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1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드디어 가계대출이 줄어들었다. 지난 1월 시중은행들의 가계대출이 줄었을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들의 대출도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가장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2009년 1월 이후 처음이라 언론매체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물론 2월 통계까지 나와 있는 시중은행의 경우 2월에는 다시 대출이 약간 올랐다. 그러나 매달 2조원 이상 대출이 늘던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의 증가다. 그리고 카드사나 할부금융 통계는 아직 나와 있지 않지만 큰 흐름에서 유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한국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이라고 우려가 컸던 지점이 바로 1천조원 규모의 가계부채가 아니던가.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으면서 모조리 가계부채가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유독 줄지 않아서 더 걱정이 많았던 것 아닌가. 더욱이 가계부채 감소가 부동산 경기하락의 영향을 받아서 발생하고 있다니 그 역시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 경제에서 서로 맞물리면서 연착륙을 해야 할 대상이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이 아니던가.

그런데 가계부채 감소를 보도하는 매체들의 태도가 탐탁지 않다는 어투다. 만일 은행들의 입장을 소개하는 것이라면 이해가 간다. 온 국민이 우리경제의 안정을 위해 가계부채 감소를 바라고 있는 와중에서도 은행들에게는 가계부채 감소가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왜 그런가. 매출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매출이 감소하면 수익이 감소하는데 어떤 영리기업이 박수를 칠 수 있단 말인가. 은행에게 ‘대출은 곧 매출’이다.

사실 지난해까지도 시중은행들은 매월 2조~3조원의 가계대출을 늘려 왔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지난해까지 연 평균 8% 이상 증가했다. 가계부채가 경제성장률을 훨씬 초과해서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뒤집어 말하면 금융회사들은 평균 성장률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렸고 그만큼의 수익을 달성한 것이다. 때문에 가계부채 사상 최고 기록은 곧 은행수익 사상 최고 달성과 같은 말처럼 간주됐다. 실제로 지난해 가계부채는 1천조원을 넘었는데, 은행이 달성한 수익 12조원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였다.

이런 은행들에게 가계대출 감소는 곧 매출 감소이니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질 법하다. 실제로 은행 관계자들은 올해 가계대출이 최소 4%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그동안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에서 수익을 봤던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주춤하니 성장성과 수익성 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쩌다가 은행이라는 사적 회사의 이익과 국민경제의 이익이 이처럼 정면으로 배치되게 됐을까. 왜 시장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 전체가 이익을 보지 못하는 구조가 됐을까. 은행이 공적 금융기관이 아니라 사적 회사가 됐기 때문은 아닌가. 은행이 사적 수익을 추구하지 않고 자금 재분배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었다면 이런 이익의 충돌은 없지 않을까.

이 시점에서 재미있는 대목이 하나 있다. 대출이 줄어든다고 하니 서민 핑계를 대면서 서민들의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출을 줄이면 안 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금융회사들이 서민대출을 줄이면 서민경제가 급속히 악화되는 악순환이 야기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유사한 맥락이다. 주장 자체는 맞는 측면이 있다. 분명히 경기가 나빠지고 각 가정과 자영업자들의 자금사정이 어려워질 때 은행이 대출창구를 조이면 서민과 중산층들이 힘들어할 것이다. 그러면 도대체 가계부채 축소는 언제 어느 세월에 할 수 있는 것일까.

사실 정부가 대출 통제를 하지 않더라도 경기가 위축되고 유동성 흐름이 막히는 시점에서는 은행들 스스로가 자금회수에 나서는 것이 오늘날의 자유화되고 개방된 금융시스템 구조다. 경기가 매우 나쁘고 자금회수가 의심됨에도 은행들이 대출을 늘리고 있다면, 각종 담보 요구를 까다롭게하거나 리스크를 상쇄할 다른 대책을 세울 경우에 한한다.

은행들이 리스크를 금융소비자들에게 떠넘기면서 수익률은 보존하기 위한 행태들을 부쩍 늘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일제히 올리면서 신용대출 금리가 한 달 사이에 무려 1%포인트 이상 상승해서 7%를 넘어가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대출을 유지한다는 것은 은행의 매출과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지언정 서민들의 자금수요를 절대 만족시켜 줄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명확하다. 정부가 금융회사들에게 대출을 줄이지 말라고 하기 이전에, 불법·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온갖 금융리스크를 가계와 대출자에게 넘기고 있지 않은지 철저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2.02.09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경제가 나빠지면서 서민들이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을 늘리고 카드론 사용빈도가 높아지자 최근 신용카드 대란과 서민가계 파산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상당히 많은 언론매체에서 문제를 삼았던 적이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지난해 은행들의 세전수익이 19조원이었다. 2010년 대비 무려 46%나 상승한 규모다. 세금 내고 대손준비금을 적립하고도 12조원이었다.

