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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08 [개헌논의①] 개헌논의에서 생각해 봐야 할 몇 가지 문제
주제별 이슈 /정치2009.09.08 09:41
1. 급부상하고 있는 개헌논의

최근 청와대와 국회의장실의 주도로 개헌논의와 선거구제 개편논의가 시작되었다. 민주당은 제도의 변경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논의가 제기된 배경을 의심하며, 국면전환용 제도개편 논의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 기본입장임을 밝혔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와 지역감정을 부추긴다고 비난받고 있는 소선거구제도의 본질적 문제가 제도상의 변화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의 진짜 의도가 설령 국면전환에 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논의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에서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대 국회 임기 내 개헌추진에 찬성하는 의원이 157명으로 전체의 89.7퍼센트를 차지했다(2009.9.3).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에 개헌을 매듭짓고 차기 대통령을 새 헌법에 따라 뽑자”는 입장을 표명했다.

5년 단임 대통령제와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노무현 정권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민주당은 논의에 반대할 명분과 의지 모두 없어 보인다. 단지 한동안 정치적 상황이 다소 청와대와 여당에 불리하게 흘러왔기에 바로 말을 받아주면 호조건을 제대로 활용 못 할 것 같아 잠시 뜸을 들이고 있을 뿐이다.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경우 원칙론에 입각해 권력구조 개편논의에 대해 한 동안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의 수준이 높은 상황은 아니지만, 국회에서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급속하게 개헌정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차분하게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우선 헌법연구 자문위원회가 이야기하는 헌법 개정의 필요성과 개선방향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헌법연구 자문위원회는 개헌 논의 시 참고하기 위해 지난 해 9월부터 국회의장 및 원내정당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13명의 헌법 및 정치/행정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국회의장 자문기구이다.

개헌논의에 대한 새사연의 기본입장은 “’대통령 권력 분산 개헌’이 아닌 ’국민주권 확대 개헌’하자”(김병권, 2009.7.17)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앞으로는 정계와 학계, 시민단체에서 나오는 다양한 목소리를 종합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해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면서, 좀 더 세밀한 입장들을 체계적으로 세워나가도록 하겠다.

2. 개헌의 필요성과 개정방향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현행 헌법이 1987년 개정된 이래 20여 년 동안 정치/경제/사회 환경이 급속하게 변했다는 사실과 대통령에 대한 지나친 권력집중의 문제를 헌법 개정의 가장 큰 필요성으로 들고 있다. 이는 첫째로 그 동안 “생명/과학/기술/정보/통신 분야의 급격한 발전과 이에 따른 사회변화”가 있어왔고, 현행 헌법으로는 효과적으로 담아 낼 수 없는 국민들의 삶의 양식이 생겨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5년 단임제 대통령제를 기본내용으로 하고 있는 현행 권력구조가 대의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본원칙 중 하나인 권력의 분산과 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헌법연구자문위원회는 (1) 새로운 기본권을 헌법적으로 수용하고, 기존 기본권의 보장도 강화하며, (2) 현행 대통령 중심제의 지나친 권력독점이 낳은 문제점들을 지양하고 민주주의에 충실한 권력구조 설계를 헌법 개정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기본방향에 따라 개헌 내용을 기본권 분야, 권력구조 분야, 헌법의 완결성 제고 분야로 나누어 구체적 안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의 주된 관심사는 권력구조 분야에 집중되어 있지만, 기본권 분야에 권고되고 있는 개정조항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방향은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규정을 좀 더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다. 자문위원회가 제시한 구체적 조항 중 몇 개를 골라보면 다음과 같다.

­ -평등권의 강화를 위해 출생/인종/연령/정치적 신조, 신체적 조건이나 정신적 장애 등 차별금지사유를 추가하고, 남녀평등에 관한 국가의무조항 신설
­ -언론/출판의 자유를 집회/결사의 자유와 분리하여 그 명칭을 ‘표현의 자유’로 하고,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제한규정을 삭제하여 보장을 강화
­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하여 현행 헌법의 해석상 인정되고 있는 사상의 자유를 명문화
­ -경제과정에서의 사회정의의 요청을 반영하여 소비자기본권의 내용을 구체화한 명문조항을 국가목표조항의 형식으로 신설
­ -기본권이 입법/행정/사법 등 국가작용을 직접 구속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를 별도 조항으로 규정

권력구조 분야는 국회관련 제도 정비와 정부형태 변경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심의 초점인 정부형태 변경은 다음 절에서 따로 정리하겠다.

