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11.07.13 10:30

 

2011 / 07 / 12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반값 사회보험료' 찬성을 유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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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저소득 취업자, 사회보험료 지원 필요하다.

2. ‘반값’의 말장난 속에 혜택은 극히 일부에 국한

3. 사업주 지원을 축소하고 이를 사회보험료 재원에 활용해야

4. 맺음말 : 고용보험 제도의 개혁과 함께 가야

1. 저소득 취업자, 사회보험료 지원 필요하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른바 ‘반값 사회보험’ 정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저임금 취업자 약 100만 여명에게 사회보험료를 최대 절반까지 지원하는 방안이다. 최대 절반까지 지원한다고 해서 언론 매체가 ‘반값’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한나라당 내에 두 가지 방안이 있는데, 정두언 의원의 안은 일용직, 간병인 등을 포함하여 취약 노동계층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김성식 의원의 안은 고용보험에서 포착 가능한 저임금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먼저 언론에 노출된 것은 여당 쪽이지만 구체적인 법률안 작업은 야당 쪽이 한발 앞서 있다. 민주당의 이미경 의원은 초안을 이미 마련해서 법제처에 검토를 요청해 놓고 있다. 조만간 특별법의 형태로 법률 발의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알려지지는 않고 있으나 일단 사회통합과 사회정의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저소득 취업자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은 일차적으로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이차적으로 사회정책의 실효적 영향권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소득이 낮다는 것은 불안정 고용을 의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당 부분 제도적 보호(사회보험)에서도 배제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보험은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로부터 정당성이 도출되는 제도이고, 그렇다면 형평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저임금 노동자를 배제하고 있는 것이다.

■ 사회보험료 지원, 사각지대의 해소

사회보험 또는 행정적 영향권 내에 있지 않는 이들 집단을 ‘비공식 고용’이라 부르는데 최소 기준에 따라 약 200만 명에서 최대 약 1,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최저임금 미달자 약 230만 명, 사회보험 미가입 비정규직 약 280 만 명과 유사 실업자 약 300만 명을 들 수 있다. 이외에 비공식 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세자영업자(self-employment)와 특수고용 노동자 그리고 가사노동자 등을 포함하면 거대한 비공식 부문의 전체 그림이 그려진다.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은 OECD 고용전략에서 공식적으로 권고하는 사항이다. 한국에서는 이 정책이 비공식 고용의 공식 고용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일반적으로는 다음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의 기대효과

첫째, 개별 노동력의 적응성(employability)과 이동성(mobility)을 높여 노동력의 질적 성장을 촉진한다.

- 인적자본 투자 측면 : 노동빈곤 계층의 질적 하락 저지.

둘째, 가장 중요한 임금정책 가운데 하나인 최저임금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

- 최저임금 제도의 전달체계 강화

첫째, 한계소비성향이 큰 하층의 임금수준을 높여 경기 침체를 저지한다.

- 거시경제 측면 : 총수요의 구성의 오류 시정

이상의 의의에 비추어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은 찬성할 만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를 열렬하게 찬성하는데 주저하고 있다. 그 배경을 알아보자.

2. ‘반값’의 말장난 속에 혜택은 극히 일부에 국한

사회보험료 지원은 상당수의 OECD 국가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정책이다. 그 목적은 약간씩 편차가 있는데, 저소득 임금노동자의 소득 지원 (영국, 독일 등), 기업의 노동수요 촉진 (프랑스 등) 그리고 영세 사업장의 노사 양측 보험료 감면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 등으로 구분된다. 이외에도 경기침체에 따른 한시적 재정정책의 목적을 담을 때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 사회보험료 지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공식고용으로의 전환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양극화의 해소, 사회통합의 강화가 시대적 과제일 뿐만 아니라 비공식고용이 지나치게 과잉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한나라당이 검토하고 있는 정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혜 대상이 최대 120만 명 정도에 지나지 않고 지원 금액도 매우 낮기 때문이다.

