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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30 외고 폐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
주제별 이슈 2009.10.30 07:00
외고를 둘러싼 다양한 입장들

청와대도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형적인 외고를 개선하든 학교 형태를 바꾸든 청와대도 가만히 있어선 안 된다며 해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외고 논란이 우왕좌왕 방향을 잡지 못해 오히려 혼란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입장은 없다.

외고 논란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외고를 자율형사립고(자율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우리나라 사교육 과열의 근본적인 원흉은 외고”라는 이유에서다. 정 의원은 자율고는 내신 50퍼센트 안에 드는 학생이 모두 지원 가능하고 추첨으로 선발해 사교육을 막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막상 외고들의 재정상태를 점검해보니 서울에서 자율고로 전환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건 단 한 곳뿐이었다. 자율고로 지정되려면 학교법인은 학생들이 낸 납입금 총액의 5퍼센트(지방 3퍼센트)에 해당하는 액수를 학교에 내야 한다.

외고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었다. 수능 성적 상위권을 싹쓸이 해온 몇몇 사립외고들을 중심으로 외고 폐지를 반대했다. “정부의 학교 다양화, 수월성 교육 기조에 위배되는 정책”이라는 이유다. 한편 외고가 사교육을 과열시키는 문제를 시인하며 스스로 2011년부터는 영어듣기 평가를 입시전형에서 없애고 입학사정관 전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전교조는 외고를 다른 학교형태로 전환하는 해결책으로는 부족하다며 일반고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다양성, 수월성 교육은 전체 일반고에서도 실현시켜야 하므로 특별한 학교를 설치해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몇몇 학교에 학생 선발권을 주는 이상 소위 명문대에 가기 위한 학생들의 경쟁과 그에 따른 사교육 팽창은 막을 수 없다는 논리다.

외고의 핵심문제 세 가지

중구난방 쏟아지는 해법들 속에 공통점이 있다면 외고를 어떤 식으로든 개혁하거나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참여정부 시절, 교과부가 외고를 특성화고로 전환시키는 안을 제출했을 때 격렬히 반대하던 한나라당과 외고 스스로도 지금은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면 외고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첫째, 외고는 입시기관화 됐다. 외고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골라 뽑아 명문대나 아이비리그 진입을 위한 혹독한 ‘훈련’을 해주는 엘리트 학교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학 영재를 육성하기 위한’ 본래의 목적과 달리 수학 성적 우수자를 먼저 뽑고 수능보다 어려운 영어듣기 평가를 한다. 중학교 내신도 반영하며, 입학 후에는 수학, 과학 등을 배우는 이과반을 운영하거나 방과 후 수업이나 방학 보충수업을 통해 편법적인 입시 위주의 국영수 수업을 해왔다. 대입 시에는 몇몇 주요 사립대가 외국어 과정의 이수 정도나 토플 점수 등에 가산점을 주거나 내신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외고에 특혜를 주기까지 한다.

그 결과 외고는 명실상부한 ‘입시전문기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2009년 서울, 경기 지역 외고의 SKY대(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학률은 41.1퍼센트에 달했고, 대원외고의 경우는 SKY대 진학률이 84.6퍼센트였다. 아이비리그 합격생 수는 74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취업 현황을 봐도 역대 법조인 수에서 대원외고 출신은 322명으로 경기고(441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둘째, 외고는 ‘사교육 광풍’을 불러왔다. 명문대에 진입하기 위한 최고의 코스로 외고를 가고자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자 외고 입시는 점점 치열해졌다. 일반 중학교 교육만으로는 외고입시를 통과하기 어렵다. 이는 얼마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서울지역 6개 외고입시 영어듣기 평가 문항의 난이도를 분석한 결과가 뒷받침한다. 영어듣기 평가의 수준이 고교 1학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학교 교육만으로는 입학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사교육과 특목고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은 민주당 김춘진 의원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전국 30개 외고 학생 2882명과 같은 지역 일반고 27개교 학생 295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외고 재학생 중 입학 전 특목고 전문학원에서 사교육을 받은 학생이 84.4퍼센트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수도권 외고 학생 중 91.6퍼센트는 사교육을 1년 내내 받고 있다고 답했다. ‘평생 성적, 초등 4학년에 결정된다’는 책제목처럼 특목고를 가기 위해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또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모인 특목고 내에서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 학생들은 끊임없이 사교육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외고는 ‘있는 사람들만의 리그’다. 서울 소재 외고를 보면, 학부모가 부담해야 하는 1년 학비는 서울외고 850만 원, 대일외고 790만 원 등 2008년 평균 700만 원이 넘는다(안민석 의원실). 일본 50~100만 원, 유럽이나 미국 300~400만 원 선에 이르는 해외여행 프로그램이나 유학반을 운영하는 외고의 특성을 감안하면 지불해야 하는 교육비는 연간 1000만 원에 육박한다.

