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2.23 10:50
실물경제 추락 속 커지는 ‘제2 금융위기’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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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환율 폭등... 재연되는 환율 1,500↑, 주가 1,000↓

지난해 11월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던 우리 금융시장의 위험 징후가 다시 뚜렷해지고 있다. 외환시장, 주식시장, 채권시장, 대출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제2의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한국 금융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외환시장이 또 다시 무너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결국 1,500원대를 돌파하고 말았다. 지난해 11월 25일 1,502.30원으로 마감된 이래 처음이다. 환율은 2월 20일 하루 동안 25원 오른 1,506원으로 마감했고, 그 여파로 주가 지수는 41.15포인트(3.72퍼센트) 급락하며 1,065.95로 무너져 내렸다.

이로써 올해 달러 대비 원화 환율 하락률은 -16.37퍼센트를 기록하면서 일부 동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최고의 하락률을 보였다(연합뉴스 2009.2.21, 그림 참조). 원-엔 환율도 1,599원까지 치솟으면서 1977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또 다시 ‘환율 1,500원 이상, 주가 1,000포인트 이하’라는 위험 경계선을 넘게 되면 우리 금융시장은 심각한 문제들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주식시장 역시 환율 폭등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1,1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하루에 3,610억 원을 순매도한 결과다. 이 규모는 대대적인 주가폭락이 있던 2008년 10월 하루 평균 매도금액에 맞먹는 것으로 9거래일 연속으로는 그 규모가 1조 5,000억 원이 넘는다.

그간 주식시장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온 외국인은 금융위기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던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주식 매수행진을 이어왔고, 그로인해 한국 금융시장은 안정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낙관론이 다시 무너진 것이다. 지난해 증시 구원투수역할을 했던 연기금이 또 다시 1,330억 원을 사들이면서 주가 방어를 하려고 했지만 자산운용사를 필두로 한 기관들은 전체적으로 주식팔기에 동참했다. 언제나 주가흐름에 역행하면서 손해를 떠안기만 하던 개미들은 또 다시 잘못된 예측으로 3,443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외국인들은 2월 20일 주식 선물시장에서도 무려 1,271억 달러를 순매도했다. 당분간 외국인 팔자 공세를 막을 유인은 없으며, 따라서 주가 1,000선이 붕괴할 것이라는 예상 시나리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셋째, 채권시장 역시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채권선물시장에서 3년물 국채선물은 28포인트 하락한 111.22로 마감했고, 그 결과 채권 금리는 다시 올라갔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6포인트 상승한 3.91퍼센트, 그리고 5년 만기 국고채는 5포인트 상승한 4.75퍼센트를 기록한 것이다.

국제 금융시장 불안 → 외국인 자금 이탈 → 환율폭등/주가폭락/채권금리 상승이라는 한국 금융시장의 취약한 위험 전달 시스템이 다시 한 번 전형적으로 작동하면서 금융시장의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든 정책 수단을 다 썼는데도 금융위기가 재발한다면?

“전 세계 어디에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댈 만한 지표가 전무하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침체를 막고 세계 경제를 지탱해 줄 지역들이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지역이 침체에 빠졌다.”(워싱턴 포스트 2009년 2월 18일자)

IMF의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0퍼센트(2008년 10월) → 2.2퍼센트(2008년 11월) → 0.5퍼센트(2009년 1월)로 하향조정 돼왔다. 급기야 지난 2월 18일 도미니크 칸 IMF 총재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0’에 근접할 수 있다”고 고백했다. 0.5퍼센트 성장을 한다고 해도 60년 만에 최악의 침체로 가는 것인데 0퍼센트까지 추락한다면 적어도 올 한해 세계경제는 멈춰있는 상태를 피할 길이 없다. 한국에 대한 IMF 성장 전망치는 G20국가 가운데 최악인 -4퍼센트였다.

