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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1 인천공항철도를 정부가 인수하려는 진짜 이유는?
주제별 이슈 2009.04.01 09:18

민간 공항철도가 거꾸로 공사화된다?

비효율적인 부실, 적자 공기업을 매각하는 것으로 알려진 ‘민영화’를 우리 정부가 지금도 줄기차게 추진해오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8년 8월 11일부터 2009년 1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공기업 선진화(민영화)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부실, 적자 민자 사업을 최근 정부 공기업이 매입한다고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해 주목을 받고 있다.

3월 30일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인천공항철도 민간투자사업 합리화 대책’이 그것이다. 정부 발표의 요지는 이렇다. 당초 정부는 민간 사업자에게 인천공항철도를 맡기면서 2008년 기준으로 매일 23만 명이 철도를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예상치의 7.3퍼센트에 불과한 1만 7,000명밖에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표1] 공항철도 예측 수요와 실제 수송실적



때문에 민간사업자가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한 수익에 큰 차질이 생겼다. 결국 예상 운임수입의 90퍼센트 이하의 수익이 날 경우 정부가 이를 보존해주기로 한 협약에 따라 첫 개통을 시작한 2007년에는 1,000억 원, 2008년에는 1,600억 원 이상을 정부의 재정지출로 민간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했고, 지급액수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공항철도(주)에 참여한 민간사업자 지분의 88.8퍼센트를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사들이게 해서 예상 운임수입을 대폭 낮추도록 조정하겠다는 것이다(국토 해양부 발표 관련 참고). 적자 민간기업을 공기업이 인수하는 셈이다.

사적 자본이 절대 손해볼 것 없다던 민자사업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공항철도는 전형적인 수익형 민자사업(Build-Transfer-Operate, BTO)으로, 사회의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철도를 공적 자금이 아니라 사적 자본을 투입해 건설하는 것이다. 그리고 건설이 최종 완료되는 올해 10월부터 30년 동안 민자사업자(공항철도(주))가 철도 운영으로 얻은 수익을 통해 투자한 돈도 회수하고 일정의 이익도 얻은 후에 정부에 최종 귀속시키는 방식이다. 물론 하나의 단서가 붙는다. 운영수익이 예상치보다 떨어질 경우 정부가 적자보존을 해준다는 것이다. 사적 자본으로서는 말하자면 절대적으로 안전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적 자본만 3조 원이 들어가는 사업을 일개 민간 기업이 할 수 없으니, 현대건설을 주축으로 KCC, 삼부토건, 고려개발, 동부화재, 동부건설, 삼환기업, 현대해상 등이 출자를 해서 ‘인천공항철도 주식회사’라고 하는 사적 기업을 별도로 만들었고, 인천공항철도(주)가 민간 사업자가 되어 2001년부터 철도건설을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부처인 국토해양부도 8.8퍼센트 지분을 투자했다. 사적 자본 3조 원 이외에 별도로 정부는 공적 재원 약 1조 8,000억 원을 투입했다.

물론 인천공항철도(주)는 자기자본만으로 공사를 시작한 것이 아니다. 당연히 산업은행 외 19개 금융회사에서 이른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서 진행했다. 그리고 2007년 3월에 1단계 공사가 완료되어 구간 운행에 들어갔고, 2009년 10월 2단계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공항철도주식회사 웹사이트 참고).

그런데 공항철도(주)의 예상수익이 기대에 전혀 못 미치자 정부가 손실보전 처리를 위해 내놓은 해법이 이랬다. 공항철도공사에 투자한 KCC, 삼부토건, 고려개발, 동부화재, 동부건설, 삼환기업, 현대건설과 같은 기존 출자 건설사 지분을 공기업인 철도공사(코레일)가 매입하도록 하고, 예상 운임수입의 90퍼센트까지 수입보장을 해주기로 한 현행 손실보전 수준을 대폭 축소해 정부 부담을 털어버리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철도공사가 지분 88.8퍼센트, 국토해양부가 9.9퍼센트, 현대해상이 1.3퍼센트를 나누어 보유하게 되었다.

