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22고병수/새사연 이사

영국 방문 며칠 동안의 공식적인 방문과 회의가 끝났다. 남은 며칠은 개인 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몇 가지 일을 하기로 했다. 그것은 영국의 민간의료 상황에 대한 파악과 일차의료 현황, 즉 영국의 주치의제도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일행들이 방문하거나 만난 사람들은 거의 공공의료를 강조하거나 그것을 강력하게 지키려는 사람들이었는데, 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나 주민들의 생각과 오히려 그 반대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얘기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낯선 나라에 와서 병원 시설들을 보거나 관계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미리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홍승권 교수와 나는 한번쯤 맨땅에 헤딩하기로 마음먹고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오늘은 영리병원 격에 해당하는 개인병원들을 탐방하기로 하였다.

런던의 압구정동 ‘할리 스트리트’

서울의 압구정동, 청담동을 가보면 고급 술집, 백화점, 고급 식당들도 많지만 한 골목 건너 성형외과나 피부과 같은 곳들이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특정 영업점들이 한 군데 모여 있다는 것은 돈을 낼 수 있는 수요층이 가까이 있다는 이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전문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런던에도 그런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는 솔깃해진 마음으로 찾아가 보았다. 일단 주변 시내를 죽 훑어보면서 가기로 했는데,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따라 이 골목, 저 골목을 구경하며 다녔다. 서울의 강남구처럼 런던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구경거리도 많았다.


화려한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모습(왼쪽 그림). 이 거리 왼편에 헤롯 백화점이 있다.
거리 왼쪽으로 꺽어지면 할리 스트리트가 나온다. 오른쪽 사진은 거리 중간에 있는 공원.

가다보면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와 불륜 관계라고 알려진 이집트 출신의 도니 파예드의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최고급 백화점 ‘헤롯’을 비롯한 백화점들이 즐비한 거리도 나오고, 옛것과 현재가 버무려져 있는 도시답게 유명 관광지도 보인다.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지나면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조금 한적한 곳에 ‘할리 스트리트(Harley street)’라는 곳이 나온다. 언뜻 보면 조용한 주택가 같은 곳인데,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거의 병원들이다. 물론 집들은 거의 고풍스런 옛 고급 주택가들이고, 1층이나 2층은 병원 간판이 조그맣게 붙여져 있다.

 
할리스트리트 전경(왼쪽)과 그 중 한 건물 입구(오른쪽) 모습.
간판들은 거의가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피부 관리에 대한 것들이고, 한 건물에 여러 과목들이 몰려있는 경우가 많다.

홍승권 교수와 나는 천천히 건물 간판들을 들여다보며 걸어본다. 어디 한 군데라도 들여다보려고 문을 두드리면 인터폰 목소리만 들린다. 먼저 예약을 했는지 물어보고, 예약을 안 했으면 전화로 예약을 해야 들어올 수 있단다. 하나같이 꽁꽁 잠겨져 있고,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다. 영국 사람들은 뭐 하나 친절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 업종이라면 고객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게 하고, 구경도 할 수 있게 해야 홍보가 되는 법이거늘.....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어떤 종류의 병원들이 있나 살펴보는 것만으로 만족을 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영리병원의 한 단면인 컨설턴트 의사

할리 스트리트에 있는 병원들의 의사들은 거의가 NHS 병원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즉 NHS 병원에도 근무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이런 곳에서 진료하며 병원 외 수입을 얻어가고 있었다. 공공의료의 메카인 영국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지 알아봤는데, 오래 전부터 조금씩 허용이 되어 왔던 일이고, 지금은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NHS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개인 진료로 또 수입을 올리는 모습이 어쩐지 얄미워 보인다. 우리로 치면 국립병원이나 보건소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나와서 따로 개인 진료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공공병원에서 일하며 외부에서 개인 진료를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의사들은 대부분 관련 전문과에서 오랫동안 전문직을 수행했던 사람들로 ‘컨설턴트(Consultant)’라는 명칭을 붙인다. 우리 같으면 전공의(레지던트)가 있고, 그 위에 임상 교수가 있는데, 아마 어느 정도 경륜이 된 교수쯤 되어야 그런 컨설턴트라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다. 이 정도면 의사가 되어 20년 쯤 지나서이다.

컨설턴트는 특정 전문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반의로 알려진 GP 세계에서도 있는데, 그들을 특별히 ‘GP consultant’라고 부르기도 한다. 컨설턴트....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 뜻으로는 상담이라는 말이지만, 그들은 경험 많은 의사를 지칭하는 것으로도 쓰고 있었다.

같이 걷던 홍승권 교수가 며칠 전에 겪었던 재미있는 경험담을 얘기해 주는데..... 한번은 병원에 가서 중년의 의사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닥터(Dr.)’라는 호칭을 썼더니 언짢아 하더란다. 나중에 그 분이 살짝 귀띔해주는데, 자신을 닥터가 아니라 ‘미스터(Mr.)’라고 부르란다. 닥터는 그냥 의사지만 미스터는 격 높은 의사를 부를 때 표현하는 것이라나. 어쨌든 컨설턴트에 해당하는 의사들도 그렇게 불리길 좋아한다니까 혹시 여러분들이 그런 분들을 만나면 실수하지 않도록.

GP 컨설턴트 역시 NHS와 계약 관계에서 동네의원을 운영하지만, 일주일 중 특정일에는 개인 환자를 보게 된다. 그 때는 NHS의 영향을 안 받아서 따로 환자를 접수하고 진료비도 다소 비싸게 개인에게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대기 시간과 해야 할 검사들이 지연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느 정도 인정한 형태이다. 우리 같으면 건강보험에서 인정 안 해주는 검사나 치료 행위들을 개인 비용으로 해도 좋다는 것과 같게 보면 된다. 병의원을 이용해본 분들이면 가끔 의사에게서 어떤 것은 건강보험으로 안 되니까 본인이 일부 비용부담을 해야 합니다 라고 얘기를 듣는 것이 있을 텐데, 비슷하게 보면 될 것이다.

