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2 / 2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박근혜 경제, ‘원칙 잃은 자본주의’로 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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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알 수 없는 ‘박근혜 자본주의의 원칙’

2. 박근혜경제, 장기침체 터널을 피할 수 없다.

3. 박근혜의 경제 민주화, 과연 5년 동안 생존할까?

4. 창조성 없는 ‘창조경제론’의 시효는 단명될 것.

5. 신자유주의 ‘보수 정권 시즌 2’의 미래


 

[본 문]

1. 알 수 없는 ‘박근혜 자본주의의 원칙’ 

“한창 일할 나이에 퇴출시키는 이런 고용 형태는 앞으로 자제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대기업은 글로벌 해외 기업을 상대로 경쟁해야지 중소기업, 골목상인의 삶의 영역을 뺏으면 안 된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저는 오래 전부터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저의 중요한 경제 정책의 기조로 삼아 왔다.” 

박근혜 당선자가 투표 이후 사실상 첫 공식 외부행사로서 12월 26일 재계와의 회동에서 한 말이다. 5년 전 이명박 당선자가 친 기업(business friendly)정책을 공공연하게 내세우며 재계를 격려했던 것과는 적어도 겉모습이 확연히 다르다. 앞으로 구체화될 박근혜 경제를 예상해볼 수 있는 하나의 암시를 주고 있다. 

같은 시간대에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으로 수년간 힘겹게 싸워온 노동자들이 연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처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박근혜 당선자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합정동 홈플러스 입점 반대를 하는 농성천막은 혹한 속에서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박 당선자에게 투표하지 않은 48%에게는 삶의 끈을 놓아버릴 정도의 좌절을 안겨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인데, 100%국민행복을 공약으로 내세운 박근혜 당선자에게 이들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 또한 박근혜 경제를 예상하게 하는 또 하나의 단서가 될 것이다.

결국, 박근혜 경제정책에서 공식적인 표현과 정책 실행의 불일치, 앞과 뒤의 부조화, 억압과 시혜의 인위적 조합과 같은 모습이 나타날 개연성이 상당히 커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아주 선명하게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당당하게 내걸고 당선되었고, 그 이후에도 그대로 실천에 옮겼던 이명박 정부와 여러모로 비교된다. 정책적 선택의 결과가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우려가 컸을 지언 정, 적어도 이명박 정부는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없었다는 얘기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도 2009년 하반기부터는 슬로건이 조금씩 바뀐다. 2008년 촛불시위와 경제위기의 여파에 따라 처음에는 ‘중도 실용’, ‘공정사회’로 변해가더니 나중에는 ‘상생과 동반성장’으로 수렴했다. 그러나 국정 운영 구호가 바뀌는 와중에서도 대형할인마트의 골목상권 진출은 계속되었고 한미 FTA도 결국은 통과되었으며 인천공항과 KTX등을 포함하여 공기업 민영화시도 역시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박근혜 경제는 정책 구호와 실행내용이 따로 노는 수준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경제정책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경제 가치와 철학, 정책기조, 그리고 개별적 정책들을 관통하고 있는 일관된 체계와 논리구조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칙이 바로 선 자본주의’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실체와 원칙이 불분명한 자본주의를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의 불명료성이라는 큰 위험을 내재한 채 박근혜 경제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2. 박근혜경제, 장기침체 터널을 피할 수 없다.

어쨌든 신자유주의적인 새누리당 뿌리가 같으니 같은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고, 내외적 경제 환경이 달라졌으니 다르게 표현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볼 수 는 있다. 그런데 당장은 박근혜 경제가 현실적으로 이명박 경제와 형식적으로라도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스스로 정권 승계가 아닌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로 유권자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명박 정권의 정책 프레임이 아닌 야당의 정책 프레임 ‘경제 민주화 - 복지 - 일자리’를 차용하여 자신의 선거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경부 대운하 건설, 7%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경제 대국과 같은 그랜드 국가 비전이 위주가 된 5년 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공개적으로 기업 친화성(Business -Friendly)을 내세우기 보다는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강조한 점도 그렇다. 

