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 12. 23. 10:17

전교조 교사 7명이 중징계를 당했다. 4명은 해임, 3명은 파면 조치 됐다. 지난 10월에 치러진 일제고사에서 학부모의 허락 하에 거부의사를 밝힌 학생들에게 체험학습을 허락한 것이 그 이유다. 89년 전교조 출범 후 교사가 대량으로 해직된 이후 20년 만에 벌어진 초유의 사건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전교조 죽이기’ 합작품이라 볼 수 있다.

MB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융단 폭격’

비단 이번 사건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의 집권 1년 간 전교조는 전방위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올 상반기 ‘미친 소, 미친 교육 반대’를 외치며 들불처럼 일어난 촛불 정국에서 정부는 난데없이 전교조 교사를 그 배후세력으로 몰아갔고, “전교조에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라는 플래카드를 서울 곳곳에 나부끼게 했던 공정택 교육감은 당선 후 전교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이에 가세한 보수우익단체들은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으로 결집해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고소하는가 하면, 전교조 소속 교사의 명단 일부를 인터넷에 공개해 물의를 빚었다. 그들은 또한 “전교조로부터 어린 영혼을 지켜내기 위한 ‘학부모 가이드북’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광고를 싣고, 그 가이드북을 통해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는 명문대 진학률이 낮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시키기도 했다.

게다가 교사들을 중징계 내릴 때와 같은 시기인 11일에는 서울지방검찰청이 주경복 후보 선거자금 지원 의혹을 이유로 전교조 서울지부 사무실을 기습 방문해 압수수색을 벌였고 22일에는 전교조 서울지부장 등 간부 3명을 체포했다. 학원장과 교장들에게 18억 원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은 공정택 교육감의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에서는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압수수색이 ‘전교조 표적수사’라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이러한 때, 20주년을 맞은 전교조에 새로운 지도부가 선출됐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위원장-수석부위원장은 “MB식 경쟁교육을 넘어 전교조, 변화의 중심으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51.7퍼센트의 득표를 얻은 기호1번 정진후-김현주 후보다. 이들은 과연 전교조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까.

국민과 함께 교육개혁의 토대 만들기

사실 현재의 전교조의 위기는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전교조 창립 후 소속 교사들의 참교육을 향한 열정과 의지에 박수갈채를 보내던 국민들이 ‘조합이기주의’라며 전교조를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누적돼 온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정진후·김현주 당선자는 구조조정론을 앞세운 7차 교육과정 폐지 투쟁, 네이스 투쟁, 교원평가 반대 투쟁 등 교원정책 중심의 투쟁을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고 국민과 함께 하는 이명박 교육정책 반대 연대전선을 형성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폭넓은 연대로 대중성과 정치력을 확보해 2010년 지자체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16개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이명박 교육정책을 심판하고 정책의 전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과 불만은 매우 높다. 0교시, 야간자율학습 등의 규제를 푸는 학교자율화 조치부터 일제고사 실시, 국제중/자사고와 같은 특수학교 설립 등 정부의 정책으로 입시경쟁 구도가 강화되고 전체 교육은 소수의 부유층을 위한 것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시기에 전교조가 교사의 이익을 위한 것보다 국민과 소통하며 참교육을 위한 정책을 앞세우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년 만에 교육 전체를 뒤흔들며 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멈추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국민 모두의 힘을 모으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왜곡되고 뒤틀린 교육시스템은 교사 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주체가 되어 그 방향과 내용을 수립해야 근본적인 개혁이 가능하다. 교사가 아닌 국민의 입장에서 교육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전교조를 향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돌리고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올바른 교원평가제 만들어 실행하기

그런 의미에서 ‘뜨거운 감자’인 교원평가에 대해 그동안 전교조가 반대 입장만 고수하던 것과 달리, 당선자가 현재의 교원평가를 올바르게 발전시켜 실시할 의사를 밝힌 것은 중요한 대목이다. 기존에 정부에서 내놓은 교원평가 안은 교장/교감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근무평정이 큰 부분을 차지해 교사들의 반대여론이 높았다.

