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고용 진단 및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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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규 취업자 동향

1) 최근 고용 동향의 구조적 특징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지표는 실업률이 아니라, ‘신규 취업자수’다. 실업률이 현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측면, 즉 고용률은 낮은 수준인데 인구가 한 해에 50만 명 가까이 늘어나고 있는 측면 때문이다.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파악하는 실업률과 고용률보다 지난해와의 비교로 파악되는 신규 취업자 수가 변화를 파악하기에 보다 용이하다.

최근 고용 악화의 추이는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다고 분석된다. 당시는 한국의 수출과 경제가 호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신규취업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성장과 고용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런 ‘비상식적 움직임’은 IMF 외환위기 이후 고착화된 ‘고용배제 성장’의 최종적인 결과로 보인다.

그 다음 단계는 아시다시피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 1월부터 신규 취업자 수가 인구 증가분을 밑돌기 시작한 것이다. 고용의 질(비정규직/정규직)은 차치하더라도 일자리 창출 개수 자체가 현재 수준보다 턱없이 모자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전에도 이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카드대란과 같은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취업자 증가율의 하락은 상당한 시일 동안 계속되고 있는 경향적인 추세라는 데 문제가 있다.

현재는 지난해 10월 이후 시작된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충격에서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마이너스 고용 상태로 접어든 이후 계속해서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들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고 공공부문에 인턴직을 늘렸음에도 5월에는 -21만 9,000명이나 취업자가 감소했다. 자산시장의 지표가 회복에 들어선 지 3개월여가 지났음에도 고용지표는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2) 여성 취업자 감소가 전체 취업자 감소를 주도
올해 들어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보다 여성과 남성의 취업 격차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가계 소득의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여성들의 취업활동이 계속해서 늘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나타난 현상은 여성 취업자 감소가 남성 취업자 감소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영세 자영업자와 청년 실업자들이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이들은 산업의 위계질서와 고용 협상력에 있어서 열위에 있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경제 구조적 실업의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여성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 전반으로 실업 현상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성 취업자는 영세한 사업장과 취약한 계층에 상대적으로 더욱 밀집되어 있다. 또한 비정규직 서비스업 노동자도 상당 비율이 여성 취업자이다. 광범위한 취약계층에 걸쳐 있다는 뜻이다.

아래 두 개의 그림은 각각 연령별, 종사상 지위별 5월 신규 취업자(=취업자 증감)를 나타낸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비교해 보면 경향은 동일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5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취업자가 감소하였다. 또한 상용노동자를 제외한 임시ㆍ일용직 노동자와 비임금 취업자 모두에서 취업자가 감소하였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감소폭에서 나타난다. 증감의 경향은 동일하지만 여성이 더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의 고용 경향은 특정 취약계층의 고통이 아니다. 여성 취업자의 감소는 곧 경제 전반의 고용 악화라 보면 된다. 단지 여성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기 때문에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2. 고용 전망 : 악화 요인들 여전

1) 동시 다발, 게릴라성 해고 사태 발생할 가능성
하반기에 남아 있는 최고의 고용 악재는 정부와 채권은행들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작업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구조조정을 피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원인이 산업의 실패나 경영 투자의 실패에서 발생했음에도 자본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질서 하에서 기업의 최대 목표는 주가 관리 또는 기업 가치 관리에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비용을 감소시키는 고용 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주요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조선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경우, 개별 기업은 지난해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그밖에도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9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보자. 이들 기업들은 IMF 이후 부채를 차입해 몸집을 길러 왔는데 이 때 사용한 기법이 미국에서 금융거품을 키우던 방식과 유사하다. 스스로의 자본이 아니라 차입한 자본을 기반으로 레버리지를 만든 다음 기업 M&A를 공격적으로 전개한 것이다. 이 때 무리하게 M&A를 한 것은 9개 대기업들의 주주와 이사들인데도 불구하고 채권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나서서 자산을 정리하게 되면 예의 ‘고용 승계’ 문제가 또 불거지게 될 것이다.

투자한 자본 회수에만 열을 올리는 채권은행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근에는 정부와 중앙은행 그리고 언론들도 한 목소리로 빠른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의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나 산업의 재편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다고 하겠으나 그 방식이 고용에만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유지를 이룬 경험이 있는 유럽이나 최근 완전 파산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고용 때문에 GM을 살리는 미국의 사례를 한국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2) 구매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은 가계의 소득과 소비를 향상시키는 기초 토대다. 그래서 고용 동향을 바탕으로 가계의 소비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면에서는 그 반대 방향의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면은 고용을 토대로 소비를 전망하는 정상적(!)인 국면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는 케인즈 경제학의 처방에 따라 유효수요를 올림으로써 투자와 고용을 촉진시켜야 하는데 그렇다면 구매력의 수준(=소득 수준)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가계의 소득과 지출을 파악하기에 앞서 먼저 국민계정 상의 국민총소득(GNI)를 살펴보자. 지난 1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에 비해 0.1퍼센트 성장했으나 실질 GNI는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1분기 실질 GNI 증가율이 -0.2퍼센트를 기록해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GDP가 생산성을 나타내고 GNI가 구매력을 나타낸다고 할 때 아직 구매력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가계의 구매력도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래의 두 그림은 도시노동자 가계의 실질 소득과 실직 지출을 파악한 것이다. 먼저 소득을 보았을 때 모든 분위의 가계에서 소득 수준이 2008년 1분기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특히 하위의 1~3분위 가계의 경우에는 최근 3분기 동안 연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4분위와 5분위는 최근 2분기에 소득이 보완되기는 했으나 1년 전과 비교해서 5퍼센트p 이상 구매력이 약화되어 있다.

