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26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한미FTA 발효, 관료들의 자기 검열이 시작되다.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가 3월 15일 0시를 기해 발효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공언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 야당이 천명하고 있는 집권 후 전면 재협상이 남아 있어 아직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벌써 일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에 우정사업본부가 보험 분야의 ‘보편적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려던 시도를 중단한 사건은 관료들의 ‘자기 검열’은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관료들의 자기 검열이야말로 한미FTA가 노리는 가장 중요한 효과 중의 하나이다.

해당 사건은 우체국보험의 가입한도 4,000만원을 50% 인상하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현행 가입한도는 1997년부터 16년째 묶여 있고 민간금융기관의 지급보증 한도 5,000만원보다 낮다. 우정사업본부는 오랜 숙원의 해소를 위해 법률 개정안을 지난 해 11월에 국회에 올리려고 한 바 있었는데, 12월에는 한미FTA 비준 동안의 국회 통과 이후 1월 초에 돌연 거두어들이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반발한 사실이 알려지자 주관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자체적인 판단이었을 뿐 외부 반발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식경제부의 발표는 ‘자기 검열’이 이미 내면화되어 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므로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법률개정안은 한미FTA 협정에 전혀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 비준 동의안이 통과될 때, 우체국보험에 관한 법률안도 동시에 날치기 통과된 바 있다. 개정 법률안은 우체국보험의 신규 상품 출시를 금지하지만 한도액을 올리는 것은 금지하지 않는다.

우체국금융의 공공성, '보편적 서비스'

우체국보험은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질병과 재해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제공하는 ‘보편적 금융서비스’의 하나로 인정된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민영보험과는 달리 ‘무진단보험’이며 저렴한 가격에 제공된다. 1929년부터 시작된 우체국보험은 은행이 없는 농촌 벽지에까지 우체국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보험의 보편화에 기여해 왔다.

우정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마지막 남아 있는 ‘네트워크 공공재’이다. 정부가 운영해 왔던 철도와 자원, 도로, 통신 등 거의 모든 네트워크 공공재는 이미 민영화되었다. 기업에 팔리거나 공사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 국민들이 자기 삶을 향상시키는 기회 자체를 얻는데 필요한 기본 공공재는 무상 또는 저가로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는 경제적, 사회적 인프라인 네트워크 산업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빈은 이러한 원칙을 ‘특수 평등주의’라 명명한 바 있다.

우체국금융의 새로운 임무, '금융소외' 해소

저신용자가 700만을 넘어서고 저소득자들이 긴급자금 대출을 위해 고이율의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현 시점에서 우체국금융은 ‘금융소외 해소, 금융통합’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공적자산이다. 그 힘은 전국적 네트워크, 국가 공인의 신뢰성 그리고 금융업무에 대한 축적된 경험에서 비롯된다. 우체국보험의 한도액을 높이지 못한 것이 무에 그리 큰 일일까 싶지만, 한미FTA는 새로운 보편적서비스 확대의 과제를 폐기시키고 있음을 눈치챌 필요가 있다. 그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만들어 놓은 ‘금융의 사회적 통합’, 즉 금융부문의 사회 양극화 해소라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이 글은 여성신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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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해설

에너지 빈곤층이란?

지식경제부는 소득 대비 에너지 비용 부담이 10% 이상인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으로 정의하고, 약 123만 가구로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지표가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보완해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약 201만 가구로 늘어난다.

정부가 제시한 지표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소득에 대한 정의가 명확히 정립되어 있지 않아 연구자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가처분소득 또는 이에 상응하는 소득으로 변경, 확립되어야 한다.

2) 에너지 비용은 지출된 금액만을 단순 집계한다. 이는 많은 저소득 가구들이 에너지 비용을 필요량보다 적게 지출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여름과 겨울에 혹서와 혹한을 감내하고 비용을 거의 지출하지 않았다면 에너지 빈곤가구에 포함되지 못한다.


▶문제현상

소득 격차 만큼 에너지 빈곤 늘어나

2011년 현재 1분위 저소득 가구의 소득 대비 에너지 비용 부담은 12.9%로 10분위 고소득 가구의 1.7%보다 무려 7.6배 높다. 이 때 1분위 가구의 소득은 10분위 가구의 13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즉, 소득은 적은데 에너지 비용은 많이 부담하고 있다. 이는 소득 격차만큼 에너지 빈곤에 빠지기 쉽다는 뜻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 에너지 빈곤 심화

게다가 최근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서는 등 에너지 가격 폭등에 의해서 에너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지난 2008년 초에는 1분위 가구의 광열비 비용이 무려 소득 대비 34.31%까지 치솟은 바 있다.

