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9 / 18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2012 대선 정당별 노동시장 정책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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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새사연은 이번 대선이 수개월 전인 4.11 총선처럼 상호 비난과 폭로전을 반복하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정책대결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나라의 운명과 방향을 결정할 대선 국면인 만큼 폭넓은 시야와 방향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갈 비전이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제시되길 바란다. 아직은 정책과 공약이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못한 단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의 저서와 발언을 중심으로 정책 맥락을 짚어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정책선거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요 약]

5년 전에 비해 올해 대선에서 상당히 다른 특징을 보이는 정책 부분이 바로 노동시장 정책이다. 물론 5년 전에도 일자리 정책은 명목상 가장 중요했지만, 300만 개, 500만 개 식으로 의미 없는 일자리 개수 경쟁만 난무했고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책이 위주이다 보니 무게를 둘 수 없었다. 그러나 18대 대선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나 청년과 여성을 위한 일자리 수요창출 정책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제안들에 상당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 나아가 단순한 일자리 개수를 넘어 나쁜 일자리 개선을 포함하여 노동시장에서의 각종 차별과 격차를 없애거나 줄이기 위한 정책들도 공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사내 하도급법처럼 일부 제안들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등 차별해소에 역행하거나 역부족인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사연은 일자리 창출과 차별과 격차 해소, 그리고 저임 노동자 지원이라는 범주에서 주요 대선후보 정책을 비교 평가해 보았다.

 

[본 문]

둔화되는 고용률 상승세, 심화되는 불평등, 노동시장 정책 전환으로 이어지나?

대선후보들이 앞다투어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낮은 성장률과 고용률, 점점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양극화,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원인으로까지 거론되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노동시장 정책 전환과 관련된 최근 대선후보들의 공약들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이는 전체 일자리 수를 늘리는 정책과 함께, 청년, 여성, 중고령자 등 노동시장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을 위한 정책들을 주요 공약으로 하고 있다.

두 번째는 노동시장 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및 노동시장 내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이다.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저임금 노동자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는 대선후보들의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에 대해 알아보고, 그 공약을 통해 실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또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자리 창출 정책 비교

일자리 창출 정책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대선후보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이다.

 

o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는 현재 모든 대선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민주통합당의 손학규 후보로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해 이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손학규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후보들 역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총선 시기 모든 당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연평균 노동시간을 2,000시간 미만으로 줄여 장기적으로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주 5일제 도입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고용률 제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다.

각 당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경우 노동시간을 줄이는 중소기업이나 노동자 등에 혜택을 주는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단축한 주체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국내 노동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노동시간을 줄인 중소기업, 노동자에 대한 혜택만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하청, 파견기업의 경우 노동시간은 대기업의 노동시간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강조하고 있는 규제방안도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기 위해서는 혜택을 통해 민간부문의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구체적인 법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실행에 있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의 확산을 막는 방안이 함께 수립되어야 한다. 다른 당들이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새누리당의 경우 시간제 정규직을 노동시간 단축의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간제 정규직의 확대는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로 볼 수 있는 노동자를 증가시킬 것이다.

단시간 노동자를 증가시키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시행될 경우 노동시장의 질적 수준 악화를 가져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노동시장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체적인 정규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방안을 통해 안정된 정규직 노동자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의 정책 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o 일자리 창출 중점 분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각자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 방안과 분야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발견된다.

우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우 출마선언문에서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 문화 소프트웨어 산업과 아이디어?벤처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후보들은 공공부문 및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고 있는데, 문재인 후보는 복지분야의 확대와 함께 사회서비스산업의 일자리 확대를 강조하고 있으며, 정세균 후보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분야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실행가능성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제조업 고부가가치화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경제성장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지만, 지금껏 우리 경제가 목표로 삼아 실행해 온 전략이기도 하다. 또 문화 소프트웨어 산업과 아이디어 벤처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이미 실행했으나 큰 효과는 보지 못한 정책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지금의 선언적인 수준의 공약으로는 어떻게, 얼마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공약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확보에 대한 지원이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함께 수립되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것처럼 사회서비스 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서비스 산업의 취업자 수는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상관없이 민간수요 증대에 힘입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다. 특히,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경우 2000년대 중반보다 2배 이상 취업자 수가 증가하였다. 이런 사회서비스 산업의 수요는 고령화, 복지의 확대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회서비스 산업에 대한 정부 투자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서비스 산업의 일자리 창출 정책 속에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을 줄이는 정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양상을 살펴보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의 증가가 고용증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증가하는 민간수요가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양상이 계속될 경우 사회서비스 산업의 확대는 노동시장의 질적 수준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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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3정태인/새사연 연구원

