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4정태인/새사연 원장

역시 ‘다이내믹 한국’인가, 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이 의료민영화나 4대강 등 공공성 의제의 들불로 번져나갔던 것, 2010년 무상급식이 순식간에 보편복지 의제로 자리잡은 것처럼 이번엔 ‘경제민주화’가 그럴지도 모른다, 내 가슴은 노래 가사처럼 두근두근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민주통합당은 패배했고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대중의 인정을 받지 못했으며 진보신당과 녹색당은 아예 없어지고 말았다. 김종인 박사 말마따나 새누리당 당선자 중에 경제민주화를 실천할 사람은 찾아볼 수 없고 야권연대 쪽을 통틀어 당장 정책과 법안을 만들 정도의 실력을 가진 당선자는 대여섯 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민주통합당에서는 예의 ‘중도론’이 또 스멀스멀 기어나오고 있으니 이대로 간다면 대선에서도 별로 기대할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란 도대체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119조 2항(김종인 조항)이 그 근거다. 즉 헌법은 소득재분배(복지), 그리고 독점규제(재벌개혁)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제헌헌법에는 ‘이익균점권’이 있었으니 우리 헌법은 유구한 ‘경제민주화’의 전통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경제민주화란 ‘경제민주주의’를 향하여 간다는 뜻일텐데 경제민주주의라는 목표는 어떤 모습일까? 불행하게도 이 질문에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확한 답이 없고 그야말로 백화제방의 상태이다. 경제학자들은 시장이 곧 민주주의라는 프리드만(Freedman, M)의 강변 이래 별 관심이 없었고 정치학자들만 띄엄띄엄 의견을 개진했을 뿐이다.
 
경제민주주의 하면 떠오르는 학자는 정치학자 달(Dahl, R)이다. 그는 적어도 선진 사회의 정치에서는 ‘1인 1표’라는 (형식적) 민주주의가 규범인데, 경제에서는 왜 ‘기업 괴물(corporate leviathan)’의 전제주의가 규범인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따라서 정치와 경제가 대칭적이기 위해서는 ‘작업장 민주주의(workplace democracy)’가 필수적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1980년대 진보적 경제학자들에게도 나타나는데 보울스(Bowls, S) 등의 ‘민주적 기업’이 그것이고 지난번에 소개한 프리먼(Feeman, R)은 30년 넘게 이 문제에 천착해서 ‘공유자본주의론’을 완성했다.
 
기업 내 민주주의를 넘어 롤스(Rawls, J)는 경제에도 자신의 정의론을 적용한 결과 ‘재산소유 민주주의(property-owning democracy)’를 이상적 사회로 내세우기에 이르렀다(또 하나의 대안은 ‘자유주의적 사회주의’). 놀랍게도 롤스는 스웨덴의 복지국가를 강하게 비판했는데 복지국가가 자산 소유(‘생산 자산’, production assets)의 양극화를 용인해서 정의의 원칙인 ‘기회 평등의 원칙’, ‘차등의 원칙’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자유의 원칙도 위반했다고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결국 롤스는 자산 및 자본재분배까지 주장한 것이다. 

우리 헌법은 사실상 독점의 시정(즉 산업구조 상의 문제)을 중심으로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국가가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고 달과 프리먼은 기업의 민주화를, 그리고 롤스는 재산소유의 민주화까지 주장한 것이다. 이 모두를 일반화한다면 자신의 삶과 자유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차원의 의사결정에 시민들이 참여해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경제민주주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착한 경제학’은 경제민주주의를 어떻게 볼까? 독자들은 지금까지의 정책 처방이 경제민주주의론자들의 주장과 아주 유사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데 이 얘기는 다음 번에 계속하기로 하자.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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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와 한미 FTA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계속되는 의료민영화
2. 의료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한미 FTA
3. 의료민영화 극복 없이 무상의료는 불가능하다
4. 진정한 무상의료, 민영화 반대에서 출발한다

[본 문]

보건의료분야는 많은 개혁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무상의료가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반면, 한미FTA를 비롯한 의료민영화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 건강권 실현을 위해서는 의료민영화를 반대하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현 의료시스템을 극복하여 실질적 무상의료를 실현해야 한다. 4.11총선에서 부각되고 있는 보건의료분야의 핵심 쟁점을 ① 민영화 및 한미 FTA 극복 ② 실질적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대안 이라는 두 주제로 나누어서 다루고자 한다. 

1. 계속되는 의료민영화

2005년 노무현정부에서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이라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의료민영화는 공공사회서비스 영역 가운데서도 가장 치열하게 시도 되었다. 의료산업화란 의료를 하나의 상품으로 보고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의료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의료를 시장에 맡기는 정책으로 나타났다. 신의료기술개발, 효과적인 신약개발, 고용창출, 의료의 질 개선 등이 의료산업화의 본질이라면 한국사회에서는 자본이 의료기관에 투자하고 수익을 강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는 현재도 지나치게 상업화되어 있다. 하지만 아직 고령화의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낮은 의료비를 지출하고 있어 성장잠재력은 크다.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는 자본에게 의료서비스 시장은 매우 매력적인 블루오션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삼성을 비롯한 자본쪽에서 정치권에게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지역개발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며 의료민영화를 핵심정책으로 끌어올리게 된다.

