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3정명수/새사연 이사

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정치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논쟁이 뜨겁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제위기로 인해 서민과 상인들의 생활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중소기업 경영 사정도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데 재벌 자녀들이 빵가게, 커피 전문점까지 손을 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선거철을 맞아 정치권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 상투적으로 재벌 때리기에 나섰다고 폄하하지만 이는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소치다.

지금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고 국민은 좌절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나라 밖에서도 미국 월가 시위대들이 1% 월가 탐욕에 저항하는 99%운동으로 미국 정치권을 크게 흔들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국의 탐욕을 상징하는 1%로 재벌을 꼽고 있다. 때문에 지금의 재벌 개혁 요구는 결코 일회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재벌 대기업들도 '지나가는 소나기'로 잠시 피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중국과 동아시아의 부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반적인 시대의 흐름과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한국도 복지담론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고 올해 두 번의 선거를 겪게 되면 정치지형도 크게 바뀔 것이다. 역사적 변동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셈이다. 한국의 재벌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밖으로는 세계 경제위기라는 도전에 맞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제고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안으로는 3세 경영체제를 승계하기 위한 단계로 진입한 것 같다.

차세대 재계 리더가 될 이재용 사장에게

격변의 시점에서 정치공간에 뛰어들려는 한 사람으로서, 또한 새롭게 차세대 재계 리더로서 경영 승계과정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시대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재벌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를 피하려 하지 말고 새로운 경제계의 리더로서 이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기업경영 방식과 기업 문화를 창조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지금이야 말로 차세대 경제계 리더들이 새로운 기업문화, 경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고, 무역규모도 1조 달러를 넘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이 같은 시대에 우리의 정치가 일류를 지향해야 함은 물론이며, 더불어 기업문화와 기업경영, 국내 산업생태계도 일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국민들이 세계 일류 삼성전자의 젊은 사장 이재용이 아니라 벤처기업 창업자인 안철수 원장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새겨보아야 한다.

삼성이 한국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

첫째, 우리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 여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삼성의 투자 여력이면 오너의 결심에 따라 충분히 일자리 여력을 확충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이 한국 대기업의 선방을 반기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기업이 잘 되어야 그 만큼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의 88%는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생활한다. 공기업을 포함해서 대기업 일자리는 고작 10% 남짓이다. 일본만 해도 대기업 일자리가 우리 두 배인 24%에 달하고 중소기업 천국이라는 대만도 중소기업 일자리는 78% 정도다. 미국은 5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절반을 넘는다. 너무 비교가 되지 않는가. 우리 대기업도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가 넘는 일자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의 성장이 국민과 함께 하는 성장이 아니라 '대기업 나 홀로 성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직접 고용여력을 늘리기가 여의치 않다면 중소기업들이 좀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도와야 한다. 영업이익 15조 이상 되는 글로벌 기업답게 협력 중소기업들의 이익을 적정하게 보장해주면 된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00조-10조'를 돌파하던 지난 2009년, 한 삼성전자 납품 중소기업 사장이 언론사 기자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100조-10조의 이면에 협력업체의 극심한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은 거의 모두가 아는 상식에 속합니다. 하지만 최근 새로 삼성전자의 사장이 된 분은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무조건 30%씩 더 깎고, 이에 응하지 않는 업체는 무조건 퇴출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곽정수, <재벌들의 밥그릇>, 2012)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법인세로 복지 기여

오죽하면 재벌 대기업 구매담당 부서 직원의 임무는 협력 중소기업들의 마진을 무조건 3% 밑으로 낮추는 것이며, 대한민국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먹여 살리는 구조라고 말하겠는가. 필자는 소기업을 직접 경영해본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이 간다. 삼성이 3세 경영의 가장 큰 화두로 협력사들의 적정 이윤을 보장하며 '동반 성장'하는 경영방침을 세운다면, 대한민국의 대부분 기업 또한 그러한 방향을 수용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요구하는 재벌개혁은 절반 이상 실현된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세금으로 국민복지에 기여하는 것이다.