 

SEQ!!! 이번 호를 쓰면서 나는 ‘꿈꾸는 그대’로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의 활동가들, 그 중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떠올렸다. 8월 초 나는 캐나다 퀘벡 지역에 다녀 왔다. 퀘벡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전한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예컨대 1900년에 시작된 데자르댕 신협그룹은 현재 퀘벡지역뿐 아니라 캐나다 전체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금융기관인데 설립의 역사나 현재의 사업방식으로 보아 전형적인 협동조합 은행에 속한다.
 
이번 학습여행의 말미에 내 머리를 친 아이디어는 SEQ였다. 서울~에밀리아로마냐~퀘벡을 연결하는 세 대륙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를 만들면 어떨까? 내 생각에 퀘벡은 불모지 한국의 사회적 경제 운동에 환하게 머리를 밝히는 영감을 줄 것 같다. 따라서 이번 호의 얘기는 그저 즐거운 상상이라 해도 좋다.


 
우선 세 지역을 비교해보자. 표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넓이와 인구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넓이에서 퀘벡주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의 7배가 넘고, 서울의 거의 300배(경기도에 비해서도 15배 정도)에 이르는 반면 인구는 서울이 제일 많다. 1인당 GDP는 에밀리아로마냐와 퀘벡이 엇비슷하고, 서울은 이 둘의 약 70% 수준이다. 소득수준을 제외하곤 이들 지역을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왜 퀘벡인가? 재작년 에밀리아로마냐를 둘러보고, 또 관련 논문을 읽으면서 나는 절망에 빠졌다. 이미 이 지면에서 몇 번 말했듯이 에밀리아로마냐는 영세 중소기업들과 협동조합으로 이뤄진 경제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의 힘은 신뢰와 협동에서 나온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신통방통한’ 일이 가능해졌는지 물을 때마다 내가 들은 답이었다. “우리는 원래 그래”, “우리 문화야”. 한마디로 복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퀘벡에도 이런 문화의 뿌리가 상당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퀘벡에 분 사회연대경제의 열풍이다. 님탄(Nancy Neamtan)이라는 걸출한 여성운동가를 비롯한 시민운동 그룹은 퀘벡지역의 여성운동, 문화운동, 환경운동 등 각종 시민운동과 기존의 ‘공동체경제발전운동’(CED)을 연결해냈다. 주정부는 이들과 협정을 맺어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했는데, 그 수단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다. 즉 시민운동과의 결합이 이 지역 사회적 경제 발전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런 새로운 실험에 드는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물론 주정부가(그리고 2002년에서 2006년까지는 연방정부도) 이 실험에 적극 참여했기에 정부 재정이 투입되었지만 훨씬 더 많은 부분은 각종 기금에서 나온다. 이 지역의 기금은 개발기금, 연대기금, 정부기금으로 나뉘는데 이 세 기금은 목적을 약간씩 달리하면서도 모두 사회적 경제를 지원한다. 스스로 돈을 모으고 스스로의 투자 결정에 의해서 사회적 경제에 돈을 대는 기금은 우리에게 그 얼마나 절실한가.
 