따라서 달라진 정책 프레임이 얼마나 이명박 정권과의 차별화에 영향을 줄 것인지가 먼저 주목되는 지점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경제 민주화 - 복지 - 일자리’ 등이 결코 그 자체로 진보 프레임은 아니고 얼마든지 보수적으로 재활용될 수 있음을 강조할 수 있다. 새누리당 경제 민주화의 상징이라고 하는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 역시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보면 독일 기민당의 질서자유주의 정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복지가 꼭 진보적 의제로 전용되어온 것이 아니라는 점은 그 동안 수많은 식자들이 확인한 것이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한국에 특수한 재벌시스템의 독식구조가 심각하고 양극화 해소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높으며 OECD국가에서 꼴찌를 기록하는 복지지출 수준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2013년 한국 상황에서 경제 민주화나 복지가 진보적 사회변화로 가는 입구 정도는 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분명 박근혜 당선자나 집권당의 의도와 무관하게 해당 정책 틀에서 나오는 규정력은 박근혜 경제정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박근혜 후보가 유권자에게 최종적으로 내놓은 ‘70%중산층 재건위한 10대 공약’을 보면 80% 이상이 복지와 일자리, 경제 민주화로 채워져 있다. 우리가 박근혜 경제에 대해 국민과 점검하기 시작해야 하는 지점도 여기부터이며, 박근혜당선자가 국민에게 보여주어야 할 경제 실적도 여기서부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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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1 / 13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대침체 속의 세계경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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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사연은 올해 1월부터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번역하고 요약하여 소개하는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 장기적으로 지속 되고 있는 경제 침체 속의 세계 경제에 대해 다룬 10편의 글을 모아 테마북으로 엮었다.

 

[여는 글]

세계 경제 침체가 2008년 이후 5년을 지나고 있다. 5년 전 미국의 투자은행들을 줄줄이 무너뜨렸던 금융위기는 집과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을 타고 실물경제를 잠식했다. 소비는 줄어들었고, 수출은 부진했다. 정부가 경기부양에 뛰어들었으나 긴축재정을 외치는 목소리에 발목이 잡혔다. 재정운영에 관한 논쟁 속에서 그리스와 스페인 등이 휘청이면서 2011년에는 유럽위기의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었다.

일본 경제는 이미 오래 전에 침체에 빠졌고, 이후 미국과 유럽마저 위기에 빠졌다. 그나마 중국이 존재하는 아시아가 가장 양호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성장률도 주춤하는 추세일 뿐 아니라 아시아의 수출 시장이던 미국과 유럽이 침체일로를 겪는 상황에서 아시아만 독자행보를 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다.

IMF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니 2018년까지는 침체 상태일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최소한 2018년까지라고 예측한 것이니 훨씬 더 긴 안목으로 경기 침체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그간 소개했던 세계 석학들의 글 중 경기침체 시대에 필요한 경제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10편의 글을 모아서 테마북으로 엮었다.  

세계의 석학들은 경제 위기 이후 잘못된 경제 정책으로 긴축정책을 손꼽았다. 경제를 돌릴 원동력이 사라진 상태에서 누군가 먼저 마중물을 부어야 하는데, 현재 그럴 수 있는 경제주체는 정부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마저 지출을 줄인다면 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부채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는 복지의 확충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공공부문에서의 일자리 확충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중산층 이하의 소비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스키델스키는 소비 진작과 경기 부양을 위해 부채를 과감하게 탕감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로치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아시아는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통해서 소비와 무역을 증진시키라고 제안한다.

우리의 경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요구가 소비 회복과 경제 성장의 관점에서 필요한 조치이다. 일부에게 집중되어 있는 부를 재분배하고, 더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안정적인 소득을 받을 수 있도록 일터에서, 골목상권에서, 하청관계에서 경제민주화가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 편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은 한국사회가 그리고 전 세계가, 무너진 낡은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마틴 울프가 제안한 거시 불안정성 관리, 금융시스템 개선, 불평등과 일자리 문제 해결, 기업 지배구조 변화, 조세 재도 개선, 정경유착 근절, 공공재의 세계화라는 7가지 개선책은 눈여겨 볼 만하다. 물론 아무리 좋은 방안도 결국 실현하려는 주체의 의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는데, 다가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실현할 수 있는 이를 잘 골라보자.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수연

 

[목  차]

◆ 여는 글   -------------------------------------------- 2

◆ 미국 경제, 침체를 탈출할 구멍이 없다 --------------------- 6
    곤경에 처한 미국 / 누리엘 루비니

◆ 살아남은 아시아, 잃어버린 소비를 찾아라 ------------------ 10 
    위험에 노출된 아시아 / 스티븐 로치 

◆ 중국 경제발전 방향 전환할 때이다 ------------------------ 14
    중국은 경기둔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위용딩