민간 병원이 점점 많아지는 영국에서 이러한 개인 진료 시설(의원급)이 늘고 있다는 것은 요즘 추세로 보면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 아직도 영국의 의사들은 의료를 공공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개인의 영리를 위해 이용하려는 움직임 또한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 의원들은 우리가 찾아간 할리 스트리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런던 곳곳에 한두 군데씩 차려져 있고, 런던 교외에도 있었다.

의사들의 욕구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요구도 있었기에 이러한 개인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만난 어떤 영국 주민은 거의 모든 피부질환이든, 성형문제든 NHS에서 해결을 해주는데, 그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차라리 자기 돈 내고 이런 개인 진료를 받으며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성형이나 피부 관련 진료소가 아닌 GP 컨설턴트도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동네의원이지만 빨리 봐주고, 필요한 검사들을 해주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선호하는 형태라고 한다.

고민이 깊어진다. 우리의 건강에 관한 모든 문제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대원칙이 옳은 걸까, 일부일지라도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걸까?

영국을 방문한 방문단 내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100퍼센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측과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현실이므로 보장성을 높이면서도 일부에서는 개인이 해결하도록 해도 된다는 의견.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의료 보장성은 90%이다. 이는 감기든, 사고이든, 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질환들을 90퍼센트 이상 국가가 비용을 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의 통상국가라고 하면서 아직도 건강보장성이 60%를 맴돌고 있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이 수치마저 간신히 턱걸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암에 걸리면 수 천 만원씩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비용 때문에 치료 중단을 고민하기도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민영화 바람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성급하지만 이렇다. 공공의료를 실현한 그들의 고민은 한계에 부딪힌 공공의료의 효율성을 위해서 약간만 개인의료에 대해 빗장을 여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렇다 할 공공의료 수준을 못 이루어내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영리병원을 허용하느니 마느니 논쟁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90% 수준까지) 의료 보장을 이루어 내면서 영리병원 얘기를 내놔야 국민들에게 먹혀들 것 아닌가.

현재 우리의 60퍼센트 수준의 의료 보장성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게 되면 의사들이나 병원들은 앞 다투어 그 쪽으로 가려고 할 게 뻔하다. 물론 그 쪽으로 간다고 다 왕창 돈을 벌지는 않을 것이지만, 하여튼 많은 의사들의 눈과 귀를 현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변에 있는 병원들은 보통의 질환들을 가진 환자들(돈 안 되는 환자들)을 안 보려고 할 것이고, 우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기를 진료할 병원을 찾아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영국의 민간병원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병원에서 비용 부담이 되는 수술들을 기피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의사협회에서도 지난 봄에 공식으로 영리병원 반대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정형근 이사장도 최근 영리병원은 우리의 건강보험을 뒤흔드는 게기가 될 것이라며 반대의 소리를 냈다. 이러할진대 도대체 누가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들여놓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일까?

영국의 의사 자격 과정

Medical degree : 의과대학 5~6년 과정

Foundation House Officer : 일반의, 전문의 공통의 2년 과정 (우리나라의 인턴 과정)

이 과정을 마쳐야 의사자격증이 나오며, 영국의사협회 (BMA, British Medical Association)의 회원이 된다

일반의(GP) / 전문의(Specialist) 수련 과정으로 일반의 3, 전문의 3~6년 과정

Consultant : 병원 근무 경력이 높은 의사에게 주어지는 자격. 교수급으로 보면 됨


이 글은 필자가 2011년 7월 2일부터 7월 9일까지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최근 보수당 캐머런 정부의 NHS 개혁에 관한 것과 일차의료 현장에 대한 견학을 하고 느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나중에 자료집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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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변 나이드신 어른들이 병원에서 초음파 같은 검사를 받는 걸 보면 완전 바기지에요. 초음파 장비는 나온지도 오래되었고 그다지 비싼 장비가 아닌데도 한번 검사에 6~7만원을 받아챙기는 걸 보면 완전 어이없어 말이 안나옵니다. 제가 알기론 초음파가 보험적용도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영리병원 생기면 국민 건강을 담보로 이런 바가지 상혼이 극성을 부릴 것은 불문가지겠지요. 영리병원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이런 바가지 의원들 때문에 정말 병원 가기 싫어집니다.

    2011.09.25 14:49 [ ADDR : EDIT/ DEL : REPLY ]

2011 / 09 / 06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의료민영화는 계속된다

서울시장 사퇴와 교육감 수사로 어지러운 정국을 타개하고 집권 하반기를 준비하는 정부에서 야심찬 개각 안을 내세웠다. 개각 때만 되면 제일 만만한 카드였던 복지부 장관 자리는 이번에도 교체되었고 대상자는 놀랍게도 경제관료 출신의 영리병원 지지자이다. 대체 이 정부는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하는 의료민영화를 언제까지 추진할 생각인 걸까. 압박하는 자본의 요구가 거세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각오인 듯하다. 문제는 영리병원 허용, 건강관리서비스 등의 정책 추진과 더불어 의료계의 의료민영화는 계속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올해 가장 뜨거운 의료계의 이슈는 일반약의 슈퍼판매이다. 그 뒤를 이어 치과계에서는 유디치과가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는 기염을 토했고 마지막은 이름도 생소한 보움한의원이다. 이 사안들은 일면 각 전문분야의 내부 문제로 보인다. 이익집단이 서로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지며, 문제를 제기하는 쪽에서도 국민건강은 명분용이고 그 기저에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음을 부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네트워크병원, 약국외 판매 의약품 도입, 자본의 건강시장 진출 및 의료기관을 통한 판매 등을 이익집단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보아도 될 것인가? 그들의 주장만이 아닌, 실제 국민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약권하는 사회