따라서 당선자는 학교에서 승진을 위한 점수 따기 도구로 인식되는 근무평정을 폐지하고 교장 승진제도를 개혁한다면 학교교육 혁신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평가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제대로 된 교원평가를 통해 부적격 교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전교조가 찬반 입장을 넘어 올바른 교원평가 제도를 만들고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국민과 소통하며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전환시키겠다는 당선자의 공약에는 폭넓은 연대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실현경로가 없다. 당선자는 공약을 통해 ▲시민단체와 연대해 국제중, 자사고, 특목고, 일제고사 저지 ▲어린이, 청소년 건강기본법 제정 및 친환경 우리 농산물 급식 운동 전개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원정원 확보, 교장 공모제 실시 확대 투쟁을 그 구체적 계획으로 밝혔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은 시민단체와의 연대로 좁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교육문제는 온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핵심의제로 떠올랐다. 극심한 경기불황 속에서도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는 평범한 서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한계를 넘어섰다. 80년대 전교조 설립 당시 일어난 참교육 운동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듯, 전교조가 전체 국민의 교육에 대한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며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보다 근원적인 각오가 필요한 시점이다.

MB식 경쟁교육 넘어설 대안 찾기

전교조의 위기에 또 다른 이유로는 구체적인 대안 없이 대규모 연가투쟁이나 농성 등 반대 투쟁만을 반복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내용이 옳다 하더라도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대안을 함께 제시하지 못하면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 “사안마다 무작정 힘으로 맞서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현안에 따라 투쟁의 수위는 다르게 판단해야겠지만 전교조가 주장하는 내용과 그 대안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선자가 ‘MB식 경쟁교육’을 넘어설 수 있는 대안으로 내놓은 정책으로는 교육복지체계 확립과 새로운 학교운동이 있다. 당선자는 교육복지 확대를 위해 교육여건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농어촌교육특별법 제정과 교육격차해소법 등 소외 지역과 계층의 교육복지를 확대하며, 새로운 학교운동을 위해 21세기에 필요한 학교교육의 상을 연구하고 실천하여 모범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소수의 인재 양성이 아닌 모든 학생의 다양한 잠재력 개발을 위해 부실한 공교육 환경을 개선하고, 이를 토대로 미래 사회에 걸맞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학교 대개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다. 입시경쟁 교육과 사교육 문제가 ‘공교육의 위기’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돌리려는 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학부모들의 질 높은 공교육에 대한 요구 속에서 이러한 교사들의 노력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육은 학교를 내적으로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보이는 당선자의 공약으로는 참교육연구소를 확대 개편하고 교사와 진보적 학자 간의 연구 네트워크를 만들어 교육철학과 담론, 대안을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하는 것이 있다. 각각의 현안에 대한 대안을 창출하는 것보다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필요한 우리의 교육 상황에서 이런 계획은 장기적으로 큰 효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교사와 학자만이 아닌 국민과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MB식 경쟁교육’을 넘어 국민이 바라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대안을 설계하는 교육전문가로서의 전교조를 기대해 본다.

한편, 전교조 내적으로는 조합원과의 소통을 원활히 만들지 못하고, 정파 간 다툼으로 하나의 단일한 의견을 모아 힘을 집중해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것도 전교조 위기에 한 몫을 차지한다. 이에 당선자는 조합원 의견조사를 상설화하고 조합원 총 투표제를 도입해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전교조의 방향을 설정하고 연가 투쟁 등의 주요 전술과 전교조 장래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는 조직구조 개편 결정에 조합원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정책은 교사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중요한 토대가 될 수는 있지만, 정파 간 차이를 뛰어넘는 단결을 이루기 위한 방안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번 선거에서 경합을 벌였던 각 후보들의 정책들을 분석해 전교조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은 적극 포용하는 등 통 크게 단결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당선 후 첫 과제, 일제고사 반대...학생의 학습권 지키기

이번 전교조 선거에서는 지난 활동에서의 과오를 반성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교조에 대한 국민들의 비판적 여론과 안팎의 위기의식이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 역시 그에 맞춰 교원정책 중심의 투쟁보다 국민과의 소통으로 이명박 정부의 경쟁 위주의 교육시스템을 전환하는 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표명했다.