고용이 불안하고 소득은 오르지 않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국민들의 복지요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당연한 추세다. 복지를 체계적으로 확대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국가의 조세 수입이 더 커져야 한다.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도 어렵고, 협력업체와 적정하게 이윤을 나누는 것도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면,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여 국민복지에 기여해야 한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삼성전자의 실제 납부 세율은 수년 째 10~15%사이를 오가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법인세율은 22%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절반 정도만 납부하는 것이다. 각종 감면 효과가 있을 터이다. 지금 세계는 지난해 8월 미국 억만 장자 워렌 버핏의 부자 증세 제안을 시발점으로 부자 증세 바람이 거세다. 페이스 북을 창립한 20대의 젊은 부자를 포함하여 수 천 명이 여기의 동의했고 유럽에서도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는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는 한국에서는 아직 전혀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는 대기업 오너를 보지 못했다.

이재용 사장이 재벌개혁 해결할 수 있다

사회 양극화를 완화시키기고 복지를 확대하는데 재벌 대기업이 세금으로 기여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국민이 지금처럼 재벌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고용 기여도 형편없고, 협력업체 납품 단가를 후려쳐서 이익을 내고, 그렇게 낸 이익으로 세금도 제대로 안내는데 재벌 대기업에 우리 국민이 우호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고 세대도 바뀌고 있다.

지금이라도 한국의 1등 기업을 이끌고 갈 차세대 리더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의지를 보여준다면 재벌 개혁과 관련된 실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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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경제가 나빠지면서 서민들이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을 늘리고 카드론 사용빈도가 높아지자 최근 신용카드 대란과 서민가계 파산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상당히 많은 언론매체에서 문제를 삼았던 적이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지난해 은행들의 세전수익이 19조원이었다. 2010년 대비 무려 46%나 상승한 규모다. 세금 내고 대손준비금을 적립하고도 12조원이었다.

얼마나 엄청난지 실감이 나도록 비교를 해 보자. 우선 우리경제의 2010년 성장률은 6.2%인데 지난해에는 3.6%였다. 반 토막이 났다. 그런데 은행은 거꾸로 이익 신장률이 50% 가깝게 뛰어올랐다. 기업에서 이익 신장률이 이 정도면 문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신장률뿐 아니라 이익규모 자체도 놀랍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6조2천억원이었다. 삼성전자조차 지난해 실적은 2010년에 비해 줄었다. 어쨌든 세계적인 제조업 삼성전자의 실적은 한국의 은행들 전체 이익보다 적다. 이미 우리나라 각 은행들이 조 단위의 수익을 올리는 것은 2000년 이후 일상적인 모습이기는 하다. 괜히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것이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책 금융연구원에서 주목을 끌 만한 짤막한 글 하나가 발표됐다. 지난 1월28일 발표된 ‘은행의 상업성과 사회적 역할’이라는 5쪽짜리 논단이다. 논단은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얼마 전 언론매체에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2011년에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일제히 실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냉랭했다. … 반면에 지난 1월6일 삼성전자가 작년에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올렸다는 실적을 발표하자 언론과 여론의 태도는 대부분 칭찬 일색이었다. 경제가 어려운데 은행이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정반대로 그러한 상황에서 수출 대기업이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것이 대체적인 언론과 여론의 반응이었다.”

똑같이 높은 이익을 냈는데 금융업인 은행은 비난하고 제조업인 삼성전자는 칭찬하는 상반된 태도에 대해 논단은 우선 그럴 만한 이유와 근거를 찾는다. 예를 들어 은행은 정부가 허락을 해서 특별히 자신들만 영업을 할 수 있는 규제산업이고 또 부실에 빠지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살려주는 특별한 혜택을 받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맞다. 그런 점이 분명이 있다.

또한 논단은 은행이 낮은 금리의 예금을 받아 높은 금리로 대출해서 이익을 얻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로 큰 돈을 벌고 있고, 그것도 해외시장이 아니라 가계부채가 심각한 국내시장에서 벌어들였다는 데에 여론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역시 맞는 얘기다.