얼마나 엄청난지 실감이 나도록 비교를 해 보자. 우선 우리경제의 2010년 성장률은 6.2%인데 지난해에는 3.6%였다. 반 토막이 났다. 그런데 은행은 거꾸로 이익 신장률이 50% 가깝게 뛰어올랐다. 기업에서 이익 신장률이 이 정도면 문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신장률뿐 아니라 이익규모 자체도 놀랍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6조2천억원이었다. 삼성전자조차 지난해 실적은 2010년에 비해 줄었다. 어쨌든 세계적인 제조업 삼성전자의 실적은 한국의 은행들 전체 이익보다 적다. 이미 우리나라 각 은행들이 조 단위의 수익을 올리는 것은 2000년 이후 일상적인 모습이기는 하다. 괜히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것이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책 금융연구원에서 주목을 끌 만한 짤막한 글 하나가 발표됐다. 지난 1월28일 발표된 ‘은행의 상업성과 사회적 역할’이라는 5쪽짜리 논단이다. 논단은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얼마 전 언론매체에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2011년에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일제히 실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냉랭했다. … 반면에 지난 1월6일 삼성전자가 작년에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올렸다는 실적을 발표하자 언론과 여론의 태도는 대부분 칭찬 일색이었다. 경제가 어려운데 은행이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정반대로 그러한 상황에서 수출 대기업이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것이 대체적인 언론과 여론의 반응이었다.”

똑같이 높은 이익을 냈는데 금융업인 은행은 비난하고 제조업인 삼성전자는 칭찬하는 상반된 태도에 대해 논단은 우선 그럴 만한 이유와 근거를 찾는다. 예를 들어 은행은 정부가 허락을 해서 특별히 자신들만 영업을 할 수 있는 규제산업이고 또 부실에 빠지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살려주는 특별한 혜택을 받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맞다. 그런 점이 분명이 있다.

또한 논단은 은행이 낮은 금리의 예금을 받아 높은 금리로 대출해서 이익을 얻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로 큰 돈을 벌고 있고, 그것도 해외시장이 아니라 가계부채가 심각한 국내시장에서 벌어들였다는 데에 여론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역시 맞는 얘기다.

하지만 논단은 은행들이 나름대로 신용평가를 해서 대출을 잘 선별해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고 결코 거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변명이 크게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금융연구원의 짧은 논단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이런 빈약한 설득력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논지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은행이 삼성전자와 같은 사기업과는 다르게 공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공공성’이 있다고 국민이 생각하고 있고 논단의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핵심 논지는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은행도 ‘사적인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지 공익만을 위해 노력할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을 한편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논단 저자의 적극적인 항변 부분이다. 종합하면 은행이 공공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고 있으므로 공공성만 강조하지 말고 상업성과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사적 기업이라고 해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싶다. 이것은 지금 세계경제위기를 몰고 온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기업 경영관점일 뿐 원래 기업논리는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만약 은행을 사적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떤가 하는 것이다. 은행의 성격과 본성이 공공성이라고 한다면, 굳이 사적 기업형태로 만들어 공공성과 상업성의 갈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가. 공기업으로 만들면 그런 고민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민영화가 얼마 전까지 대세였다면 이제는 공기업화를 생각해 보자.

