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 03 / 04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불붙고 있는 혁명의 기운이 전 세계에 ‘3차오일 쇼크’의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실각하자마자 또 한명의 세계 최장기 권력자인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도 위태위태하다.

 

이집트가 서방 세계의 아프리카 통로로 기능해 온 것과는 달리 리비아는 오랜 반미, 반이스라엘 노선을 걸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미국이 대통령궁을 폭격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의 카다피는 축출되기는커녕 오히려 권력기반이 강화되어 왔다. 냉전 시대 제국주의 국가들이 카다피를 축출하는 데 실패했던 것은 리비아 민중의 지지와 함께 세계 8위의 원유생산 국가라는 지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카다피는 어느새 민중의 영웅에서 민중의 적이 되어 있고, 그의 앞날은 또다시 민중혁명의 기운과 ‘석유’에 맡겨질 전망이다.

 

리비아에서 민중 학살이 일어나면서 서방국가들은 하나 둘 ‘카다피의 석유’를 포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주판알이 튕겨진다.

 

세계적인 시장전망기관으로 성장한 노무라 연구소는 발빠르게 유가가 배럴당 220달러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배럴당 220달러는 전 세계에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몰고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게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원유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최근 금융시장 플레이어들의 ‘유가 급등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고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1. 유가 200달러 시나리오

 

유가 급등 시나리오는 중동·북아프리카 산유국의 생산 감소 또는 중단으로부터 시작된다. 리비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58 백만 bbl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1.8%를 차지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원유 수급 상황은 일일 백만 배럴 안팎에서 거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과잉 공급과 과소 공급으로 인한 가격 급락 혹은 수요 급락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비아가 원유 생산을 중단했을 경우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 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220달러까지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는 일부 금융시장의 시나리오는 이번 위기가 지난 1990-91년 걸프 전쟁 경험을 대입한 것이다.

 

당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연이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유가는 전쟁 전에 비해 최고 130% 상승하였고 잉여 생산능력은 전 세계 수요의 2.3% 수준까지로 급락하였다.

 

현 시기에 유가가 200달러를 돌파하려면 여기에 더해 몇 가지 부가적인 조건들이 시나리오에 추가되어야 한다. 부가조건이라 이라 함은 첫째, 정정불안이 리비아에서 인접 산유국인 알제리까지로 확대된다는 것과 둘째, 혼란스러운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최소 수 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것 등을 말한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가 유가급등을 가로막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전반기에 150달러 수준 가까이 치솟았던 유가는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에 돌입한 하반기에 4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다.

 

2. 국제 원유 수급 불균형 전망

 

앞서 언급한 바대로 리비아는 일일 원유 생산량이 1.58 백만 bbl이며, 서방에 의해 그 다음으로 지목되고 있는 산유국인 알제리는 1.30 백만 bbl이다. 이들 국가가 원유 생산을 중단한다면 일차적으로 약 2.88백만 bbl의 원유 생산이 감소함으로써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이차적으로 OPEC의 잉여 생산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수급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향후 유가의 움직임은 1) 중동,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이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 2) 이로 인해 실질적인 생산 감소는 얼마나 일어날 것인지 3) 생산 감소에 다른 국가들이 얼마나 이를 보충할 것인지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고 할 것이다.

 

공식적인 수치상으로만 보자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잉여생산능력은 리비아와 알제리의 생산량을 합한 것을 능가한다. 사우디는 2011년 1월 현재 약 3.5 백만 bbl의 잉여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사우디를 비롯한 다른 OPEC 국가들이 생산량을 늘린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유가의 급등은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생산시설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우디의 잉여 생산능력은 한 달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된다.

 

지난 주 OECD 국가들은 비축유를 방출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수급상황의 악화가 유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겠다.