그런데 이들이 한 발짝 내딛기도 전부터 이명박 정부의 ‘전교조 죽이기’ 작전은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현재 전교조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길은 21세기에 맞는 참교육에 대한 대안과 실천으로 국민적 지지를 얻고 국민과 함께 교육개혁을 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일제고사에서 체험학습을 허락해 징계를 받은 교사들과 동료교사는 서울시교육청 앞으로 촛불을 들고 모였다. 학부모들은 대책위를 만들어 부당 징계 철회를 주장했다. 학생들은 23일에 있을 중학교 1·2학년 대상의 전국연합학력평가 때도 현장학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의 아이들에게 같은 시험을 치르게 하는 일제고사는 아이들을 성적으로 한줄 세우며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학습을 방해하는 입시경쟁 강화의 한 방편이다. 이러한 일제고사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아이들이 희생양이 되도록 놔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교사의 상일까. 이는 교사가 아닌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그럼에도 아직 다수의 학부모는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선생님이 학생들 시험을 안 보게 하지?’ 라는 식의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 당선자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국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득하며 헌신적인 문제제기를 지속해야 한다. 그리고 그전에 교육을 걱정하는 국민들과 함께 학생들의 성적 평가에 대한 전반적인 상과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현재의 일제고사와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보다 교육적이고 질적인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지를 밝혀주어야 진정한 교육대안 세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원초등학교 박수영 교사 외 해임교사들은 아직 출근을 하고 있다. 특히 박 교사는 아이들이 졸업할 때까지 함께 공부하는 자신의 꿈을 지키기 위해서다. 교장은 시설보호 요청을 빌미로 경찰을 학교 안까지 불러들였다.

“우리 선생님을 쫓아내지 마세요. 우리가 선생님 지켜줄게요.”

해임된 선생님과 끝까지 수업을 하기 위한 학부모와 아이들의 눈물겨운 싸움이 시작됐다. 전체 교사의 뜻을 모아 줄 세우기식 경쟁교육이 아닌 학생 모두의 자아실현을 위한 교육을 추구하겠다는 새로운 집행부의 의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적극 표출되기를 바란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위기의 한국교육> 연재기획 목차

① ‘사교육비 두 배, 공교육 붕괴’로 향하는 MB교육
② 맹목적 시장론자들의 위험한 교육실험
③ 수월성 교육의 뜻도 모르는 이명박 정부
④ 학교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명박 정부 1년이 채 안 되어 대선 당시 내걸었던 교육공약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은 정반대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은 ‘미친 교육’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사교육비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학교자율화 정책이 사실상 사교육 성장 정책임을 간파한 사교육 시장은 경기침체에도 제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교육모임은 ‘위기의 한국교육’ 4회 연재기획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사교육비를 급증시키고 있는지 진단하고, 실패한 영국의 교육개혁 과정과 붕어빵처럼 유사한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교해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미래상을 그려 보려 한다. 그리고 대안적 사례로 ‘형평성과 수월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핀란드 교육을 들여다보며 우리식 교육개혁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공부 잘 하는 아들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등골 빠지게 일하는 성욱, 은행에서 명퇴 후 교사 아내와 사춘기 딸에게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받으며 사는 기영, 이국땅에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유학 보내고 홀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기러기 아빠 혁수. 영화 ‘즐거운 인생’(감독 이준익)의 주인공은 이 시대 아버지들의 군상이다. 그들이 즐거운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된 배경에는 버거운 사교육비와 왜곡된 학벌사회가 자리하고 있다.

7퍼센트 성장 공약, 사교육비 분야에서만 초과 달성

입시경쟁과 학벌사회 풍토로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사교육비 부담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제침체와 물가폭등에도 불구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2/4분기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4분기 10.1퍼센트에서 11.0퍼센트로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는 28만 3,211원으로 지난해보다 18.6퍼센트 증가했다. 2003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사교육비(학습지 제외)가 18.4퍼센트 증가해 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7만 원에 약간 못 미치던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도 안 돼 올해 1분기에 19만 원, 2분기에 20만 원 선을 돌파하면서 연이어 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 내세웠던 경제 7퍼센트 성장 공약은 이제 어디에서도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공약(空約)이 되었건만, 유독 사교육비만큼은 목표를 두 배 이상 초과 달성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사교육비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층에 따른 학벌 대물림’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2일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3~2008년 상반기 소득별 가구소비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득수준 상위 10퍼센트 계층의 교육비 지출액은 월평균 58만 192원으로, 하위 10퍼센트의 7만 4,193원보다 무려 7.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평균 소비지출 비중을 비교했을 때, 하위 10퍼센트 소득계층의 경우 교육비 비중이 2003년과 2008년 상반기에 7.3퍼센트로 같은 데 반해, 상위 10퍼센트는 2003년도 11.5퍼센트, 2008년 상반기에는 13.0퍼센트로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결국 소득 하위층은 점증하는 사교육비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된 반면, 소득 상위층은 사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로 학벌 세습구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폭증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이 명백히 갈리는 것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필연적 결과로 보인다. 공교육의 몰락과 사교육의 득세, 10퍼센트 내외의 명문 사립학교와 대다수 별 볼일 없는 공립학교로 구분 편재되는 중등교육 구도, 소득 상위 계층의 귀족교육과 중하위 계층의 교육 포기와 방치는 수 년 후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대한민국 교육의 암울한 미래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불과 1년 사이에 우리 교육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사교육비 두 배’의 출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지난 대선 시기 이명박 후보는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을 교육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학교 불만 두 배, 사교육비 곱절’의 형국이다.