가계의 지출 추이도 이와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된다. 1분위의 경우에는 현재 가계 수지가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계속 줄이고 있는 것도 확인된다. 2009년 1분기에 각 분위별 소득과 지출 양태를 보면 이후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하위 1~3분위 가계들의 소득과 지출이 계속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4,5분위 가계들의 소득과 지출은 다소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양극화 경향은 최근 자산 시장 지표 호전의 수혜가 상위 계층에 집중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계 구매력의 양극화, 그리고 양극화가 노동 소득보다는 자산 소득에 근거하고 있는 점 등은 고용 전망에서 부정적 기류를 강하게 한다.

3. 고용 빙하기의 두 가지 전조

1) 건설 부문, 1분기 성장에도 불구 ‘마이너스 고용’
수출과 소비, 투자 등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했음에도 1분기에 한국 경제의 GDP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플러스가 된 데에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건설 투자가 결정적이었다(아래 그림 참조). 사상 최초로 300조 넘는 (수정)예산을 편성한 다음 정부는 1분기 예산 집행률을 약 110퍼센트로 올리고 재원을 대규모 방출했다. 그리고 이 재원은 아시다시피 4대강 살리기와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면서 내놓은 가장 강력한 이유 중에 하나는 건설 부문이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 그림을 보자. 올해 들어 취업자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 부문은 건설업이다. 건설업은 5월 달에 12만 5,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해서 감소율 -6.6퍼센트에 달했다. 결국 정부는 막대한 재원을 토목사업에 넣기 시작했으나 고용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은 이제 우리가 예전에 알고 있던 ‘삽질’하는 산업이 아니다. 대규모 토목장비 기계가 사람의 고용을 대체하고 있는 산업이다. 지난 1분기에 건설업 중에서도 건설장비의 비중이 높은 토목 건설은 14.8퍼센트나 성장했으나,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건물건설은 -17.0퍼센트나 감소했다(한국은행, 2009년 1분기 국민계정 부속표). 정부는 기계와 그것을 운용하는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을 뿐 건설을 통해 고용을 진작시키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한정된 공공 재원이 이런 식으로 사용될수록 전체 고용에 대한 압박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의 부는 토목 기업으로 돌아가게 되고 노동자와 가계로 돌아갈 몫은 줄어들게 된다. 결국 건설 부문에서 남게 되는 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게 돼 광범위한 고용 불안정 지대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2) ‘유사 실업자 군’의 상시화
고용 빙하기의 두 번째 징조는 유사 실업자들의 규모에서 나타난다. 5월 현재 공식 실업자는 약 95만 명 정도인데, 유사 실업자들은 약 350만 명에서 45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결국 취업자 주변에는 광범위한 실업자 군이 존재하고 있고, 공식 실업자는 이 중에서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이다.

집계 방식에 따라 기관별로 구체적인 수치에는 차이가 있으나, 실질 실업률 혹은 체감 실업률은 이미 10퍼센트를 훌쩍 넘어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자세한 내용은, 새사연, <실질실업자 300만 명 돌파, 실질실업률 11.6퍼센트> 참조) 문제는 이들 군이 장기간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50퍼센트가 넘는 비정규직, 10퍼센트를 돌파한 최저임금 미달자, 늘어가고 있는 특수고용직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 등 갖가지 고용 수치가 ‘유사 실업자’의 고착화 현상을 반영한다. 비정규직이 고착화되고, 최저임금 미달자는 계속 최저임금 미달자이다. 이들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으며, 오히려 비경제활동인구로의 빈번한 이동을 경험한다. 다시 말해서 광범위한 비정규직이 광범위한 고용불안정 집단과 연동되어 있으며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4. 고용 빙하기의 시급한 대책

지금은 금융 부문의 부실을 국가가 국채로 떠안으면서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당장의 몰락을 막을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이고도 광범위한 부담이 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산업의 돌파구도 마땅히 찾지 못하고 있다. IMF 위기 극복의 동력이었던 IT 벤처 산업과 같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용에 있어서도 완충 부문을 찾기 힘들다. 고용구조 자체가 기업간 위계구조를 따라 대단히 차등화되어 있어 보다 좋은 고용으로 이동할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경제침체 속도가 완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고용 사정은 여전히 어렵다. 최소한 내년까지는 마이너스 고용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구조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당시에는 자영업자와 여성이라는 완충 장치가 고용을 흡수하는 형국이었으나 현재는 이런 완충 장치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국면은 ‘고용빙하기’에 비견될 만하다. 고용이 활기를 잃고 얼어붙고 있다. 요란하고 불같은 대량 해고가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일자리를 조이는 얼음과 빙하의 지대가 넓어지고 있다. 일부 안정된 정규직의 일자리는 고착화되는 가운데 주변부의 대규모 고용 불안정 지대가 확대될 수 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땔감과 옷가지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고용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때에 고용안전망을 촘촘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고용안전망은 ‘고용에서 배제된 자’에 대한 안전망이어서는 효과가 없다. 추운 겨울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이어야 하고 누구나 봄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이어야 한다.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고용안전망을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에 준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바와 같이 고용 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개별적 부문에 대한 개별적 제도로는 안전망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전체 취업자가 연대함으로써 위험을 줄이고 국가의 고용책임을 분명히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추운 겨울에는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또한 훌륭한 대처법이다.

이상동/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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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재혁

    아. 암울하군요.
    저는 자영업인데 요즘 장사가 더 안되요 ㅜㅜ
    좋은글 잘보고 있습니다.

    2009.06.18 11:4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