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7 / 27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경제는 장기 침체에 들어섰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라고 한다. 이런 시기에 그래도 다른 국가보다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이며, <더 나은 세계화를 말하다>, <자본주의 새판짜기> 등의 저서를 쓴 바 있는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공공부채가 적은 국가. 둘째, 대외의존도가 낮은 국가. 셋째, 민주주의가 발전한 국가.

과도한 공공부채는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펴는데 방해가 된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때문에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필요한 투자에 나서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공공부채뿐 아니라 민간부채도 적절한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민간부채가 과도해지면 결국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에 대한 의존도, 즉 국제 무역이나 국제 금융에 기대는 정도가 높을수록 세계 경제 상황에 휘둘리게 된다. 새사연이 꾸준히 주장해왔으며, <리셋 코리아>에서도 썼듯이 내수중심, 소득중심의 경제가 필요한 때이다.

민주주의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분배 문제를 두고 정치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한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참여와 이해가 가능한지가 향후 국가 경쟁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될 것이다.

대니 로드릭은 이런 조건들을 고려했을 때 향후 세계 경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국가로 브라질, 인도와 함께 한국을 꼽고 있다. 왜일까? 한국은 세 가지 조건을 얼마나 만족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2011년 기준 우리의 국가채무는 420조 원으로 GDP 대비 34% 수준이다. 일본 199.7%, 프랑스 94.1%, 미국 93.6%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가채무 외에 공공기관 부채가 463조 원 존재한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세계 경제에 대한 의존도의 경우,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해온 만큼 대외무역의존도는 100%에 가까우며, 외환위기 이후 실시된 자본유출입 자유화로 국제금융자본의 ATM(현금자동인출기)로 불릴 정도이다. 마지막 조건이었던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에 대해서는 각자 판단해보도록 하자.

 

새로운 세계 경제의 승자

(The New Global Economy’s (Relative) Winners)

 

2012년 7월 3일

대니 로드릭(Dani Rodrik)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세계 경제는 단기적으로 심각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있다. 유로존은 문제를 해결하고 파국을 면할 수 있을까? 미국은 새로운 성장경로를 찾을 수 있을까? 중국은 경제성장의 둔화를 반전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앞으로 몇 년 간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결정해 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당면한 위기를 해결한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세계경제가 어려운 국면에 접어든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어려운 상태이다.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하던지 심각한 부채, 낮은 성장률, 국내 정책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 등은 여전히 유럽과 미국에 남겨진 숙제이다. 유로존이 온전히 유지될 것이라는 최상의 경우에도, 유럽은 망가진 유럽연합을 재건설하기 위한 작업에 발목이 잡힐 것이다. 미국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의 이데올로기 양극화가 경제 정책에 있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게 할 것이다.

실제로 모든 선진국은 실업과 재정적자라는 문제와 함께 불평등의 심화, 중산층의 축소, 인구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는 정치적 충돌을 촉발할 수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문제가 급격하게 움츠러들수록, 그 국가는 국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파트너가 되기는 어렵다. 그런 국가는 다자간 무역 체계를 유지하는데 덜 우호적이며, 그들에게 손해라고 여겨지는 경제 정책을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국, 인도, 브라질 같은 거대 신흥시장이 그 공백을 채우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들은 자신들의 국가 주권과 정책 사용 역량을 지키기 위해 날카로운 상태로 대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경제 및 다른 문제에 있어서 국제 협력의 가능성은 더 낮아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모든 국가의 잠재적 성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 된다. 금융위기가 일어나기 전의 20년 동안 경험했던 세계 경제의 성장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세계 전체의 경제적 불균형은 더 심해질 것이다. 상대적으로 더 불리한 국가와 유리한 국가가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국가들은 세 가지 특징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첫째, 공공부채가 높지 않을 것이다. 둘째, 세계경제에 과도하게 의지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경제성장의 동력은 외부보다 내부에 존재할 것이다. 셋째, 민주주의가 튼튼할 것이다.

공공부채를 적절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중요하다. GDP의 80~90%를 차지하는 부채는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심각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부채는 재정정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금융시스템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고, 세금에 관한 정치적 싸움을 촉발시키며, 분배에 관한 충돌을 유발한다. 부채를 줄이는 것에 집중하는 정부는 장기적 구조적 변화에 필요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호주나 뉴질랜드와 같은 몇 개 국가를 제외하고는 세계의 선진국의 대부분은 이러한 문제에 빠질 것이다.

브라질, 터키와 같은 많은 신흥국 경제는 최근 공공부채의 증가를 제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의 대출 급증을 막지 못했다. 민간 부문의 부채는 공적 책임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공공부채가 낮다고 해서 생각만큼 안전한 것은 아니다.