가장 먼저 포문을 일반약의 슈퍼판매는 대통령의 호통 한마디에 복지부 핵심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야간 및 공휴일에 일반의약품을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피해규모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그래도 당장 ‘약국외 판매 의약품’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 냈다. 이번 약사법 개정안은 의약품 분류체계를 전문의약품/일반의약품/약국외 판매의약품 3분류로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도 의약외품이 있으나 붕대, 염색약 등 의약품은 아니다. 지난 7월 가장 이슈였던 박카스를 슈퍼에서 판매하기 위해 44품목의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한 적이 있다. 일반의약품을 약국외에서 판매하기 위해서는 약사법 개정이 필요하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 의약외품으로 살짝 전환해서 판매하게 된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본격적인 약사법 개정을 통해 상당수의 일반의약품을 약국외 판매 의약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약국외 판매 의약품’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근거는 야간 및 공휴일 공백이다. 약을 약국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나라들은 일인당 약국수가 적어 접근성이 떨어지고 야간 및 공휴일 공백의 문제는 주치의 제도, 공공 야간응급의료센터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은 정부의 계획에 들어있지 않다. 반면, 약의 오남용으로 인한 위험성은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약국외 판매로 인한 편익과 국민 건강에 대한 위험성이 사회적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 문제를 약사들의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해서 풀어가는 방식은 타당하지 않다. 현재 민주주의사회에서 정책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숙의민주주의이다. 주장하는 정책에 대한 주장하는 측의 ‘합당성에 대한 해명책임’과 공론장(공익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조건)에서 충분한 논의 후 정당한 절차를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집단이기주의로의 매도와 극단적 저항으로 인한 갈등만 존재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약을 너무 많이 먹고 있다. 많이 먹을 뿐만 아니라 약가격도 비싸다. 합리적 약가책정과 필수적 의약품의 접근성, 합리적 약복용 문화정착 등 약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리적 의료정책에 대한 숙의민주주의를 통해 이해당사자간의 합의를 도출하는 길고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반약 슈퍼판매를 관철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구조는 약분야의 핵심 과제들을 해결한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의도를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일반약 광고를 통한 종편 광고시장 확대, 약국민영화 등 정부에서 줄줄이 계획하고 있는 의료민영화의 단계로 비판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유디치과, 네트워크 병원의 진수를 보여주다

유디치과는 또 뭔가? 네트워크 병원은 지금 개원가의 대세이다. 의료계의 네트워크는 사실 다른 분야의 프랜차이즈와 별반 큰 차이 없다. 유명 브랜드를 런칭하고 브랜드 유명세에 따른 홍보효과와 집단 광고, 공동구매 및 경영관리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 등을 통해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공동구매 및 경영관리를 통한 비용절감을 주장하고 있지만 막대한 광고비와 브랜드 가치로 고가 시장을 형성해 왔다. 여기에 유디치과는 합리적(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틈새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치과계에서 유디치과의 문제로 지적하고 있는 것은 △1명의 치과의사가 여러 개 치과를 사실상 소유하고 있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 △과잉·부실진료를 일삼는다 △무료스케일링이나 저가진료로 환자를 유인한다 등이다. 핵심은 자본이 치과의사를 고용해서 편법적, 비윤리적 경영을 강요, 과잉 부실 위험성 높은 진료를 하고 있으며 치과 의료시장을 왜곡시키게 된다는 점이다. 유디치과가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사실상 1인 대표에 의해 조직된 최초의 수직적 네트워크 병원이라는 데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중소유통업에 대기업 SSM이 들어오면서 저가공세,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시장을 왜곡하고 독점을 형성한 다음에는 오히려 가격을 올리고 입점,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와 상당히 비슷하다. 하지만 의료기관 네트워크 거대화는 또 다른 문제를 갖고 있다. 의료민영화의 핵심 추진정책 중 하나는 의료채권-경영관리회사(MSO)-의료기관 인수합병 종합 3종 세트이다. 현 네트워크는 형식상으로는 공동 구매 및 경영관리만을 하는 수평적 구조이다. 여기에 경영관리회사를 두고 자본을 소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바로 수직적 네트워크가 가능하다. 의료기관 인수합병과 MSO를 통해 수직적 네트워크를 구상하고 여기에 의료채권을 발행할 수 있으면 단숨에 거대 의료자본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이 의료채권-경영관리회사(MSO)-의료기관 인수합병 종합 3종 세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거대 네트워크 병의원들이고 이 네트워크들은 매우 영리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빅 4병원에 맞먹는 의료계의 거대 자본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병의원들의 문제는 주로 일차의료영역에 포진해 있다는 점이다. 아래 참고를 보면 비만, 피부, 성형, 불임 등 상업적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전문의원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되면 실제 일차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원들은 빅 4병원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대형병원 뿐만아니라 브랜드를 내세운 상업적 네트워크와 경쟁해야 하고 경쟁에 살아남으려면 똑같이 투자, 마케팅, 상업적 경영을 해야만 한다.

참고 2009년 08월 28일 등록 네트워크 병원 브랜드 총 56 개

21세기의원 /365MC 비만클리닉 /CDC어린이치과병원 /DS피부과 /간사랑네트워크/강남밝은세상안과 /고운미소치과 /고운세상피부과 /골드만비뇨기과 /김창수.수흉부외과/노블레스성형외과/ 닥터굿 재활학병원 /더성형외과 /두리이비인후과 /드림성형외과 /리젠성형외과 /리즈산부인과 네트워크/ 맨파워 비뇨기과 /메디포맨남성의원 /미애로네트워크 /블루비뇨기과 /서울수면센터/ 서울의과학연구소 /속편한내과 /수원이안과 /숨쉬는한의원 /쉬즈웰 네트워크/ 신사현미용성형센터/ 씨알센터 /씨어앤파트너안과 /아이메디안과 /아이미성형외과 /엔비클리닉 /연세사랑병원 /예본안과 /예치과 /원진성형외과 /월오한의원
이즈치과네트워크 /일맥한의원/ 잠실서울외과의원 /제이엠의원 /존스킨한의원/ 지오치과 /청담밝은세상안과/ 크리스마스의원/ 타워광명내과의원 /테마피부과 /티아라성형비만클리닉 /프렌닥터내과의원 /하나로내과/ 하나이비인후과 /하늘마음한의원 /하이키한의원 /함소아한의원/행복을 심는 치과

