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7정태인/새사연 원장

 

착한 경제학에 어울리는 정치체제는 어떤 모습일까? 앞으로 차분하게 쓸 기회가 있겠지만 답부터 말하자면 시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숙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이다. 착한 경제학의 핵심은 ‘신뢰와 협동’인데 최근 대부분의 연구들은 신뢰와 시민참여, 사회적 자본의 상관관계를 강조한다. 스웨덴의 로스슈타인은 정부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성패를 결정한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이런 기준에 비춰서 최근 초미의 관심사인 단일화부터 들여다보자.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 쪽은 현재의 단일화 움직임이 세계에 유례가 없는 비정상이요, 야합이며 설령 단일후보가 선거에 이긴다 해도 과거의 DJP연합처럼 배반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단일화, 더 일반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정치연합’은 비정상이 아니라 일상적인 현상이다. 다만 내각제에서처럼 선거 후에 득표 결과에 따라 몇몇 정당이 연합해서 내각을 구성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통령제에서는 ‘선거 전 연합’(pre-electoral coalition), 즉 후보 단일화라는 특징을 가질 뿐이다. 이들은 선진국 중 대통령제를 하는 나라는 미국, 한국, 프랑스, 러시아인데 그 중 한국만 단일화를 하니 이런 비정상이 어디 있냐고 주장한다.
 
한 사람이 대통령과 총리를 번갈아 하는 러시아를 정치 선진국이라고 할 수 없으니 일단 제외하고, 프랑스는 이원집정제 하의 결선투표제를 택한 나라다. 우리나라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굳이 선거 전에 단일화라는 정치연합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 이제 남은 나라는 미국과 한국 두 나라뿐인데, 미국은 정상이고 한국은 비정상이라는 건 사대주의가 아니라면 말이 되지 않는다. 2010년 포츠담대학의 프로이덴라이히는 대통령제 하에서도 절반 정도 이상이 정치연합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대부분의 대통령제 하에서 연합은 예외가 아니라 규범이다”.
 
선거 전 단일화의 장점도 있다. 내각제 하의 연합은 선거 결과에 따라 이합집산이 이뤄지지만 선거 전 연합은 그 대상이 뚜렷하기에 정책기조와 내각을 미리 제시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해서 선거 때의 공약을 뒤집어 정반대로 나라를 끌고 갈 수도 있는 나라라면 이런 정치연합은 국민들에게 조금 더 확실한 미래를 보장한다.
 