처음 의료민영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정치권은 중심을 잡지 못했다. 보건의료의 근본 목표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형평성과 효율성에 기초한 질 개선 등의 과제는 의료서비스산업의 공공성과 통합적으로 추진되어야만 달성 가능하다. 하지만 정치권은 산업의 민영화가 진행되어도 보건의료서비스는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산업선진화로 인식되도록 한 의료자본과 경제관료들의 이데올로기적 공세가 성공한 것으로 경제성장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힌 한국사회에서 아젠다를 선점할 수 있었다. 이것이 민주정부에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게 되었던 배경이며 이러한 편협한 인식은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제시스템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한국사회 서비스영역의 민영화가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하면서 의료산업선진화라는 아젠다는 빛이 바래고 있다. 의료민영화는 국민들의 지속적 반대로 저지되어왔으며 무상의료로 표현되는 의료공공성이 부각되고 있다. 의료민영화가 고용창출이나 지역개발과 같은 성과보다는 의료비상승, 의료불평등과 같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경제성장과 의료서비스 공공성을 분리해서 사고하는 패러다임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2. 의료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킬 한미 FTA

2011년 말에 통과된 한미 FTA는 의료부분에서 세계적으로 유래없는 강도의 개방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한미 FTA를 이행할 법안과 관련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실제 작동할 경우 무상의료 등의 의료개혁은 실현 불가능하다.

먼저 의약품 영역을 일반 상품이 아닌 독립적 챕터로 특화시킨 유일한 FTA로 의료자본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가격과 급여에 관한 사항 등 핵심 정책결정 기능을 기존 위원회가 아닌 독립적 결정기구에서 다룰 것을 명시한 점이다. 미국측에서는 여기에 의료행위, 질병군, 신의료기술 등마저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건강과 국민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들은 공정한 절차를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 이 과정을 정부가 참여할 수 없는 민간기구를 통해 진행하는 것은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미칠 것이며 그 자체가 심각한 의료 민영화이다.

허가-특허 연계조항은 특허소송 중인 의약품의 국내 시판허가를 가로막아 국내 의약품 가격을 크게 폭등시킬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세계 최초로 지적재산권 분야에 의료기기 분야를 포함시켜 의료기기 가격이 매우 비싸질 전망이다.

한미 FTA가 본격화되면 보건의료는 정부, 공공의 지분을 배제하고 시장원리로 작동하게 된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약가 및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가격 적정화, 의료불평등 해소 같은 핵심 정책을 추진하기 매우 어려워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약가인하방안이다. 약제비를 적정하게 조절하려는 정부 정책이 한미 FTA에 전면적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ISD등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 벌써 미국측에서는 발효되자마자 독립적 검토 위원회를 빨리 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보건의료는 미래유보 영역에 포함되어 있고 공공보건 영역은 간접수용에서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한미 FTA의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국 6개에 달하는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영리병원은 예외조항으로 되어있어 이 지역 영리병원은 래칫(되돌림 방지)조항의 대상이 된다. 제주도 등의 영리병원을 추진하면서 시범적으로 추진해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원점으로 되돌리겠다던 기존의 약속에 위배된다. 또한 간접수용과 최소기준대우 조항에서 기존 보험회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의료보험과 산재보험은 적용대상에 포함됨으로써 향후 ISD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건강보험이 전체적으로 당장 투자자중재절차(ISD)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가격 폭등,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 영리병원 활성화, 민간보험회사의 의료관련 보험상품 활성화는 현 협약에서 합의된 내용만으로도 추진된다. 이 자체로 의료시스템에 미칠 영향은 막대하며 이후로는 건강보험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미FTA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은 애매하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의료는 전혀 문제없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적극적 반대를 하는 듯 했으나 결국 전면 재검토라는 입장으로 돌아섰으며 411 총선에서 이슈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315 발효된 상황에서 구체적 대응방안이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시급하게 예상가능한 파급력을 분석하고 실질적 대응책을 내 놓아야 한다. 현재도 공단이나 심평원 등은 건정심등 각 단체가 망라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으며 합리적인 가격 및 제도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를 배제하고 독립적 검토기구를 따로 만드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해야 하며 의약품 가격 결정 및 보험등재 과정에서의 합리적 절차를 마련해서 법제화 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취약한 의료공공성을 빠르게 확대하는 것이다. 한미FTA는 구체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리며 그 전까지 최대한 공공영역을 확대하고 보장성을 강화해놓아야 한다.

3. 의료민영화 극복없이 무상의료는 불가능하다.