덧붙일 것이 있다. 삼성전자는 칭찬을 받고 은행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정반대다. 지금 재벌은 개혁대상으로 지목돼 다양한 규제와 과세 논쟁이 정치권에서 치열하다. 그런데 은행도 수익규모로 말하자면 재벌그룹 10위권 반열에 들어와 있고, 모두가 지주회사 체계로 돼 있어서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지주회사는 예외로 해서 감시·감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빠져 있을 뿐이다. 은행이 사적기업과 다르게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도 지금 재벌개혁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그래서 제안한다. 은행그룹 개혁도 재벌개혁 범위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주제별 이슈 2009.05.20 13:20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금융이 정부 소유였을 때 금융기관이지, 금융기관이라는 말이 적합한 용어냐"고 반문하고, "금융기관이라는 용어는 관치금융시대의 느낌이 난다"며 "금융회사로 용어를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조만간 정부의 공식문서에서 ‘금융기관’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금융계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관치금융의 폐해 아래 왜곡되어온 사실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터에 대통령이 직접 용어까지 바꾸라는 세심한 배려를 했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핵심은 거기에 있는 것 같지 않다. 금융에서 ‘공적인 기관’의 이미지를 이름에서조차 완전히 지우고 확실히 수익성 추구를 제일 목적으로 하는 ‘사적 기업’으로 전환하자는데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이익이 날 때는 사적으로 독식하다가 손실이 나니 사회에 떠넘긴다”며 전 세계가 현대 금융자본의 탐욕적 이익추구를 지탄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대통령은 오히려 금융의 사익추구를 더 부추기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는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우리의 중요한 과제”라며 신자유주의식 노동 유연성을 강조한데 이어 이튿날 나온 금융기관 용어 변경 발언은 우리 경제정책의 시계바늘이 확실히 거꾸로 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 은행들은 이미 ‘금융회사’

전 세계를 불황의 늪으로 빠뜨린 지금의 금융위기가 규제를 받지 않고 위험수위를 넘어서 무리한 수익경쟁을 추구해온 금융회사들의 행태 때문이라는 사실은 일단 접어두자. 한국 경제와 금융이 적어도 1997년 IMF 구제금융 이후 과연 관치금융 때문에 문제를 일으켰는지 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관치금융 논란의 핵심에 있었고, 이 대통령이 ‘금융회사’로 명칭을 바꾸라고 지목한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을 돌이켜보자. 외환위기 이후 수많은 산업과 기업 영역에서 신자유주로의 대대적인 변화가 일었지만, 그 중에서도 은행의 변신은 가히 극적이라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전에 국내 시중은행들의 수익은 모두 합해봐야 1조 원도 안 되었다. 하지만, 기업대출을 주로 해왔던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화된다. 우선 은행주식의 외국인 소유지분 제한이 풀리고 은행 민영화 방침이 천명되면서 부실화된 은행들에 대해 외국 금융자본이 공격적으로 지분을 매입한다. 그 결과 미처 민영화 수순을 밟지 못한 우리은행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은행들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50퍼센트를 훌쩍 넘게 되고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아예 외국계 은행이 되었다. 이는 이후 ‘선진 금융기법 도입’이라는 이름 아래 시중은행의 경영양상을 뒤바꾸는 기폭제가 되었다.

민영화되면서 외국인 지분이 다수를 차지한 은행들은 전통적인 자금중개 기능을 포기하고, 수차례의 은행간 인수합병을 통해 공격적으로 규모경쟁과 수익경쟁에 뛰어든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의 자산규모는 이미 200조 원대를 돌파했고, 나머지 은행들도 100조 원대를 넘는 규모로 자산팽창을 해온 것이다.

금융위기 직전에 시중은행들의 당기 순이익은 이미 16조 원을 돌파했으며, 선두 은행들은 각각 2조 원 이상의 수익을 남겨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 현대자동차나 SK텔레콤의 수익률에 견줄만한 수준으로 확대된다. 이 대통령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한국의 시중은행들은 지난 10여년을 지나오면서 ‘금융기관’의 흔적을 없애고, ‘금융회사’로 사실상 탈바꿈되었다.

관치금융이 아니라 ‘주주자본주의 금융’이 문제

은행들이 금융회사로 변신하면서 규모와 수익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온 과정은 우리 국민경제에 치명적인 상처를 낸 연속이었다. 수익경쟁이 본격화된 2001년과 2002년에 신용카드를 대대적으로 남발하면서 신용대출과 수수료 수익을 추구한 결과, 우리 경제는 400만 신용불량자만 양산하는 초유의 카드 대란으로 귀결되었다.