 

현재 OECD 국가들의 석유재고량은 약 50~60일 분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재고 수준은 최근 5년 이내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소비국들이 동조하여 재고 수준을 다소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유가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3. 시장 시스템이 오일 쇼크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현재 국제 원유시장은 걸프 전쟁 당시와는 크게 달라져 있다. 1990-91년 당시는 1986년 경 OPEC의 가격통제 시스템이 붕괴되고 이른바 ‘시장결정 시스템’으로 변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2011년 현재 ‘시장결정 시스템’에는 금융시장의 투기적 수요가 매우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2008년 유가급등 (이른바 ‘슈퍼 스파이크’)도 그 원인이 ‘원유시장의 금융 전염’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금융위기의 혼란스런 시기를 제외하면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유가의 상승과 비상업적 포지션(non-commercial position)의 매수량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비상업적 포지션이란 실물 거래가 아닌 주로 선물시장에서의 거래를 의미한다. 이 거래에는 실제 소비자, 판매자들이 헤지를 위해 참여하기도 하지만, 투자은행들이 자신들의 파생상품 판매를 위해 참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각종 펀드들이 기축통화에 대한 대체자산 보유를 위해 참여하기도 한다. 비상업적 포지션은 실제 원유 인도분의 최소 수십 배에 달하며 현물 가의 변동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원유에 대한 금융투기는 이른바 장외거래(OTC)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거래 행위가 당국에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그 양과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2006년에 미국 상원 조사위원회는 석유시장의 거래의 60%를 ‘순수한 투기’로 보고한 바 있다.

 

4. 한국 정부는 환율을 어찌할 것인가?

 

한국은 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우리의 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부 말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이외에는 없는 것일까? 국민들에게 캠페인을 펼치기에 앞서 환율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과 2010년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지역 불안 이전에 유가가 상승국면에 들어서 있었던 셈이다. 이 두 해 동안 WTI 가격은 각각 배럴당 34.76 달러, 12.02 달러 상승했다. 2008년 최고점과는 아직 격차가 있으나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가급등의 위기감이 반감된 것은 이 기간에 원화가 강세를 띠면서 유가급등의 효과를 다소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정부는 더 이상의 원화 강세를 용인하기 어려워 1100원대 수준에서 환율을 묶어두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더 피하고 싶은 것이다.

 

자, 이제 리비아발 태풍이 몰아닥치면 어찌할 것인가? 거칠게 말해서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보면 원화 절상의 여지는 앞으로도 약 20% 정도는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유가 급등의 영향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어쨌든 환율정책은 언제나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동반하게 되므로 고도의 정책적 판단과 세밀한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완전 개방화, 자유화된 한국 외환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서 환율정책을 펼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정책과 외환통제, 그 중요성은 금융위기가 잦아든 지금에도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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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아프리카, 중동의 민중들이 직접 행동에 나서면서 정치권력이 곳곳에서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이들 지역에 대해 제대로 된 교육이나 정보 전달을 받지 못한 탓에 시대적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다소의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런 와중에 한국과 서방의 언론이 가장 크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무래도 유가의 움직임이 되고 있다. 깊은 이해(理解)에 앞서 당장의 이해(利害)를 따지는 것을 당연한 인간의 속성이라 해야 할까?

 

어쨌든 유가의 변동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까닭에 이를 잘 따져보는 것이야 나무랄 바가 아니다. 하지만 은근히 민중들이 시위를 자제해야만 유가가 떨어질텐데라는 식은 곤란하다. 이기적인 시각에 사로잡혀 자칫 모든 책임을 민중들에게 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국제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민중들이 아니다. 유가상승의 책임은 원유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자들에게 일차적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 복잡한 가격 결정시스템을 다 들여다 볼 수는 없겠으나 몇 가지만 확인해 보자.

 

유가 급등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투기 수요’

 

산유국 민중들의 시위가 없었을 때에도 국제 원유 가격이 급변하는 경험은 숱하게 해 왔다. 가장 최근에는 2008년에 미국서부텍사스산 중질유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기록한 바도 있으며 2010년 하반기부터 유가 상승 추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급변동은 원유가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금융자산의 성격을 강하게 가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석유시장이 ‘금융화’되었기 때문에 원유 가격이 이른바 수요-공급의 토대에서 벗어나 자산보유, 달러대체, 그리고 투기 등의 목적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아직 명백하게 정설로 굳어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 금융위기 이후 미국 등은 석유시장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1986년 OPEC에 의해 정책적으로 가격이 결정되던 시대가 끝나자, 원유 가격 결정은 이른바 ‘시장’에 의해 결정되는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 이전에는 1950년대까지 초국적 석유메이저 기업들이 완전히 전세계 원유가격을 통제했었고 1970~80년대에는 OPEC이 가격을 통제한 바 있다. 이들과 구분짓기 위해 현재의 가격 결정 시스템을 ‘시장 시스템’이라 부르는데 실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명칭이라 할 수 있다. 현재의 가격 결정 시스템은 지극히 복잡하며, 따라서 그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과정을 생략하고 TV에 나오는 원유가격 지표만을 보게 되면 이해관계자가 누군지를 알 수 없게 된다.