퀘벡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지역 노동운동의 역할이다. 님탄은 2010년 ‘인간중심 경제에 관한 캐나다 전국회의’에서 “노동조합과의 통합은 사회연대경제 성공의 열쇠”라고 단언했다. 노동조합은 1980년대 초에 노동자연대기금을 만들었는데 이 기금은 지금도 3대 개발기금 중 하나이다. 노동자 스스로의 노후 복지를 위해 연금을 만들어 이 기금의 60%를 일자리 창출과 보전에 쓰도록 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지도는 대충 이런 모습이 아닐까? 퀘벡을 거쳐 에밀리아로마냐로 가는 여정. 우리의 사회적 경제, 나아가서 민주적 경제를 이룰 퍼즐 조각을 하나씩 찾아서 맞추는 여행을 다 함께 떠나자. SEQ라는 지도를 따라….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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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8 / 04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미국 선거에 관한 글을 소개한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후보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 롬니 의원이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모하메드 엘 에리언(Mohamed El Erian)은 아직 두 후보 사이의 차이점을 발견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특히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거의 유사하다고 본다. 실제로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미국 경제가 처한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일은 일자리를 만들고 금융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의 목표는 같더라도 그 방식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에리언은 경제 정책은 결국 사회적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며, 특히 재분배를 고려한 사회적 판단을 중요하게 보았다. 이런 점에서 다음 대통령은 개별 경제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포괄적인 경제 정책 세트를 내놓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부합하는 사회 정책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고 제시한다. 그리고 이것이 두 후보 사이의 차이점이 될 것이라 보았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의 핵심은 결국 사회적 책임감에 관한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노력하는 사람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돕고, 취약계층을 위한 보호를 강화하며, 부자들에게 공정함과 평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안하고 있지만 그가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세계 최대 채권 투자회사 핌코(PIMCO)의 CEO이다. IMF에서도 일했으며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가 2008년 선장한 최고의 책 <새로운 부의 탄생(When Markets Collide)>의 저자이다.

 

미국의 제한된 선택

(America's Constrained Choice)


 2012년 8월 1일

모하메드 엘 에리언(Mohamed El Erian)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일반적 통념은 부분적으로 옳다. 경제 문제가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은 맞다. 하지만 그 다음은 매우 불확실하다. ‘못난이 대회’에서 승리한 사람은 상대방과 자신의 정책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다음 대통령의 임기는 2013년 1월에 시작된다. 지금 큰소리를 치는 오바마(Obama)와 롬니(Romney) 후보의 모습과 달리 새 당선자는 자신이 경제정책에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매우 제한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미국을 위한다고 주장하는 후보들의 차이점은 유권자들에게 아직 전달되지 않고 있다. 후보들은 매우 비슷한 경제 대책을 제시하면서 사회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이 점이 후보들 사이의 차이이다.

누가 이기든지 내년 경제 성장률은 2% 미만일 것이다. 실업은 여전히 높고, 그 중 절반 정도는 해결하기 힘든 장기 실업 상태에 처할 것이다

금융 역시 우려의 대상이다. 재정 적자는 GDP의 10% 수준으로 지속될 것이며, 중기적으로 부채가 주는 위험을 더해질 것이다. 은행 부문도 여전히 위험하다. 은행은 중소기업의 신용 대출을 제한하여, 고용과 투자에 방해가 되고 있다. 주택 부문은 오직 고통스러운 디레버리징(부채 조정)이 부분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시행되는 정책은 모두 똑같이 불안정할 것이다. 너무 오랫동안 언쟁에 매몰되어 있었던 탓에 미국 의회가 위기에 대한 행동을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다. 반면 연방준비은행(Fed)이 제시하는 실험적인 대응책과 적극적 행동은 경제에 이롭지 않으며, 비용과 위험의 증가를 가져올 것이다.

미국 경제가 처한 세계 경제의 환경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향후 몇 달 동안 유럽의 부채 위기는 매우 나빠질 것이다. 신흥국 경제도 침체되면서 다자간 정책 조정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고, 정체된 파이를 위해 주요 무역 대국이 경쟁하면서 보호주의 압력은 증가할 것이다.

결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나 미트 롬니 중 누가 11월에 승리한다 해도, 다음 대통령은 시급한 경제적 안정과 장기적 개혁이라는 두 가지 상황에 가로막힐 것이다. 유럽의 침체, 그리고 그로 인한 세계경제의 침체 앞에서, 역동적인 일자리 창출과 금융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 외에 후보들이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은 없다.