◆ 더 나은 자본주의를 위한 7가지 개선 ---------------------- 18 
    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치기 위한 7가지 방법 / 마틴 울프 

◆ 법인세일까? 주주 배당세일까? --------------------------- 23 
    까다로운 법인세 문제 / 로라 타이슨

◆ 통 큰 부채 탕감이 경기 회복의 지름길 --------------------- 27 
    부채를 탕감하라 / 로버트 스키델스키 

◆ 긴축재정은 독일까, 약일까 ------------------------------ 32 
    긴축이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까? / 로버트 쉴러

◆ 미국의 3차 양적완화는 두 번째 ‘환율전쟁’을 부르나? ---------- 37 
    연방준비제도(미국 중앙은행)와 환율전쟁 /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 루비니, 미국경제의 3차 양적효과 실망스러울 것 -------------- 41 
    회의적인 양적완화 효과 / 누리엘 루비니 

◆ 세계 경기 침체에서 살아남는 국가의 조건 ------------------- 46 
    새로운 세계 경제의 승자 / 데니 로드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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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사람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본질은 바꾸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바꾸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더라도 어렵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려고 흉내만 내는 경우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금방 이전 모습으로 돌아온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 경제가 1%대로 주저앉기 시작하자, 박근혜 후보는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성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보수적인 색깔을 다시 드러내 보였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경제민주화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운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례적 이야기를 반복한 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성장에 부담되는 게 아니라 성장을 돕는 것으로, 경제민주화와 성장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도 제대로 될 리 없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당초에 경제민주화와 성장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이 조금만 약해져도 곧바로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성장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년에 2% 이하로 성장 전망이 떨어지면 성장을 하겠다고 경제민주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거의 확정적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긴 침체에 들어갔다.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까지 매 분기 전기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이어진다면 경기부진 지속기간이 과거보다 더 길어지게 되며, 향후 성장경로도 하방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경기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기 정권을 책임질 대선후보들은 당연히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나 최소한의 성장동력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고려해야 할 성장은 5년 전의 ‘747 성장’과 같은 고속성장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현재의 세계적 장기침체 국면에서 탈출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여기에 답을 해야 한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확실해지는 정도에 따라 재벌 등 일부 보수세력들이 ‘재벌 때리기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식의 반격을 해 올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도 이런 발상을 하는 것 같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는 다음과 같은 의견도 있다. “국내외 경제가 통합돼 있는 상황에서 공급은 충분할 수밖에 없고, 공급 측면에서 투자여력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수요의 충분한 개선 없이는 투자의 급속한 회복은 어렵다는 점에서 수요회복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장에 영향을 줄 경제민주화의 역할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경제민주화는 당면한 양극화의 가장 확실한 해법일 뿐 아니라 내수를 기반으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느냐 여부는 경제민주화 담론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소득불평등 문제로 돌아가서 국민경제 총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가계에 소득이라는 ‘성장연료’를 주입해 주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그렇게 해서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이라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성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새사연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다.

그런데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상호 갈등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대답을 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창업국가 코리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다시 신기술과 창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금 누구에게 창업을 독려하는가. 자본도 없고, 시장수요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에 나서라는 것인가. 아니면 그나마 직장을 잡은 30~40대 직장인에게 직장에서 나오라는 얘기인가. 그도 아니면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퇴직금을 밑천 삼아 창업에 뛰어들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에 뛰어들어 자영업 과잉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아무 때나 신기술이나 창업을 말하면 첨단이고 벤처인 것은 아니다. 제발 아무 때나 만능의 열쇠인 것처럼 ‘창업’ 얘기를 남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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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짱

    창업은 정말 사전 준비와 분석을 꼼꼼히 신중히 해야할 것 같아요, 대선후보님들~ 국민의 마음을 잡겠다고 섣불리 실현 불가능 공약 남발은 절대 아니되어라~

    2012.11.10 10:37 [ ADDR : EDIT/ DEL : REPLY ]