처음에는 최초로 광고를 하고 상업적 행위를 하는 기관이 성공하지만 나중에는 그 수준이 최저선이 되어 그 정도를 하지 않으면 낙오되는 구조가 정착된다. 의료계 전체가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영역에 비해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하는 의료영역에는 진입장벽, 합리적 규제를 두는 것이다. 의료채권-경영관리회사(MSO)-의료기관 인수합병 종합 3종 세트가 법적으로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네트워크 병원이 승승장구 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 보건의료시스템이 매우 상업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는 영역이 너무 협소하다보니 의료기관이 비급여진료를 자율로 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고 의료기관 개설, 관리, 운영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

건강을 위해서는 이걸 드세요

그렇다면 보움한의원은 대체 뭔가? 보움스퀘어란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된 KT&G의 자회사인 KGC라이프앤진이 세운 브랜드이다. 한국담배인삼공사는 담배와 인삼의 전매공사였다가 민영화 흐름을 맞아 전격적으로 민영화된 뒤, 담배, 부동산 등은 KT&G에서, 인삼은 한국인삼공사에서 주로 맡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인삼공사는 얼핏 들으면 공기업같으나 이름만 이어쓰고 있을 뿐 정관장, 굿베이스, 예본, 라이프엔진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KT&G의 자회사이다. 한국인삼공사의 라이프엔진에서 다시 보움이라는 브랜드를 런칭해서 한의원까지 직영으로 두고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겠다고 나섰다. 담배를 전매하던 KT&G에서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한약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KT&G는 담배와 인삼을 같이 취급하는 회사이다. 일면 생각하기에도 건강위해식품인 담배와 건강기능식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것이 이상하다. 하지만 건강관련 기업은 대부분 화학제품, 독약, 농약, 제약, 식품들을 동시에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건강 관련 회사 및 제약회사는 돈이 되는 것이면 회사 목표와는 상관없이 확장하고 있으며 현재 그 타켓은 천연물 및 천연물 유래 제품이다. 세계 전통 천연물에 대한 특허는 대부분 다국적 제약회사가 갖고 있으며 그를 통해 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건강보조제, 화장품 등을 생산하는 것이 현 추세이다. 우리나라 역시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홈쇼핑, 다단계, 방문판매 등 영업하는 사람들은 다 건강기능식품을 다루는 것처럼 보일 정도이고 명절이면 부모님께 홍삼선물하는 것은 일상화된 풍경이다. 이러한 현상과 의료민영화는 또 어떤 연관이 있단 말인가?

건강증진은 매우 중요한 국가 과제이다. 건강한 사람은 경제생활을 통해 생산성을 발휘할 뿐만아니라 의료비지출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외국에서는 급등하는 의료비를 조정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 방안으로 국가차원의 전국민 건강증진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증진을 위해서는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건강한 환경이라 함은 사회경제적, 환경적, 문화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일정수준이상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따라서 외국의 건강증진 방안의 핵심은 양극화 해소, 빈곤비율 감소, 소득보장, 보편교육, 사회적 지지와 네트워크, 다양한 사회복지정책, 보편적 의료보장 시스템 등 사회경제적 측면의 개선을 통해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강에 관련된 구체적 정책으로 들어가면 포괄적 주치의 서비스, 지역 건강증진센터, 다양한 체육시설과 여가활동 보장, 다양한 공적 네트워크를 통한 절주, 금연, 운동, 영양 등 건강증진시스템 운용 등 대부분은 국가 및 지역사회의 공적 시스템을 통해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양극화와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사람들은 건강생활 유지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 노동자들은 새벽에 나가야 하며 투잡을 하거나 야간작업과 불규칙한 노동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학생들은 세계에서 가장 긴 학습시간에 시달리고 있다. 불합리한 주거시스템으로 출퇴근에 2-3시간씩 써야 하는 사람이 많으며 건강을 유지할 수 없는 수준의 주거공간에 거주하는 비율도 매우 높다. 정신적 스트레스의 수준도 높아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자살률과 OECD 국가에서 가장 낮은 삶의 질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건강증진 행위란 홈쇼핑과 주변 영업사원들이 권유하는 건강에 좋다는 제품을 사 먹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 제품을 먹고 다시 열심히!!!

정부는 이런 건강증진영역을 민영화 하겠다고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건강관리서비스를 민간이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으로 건강해지려면 돈을 벌어서 건강관리서비스를 구매하라!! 는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 회사에서는 정관장이나 보움브랜드의 제품을 전시하고 건강관리사는 친절히 그런 제품들이 어디에 좋은지를 설명하면서 의사들이 약을 처방하듯이 건강기능식품을 처방해 줄 것이다. 아예 보움브랜드에서는 한의사가 그런 역할을 해 준단다.