사실 ‘반값’이라는 말 자체는 과도한 상징조작이다. 이 정책은 노동소득이 증가하면 지원액이 감소하도록 제도를 설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확히 말해 한나라당의 안은 최대 50%, 최소 0%의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공식고용으로의 유인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대 50%의 지원율을 상향시켜야 하고 대상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3. 사업주 지원을 축소하고 사회보험료 재원으로 전환해야

비공식 고용 규모가 훨씬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왜 한나라당의 안은 대상규모가 120만 명 정도에 그치는 것일까? 최저임금에서 최저임금 1.3배까지의 임금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들 중에서도 사업장 규모와 주동 노동시간에 일정한 제한을 두기 때문이다. (김성식 의원안 기준) 이 정도 수준으로는 공식고용으로의 전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혜택에서 제외되는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 비사업장 노동자(특수 및 가사노동자 등), 비임금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그리고 시간제 노동자 등에서 비공식고용은 훨씬 빈번하게 관찰된다.

그런데 재정규모가 7~8,000 억 원에 지나지 않는(!) 이 정도 수준의 지원에 대해서도 재정당국의 반대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정부는 취약 노동계층의 사회보험 가입이 늘어나면 앞으로 추가 지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반대 논거로 덧붙일 것이다.

각종의 법인세 지원 제도를 조금만 축소 또는 폐지해도 재원 마련은 어렵지 않다. 현재 많은 종류의 법인세 조세 감면이 고용창출을 이유로 시행되고 있다. (임시)고용투자세액공제, 고용창출세액공제, 외국인투자진흥법에 의한 세액공제, 경제자유구역법 등에 의한 세액공제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제도는 모두 사업주를 지원하는 것이며 대표적인 고용정책사업인 고용보험기금사업의 상당 부분도 사업주 지원 일색이다. 반면 취업자를 지원하는 재정사업은 소규모 사업 몇 개가 최근 시작되었을 뿐이다. 취업자를 지원하는 재정사업을 늘리고 효과가 의심스러운 사업주 지원 재정사업을 줄여야 한다.

4. 맺음말 : 고용보험 제도의 개혁과 함께 해야

재정문제와는 별도로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이 그 진정성을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고용보험 제도의 개혁을 필요로 한다. 제도의 외형을 개혁하는 것과 함께 내부 운영 절차를 개혁하는 것도 필요하다. 각각의 측면을 짚어 보자.

■ 제도 개혁 방향 : 제도의 확대 측면

고용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의의가 있다. 고용보험은 사회보험 가운데 가장 커다란 사각지대를 갖고 있다. 사각지대 가운데 위법하게 고용보험을 회피하는 사업장과 노동자를 포괄하는 데 이번 정책이 사용될 수 있다.

이외에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는 법적으로 가입이 거부되는 취업자 집단이 있다. 자영업자, 특수고용 노동자, 가사노동자, 주당 15시간미만 단시간 노동자, 소규모 농림어업 사업장 종사자, 고령자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에게 가입이 허용되도록 고용보험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또한 한국 고용안전망의 제도적 불비(不備) 사항으로 오랫동안 지적되어 온 실업부조 제도가 하루빨리 시행되어야 한다. 청년실업자, 장기실업자 등이 대상이 되는데 이들은 보험료 기여를 전제하는 보험 방식만으로는 해소할 수 없는 사각지대이다.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은 이들 정책의 도입과 함께 가야만 그 진정성이 인정되고 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 제도 개혁 방향 : 기존 제도의 개혁 측면

현행 제도 하에서도 손을 보아야할 많은 과제가 있다.

먼저 사업장단위로 관리되는 방식을 개별 피보험자 단위로 관리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현재 방식은 취업자에게 사회보험료 지원 금액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둘째, 시간당 임금 산정의 정확성을 높여야 한다. 이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 임금조사의 아주 커다란 숙제이기도 하다. 정확한 단위 노동임금이 조사되어야만 시간제 노동자에 대해서도 사회보험료 지원이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행정적 제재, 신고센터의 운영 등이 필요하다. 비공식고용을 공식고용으로 전환하는 데 가장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수단은 행정적 적발과 제재임에 분명하다. 예컨대 최저임금 위반, 사회보험 불법 가입 회피 등에 대해 행정적 조치가 방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복지담론 경쟁이 ‘일자리’ 쪽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반값 사회보험료’가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의 안은 매우 미흡하다. 우선순위가 높은 집단들이 오히려 뒤로 밀리고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거창한 ‘반값’ 구호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실망감으로 자리 잡는다면 향후 이를 교정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보험 사각지대의 해소, 비공식고용의 공식화를 위해서는 많은 제도 변화를 필요로 한다. 사회보험 지원 정책이 과연 이런 큰 그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직 흔쾌히 찬성 입장을 밝히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4.11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일본의 원자력 발전 사고가 점점 수습 불능의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일본 정부가 몰래(!) 태평양에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고 원전 불안감 확산에 놀란 한국 정부는 연일 ‘우리는 문제 없다.’를 외치고 있다.