하지만 논단은 은행들이 나름대로 신용평가를 해서 대출을 잘 선별해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고 결코 거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변명이 크게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금융연구원의 짧은 논단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이런 빈약한 설득력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논지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은행이 삼성전자와 같은 사기업과는 다르게 공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공공성’이 있다고 국민이 생각하고 있고 논단의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핵심 논지는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은행도 ‘사적인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지 공익만을 위해 노력할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을 한편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논단 저자의 적극적인 항변 부분이다. 종합하면 은행이 공공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고 있으므로 공공성만 강조하지 말고 상업성과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사적 기업이라고 해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싶다. 이것은 지금 세계경제위기를 몰고 온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기업 경영관점일 뿐 원래 기업논리는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만약 은행을 사적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떤가 하는 것이다. 은행의 성격과 본성이 공공성이라고 한다면, 굳이 사적 기업형태로 만들어 공공성과 상업성의 갈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가. 공기업으로 만들면 그런 고민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민영화가 얼마 전까지 대세였다면 이제는 공기업화를 생각해 보자.

덧붙일 것이 있다. 삼성전자는 칭찬을 받고 은행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정반대다. 지금 재벌은 개혁대상으로 지목돼 다양한 규제와 과세 논쟁이 정치권에서 치열하다. 그런데 은행도 수익규모로 말하자면 재벌그룹 10위권 반열에 들어와 있고, 모두가 지주회사 체계로 돼 있어서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지주회사는 예외로 해서 감시·감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빠져 있을 뿐이다. 은행이 사적기업과 다르게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도 지금 재벌개혁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그래서 제안한다. 은행그룹 개혁도 재벌개혁 범위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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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정치2012. 2. 8. 11:39

제언: 재벌개혁 시민연대를 제안한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목차]
1. 위험수위에 도달한 재벌의 경제력 집중
2. 경제력 집중이 과도하면 사회 권력이 된다
3. 재벌의 과도한 권력을 견제할 세력이 없다
4. 재벌개혁을 위한 시민들의 연대를 만들자

[본문]
1. 위험수위에 도달한 재벌의 경제력 집중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다수 국민들은 소득이 오르지 않고 고용이 불안정성은 높아졌으며, 그 결과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해졌다. 반면 친 기업적 이명박 정부가 집권하면서 규제완화, 감세, 고환율 유지의 뒷받침을 받은 재벌 대기업 집단은 경제위기 와중에서 ‘나 홀로 성장’을 누렸다. 대기업의 성장이 중소기업과 자영업, 노동자에게 전달된다던 적하효과는 작동하지 않았고, 99% 국민과 1%의 재벌 대기업 집단의 격차는 점점 벌어졌다. 급기야 이명박 정부마저 ‘동반성장’과 ‘공정사회’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실제로 변화된 것은 없다.

어려운 대외경제 여건에서도 재벌 대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수출을 늘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벌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커져가는 것은 단지 이들의 사회적 기여도가 적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이 해외시장 진출에 그치지 않고 국내시장에 대한 독과점과 심지어는 골목상권까지 잠식해나가면서 중소기업, 자영업과 상인, 소비자들의 생활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최근 불거진 재벌자녀들의 빵집, 외식업 진출이 단적인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재벌 2~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하는 서민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문제를 삼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 만큼 재벌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 집권 4년 동안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급격히 높아진 결과, 현재 15년 전 외환위기 직전 수준까지 재집중되었거나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5대 재벌의 국내총생산 대비 매출액은 2010년 55.7%이고 이는 1997년 수준에 육박한다. 53개 대기업 집단이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출하액 비중은 2009년 50.1%로 절반을 넘어갔다. 상위 100대 제조업이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출하액 비중도 2008년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가고 있다. 동네 골목까지 대기업 계열사들이 들어오고 있다는 세간의 느낌을 통계가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2. 경제력 집중이 과도하면 사회 권력이 된다.