끊임없이 시도되어 왔던 의료민영화는 삼성의 의료산업 진출에 발맞춰 중앙일보를 필두로 한 보수여론의 집중 지지속에 계속 추진되고 있다. 현 상황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도입과 건강관리서비스 등이다. 제주도와 송도의 영리병원은 삼성과 외구자본의 투자유치로 한 단계 진전되었고 대형병원의 장악력은 더욱 높아졌다 법적 절차로는 의료법, 경제자유구역의 의료기관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며 건강관리서비스 법안 역시 제출되어있다. U-Health제도와 더불어 의료산업 선진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는 건강관리서비스는 예방 및 건강증진-치료-재활 및 요양서비스로 이어지는 보건의료서비스 중 미발달되어있는 예방 및 건강증진 영역을 민간에 맡겨 상업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이다.

문제는 민주당마저도 일부 지역의 영리병원도입과 건강관리서비스 법안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역경제개발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되면서 효과는 의심되고 오히려 지역 의료시스템을 악화시킬 것이 우려되는 의료민영화에 미온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보장성 강화 등 별다른 갈등이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 공약을 내놓고 있으나 자본과 의료공급자의 이해에 반하는 민영화반대, 의료공급체계 개혁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4. 진정한 무상의료, 민영화 반대가 답이다.

작년이후 활발해지고 있는 복지논의는 선거의 핵심이 되고 있으며 무상급식과 더불어 국민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던 정책이 무상의료이다. 국민들이 복지재정을 늘리기를 바라는 일순위는 교육과 의료분야이며 이러한 열망은 민주통합당과, 시민사회단체의 무상의료 운동으로 표현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 사퇴와 야권연대 서울시장 당선이라는 획기적 사건의 배경에는 무상급식논란이 있었듯이 12년 총, 대선 역시 복지정책에 대한 입장차이가 쟁점사안이 될 것임은 명확하다. 하지만 선거철에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선심성 공약에 묻혀 자본 및 사적 영역과의 명확한 선긋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민주통합당에는 의료민영화를 찬성하거나 추진했던 인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공약에서도 민영화반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한미FTA는 재검토하자고 하는 수준이며 체결이후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무상의료 실현은 공급영역의 공공성, 자본 및 의료공급자에 대한 합리적 규제방안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적극적 반대 입장, 제출된 법안의 폐지, 한미FTA 진행상황에 대한 대응 및 빠른 시일 내 공공영역의 확장 등에 대한 정치권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 또한 이상의 과제를 정치권이 받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국민들의 요구가 보다 명확해지는 것이다. 선거가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한국 보건의료 전반에 대한 개혁이 논의되는 자리가 되어야한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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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1 / 19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전망기획(8) 2012년 한국 보건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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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2011년 의료 핵심 뉴스
2. 2012, 정부의 보건의료 관련 계획
3. 2012년 보건의료분야 쟁점
4. 2012 한국사회 보건의료시스템, 무상의료와 근본적 시스템 개혁논의로 이어져야 한다.

[요약]
2011년은 의료계에 많은 뉴스가 생산되었던 한해이다. 약국외 슈퍼판매논란은 약사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대통령의 추진의지를 무력화시키면서 뉴스꼭지를 장식했고 한미FTA에서 의료영역은 가장 핫이슈였다. 끊임없이 시도되어 왔던 의료민영화는 삼성의 의료산업 진출에 발맞춰 중앙일보를 필두로 한 보수여론의 집중지지 속에 계속 추진되어 왔다. 제주도와 송도의 영리병원은 삼성과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로 한 단계 진전되었고 대형병원의 장악력은 더욱 높아졌다. 유디치과로 대표되는 네트워크 병의원의 비효율적 경쟁은 일선 의료인들의 위기의식을 자극하고 있고 지나치게 높은 약제비를 절감하기 위한 정부의 쌍벌제 법안은 의사들의 강력 반발에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무상의료는 복지정책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었다. 건강보험으로 모든 의료비를 감당할 수 있게 하자는 목소리는 건강보장을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지원수준을 넘어 전국민 의료보장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자는 주장은 의료시스템 개혁논의로 이어졌다. 하지만 정부가 실제 한 일은 정책은 건강보험쪼개기를 주장하는 김종대씨를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으로, 의료민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경제관료출신의 임채민씨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이렇듯 2011년은 무상의료,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비 통제기전 마련 등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주장과 의료상업화를 더욱 추진하려는 주장의 충돌이 심화된 한해로 볼 수 있다. 정부에서 추진한 일차의료 강화방안, 약제비 적정화 방안 등은 거의 실효를 거두지 못한 반면, 유디치과, 대형병원 확충 등 의료 상업화 추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속가능하며 의료비부담을 절감할 수 있는 시스템 개혁이 필요함을 인정하면서도 의료민영화를 통한 경제성장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 FTA 체결로 의료 공공성은 심각하게 침해될 위기에 처해 있다.

반면, 2012년은 총대선이 한꺼번에 열리는 선거의 해이며, 747로 대표되는 낡은 성장중심 시스템을 탈피하고 보다 지속가능하며 상생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자는 국민들의 열망이 표출되는 한해가 될 것이다. 1년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정권교체가 가시화되고 있으며 상당수준의 복지확충과 분배구조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다. 보수와 진보세력의 복지정책은 상당부분 수렴되어 가고 있으며 한국 사회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진정한 무상의료의 실현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매우 많다. 우선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는 일에서 부터 민영화 시도의 극복, 미국을 비롯한 제약, 의료, 보험자본에 대한 대응, 이익단체들의 반대 극복 등이 그것이다.