 

원유는 ‘경매’로 판매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이제 110달러가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그 가격에 원유를 수입해야 하는구나. 하지만 이런 인식은 절반의 진실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원유는 ‘아는 사람’끼리 일대일로 거래되며 장기 계약이 기본이다. 원유는 청과물 도매시장의 경매처럼 다수의 판매자와 다수의 구매자가 매일매일 가격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니다. 계약 시기는 일반적으로 최소 한달, 보통은 2년 이전에 이루어지며, 이 때 지표 유가를 참고로 하여 판매자(보통 산유국 국영기업)와 구매자(보통 소비국 사적기업)가 일대일로 가격 협상을 하게 된다. 지표 유가는 참고로 삼는 것이며 진짜 계약가격은 아니라는 것이다.

진짜 계약 가격은 보통 원유의 질, 인도 방식, 구매량, 불량 발생 때의 처리 방법 등을 모두 고려하여 기준 가격에 프리미엄이나 디스카운트를 얹는 협상을 통해 결정된다. 여기서 기준 가격은 원유의 품질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방식에서는 매일매일 유가가 급변한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수입가격 부담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정유회사들이 지표 유가가 올랐다고 바로바로 휘발유 가격을 올리는 것을 보고 필자는 독점기업의 횡포를 의심한다. 실제로 원유 가격은 이미 오래 전에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유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기초 재화로써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정부와 독점기업에 도입단가 공개를 요구해야 하는 것 아닌지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과점 기업에 의한 국제 원유 가격 평가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것은 앞서 언급한 원유의 기준 가격은 소수의 기업(oil pricing reporting agencies)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압도적인 전문성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기준 가격 평가를 독과점한다. 원유 거래시장이 워낙 불투명하고 참여자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제3의 가격 평가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기업마다 평가기준이 다르고 소수 기업이 지나치게 권력을 가지는 것은 비판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원유의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기준 가격을 절대적으로 참고하기 때문이다. 미국 월가의 신용평가회사들이 최근 금융위기의 버블을 증폭시킨 것처럼 이들 석유 가격평가회사들도 유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하는 유가는 이상의 실물 거래 가격이 아니다. 3대 지표 유종인 미국텍사스산중질유(WTI), 북해산 브렌트유, 두바이유의 가격은 실제로는 선물, 옵션, 스왑 등으로 거래되는 (파생)금융상품의 가격을 지수화해서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금융참가자들의 복잡한 이익구조가 개입되어 실물가격을 왜곡시키거나 혹은 교정하고 있다.

 

원유는 전 세계 경제를 떠받치는 재화이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도 에너지 가격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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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7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보편교육, 의무교육 가로 막는 교육재정 구조

 

무상복지와 보편 복지에 대한 관심과 논쟁이 뜨겁다. 복지를 무어라 정의하던지 간에 핵심 분야 중에 교육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교육은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분야이기도 하다. 여전히 정국의 쟁점이 되고 있는 무상급식이 선거 때 위력을 발휘한 이유도 이것이 교육의 문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육재정에 대해서 한번 들여다보자. 한국사회에 교육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고 공동체의 복지로써 교육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재정 문제를 빠뜨릴 수 없다.

 

보편교육, 의무교육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교육재정 구조는 어떤 문제를 갖고 있을까? 최근 시도 교육청과 자치단체,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가 사사건건 재정 문제로 대립하는 것을 보면 어떤 갈등유발 구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것이다.