없는 살림일수록 비싼 에너지 사용

저소득, 빈곤층 가구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에너지 접근성이 떨어져 에너지비용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가정용 에너지 가운데 가장 저렴한 것은 도시가스이며(연탄은 제외) 전기. 석유. LPG 등은 고가 연료이다. 실내등유는 도시가스보다 약 60% 이상 비싸다. 그런데 저소득층은 도시가스나 지역난방과 같은 사회적 인프라의 혜택에서 벗어나 있어 전기, 석유 등의 고가 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문제 진단과 해법

적정 온도 기준을 포함한 에너지 빈곤층 정의

먼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재정의가 시급하다. ‘에너지 빈곤’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는 적정 온도의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적절 난방온도를 거실 21 ℃, 거실 이외의 방 18 ℃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에너지 빈곤층을 ‘적정 난방 수준으로 실내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가처분소득의 5% 이상을 난방비로 지출하는 가구’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차상위계층으로의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 확대

현재 차상위계층은 에너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수급계층보다 차상위계층의 난방 중단일수가 오히려 더 길게 나타나고 있다. 한파의 추위에 떠는 경험은 오히려 차상위계층에 더 진하게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에너지 빈곤층’을 재정의하게 되면 차상위계층은 물론 소득 중위 50% 미만까지 포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환형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의 확대

에너지 빈곤층의 확대는 저소득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제도적 인프라의 미비, 효율화라는 기술적 진보로부터의 소외에서도 발생되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기반시설의 확대, 가정용 에너지기기와 주택의 효율화 사업 강화도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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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17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미친 기름값'은 누구의 책임인가?

어떤 신문이 아예 대놓고 ‘미친 기름값’이라는 제목을 뽑았다. 요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전국 평균 2,000원에 육박해서 사상 최고치를 위협하고 있다. 해당 기사가 나왔던 2월 13일에 ‘정유업계의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기사가 눈에 띈다. 4대 정유업체의 작년 매출액을 다 합쳐 보니 무려 200조 원 가량이다. 이 두 기사를 보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분들이 많지 않았을까? 특히 차량으로 먹고 사시는 분들이 느낄 박탈감이 떠오른다.

얼핏 보면 둘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 기름값이 오르는 것은 마진이 줄어든 주유소의 자구책에서 비롯되었고 작년에 정유업계의 실적이 좋았던 것은 유례없는 수출 호황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소매업주인 주유소와 수출대기업인 정유업계가 각자 나름 노력해 온 자연스런 결과로 해석할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석유에 얽힌 가격과 수익결정 구조를 보면 우리는 정유업계의 책임을 보다 강화해야 함을 알 수 있다. 몇 가지 사실을 되새겨 보자.

첫째, 정유업계는 담합을 통해 도매 가격을 독점적으로 결정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도매가가 떨어져야 소매가도 떨어질 수 있다. 정부가 폭등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펼친 대표적인 정책은 이른바 ‘알뜰주유소’ 정책이다. 경쟁을 통해 기름값 하락을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정유업계에 대한 압박은 전제되지 않았다. 시장을 독점한 4대 정유업체가 매년 담합을 통해 도매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는 시늉을 보이긴 하지만 실효성은 없다. 정유업체는 돌아가면서 담합사실을 자진 신고하는데 이른바 ‘자진신고자 감면제’를 이용해 과징금을 면제받는 수법을 사용한다.

둘째, 정유업계는 원유 가격이 상승해도 생각만큼 부담스럽지 않다.

한국의 정유제품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수송용 연료는 세계 최고의 환경 기준을 자랑한다. 이런 경쟁력은 세계 6위의 설비능력과 수출규모로 증명된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선진국들이 휘청하고 선진국들의 정유시설이 노후화됨에 따라 석유제품의 수출 전망은 한마디로 ‘장밋빛’ 그 자체이다. 원유 가격이 상승한다 해도 수출이 워낙 호황이다 보니 정유업계는 크게 걱정할 바가 아니다.

셋째, 원유 수입량의 상당 부분은 정유업계에 의해 그대로 수출된다.