문제의 본질로 거슬러 올라가 원자력 발전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나라가 왜 여전히 원자력 발전을 늘리려고 하는지, 전력 체제 전환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일인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전력의 50%는 산업계가 사용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효율이 낮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국민경제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평가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에너지원단위’를 기준으로 할 때, 2005년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 7위이다. 우리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6개국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중국, 쿠웨이트, 터키이다. 이른바 선진 자본주의 국가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비교할 만한 경제는 없어 보인다. 에너지원단위는 부가가치, 즉 GDP를 생산하는 데 있어 사용되는 에너지의 규모를 측정하는 수치이다. 세계 4위의 에너지수입국인 한국은 역시 에너지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본보다 약 3배가 높은 에너지원단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에너지 효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솔선수범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꼭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최종에너지의 83%가 수송과 난방에너지인데 이는 가계의 에너지 소비행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전력을 놓고 보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력소비의 50%는 산업계이다. 특히 제조업이 압도적인 비율의 전력을 소비한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에너지집적도가 매우 높은 중화학공업 중심이기 때문이다. 수출의존형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한국 정부는 산업계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에너지정책의 최고 목표로 삼아 왔는데 원자력 발전이 급속히 확대된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2008년에 나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도 이런 구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원전을 2030년까지 추가로 10기 건설하고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36%에서 59%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값싼 산업용 전력 요금

 

전력 수급정책이 산업계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은 가격 체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전기에너지의 가격 자체가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 가운데 전기의 가격이 가장 낮은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과 비교해 달러 기준 가격이 약 1/2에 불과하며, 반대로 (난방용) 등유는 약 2배에 이른다. 등유와는 달리 전기생산을 위한 에너지는 고도로 중앙집중화되어 소비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논리적으로 필연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자본이 고도로 집중되는 중화학공업의 발전을 위해 한국의 에너지 종류별 가격이 설정되었다는 것은 현실에서 필연으로 보인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산업용 전기 요금을 낮게 설정하여 2차적인 혜택을 부여한다. 현재 산업용전력 요금은 주택용전력 요금의 약 70%에 불과하다. 값싼 경부하 요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산업계가 애써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필요가 별로 없다. 여기서 하나 더 기억해야 할 점은 한국의 전기 요금은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휘발유, 가스 등과는 달리 사실상 동결되어 왔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전력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산업계에 먼저 적용되어야 한다.

 

원자력 발전,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린다.

 

다시 원자력 발전으로 돌아가자. 원자력 발전 중심의 전력 체계는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린다. 그 이유는 첫째, 발전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최초 투입된 에너지 대비 최종 소비된 에너지의 비율이 약 75% 정도이다. 나머지 25%는 어떤 형태로든 손실된 것이다. 이 비율은 지난 1970년대에 90% 수준이었는데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손실되는 에너지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와 전력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가 일치하고 있다. 전력 발생 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이 막대하고 특히 원자력 발전에서 그러하다.

 

둘째, 심야전력의 과잉소비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은 그 특성상 한번 발전을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기가 대단히 어렵다. 하루 24시간 가동되어야만 하고 따라서 심야 또는 저소비 계절의 전력 과잉을 발생시킨다. 정부는 이 때문에 심야전력 요금의 할인을 수차례 반복해 왔다. 그 결과 발전의 효율이 높아졌을까? 그렇지 않다. 심야전력 요금의 할인은 심야전력 소비를 늘리고, 이는 다시 원자력 발전 설비 증설의 근거가 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어느새 ‘녹색 성장의 에너지’로 둔갑해 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소비를 더욱 늘리게 할 것이고 현재의 중앙집중식 산업구조에 더욱 의존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화석연료로부터 탈피하는 것의 답이 원자력에 있지 않은 이유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3.31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원전 이슈, 안전성에서 발전 체제로