외고생들이 한 달에 100만 원이 넘는 사교육을 받는 현실을 감안하면 연간 2000만 원이 넘게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부모’만이 자녀를 외고에 보낼 수 있다. 저소득층 자녀의 경우 공부를 아무리 잘 해도 외고는 ‘그림에 떡’이다. 이에 따라 외고생의 아버지는 상위직 비율이 50퍼센트, 어머니는 전업주부 비율이 65퍼센트에 달한다.

한나라당이 입장을 전환한 이유

외고의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지금 ‘외고 폐지’를 얘기하는 걸까. 특히 한나라당이 입장을 전환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 특목고를 안 건드리고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가 ‘친서민’ 행보의 첫 걸음으로 제기한 사교육비 절감 대책이 학원 심야영업 제한 조치 이후 별다른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초/중학생 사교육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특목고에 대한 대책은 필수적이다. 이것이 성공만 한다면 정부의 지지율이 크게 상승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이번 대책을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의 일환인 자율고 100개 설립이라는 정부 계획을 완성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아직 정확한 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언론에 따르면 정두언 의원은 특성화고로 전환한 후 각 사학이 지정요건을 충족하면 자율고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부는 일반고로부터 지원을 받아 올해 30개교를 선정, 2011년까지 100개의 자율고를 만들 계획이었다. 그러나 각 사립고의 호응은 예상보다 낮았다. 우선 서울지역은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와 달리 자율고에는 학생 선발권을 주지 않고 내신 50퍼센트 내의 학생이면 누구나 추첨으로 선발할 수 있도록 하자 각 사립고가 우후죽순 자율고 신청을 철회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율고로 전환한 후 우수 학생을 유치해 명문고로 부상하려 했던 사립고의 속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자율고로의 전환을 신청한 사립고 중에는 자율고의 지정요건을 충족하는 사학재단이 거의 없었다. 정부가 법인전입금 요건을 납입금 총액의 25퍼센트(자립형 사립고)에서 5퍼센트로 현저히 낮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급한 정부는 ‘자격미달’의 사학들을 상당수 자율고로 지정했다. 서울시가 지난 7월 선정해 발표한 18개 자율고 가운데 8개는 2007년을 기준으로 법인전입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학교이고, 3개 학교는 “현 시점에서는 미달이지만 학교 구성원들이 전입금을 내겠다”고 각서를 썼다. 전국적으로도 본래 계획이었던 30곳에 못 미치는 20곳의 자율고를 지정한데다, 그 가운데 법정전입금 기준을 충족시키는 학교는 절반 정도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자율고 100개 설립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외고 폐지 후 자율고로 전환’이라는 대책은 입시경쟁과 사교육 팽창의 요체라는 외고를 폐지하면서 계획대로 자율고를 확대하려는 셈법임을 엿볼 수 있다.

한편, 한나라당의 ‘외고 폐지’안은 각계에 화려하게 진출한 특목고 동문들이 학교의 브랜드를 내세워 새로운 ‘권력’ 카르텔을 형성하는데 대한 강한 견제의 측면도 있다. 특목고 졸업생의 70퍼센트 이상이 명문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 외무고시, 행정고시 등 각종 국가자격시험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지난해 외무공무원으로 임용된 외무고시 합격자 31명 중 특목고 출신이 17명이나 된다(<동아일보> 09.08.13 기사 참고). 2009년 현직 판사수를 봐도 경기고 38명을 제치고 대원외고 출신이 59명으로 1위다. 과거 경기고 출신이 고위공무원을 휩쓸었던 것처럼 10년 후에는 특목고가 그 명성을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외고 문제의 진정한 해법은 어디에

1980년대에 설립된 이래로 90년대부터 전성기를 누린 외고는 입시경쟁과 사교육 팽창을 유발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전형요소를 바꾸는 등 외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지만 외고는 요리조리 규제를 피해갔다. 내신 비중을 높여 특정 지역에 합격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려하자, 영어듣기 시험 난이도를 어렵게 하고 창의/사고력 시험을 통해 수학시험을 보던 외고였다. 국영수 지필고사를 금지하면 심층면접을 통해 구술로 시험을 봤다. 그러던 외고가 국감을 계기로 모두 한 목소리로 ‘폐지’라는 초강수를 두자 움찔하며 자구책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그 자구책은 초라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2009학년도부터 창의/사고력 시험이 폐지되고 영어듣기 시험을 공동 출제하도록 한 상태에서, 현재 외고는 영어듣기 시험을 폐지하고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듣기 시험을 없애도 자유로운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한다면 얼마든지 영어능력을 시험할 수 있다. 내신을 집중적으로 높이기 위한 사교육 팽창도 막을 수 없다. 지금까지 내신을 반영할 때 수학과 과학에 가중치를 두던 관행도 사라질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외고의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외고에 대한 해법들을 짚어보고 향후 외고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해본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