즉각적인 경제 부양책과 중기적인 재정 안정성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재정절벽(역주-재정절벽이란 지금까지 집행하던 예산이 갑자기 삭감되거나 중단되어 경제에 큰 충격이 오는 것으로 미국은 2013년 1월부터 Budget Control Act에 따라 1조 2천억 달러 재정 지출이 자동으로 삭감될 예정이어서 재정절벽을 맞게 된다.)을 적절히 제어하는 것이다. 특히 현재처럼 세금 감면 기한이 끝나가고 전반적으로 소비 감소하는 때에는 더욱 그렇다. 만약 실패한다면 미국 경제의 침체가 매우 심화될 것이 명확하다.

중기적으로 예산 개혁이 필요하다. 의회에서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세금의 올바른 책정과 지출 개혁에 관해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은 정치적 수사로 표현되는 것보다 훨씬 더 협소하다다. 다음 대통령 역시 이를 곧 깨달을 것이다.

재정 개혁은 경제가 역동적으로 움직일 때 가장 잘 이루어진다. 따라서 오바마와 롬니는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주택이나 노동시장, 신용중개, 사회기반시설과 같은 분야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정책은 대부분의 정치가들이 믿는 것보다 매우 적다.

그렇다고 해서 두 후보 사이에 차이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전체 경제의 방향은 다양한 수준과 속도를 가진 원동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기술과 교육 수준에 따라 실업률이 달라지며, 소득 수준이 달라지고, 부의 불평등까지 이어진다. 즉, 경제적 결정은 재분배가 가져오는 영향을 고려하여 사회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최고조에 달했던 과도한 레버리지와 부채의 시대 이후, 미국은 여전히 투자, 일자리, 경쟁력이 성장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누적된 손실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였다. 지금까지 의회는 과도한 정치적 양극화로 인해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부채 조정을 강요해왔다.

이상적이지만 미국의 다음 대통령은 일자리 역동성을 회복하고 금융 안정성을 회복하는 두 단계를 신속하게 시작해야 한다. 우선, 그는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경제 정책을 포괄적인 세트를 고안해야 한다. 이것이 두 후보 간의 중대한 차이점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 그는 경제 정책과 함께 사회 정책을 하나의 명확한 세트로 제시해야 한다. 그 사회 정책은 사회의 손실을 공평하게 공유하는 정책이어야 한다. 여기서 잠재적 차이점이 나타난다.

이번 선거는 아웃소싱, 증세, 사회복지개혁, 정부 통제냐 민간 활동 촉진이냐, 일자리 창출이냐 무임승차자냐와 같은 이슈들이 뜨거운 논쟁이 되는 선거는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사회적 공평성, 권리, 평등, 부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 시민사회에 관한 것이다.

이번 선거는 사회적 책임감에 관해 이야기하는 선거이다.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을 돕고, 그들이 일자리를 찾고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돕는 것은 사회적 의무이다.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문을 보호하기 위한 것다. 취약계층이 더 적절한 건강 보장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다. 미국의 젊은이들을 실패로 몰아가는 교육 제도의 개혁에 관한 것이다. 공정함과 평등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지만, 자신들에게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부를 가져다주는 체계로 회귀하고자 하는 부자들에 관한 것이다.

오바마와 롬니의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이는 중요하다. 이에 대한 캠페인과 토론이 더 빨리 진행될수록, 미국 유권자들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선택할 수 있으며, 국가적 불안을 탈출하기 위해서 집단적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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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0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미국에서 11월 6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롬니 후보 사이에 한참 전부터 치열한 공약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 재정 균형 논쟁과 증세 논쟁, 의료개혁 법안 논쟁, 일자리 논쟁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우리나라 대선 쟁점도 아직 명확치 않은 판국에 미국 대선 쟁점에 관심이 적을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과 시간이 한 달 반 정도밖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유력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무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가 하면, 공약도 레토릭 수준에 불과하고 핵심 실행 방안 등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에 대한 새누리당의 박근혜 측의 모습이다. 유력 후보인 박근혜 당사자는 아무런 책임 있는 발언 자체가 없는 가운데 주위 측근들이 “경제 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는 식의 추상적 설전을 하는 식인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이었고 지금은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하스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로라 타이슨(Laura Tyson)이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일자리 공약을 진단하는 글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실었다.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했지만 의회에서 파행 처리되었던 미국 일자리 법안(American Job Act)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타이슨은 로버트 라이시처럼 공개적이고 확실하게 오바마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롬니를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에 일자리 공약이 주요 대선 쟁점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 때 박근혜 후보가 과거에 제시했던 줄. 푸. 세 공약(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노동자에게 공권력 규율을 세운다는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줄. 푸. 세 공약은 롬니의 일자리 창출 공약과 친화성이 높은데, 타이슨은 다양한 각도로 이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유권자들도 이번에는 증세/ 감세와 일자리 창출이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주의 깊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바마와 롬니의 고용정책 비교