때문에 선거시기 복지확충에 대한 국민들의 광범위한 요구를 수렴할 정치집단에서는 손쉬운 보장성 강화 일부만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다.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은 의료영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자본의 요구가 높아진 한국 의료체계에서 매우 힘든 과제이기 때문이다. 서구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공의료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과정에서 건강보장성을 강화시켜온 사례와 미국에서 민간중심의 의료를 발전시키면서 보장성 확대과제를 달성하지 못한 역사적 경험은 한국 의료시스템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의료는 극도로 상업화된 미국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의료공급에서 민간 주도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영리적 병의원의 경쟁이 심각하다. 거기에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한 높아지는 의료수요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의료비의 폭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건강보장성을 강화하고 의료비의 적절한 통제를 달성하는 과제는 2012년의 핵심 아젠다가 되어야하며 의료인들 역시 의료개혁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닌 국민건강을 담보하는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감시와 요구가 정치로 표현되는 복지정치가 요구된다. 2012년 의료상업화를 극복하고 진정한 건강보장성 실현의 분수령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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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5이은경/새샤연 연구원

한미FTA로 국민들의 불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의료민영화의 시도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의사협회 경만호회장이 2009년 현 전국민건강보험 통합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소송이 12월 8일 공개변론을 갖는다. 1월 중 최종 판결을 앞두고 건강보험 이사장으로 전격 취임한 김종대이사장이 대표적인 건강보험 해체론자라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건강보험 공단은 전국민 통합 건강보험을 지켜내야하는 핵심 조직이며 여기에 공공연하게 건보해체를 주장해왔던 인사를 이사장으로 발탁한 것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쪼개고자 한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만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정을 내릴 경우, 우리나라 사회보험 중에서 가장 우수한 제도라고 평가받고 있는 전국민 건강보험은 해체될 전망이다.

한국사회 공공성의 마지막 보루, 전국민 건강보험

전국민 건강보험은 한국 사회 공공서비스의 가장 큰 성과로 인정되고 있다. 오바마가 극찬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노후소득보장 취약, 교육 공공성의 해체,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국민의 삶이 피폐해지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건강보장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전국민 건강보험 제도가 있다.

사회보험은 원래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 즉 질병, 노후, 실업, 교육 등을 사회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제도이다. 건강은 생활을 해 나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며, 의료비는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차원의 공적 보험을 운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보험은 최대한 보편적으로 짜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리스크를 개인이 알아서 대처해야 한다면 부유층은 더 좋은 의료서비스, 교육기회를 얻을 것이고 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보험은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전국민건강보험이 해체된다면?

먼저 직장과 지역보험이 나누어지면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건강보험의 재정이 매우 취약해지게 된다. 필연적으로 지역보험료를 올리고 보장률을 낮출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부유층은 당연히 건강보험체계에서 벗어나려고 할 것이고 모든 국민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민간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해 지역건강보험 재정은 더욱 취약해져 말 그대로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급여 수준으로 전락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 재정이 계속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는 다시 국가 재정악화로 이어진다. 특히 소득수준에서 차이가 나는 지역을 하나의 지역보험으로 묶는 것이 어려워진다. 쉽게 말해 서울지역건강보험, 강원지역건강보험으로 나뉘게 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이러한 모델은 바로 미국식이다.

미국은 전국민 건강보험이 없고 직장에서 가입해주는 보험이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튼튼한 직장이 없는 노인, 저소득층을 위한 최소한의 공적 보험만 존재한다. 이는 두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먼저 직장 건강보험은 기업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비싸다. 공적 전국민 건강보험은 의료비를 합리적 수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전체적으로 의료비를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미국에서는 의료비가 지나치게 비싸지고 있으며 이는 국가 경쟁력에도 심각한 위해를 끼치고 있다. 미국내 기업을 외국으로 이전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건강보험료라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다음으로는 튼튼한 직장을 가지지 못한 서민층과 자영업자의 건강보장에 심각한 위해를 가져온다. 비싼 건강보험을 구입할 능력이 없는 서민층은 보장이 매우 취약한 민간보험에 가입하거나 무보험 상태로 지낼 수 밖에 없고 빈곤층과 노인층을 담당하고 있는 공보험은 이들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또다시 정부재정부담으로 이어진다. 주정부별로 운영하는 저소득층 공보험은 심각한 정부 재정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건강보험을 통합적으로 운영하지 않을 경우, 서민층은 의료이용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고 전체 의료비는 매우 비싸지며, 기업의 경쟁력은 낮아진다. 국가 재정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밖에 없다. 서민층 건강악화와 더불어 사회전체적 효율이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이다.

