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

현재 세계경제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 금융시장 규제완화, 소득분배 악화, 글로벌 불균형이 세 가지가 제시되는데, 위 그림에서 보듯이 한국 경제는 IMF 사태 이후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연관관계 상실로 인해 소득분배 약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2008~2010년만 보면, 1인당 노동생산성은 7.2%(시간당 10.2%) 증가하였으나 실질임금은 오히려 0.11% 하락하였다. 그리고 생산성과 성장의 과실은 부자 기업, 특히 재벌에 집중되었다. 더 빨리 더 열심히 일했는데도 실질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많이 생산했는데 팔리지 못하는 총수요 부족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경제위기의 시한폭탄이 된다.

소득주도 성장전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은 부채의 한도를 늘려 민간소비를 부양하거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을 발생시켰다. 신흥국들은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임금인상을 최소한도로 억제하는 정책을 썼다. 국가경쟁력을 앞세우며 임금억제를 위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한 정책이 그것이다. 하지만 두가지 모두 지속가능한 방법이 될 수 없다.

특히나 한국경제는 수출주도 성장전략 하에서 부채와 신용 확대를 통해 경기변동에 대응하였다. 따라서 불안정과 변동성이 심하고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단기적으로 총수요 부족 문제(부동산, 가계부채,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에 따른 것)와 장기적으로 새로운 경제체제로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과제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동반성장 전략, 간단히 말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사회, 거시 정책이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우선 비정규직 비율을 축소하고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산별노조를 강화하고 노사정협의회의 재구축이 필요하다. 10%에 불과한 노동조합 조직률과 단체협상 적용률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 또한 추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평균임금의 38%에 불과한 최저임금 또한 최소한 50% 수준까지 높여야 할 것이다.

복지 확대와 재벌 개혁도 중요하지만, 일터에서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경제민주화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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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고 생산성과 성장의 과실은 부자 기업, 특히 재벌에 집중되었다. 더 빨리 더 열심히 일했는데도 실질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2012.02.22 12:22 [ ADDR : EDIT/ DEL : REPLY ]

2012 / 01 / 0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전망기획(4) 2012년 한국경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무역 1조 달러 돌파, 그 성과와 한계
2.한미 FTA가 아니라 동아시아 역내 무역이 핵심
3. 민간소비 증가를 바란다면 내수를 살려야
4. 소득 재분배를 통한 불평등 해소가 내수 회복의 길

[본문]
1. 무역 1조 달러 돌파, 그 성과와 한계

한국정부가 자못 진지해졌다. 예년 같으면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에 0.5% 정도를2012년을 전망하면서 한국경제는 수출과 내수가 모두 취약한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특히 문제라고 했다. 외환위기 이후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축되는 국면은 많지 않았다. 1998년 외환위기로 국민경제가 위험에 빠졌지만 수출 호조건이 유리하게 작용하여 난국을 탈출할 수 있었고 2003년 카드대란이 불러온 심각한 내수 침체도 수출로 만회했다. 그러나 2009년에 이어 2012년 올해에도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약화될 것이다. 또한 그것은 일시적인 경기변동 요인도 있지만 상당히 구조적인 요인을 내부에 안고 있기 때문에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  까지 내재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무역규모가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 9위를 차지했다. 정부와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수출이 약 5500억 달러, 수입이 5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1960년대 ‘수출 주도형 공업화 전략’을 수립한 후 50여년을 지속적으로 수출에 목을 매고 경제성장을 해온 결과인 셈이니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다음은 2조 달러’라는 식의 목표를 성급히 세우기 전에 돌아볼 것이 있다. 먼저 우리의 무역 규모가 세계 9인데 비해 경제규모는 15위라는 점이다. 경제 규모에 비해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래 [그림1]을 보면 우리나라의 무역 의존도는 90~100% 안팎으로 대단히 높다. 일본에 비해 높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수출로 성장하고 있어 대외 변수에 취약하다는 중국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한국의 무역 의존도는 2008년 이후 더욱 높아졌는데, 2007년까지만 해도 70% 미만이었던 무역의존도가 최근 100% 가깝게 올라갔다. 반면 전통적인 수출 지향 국가인 일본과 중국은 최근 금융위기 이후 무역 의존도가 약간씩 줄었다. 중국의 경우 2010년 무역 의존도는 52%정도다. 물론 유럽 위기의 중심에 있는 독일은 오히려 무역 의존도가 늘어서 2010년 기준 약 87% 정도까지 올라갔다. 내수 부족 공백을 채우기 위해 5년 안에 순 수출을 2배로 증가시키겠다고 공언한 미국도 2010년 무역 의존도가 27%까지 올라갔다.