(Obama versus Romney on Jobs)

2012년 7월 3일

로라 타이슨(Raura Tyson)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추락에서 벗어나 경기회복이 시작된 지 3년 지났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8%대를 기록하고 있고 실업률이 줄어드는 속도마저 느려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일자리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고용 증대에 대한 두 후보 사이의 생각이 아주 다르다.

지난해 가을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45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패키지 정책, 미국 일자리 법(American Jobs Act)을 제안했다. 일자리 법안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라는 규모이다. 시의적절한 고용증대를 이루고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미국경기를 확실히 회복시킬 수 있도록 당장 2012년 올해 효과를 기대하고 설계된 것이다. 이 법안에 있는 대부분의 정책들은 과거에는 초당적 지지를 받던 것들이다. 전체 소요예산의 56%가 넘는 부분은 사실 (예산 추가 투입이 아니라 - 편집자) 세금감면이고 이는 장기 재정적자 감축계획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몇몇 독립적인 경제학자들은 오바마의 계획이 2012~2013년 사이에 노동시장에서 의미 있는 개선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국가 유력 예측기관 두 곳은 오마바 법안이 2012년에는 130~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2013년 말까지 200만개 이상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당적인 의회 예산국(CBO) 역시 일자리법안의 대부분 정책들이 예산 투입 비용 대비 2012~2013년에 창출되는 일자리 개수의 효율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일자리 법안은 지난해 의회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상원의 의사진행 방해를 받았고, 공화당이 통제하는 하원에서도 마찬가지로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다. 공화당 후보인 롬니(Mitt Romney)는 이 법안이 경기 회복을 위해 “꺼져가는 장작불에 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는” 정도 수준의 “단순 경기자극책”에 불과하다고 공격했다. 결국 오바마는 자신의 계획을 입증하기 위해 여론조사 보강을 한 후, 두 개의 일자리 정책을 부분적으로 통과시켰다. 노동자 급여세율 1/3인하(원래 방안은 절반 인하)와, 실업수당을 애초 계획했던 것의 60% 정도까지 확대하는 것이었다.

미국 의회는 고용주의 급여세율 절반 감면 제안은 통과시키지 않았다. 이는 많은 공화당 의원이 과거에 선호하던 것이었다. 또한 각 주정부가 13만 5000명의 교사와 경찰, 소방대원 등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지원하기 위한 300억 달러 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의회는 승인하지 않았다. 이는 다수 유권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던 것이다. 2009~2011년에는 연방정부가 1300억 달러를 투입하여 각 주정부들로 하여금 필수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지원해왔으며,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 지금도 해당부분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롬니는 “주 정부지원 비용을 줄이는 대신 미국 시민들을 도와주어야 할 때”라면서 연방정부가 주 정부를 지원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나 교사와 소방대원, 경찰은 미국 시민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정부 고용은 1940년대 이래 빠른 속도로 떨어져서 지금은 2006년 수준에 와 있다. 만약에 부시정부시절 그랬던 것처럼, 인구 증가율 수준 정도로 지난 3년 동안 공무원이 늘어났다면 80만 명의 추가적인 일자리가 생겼을 것이고 실업률은 8.2%가 아니라 7%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의회는 오바마의 900억 달러 사회 인프라 추가 투자 지출 계획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 계획은 40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었다. 미국은 현재 펀딩이 되지 못한 1조 1천억 달러의 사회간접자본 수요가 있다. 더욱이 사회 인프라 투자는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종합하면 의회는 적어도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협상 테이블에 남겨 놓았고, 올해 11월 선거결과가 나올 때까지 실업자들을 인질로 잡아놓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속적인 언론의 압력이 있자 롬니는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계획에 관한 정책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납득할만한 것들이 아니다. 롬니는 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석유산업이 상당한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겨우 20만 명 미만으로 늘어났다. 단기적으로 설사 두 배의 일자리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롬니는 해외시장을 더 확대하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오바마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다. 오바마는 3개의 주요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연방정부의 수출 지원책을 강화시키고 있는데, 이는 2001년 침체 이후의 회복기에 시행했던 것보다 거의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롬니는 미국의 세 번째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해 환율 조작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거의 확실하게 중국의 보복을 불러와서 오히려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줄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롬니는 2010년에 법제화 된 오바마의 의료개혁 법안(Obamacare)이 (고용에 따른 기업의 의료보험 부담으로 인해 - 편집자) 중소기업의 고용을 위협하기 때문에 폐지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증거도 빈약하고 논쟁의 여지도 많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이 개혁 법안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규모에 관계없이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추가로 고용을 하지 못하는 기초적인 이유는 의료보험 추가 부담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수요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롬니는 고용을 증진시키기 위해 연방정부의 재량지출을 추가적으로 5%까지 즉시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높은 실업과 취약한 총 수요로 경제가 어려운 판국에 지출 축소는 자가당착적인 것이다. 롬니는 최근 이런 점을 인정하고 2013년 1월 도래하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이 경기를 침체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확인했다.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우려