저금리 환경에서 2004년부터 가속화된 주택담보 대출과 PF대출 경쟁은 2006년을 정점으로 엄청난 부동산 거품을 조장했으며, 그 거품이 여전히 꺼지지 않으면서 지금 경제위기의 뇌관으로 잠복되어 있다. 정부규제로 막혔던 주택담보대출이 2007년부터 은행의 펀드 판매로 급팽창하면서, 결국 2008년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은 펀드자산 반토막이라는 상처를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금융소외자 800만 명도 이 과정에서 양산되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소용돌이에 가장 먼저 휘말리게 된 금융조직이 은행이었다. 현재 은행은 예금수신을 뛰어넘는 과도한 대출로 건전성이 심각하게 약화되어 정부의 은행자본확충펀드로 수혈을 받고 있는 중이고, 가계와 기업의 대출연체를 누적시키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이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금융기관’이 ‘금융회사’로 탈바꿈되면서 우리 국민 전체가 지불했던 대가이다.

또한 은행이 가계와 기업의 자금순환을 지원하는 자금중개 기능을 버리고 스스로 수익을 추구하면 국민경제 전체에 어떤 후과를 가져올지 똑똑히 보여준 과정이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얼마 전 대표 제조업인 GM대우가 지난해 자동차 판매로 2,300억 원의 이익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1조 원 이상의 외환파생상품 손실을 보았다고 발표해 세상을 경악시켰는데, 공교롭게도 올해 1분기 은행권에서 최고의 순이익을 기록한 SC제일은행의 경우 전체 이익의 93퍼센트를 외환파생상품으로 벌어들였다고 한다(<이데일리> 2009.5.19). 은행의 수익이 기업의 수익이 아니라 손실을 동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확실히 해둘 것은, 이 과정이 결코 관치금융에 의해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금융회사로의 변신을 이끈 주역은 관치금융이 아니라 ‘주주자본주의 금융’이라 할 수 있다. 카드대란의 여파로 LG카드가 파산 국면으로 치닫던 2004년, 주채권은행의 하나였던 당시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정부의 LG지원 요구를 묵살하고 “나는 주주이외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고 선언한 발언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주주가치의 극대화라는 명목으로 수익률 경쟁과 규모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 와중에 은행원들은 계속되는 경영진의 수익률 재고 압력에, 경영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규직 고용마저 축소해 엄청난 노동 강도와 수익률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은행 노동자들이 지난 10여년 간 시달렸던 것 역시 관치 때문이 아니라 주주의 압력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새삼스럽게 ‘관치 냄새’를 거론하며 수익성 추구를 제일 목적으로 하는 ‘금융회사’로 명칭을 바꾸자고 한다.

재벌경제연구소마저 금융의 자금중개 기능 복원을 전망하는데

한 가지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 대통령이 ‘금융회사’ 발언을 한 같은 날, 삼성경제연구소가 ‘금융패러다임의 변화, 과거 10년과 미래 10년’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향후에 금융이 수익성 추구보다는 전통적 업무인 ‘자금중개기능’으로 복원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그동안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실물경제와의 관련성을 경시하고 금융 산업 독자적으로 수익성을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득세”한 결과 현재의 금융위기가 초래되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에는 과도한 레버리지 규제와 파생상품 규제 등으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수익추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 “금융이 가계로부터 자금을 받아 기업에 대출하는 중개 기능의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에 각국 정부와 정책당국자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즉 금융이 예금자 수신을 받아 기업에게 대출해주면서 이자마진을 얻는 쪽에 무게를 두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공공기능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다시금 무게가 실리게 된다는 말이다.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금융회사’가 아니라 ‘금융기관’의 성격을 강화하는 쪽으로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전환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재벌정권, 부자정권이라는 이명박 정부는 최소한 재벌들과도 소통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경제정책을 운영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재벌연구소가 오버하는 것인가.

하긴 얼마 전까지 시가총액 1위로 금융회사의 모범으로 추앙받던 씨티그룹의 전회장 찰스 프린스마저 지난 5월 19일, "세계 경제사에서 지금처럼 폭넓게 빠른 속도로 파괴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며 "30여년 간 일해왔던 월스트리트는 파괴돼 사라졌다"고 수익추구 중심의 은행시스템 파산을 고백하고 있으니 어찌 삼성인들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연합뉴스> 2009.5.19)

은행을 ‘수익 산업’에서 ‘인프라 산업’으로 대전환해야

결론적으로 현재 필요한 핵심적인 금융정책은 바로 사실상 ‘금융회사’로 탈바꿈한 은행들을 ‘금융기관’으로 돌려놓는 것이지, 정부 문서에서 아예 금융기관 용어를 없애버리는 것이 절대 아니다.