그래, 삶이 팍팍하면 그렇게라도 해서 건강을 유지해야지, 병원에서 안 해주는 서비스를 돈 내고라도 받으면 낫지 않나? 빈곤층에게는 최소한의 부조를 해주면 된다...이것이 정부의 논리이다. 과연 건강증진영역이 시장화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한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의료비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 고령화와 의료기술의 발달로 가파르게 상승하는 의료비가 국가 재정의 가장 큰 문제이기 때문에 선진각국에서는 의료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부분 합의한 내용이 국가 차원의 건강증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건강이 나빠지고 의료비 지출이 큰 집단은 취약계층이므로 취약계층 전부를 포함한 전국민 건강증진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구축하는 것이 가장 비용/효과적이라는 계산이다. 국가차원의 전국민 건강증진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채 건강증진제품이 가장 활성화되고, 광고를 제일 많이 하며, 제일 많은 건강증진제품을 복용하는 미국의 건강수준이 가장 낮으며 의료비는 제일 많이 쓴다는 사실은 이를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정부는 이런 건강증진 영역을 완전히 시장화하려고 하고 있고 그 뒤에는 삼성, KT&G와 같은 대기업이 존재한다. 일반약을 슈퍼에서 구매하고 건강기능식품을 한의원, 의원을 입점시켜 판매하려고 하며 각종 매체를 통해 이를 광고한다. 각 티비프로그램은 어떤 식품이 몸에 좋다는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과연 건강의 홍수이다. 과연 우리는 그 속에서 건강해질 수 있을까?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은 어느 정도 수입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지 못한 사람은 담배, 술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이런 계층의 건강수준은 매우 취약해진다. 이것이 건강불평등이 악화되어가는 방식이며 현재도 우리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의료인들, 할 말은 없다

현상을 깊이 들여다보면 쉽게 드러나지 않던 진실이 드러난다. 건강에 관련한 시장은 매우 크며 고령화가 진전될 수록 이 시장은 매력적인 블루오션이 된다. 사람들이 건강에 돈을 많이 쓰면 GDP는 올라가며 성장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건강에 돈을 많이 쓴다고 사람들이 건강해지며 사회전체의 효율은 높아지지 현실을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 건강영역에서 추진하는 대부분의 정책은 산업화, 시장화이다. 외국인 환자 유치, 영리병원도입,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 건강식품시장 및 제약산업 활성화 모두 산업화에 관련된 영역이다. 산업화가 필요없지는 않다. 좋은 제품과 기술이 개발되면 보건의료서비스가 개선되고 저렴해지며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산업화는 전혀 그러고 있지 못하다. 의료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의료비는 비싸지고 믿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줄어든다. 오히려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건강관련 산업에 뛰어드는 기업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현 의료계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했다. 일반약 슈퍼판매로 약사회에는 대규모 집회, 단식농성 등 초강력 대정부투쟁을 벌이고 있다. 뉴스에서는 매일 유디치과와 치과협회의 다툼이 보도되고 있으며 한의계 역시 광범위한 저항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 의료계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이러한 행보를 하고 있다는 신뢰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진흙탕싸움, 밥그릇 싸움으로 인식되며 그 이유는 의료계의 지난 모습에 있다. 약을 보다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하고 필수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며, 더 많은 치과와 한방서비스가 보험적용으로 보다 싼 가격에 공급되는 것에 의료계는 저항을 해 왔다. 포괄적인 건강증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의원은 찾기 어려우며 환자들은 병의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치료를 권고 받으면 치료를 위해 권하는지, 수익을 위해 권하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가족 중 의사없으면 사기당한 이 기분

국민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아는 사람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 치료견적이 과연 합리적인 것이고 믿을 수 있는 것인지, 가족 중에 의료인 한 명도 없으면 누구 한명이라도 아플 때 올바른 의료정보를 얻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티비와 인터넷에서 몸에 좋다는 광고가 도배되는데 사먹지 않을 방도가 없는 것이다. 의료계는 이런 문제에 전문가로서 신뢰성 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답은 있다

답은 공적 차원의 포괄적 보편적 보건의료시스템의 구축에 있다. 보건의료시스템은 건강증진-예방-치료-재활-요양서비스가 포괄적,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건강증진은 보건의료시스템을 넘어 사회전체가 건강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담보되어야 하나 적어도 공적 시스템 하에서 제공되는 건강관리시스템이라도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경제와 주거, 삶의 영역에서 매우 불건강한 환경이 존재하는 한국 상황에서 포괄적인 건강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시급한 국가적 과제이다. 우선적 대안은 주치의 서비스이다. 주치의가 건강증진, 예방, 건강관리, 일차진료 담당 역할을 해야 하며 경제적 여유에 따라 자유롭게 구매하는 방식이 아닌 전국민 주치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의료인이 경제적 유인에 움직이는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가에서 의료인은 수행하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받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인 상당수가 의료기관을 직접 경영하고, 의료기관은 대형병원, 일반 동네의원 할 것 없이 무한경쟁중이다. 여기에 슈퍼, 건강기능식품 매장, 의료기기 전시장까지 무한 경쟁에 들어오고 있다. 경쟁하면 살아남기 위해 투자, 마케팅을 해야 하며 그 비용을 대기 위해 영리적인 운영을 할 수 밖에 없다. 의료기관간 경쟁을 없애기 위해서는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형병원은 일차에서 의뢰한 중증환자의 입원, 특수진단, 집중치료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하며 의원급에서는 포괄적인 일차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진료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장성을 높여야 하며, 반대로 상업적인 진료를 하는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답은 대부분 나와 있다. 그리고 이런 답들에 대해 의료인들은 거부해 왔다. 주치의 제도는 의료인의 반대로 시범사업도 해보지 못했으며 수가개편, 의료전달체계 구축 역시 작은 제도 변화에도 극렬한 반대에 부딪쳐 왔다. 하지만 이제 의료인들은 자체 경쟁이 아닌 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자본과 경쟁이 안된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대응이 자본의 불/편법적 행위를 고소고발하고 의료계에만 유리하게 법을 개정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미국의 경우, 100년간의 의료개혁이 의료인들의 반대에 의해 무산되어온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던 미국 의료인이 오바마의 의료개혁방안에는 지지를 보냈다.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영리화된 의료시스템 하의 의료인이 결코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 우리나라의 의료계는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그 해법이 의료개혁을 지지하는 국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방향이 된다면 의료의 상업화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그 피해는 국민, 의료인 할 것 없이 모두 입게 될 것이다. 다행인 것은 치협과 한의계에서 이번 사태를 의료민영화의 한 수단으로 인식하고 민영화 반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입장이 국민지지를 업고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논리로만 사용되고 실제 의료개혁에 나서지 않는다면 미래는 암울하다. 의료인들의 적극적인 고민과 행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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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 생각엔 일반의약품의 슈퍼판매에는 서양의약품 뿐 아니라 한방조제약도 같이 판매돼야 하고 그럼으로써 약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감기/몸살에 잘 듣는 한방조제약들도 많아서 약부작용이 겁나시는 분들은 슈퍼에서 한방조제약들을 사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아울러 한방조제약을 판매하는 제약회사들의 경쟁력을 높일 방안도 같이 찾는다면 금상첨화겠지요.