- 재정절벽이란 지금까지 집행하던 예산이 갑자기 삭감되거나 중단되어 경제에 큰 충격이 오는 것으로 미국은 2013년 1월부터 Budget Control Act에 따라 1조 2천억 달러 재정 지출이 자동으로 삭감될 예정이어서 재정절벽을 맞게 된다.

- “만약 예산당국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재정 절벽이 너무 거대해 연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할 기회가 전적으로 사라진다. 의회가 이것을 해결해야 연준이 경제회복에 힘을 실을 수 있다.”(벤 버냉키 4월 의회 청문회)

- “의회가 (적자 감축에) 합의하지 못하면 재정이 (자동적으로) 급격하게 삭감되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미칠 것” (FOMC 4월 회의록) 

마지막으로 부시의 감세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서 롬니는 소득세 한계세율을 전반적으로 20% 줄이고, 기업이 고용을 늘리도록 촉진시키기 위해 상당규모의 법인세 감세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부시정부 초기 시절 엄청난 소득세 한계세율 감세에도 불구하고 2000~2007년 사이의 고용 증가율은 그 이전 30년 동안에 늘어난 일자리 증가율의 절반에 불과했다.

설사 롬니의 새로운 감세정책은 장기적으로는 투자와 성장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며 상당한 조세 수입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다. 실제로 의회 예산국(CBO)의 예산 효과 측정에 따르면 이러한 감세 조치들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한다.

오바마의 제안은 일자리 창출을 증진시킬 것이 확실한 반면, 롬니의 제안은 효과가 거의 없거나 일부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이 차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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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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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막연한 "일자리 늘리기" 정책만큼 불신이 가는 정책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근로자들이 자기 깜냥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할지 좀 더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이번 대선에서도 그런 정견을 펼치는 후보들이 없는 게 불행입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고 주장한 것은 15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써먹었던 구호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15년이 흘렀는데 아직까지도 정치인들이 이런 형편없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직업 능력 계발 정책을 강화하겠다" 와 같은 비슷한 의견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이건 뭐 막연하게 "일자리를 몇 만개 늘리겠습니다" 로 떠벌리고 있으니 정말로 한심합니다.