과도하게 세계 시장과 세계 금융에 의존하여 경제성장을 이루어온 국가 또한 불리할 것이다. 현재의 세계 경제는 취약해서 대규모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거나 유출되는 상황은 좋지 않다. 터키와 같이 경상수지 적자가 막대한 국가는 시장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어 세계 경제에 휘둘리는 인질이 될 것이다. 중국과 같이 흑자가 큰 국가는 무역보복과 같이 중상주의 정책을 억제하라는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다.

국내 수요 주도의 성장은 수출 주도 성장보다 더 믿을 만한 전략이 될 것이다. 거대한 내수 시장과 풍부한 중산층을 가진 국가가 유리하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는 더 발전할 것이다. 왜냐하면 권위주의적 체제가 사라지면서 충돌을 조정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인도의 민주주의는 아주 천천히 변화하거나 정체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협의와 협동의 장을 만들고, 사회를 동요와 충격으로 몰아갈 수 있는 사회적 집단에 반대하면서 다양한 사회 주체 간의 양보와 협의를 만들어 갈 것이다. (역주-인도는 지역 중심의 풀뿌리 민주주의가 잘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적 제도가 부족하다면, 분배문제를 두고 일어나는 충돌은 쉽게 사회적 저항이나 동요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나 남아프리카의 민주주의는 중국이나 러시아보다 우월한 조건이다. 독재적인 지도자의 통치 속에 있는 아르헨티나와 터키 같은 국가는 향후 세계 경제에서 불리하다.

이러한 세 가지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는 국가는 거의 없는데, 이는 지금 세계에 닥친 새로운 위험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실제로 우리 시대에 가장 장대한 경제적 성장을 이룬 경우인 중국도 이 중 한 가지 조건만을 만족한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가 다가올 것이다. 그나마 브라질, 인도,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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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0김병권

 

“유로존 탈퇴 공포가 긴축정책에 대한 분노를 이겼다.”

지난 17일 그리스 총선 결과를 본 ‘월스트리트 저널’의 평가다. 투표에 참여하는 그리스 시민들의 마음의 일단을 표현하고 있다. 2008년 이후 5년째 이어진 경기후퇴와 2010년 이후 3년째 계속되는 강도 높은 긴축의 악순환으로 더 버티기 어려워진 그리스 시민들의 분노가 이번 총선에서 어떤 선택으로 이어질 것인지 세계가 초조하게 지켜봐야 했다. 아마 그리스 선거 역사상 세계의 관심을 이렇게 끌었던 경우는 없었으리라.

동시에 그리스 시민들의 분노의 폭발을 두려워한 금융시장과 독일 등 유로 핵심 국가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그리스인들에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좌파연합인 시리자(Syriza)를 선택하면 그리스가 마치 즉시 끝장날 것처럼 언론매체들을 동원해 선전했다. 심지어 투표 전날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은 ‘그리스 국민들에게’라는 사설을 싣고 선거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협박해 물의를 일으켰을 정도였다. 좌파연합 시리자는 긴축 재협상을 원했던 것이지, 한 번도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의 집권은 곧 유로존 탈퇴라고 분위기를 몰고 갔다.

어쨌든 금융시장과 유로 중심국들의 협박이 먹혔던지 이변은 없었다. 그리스 유권자들은 60% 미만의 전례 없이 낮은 투표율을 보이며 적지 않게 투표 자체를 포기했다. 투표에 참여한 유권자는 좌파연합 시리자보다 약 3% 정도 더 많은 표를 긴축지지 정당인 신민당에게 줬다. 그러자 온갖 언론들이 "금융시장은 안도했다"고 대서특필했다.

그리스 시민들의 심정이 어떠했는지를 취재한 언론은 없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세계는 여전히 시민이 아니라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유럽 채권시장의 운명이 유럽의 작은 나라 그리스 운명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진정 이번 선거 결과가 그리스 시민들에게 안도할 일인가. 나아가 금융시장과 유로존에게도 안도할 일인가. 선거 전까지 파국을 향해 치닫던 유럽위기가 선거 후에 무엇이 변했는가. 결국 그리스인들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안도할 일은 없는 것이 아닌가. 위기의 시계는 계속 작동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버드대학의 케네디스쿨 교수인 대니 로드릭(Dani Rodrik)은 총선 전인 1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기고한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언(The End of the World as We Know it)'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좌파연합 시리자가 승리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17일 선거에서 시리자가 승리한 후 그리스의 새 정부는 IMF·EU와 맺은 구제금융과 긴축협약에 대한 재협상을 요구한다. 독일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가 기존 협약을 준수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금융의 붕괴가 임박한 것을 우려해 그리스에서 예금인출 사태가 벌어진다. 이번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도움을 거절하고 그리스은행의 현금은 고갈된다. 그리스 정부는 자본유출입 통제에 들어가고 마침내 국내 유동성 공급을 위해 드라크마(drachma) 통화를 부활시킬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자 모든 시선이 스페인에 쏠린다. 독일을 비롯한 유로국가들은 처음에는 스페인의 뱅크런을 막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며 단호한 모습을 보인다. 스페인 정부도 추가적 재정 삭감과 구조개혁을 발표한다. 유로안정기구(ESM)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스페인은 수개월 동안 파산을 면한다. 그러나 스페인 경제는 계속 악화되고 실업률은 30%를 향해 올라간다.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 총리의 긴축조치에 반대하는 시위대들로 인해 총리는 재총선을 소집한다. 그의 정부는 유권자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극도의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총리는 사임한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납세자들이 이미 충분히 도와줬다면서 더 이상의 스페인에 대한 지원을 거절한다. 스페인 상황은 빠르게 뱅크런·금융 붕괴, 그리고 유로 탈퇴로 이어진다.