현재 논의되는 단일화는 DJP연합과 확연히 구별된다. 1997년 DJP연합은 정치학 개념으로 말한다면 ‘최소규모연합’(윌리엄 라이커)이다. 즉 승리를 따내기 위해 최소한의 자리를 보장하는 단일화였다. 하여 임동원 장관 해임 사건이라는 정책기조 상의 문제로 쉽게 깨질 수밖에 없었다. 승리에 연연해서 이념과 정책을 저버린 ‘야합’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했던 것이다. 반면 이번의 정치연합은 정책을 중심으로 한 ‘최소연결승리연합’(로버트 악셀로드)을 노리고 있다. 즉 자리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정책을 관철하기 위해 연합을 하는 것이다. 즉 승리를 위한 정책연합, 우리 용어로 ‘가치연합’인데, 이는 지극히 정상적인 정치행위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는 양당제로 수렴하는 경향을 갖는데(‘뒤베르제의 법칙’) 그것이 다양한 정책과 이념(예컨대 직접민주주의나 녹색정치)을 가로막는 역할을 한다면, 심지어 거대 양당의 나태와 오만을 조장한다면 다당제 하에서 정치연합으로 대통령을 뽑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물론 현재 문재인 후보가 약속한 것처럼 비례대표가 획기적으로 늘어나고 나아가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한다면 훨씬 순조롭게 정치연합이 이뤄질 것이고, 안철수 후보가 바라 마지않는 ‘타협의 정치’도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한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단일화가 아니라, 진보진영까지 참여하는 ‘따로 또 같이’이다. 각 정당과 정파가 새로운 시대에 절실한 정책과 실천방안을 제시하여 합의 목록을 만들고, 그 정책을 수행할 내각 풀을 제시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시민정부’를 세울 수 있고 한국 최초의 ‘성공한 대통령’도 가능해진다. 앞으로 다가올 장기침체기에 제대로 된 개혁이라면 지배 삼각동맹의 목숨을 건 저항에 직면할 텐데, 시민들이 ‘우리의 정부’를 지켜줄 때만 그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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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2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확실히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 모두 투표율이 급격하게 추락해왔다. 시민들의 6월 항쟁으로 직선제가 부활된 후 치러진 첫 대선인 1987년에서 89.2%의 투표율을 보인 이후, 92년 대선에서 81.9%, 97년에는 80.7%, 그리고 2002년에 70.8%, 2007년에는 63%까지 계속 투표 참여율이 급락했던 것이다. 그런데 혹시 이러한 ‘정치 이탈 현상’이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추세라면 굳이 우리가 투표율이 떨어진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만약 모두 그러하다면.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떤지 직접 알아보기로 하자. 쉽게 비교하기 위해서 대통령 선거 제도가 있는 나라만을 대상으로, 그 중에서도 올해 2012년 대선을 치룬 나라들을 뽑아서 비교를 해보자. 올해 대선이 참 많았다. 1월에 대만 총통선거, 3월에 러시아 대통령 선거, 5월에 프랑스 대통령 선거, 7월에 멕시코 대통령 선거, 그리고 11월에 미국 대선, 12월에 한국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이웃나라 대만이 올해 1월에 총통선거를 치렀다. 투표율은 74.4%였다. 대만 총통선거 투표율은 지난 5번 동안 74~83%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크게 편차가 없다. 우리처럼 급락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다. 10년 전만 해도 투표율이 비슷했지만, 정치 참여도에서 대만이 지금 시점에서는 우리 보다 훨씬 선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치수준이 멕시코와 러시아 수준으로 추락한 것인가?

늘 우리와 비교되는, (그러나 비교당하고 싶지 않은) 멕시코를 보자. 멕시코도 올해 7월에 대선이 있었다. 물론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투표율이 훨씬 낮다. 그러나 지난 선거와 이번선거 연속적으로 심각한 부정선거에 휘말리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는 후진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와 비교하는 것이 맞지 않다. 다만 멕시코조차도 평균 투표율이 낮을지언정 체계적으로 투표율 저하현상은 없다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는 없지만 러시아도 올해 3월 대선이 있었다. 투표율은 65%로 지난 우리 대선과 비슷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 5번의 대선이 모두 60%대 수준에서 맴돌았다. 역시 체계적인 하락 현상은 없었다. 결국 우리 대선 투표율이 지금 멕시코와 러시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곧 우리 정치 수준도 멕시코와 러시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면 너무 심한 얘긴가?

마지막으로 올해 5월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을 보자. 알려진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80.4%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는데,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지난 5번의 대선이 모두 80%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치 선진국의 모습이 이래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위의 그래프에는 없지만 조만간 치러질 미국 대선은 어떨까. 미국도 지난 2008년에 70.3%로 다소 저조했던 것을 제외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선거에서 대체로 80~90%의 투표율을 유지하고 있다. 체계적인 투표참여 하락 현상은 없다는 얘기다.

자 그럼 투표율 추이 국제 비교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정치행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 투표 참여율이 25년째 계속 추락하고 있는데도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말할 수 있는가? 여야 정당들과 국회는 투표율 추락을 반전시키지 않고 도대체 어떤 정치혁신을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투표율 급락 사태를 목도하고도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심각한 직무유기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투표율을 올릴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바로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투표 참여를 높이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정치혁신이다. 각 정당과 국회는 정치혁신의 기본을 보여주어야 한다.

“18대 대통령선거, 저녁 9시까지 투표시간 연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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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22정태인/새사연 원장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일주일 남은 재·보선은 내년의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일 테니 각 당이 사활을 거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들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 태어난 사람이다. 초기의 노무현 탓을 넘어서 이제 모든 문제는 바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할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몇몇 유럽국가는 재정위기를 맞았다. 이웃 일본은 지진에 방사능 위기까지 맞았다. 전 세계가 맞고 있는 초유의 위기를 홀로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대통령을 모셨으니 우리는 그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대통령도 현재의 물가문제에 관해선 불가항력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가 불안의 밑바탕에는 2008년 이후 전 세계가 돈을 푼 결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국내 농산물 가격 역시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구제역 바이러스 때문이니 모두 대통령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 한번 불가항력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다.