 

특별교부금으로 시도교육청 압박하는 교과부

 

우리나라 지방교육재정은 교육 자치의 측면에서 상당한 제약 요인이 있다. 한 마디로 교육자치단체가 재량 지출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협소하다고 하겠다. 그 이유는 높은 경직성 비용 비중 이외에도 중앙 관료의 재정 통제 때문이기도 하다. 의무교육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가 부담하는 것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중앙정부의 정치인과 관료가 횡포를 부릴 수 있는 재원 배분구조를 갖고 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별히 특별교부금이 그러하다.

 

2008년도에 중앙정부가 시도교육청에 지급한 특별교부금은 약 1조 2천 억원인데, 이 재원을 가지고 교과부는 시도교육청에 많은 요구를 한다. 시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특정한 정책사업을 수행하도록 유도하고, 더 많은 교부금을 받으려면 재정평가를 받아야 하고-현행 법률에서는 시도의회가 이런 역할을 하도록 되어 있다- 심지어 ‘민자사업’을 도입하도록 강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특별교부금 제도가 갖는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자 2008년에 감사원이 감사에 나서 시책사업의 약 75%가 사실은 시도 교육청이 주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하였다. ‘특별’ 교부금이 아니라 일반적인 방법으로 재원을 돌리라는 것이다.

 

특별교부금이 단순 금액 이상으로 중앙 통제의 강력한 수단이 되는 이유는 첫째, 지방교육재정의 자립도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2010년 예산안 기준으로 지방교육재정 세입의 약 72%가 중앙정부 교부금이다. 재정자립도가 높은 서울교육청을 제외할 경우 중앙정부 교부금 의존도는 평균 80%에 육박하고 90%가 넘는 곳도 있다. 솔직히 서울교육청조차도 학교시설 수요를 감안하자면 재량 지출의 여지가 크다고 볼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시도 교육청은 조금이라도 더 지원을 얻어내는 데 관심을 두었고, 제도가 갖는 부정적 효과에는 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국회 심의를 받지 않는 희한한 예산 !

 

둘째, 특별교부금은 국회의 심의를 받지 않는 희한한 정부 예산이기 때문에 중앙 정치와 관료의 통제 의도가 강하게 개입될 수 있다. 정부 예산안에는 특별교부금이 보통교부금과 함께 총액으로만 기재되어 있고, 그것의 사용시기와 방법은 교과부 장관의 결재로써 임의적으로 결정된다. 특별교부금 제도를 애초 도입한 취지에 따르자면 ‘예비비’의 성격을 갖는다 하겠는데, 다른 예비비가 추경 편성 등을 통해 국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과 대조된다.

 

완전히 정치인과 관료의 손아귀에 떨어진 예산이다. 앞서 언급한 감사원 감사보고서는 특별교부금의 금액이 지나치게 과도하고 낭비가 심하다고 지적하면서 폐지까지 권고한 바 있다. 국정감사에서 특별교부금의 문제는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의식은 현 교과부 장관이 공감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주호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장본인이다.

 

산적한 교육재정 현안, 관료 통제의 해체와 함께 가야 한다.

 

특별교부금은 지방교육재정의 약 3% 수준에 불과하다. 전체 교육재정 구조의 핵심적인 문제라 볼 수는 없다. 더욱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들도 널려 있다. 예컨대, OECD 국가 가운데 최저 수준의 공교육 투자, 최고 수준의 사교육 투자라는 전체 재정규모의 문제는 진보 진영에서 오랫동안 지적해 온 문제이다. 교육계는 지방교육재정의 세입구조가 경기변동에 취약하도록 설계된 점을 지적한다. 의무교육의 확대에 충당해야 할 필수재정은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데, 세입규모가 들쑥날쑥하고 필수재정이라는 개념은 희박하다.