국회관련 제도정비의 기본내용은 상/하원 양원제로의 변경이다. 위원회는 미국식 양원제와 흡사한 형태로, 하원은 4년 임기 직선제로 의원을 선출하고, 상원은 6년 임기 직선제로 하되 2년마다 1/3씩 교체하도록 하자고 제안한다. 또한 법률안은 양원 모두에서 의결되어야 법률로 확정되고, 양원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는 양원협의회에서 단일안을 만들어 양원에서 다시 의결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 밖의 주요 내용으로는 다음의 다섯 가지를 꼽을 수 있다. (1) 정기회와 임시회의 구분 조항을 삭제해 국회의 상시화, (2) 감사원의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하고 국회소속 하에 회계검사기관을 설치하되, 그 직무상 독립성을 헌법에 명시, (3) 감사원은 직무감찰에 한하여 기능을 수행하게 되므로 헌법상 기관에서 법률상 기관으로 조정, (4) 지출승인법 제정 또는 세출위원회 설치 등 부대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면서 예산법률주의를 채택, (5) 국민소환제도의 도입은 시기상조이며, 지방자치 차원에서 주민소환제의 경험이 일정 정도 축적된 후에 도입검토.

위원회가 설정한 국회관련 제도정비의 주된 목표는 현재 행정부에 속해 있는 예산편성권 및 회계검사권을 국회로 이관하고,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삭제해 법률도입에 대한 의회의 고유권한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한 양원제를 도입해 정당 간, 입법부와 행정부 간 극단적 대립 상황을 조정하고 타협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것이다.

헌법의 완결성 제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을 국회에서 선출하자는 것이다.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대통령/국회/대법원장이 3명씩 선임하게 되어있고,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은 추천자문위원회가 추천한 인사들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개정 권고안에서도 헌법재판소 재판관 3명에 대한 대법원장 추천권은 유지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자문위원회의 이러한 권고는 현행 헌법 체계에서 사법기관이 활동의 독립성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 구성에서 있어서는 행정부와 입법부에 종속되어 있어 3권 분립 원칙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분명히 개선되어야 하지만 위원회의 권고안이 취지를 충분히 살리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된다. 그 한계점은 결론에서 종합적으로 설명하겠다.

국회관련 제도정비와 사법부의 완결성 제고는 정부형태 변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문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3. 권력구조 개편

자문위원회가 국민 기본권 보장을 확대하여야 한다는 취지를 헌법 개정안 권고에 포함시키긴 했지만 개정안의 주된 줄기는 3권 분립의 강화이다. 따라서 정부형태의 변화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위원회는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정부제를 면밀히 검토한 후 이원정부제와 대통령제를 복수 제안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각각의 주된 내용을 요약해 보겠다.

1) 이원정부제
이원정부제는 행정권을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나누어 갖는 정부형태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계엄권, 국회(하원)해산권, 법률안 재의 요구권, 국민투표 부의권 등을 행사하고 국무총리는 행정수반으로서 일상적인 국정활동에 관한 권한과 내각구성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무총리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는다. 행정부와 국회의 관계에서는 국회가 내각불신임권을 갖고 행정권을 견제하되, 미리 국무총리를 선출해 놓고 이 권한을 행사하도록 하는 건설적 불신임제 도입을 권고하고 있다.

이원정부제는 대통령제와 내각제를 절충해 놓은 정부형태이다.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는 현행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일반 행정에 관한 권한을 의회에서 선출된 국무총리와 의원 각료를 포함하고 있는 내각에 이양하는 것이 주요 기조이다. 대통령의 권력축소를 일정 정도 보상하면서 국회와 내각에 대한 견제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기 위해 대통령의 국회해산권을 국무총리 신임요구동의안과 연계시킨다. 즉 대통령이 국무총리 신임이나 중요정책 법률안과 신임을 연계해 동의안을 요구하고, 이것이 부결되면 자동으로 국회가 해산되는 것이다. 단, 국회(하원) 구성일부터 2년 이내에는 행사가 불가능하게 제한한다.