독일·핀란드·오스트리아·네덜란드 등으로 이뤄진 미니 유로 정상회의가 급히 소집되고 공동통화로서 유로를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다른 회원국에 대한 금융압력을 증대시킬 뿐이다. 유로존의 부분적인 와해가 현실화하면서 금융 용심 융해(Meltdown)는 유럽을 넘어 미국과 아시아로 확산된다.

그런데 이상의 시나리오가 과연 17일 총선에서 좌파연합 정당이 승리해야만 작동할 것인가. 오히려 현재의 총선 결과가 이 시나리오의 작동을 부채질할 개연성도 있지 않을까. 그리스 총선 직후 스페인 국채금리가 7%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소식은 이 가능성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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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1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그리스 위기와 월가 금융자본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시장은 만족시켰지만, 그리스 국민도 만족시켰나
2. 그리스의 유로 존 가입과 파생금융상품
3. 위기국면에서 다시 엮인 그리스와 골드만삭스
4. 남유럽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5. 금융시장 뒤에 가려진 그리스 시민의 생활

 

[본 문]

2010년부터 각종 수습대책에도 불구하고 악화되어 온 유럽위기는 2012년 6월에 가장 중요한 시련을 맞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 연구원은 좀 더 종합적으로 유럽위기를 조망해보고 이후 세계경제와 우리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점검해 보는 기획으로 [유로 2012]를 마련했다. 지금 유럽에서 한창인 축구 경기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유로화의 향방이 2012년에 분기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을 담고 있다. - 편집자 주

 

1. 시장은 만족시켰지만, 그리스 국민도 만족시켰나?

유럽위기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며 세계의 시선을 모았던 그리스 2차 총선이 6월 17일 치러졌다. 여론조사 결과대로 긴축을 지지했던 신민당이 29% 전후 지지율로 신승하고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27% 정도 지지율로 2위를 했다. 신민당은 3위의 사회당과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국민 여러분. 불안한 정치 상황을 떨쳐냅시다. 분노가 아닌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재정 개혁을 위해 표를 던집시다.” 이 내용은 그리스 안에서 나온 주장이 아니다. 독일 판 파이낸셜 타임지 6월 16일자 사설이다. 독일 신문이 그리스 국민들에게 노골적으로 시리자를 찍지 말라고 말한 것이다. 유럽의 언론과 정치세력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그리스 국민을 협박했고 그들은 결국 원하던 결과를 얻었다.

"금융시장의 입장에선 신민당과 사회당의 연정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안도가 된다." 런던의 한 금융 관계자 말이다. 그렇다. 그리스 총선결과는 국제 금융시장을 일시적으로 만족시켰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원하는 ‘시장의 안정’이 과연 그리스 국민이 원하는 ‘생활의 안정’과 일치하는가.

신민당 승리로 귀결된 총선결과는 2001년 유로 존 가입이후 지금까지 사태가 전개되어 오던 방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미이다. 다시 말해 그리스 위기가 발생하고, 그리스 국민의 분노가 쌓여서 총선에 이어 재총선까지 이르도록 한 긴축정책의 방향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과연 예전처럼 계속 긴축약속을 이행한다고 하면 시장의 안정은 가능한 것일까?

결국 지금 시장이 얻은 안정은 아주 짧은 기간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잠시의 안정을 얻은 대신에 그리스는 지금까지의 국면을 전환시키고 정책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시리자의 급격한 부상과 ‘재협상’ 요구 덕분에 독일과 유럽 연합이 그리스에 대한 재정긴축 압박 강도를 약간 늦출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당장의 급격한 뱅크 런은 완화될지 모르지만 성장능력 침식과 실업률 상승이라는 더 큰 문제는 더 심각하게 누적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 위기의 진짜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문제들을 해결해야 진정한 위기 탈출이 가능할까. 과연 그리스 시민들이 부정직하고 게으르며, 그리스 정치인들은 부정부패를 일삼고, 그리스 국가체계는 탈세가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위기가 왔다는 독일과 일부 보수 세력들의 원인 진단은 맞는 것일까.