 

최근 가장 시급한 교육재정 문제는 시설투자 비용이라는 지적도 늘고 있다. 인구 변화에 조응하고 교육환경 개선이 필요한 지역이 많아 교육시설 확충의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무분별한 도시개발이 학교부지와 건물 비용을 치솟게 만들고 있다. 이 비용의 부담이 교육청에 집중되고 개발업자나 정부로 적절히 돌리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시설 민자사업’이라는 편법이 도입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상의 문제들은 다른 사회적 문제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고 구조화된 것들이라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특별교부금 문제는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이고 비교적 쉬운 해결책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편 교육, 의무 교육의 확대와 동행해야 할 교육 자치의 원리가 여기서부터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육이야말로 관료 통제에서 벗어나 자치로, 나아가 학교 자치를 뛰어 넘어 학생 자율로 가야 할 복지가 아닌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2.10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정부가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으로는 중국의 역할과 외환시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수입 물가에만 그치지 않고 수출 성과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경로가 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 해외요인이 원화가치 상승으로 완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 분위기 속에서 국제 에너지가격에 초점을 맞춰 역사적 경험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생활물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시각을 조금 더 넓혀 보자는 취지에서다. 석유 기반의 경제체제가 성립된 이래 금융시장에서의 거품과 붕괴 사이클은 언제나 기축통화 표시 유가 사이클과 동행했다. 어떤 논자는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석유달러’(petrodollar)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유가와 기축통화 가치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일체화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잠시 최근의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국제 금융위기가 ‘빵’ 하고 터지기 직전인 연초에 당시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이 가격은 1980년 전후 석유 파동 때의 가격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2008년 바로 그때 석유시장으로 달러가 대거 유입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실수요자와는 관계없는 비상업적 거래량의 증가 추세와 유가의 상승 추세가 정확히 일치했다. 상품시장이 금융에 감염된 것이다. 비상업적 거래는 투기성이 매우 깊이 개입돼 있을 것이라고 의심된다. 즉, 투기자금의 유입 정도와 에너지 가격이 비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가에 비례하는 또 하나의 수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달러 환율이다. 최근 10여년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달러 환율이 높아질수록 에너지가격은 상승한다.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하락할수록 에너지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그래프로 나타내 보면 거의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나타낸다. 결국 유가와 투기수요(금융), 그리고 달러 가치가 한 몸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미국은 사실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면 벌써 무너졌어야 할 정도의 국가채무 수준에 다다른 지 오래다. 그렇다고 당장 무슨 큰 문제가 벌어지도록 국제적으로 그냥 놔두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미 노쇠할 대로 노쇠해진 현재의 국제경제 체제는 질서 있고 부드러운 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가 됐다. 그리고 현재의 체제란 바로 달러, 부채 그리고 석유기반 에너지 패러다임이 그 핵심이라 할 것이다.

 

달러가 주도하는 국제금융시스템은 주로 저금리 정책으로 나타나는 고위험의 인플레이션 통화정책과 침체를 회피하거나 연기시키기 위한 재정정책의 유혹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전의 금본위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제3차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3) 체제'를 만드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다.

 

제3차 브레튼 우즈체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 주는 사람은 없으나 어쨌든 현재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각국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 미국경제의 경우 무역적자와 국가부채를 일정한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저축률이 획기적으로 상승해야만 한다. 이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며, 화석연료 소비의 획기적 감소를 동반해야만 한다.

 

한편 아시아나 석유수출 국가들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구조조정해야 하는데, 내수 비중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그렇다면 수출산업을 뜯어고쳐야 하고 보유 달러자산의 일정한 손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중동의 석유수출 국가들은 아마도 여기에 더해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의 분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난 15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는 세계화의 확대를 경험해 왔다. 무역 증가와 세계화는 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켰고 결과적으로 석유가격을 밀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기술혁신과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생산증대가 일어났고, 이는 유가 상승을 어느 정도 막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간중간 에너지가격의 단기적인 급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켰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떨어뜨림으로써 다시 석유 수요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났던 것이다. 인플레이션 사이클은 우리가 최근 2008년에 경험했듯이 통화 시스템의 위기를 동반하는 침체를 겪고 나서야 끝이 난다. 침체는 물론 수요를 감소시키고 에너지가격을 떨어뜨리게 되지만, 낮은 에너지가격은 이른바 새로운 거품-파괴(boom-and-bust) 동학의 씨앗이 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1.28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을 보는 단상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이 많다. ‘3한(寒)4온(溫)’이란 말은 까마득한 옛날 말로 들리고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보름 넘게 연속으로 강추위가 지속되었다. 온도만큼이나 우리를 추워지게 만드는 것은 계속 지속되고 있는 물가 문제일 것이다. 물가는 안 오르면 좋겠으나 임금 인상을 전제로 한다면 무조건 싫어 할 일은 아니다. 이른바 통화주의 경제학이 거시경제 정책을 정복하고 나서 통화당국의 목표는 물가에만 맞추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타게팅을 위해서 완전 고용정책을 포기했다. 실질 임금이 오르고 고용이 확대된다면 어느 정도의 인플레이션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임금과 고용을 완전히 시장에 맡기고 금리만 통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자리잡힌 지 너무 오래 되었다.