2012.10.2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선이 두 달 안쪽으로 진입하면서 주요 후보들의 공약이 조금씩 구체성을 띠고 논쟁이 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미래 성장전략이다. 지금 시점에서 성장전략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5년 전 17대 대선에서 성장 지상주의 구호였던 ‘747 공약’과는 차원이 다른 성장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지 화려한 고속성장 구호가 아니라 당면한 불황의 늪에서 탈출해 심각한 고용문제를 풀어내고,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그런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 “일부 학자들은 경제위기의 위중함을 '대불황(Great Recession)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 위기가 언제 종료될 것인지 아직 막연할 뿐 아니라 위기 종료의 조건도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은행 총재조차도 장기침체를 인정할 만큼 차기 정권은 불황의 터널을 견딜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가장 늦게 성장론을 피력한 박근혜 후보는 ‘창조경제론’, ‘스마트 뉴딜’이라고 작명한 자신의 성장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 뉴딜은 과학기술과 IT라는 비타민을 통해 시들어 가는 여러 산업에 생기를 다시 불어넣는 것입니다. 우리가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책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을 농어업에 적용해 고부가가치 농어업을 만들고, 제조업에 활용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업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발언은 스마트·정보통신·융합·고부가가치·경쟁력 등의 단어들이 반복되면서 엮어진다. 좋은 말이다. 그리고 첨단 분야에서 기업을 하려면 매일처럼 들어야 하는 단어들이고, 기업경영을 위해 꼭 필요한 개념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국가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기업경영의 시야에서 잡히고 있는 이런 개념들을 ‘산업정책’을 세울 때는 모르겠지만, 국가경영전략을 세울 때도 필요하고 의미 있을까. 최근까지는 대다수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모든 조직을 기업처럼 운영하라는 신자유주의 논리가 지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자본주의 최대 위기라고 하는 대불황(Great Recession)을 겪고 있는 지금도 그런가.

프랑스 지리학자 질 아르디나는 최근 르몽드에 기고한 글에서 “국가는 기업과 달리 이윤추구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의 운영은 시장의 순간적인 성과보다는 긴 역사의 흐름에 의존한다. 국가의 영토도 손실이 난다고 다 팔아치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번쯤 음미해 볼 대목이다. 덧붙여 그는 세계경제포럼(WEF) 등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지수’ 등이 얼마나 임의적인지도 지적했다. "2007~2008년 금융위기가 닥치기 전까지만 해도 아일랜드·아이슬란드·두바이 등은 경쟁력이 높은 국가로 소개됐지만, 이들의 국가경제는 위기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처럼 기술경쟁력이나 첨단부문의 부가가치 창출력 등에만 의존해 국민경제 비전을 세우고 성장동력을 짜는 편협함을 버려야 할 때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차기 지도자들은 여전히 여기에 집착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침체로 가는 것은 기술혁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부가가치 창출력이 약해서도 아니다. 상품의 공급이 취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수요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혁신적인 상품이 발명되고 시판되면 뭐 하나. 살 돈이 없는데. 그래서 경제가 위기의 나락으로 빠지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의 기술 지상주의가 심각하긴 하지만 문재인 후보의 ‘공유가치성장론’도 일정하게 기업 경영학의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안철수 후보의 ‘혁신 기반 경제론’도 기술혁신을 축으로 성장전략을 고민한다는 차원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조금 더 박하게 평가하자면 이런 논리들은 모두 신자유주의와 아무런 불편 없이 잘 어울리던 개념들이었다.

그런데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은 좀 다른 화두를 던졌다. 박 시장은 “사회혁신이야말로 지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될 것”이라며 “사회혁신을 위해서는 국가와 시장·사회의 경계를 넘어선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사회 공동체 역할의 강화, 협동조합의 활성화 등에서 차기 10년의 혁신을 발견하는 것은 어떨까.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김성오 연구위원은 한 기고에서 다음과 같은 기대를 표시했다.