여전히 관치금융의 부활을 경계해야겠지만, 현재 금융의 핵심문제는 관치금융이 아니라 끝없이 수익성 추구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주주자본주의식 금융인 것이다. 마치 과거 한국 언론이 금융 못지않게 권력의 간섭에 신음하다가, 이후 공권력보다 더 무서운 언론자본의 간섭으로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받는 상황이 연상된다. 외환위기 이후 관치의 그늘을 벗어나기 시작한 금융이 실상 관치보다 더 지독한 외국금융 대주주의 혹심한 수익추구 압박으로 금융의 순기능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기관 용어를 지워버릴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금융산업을 사적인 ‘수익 산업’이 아니라 공적인 ‘인프라 산업’으로 대전환하는 산업구조 전환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자유화/개방화, 민영화/시장화의 피해가 가장 큰 분야가 바로 금융산업임을 직시하고 시급히 금융산업, 특히 은행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은행을 사적인 ‘수익 산업’으로 전환시킨 주체인 금융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이 관치로부터의 은행독립 못지않게 어쩌면 더 시급한 문제임을 인지하고 은행자본확충을 위해 투입하고 있는 공적자금을 은행의 ‘소유지배구조’를 변화시키는 지렛대로 활용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나마 공공은행으로 남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민영화 정책을 백지화하는 것이 그 출발이 될 것이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주제별 이슈 2009.04.16 10:16
미국 금융가의 때 이른 기대와 은행들의 저항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규모 정부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은행들이 그 동안 정부의 압박과 국민의 비난 앞에 숨죽이며 지내오다가, 최근 억눌렸던(?)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에서 먼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최대 생명보험사 중 하나인 메트라이프가 자본금이 충분하다며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가 하면, 골드만삭스도 이미 받은 구제금융 가운데 100억 달러를 상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구제금융을 대가로 요구하는 각종 규제와 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수익을 추구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이다.

최근 1/4분기 경영실적이 발표되기 시작하면서 웰스파고와 골드만삭스가 예상보다 높은 흑자를 기록한 것이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이 되고 있다. 웰스파고는 지난해 인수한 와코비아의 실적을 포함한 1분기 순이익이 3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혀 그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4월 13일자로 발표된 골드만삭스의 1분기 순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퍼센트 증가한 18억 1,000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림1] 주요 은행들의 주가 추이


그 결과 미국 은행들의 주가가 상승하고 2월에 몰아쳤던 상업은행발 제2의 금융위기가 소강상태를 넘어 회복조짐에 들어선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낳게 했다. 4월 16일 발표될 JP모건의 실적과, 특히 17일 발표될 씨티그룹의 실적이 나와봐야 좀 더 그 윤곽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미국 정부가 시행중인 자산규모 1,000억 달러 이상의 19개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4월 말에 나와야 알겠지만, 과연 금융위기 국면이 끝났다고 자신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간섭을 피해보려는 움직임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 와중에도 실업률은 이미 8.5퍼센트를 돌파했고, 소매판매지수가 부진을 보이는 등 실물경제 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실업률 기준으로 본다면,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의 기본시나리오는 이미 넘어버렸고, 최악의 시나리오인 8.9퍼센트도 훌쩍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표1] 미국 19개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이 파산위기에 직면했을 때에는 무작정 정부에 손을 벌리다가 사태가 조금 나아지자, 곧바로 과거처럼 정부의 규제를 벗어나 다시 사익을 추구하겠다는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

국내은행, 정부의 자본확충 요구 때문에 손해보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최근 조금 다른 문제로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로 지난해 말 정부가 은행들에게 자본확충을 요구해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발행했던 후순위채권과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 채권) 부담에 대한 불만이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자, 국내 시중은행들도 자금조달처가 막히고 대출부실이 확대되면서 자본 건전성이 악화되는 등 위기의 징후를 보이게 된다. 그러자 당황한 정부는 2008년 11월 14일 서둘러 10조 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을 발표하면서 금융채 매입에 나섰고, 2008년 12월 3일에는 금융감독원이 은행별로 적정 자기자본비율(12퍼센트) 달성을 위한 자본확충 필요액을 제시하면서,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BIS 비율을 12퍼센트까지 늘리라고 압박했다.

그것도 부족해서 2008년 12월 18일,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자본확충 펀드’ 20조 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2009년 2월 시행에 들어가 2009년 3월 말까지 1차로 4조 원 규모의 은행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를 매입했다.