외환위기 이전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재벌에게 경제력이 쏠리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가? 독과점이 생기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질서가 무너져서 경제의 효율이 떨어지는 일반적인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와 노동자, 상인과 중소기업으로부터 독점 대기업으로 이익과 부가 편중됨으로써 공평한 분배를 달성할 수 없어진다.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의 한쪽 끝에 재벌 대기업이 있다는 국민의 인식과 분노는 여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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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2 / 0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재벌 3세 분할 승계와 경제력 집중 강화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재벌 자녀들 취미생활 접으면 서민생활 살아날까?
2. 재벌 경제력 집중이 핵심 문제
3. 재벌 가문에 의한 경제력 집중 승수 효과
4. 3세 분할 승계 앞두고 경제력 집중 우려
5. 자율 대신 포괄적 규제 필요

[본문]
1. 재벌 자녀들 취미생활 접으면 서민생활 살아날까?

재벌가의 2~3세들이 수입 사업에 꽤 많이 손을 댔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그들이 해외 생활을 하면서 먹고, 입고, 메고, 타고 다니며 익숙해진 것들을 국내로 수입해서 파는 사업이었다. 재벌가 자녀들의 빵집 사업이 파장의 시작이었다.

삼성가 이서현 부사장의 제일모직은 이세이미야케, 콤데가르송, 토리버치 같은 명품 브랜드 옷을 수입하고 있었다. 신세계 정유경 부사장은 신세계 인터내셔날을 통해 조르조아르마니, 코치, 돌체앤가바나 들을 수입해 팔았다고 한다. 롯데가 장재영 사장은 비엔에프 통상을 통해 폴스미스, 캠퍼래들리 등 외국 제품을 수입해왔단다. 문제가 되었던 유럽풍의 베이커리와 카페 사업도 비슷한 방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월 25일, “재벌 2~3세 본인들은 취미로 할지 모르지만 빵집을 하는 입장에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공격하며 문제를 삼겠다고 밝혀 재벌가의 빵집 포기 이벤트를 촉발시켰다. 대통령의 말 자체는 정확히 맞다. 재벌가 자녀들은 하나의 유행 비슷하게 취미생활 삼아 빵집 사업을 했을지 모르지만 인근의 상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은 생존이 걸린 문제이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동네 상인이 “대기업들은 목 좋은 곳에 점포를 내 땅 짚고 헤엄치기인데 우리는 익사 직전”이라고 하소연 한 것이 공연한 엄살은 아니다.

대통령의 취미생활 발언이 나오자 삼성을 필두로 현대, 엘지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발 빠르게 빵집 포기 선언이 줄을 이었다. 특별한 저항도 없었다. 특히 삼성의 민첩한 행보가 눈에 띈다. 지난해 7월에도 소모성 자재구매대행(MRO)사업이 여론의 비난을 받자 즉시 삼성계열사인 아이마켓코리아(IMK)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고 지난해 12월 지분매각 조치를 했다. 올 1월에는 세탁기, TV 등에 대해 엘지와 가격담합행위를 한 것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자, 이를 "회사를 해치는 행위"라면서 담합행위가 그룹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실무자 개개인의 문제인 것처럼 대처했다. 그러더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베이커리 체인 ‘아티제’ 포기 발표까지 즉각 이어졌다.

이같은 재벌들의 즉각적인 반응은 '쏟아지는 소나기를 잠시 피해보자'는 계산일 수 있다. 삼성이나 현대차가 경제적으로는 최고의 실적행진을 하고 있지만, 현재 사회 분위기는 여당까지 나서서 경제 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소리 높여 외치는 상황이다. 따라서 선거를 치루는 올해 1년이 정치적으로는 재벌의 시련기일 수 있으니 잠시 몸을 사리겠다는 생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임시방편적 대응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치권까지 번져나간 국민들의 재벌개혁 요구가 ‘지나가는 소나기’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재벌가에서 모를 리 없기 때문이다. 과연 내외적인 정치적 환경 변화에 맞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구상하는 재벌의 전략’은 무엇일까? 이미 금권과 언론, 관료 인맥까지 쥐고 있는 재벌 가문들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정치적 환경을 구경만 하고 있을까?