“두레와 계·향약을 통해 전통사회에서 다져진 한국인들의 협동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고, 여기에 한국 사람들의 진취적인 역동성이 더해진다면, 단 10년 만에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 강국으로 우뚝 선 경험이 협동조합에서도 반복될 것이다.” 필자도 그의 기대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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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짱

    경제 문제가 참 중요한데요. 나라살림에 프로패셔널한 조력자들이 함께 동창해서 어떻게 좀 잘 끌어줬으면 좋겠어요. 누가 될 진 모르지만듀~

    2012.11.10 11:27 [ ADDR : EDIT/ DEL : REPLY ]

2012.10.25정태인/새사연 원장

 

착한 경제학의 독자들은 기후변화가 단 한 명도 예외 없이 걸린, 인류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러므로 ‘집단행동의 논리’도 강력하게 작동한다. 나 홀로 아무리 애써봐도 아무 소용 없고 우리나라만 이산화탄소를 줄여봐야 중국이 지금처럼 석탄과 석유를 땐다면 비극을 막을 수 없다. 하여 최근 작고한 오스트롬은 자신의 지론인 다중심접근(polycentric approach)이 기후변화 문제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개인, 지역공동체, 국가, 국제적 협력이라는 각 차원의 중심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태문제의 해결에 필요한 개혁은 시스템 전체를 대상으로 대규모로 일어나야 하며, 1·2차 네트워크혁신(철도와 IT 네트워크)에 버금가는 에너지 네트워크의 혁신이 필요하니 개혁의 심도 역시 깊을 수밖에 없다.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1차 에너지원의 이산화탄소 함유량에 따라 탄소세를 부과한다. 세율을 매기는 원칙은 우선 배기구혁신(부가혁신)이 아니라 엔진혁신(돌파혁신)이 일어날 정도로 높아야 하고, 동시에 제본스역설(기술혁신에 의해 가격이 낮아져서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이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어야 한다. 또한 ‘녹색역설’(green paradox·미래의 가격 상승을 예상하여 현재의 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점진적 증가가 아니라 단번에 인상해야 한다.

정밀한 계산을 필요로 하는 것이긴 하지만 평균 석유 1ℓ당 70∼80원의 세금만 추가해도 8조원 정도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탄소세 외에도 교통혼잡세, 매립세 등 생태계를 파괴하는 모든 요인에 매기는 세금을 생태세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핵과 화석연료에너지 공급을 줄인다. 현재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는 폐쇄하고 추가 원전 건설은 중지한다. 재생에너지 생산의 확대에 비례해서 핵발전의 비중도 줄이는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핵에너지가 청정에너지로 둔갑한 것은 지난 호에 얘기한 것처럼 미래의 위험을 가볍게 여긴 결과로, 다시 말해서 현재의 비용을 미래세대에게 넘긴 결과일 뿐이다.
 
이런 변화는 중앙집중식 에너지체제에서 분산형 에너지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한다. 발전차액지원제(FIT·재생가능에너지 생산비용이 현재의 전기요금을 상회할 경우 그 차액에 대해 보조금을 지원)와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결합하여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분산된 에너지원을 스마트그리드(똘똘한 전력망)로 연결해야 한다. 스마트그리드는 네트워크이므로 공공투자가 집중되어야 하며, 각 기업은 네트워크와의 접속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할 수 있다.
 
셋째, 현재 대기업 중심의 혁신 보조금을 중소기업으로 돌린다. 앞으로 예상되는 장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의 확대가 필수적인데, 이미 충분히 현금을 지니고 있는 대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이런 투자가 상쇄되는 결과를 낳는다. 탄소세 등에 의한 비용 상승과 혁신에 의한 수요 증가는 그 자체로 충분한 투자유인이 된다. 녹색혁신은 그 자체로 불황타개책이다.
 
넷째, 중국이 대대적인 ‘에너지혁신’을 내건 것도 한국이 더 이상 녹색혁신을 미룰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하지만 경쟁만 할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그리고 아세안)에 에너지/환경 협력을 제안해야 한다. 탄소배출 목표와 방법에 관한 합의, 사막화와 황사와 같은 현안 해결, 스마트그리드 표준에 관한 협력 등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정부와 개인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한편 탄소함유량이 낮은 제품(국가는 모든 상품에 탄소함유량을 표시하는 제도를 도입한다)을 선택함으로써 기업에 압력을 가할 수 있고 지역공동체는 예컨대 태양광협동조합에 의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다양한 에너지원을 개발할 수 있다.
 
생태문제는 거대한 사회적 딜레마이고 착한 경제학은 신뢰와 협동을 그 해법으로 내놓았다. 적절한 정책은 이런 협동을 촉진할 것이다. 대처의 용어를 원용하자면 ‘다른 길은 없다’. 이번 대선은 생태문제를 신뢰와 협동으로 풀 지도자가 누구인지 선택하는 일이다.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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