원유 수입량의 약 1/4은 그대로 수출된다. (석유제품 수출금액은 원유 수입액의 약 1/2) 한국에서 원유 수입의 최대 큰 손이 정유업계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유업체의 수출량은 한국의 원유 도입원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원유 도입원가 급등의 부담을 오로지 주유소와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유가 급등 시에는 충격을 일정하게 흡수해 주는 최소한의 책임 정도는 져 주어야 한다고 본다.

주유소와 국민들이 기름값 폭등에 근심이 늘어가도 정유업계는 언제나 국제유가에 그 책임을 돌린다. 그러나 대규모 원유도입은 최소 수 개월에서 최대 수 년의 장기거래가 기본이다. 정유업체는 거대 구매력을 바탕으로 유가 급등의 위험을 회피하는 한편, 주유소 운영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또 한편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정유업계는 유가 급등의 부담을 사회에 전가시킬 수 있는 구조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엄연한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을 할 것인가?

※ 이 글은 여성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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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4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은 중국이나 인도가 아닙니다. 여성입니다.”

지난 200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라는 학술잡지가 ‘여성 경제학’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싣는다. 이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소득이 2008년 현재 약 13조 달러에서 2014년에 이르면 18조 달러로 약 50% 가까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뛰어 넘는 속도다. 그렇다면 이런 표현이 결코 과장된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의 여성 마케팅 움직임은 매우 발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성 소비자, 기업 마케팅으로 ‘여성 경제학’을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여성의 구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의 경제적 지위에 있다. 여성은 세계 노동력의 66%를 차지하고 있으나 수입은 10%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자산을 보면 여성의 경제적 지위는 더욱 열악한데, 겨우 1% 수준에 머무른다.

우리 시대가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발전은 이러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지독한 성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발전이 될 것이다. 여성이 그들의 존엄을 인정받으면서 경제 성장의 기여와 분배에 정당하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 경제학"은 여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한 것

여성 경제학은 물론 그 자체로 정당하지만 단순히 도덕적인 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이야말로 발전을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길임이 증명되고 있다.

가장 흔히 언급되는 사례가 1990년대 네덜란드가 아닐까 한다. 1980년대 후반까지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여성 고용률이 낮은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1990년대 들어 네덜란드는 자녀를 둔 여성의 일자리 기회와 노동권을 보장하는 강력한 국가정책을 시도하게 된다. 강력한 국가정책과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자 여성의 고용률 제고는 곧바로 높은 성장율이라는 경제적 성과를 국민들에게 돌려주게 된다. 당시 10년 동안 여성 고용률은 38.2%에서 61.9%로 급상승하였다.

좁은 의미의 경제적 성과 뿐만이 아니다. 브라질의 흥미로운 사례를 보자. 어머니가 가계 소득을 관리하는 가족 집단을 그렇지 않은 가족 집단과 대조하는 조사가 있었다.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족의 영아 생존율이 대조 집단에 비해 20% 이상 높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즉 가족 내에서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높을 때에 사회적 성과가 높았다는 사실이다.

'성평등 투자'는 가장 수익성 높은 투자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우리는 '성평등 투자(Investments in gender equality)'라 부른다. 성평등 투자는 여성에게 남은 떡고물 몇 개를 나누어주는 투자가 아니다. 적극적인 사회투자를 의미한다. 많은 종류의 무슨무슨 투자가 있겠으나 성평등 투자야말로 가장 높은 (사회경제적) 수익률을 보장하는 투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많은 연구결과들이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여성의 소득이 증가할수록 교육과 건강 그리고 영양 에 대한 재투자가 늘어나기 때문으로 본다. 이러한 분야는 장기 성장을 이끄는 사회투자 분야들이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근시안적 투자가 아니라 ‘현명한 투자’이어야 함은 재론할 필요가 없다.

새해 벽두에 여성의 경제학을 언급한 것은 실은 새해의 한국경제가 매우 암울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올해 유럽재정위기, 미국의 장기 경기침체 그리고 중국의 성장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다. 당연히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경제도 걱정이다. 이러한 전망들을 들을 때마다 여성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지난 금융위기 때에도 여성 일자리가 가장 큰 고통을 짊어지지 않았던가?

미리 외쳐 보자.

‘여성에 주목하라.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목청껏 외치는 것 자체가 바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여줄 것이다.

※ 이 글은 여성신문 (http://www.womennews.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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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1.07.20 14:15

2011 / 07 / 20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청년을 위한 실업부조 제도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심각해진 청년실업, 더 이상 대책을 미룰 순 없다.