건강보험 통합은 한국사회 공공성의 큰 진전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의 통합은 보편성과 형평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건강보험 역사 상 매우 큰 진전이었다. 현재 전국민 건강보험은 매우 효율적인 제도로 국제적 명성이 높으며 매우 빠른 시일 내에 건강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합리적으로 제도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건강보험을 위협하는 세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을 필두로 한 자본은 마지막 시장확대 대상으로 의료를 노리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에서 마지막으로 통과시키려고 하는 정책은 의료민영화이다. 대표적 건강보험 해체론자인 김종대씨를 건강보험 이사장으로 전격적으로 발탁했고 그는 취임하자마자 건보통합은 문제있다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사회적 합의와 합법적 지위

건강보험 통합이 위헌이라는 청구소송은 이미 합헌으로 판결이 났다. 지난 2000년에 동일한 소송이 제기되었으나 기각되었다. 2000년 헌법재판소는 "이원화된 건보료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본질적인 차이를 고려해 규정한 것"이라며 "그 자체로서는 평등의 원칙 관점에서 헌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헌재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재정위원회가 보험료 분담률을 조정해 부담의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만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통합을 규정하는 법은 헌법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밝혔다.

사실 건강보험통합은 1989년 이미 여야의 합의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김종대 이사장이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2~3배 오른다는 허위사실을 언론사에 유포하면서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시켰고 건강보험 통합은 11년을 기다려서야 달성할 수 있었다. 통합당시에도 심각한 어려움이 있었으나 광범위한 국민들의 지지와 통합지지세력의 헌신끝에 통합을 이룰 수 있었고 그 이후 지속적인 해체논의에도 국민들은 건강보험 통합을 지지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8년 12월, 2009년 6월에도 동일한 소송이 제기되었고 소송의 주체역시 현 경만호 의협회장이었다. 2008년 소송은 청구인 자격 하자 등의 문제가 있어 소송이 중단됐고, 이듬해에 의사협회 회장이 된 경만호 회장이 다시 재청구한 것이다.

국민 건강을 저버린 의사협회

도대체 의사협회는 왜 이렇게 건강보험을 훼손하려고 하는 것인가?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내용은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저소득층의 혜택은 의료인들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가입해야 하는 것과 동시에 모든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환자를 의무적으로 보게 되었고, 건강보험이 의료비 통제를 위해 지나치게 낮은 의료비를 의료기관에 강제하기 때문에 현 제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건강보험제도가 정착된 이후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집단은 의료인이다. 전국민 건강보험 도입과 보장성 강화 정책 이후, 의료인들은 보험료로 안정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보험적용이 안되는 비급여진료 또한 지나칠 정도로 자유롭게 행하고 있다. 현 가장 입시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학은 의/치/한/약으로 대표되는 의료직이며 병의원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이 해체 된다면 의료비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지고, 이로 인해 대다수 개원의와 중소병의원들은 치명적 타격을 입을 것이다. 반대로 국민 건강을 저버린 댓가로 이득을 누리게 되는 것은 다름아닌 소수의 대형병원, 영리병원인 것이다.

김종대 이사장, 건강보험 이사장의 자격이 없다.

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 쪽에서는 경만호 의사협회장의 위헌소송 제기를 배후에서 총지휘한 인물이 김종대 이사장이라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이사장은 89년 당시 건강보험 통합을 무력화시킨 장본인이며 2000년 통합당시 당시 보건복지부 정책기획실장의 지위를 이용해 지속적 반대입장을 취해 직위에서 면제되기까지 했다.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건강보험 쪼개기를 주도해왔다. 밀실에서 전격적으로 진행된 취임식에서도 "건보공단에서 공단 통합이 문제가 없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했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라며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복지부와의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존 (건강보험 통합 반대)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건강보험제도를 최전선에서 강화해야 할 조직의 수장이 이런 인물이라는 사실은 정부가 건강보험을 쪼개려는 의지가 매우 확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김종대 이사장이이런 입장을 고수한다면 이사장 직을 맡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부과체계의 개선

현 전국민건강보험은 2000년 370개 의료보험 조합을 현재의 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하면서 단일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자영업자 등의 소득파악이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부과기준을 가지고 있다. 가입자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누고 ?직장가입자는 월급에 일정한 보험료율을 곱하는 방식,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재산/자동차 /세대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험료를 부과하는 이원화된 부과체계를 유지해왔다.

건강보험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 부과체계가 직장과 지역으로 분리되어 있어 소득이 100% 파악되는 직장가입자에 비해 소득파악이 쉽지 않은 지역가입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소득파악제도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조세제도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국가재정 자체를 운영하지 말자고 하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건강보험 제도 역시 부과체계가 완전하지는 않다. 지역가입자의 소득이 축소되는 문제도 있지만 부유층이 직장가입자로 위장해 낮은 수준의 보험료만 내는 경우도 많다. 월급 외 다른 자산 소득이 있는 직장가입자는 제대로 보험료를 내고 있지 않은 것이다. 퇴직시 직장에서 지역으로 옮길 때 지나치게 높은 보험료를 내야하는 경우도 많다. 즉 현 건강보험 부과방식은 직장/지역 어느 한 쪽이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현 건강보험 부과체계가 갖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소득대비 건강보험료를 제대로 부과하는 것은 건강보험 제도를 더욱 강화하여 해결해야 한다.