    2011.09.21 15:17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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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 11. 9. 13:23

미 오바마 행정부가 핵심 정책 과제로 내세워 온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7일(현지시각)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의료비를 지출하면서도 의료 서비스의 질은 가장 낮은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중요한 토대가 마련되었다. 물론 아직 상원이라는 넘기 힘든 또 하나의 벽이 남아있긴 하지만 말이다.

* 개혁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새사연 보고서 <미국의 의료 현실과 오바마 개혁이 주는 시사점><오바마의 의료개혁과 한국의료의 특수성>을 참고하기 바란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이처럼 의료 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해 정치 생명마저 걸고 고군분투하는 사이 한국 정부와 여당은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어렵게 쌓아온 공공영역을 무너뜨리는 데 목을 매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의료민영화(산업화) 관련 법안(의료채권법, 의료법 개정안, 경제자유구역의 외국의료기관 등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과 제주특별자치도 내국인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허용 법안 등이 심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민영화의 모델로 거론되는 미국에서 의료시스템 부실로 연간 최대 8500억 달러(약 1000조 원)가 낭비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발표돼 눈길을 끈다.

지난 10월 26일 세계적 정보기업인 톰슨로이터가 발표한 '건강보험 시스템에 관한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불필요한 과잉검사와 정보 공유 체계의 미비 등 고질적인 낭비 요인으로 연간 5000~8500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대부분 영리 방식으로 구축되어 있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는 영리 모델이 공공 모델에 비해 더 효율적이라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오히려 불합리한 의료 외적 지출과 낭비가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의 결론은 간단히 말해 미국 의료시스템이 너무 비싸며, 너무 낭비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미 국민과 정부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은 물론 기업주들에게도 버거운 짐이 되고 있다. 가령, 보고서에 따르면 GM의 경우 2004년에 의료비로 52억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철강 구매를 위해 지불한 돈보다 더 많은 액수다.

연간 1천조 원 낭비되는 미국의 영리 의료시스템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자. 보고서가 꼽은 대표적 낭비 요인은 낭비적 관리시스템, 의료공급자의 증명되지 않은 고비용 시술, 합리적 설계와 조정의 실패, 의료의 오남용, 예방 의료의 미비, 의료 사기와 부당 청구 등 6가지다.

첫째, 낭비적 관리시스템으로 연간 1000~1500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단일한 국민 건강보험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해 다수의 영리-비영리 보험기관과 건강유지기구 등을 통해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영리보험회사 등은 환자 정보를 영업 비밀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산화 비율이 매우 낮다.
그런 이유로 환자의 기본 정보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못해 병원을 옮길 때마다 중복 검사를 받아야 하며 서류작업 등에도 많은 예산이 낭비된다. 이렇게 서류작업에 낭비되는 예산은 전체 병원 예산의 6퍼센트에 달해 조건이 비슷한 캐나다(비영리 의료시스템)의 두 배에 달하는 행정 관리비를 지출하고 있다.
병원 경영자(CEO)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보상액을 관리비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는 보고서도 있다. 어떻든 공적 관리에 비해 영리적 관리가 더 효율적이라는 것은 잘못된 신화에 불과하며 오히려 영리 방식이 행정 및 관리비용 측면에서 더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의료 사고의 위험을 낮추기 위한 병원 측의 과도한 사전검사와 항생제의 과다 투여 등 의료공급자의 부당한 고비용 진료 행위로 연간 2000~3000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다.
이는 미국 의료가 예방보다는 치료 중심이며 과잉 투약 및 과잉 검사가 관행처럼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확대된 것도 과도한 시술과 투약이 만연하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잇다.

셋째, 의료공급자가 의료에 대한 합리적 조정을 하지 않아 과잉 검사나 잘못된 투약, 입원 등의 서비스에 대한 비용으로 연간 250~500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다.

넷째, 검증되지 않는 고가의 치료로 2500~3250억 달러가 낭비되고 있다. 고가의 오리지널 약을 처방하거나 불필요한 검사나 수술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섯째, 당뇨나 고혈압, 또 임산부와 관련된 예방적 접근이 가능한 질병에 대해 적절한 예방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낭비되는 비용도 250~500억 달러에 이른다.

마지막으로 기관들의 부당 과잉 청구나 잘못된 진료 등으로 낭비되는 비용이 1250~1750억 달러에 이른다.

낭비되는 전체 비용 5000~8500억 달러에서 각각의 경우가 차지하는 비율을 따져보면, 검증되지 않은 서비스 제공이 40퍼센트, 부당 청구 등 사기행위 19퍼센트, 관리 행정비 증가 17퍼센트, 의료공급자의 낭비적 행위 및 의료사고 12퍼센트, 예방의학의 부족 6퍼센트, 적절한 의료서비스의 조정 부족 6퍼센트 등이다.