1979년 스태그플레이션 해결사로 나서면서 1987년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맡았던 폴 볼커(Paul Adolph Volcker) 미국 경제회복자문위원회(ERAB) 위원장은 2월 20일, “미국은 현재 ‘강력한 경제위기(massive economic crisis)’의 한 복판에 놓여있다”며 “이러한 위기는 과거 미국이 경험했던 전형적인 리세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해외 대부분 국가들의 산업생산이 미국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아마도 지난 30년대 대공황 시절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악화될지 모른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이처럼 2009년 세계 경제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각 국가들의 경제 손상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 불균형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마당에, 그나마 2009년 들어 세계 경제 회복의 유일한 희망이 미국 신임 오바마 행정부의 신속한 경기부양책이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7,870억 달러 경기부양책, 최대 900만 명의 주책 대출자를 위한 2,750억 달러 주택 지원 방안 등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이른바 오바마 기대효과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미국 국민들도 ‘7,87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경제 회생에 효과를 발휘할 것이냐’는 질문에 단지 9퍼센트만이 긍정적으로 답했을 뿐이다(CNN머니가 네티즌 대상 설문조사한 결과).

오바마 기대효과도 잦아들고, 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정책적 수단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위기가 재연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이미 0퍼센트 수준까지 금리를 인하했고 양적 완화 정책까지 내놓았으며, 나라 간 통화스왑 체결을 통한 달러 유동성 협조, 구제금융 실시를 통한 은행부실 지원, 나아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가능한 정책은 대부분 풀어놓았다. 그럼에도 금융위기가 재연된다면 위기 방지를 위해 더 이상 쓸 수 있는 처방이 마땅치 않게 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조속히 실시하고 부실은행을 국유화 하지 않는다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핌코(PIMCO)의 오제키 코요 아시아태평양 지역 대표는 2월 11일, “경기후퇴는 아직 초기 단계”라며 “주택가격의 추가 하락이 경기후퇴를 심화시켜 향후 6~12개월 이내에 제2의 금융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국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는 3대 금융위기 진원지

실물경제의 추가적인 추락이 계속되고 각 국가의 경기부양책이 별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시 제기되고 있는 제2의 금융위기설은 한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현 금융위기의 특징은 자금이 신흥국으로부터 선진국으로 역류해 들어간다는 데 있다. 자금의 흐름이 투자용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부실 복구용으로 형성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금융 부실은 알다시피 금융 본가인 미국과 유럽에서 터지고 있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전 세계 자금은 신흥국에서 이탈해 주요 선진국들인 미국으로, 유럽으로, 일본으로 쏠리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한국과 같은 신흥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연되면 주식시장, 채권시장, 대출시장에서 큰 폭의 자금유출이 발생하고, 곧바로 환율폭등, 주가폭락, 채권금리와 은행대출 금리 폭등으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장의 대혼란이 벌어진다.

이번에도 ▶ 미국과 유럽의 상업은행 발 금융위기 ▶ 동유럽에서 서유럽으로 확산되는 금융위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여기에 이른바 ‘3월 위기설’과 관계되는 ▶ 일본 발 금융위기라는 3중의 금융위험 신호가 어김없이 한국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1) 선진국의 상업은행 발 금융위기 위험
지난해 9월 14일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부터 시작된 ‘투자은행 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확산의 결정적인 기폭제였다면, 일찍이 올해 1월부터 가장 먼저 위기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른바 ‘상업은행 발’ 금융위기 움직임이다.

가장 큰 손실로 2008년 이미 구제 금융까지 받고 현재 금융그룹 자체의 해체과정을 밟고 있는 씨티그룹을 필두로 지난해 3위 투자은행 메릴린치를 인수했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 5위 투자은행을 인수했던 JP모건(JP Morgan Chase), 와코비아은행을 인수했던 웰스파고(Wells Fargo) 등 미국 주요 상업은행들의 인수기업 부실 확대와 본사의 실적 악화 등이 겹치면서 금융위기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유럽의 은행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전 세계 상업은행의 기능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1월 15일 CNBC와의 회견에서 “세계 금융회사들의 손실이 지금의 세 배인 3조 달러에 이르는 등 실물 경기 침체에 따른 금융 추가 부실로 상업은행들이 제2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를 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으로 인해 결국 일시적이나마 은행 국유화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2월 20일에는 은행 국유화를 끝까지 회피해왔던 미국에서도 크리스 도드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이 “나는 전혀 이를(국유화) 원하지 않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을 보고 있다”는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는 정부 관료와 의회관계자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은행 국유화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없었다.