독일을 제외하면 기존에 수출 주도형 성장을 해온 국가들은 무역 의존도를 다소나마 줄이면서 위기 완충을 해왔고, 반대로 미국처럼 내수 중심 국가들은 수출 폭을 늘려서 위기대처를 해왔다. 그런데 한국은 수출 주도형 성장 국가이면서도 위기 국면에 수출 비중을 더 늘리는 방식으로 택했다.

한국전쟁의 잿더미 말고 아무것도 없던 한국경제가 50년 동안 땀 흘려 노력하여 5천억 달러 이상의 물건을 만들어 내다 팔고, 또 그 만큼의 물건을 밖에서 사다가 쓸 능력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런데 해외에 내다 팔기만 하느라 정작 50년이 지나도록 우리 자신이 윤택하게 살게 위해 나라 안에서 소비하는 규모는 상대적으로 성장하지 않다. 즉, 무역규모가 팽창하는 만큼 내수규모가 커지지는 않았다. [그림1]을 보면 우리 경제에서 민간소비의 비중은 52%로 중국을 제외하고는 주요국가 가운데에서 가장 낮다.

결국 무역 1조 달러 돌파는 수출지향형 한국경제의 정점을 보여주는 것이면서, 동시에 내수와 수출의 상대적 격차가 그만큼 확대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처음에는 자본과 기술, 시장 등 아무것도 없고 저임금 노동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수출지향형 공업화를 추구해왔다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50년이 지나고 무역규모는 1조 달러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경제의 내수기반이나 국민들의 소득과 소비기반이 동반 성장하지 못했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특히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점점 확실해지면서 미국과 같은 기존 내수지향형 국가들마저 수출에 뛰어 드는 등 수출전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무역수지 불균형에 대한 마찰이 갈수록 커지는 환경에서 한국경제가 무역 확대를 통한 성장 동력 유지를 얼마나 더 지속시킬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올해 경제 전망에서는 세계경제의 위축으로 인해 수출이 5~7%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만 예측할 뿐 무역환경의 구조적 변화가 가져올 충격과 영향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

2. 한미 FTA가 아니라 동아시아 역내 무역이 핵심

무역 1조 달러 달성과 함께 2011년 연말에 있었던 주목할 무역 환경 변화는 바로 한미 FTA타결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경제영토가 넓어졌다면서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의 활발한 상품, 서비스 무역 거래가 촉진되고 한국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정부는 홍보했다.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의 홍보와 달리 당장 2012년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가 확실한 상황에서 FTA가 체결되었다고 해서 무역거래가 활발해질 리는 없다.

2011년에는 수출 증가율이 19%를 넘어갔지만 2012년에는 한국경제가 잘 해야 7% 전후의 수출 증가를 예상하고 있는 중이다. 그것도 세계 무역이 올해 5% 정도 늘어난다는 가정을 깔고 있다. 유럽 지역으로의 수출은 절대 규모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미국에 대한 수출도 평균 증가율 이하를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중국과 아시아 수출이 두 자리를 지속한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유럽 위기의 악화로 중국과 아시아 경제 둔화 속도가 좀 더 빨라지면 수출 증가율 목표 5%를 지키기도 쉽지 않을 것이고, 즉각적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 3.7%는 무너지게 된다.

또 하나 명확한 것은 한국경제의 대단한 무역 의존도는 지금 FTA를 맺은 북미나 유럽 국가를 통해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중국과 아시아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아지고, 미국과 유럽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다. 지금 북미 지역, 유럽 지역, 아시아 지역 등 적어도 3개 지역에서는 상당히 강력한 지역 경제 연계구조가 형성되어 있고 해당 지역에 속한 국가들에게 이 틀이 매우 강력히 작용하고 있는  중이다([그림2] 참조).

특히 NAFTA라는 강력한 FTA로 엮여 있는 북미 경제권과, 통화동맹으로 얽힌 유럽지역과 달리, ASEAN+3, ASEAN+6 등 대단히 느슨한 협력 테이블 정도밖에 없는 아시아 국가들이 역내 무역 의존도가 50%가 넘는다는 것은 매우 특이하고 의미 있는 현상이다. 더구나 아시아의 역내 무역 의존도는 지난 3년 동안 조금씩 더 커져왔다. 한국의 경우라고 예외가 아니다. 코트라 전망에 의하면 2012년 한국경제의 수출 예상치는 약 6000억 달러인데, 이 중 중국권이 2000억 달러와 아시아 지역이 1120억 달러로 둘을 합치면 전체 수출 예상치의 절반이 넘는다. 반면 북미와 유럽을 모두 합친 수출 예상 금액은 12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따라서 적어도 당분간 수출과 무역에서 FTA 효과를 운위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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