 금리·물가 정책 등 거품막기 급급

그의 ‘성공’ 비결은 “내가 해봐서 아는” 수출과 건설이다. 미국이 지난해 6000억달러 규모의 제2차 양적완화(통화증발)를 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를 향해 직접 통화절상 압력을 넣어도 원화는 꿋꿋하게 고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올라간 가운데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2007년 말 대비 여전히 20% 정도(실질로는 17%가량) 낮은 상태이다. 세계의 돈이 아시아 주식과 채권을 향해 몰려들었는데도 그렇다는 것은 한국은행이 달러당 1100원 선에서 무제한 달러를 사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그 액수만큼 시중에 원화가 풀린다. 한은은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그 돈을 거의 다 거둬들였다(불태화 정책). 국채를 사들인 은행들은 자산이 증가했으므로 대출을 늘릴 여력이 생겼다. 그런데 대기업들에는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흘러넘친다. 결국 가계 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의 휴대전화에 수시로 들어오는 ‘값싼 대출’ 메시지는 이런 거시정책의 결과이다.

홈페이지 대문에 떡 하니 “물가안정-한국은행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라고 내건 한은이 그 물가 상승률이 4%를 넘나드는데도 금리를 사실상 동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방 빼고 거의 모든 일을 “내가 해봐서 아는” 대통령이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은 건설이다. 해서 단군 이래 최대의 자연파괴를 조기에 달성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20조원 규모로 강변에 대규모 리조트와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작금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를 막기 위해서도 건설사에 일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도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미분양이 널렸는데 또 공급을 늘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 많은 돈을 가계에 빌려줘 수요를 늘리면 된다. 따라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모든 부동산 규제를 풀어야 한다.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균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려면 한은의 금리가 거품이 터지지 않도록 충분히 낮아야 하는 것이다.

고환율 정책의 핵심은 내수부문에서 세금을 거둬 수출부문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달러매입과 흑자로 넘쳐나는 돈은 다시 부동산 부문에 빌려줘서 고리를 뜯는다. MB노믹스의 귀결은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의 양극화, 자산거품과 가계부채라는 양대 폭탄이다. 이 정부의 임기와 함께 시작된 ‘세계적 대침체(Great Recession)’라는 조건이 아니었다면 MB노믹스는 엄청난 투기거품을 일으켰을 것이고 이미 그 폭탄은 터졌을 것이다.

차기 정권서 ‘펑’ 하며 터질 수도

참여정부는 처음 1년 동안 국민의 정부가 떠넘긴 신용카드 위기를 막는 데 급급했다. 내년 대선의 승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핵폭탄을 인수하는 일이다. 정권이 문제가 아니다. 여야의 지도자들 모두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그리고 차기 정권의 성공을 원한다면 당장 4대강 사업 등 모든 토목공사를 중지하고 임기 내에 자산거품 문제를 해소하라고 한목소리로 대통령에게 외쳐야 한다. 복지고 뭐고 그 다음 일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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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폰생폰사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기본을 지키고, 과거와 달리 고소득자의 전체 비율이 올라가니 고 소득세 구간도 새로 신설해야 하고, 효율적인 세금 집행과 고소득자의 세금 탈루를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기업의 추자를 촉발 할만한 정책(법인세 인하 말구)을 고심해야 하는데..
    현실은?

    2011.04.22 11:16 [ ADDR : EDIT/ DEL : REPLY ]
  2. 간만에

    물가든 금리든 막을 능력이 없어 보입니다. 단기적인 정책만 추진하다 이모양이니 그럴 여유가 있겠습니까? 정부의 역할을 수행할 생각이 있는지 의문만 듭니다. 갑갑합니다.

    2011.05.03 22:51 [ ADDR : EDIT/ DEL : REPLY ]

2011.02.23     손석춘/새사연 이사장

“못살겠다, 갈아보자.”