이 같은 발언은 씨티은행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같은 상업은행의 부실이 국유화 이외의 다른 처방이 소용없을 만큼 막다른 상황에 이른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결국 같은 날 이들 은행의 주가가 폭락하면서 미국 증시 전체를 끌어내렸다. 그 결과 올해 개장 첫날인 1월 2일 8,772포인트를 기록하며 출발한 미국 증시는 2월 20일에는 7,365.67로 추락했다. 한 달 20일 만에 1,407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마켓워치의 표현대로 “월스트리트가 또 다시 피로 얼룩진 한 주”를 보낸 지난주는 상업은행 발 금융위기가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2) 급격히 부상하는 동유럽 발 금융 위기
높은 대외의존도와 심각한 국가채무로 이미 지난해 초부터 위험경고가 끊이지 않던 동유럽 발 금융위기가 2월부터 본격적인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사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1990년 잇따른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이후 자본주의로 복귀한 동유럽 국가들은, 한때 자본주의적 번영을 꿈꾸기도 했지만 불과 20년이 지나지 않아 국가채무로 인한 경제파산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사실 그 동안 동유럽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자체적인 경제체질 강화에 따른 것이기 보다는 대부분 서유럽의 자본유입의 결과였다. 즉, 대외의존형 경제를 추구해온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그 동안 투자되었던 금융자본이 다시 미국과 유럽으로 급격하게 빠져나가면서 동유럽 경제의 기반은 무너지기 시작했고 결국 늘어난 국가채무를 갚을 길이 없어진 것이다.

이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2009년 동유럽 판 외환위기로 재현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헝가리, 우크라이나, 리트비아 등 3개 나라는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았으며, 루마니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도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할 처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 들어서면서 2월 18일자 기준으로 폴란드(-24), 헝가리(-23), 체코(-18.4)의 통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동유럽 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이 지난 1997년 태국 바트화 급락으로 인해 촉발되었던 아시아 금융위기와 유사한 규모를” 보이고 있다(이데일리 2009.2.18).

또한 동유럽 국가들의 GDP 대비 대외 부채비율은 체고슬로바키아가 86퍼센트, 폴란드가 49퍼센트, 헝가리가 93퍼센트에 이르는 등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적어도 -2~-5퍼센트까지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국가들은 -10퍼센트 이하로 무너질 수도 있어 위험에 대처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동유럽의 국가채무 위험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시킨 것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였다. 무디스는 이 보고서에서 동유럽 금융과 채무위험이 서유럽 은행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이것이 다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 보고서에 따르면 동유럽 국가들의 대외부채 규모는 약 1조 5,000억 달러로, 이 가운데 유로 지역 은행(서유럽 은행)들의 대출이 약 9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서유럽 은행들과의 연관도가 높다. 지난 수년간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스웨덴 등 6개국 은행들은 동유럽 국가와 은행들에 대규모 투자를 해온 것으로 밝혀졌다(Financial Times, , 2009.2.11).