    왜 이렇게 이번 대통령 후보들은 고용정책에 있어선 하나같이 무능해 보일까요? ㅡ_ㅡ

    2012.09.26 20:49 [ ADDR : EDIT/ DEL : REPLY ]

2012.06.27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2년 상반기가 마무리되고 하반기를 준비하는 시점이다. 5월부터 걱정해 왔던 경기하락이 이제 기정사실화한 느낌이다. 비록 지난 17일 그리스 총선에서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고, 유로화 탈퇴사건도 없었지만 그래서 달라진 것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예정된 유럽의 침체와 그리스와 스페인을 필두로 한 위험요인은 그대로 남아 있다.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유럽과 미국·중국이 내년에는 모두 침체로 돌아서는 퍼펙트 스톰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은행 의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앨런 그린스펀도 "전 세계적 불황이 우려된다"는 언급을 공개적으로 할 정도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완전히 꺾인 것은 틀림없다. 우리나라 경제도 당초에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기대했지만, 하반기에 경기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제 완전히 빗나가게 됐다. 이를 입증하듯 가장 최근에 경기전망을 수정한 엘지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3.0%로 설정했다. 조만간 2% 수준의 전망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가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를 역진해 ‘성장과 일자리’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당장 민주통합당의 대선주자들이 ‘스스로’ 성장담론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은 ‘성장과 분배의 동행’이라든지 ‘진보적 성장’, ‘사람이 성장동력’이라면서 대선후보 출사표 앞자리에 자진해 성장을 놓고 있다. 아울러 일자리 창출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뒤이어 조만간 재벌대기업 쪽에서 불황 예상국면을 이유로 분규 자제 요청이나 심지어 임금삭감 요구까지 들고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2009년에도 임금삭감을 들고 나온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성장론과 일자리 창출론 등이 경제위기와 닥쳐올 장기 침체를 막는 향후 5년의 비전이 돼야 할까. 우리는 여기서 잠시 1929년 미국 대공황 이후 35년 제정된 노동보호법인 와그너법(Wagner Act)에서 배울 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법으로 평가받는 와그너법은 30년대 미국이 처했던 경제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연방법 차원에서 처음으로 인정해 줬다. 뿐만 아니라 이를 방해하려는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던 법이다. 나아가 부당노동행위를 물리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준 사법기관인 전국노동관계위원회를 설치하게 했던 법이다.

그러면 어떻게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불황을 타개하는 대책이 될 수 있는가. 와그너법 전문에 의하면 “완전한 결사의 자유 또는 실질적인 계약자유를 가지고 있는 않은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의 교섭력 불평등은 임금 및 임금 소득자의 구매력을 억압하며, 산업 간 경쟁임금과 근로조건의 안정을 방해해 지속적으로 기업 불황을 악화시킨다”고 돼 있다. 즉 입법자인 와그너 상원의원에 의하면 노동자의 단체교섭은 높은 임금과 국민소득을 확보하게 해 보다 나은 분배를 촉진하며, 올바른 단체교섭은 사용자의 지배가 없는 독립적인 노동조합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의 경제위기와 비견되는, 29년 대공황을 탈출하기 위해 노동정책에서 사용됐던 해법이었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와그너법의 입법취지가 앞서 언급한 경기회복에 그치는 것이 아님을 하나 더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와그너 의원은 경기회복 못지않게 산업 민주주의의 정착을 중시했다. 심지어 노동자의 민주적 동의와 실질적 자유의 성취를 경제적 안정과 성장보다 우선했다는 연구도 있다.(김진희·2006·'뉴딜 단체협상법의 생성과 변형')

특히 와그너는 자유시장과 권위주의 정부 모두를 폭정으로 비난했다. 자유시장은 실상 노동자의 권리가 상실되고, 계약관계를 통해 노동자가 사용주의 볼모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와그너는 권위주의 정부와 자유시장이라고 하는 두 가지의 폭정을 종식시킬 정당하고 민주적인 대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고 한다. 권위주의 정부도 자유시장도 거부했던 그가 생각했던 대안은 공적이익을 보호하는 민주정부였다. 그 일환으로 와그너법을 생각했다. 지금의 표현법으로 바꾸면 노동 민주화이자 경제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어떤 시사점을 찾아낼 수 있을까. 닥쳐올 경제위기와 장기 침체를 극복할 대안은 노동시장 억제를 통해서도 아니고, 단순히 일자리 개수를 늘리는 정책도 아니다. 노동자 권익을 보장하고 협상력을 높여 더 나은 임금과 소득을 확보하게 함으로써 구매력을 높이는 대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노동자의 민주적 권리와 결사를 보장하는 노동 민주화, 경제 민주화를 통해서 달성된다. 단순한 성장전략이 아니라 경제 민주화를 통한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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