2) 대통령제-4년 중임, 정/부통령제
자문위원회가 제시한 대통령제는 현행 대통령제의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배제하고 권력 분립적 내용을 강화한 정부형태이다. 현재 미국이 가지고 있는 형태와 흡사한 것으로 4년 중임으로 하여, 재선 가능성이 대통령의 국정 책임성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또한 위원회는 부통령제를 도입하여 대통령의 궐위/사고로 인한 승계 또는 권한대행 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위원회가 제시한 대통령제의 경우 현재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의 내용이 크게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앞에서 이미 요약했던 국회와 사법부에 관련된 제도정비를 통해 3권 분립을 명확히 확립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4. 몇 가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

언론에서 몇 번 크게 다루어 주목을 끌기 시작했지만 개헌에 관한 논의가 아직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이런 시점에서 개헌 논의의 향방을 미리 점치거나 입장을 서둘러 정리하기보다는 제안된 내용을 차분히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정치적 맥락도 잘 파악해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환경의 급속한 변화와 그에 따라 생겨난 국민들의 새로운 생활양식을 헌법상의 기본권 확장으로 수용하고,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쏠려 있는 현행 권력구조를 3권 분립 원칙에 좀 더 조응하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기본 취지는 옳다고 본다.

성공회대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보노짓 후세인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헌법과 법률체계는 외국인 거주자가 100만이 넘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새로운 헌법이 1987년 이후의 사회적 변화를 적극 수용하고, 양성평등,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등 여러 가지 기본권과 관련해서도 헌법상 규정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본권을 확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한 현재의 독립적 권한이 하나도 없는 국무총리제, 행정부주도 입법체제, 사법부 구성의 종속성 등이 꼭 개정되어야 할 사항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자문위원회가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 원인을 너무 3권 분립이라는 틀 안에서만 협소하게 분석하고 있어, 권력층과 국민들과의 불균형 문제와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원칙을 헌법 안에 수용할 수 있는 방안들은 전혀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그 결과 국회관련 제도 정비에서 “국민소환제도의 도입은 시기상조이며, 지방자치 차원에서 주민소환제의 경험이 일정 정도 축적된 후에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하며, 주관적인 판단으로 국민적 기본권의 확대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또한 3권 분립의 강화를 위해 현재 대통령의 영향력이 결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대법원장, 대법관, 헌법재판소장의 추천/임명 과정을 의회에서 선출하는 것으로 개정하자는 제안도 그리 흡족하지 못하다. 진정 3권 분립 원칙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이들은 국민들이 선출해야 한다. 여기에 현재 법무부 지휘아래 있는 검찰총장을 국민선출을 통해 뽑아 검찰을 독립시키는 방안도 추가되어야 한다.

권력기관 사이의 균형과 견제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것만으론 불충분하다. 이원정부제의 경우 내각불신임-국회해산권을 대통령에게만 부여하지 말고 국민들이 불신임 할 수 있는 권한도 헌법상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대통령을 국민들이 불신임 할 수 있는 권한도 헌법에 표현되어야 한다. 물론 그 조건은 엄격하게 규정되어야 한다. 현재 시대적 변화가 요구하는 가장 중심적인 개헌 방향은 국민의 주권이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이루어지는 권력구조 개편 논의는 미흡할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가장 신뢰도가 낮은 기관으로 뽑히고 있는 국회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내세워 헌법 개정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자신들이 저지른 온갖 악행을 제도 탓으로 돌리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드러난다. 미디어법 날치기에서 보여주었듯이 법질서를 스스로 무너트리며 반민주주의적 행태를 일삼는 자들이 헌법 개정을 통해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너무나 위선적이다.

기본권 분야의 개정에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헌법을 무시하는 공권력을 제어하는 제도적 장치를 헌법에 포함하는 것이 더욱 더 중요하다. 서울광장과 광화문 광장에서 아예 집회를 못하게 하고, 경찰이 임의로 반헌법적으로 집회를 허가제로 전환시킬 수 있다면 헌법상의 기본권 확대는 무의미하다.

이밖에도 많은 사항들이 검토되고 문제제기 돼야 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헌법연구 자문위원회가 제기한 내용과 직접 관련된 부분에만 국한해서 생각해 봐야할 요소들을 제기해 보았다. 다음에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와 관련해 많이 언급되고 있는 제도형태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박형준/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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