 

이제 원자력 발전의 전환을 이슈화하자. 일본 동북부의 참사가 방사능 공포로 이어지면서 원전의 ‘안전신화’가 산산이 깨지고 있으나 우리의 관심은 ‘안전 그 이상’에 있어야 함을 감히 주장한다. 과학적으로 원전이 얼마나 안전한가, 경제적으로 원전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가는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과학적 평가와 경제적 평가의 내용이 틀렸음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방식 자체가 틀렸음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본질은 거대 과학기술이 만들어 낸 ‘위험사회’에 있으며, 경제 이해의 관성에 따라 가속화되는 ‘불평등 사회’에 있다. 위험사회, 불평등사회의 질적인 수준은 아무리 정교한 것일 지라도 수치만으로는 평가될 수 없다.

보다 적절한 평가 방식은 ‘사회적 맥락’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원자력 발전에 있어서는 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747’을 달성한 국가라 할 만하다. 발전규모가 세계 6위의 선진국이며 추가 건설 규모가 러시아, 중국에 이어 세계 3위인 선도국가이기 때문이다. 원자력을 둘러싼 극심한 사회갈등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원전이 계속 확대되어 온 것은 왜일까? 그것은 현재의 에너지체제를 유지하려는 강력한 이해당사자들이 있고 이러한 체제에 대다수 사회구성원들이 적응해 있기 때문이다. 원전 공포를 해소하는 것은 원전에 얽힌 이해(利害)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과 달리 갈 수 없다. 따라서 적절한 평가 방식은 문화적 가치, 제도적 조직 그리고 권력적 이해득실을 분석하는 ‘사회 과학’과 관련되어야 한다.

 

경성(hard) 에너지 체제의 황태자, 원자력 발전

 

모리슨과 라드윅(Morrison and Lodwick, 1981)은 사회과학의 (진정한) 과제는 에너지체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저자들에게 크게 영감을 준 라빈스(Lovins, 1976)는 일찍이 화석연료에 기반한 현재의 세계 에너지체제는 ‘경성 에너지 경로’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날카롭게 지적한 바 있다. 경성 에너지 경로(hard energy path)는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바탕으로 거대자본과 거대기술로 구성되는 공급위주의 대규모 중앙집중화된 에너지 이용방식’을 말한다.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이 경제성장의 관건이라는 믿음 하에 에너지원으로 대량 공급이 가능한 화석연료와 원자력이 채택되고 통제권은 권위주의적 관료에 주어지며 운영 및 관리는 기술엘리트와 사적기업에 의존한다.

 

최근 이명박 정부에 의해 황당하게도 녹색성장의 에너지원으로 지목된 원자력은 이상의 경성 에너지 경로의 결정판이다. 화석연료와 마찬가지로 원자력은 환경친화성, 공급지속가능성, 형평성과 민주성 등에 커다란 한계를 가지게 된다. 예컨대 환경친화성의 문제점은 최근 일본 원전 사고의 사례가 웅변하고 있고 공급지속가능성은 자원의 고갈가능성에 의해 의심받고 있다. 에너지 과잉소비는 다음 세대의 선택을 제약한다는 의미에서 세대간 형평성을 훼손시키고 가격 부담의 차이는 동시대 저소득층에게도 생계비의 압박으로 나타난다. 에너지 빈곤층은 전력공급 인프라의 사각지대에서 구조화되고 값싼 공공전력 대신에 값비싼 연료를 사용하는 데로 내몰린다.

원자력 발전은 어떤 측면에서는 화석연료 발전보다 훨씬 민주성이 결여되어 있다. 의사결정의 중앙집중, 생산 및 소비 공간집중 수준-우리나라는 이 수치에서 세계 1위이다-이 매우 높기 때문에 에너지정책결정과정에 사회구성원이 참여하는 것이 훨씬 제한되는 것이다. 발전시설, 폐기물처리 시설은 지방의 일부 지역에 밀집되지만 전력소비는 대도시지역에 밀집된다. 이는 위험부담이 불평등하게 분배됨을 의미하며, 대의민주주의 제도 하에서 불평등을 시정하고자 하는 노력은 투표권의 격차에 의해 무위로 돌려지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

 

필자는 전력체제의 전환에 있어 가장 큰 산은 산업부문이라고 본다.

