을 보면 공기업 매각대금이 포함된 세외수입이 다른 항목에 비해 급격하게 늘어나 있다. 세외수입은 조세와 국채를 제외한 수입으로 국유재산의 매각, 각종 공과금이나 수수료 등이 해당된다. 세외수입 내역만을 적어놓은 예산안을 보면 기업은행 매각대금 1조 3000억 원과 인천국제공항 매각대금 6000억 원이 수입으로 기록되어 있다. 세외수입 증가분의 대부분을 공기업 매각대금이 차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당초의 감세정책을 유보하고 재원확보에 나서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정부 재정투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공기업을 팔아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공기업은 한번 매각하면 되돌리기 힘들다. 또한 대부분 국가의 중요한 기간 사업들이기 때문에 외국자본에 매각될 경우 국부유출 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대표적인 쟁점이 인천국제공항의 경우이다. 따라서 공기업을 매각할 때에는 여러 가지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근본 없는 정책이 부른 철도 파업

새사연은 이미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는 신자유주의적 민영화이며,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용 갈등 부담, 국부 유출 논란 등의 비용이 발생할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이번 철도 파업이 그러한 사회적 비용의 사례이다. 또한 앞으로 공기업 선진화 정책이 계속 시행되는 과정에서 민영화의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이나 산업은행 등의 공기업에서도 이런 갈등이 발생할 것이다.

한국철도공사와 정부는 철도 노조에게 파업으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파업의 근본원인은 정부의 앞뒤 안 맞는 경제정책에 있다. 재정적자의 상황에서 감세를 추진하고, 이를 메우기 위해 공기업을 매각하고 인원을 감축하고, 그러면서 또 한 편으로는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외치는 알 수 없는 경제정책에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