물가 인상은 임금 인상과는 무관하다.


우리나라에서 물가 인상에 대한 경고는 이미 작년부터 있어 왔다. 경제성장과 수출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여기에 가계부채라는 뇌관을 안고 있는 한국 경제가 금리인상을 저지한 것도 저금리 기조의 배경에 집어넣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저런 인플레이션 압력 가운데 임금 인상 요인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른바 임금과 물가가 상호 연동되면서 상승하는 임금-인플레이션 스파이럴(spiral) 현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서 개방화되어 있는 한국경제의 특징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는 고용에 기반한 (임금) 소득이 소비증가를 이끌고 소비 증가가 다시 생산과 투자를 늘려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구조에서 벗어 나 있다. 고용과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소비는 부채에 의존해서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물가대책, 농업과 중소기업을 고려하고 있는가?


개방화된 데다가 이미 세계 경제분업 구조에 깊숙이 뿌리박은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임금보다는 외부효과가 훨씬 결정적이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경제는 중국으로부터 생활용품-농산물 등-을 대량 수입해 왔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원부자재와 중간재 수입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원부자재와 중간재 수입이 늘어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수출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로의 수출로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큰 이익을 본 대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도 주도하고 있다. 수출이 중소기업의 이익과 내수확대로 이어지지 않고 수입을 유발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교과서에서 인플레이션은 생산자에게 유리하다고 배웠지만 농업과 중소기업 생산자에게는 별로 이익이 가지 않는 것 같다. 현 정부는 물가가 들썩이기만 하면 관세를 낮추는 대응책을 연일 내어 놓고 있는데, 관세가 낮아지면 개방경제의 피해자인 농업과 중소기업에는 더욱 불리해질 것이 분명하다.


기름값 논쟁과 세금 문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서인지 최근 기름값과 관련해서 논쟁이 높아지는 것은 흥미로운 현상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왜 국제유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올리기만 하느냐며 일반 국민들의 인식을 대변하고자 나선 가운데, 기름값의 반은 세금이라는 사실로부터 정부의 책임을 묻는 곳도 있다. 유류세로 논쟁이 옮겨 붙자 정부 재량으로 세금을 리터당 277원이나 감소할 수 있다는 소비자운동단체의 분석이 나오고 이는 정부 책임을 부각시키는 데 기여했다. 유류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에서 교통세의 80%가 이른바 토건족에게 흘러가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세입 구조 뿐만 아니라 세출 구조에도 문제가 많다는 것이 새롭게 알려진 것이다.


세출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소비자운동단체들의 주장을 무조건 유류세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으로만 인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다른 모든 세금이 그러하듯이 그것 하나만 놓고 크다 적다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먼저 다른 에너지 가격과 비교해야 할 터인데 이는 에너지 정책과 연계되어 있다. 예컨대 높은 유류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재생가능에너지 투자에 사용한다면 고세율의 정당성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고세율의 문제는 그것의 쓰임이 갖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환경운동 진영은 화석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한 고세율 정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에너지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에도 세금이 쓰여야 한다. 확보된 재원을 에너지빈곤층 지원에 사용하는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대 난망이긴 하지만, 필자의 바람은 유류세가 대표적인 간접세라 할 때 간접세 위주의 세제구조 일반으로 논쟁이 확대되었으면 하는 데 있다. 직접세 비중이 낮고 간접세 비중이 높은 세제구조는 시장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불리하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 전체에 대해서 고찰하면서 적정한 유류세의 수준은 어디인지, 그리고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단기 정책은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