낭비 줄이지 못하는 한 오바마의 개혁도 한계에 부딪힐 것

현재 미국의 의료 개혁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나는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의 보험가입과 보장성을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낭비를 줄여 의료비 증가를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고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오바마 행정부는 낭비 요소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 계획으로 우선 고비용-비효율의 신약 및 의료기기, 신기술 사용에 제동을 걸기 위해 신기술 및 의료서비스를 평가할 수 있는 연구소를 세워 평가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또한 의료기관의 행정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헬스 아이티'(Health IT) 도입을 촉진해 '이-헬스 레코드 시스템'(E-Health Record System) 구축에 100억 달러를 투입하겠다고 한다.

고가의 약 처방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연방정부가 직접 의약품 협상에 나서는 한편, 메디케어나 메디케이드에서부터 값싼 복제약의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예방 가능한 질병에 대한 의료비절감을 위해 공공보건 및 예방을 강화하고 감염성 질환에 대한 대응과 예방검사 및 진단을 의무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이런 의료비 절감에 대해 미국 내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고 한다. 지금까지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모두 실패로 돌아갔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의료비 증가를 부추긴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의료비가 비싼 가장 큰 원인은 영리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에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단지 의료의 질에 대한 평가나 전자시스템의 도입, 복제약 사용 독려 등으로 의료비 지출을 통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영리적 섹터가 활성화되어 있으며 통일적 관리체계와 공적 시스템의 역할이 극히 부족하다는 특징을 갖는다. 그런 탓에 의료 제공과 소비, 관리에 이르는 영역에서 공적 규제나 관리가 개입될 여지가 극히 적어 의료비에 대한 관리 역시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의료 개혁과 관련해서도 의료비 지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계층의 보장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의료비에 대한 강력한 통제기전이 없이는 보험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미국 의료개혁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공의 둑'이 무너지면서 형성된 민간 기업들의 거대한 카르텔

그렇다면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어떤 경로를 통해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을까.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미국 병원의 영리정도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체 병원 가운데 영리병원 비율은 15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공공병원이 23퍼센트를 차지하며, 나머지 역시 카운티 병원(저소득층이나 비보험자를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 등 비영리병원이다. 그럼에도 미국을 영리 모델로 분류하는 이유는 보험부분 때문이다.

1973년 닉슨 대통령은 급등하는 의료비를 절감하기 위한 방안으로 건강유지기구법(the HMO Act)을 제도화하고 1976년에는 지원조건을 대폭 완화했다. 그 뒤로 민간보험회사를 중심으로 한 'HMO(건강유지기구)'가 의료공급관리의 중심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기존 대표적인 비영리기구였던 'HMO'는 네트워크형의 영리기구 형태로 변화하였다.

여기에 민간 의료보험을 취급하던 대형 보험회사가 새롭게 뛰어들면서 보험부분이 관리의료를 중심으로 빠르게 영리화·상업화되고 결국 전체 의료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민간 영리보험회사가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레이건 정부 시절 복지부문을 대폭 축소한 정책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국가가 담당하던 보건의료 영역에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기 시작했고 그 결과 국가가 제공하는 보험인 메디케어, 메디케이드를 민간 영리기구가 대행하는 형태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90년대 중반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민간 보험회사와 관리 기구에 대규모의 자본이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병원들은 다양한 형태의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미국의 영리적 의료시스템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구축된 것이다.

민간보험회사-건강관리기구를 통한 관리의료-병원-제약회사로 이어지는 강고한 카르텔 구조 속에서 의료에 대한 통제기전이 작동하기는 어렵다. 보고서에서도 언급하듯이 급증하는 관리비는 수천 개의 회사와 기구들이 얽혀있는 구조가 낳은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의 의료시스템은 국가의 직접 지원과 각종 의료보험의 확충을 통해 토대가 마련되었지만 국가재정의 한계와 80년대 이후 득세한 신자유주의로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그 틈새를 민간 영리기업이 독점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국가 및 사회의 통제가 거의 통하지 않는 거대한 독점기업 같은 카르텔이 만들어지고 만 것이다.

미국보다 취약한 한국 의료의 체질, 민영화의 미래는 더 암담

우리나라는 미국의 제도와 특징을 많이 모방해 왔다. 특히 미국의 힐-버튼법과 유사한 형태의 병원 지원 정책으로 민간의료기관 증설에 많은 국가재정을 투여해온 점이 그렇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1960년대에 이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도입하는 등 오랜시간 동안 촘촘하게 안전망을 구축해오는가 하면 의료수가 및 서비스에 대한 통제와 비영리병원의 공익적 운영 경험도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의료기관에 대한 규제나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사실상 영리 민간의료기관에 대한 아무런 규제 수단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민영화 정책은 매우 우려스럽다. 현 의료민영화 정책의 배경에는 미국 의료시스템이 상업화, 영리화로 전환되던 시기의 논리나 흐름과 비슷한 점이 많다. 우리나라는 현재 우리와 비슷한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들과 비교해 GDP 대비 의료비 비중이 약 2퍼센트(약 20조 원) 정도 낮은데 정부는 이만큼의 의료비가 증가할 여지가 있으므로 민간 자본의 유입을 통해 이 부분을 채우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상당한 수준으로 영리화되어 있으며 앞서 살펴봤듯이 체질이 취약해 민간 영리자본을 끌어들이게 되면 이들이 현재의 미국보다 훨씬 더 막강한 주도력을 발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11월 국회를 주목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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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 10. 15. 11:48

지난 주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난 이른바 ’런던팀 보고서’(<의료기관 자본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의료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이하 보고서) 관련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의료산업화 논의가 본격화되던 2005년 5월 당시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용역을 의뢰한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 모형 개발 및 시뮬레이션을 통한 의료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의 일환으로 작성된 것으로, Sherry Merkur 박사를 비롯한 3명의 영국 전문가가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 분석한 내용과 함께 한국 의료제도에 대해 권고 사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연구가 종료된 지 3년이 지나도록 발표되지 않고 있다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곽정숙의원의 문제 제기로 비로소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보고서의 존재가 드러나자 최근 영리병원 허용 방침을 밝힌 제주특별자치도 의회 임시회에서 김태환도지사를 상대로 한 도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는 등 앞으로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영리병원이 오히려 비영리병원보다 비효율적이다"