                                          [표2] 자본확충 펀드에 의한 은행별 매입액

그런데 정부가 자본확충펀드를 동원해 은행채를 매입하기 이전에, 주요 시중은행들은 채권시장을 통해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을 팔아서 자체적으로 자본을 조달해왔다. 이렇게 시중은행들이 조달한 자금이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후순위채권 약 9조 원, 신종자본증권 약 4조 원 규모에 달한다(금융감독원 국회정무위 업무보고 2009.4.13).

[표3]에서 볼 수 있듯이, 2008년 말 후순위채나 신종자본 증권 발행시 은행들은 7~9퍼센트를 넘나들 만큼 높은 금리를 물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 기준금리가 2퍼센트까지 떨어지고 금융위기가 일시적인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대출 금리도 급격히 떨어지자 지난해 고금리로 조달한 것이 은행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표3] 주요 은행 자본확충 현황

현재 시중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준으로 고시금리는 3~5퍼센트, 실제 적용금리는 5퍼센트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7~8퍼센트에 자금을 조달해서 5퍼센트 수준으로 대출을 해야 할 판이니 예대 마진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역마진을 우려하는 상황이 과장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은행들은 곧바로, 지난해 말 정부가 강압적으로 자본확충을 요구해서 어쩔 수 없이 고금리로 후순위채권을 발행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에 지금 수익성 압박을 받게 되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 한 고위 인사가 “금융당국이 선제적인 자본확충을 강조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채 발행에 나선 측면이 있다”고 주장한 사례가 그것이다(<매일경제> 2009.4.14).

반년 전의 아찔한 위기를 잊어버린 은행들

하지만 이는 한국의 시중은행들이 불과 3, 4개월 전 스스로의 상황이 어땠는지를 망각하고 하는 발언이다. 이미 2008년 10월부터 시중은행들은 환율폭등과 단기차입외화 만기 연장을 할 수 없어 줄줄이 신용등급 하향 경고가 이어졌고, 신용스프레드가 커져서 외화 조달금리는 급등했다. 그 때문에 정부가 시급히 외화 1,000억 달러 지급보증과 300억 달러 지원을 포함한 유동성 공급에 나서야 했다.

이어지는 실물경제 침체로 연체율이 올라가면서 대출자산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자산건전성도 위협을 받게된다. 이미 과잉된 CD와 은행채는 소화되지 않아 원화 자금조달에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자본건전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2008년 연말까지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지 못해 은행 신용등급이 강등되었다면, 연쇄적으로 신용위험이 높아져 은행 신용부도스왑이 올라가고 차입을 위한 가산금리가 폭등하는 사태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 다소 상황이 풀리니 이런 위급한 상황을 반년도 지나지 않아 시중은행들이 까맣게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이 급전직하로 하락하고 차입금 만기 연장은 50퍼센트 수준밖에 되지 않았으며, 실적 역시 적자로 반전되어 2008년 4분기 기준 18개 은행들이 대략 3,000억 원의 순손실을 보기까지 했던 것이 바로 몇 개월 전이었다. 고금리라도 감수하고 자본확충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BIS자기자본 비율이 2007년 말 12.3퍼센트에서 2008년 9월 말 10.9퍼센트로 떨어졌던 것이, 그렇게 자본확충을 했다고 해봐야 2008년 말 기준으로 1년 전 수준인 12.3퍼센트 되돌아온 것에 불과했다.

은행의 고금리 부담, 경영권을 지키려고 스스로 택한 길 아닌가?