첫째는 규모에 있어 그러하다. 최종 소비부문에 있어 산업부문의 에너지 소비는 약 60%로 가정용의 약 3배에 이른다. 둘째로, 산업부문이 현재 에너지경제체제의 하부구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원의 변화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산업부문에서 생산되는 재화의 변화가 동반해야만 새로운 소비구조가 가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원전과 산업부문의 관련성 때문이다. 대규모 설비를 가동해야 하는 산업부문은 그 특성상 대규모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은 기초 전력을 담당하고 있는데(전체 발전량의 약 40%) 이는 한번 가동하면 멈추지 않고 24시간 내내 지속되는 원자력의 특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원자력을 기초 전력으로써 대규모 산업전력에 대응시키고 있는데 이것이 원전 확대에 현실적 정당성을 강화시킨다. 그런데 원자력이 기초 전력이 됨에 따라 전력소비가 적은 시각이나 계절에 막대한 잉여전력을 만들어내고 있다.

 

경성 경로를 벗어나 연성 경로로 진입하는 것은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이른바 ‘자원 안보’의 논리가 강화됨에 따라 문제는 한층 국내외적으로 복잡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다수 국민들의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선의에 호소하는 것만으로 생활 패턴을 바꿀 수는 없다. 원자력의 공포로부터 진정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그리고 평화롭고 정의로운 체제 전환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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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글을 쓰는데 큰 도움을 얻은 논문 윤순진(2009), “한국의 에너지체제와 지속가능성”에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1.03.28 15:40
2011 / 03 / 24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금융감독원은 가계의 금융을 보호할 수 있을까?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금융소비자보호법(안), 핵심을 비껴가다

2. 현행 금융규제 시스템의 문제점

     (1) 고아로 남겨진 ‘소비자 금융보호’

     (2) 은행 수익성에 종속되는 ‘소비자 보호 규제’

     (3) 소비자 보호의 전문성 확보 실패

     (4) 규제기관의 하향 경쟁 “Race-to-the-Bottom"

3. 소비자 금융보호의 강화 방향

 

[요약문]

“당신이 토스터기를 샀다고 하자. 만약 당신의 눈앞에서 토스터기가 폭발한다 하더라도, 토스터기는 안전해야 한다고(즉, 당신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법률이 있다. 그러나 당신이 신용카드를 사거나 담보대출상품을 산다면, 그 제품들이 당신의 눈앞에서 금융 폭발을 일으키더라도 당신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법률은 어디에도 없다.”

-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2009년 3월 19일

 

지난 3월 18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마련하고 그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 법안에는 개별 금융업권별로 달리 적용되는 규제 일부를 동일 체계에 포함시키고 소액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소송을 일부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른바 ‘편면적 구속력’)을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은 이전에 비해 다소 진전된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논의되어 왔던 독립적인 소비자 금융보호 기관 설치는 법안에서 제외되었다. 이로써 소비자 금융보호는 현행의 금융감독원이 주관하게 되었다.

독립 기관의 설치는 최근 금융개혁의 국제적 흐름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논의 주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 금융보호가 은행 등의 건전성 감독과 이해상충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은 소비자 금융보호가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필수라는 인식 하에 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소비자 금융보호는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소극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계부문의 재무안정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같은 거시적 불안정을 막는다는 적극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써 금융정책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영미식 금융자유화가 확산된 지난 30여 년 동안 규제당국은 소비자 금융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방기해 왔고 이것이 결국 전체 금융규제 체제를 무력화시킴으로써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세계적 위기를 가져왔다.