그런데 동유럽 은행들이 점차 자산건전성 악화, 통화가치 하락, 단기자금 차입의 어려움 등으로 경영위기에 빠지고 있다. 단기차입금 약 4,000억 달러는 올해 안에 갚아야 하지만 부실이 커서 상환이 쉽지 않은 상태이고 자칫하면 총대출의 1/3까지도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동유럽 은행의 부실을 막기 위해서는 서유럽 은행들이나 유럽연합(EU)이 추가로 자금을 투입해야 하지만, 현재 자신들도 부실자산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니 자금지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유럽 은행의 부실이 서유럽 은행의 부실로 이어져 결국 유럽 발 금융위기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는 ‘동유럽 금융위기 → 서유럽 은행 유동성 부족 → 서유럽 은행들의 자금회수 → 한국 채권시장과 주식/대출시장의 유럽자금 회수 → 한국 금융시장 위기’의 흐름을 따라 한국 금융시장에도 전이될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은행권의 총 외화차입 850억 달러 가운데 25퍼센트가 서유럽 은행에서 조달한 것이고, 이 가운데 100억 달러 가량이 2009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한국경제 2009.2.20).

덧붙인다면 우리나라 은행들이 동유럽 국가 은행들과 기업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직접적 손실위험금액(exposure)은 총 18억 달러, 한화로 환산하여 약 2조 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유럽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금액과 이들 은행들에 대한 대출금, 지급 보증금등이 있다(이데일리 2009.2.18)

3) 꺼지지 않는 일본 발 ’3월 위기설’
국내에 유입된 일본계 자금들이 3월 일본 기업들의 결산기를 맞아 일시에 회수되면 국내 금융시장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3월 위기설’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된 이슈였다. 위기설을 진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엔화 대출이 총 130억 달러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 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은 20억 달러 미만이라며 차입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 지난해 9월 ‘9월 위기설’의 요인이 되었던 만기 채권 67억 달러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이고 보면 3월 위기설은 정부 말대로 근거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20억 달러는 직접적인 상환 부담 자금일 뿐이다. 사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일본조차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마당이라서 일본경제가 자국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에 투자했던 엔화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제3국들의 자금 경색이 심화되면 이것이 다시 한국 금융시장에 미치는 간접적인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즉, 일본 은행의 한국 투자자금 회수 → 한국 시중은행 외화난 뿐 아니라, 일본 은행의 세계적 자금 회수 → 유럽/아시아 은행 자금난 → 한국의 시중은행 자금난으로 충격파가 전달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주장대로 ‘3월 위기설’이 그저 설로 끝난다 하더라도 다른 금융위기 요소와 결합해 한국 금융시장을 당분간 불안하게 할 것이라는 점만은 틀림없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실물경제 추락이 예상을 뛰어넘어 가속화되는 가운데 각 국가의 경기부양책은 아직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업 은행 발 금융위기, 동유럽 발 금융위기, 일본 발 금융위기가 복합적으로 한국의 금융시장을 엄습해오고 있는 것이 ‘제2의 금융위기’의 실체다.

외환시장 붕괴조짐, 기댈 곳이 없다

외부에서 발생한 제2의 금융위기는 한국 금융시장 가운데 외환시장에 가장 먼저 충격을 미친다. 우리나라 대미 환율은 2008년 말 1,259원에서 2월 20일 현재 1,506원으로 폭등하여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이 와중에 21일 역외 선물환(NDF) 시장에서는 전날 서울 외환시장보다도 높은 1,514원의 환율을 기록하기도 했다(연합뉴스 2009.2.21). 달러 대비 환율 폭등에 따라 엔화 대비 환율 역시 2월 20일 1,599원까지 상승했다.

사실 달러 기축통화 체제 아래에서 자국 통화를 국제거래의 결재수단으로 사용할 수 없는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들은 급격한 환율변동 앞에서 언제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외환보유고를 축적하여 대비하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해법이겠지만, 그 조차도 3개월 수입결제 대금을 축적하면 되는지, 아니면 1년 안에 돌아오는 대외채무를 지급할 정도면 되는지도 불확실하다. 더구나 기축통화국가인 미국의 유동성 부족으로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과 같은 포트폴리오 투자자금마저 급격히 회수하는 상황에서는 대비 자체가 용이하지 않다.