그런데 정작 중요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왜 은행들이 자본확충 방법으로 주식을 늘리지 않고 부채라고 할 수 있는 채권을 늘렸는가 하는 점이다. 은행들이 비싼 이자를 감수하고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했던 후순위채권이나 신종자본증권은 엄밀히 말하면 부채이지 자기자본이 아니다. 일반 은행채에 비해 상환부담이 적어 BIS에서 소위 보완자본(Tier 2)으로 인정해주는 것 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근에는 은행 건전성을 평가하는 잣대로 후순위채권이 포함된 BIS자기 자본비율이 아니라 순수하게 주식만을 자기자본으로 인정하는 ’기본 자기자본(Tier 1) 비율’로 평가하기 시작했고, 심지어는 아예 의결권과 책임성이 없는 우선주도 빼고 보통주만을 가지고 자산건전성을 엄밀하게 평가하는 ‘보통주 자기자본비율(단순자기자본비율; TCE, Tangible Common Equity)’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중은행들은 의결권과 경영권 위협들을 회피하기 위해 굳이 후순위채 발행이나 신종자본증권 발행이라는 편법적인(?) 방식의 자본확충에 집착을 했고, 그 대가로 높은 금리 부담을 감수했을 뿐이다. 즉 시중은행들은 어떻게 하든 경영간섭을 피해보려고 정상적인 자본확충방법인 보통주 증자는 물론이고 우선주 발행도 하지 않고 오직 후순위채권 등의 발행에만 의존했다. 그 대가로 고금리 지불은 당연한 것이었다. 더구나 우리 정부가 사실상 공적자금으로 은행의 자본확충을 지원하면서도 언제나 경영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친절한(?) 단서조항까지 달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이는 부실 위험에 빠진 씨티은행에 대해 미국정부가 우선주를 매입했던 것과는 대비된다(2009년 2월 27일, 미국 정부는 씨티은행에 투입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시키면서 사실상 국유화했다.) 결론적으로 고금리 후순위채 발행 부담은 은행이 선택한 것이지 누가 강요한 것이 아니다.

기업은행 민영화 재검토, 그러나 산업은행 민영화는 왜 계속?

더욱 황당한 것은 시중은행들이 정부가 후순위채 발행을 압박한 것을 두고 “자본확충이 시급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중소기업 대출을 무리해서 늘리라는 당국 주문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매일경제> 2009.4.14).

상식적으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은행 자본확충을 지원해 준다면 당연히 은행 자신만을 위해서일 수가 없다. 국민경제 전체가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은행이 기업과 가계의 대출여력을 확대할 목적이 있음은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이 같은 주장을 한다면 심각한 글로벌 금융위기 한 복판에서도 오직 은행 자신만 살겠다는 것 이외에 어떤 것도 아니다.

그 어떤 금융회사보다 공적인 책무가 큰 은행들이 국민경제의 위기 속에서 자신들의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행위를 지속한다면 사실상 어떤 지원도 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은행들에 대한 평가 지표를 오직 ‘수익성’으로만 측정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향후에는 적어도 은행에 대해서는 수익성과 건전성 지표 이외에 ‘산업적 기여도’와 같은 공적 지표를 만들어 정부지원을 차별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나아가 공적 은행들의 역할과 비중을 높여 사적 수익만을 추구하는 시중은행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것마저 검토되어야 한다.

최근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한 포럼에서 “기업은행은 (산업은행과 달리) 민영화 자체가 바람직한 것인가라는 문제제기가 있다”면서 “그나마 기업은행이 있어서 금융위기 상황에서 이 정도라도 대응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고 주장했다(<한국경제> 2009.4.13).

최근 시중은행들의 행태에 비추어 바람직한 주장이다. 새사연은 이미 금융위기 초반기인 2008년 9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에 대한 민영화 계획도 현재 상황에서 추진하기에는 무리다. 그나마 국내 시중은행이 대부분 민영화되고 외국인 지분이 다수인 상황에서 얼마 남지 않은 국책은행마저 민영화하겠다는 것은 금융불안에 대비할 최소한의 안전판마저 없애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가 있다.(새사연, “신자유주의 금융위기와 MB정부의 경제정책 전환”, 2008.9.22)

그런데 딱 여기까지다. 진위원장은 동시에 “기업 금융에 노하우를 축적해온 산업은행은 그 모델을 갖고 민영화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민영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산업은행 민영화 관련법안 통과 강행 의지가 엿보인다. 어째서 기업금융 노하우를 민영화하면 발휘할 수가 있고 국책은행으로 남아있으면 할 수 없단 말인가?

일시적으로 금융위기가 소강상태에 빠지자 미국은행들에 이어 한국의 시중은행들이 다시금 규제와 감독을 피해 수익추구에 몰두하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직 시작에 불과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 실물경제 불황에서 그들은 아무런 교훈도 얻고 있지 못한 것이 확실한 걸까.

잠시 주식시장이 반등세를 보이자 그 동안 반 토막 난 펀드판매로 곤혹을 치뤄 다시 적금상품 판매로 돌아섰던 은행들이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펀드판매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인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펀드 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2007년 10월 말 기준으로 설정한 국내주식형펀드 694개의 유형 평균 수익률이 2009년 4월 13일 기준으로 -35.54퍼센트로 집계되었다. 해외주식형 펀드는 -52.45퍼센트로 여전히 반토막이다(<연합뉴스> 2009.4.14). 펀드판매 재개를 서두를 시점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동향을 보건데, 수익추구 제일주의와 주주자본주의 틀에 갇혀있는 국내 시중은행들이 스스로 구조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는 일찍 접는 게 좋을 것 같다.