지금 재벌에게 중요한 것은 3세 자녀들의 분할 상속과 분할 승계 절차를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분할 승계과정은 필연적으로 또 한 번의 경제력 집중을 수반할 가능성이 높다. 재벌가의 각 자녀들이 맡고 있는 계열 부분을 키워서 분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과 현대차는 차기 정권 임기 중에 3세 분할 승계를 매듭지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대사를 앞두고 빵집 같은 작은 문제로 인해 현재의 재벌 체제가 흔들리면 안 된다. 빵집이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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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손녀들은 동네 빵집을 휩쓸고

10여 년 전만 해도 동네에 고유한 제과점 빵집을 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답니다. 당시에만 해도 동네에서 자영업으로 하는 제과점이 약 1만 8천개 정도였다니까요. 지금 길거리에 나가서 주유소 구경하는 것보다 흔했던 것입니다. 전국에 주유소는 1만 3천개 정도이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자영업자가 하는 제과점이 지금은 약 4천 개 정도밖에 남지 않았답니다. 8년 만에 무려 77.8%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중소기업 중앙회 조사 결과랍니다.

반면 전혀 다른 풍경도 있습니다. 이른바 재벌가 딸과 손녀들이 커피전문점과 제과점을 결합한 형태의 '럭셔리 베이커리' 사업에 너도 나도 진출하고 있다는 것이죠.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계열사 보나비를 통해 커피전문점 '아티제'를 운영하고 있고,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베이커리 '달로와요'와 '베키아 에 누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롯데그룹 장선윤 사장은 '포숑'이라는 브랜드를, 현대차그룹 정성이 전무도 '오젠'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베이커리 사업을 하고 있군요. 재벌가 딸들의 빵집 경연을 방불케 하고 있죠.

규제 풀어주었더니 골목대장 노릇하나

더 가관인 것은 재계 순위 21위인 LS그룹이 최근 계열사인 엘에스네트웍스를 통해 자전거 유통 시장에 진출했답니다. 진출한지 2년도 안되어 전국에 매장을 14개나 열었고, 30~40%씩 할인 행사를 하는 등 공격적으로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답니다. 한발 더 나아가 LG 그룹이 과거 아워홈과 사보텐, LF푸드 등 계열사를 통해 라면·순대 등을 판매하고 있고 CJ역시 비빔밥 등 한식사업에 진출했다는 것이죠. 대명그룹은 계열사 베거백을 앞세워 떡볶이 사업에 뛰어들었구요.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한국의 재벌기업집단들이 총수의 2세, 3세들을 동원하여 늘린 계열사들이 기껏 동네의 빵집, 자전거 가게, 라면, 순대, 떡복이 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규제를 풀어주었더니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로 나간 것이 아니라, 서민이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동네골목으로 치고 들어온 것입니다.

한심하다고 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겠지요. 그렇지만 이미 지분을 취득하여 계열사로 편입해버린 상황에서 상법상 법률적 문제는 아무것도 없으니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아닙니까? 실제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경제 정의에 어긋나고 0.1% 재벌의 독식으로 인해 99.9% 국민의 생계가 위험해진다면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죠.

계열분리 명령제 도입으로 지분 매각처리 시키면 된다.

이와 같이 명백한 재벌의 시장 지배력 행사와 대기업의 독점 횡포를 원천적으로 되돌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계열분리 명령제입니다. 재벌 그룹의 압도적인 독점력을 이용해 골목시장을 잠식하고 해당 지역의 자영업 종사자들을 생계위협에 몰아넣었다면 해당 빵가게 체인이나 계열사에 대해 계열분리를 명령하여 관계된 지분 매각 등을 조치시킴으로써 원인 무효로 만들어야겠지요. 지금은 재벌 대기업에 대해 이런 정도의 강도 높은 규제조치가 수반되지 않으면 꿈쩍도 않을 만큼 우리나라 재벌은 무소불위의 경제권력, 정치권력을 능가하는 재벌권력이 되었습니다. 정부가 추진했던 중소기업 고유 업종 선정이라는 자발적 규율만 가지고는 절대 해결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 연구원은 재벌개혁을 위한 ‘재벌(규율)법’ 제정을 주장하고, 그 재벌법에는 반드시 계열분리 명령제와 기업 분할 명령제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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