형평성, 진짜 답은 건강보험 강화이다.

건강보험 해체론자들이 주장하는 형평성은 건강보험을 강화해야만 달성할 수 있다. 현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60%수준이다. 매우 낮은 수준의 보장률이며 건강보험 만으로는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개인 지출과 민간의료보험 가입 금액이 매우 크다. 그 결과 의료이용의 불평등은 심화되어 가고 있으며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역시 위협받고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건강보험에 더 많은 기여를 해야하는 기업과 부유층이 보험료를 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건강보험료는 외국에 비해 GDP대비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국민들이 내는 비율은 결코 낮지 않다. 정부부담과 기업부담이 매우 낮은 것이다.

또한 보장률이 낮음으로 해서 비급여진료를 광범위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보험진료 위주의 의료기관은 낮은 수가로 인한 과도한 진료를, 국민입장에서는 건강보험으로 커버되지 않는 의료비로 인해 민간보험 가입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에서 현 정부와 의료자본의 입장과 대다수 국민들의 입장이 갈라지고 있다. 현 정부와 의료자본, 보험자본들은 건강보험이 문제있으니 건강보험을 해체하고 다양한 민간보험을 활성화시키고 건강보험 적용받지 않는 영리병원을 활성화시키자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건강보험의 국가와 부유층의 기여도를 높여 건강보험을 강화하여 건강보험만으로 모든 의료비를 감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김종대 이사장 취임과 한미FTA 및 이행법안 통과, 영리병원 허용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건강보험을 약화시키고 의료비폭등을 불러오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건강보험 강화가 한미FTA극복의 출발점

한미FTA 체결은 국내 공공서비스의 심각한 축소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미FTA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의료관련한 내용이다. 이미 약가인상은 불가피하고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도입은 심각한 의료양극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고가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고 영리병원 활성화로 의료비가 폭등하면 건강보험을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하지만 한미FTA는 진행형이며 공공성 축소 시도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협상내용이 현실화되기 전에 건강보험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FTA 이행법안이 마무리 되고 미래유보과제도 하나씩 타결되기 전에 건강보험을 획기적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정부는 한미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료는 전혀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약속을 지킬 때이다. 건강보험쪼개기를 당장 그만두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김종대 이사장의 사퇴와 헌법재판소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한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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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스팅 잘보구갑니다 ^^*
    주말은 잘보내셨나요?
    행복한 한주 되시길바랄게요!!!!!

    2011.12.05 13: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11.10.05고병수/새사연 이사

이제는 영국 방문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영국의 NHS를 돌아보고자 런던에 왔지만 아직 완수하지 못한 미션이 있다. 그것은 영국 일차의료의 현장이었다. 우리 일행들의 시간표에도 일차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계획이 없던 터라 나는 개인적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여행 초반에 숙소 주변에 있는 GP surgery(동네의원)를 찾아갔다가 딱지 맞은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것은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는 방식이었다. 미리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사전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외국에서의 어떠한 방문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현지에 있는 지인을 이용한 방문이나 만남을 취하게 된 것이다.

현지인들이 바라보는 동네의원

비가 오락가락 하였지만, 런던의 날씨야 항상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작은 접이용 우산 하나만 들고서 나와 홍승권 교수는 전철을 타고 런던 시외로 빠져나갔다. 우리는 소개받은 분을 만나기 위해 식당을 하고 계시는 레인스 파크(Raynes park)라는 곳으로 갔다. 나무가 주변에 많고, 집들은 전형적인 영국식으로 되어서 길을 따라 늘어선 조용하고 예쁜 곳이었다.

처음 보는 동네에 찾아든 우리는 비가 다소 거세지자 우산을 펼치고 둘이 어께를 맞대고 동네 구경을 했다. 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도시를 벗어나면 조용하기는 비슷한지라 아주 드물게 사람 지나가는 게 보일 정도였다. 하긴 이 시간에는 다들 출근했을 테니까....

남정네 둘이서 우산 하나 쓰고 가는 게 신기했는지, 이상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힐끗힐끗 쳐다본다.

“아, 이런 목가적인 동네에서 우산을 쓰고 가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시꺼먼 남자라니.....”
“누가 할 소리를. 우산 가져온 게 이처럼 후회스러울 수가 없군.....”

우리가 찾아간 교포 내외가 운영하는 식당(맨 왼쪽)

우리는 서로 못마땅하다는 말투를 내뱉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드디어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서 약속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교포 내외분이 운영하는 곳으로 아담하였고, 일식부터 한식까지 다 하는 곳이었다. 만나려고 하는 분은 이 곳 주인인 장석규씨(가명. 나이 60대 초반) 부부였다. 그 부부는 영국에 정착한지 30년 정도 된 분으로 런던 근교에서 식당을 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처음 영국에 와서 온갖 일들을 다 하며 고생하다가 식당을 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 거리 끝에 보면 GP surgery가 하나 있어요. 동네 사람들은 그곳을 주로 이용하지요. 동네에 있으니까 아프면 찾아가기는 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아요.”