 

현재 국제적인 추세는 은행 등의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 규제를 분리시키는 데 있다. 2011년 7월 미국은 소비자금융보호국(Bureau of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를 출범시킬 예정이고 영국(FOS, 2001년), 캐나다(FCAC, 2001년 등) 그리고 호주(BFSO, 2002년 등)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독립 기구를 운영해 왔다. 최근 논의는 별도의 기구 또는 독립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이 원칙으로 확립되어 가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 보호가 은행 등의 수익성 확보에 포섭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인식은 소비자 금융보호를 포괄적인 규제 시스템 차원에서 다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소비자금융보호국은 은행, 보험, 증권 등의 업권에 얽매이지 않고 포괄적으로 소비자 금융보호 규제를 실시한다. 기존의 업권별 건전성 규제 체제와 대비된다고 하겠다. “소비자 금융보호 규제기구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법과 사고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1.03.18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저축은행과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

 

얼마 전 부산저축은행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이후 정부가 바삐 돌아가고 있다. 믿고 저축은행을 이용해 왔던 많은 국민들의 근심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으니 정부가 그 의무를 다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정부가 하고 있는 일들이 하나같이 생색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검찰이 앞장 서는 것부터가 그렇다. 검찰은 중수부를 동원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불법대출을 집중 수사하겠다는 서슬 퍼른 목소리를 연일 드높이고 있다. 그러나 불법대출 규모를 밝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저축은행들 사이에서 무한 대출경쟁이 일어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마치 불법대출이 이번 사태의 원인인 양 취급되는 것은 금융시스템에 대한 문제제기를 원천 봉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과 여기에 박자를 맞추는 언론들이 해 온 그간의 모습을 보건대, 불법대출이 어떻게 정치권으로 흘러갔는지에 대한 무성한 보도만 넘쳐나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런 와중에 시스템 진단의 중심이 되어야 할 금융당국이 하는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직원이 퇴직 이후 저축은행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이 공적 의무가 사적 이해관계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는 ‘이해충돌 회피제도’는 상식일 뿐이다. 따라서 이를 두고 금융당국을 따로 칭찬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한국 사회는 이런 상식이 제도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워낙 지켜지지 않으니 특별한 행동으로 보이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현재 금융규제의 핵심 이슈는 ‘소비자 보호’

 

많은 언론들이 금융당국의 취업제한 확대 방안을 비판하면서 왜 저축은행에만 적용하느냐고 일갈한다. 문제가 된 저축은행에만 ‘낙하산’을 제한할 것이 아니라 훨씬 덩치가 크고 국민경제에 영향력이 큰 은행과 증권, 보험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또한 당연한 주장이며 같은 맥락에서 강만수 전 장관의 산업은행 지주회장 취임도 비판받아야 한다. 언론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런데 언론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이번 저축은행 부실에 관해 금융당국이 정말 비판받아야 할 지점은 금융감독원 조직 자체가 ‘이해충돌’의 구조를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금융당국 본원의 임무는 건전성 규제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양대 축으로 설명되는데 최근의 국제적 논의는 바로 이 둘이 충돌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건전성 규제라 함은 금융기관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적정한 자기 자본 비율을 유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런데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거나 불공정한 상품구매를 하는 경우, 이는 곧바로 금융기관들의 이익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자의 금융보호는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데 핵심축은 금융감독원의 소비자서비스본부라 할 수 있다. 지난 2009년에야 본부로 승격한 이 조직은 금감원 내부 8개 본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금감원이 지금까지 건전성 규제에 매진해 왔는데 과연 그 안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지극히 회의적이다.

 

‘소비자 금융보호’ 독립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약탈적 대출’행태로부터 비롯되자 미국은 2010년에 ‘소비자금융보호청’이라는 기구를 설치하였다. 애초 독립기구로 제안했던 법안에서 후퇴하여 결국 연방준비은행 산하로 설립되는 것으로 귀결되긴 했으나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지켜진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의 금융규제 당국은 올해 와서야 은행에서 파견한 직원들을 돌려보내는 등 이해관계자와 상당히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 왔다. 소비자 금융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세계적인 추세와 외부의 요구를 거스를 수는 없었으나 다른 나라와 달리 금감원 내부 조직을 확대하는 시늉에 그치고 있다.

소비자 금융보호 독립기구가 필요한 이유는 소비자 보호라는 확고한 기준 하에서 금융업 권역을 넘나드는 포괄적인 규제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저축은행 부실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저축은행의 금융상품 판매행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컨대, 예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으로서는 다른 금융기관과의 수신경쟁, 신규 대출상품 개발 경쟁의 처지에 놓여 있다고 하겠다. 금융위기 이후 제2금융권과 여신 및 대부업의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을 떠올려 보라. 저축은행이 직면한 경쟁 압력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치열한 금융기관들 사이의 경쟁은 국민들의 금융보호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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