특히 이번의 환율 불안은 2008년 하반기와는 달리 실물경제 하락과 국제적/동시다발적 금융위험이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발생한 탓에 위험을 완화시킬 환경이 사라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로 인해 해외 달러 차입 차단, 외국인 주식과 채권 투매, 경상수지 적자 우려와 외환보유고 축소가 서로 맞물리면서 환율이 올라갈 요인만 쌓여있고, 반대로 환율안정을 위한 어떤 환경도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환율 불안으로 수출업체들마저 달러를 국내 외환시장에 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는 정확히 2008년 10월의 상황과 같다.

환율 불안정성이 고조되자 잠잠하던 해외 환투기세력도 다시 환율급등을 부추기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이 1,400선을 넘어서면서 해외 환투기 관련 펀드를 주축으로 한 역외세력이 대거 달러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투기성 매매가 짙은 것으로 의심”된다고 분석했다(서울경제 2009.2.20).

해외 발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수출 감소폭이 커지는 가운데, 3월에 돌아올 주주총회에서 외국인 배당이 실시되면 환율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환율이 폭등하면 국내 금융시장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뿐 아니라 농산물, 석유제품, 원자재를 포함한 수입물가와 중간재 부품 수입가격도 높아져 실물경제를 직간접적으로 다시 위협할 것이다.

1) 외환보유고를 동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환율 공포가 다시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당국은 “걱정스럽게 지켜보기만”할 뿐 특별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강만수 경제팀처럼 외환보유고를 시장에 풀어 환율방어를 하는 방식은 전혀 효과가 없음이 이미 증명되었다. 더욱이 현재는 외환보유고가 겨우 2,000억 달러에 턱걸이 하고 있는 상태인 데다 한미 통화스왑 자금도 이미 300억 달러 가운데 150억 달러 이상을 인출해 사용한 상황이라 외환보유고를 움직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년 9월부터 사실상 순채무국으로 돌아선 한국의 외채는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해외자금 차환이나 추가 차입이 어려워져 빚을 갚았기 때문에 대외채무(갚을 돈)가 약 450억 달러 줄어들었지만, 국내 외환유동성 공급을 위해 정부당국이 보유했던 해외채권(받을 돈)을 대거 처분한 탓에 대외채권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들어 534억 달러나 되었다. 그 결과 순대외채무는 2008년 말 현재 323억 4,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그 결과 단기 외채를 갚아서 유동외채가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외환보유고는 더욱 큰 폭으로 줄어 유동외채/외환보유고(외환보유고로 1년 안에 갚아야 할 외채)를 의미하는 유동외채 비율은 1년 전의 77.8퍼센트에 비해 큰 폭으로 올라 거의 100퍼센트에 근접한 96.4퍼센트나 된다. 단순하게 보면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고 거의 전부를 소진해야 1년 안에 돌아오는 해외 채무를 갚을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10월까지 만기가 연장되었다고는 하지만 한미 통화스왑 자금 300억 달러를 감안하면 이미 사실상 외환보유고는 2,000억 달러 미만으로 줄어든 것이나 다름없어 정부의 외환시장 관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2) 은행의 대외차입 여건 재 악화
2008년 10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는 주로 시중은행들의 지나친 단기 해외차입 때문이었다. 갚아야 할 대외차입이 막대함에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차입금 만기연장이 불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해외은행으로부터의 추가적인 달러 차입 자체가 가로막힌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 뒤 은행에 대한 정부의 달러 직접 투입과 지급보증, 300억 달러 한미 통화스왑 체결 그리고 은행 자본 확충 등으로 한동안 완화된 것처럼 보였으나, 최근 국내은행의 달러 유동성과 원화 유동성 문제가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실 최근 은행들이 단기 외화차입 만기연장 비율이 종전 50퍼센트 수준에서 100퍼센트 이상으로 호전되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3개월에서 6개월로 단기연장 되었을 뿐이고, 한미 통화스왑 300억 달러를 동원해 역시 외환보유고 축소를 일시적으로 막은 효과일 뿐이다. 즉, 위기가 지연되긴 했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중은행의 외화사정 악화는 지난 2월 10일에 있었던 한국의 달러 경쟁 입찰 20억 달러가 모두 낙찰된 데서, 또 최근 한국 시중은행들이 해외에서 차입할 때 물어야 하는 가산금리가 5퍼센트 후반대로 올라간 것에서 잘 드러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이 회수할 것으로 예상했던 4억 달러 대외채권을 회수하지 않는(콜옵션 미행사) 상황이 벌어지자 시중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여력을 다시 의심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국내 시중은행들의 외환 유동성 경색이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금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되자 시중은행들의 달러 부족과 외화 차입금 상환에도 다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09년 2~3월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외화 차입금은 총 104억 달러,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약 245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한국은행,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동향, 2009.2)