2. 청년 실업자를 사회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이유

3. 고용안전망의 기초 제도, 실업부조

4. 실업부조 수당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 요약 ]

■ 청년실업만 악화, ‘미끄럼틀 사회’의 끝에 서다.

며칠 전 발표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신규 취업자가 47만 명이나 증가하여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유독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감소하고 있어 최근의 경기회복에 따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20대의 경우 한 해 동안 약 8만 3천명,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누계하면 무려 13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 한국경제, 청년실업의 악순환 구조에 접어 들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매우 역동적이었던 우리나라의 청년 노동시장은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선순환 구조가 일거에 악순환 구조로 대체되었다. 일반적으로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실업 또는 미취업의 후유증이 훨씬 오래 간다. 그런데 청년실업은 성년실업에 비해 경기하락의 충격에 훨씬 민감하다. 외환위기라는 급성 충격과 이후 이어진 신자유주의 고용 불안이라는 만성 충격에 청년은 더 큰 실업의 충격을 받았고 그 후유증이 아직도 이어져 오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하락한 국민경제의 고용 창출력과 과소연계되고 있는 고등교육-직업 연계는 심각성을 높이고 있다.

■ OECD 대부분 국가가 실업부조 제도를 시행 중

청년실업자를 위한 고용안전망의 가장 기본은 실업부조 제도에 있다. 실업부조란 사회부조의 하나로써 실업보험과는 달리 제도 가입이라는 ‘배제의 조건’을 달지 않는다. 이 제도는 보험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사정에 있는 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는 실업보험과 함께 실업부조를 도입함으로써 청년실업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OECD 24개국 가운데 13개국이 실업부조 제도를 갖고 있고 실업부조가 없는 국가 가운데 상당수는 부조의 성격을 실업보험 제도 내에 포함하고 있다. OECD 국가 가운데 청년 고용안전망 제도가 전혀 제공되지 않는 국가는 한국 이외에는 미국, 멕시코 등 소수에 불과하다.

. OECD 주요국 실업부조 제도의 현황

구분

국가

수혜 기간

지급율

자산조사

(수혜대상 제외)

소득조사

(수혜대상 제외)

부양가족 수에 따른 추가수당

실업부조만 운영

뉴질랜드

제한 없음

정액

-

가족 전체

호주

제한 없음

정액

가족 전체

실업보험과 함께 운영

독일

제한 없음

정액

가족 전체

오스트리아

제한 없음

실업보험 수당의 92%

가족 전체

프랑스

6개월

정액

-

가족 전체

그리스

3회에 걸쳐 매회 3개월

정액

-

가족 전체

-

스페인

18개월

정액

-

가족 전체

포르투갈

12~24개월

정액

-

가족 전체

아일랜드

제한 없음

정액

가족 전체

영국

제한 없음

정액

가족 전체

노르웨이

제한 없음

실업보험 수당의 100%

-

개인

-

보편주의 고용안전망 운영

핀란드

제한 없음

정액

-

가족 전체

스웨덴

14개월

정액

-

가족 전체

-

■ 대기업과 공공부문에 일정한 책임을 분담토록 해야

2009년 2월 25일 전경련이 대기업 신입사원 임금 삭감을 결의한 바 있다. 동서고금 어디를 둘러보아도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든 ‘초유의 사건’이었다. 아, 1980년대 영국이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긴 하다. 당시 전경련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핑계로 인턴직원을 더 많이 뽑는 ‘일자리 나누기’를 하겠다면서 대졸 신입사원 초임을 최대 30%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글로벌 경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청년고용의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 왔다. (고용보험 DB를 확인해 보라)

공공부문은 또 어떠한가? 정부가 밀어붙여 지난 2년 동안 공공기관의 신임 초임 평균연봉은 10.3% 하락했으나 신규채용은 같은 기간 22.5%나 떨어졌다. 잘 나가는 곳에서 오히려 청년실업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실업부조 제도는 추가적인 국가 재정을 필요로 한다. 실업부조의 도입으로 혜택을 받게 될 영세 폐업자영업자와 장기실업자 등에 필요한 재원을 국가가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청년실업자를 위한 실업수당은 대기업과 공공부문, 금융 등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청년실업이라는 사회적 위험을 가중시켜 온 집단이 보다 더 많이 책임질 필요가 있다. 대기업과 정부, 그리고 금융이 일정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 그것을 확인하는 것이 실업부조 제도 도입의 출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상 동 sdlee@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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