식사를 하면서 장석규씨는 자기가 겪은 NHS 및 동네의원에 대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의사들은 친절하고, 웬만한 것들은 해결해 드릴 수 있을 텐데요?”

“물론 친절하죠. 한국에서처럼 의사 얼굴 잠깐 보고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내가 필요한 얘기는 어느 정도 하고,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얘기도 많이 듣고 오죠. 하지만 정작 해결을 해야 하는 내용에서는 한정없이 느려요. 내가 몇 년 전부터는 허리가 아팠는데, 찾아가면 허리 디스크 탈출증이 약간 있다 그러고는 해주는 게 없어요. 검사를 하자는 말도 없고, 운동하라, 필요하면 진통제 정도는 주겠다 이 정도죠. 매일 허리가 아파서 힘든데, 별다른 차도가 없으니 얼마나 걱정되겠어요?”

장석규님씨는 영국의 의료에서 공짜도 좋지만, 돈이 들더라도 시원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거나, 치료약이라도 원 없이 받아보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한단다. 물론 처음에 영국에 와서 돈이 없을 때는 무료로 진료 받을 수 있다는데 너무 놀랐고,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서 천국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와서 보면 이 나라가 의료기술이 발달 하기는 한 건지 의심되는데다가 제도가 마음에 안 들게 됐다고 한다.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만큼 더 진료 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필요하면 CT 등 정밀 검사들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그게 세월아 내월아입니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것은 잘 보장이 되는데, 좀 더 검사 받거나 치료를 하려면 한정 없이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오곤 하지요.”

장석규씨 부부 동네에 있는 동네의원(GP surgery).

이것은 10년 전 처음 영국을 방문했을 때도 들은 얘기였다. 영국 사람들은 현지 상황에 적응되서 그런지 별로 불만이 없지만, 교포들은 이곳의 의료 체제에 다소 만족스러워 하지 못했다. 불만족의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가장 많은 불만은 대기 시간. 위내시경을 받으려고 하든, CT를 찍으려고 하든, 고관절 수술을 하려고 하든 무한정 기다리는 게 일이다. 그 다음 불만은 약을 잘 안 주는 거. 우리처럼 약을 무한정 받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웬만하면 약을 주지 않으니 병원이 병원 같지가 않단다.

응급실 얘기도 나왔다. 인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식당에서 글라인더에 손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 여기저기 살점이 뜯어졌는데,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고 한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의사는 와보지도 않고, 간호사가 보더니 약 발라주고 거즈로 싸서는 집에 가라고 했다. 그 분은 왜 더 치료를 안 해주냐고 물었더니 그 정도면 됐고, 집에서 약 바르면서 치료하면 잘 나을 거라고만 했단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환자가 의자 집어 들고 생난리를 쳐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그 사람은 다음날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와서는 성형외과에 가서 여러 군데 꿰매고 정성스런 치료를 받은 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전에도 이런 류의 얘기는 여러 번 들었다. 아기가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는 와보지도 않아서 4시간을 기다리다가 열이 저절로 떨어져서 돌아왔다는 얘기, 어떤 이는 충수돌기염 증상이 보여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가 한번 와서 보더니 아니라고 하면서 그 다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라는 얘기.

영국의 응급실.....

영국은 응급실 이용도 모두 무료이다. 심각한 중상을 입었을 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아이들이 열나거나, 배가 아플 때에도 모두 응급실을 찾아간다. 영국도 밤에는 딱히 찾아갈 의료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응급실에 갔을 때부터이다. 영국의 응급실에서는 응급 상황(emergency)이냐, 준응급상황(긴급상황, urgency)이냐, 아니면 가벼운 질환이냐에 따라 차별이 엄청 심하다. 웬만한 가벼운 질환 같으면 간호사 선에서 끝내버리고 의사 얼굴을 보기란 불가능하다. 여기서 가벼운 질환이란 고열 난다든지, 약간 찢어졌다든지, 뇌 이상은 없어 보이고 단지 머리를 다쳐서 피가 난다든지,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든지 이런 것들이다.

간호사가 호출하면 의사가 와서 보기는 하지만, 저쪽 침대에 중환자들이 있다면 위의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날이 밝을 때까지 치료 받기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국 응급실의 우선 순위는 말 그대로 응급상황의 환자들이다. 거기에 의료진의 손이 필요한 시간에는 몇 시간을 기다렸든, 아프다고 호소하든 순위에서 밀리게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몰인정한 것 같지만, 외국의 응급실은 대게 비슷하다. 우리처럼 먼저 왔다고 우선 봐줘야 하는 것은 사실 응급실 이용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다. 영국 사람들은 자기들은 기다릴 상황이라는 걸 알고 몇 시간이고 침대에 누워서 기다린다.