의료기관의 성과를 분석하는 척도로는 의료의 질, 효율성, 효과성, 형평성, 접근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보고서 역시 이러한 척도를 중심으로 영리/비영리 의료기관들을 분석한 기존의 여러 문헌과 사례들을 고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진행된 모두 149개의 관련 연구 가운데 절대다수인 88퍼센트의 보고서가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보다 ’의료의 질’이 더 우수하거나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 영리의료기관들은 환자의 특성을 비롯한 주요변수를 통제한 뒤에도
① 의료의 질이 더 낮고
② 높은 위험보정 사망률을 보이며
③ 대기시간이 더 길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④ 예방 가능한 환자상태의 악화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으며
⑤ 더 적은 수의 간호 인력을 확보하고 있었음

▶ 다만 일부 연구 결과들은 심폐소생술 금지 지시(DNR)를 덜 내리는 경향을 보이며, 혁신적 의료기술을 더 시행한다는 결과도 있음

즉, 비영리의료기관이 영리의료기관에 비해 의료의 질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보고서는 연구의 질에 이어 ’효율성’ 측면에서 역시 전체 연구의 77퍼센트가 비영리병원이 더 우수하거나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기초로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비싼 가격을 매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 실제로 미국 영리병원들은 운영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높은 이익을 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주들에 대한 배당지급, 투자에 대한 이자상환, 세금납부 등 상당한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함

민간 영리병원 시스템이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는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공부문의 의료비 비중이 낮을수록 전체 의료비가 높아지는 경향을 지적하면서, 결론적으로 영리병원은 거시 경제적으로 볼 때도 제한된 의료 자원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확률을 오히려 낮춘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영리병원의 경우는 고비용 진료를 선호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는 상당한 접근권의 제약을 낳게 되는 반면, 부유층 납세자들에게는 자신들이 이용하지 않는 공공의료에 대한 부담(세금과 보험료)으로 저항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서비스의 양극화로 이어져 전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리병원 추진 이유는 의료공급자인 제약회사, 민간보험회사 등의 이익 때문"

보고서는 ① 영리병원이 운영효율성이 높아 낮은 비용으로 진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② 수익에 대한 동기는 빠른 기술혁신을 가져온다는 옹호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다만 민간부문의 효율성과 수익에 대한 동기를 보건의료 체계 안에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반면,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측에서 제기하는 ① 영리병원은 부유층을 상대로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수익성이 낮은 서비스는 정부 및 비영리영역이 제공하도록 떠넘기며 ② 영리병원의 전체 의료시스템에 대한 기여도가 미흡하며 ③ 영리병원은 의료의 질에 있어서 비영리병원에 비해 떨어진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실증적 연구 결과들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실증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이 계속 추진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보건의료 시스템이 고비용으로 흐를수록 ’공급자’의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공급자’란 제약회사, 민간보험회사, 의사 등을 가리킨다.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 40년 동안의 외국의 경험을 통하여 시장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불형평성, 비효율성, 고비용, 대중의 불만족 등이 높아짐으로서 서비스 성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미국은 그 대표적 증례다."

한국 의료체계, 어디로 가야 하나

그렇다면 보고서는 한국 의료 체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는 것은 급성기 병상의 무분별한 증가, 공급자의 서비스 제공과 가격 책정에 대한 규제 미비 등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인구고령화
② 낮은 보건의료비(2001년 기준으로 GDP의 5.9%)
③ 형평성의 부족
④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
⑤ 의료전달체계의 부재로 인한 비효율성
⑥ 고비용 기술의 급속한 증가속도에 비해 비용억제 정책의 미비
⑦ 공급자에 대한 규제수단 미비로 인한 공급자 유인수요 증가
⑧ 보건의료재정의 지속가능성의 위기

보고서는 이러한 특징들이 의료공급 체계의 무질서를 낳고 있는 국내의 상황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민간투자를 허용하기에 앞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과거 입원서비스 중심의 보건의료 서비스가 최근 일차의료, 외래서비스,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한국 의료기관들의 병상자원 확대 전략은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끝으로 현재 효율적인 보건의료정책의 부재로 병원 부문의 비효율성이 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투자 개방 정책은 오히려 이러한 구조와 운영상의 비효율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투자 방식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의료체계 안에서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상으로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았다(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한국의 의료현실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정부가 해결책으로 주장하는 민간투자 허용 방안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영리병원은 수익 추구 경향이 강해 전체 의료비 상승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영리병원이 가진 기본 속성이므로 제도를 통해 보완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보다 앞서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나라들도 전체 공공의료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뒤에야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신중하게 추진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밟지 않은 미국이나 멕시코, 태국 등에서는 제도 도입 이후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했으며, 특히 미국은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큰 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국내외의 사례와 연구 성과들을 검토하고 사회에 미칠 파급력에 대해 면밀하게 고찰해보는 것은 마땅히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자신의 논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스스로가 발주한 연구 결과조차 숨기는 정부를 보며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혹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가 아니라 일부 의료공급자와 자본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정부로 인식하지는 않을까.

이명박정부는 특별자치도이자 경제자유도시인 제주에 한해 영리병원을 도입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MSO-의료기관 인수합병-채권발행으로 이어지는 의료민영화 패키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면 굳이 제도 허용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영리병원이 허용되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제주자유도시 외에도 총 8곳의 경제자유구역이 있어 한번 트인 물꼬는 삽시간에 퍼져나갈 우려가 있다.

이명박정부가 진정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자 한다면 제주 영리병원 허용 방침과 함께 의료민영화 패키지 정책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재정의 확보를 비롯해 공공의료의 보장성을 높이고 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시스템 전반을 개혁하는 일이다.

이은경/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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