사교육비를 급증시키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각각 살펴보자.

먼저, 인수위 시절부터 논란을 빚었던 영어몰입교육을 골자로 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이미 사교육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어 사교육비를 확실히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게 영어수업을 실시하자 조기 유학이 급증했던 사례를 통해서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97년 241명이던 초등학생 유학생은 2004년에 6,276명으로 무려 26배나 늘었다. 영어유치원이 유행처럼 번졌고 초등학생 영어 과외는 이제 필수가 되고 있다. 수업료가 100만 원 가까운 영어유치원도 몇 년 전에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 1, 2학년의 74퍼센트(2006년)가 영어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 1학년부터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대입 시 국가 영어평가시험을 도입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영어 사교육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 발표 후 3~6월 사이, 초등부 프리미엄 사교육 업체인 정상JLS와 CDI홀딩스의 평균 수강생 수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60퍼센트와 49퍼센트 증가했다. 여기에 삼성그룹이 채용 전형에서 ‘영어말하기 시험’을 채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영어 관련 교육주가 연일 강세를 보였다. 증시의 이런 민감한 반응은 현 정부 영어 정책의 정확한 귀결점인 영어 사교육 시장 및 관련 업체의 급성장을 입증하고 있다.

초중교 입시 부활시킨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다음으로 국제중 설립과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사실상 초중교 입시를 부활시켜 전반적인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국제중 설립은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과 맞물려 초등학생 조기 유학과 영어 사교육시장 팽창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어, 국사 외의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니 입학전형에 영어시험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수업을 따라가려면 영어 선행학습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중은 이미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특목고/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한 전 단계로 인식돼 치열한 ‘국제중 입시경쟁’을 낳는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청심국제중의 2007년 일반전형의 경우 5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30년 만의 초등학생 입시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국제중 설립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초등 사교육시장의 비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 100개, 마이스터고 100개 설립 계획은 현재 100개가 넘는 특목고를 몇 배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특목고와 같은 학교를 늘리면 사교육비가 그만큼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듯 특목고 역시 사교육 없이는 따라가기 힘든 교육과정과 명문대 진학을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막대한 사교육비가 들 것이 뻔하다. 물론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는 초중학생의 사교육비 증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는 특목고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외고의 사례를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2006년 12월 당시 이경숙 의원(열린우리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월 1일 기준 서울시내 5,911개 입시/보습학원 중 강남구 676개(11.4퍼센트)를 비롯한 상위 6개 자치구에 전체의 46.7퍼센트에 해당하는 2,758개 학원이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502개, 양천구 495개, 노원구 391개, 강동구 367개, 서초구 318개 순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순서가 외고 입학생이 많은 지역의 순서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특목고와 사교육 사이의 상관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이는 초등 6학년 학부모의 30퍼센트가 자녀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고, 특목고 진학 희망 초등학생의 94.2퍼센트와 중학생의 87.6퍼센트가 사교육에 참여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2007년 3월 조사 결과와 궤를 같이 한다.

명문 학교와 열등 학교 가를 ‘학교 한 줄 세우기’

마지막으로 일제고사, 학교정보공시제, 학교선택제 등 일련의 ‘학교 한 줄 세우기’ 정책 역시 학교 간 경쟁에 불을 붙여 사교육비를 급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들은 쉽게 말해 물건을 살 때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 학부모가 학교를 ‘올바르게’ 선택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이에 정부는 그 기준으로 ‘일제고사 성적’라는 가격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공개된 일제고사 성적과 명문 학교 입학률을 기준으로 각 학교는 1등부터 꼴등까지 한 줄로 서게 된다. 조금이라도 등수를 올리기 위한 학교 간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각 학교는 학생 간 입시경쟁을 조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시경쟁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사교육을 부른다. 또한 그동안 30퍼센트의 학생들이 특목고, 자사고와 같은 명문대 진학 패키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99퍼센트의 학생들이 열등 학교를 가지 않기 위해 사교육에 참여할 가능성도 크다.