※ 나중에 영국에서 돌아왔을 때 장석규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허리 때문에 한국으로 왔다면서 병원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나는 영국에서의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병원을 소개해 드렸다. 하지만 한국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없어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자기 비용을 들여서라도 검사나 치료를 충분히 받고 가겠다고 고집하셔서 잘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봐드렸다.

며칠 후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아봤는데, 척추의 양성종양인 ‘상의세포(Ependymoma)’ 라는 것으로 판명되어서 수술 대기 중이라고 했다. 자신은 척추 통증의 원인을 찾아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수술에 대한 후유증으로 걱정이 컸다. 나는 이런저런 설명을 해드리면서 안심을 시켰고, 얼마 전에는 수술을 잘 마쳐서 재활치료 중이라는 연락을 또 받게 되었다.

이것은 영국에서 오진을 한 것이 아니라 검사받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다 보니 종양을 키운 결과라고 보이는데, 영국처럼 발달된 의료제도에서 공적인 것을 중시하다보니 개인의 문제가 뒤처지는 한 단면이라고 보면 된다. 이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게 현재 영국 정부의 몸부림이고.

현지 의사 이야기

영국을 떠나는 마지막 날, 돌아가는 비행기는 오후 늦게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급히 연락이 닿은 중요한 분을 만나기로 했다.

우이혁씨. 그는 한국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다가 2000년 영국으로 건너와 종합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consultant(경험이 많은 교수급 의사) 자격을 얻었다. 지금은 개인 정신과 의원을 열어서 환자들을 보고 있다. NHS 체계의 진료를 하기도 하지만 다른 consultant들처럼 민영보험회사와 연결된 개인 환자를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왜 영국까지 왔느냐부터 영국의 의사들은 어떤 진로를 밟느냐 여러 얘기를 나누다가 술 한 잔 걸치면서는 자연스레 동네의원 의사들의 문제, 환자들의 불만, 그래도 영국의 의료제도가 한국보다 낫다는 얘기 등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같은 의사여서 그런지 필요한 얘기들이 많이 오갔다. 지면상 자세히 실을 수는 없으나, 몇 가지를 추려보면....

영국의 의료체계가 중시하는 것은 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다. 오랜 경험 속에서 1948년 NHS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영국이 가져온 철학인데, 그것은 진보나 보수 구분이 없다. 다만 요즘 문제가 되는 것은 한정된 의료 재정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이냐 논란이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공적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동네의원 의사들은 대부분 개인 진료소를 차리지만 공무원이라는 생각을 한단다. 이 말은 의사들이 돈을 벌려는 것보다는 정부의 파트너로서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한 축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의료 체계를 우리나라에서 보면 답답한 것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항상 문제가 되는 대기 시간, 검사나 치료의 지연, 치료약을 풍부히 사용하지 않는 것, 응급실의 문제 등.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영국 의료 체계의 국가의 책임성이나 의료의 형평성 등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헤어지는 시간에 우이혁 의사와 함께 찍은 사진. 가운데가 정신과 전문의 우이혁씨.

시간이 허락하면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우리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히드로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영국의 의료제도와 한국의 장점을 결합한 멋진 퓨전 의료제도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가 주치의제도를 시행한다면 환자들과 의사가 얼굴을 마주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진료하는 모습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의 관습에서 벗어나자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필요한 검사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금방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동네의원에 엑스레이(X-ray), 내시경 장비, 초음파 등 어느 정도의 의료장비들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사람들은 그런 검사 한번 받으려면 엄청난 기다림을 겪어야 하는데 말이다. 수술도 우리나라는 금방 시간을 잡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고관절 치환술 받으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야 얼마든지 빨리 잡힌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정신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의료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며,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올려서 암치료뿐만 아니라 입원이나 웬만한 수술 치료에도 개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국민들도 보험료를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에 동의를 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크게 부담을 못 느낀다. 보험료 상한선을 없앴기 때문에 수익이 높은 사람들은 보험료를 많이 내게 되고, 저소득층은 거의 내지 않아도 되며, 중산층들도 높아진 의료보장성에 만족을 하기 때문에 기꺼이 부담을 하게 된 탓이다.

영국 방문기를 끝내며.....

사실 영국을 방문할 때는 기대가 컸다. 확실히 우리보다 선진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현지를 돌아보면서는 그다지 우러러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나 시설들이 많이 발전을 했고, 게다가 전국민건강보험은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중 가장 핵심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속에서 아직도 후진적인 일차의료 현장이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는 안타까울 뿐이다. 아마 다가올 2012년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는 분명 이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라고 보고, 미리 준비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은 필자가 2011년 7월 2일부터 7월 9일까지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최근 보수당 캐머런 정부의 NHS 개혁에 관한 것과 일차의료 현장에 대한 견학을 하고 느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나중에 자료집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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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ris

    늦게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보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토론자료로 조금만 참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11.25 08:09 [ ADDR : EDIT/ DEL : REPLY ]
  2. 안녕하세요. NHS 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1차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검색하다보니 들르게 되었습니다. 5년전 자료이기는해도 도움이 많이 되는 글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8.02 01:4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