<용어 설명>

▶ 국제결제은행 BIS 자기자본비율
흔히 자기자본(보통주 + 우선주 + 신종자본증권 + 후순위채권)/ 위험가중자산 * 100로 계산된다. 경제가 위기에 돌입해서 부실대출이 늘어나거나 보유증인 유가증권 손실위험이 커지면 위험가중 자산이 늘어나서 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2008년 말 정부는 은행들에게 자기자본 비율을 12퍼센트 이상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BIS 자기자본비율은, 후순위채권과 같이 상환부담이 덜할 뿐이지 내용상 부채인 것까지도 자기자본으로 간주한다는 약점이 있어 주식만으로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본자기자본비율을 잣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2008년 말 정부가 요구한 기본자기자본비율은 9퍼센트였다. 최근에는 아예 모든 부채성 자산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보통주만을 가지고 건전성을 평가하는 보통주자기자본비율(단순자기자본비율)로 평가하는 추세다.

▶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 hybrid bond)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가진 증권(채권)으로, 하이브리드채의 매입자는 일반 채권에 투자한 것처럼 확정금리를 지급받으면서도 주식에 투자한 것처럼 원리금을 후순위로 지급받고 이자를 비누적적으로 받는다. 후순위채권이 보통 5년 만기인데 비해 신종자본증권은 30년 만기가 일반적이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TAG 은행

댓글을 달아 주세요

주제별 이슈 2007.11.20 20:09
 

17일 한국은행은 올해 은행의 산업 대출이 15조를 넘어서면서 2003년 이후 4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산업대출 총 잔액 368조원이다. 반면 가계대출은 2조 4천억 원 증가한 것에 그쳤다. 가계대출 잔액은 348조원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14조 6천억에 비하면 1/6로 줄어든 것이다. 산업 대출 가운데 상당부분이 중소기업 운전자금으로, 일부는 설비투자로 들어갔다. 철저한 단기수익 추구로 중장기적인 산업 대출 보다는 단기성 가계대출에 열을 올려왔던 은행들이 이제 건전한 산업 자금 젖줄로 되돌아 온 것인가?

 

유동자금 해소를 위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


물론 이는 중소기업 자금 숨통을 터주고, 만성적 투자부진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점에서 보면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방향이 구조적인지 일시적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 모습은 여러 측면에서 신용카드 대란이 있었던 2002년을 연상시킨다. 2002년 신용카드 남발로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급기야 LG카드 부도위기까지 몰렸을 때에도 은행들은 유동자금 해소를 위해 일시적으로 산업 대출을 크게 증가시켰던 적이 있다.


지금도 동일하다. 과잉 신용대출로 생활인을 엄청난 신용불량자로 전락시켰던 금융권이 작년까지 위험도가 적은 주택담보 대출을 팽창시켜 전국의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켰다. 정부의 부동산대출 규제로 가계대출이 다시 막히자 일시적으로 산업대출로 유동자금을 해결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이처럼 은행들이 일시적 유동자금 해소를 위해 산업 대출을 선택했을 때 또 다른 휴유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중소기업이 부침이 있을 때 자금을 회수하면 중소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기문 중소기업 중앙회장은 현재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가운데 금융권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한몫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이 몇 년 동안 흑자를 내다가도 한 해 적자만 내도 은행이 즉시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불안정한 금융상황에서 오히려 후유증 우려돼


지금 한국의 금융상황은 지극히 불안하다. 유동자금 과잉현상, 환율 급락 가능성, 대출금리 급등 등 우려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16일에는 금융감독위원장이, 그리고 18일에는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장들과 잇달아 회의를 열고 금융 불안 문제를 논의했다. 단기 수익위주로 움직이는 금융기관들의 경영구조가 공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해법을 풀기 쉽지 않다. 왜 은행을 “은행회사”라고 부르지 않고 “금융기관”으로 부르는지 음미할 대목이다. 하긴 16일 은행장들은 아예 스스로 “금융기관이 아닌 금융회사로 불러 달라”고 했다니 솔직하기는 하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