폐교도 불사한 블레어의 교육 정책, 결국 교육 양극화만 키워

올해 1월, 각 언론 및 증권사들은 건설과 교육 업종이 ‘MB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건설과 학교자율화 공약 때문이다. 정부는 분명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교육정책이라 주장했지만 각 언론 및 증권사, 투자자들은 공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확대시킬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2월부터 교육 관련주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능률교육, 에듀박스, 디지털대성, YBM시사닷컴, 포넷, 삼성출판사, 웅진씽크빅 등 교육주가 현 정부 출범 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시장은 학교 자율화 정책이 사실상 사교육 성장 정책에 다름 아님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고통을 느끼고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건만 이명박 정부는 왜 이 같은 교육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현 정부의 교육 개혁 드라이브는 교육에 시장주의 원리를 적용하면 성공한다는 확신에 기초해 있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품과 기업이 도태되듯이 공교육, 심지어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조차도 품질이 떨어지면 도태시켜야 한다는 신념이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교육의 질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장주의적 교육 정책은 학교 간 경쟁을 앞세운 영미식 교육개혁을 그 모델로 한다. 그 가운데서도 현 정부의 정책은 주별로 편차가 다양한 미국식보다 영국식 모델과 매우 흡사하다.

대처 정부의 등장과 함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한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의 집권 이후 시장주의와 경쟁원리에 입각한 교육개혁을 강하게 추진했다. ‘시장주의와 경쟁원리’는 현재 이명박 정부의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 학교에 더 많은 자율권을 주겠다고 내건 취지도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과 판박이다. 블레어 정부는 학교 간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2002년부터 교육기준청(OFSTED)의 평가 결과에 따라 낙제점인 학교를 퇴출시키는 극단적인 정책도 실시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교 간 경쟁 정책이 과연 영국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학력과 만족도를 높였을까? 결과는 정반대였다. 재원이 충분하고 상위층 자제들이 몰린 일부 사립교는 탄력을 받았지만 대다수 중하위층 서민들 자녀가 다니는 공립교는 갈수록 교육의 질이 부실해지고 교육 환경이 황폐화되었다. 영국 교육기준청 보고서는 공립학교의 절반이 학부모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강화된 경쟁 속에서 1999년 영국 국립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영국 어린이 가운데 10퍼센트가 불안, 우울증, 강박관념, 임상적으로 주목할 만한 행동장애와 과잉행동 같은 갖가지 정신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30퍼센트에 달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은 사실상 교육에서 방치되고, 매년 1만 2,000명의 학생들이 영구퇴학을 당하고 있으며, 재학생 800만 명 중 100만 명이 사전 허락 없이 결석을 하고 15만 명의 아이들은 정학처분을 받고 있다.

폐교도 불사하겠다는 교육정책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와 한국이 1, 2위를 다툰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영국은 7, 8위권으로 중하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IMD 교육경쟁력 주요 국가별 순위에서는 27위로 한국(29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패한 영국 교육 따라하기 당장 멈춰야

한번 잘못된 궤도에 들어선 정책은 교정되기보다는 점점 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2006년 블레어 총리는 더욱 강화된 교육 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노동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로 간신히 법안이 통과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블레어에 이어 2007년 집권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성적이 나쁜 학교가 2013년까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폐교 또는 흡수 통합하겠다며 경쟁 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체 공립학교의 5분의 1이 문을 닫게 된다.

이처럼 실패한 영국의 교육개혁이 우리와 무관한 일일까? 이명박 정부의 프로젝트대로 국제중과 자사고 특목고 300개가 생기고 입시경쟁의 심화와 사교육의 팽창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면 나머지 6,000개 공립학교들이 처하게 될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경쟁력 미달’을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폐교 통보를 받게 된다면? 아니 그 이전에 빠듯한 살림살이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어 몰입교육과 국제중 입시학원, 다시 중학교에서는 명문고 입시 사교육 과정을 양껏 따라가지 못해 결국 ‘별 볼일 없는’ 열등 공립학교에나 다니게 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초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

금융 세계화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던 신자유주의가 바로 그 금융의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의 막차를 따라가고 있다. 교육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20여 년 간 철저한 실패로 귀결된 영국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 따라하기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잘 읽었습니다. 스크랩해 갑니다.

    2008.10.30 01:2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