이들 단기 차입을 근원적으로 해결하자면 외화 장기채권 발행을 늘려야겠지만 현재로는 이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설사 국가가 보증을 선다 해도 국가의 신용등급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에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3) 조선사의 선박수주 계약 연기와 취소 위험성
국제적인 무역 거래 감소와 선박 금융시장 위축으로 중소 조선사뿐 아니라 대형 조선업체들에게도 발주 취소나 인도 연기 요청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그 동안 조선업을 주력 수출부문으로 삼아 달러를 확보해온 한국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 외환시장을 불안하게 만들 또 다른 변수가 생긴 셈이다.

특히 선박 수주가 취소될 경우 선물환을 미리 팔아놓은 조선사와 이를 받아준 은행들이 선물환을 청산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여야 한다. 물론 계약 연기나 취소시에 환헤지 조건을 어떻게 협상하는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과거에 선물환 매도 계약을 할 때에는 달러 값이 1,000원 전후였지만, 지금 선물환 청산을 위해 달러를 사들이자면 1,400원 이상을 줘야 한다.

“조선사는 지난 2~3년간 선박을 수주하면서 환헤지를 위해 수주 계약금액에 해당하는 달러를 선물환거래시장에서 미리 팔아버리게 된다. 2009년 2월 현재 선박수주 잔량이 2,00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90퍼센트가 선물환 매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선주가 발주를 취소하게 되면 당연히 선박납품 대금(달러)을 받지 못하게 되고 조선사는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일부러 사서 선물환 매도 계약을 이행해야 한다.”(한국경제 2009년 2월 18일자)

4) 채권시장 자금유출 가능성도 확대
정부의 가용 외환보유 여력의 축소와 은행의 차입여건 악화에 이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자금의 추가 이탈 역시 외환시장의 주요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주식시장 외국인 이탈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확률이 높은데다가 채권시장에서마저 이탈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이미 2008년 10~12월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지속적으로 이탈했던 적이 있다. 최근에는 국내 기준 금리가 2퍼센트로 내려가면서 우리나라의 높은 금리를 노리고 들어오려던 동인마저 사라졌다(LG경제연구원, <국내 외국자본의 흐름진단>, 2009.2). 여기에 특히 한국 채권을 상당한 규모로 사들이던 유럽 은행들이 동유럽 발 금융위기에 몰리면서 채권 매도로 돌아설 가능성도 짙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결국 ‘선진국 유동성 부족 재발 → 국내 주식매도/채권 매도 → 환율 폭등 → 국내 증권가치 하락 → 추가적인 주식/채권 매도’의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마저 안고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 채권시장, 은행의 해외차입, 그리고 수출 증대를 통한 달러획득 등 외환시장을 시장 시스템 안에서 안정화 시킬 수 있는 방안들이 모두 어렵게 되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한국 금융 시스템의 2대 과제