옹근 55년 묵은 정치 구호다. 인터넷 시대에 반세기 전의 낡은 구호라면, 누군가 만지기만 해도 먼지로 폴폴 흩날릴 만하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1956년, 이승만의 독재를 겨냥했던 그 구호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 3주년을 맞아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다. 낡은 구호에 붉은 생기를 돌게 한 이는 이 대통령 자신이다. 그는 청와대에 들어간 3주년 기념으로 출입기자들과 가진 뒷산 산행에서 “나는 대통령 해먹기 힘들다는 생각이 없다”고 언죽번죽 말했다. 재임 시절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준한 발언이다. 전임 대통령의 비극적 자살에 정치적 책임을 느껴야 마땅한 현직 대통령이 기자들 앞에서 고인을 욕보이는 언행도 문제이지만 접어두자.

 

흉흉한 민심에 ‘55년 전 구호’ 등장

 

더 남세스러운 일이 있다. 대통령은 곧바로 자신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밝혔다. 하지만 그 순간이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낡은 구호가 흉흉한 민심에 절절하게 다가온 것은. 무엇보다 이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찬찬히 톺아보길 제안한다. 자랑스럽다? 과연 그게 지금 대통령이 할 소리인가? 날마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를 보라. 뛸 만큼 뛴 전세는 또 어떤가. 서민들의 삶은 바닥모를 심연으로 가라앉고 있다. 청년 자살이 곰비임비 불거지는 까닭도 그 맥락이다.

 

그렇다. 330여만마리, 비명에 간 저 가여운 가축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곳곳에서 서민이 피눈물 흘리고 있다. 그럼에도 자랑스럽다는 말이 나오는가. 7%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을 내걸며 ‘국민 성공시대’를 열겠다고 흰소리 떠벌린 정치인이 바로 이명박 아니던가. 상식을 갖춘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국민 앞에 옷깃 여미며 언행을 조신할 때 아닌가.

 

여기서 이명박 집권 3년의 실정을 새삼 나열할 뜻은 없다. 경향신문 독자의 품격 때문이다. 민생 경제의 파탄은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굴욕적 재협상, 국민 불법 사찰과 은폐, 정권의 시녀로 다시 전락한 검찰 따위를 굳이 적시하지 않더라도 애독자라면 이미 개탄하고 있을 성싶다. 다만, ‘MB-한나라당 심판 정당, 시민사회 연석회의’가 이명박 취임 3년을 맞는 2월25일, 서울광장에서 범국민대회를 예고하며 내건 구호가 ‘못살겠다 MB 3년’임을, 이어 “찾아오자 민생예산, 철폐하라 비정규직, 중단하라 4대강, 취소하라 조·중·동 방송, 해결하라 구제역, 잡아라 생활물가”를 호소하고 있음을 독자와 있는 그대로 나누고 싶다.

 

그래서다. 이명박 정권 3년을 맞아 민주시민들이 더 깊이 성찰할 대목은 “못살겠다”가 아니다. “갈아보자”이다. 칼럼 제목에 물음표를 붙인 까닭은 과연 그것이 가능한지 의문이 들어서다. 기실 민주당이 그 구호를 내건 선거에서 자유당은 재집권했다. 신익희 후보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만은 아니다. 진보당 조봉암 후보로 자연스럽게 ‘단일화’를 이룰 수 있었고, 진보당 부통령 후보가 자진 사퇴했는데도 민주당은 외면했다. 신익희가 유세할 때 야권 단일화를 부르대던 민주당은 정작 그가 죽어 후보가 없으면서도 조봉암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공언하는 작태를 서슴지 않았다. 진보당은 “이것저것 다 보았다 혁신밖에 살길 없다”고 외쳤지만, 결국 “갈아봤자 더 못산다”며 언구럭 부리던 이승만이 재집권했다.

 

물음표 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55년이 흐른 오늘,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박근혜가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한나라당 재집권 가능성이 높은 현실에서 과연 누가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구현할 수 있을까. 지금 이 땅에서 애면글면 벌어지고 있는 시민정치운동에 민주시민들이 다사로운 눈길을 보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진보대통합이든, 민주대통합이든 새로운 시대를 벅벅이 열어가려는 움직임을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소통하며 공유할 때, 비로소 우리는 물음표 빼고 진솔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못살겠다, 갈아보자.”