당초 계약에는 이들 건설사들이 2009년 3월 30일까지 공항철도 보유 지분 주식을 금융권에 매각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자동 소멸된다. 어쨌든 이제 정부와 민간사업자의 관계로 진행되는 BTO가 정부 대 공기업이라는 희한한 모양새로 바뀌게 된다.

적자 공항철도의 민간지분을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매입하면?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바로 생긴다. 철도공사는 공항철도 민간지분 88.8퍼센트를 인수할 여력이 되는가. 현재로서 공항철도주식회사의 재무재표를 확인할 수 없어 지분구조나 재무 상태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분을 인수할 공기업인 철도공사조차 현재 영업이익이 흑자가 나는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철도공사가 떠안게 될 부담에 대해서는 어느정도의 고려가 있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공항철도의 지분을 공기업인 철도공사가 매입하게 되면 기존 민간투자와 비교해 어떻게 수입보장 수준을 대폭 축소할 수 있는지 명백하지 않다. 정부 말대로라면 현재 예상수입의 90% 미만으로 돼 있는 손실보전의 기준비율을 대폭 낮추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가령 예상수입의 50% 미만일 경우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 만큼의 손실을 철도공사가 떠안아야 한다.

                                        [그림1] 철도공사 영업이익과 순이익 구조


결국 이는 정부재원의 손실 부담을 철도공사에게 이전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가뜩이나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는 철도공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인 것이다. 부담을 정부의 한쪽 주머니에서 다른 쪽 주머니로 옮기는 것 말고 어떤 기대효과가 있는지 분명치가 않다.

공기업 끌어들여 건설사의 유동성 확보를 편법적으로 지원 의문

또 다른 측면에서도 문제도 있다. 공항철도(주)에 출자한 민간 건설사들은 처음부터 손해를 볼 수 없는 장사이기는 했지만, 최근 극심한 경기부진 압박과 함께 자금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지분을 적정(?) 가격에 철도공사에 팔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결국 정부는 국가 손실금액을 경감시킬 수 있는 대책이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실은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를 편법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려가 커지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제 시작해야 할 민자사업들이 줄줄이 중단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착공 예정인 8조 4,000억 원 규모의 9개 민자 고속도로 및 철도 사업 중 7곳은 공사자금 조달에 실패해 올스톱 되었고 이미 착공하거나 착공일정이 잡힌 나머지 두 곳도 언제 공사가 중단될지 모르는 처지”다(<서울경제> 2009.3.29).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하다. 왜냐하면 현재 건설경기의 극심한 부진으로 건설사들 자체가 상당한 유동성 위기에 처해있고, 특히 건설사들의 건설 자금 조달 수단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모조리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가운데 부실 악화가 우려되는 대상이 165건, 4조 7,000억 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금융위원회, “<금융권 PF대출 사업장 실태조사 결과 및 대응방안”, 2009.3.30).

                                           [표2] 올해 정부추진 민자사업

돈 없는 ‘작은’정부의 비법 ‘민자사업’의 미래는?

더구나 대형 민자사업 외에도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초중등학교 시설 건설 중단까지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2008년 착공해야 할 초, 중등학교 건설 8개 사업이 올해로 늦춰진 가운데 올해 착공예정인 19개 사업(약 90개교) 중 협약이 맺어진 곳은 광주지역 1곳 사업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파이낸셜 뉴스> 2009.3.20).

철도, 교량과 같이 공공재 성격이 높은 사회간접자본이나 학교 시설과 같은 공공시설을 사적자본을 끌어들여 건설하려고 했던 신자유주의적 발상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권을 결국 피해가지 못하는 모습이 목격된다. 여기에 전국 지자체들이 선거를 의식해 예산을 고려하지도 않고 민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남발한 각종 개발 공약들이 문제를 키웠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업과 금융시장에 자금이 넘쳐나고 작은 정부를 주창하며 감세 등으로 정부 규모를 줄여가던 시기에 유행하던 각종 방식의 민자사업은 이렇게 글로벌 금융위기에 노출되어 좌초될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예산이 없어도 사적 자본의 이름으로 손쉽게 추진할 수 있는 비법으로 여겨지던 민자사업은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와 함께 중단될 처지에 서게 되었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