세계적으로 실물경기 침체가 예상을 뛰어넘어 빠르게 역성장 하고 있는 가운데 동시다발적으로 밀어닥친 제2의 금융위기 위험성은 미처 수습되지도 않은 한국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다시 실물경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가 소강국면에 접어든 지난해 12월~올해 1월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금리를 잇달아 인하하고 원화유동성과 외화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한편, 은행을 상대로 자본 확충을 요구하면서 은행의 자금사정은 나소 나아졌다. 하지만 이 자금이 가계와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는 못했다. 늘어난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와 같은 단기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갔을 뿐이었다. 올해 접어들어 MMF 잔액이 110조 원으로, 120조 원으로 늘어나고 고정적 투입처를 찾지 못하는 부동자금이 500조 원을 넘었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 결과 A등급의 준우량 기업까지는 겨우 회사채 발행이 되고 있지만 여전히 BBB등급 이하는 회사채 발행 자체가 쉽지 않다. BBB+ 회사채 금리는 2월 현재 12.5퍼센트 수준으로 지난달에 비해 오히려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2008년 9월부터 시작된 1차 금융위기 이후에도 국내 금융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3개월 만에 다시금 2차 금융위기 위험성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 대외적인 금융충격으로부터 국민경제의 자율성을 일정하게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고, ▶ 대내적으로는 금융의 정상적 자금 중개기능을 확보하는 공적 금융서비스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금융의 양대 과제다.

대외적인 금융충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했던 것과 같은 외환시장에 자금을 풀거나 외환보유고를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대책들이 실효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정부의 대응은 이제 시장개입이라는 방식을 넘어 제도적 개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선진국의 금융위기는 자국 금융회사의 부실과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의 부족 등으로 발생하지만 신흥국의 경우는 대외적 금융충격에 따라 환율이 급변하고 국내 유입자금이 이탈하면서 발생한다는 사실이 이미 명확해졌다. 그렇다면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는 환율제도 자체의 개혁을 포함하여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에서의 투기적 자본의 활동에 대한 규제 그리고 단기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장치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선진국 발 금융충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동시에 국내적으로는, 특히 은행의 공공성 회복과 가계와 기업의 자금흐름을 보장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과 처방이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국유화와 같은 공격적인 처방에 미온적인 미국마저도 일시적인 국유화 정책을 검토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을 만큼 긴박한 비상국면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형적인 자유시장주의자이자 현 금융위기에 상당한 책임이 있는 앨런 그린스펀 FRB 전 의장조차 국유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는 현실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그는 “잘못된 금융시스템을 바로잡고 신용경색을 풀기 위해 미국정부가 일부 은행에 대해 일시적인 국유화 조치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그다지 나쁜 선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파이낸셜 타임즈, 2009.2.17)

뿐만 아니라 일부 공화당 의원들까지 국유화에 대해 적극적 찬성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중이다. 그야말로 극적인 방향전환이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에 대해 “미국 정치권이 은행 국유화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데 결정적인 분기점”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미국의 대책은 세계적으로 가장 늦게 실행되면서 위기를 키우는 면이 있는데, 아마도 우리는 미국에서 실행이 된 뒤에서야 겨우 흉내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정부의 말과는 전혀 다르게 선제적인 대책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한국경제의 금융과 실물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공적자금 조성의 불가피성, 은행 국유화 불가피성, 중소기업 직접지원 불가피성, 감세 유보 불가피성 등 적어도 4가지의 정책적 불가피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이념적인 문제를 떠나서 경제위기를 수습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실질적 공적자금 조성과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소극적으로나마 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 이를 입증한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차관은 2월 19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이 8퍼센트 이상인 은행에 대해서도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입법안을 4월 중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한 금융위원회는 같은 날 외환위기 이후 11년 만에 실질적인 공적자금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전담해온 자산관리공사(캠코, KAMCO) 산하에 ‘구조조정기금(가칭)’을 신설하기로 하고 구조조정채권을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캠코의 자산도 3조 원 이상으로 확충할 예정이다.

불가피할 때 가장 효과적인 대처법이 무엇인가. 정부가 여러 번 되풀이해 주장한대로 끌려가기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방법이자 가장 효율성이 높은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병권/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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