 

*이 글은 2011년 2월 23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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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앱(App)의 등장과 스마트폰 정치의 출현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는 지금 ‘오바마 앱(App)’이 큰 화제다. 지난 6월에 등장한 ‘오바마 앱’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뉴스를 소개하고 토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치기부금 모금에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정치 어플리케이션’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오바마 앱’을 활용해 새로운 전자정부를 실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단 오바마 대통령다운 발상과 시도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스콧 브라운’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선거에서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워킹에지’라 불리는 이 앱은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주소를 스마트폰 지도에 표시해줌으로써 선거운동원들이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에서도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네티즌들이 자신의 투표를 증명하는 이른바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투표를 독려하는가 하면, 선관위도 후보자의 약력과 공약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방선거용 앱을 개발해 제공하기도 했다. 이렇듯 다양한 정치실험들과 함께 바야흐로 ‘스마트폰 정치’가 시작되고 있다.

인터넷과 정치영역의 관계의 발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에 인터넷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터넷의 확산이 산업과 경제영역 나아가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은 많았지만 그것이 대중의 정치참여 확대와 민주주의의 진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우선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에 반신반의했으며,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그러한 뉴 미디어와 대중의 온라인 정치참여가 현실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고 여긴 탓이다. 게다가 수십년 전 TV라는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이었던 뉴 미디어와 기술의 출현이 오히려 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를 가중시켜 대중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인터넷 정치’는 기껏해야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든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경제와 산업영역 이상으로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이후 나타난 몇몇 극적인 사건들만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드러내지 않던 대중은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 논쟁과 토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새로운 정치참여의 다양한 모델들이 실험되는가하면 실제로 예상을 뛰어넘는 커다란 정치적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인터넷 확산 초기의 온라인 정치실험은 지나가고 다시 웹2.0 시대가 열리게 된다. 쌍방향의 소통과 참여ㆍ공유ㆍ개방이라는 새로운 가치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다시 정치영역에서 새로운 변화와 신화들을 만들어 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이번엔 모바일 웹2.0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혁명의 변화속도와 파급력이 이전의 어떤 정보통신기기가 낳은 변화보다 빠르고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이 정치영역에서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는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는 경우 그 기술이 경제와 산업 측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발 빠른 분석과 전망이 이루어지는 데 반해 정작 정치ㆍ사회적 영역에 대해서는 깊이 사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 공간에서 대중의 정치참여가 극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나서야 뒤늦게 사후해석이 난무하는 경향이 반복되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한다고 해도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의 문제는 결국 한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 또 어떤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가의 문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모바일 웹2.0화, 모바일 웹2.0의 정치화

스마트폰 혁명이 정치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두 가지로 구분해서 본다면, 하나는 스마트폰 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 변화, 또는 트렌드가 기존의 정치영역에서 활용되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정치영역 안팎에 있던 다양한 정치행위자들이나 구조들이 스마트폰 혁명을 통해 정치영역 안에서 재구성되는 측면이다.

전자의 경우는 스마트폰 보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자 기존의 정치인들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입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 정당이나 정부가 스마트폰용 앱을 개발하고 이를 배포해서 국민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것 등이 해당된다. 이로 인해 정치인들은 실시간으로 시민들과 토론하고 자신들의 일상생활과 고민을 내보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시민들 역시 지금까지는 정당이나 시민단체를 통해서만 정치인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직접 정치인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도구를 갖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이 단순히 유행을 좇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정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결국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시키는 정치 콘텐츠의 발전과 확산 없이는 모바일 웹2.0의 ‘정치적 활용’은 정치인들의 패션 트렌드 이상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소셜미디어나 스마트폰을 잘 활용한다고 평가받는 정치인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이나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 기존 정치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던 진솔한 고민들을 토로하는 등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정치인들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자다. 즉 기존에 정치영역에 포함돼있지 않던 것들이 스마트폰과 모바일 웹2.0 기술을 통해 정치의 영역으로 재구성되고 기존 정치영역의 주체들이 완전히 변화하는 경우다. 더불어 새로운 정치참여 방식이 등장하는가 하면 권력과 정치 정보의 이동방식이 변하면서 정치영역의 구조를 아예 뒤바꾸는 경우마저 발생한다.

가령, 웹2.0 시대의 인터넷 정치는 유선 인터넷망을 통해 단일 의제에 접속한 대규모 군중이 집결하는 형태였다면 모바일 웹2.0 시대의 정치는 개인들의 관심사와 의제가 더욱 주목받게 되면서 더욱 다양한 의제들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이것이 통합적으로 전개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웹2.0이 가지고 있는 실시간성과 이동성이라는 특징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생활적 의제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고 이것이 거꾸로 기성 미디어나 정당, 정부 등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디어와 정치영역의 관계도 변할 수 있다. 알다시피 정치와 미디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미디어는 정치의 매개자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에게 정치적 이슈나 의제를 이해시키고 결집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일례로 전국적인 범위로 배포되는 신문의 발전과 정당의 발전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기존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미디어의 급격한 발전으로 기존의 정치영역과 미디어의 결탁관계를 거치지 않고 대중이 직접 정치영역에 접속하고 소통하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다.


정치인들도 기존 미디어와의 결탁ㆍ공모를 통해 정보를 통제하고 특정 이미지나 의제를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정치정보가 이동하는 흐름과 통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로 인해 대중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부와 정당의 정책,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대한 반응 역시 실시간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지난 웹2.0 시대에 논의되었던 거버넌스라는 개념이 민간 전문가나 시민단체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시민들에게 직접민주주의 수준의 참여를 보장하는 모바일 웹2.0 시대의 새로운 정치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와 정당, 미디어의 고민도 더 깊어져야 한다. 과거 웹2.0 시대에는 권력의 흐름이 중요해졌다면 실시간성과 이동성이 추가된 모바일 웹2.0 시대에는 “흐름이 바로 권력”이 된다고 할 수 있다(이재열·송호근, 2007).

모바일 웹2.0 시대의 직접민주주의 정치를 가로막는 장애물들

스마트폰이 낳은 모바일 웹2.0 혁명이 정치영역에서 더 많은 시도와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정치실험들이 전개되었는데 이렇게 등장한 새로운 정치적 시도들은 향후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더 넓게 확산되면서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오프라인, 즉 현실 정치에서 제도적 개선과 발전이 이러한 변화에 상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모바일 웹2.0 혁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면서 광범위한 변화를 낳는다고 해도 현실에서 법ㆍ제도적 변화와 인프라가 뒷받침되고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추동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정치참여 확대와 같은 민주주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 연예인이 투표 후에 이른바 투표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린 것에 대해 선관위가 선거법상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사건이다. 이미 대중은 스스로 다양한 정치참여 방식을 개발하고 실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법ㆍ제도의 개선 또는 인프라의 정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선인터넷, 또는 스마트폰판 정보격차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상당수의 정치정보가 디지털화되고 실시간 소통과 감시, 모니터링, 토론과 의견개진 등 스마트폰으로 인한 새로운 정치행위의 발전이 빠르면 빠를수록 여기에서 소외되는 계층도 빠르게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특정계층과 집단만 정치정보에 빠르게 접속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정치영역에서의 정보격차를 확대하고 사회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당을 비롯한 정치영역의 행위자들은 이제 정치정보와 참여에 대한 양극화, 격차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스마트폰의 확대가 시민들의 자발적 정치참여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발전에 뒤따르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정치참여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한때 세계 언론은 지금은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터넷이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칭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확산을 기반으로 한 정치영역에서의 새로운 시도와 대중들의 열성적인 참여를 통해 한국정치는 한 단계 성숙하고 발전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가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2008년 당시 대통령선거에서 소셜미디어의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실험을 단행했고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스마트폰 혁명을 필두로 모바일 웹2.0 시대가 정치영역에서의 새로운 민주주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어쩌면 몇 년 후에는 ‘스마트폰이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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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바마 App..
    위대하네요 스마트폰으로 정치를하다니;;
    엄청나게 발전해 나가고있네요 ^^;;

    2010.08.20 16: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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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0.15 04:55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