물론 그리스 시민들과 정치, 조세제도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위기를 그것으로 설명하는 것은 한마디로 유치한 짓이라고 코스타스 라파비타스(Coastas Lapavitsas) 런던대 경제학 교수는 지적한다. 사실 이런 유형의 비판은 당연한 한 가지 사실을 잊고 있다. 지금 위기는 그리스뿐만 아니라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겪고 있는 위기인데, 그들 국가들이 모두 그리스 사회와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위기의 원인은 그리스 사회의 내부적 문제를 넘어서 다양하게 짚어볼 수 있다. 우선 재정동맹 없는 유로 통화동맹의 구조적 결함을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위기가 현실화 된 이후 유럽연합이 위기에 빠진 남유럽 국가들에게 요구한 긴축정책이 위기를 오히려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지적 역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와 아울러 이번 그리스 위기나 유럽위기 역시 철저히 글로벌 금융위기 반경 안에서 발생한 위기라는 점을 짚어야 한다.

2010년 그리스 1차 구제 금융이후의 시점에만 갇혀서, 마치 그리스와 남유럽 위기가 처음부터 국가채무위기였고 이것이 유럽 국채시장이라는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독일과 프랑스의 은행의 부실화를 초래해서 지금의 위기가 발생했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명백한 사실은 그리스 국가채무위기가 금융위기를 초래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리스와 남유럽의 국가채무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 위기의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유럽에도 예외 없이 광범위하게 확산된 신자유주의적 금융 세계화와 금융규제 완화, 그것이 초래한 투기적 거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거품붕괴로 세계경제를 휩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남유럽 국가들에서 국가채무위기로 발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리스 위기 해결은 그리스의 부패 척결이나 조세 징수제도 개혁과 같은 개별 국가적 문제로 환원될 수 없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과정의 일환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
 

2. 그리스의 유로 존 가입과 파생금융상품

알려진 것처럼 그리스와 남유럽위기는 2009년 10월 4일 그리스 총선 직후 새로 집권한 사회당이 2009년 그리스 재정적자가 사실은 6%가 아니라 12.7%라고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유럽 안정협약에 의하면 유로 회원국의 재정적자 한도는 3%인데 그 4배가 넘어가는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발표했으니 국가부도위기가 급격히 확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그런데 그 후 수개월 뒤인 2010년 2월, 더욱 놀라운 사실들이 언론에 공개되었다. 그리스의 재정적자 통계 조작은 2001년 그리스가 유로 존에 가입하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당시 통계조작에 월가의 첨단 금융기법들이 또한 동원되었고 월가의 최대 금융회사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이 개입되었다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마이클 루이스는 자신의 책 『부메랑(Boomerang)』에서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2001년 골드만삭스는 그리스 정부의 실제 부채수준을 감추기 위해 겉으로는 합법적으로 보여도 실제로는 혐오스런 일련의 거래에 가담했다. 언론은 이 거래와 관련해 골드만삭스가 수수료로 3억 달러를 챙겼다고 보도했다. 이때 그리스는 10억 달러를 대출받았다.”

“그리스가 마음대로 돈을 빌리고 지출할 수 있게 해준 방법은 미국 서브프라임 채무자의 신용을 세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과 유사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미국 투자은행의 역할도 동일했다. 나아가 투자은행은 그리스의 정부 관리들에게 국가 운영 복권과 고속도로 통행료, 항공기 착륙료, 그리고 유럽 연합이 제공한 기금에 이르기까지 미래 수입을 증권화해 자금을 조달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스 정부는 확인할 수 있는 모든 소득 흐름을 선불로 팔아 지출했다. 채권자들이 그리스에 대한 대출을 유럽연합이 보증한다고 생각하고 그리스 외부에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한 그리스는 실제 재정 상태를 숨길 수 있었을 것이다.”
 
당시 뉴욕 타임스에 발표된 언론 보도 등의 내용을 종합해서 2001년 그리스가 어떻게 조작된 재정적자 통계를 가지고 유로 존에 가입할 수 있었는지 좀 더 자세히 확인해 보자.   

그리스는 2001년 유로 통화동맹 가입당시 가입 허용 조건인 재정적자 3%보다 더 큰 적자규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금융파생상품을 동원하여 이를 인위적으로 축소했다. 이 때 사용된 파생상품은 그 자체로는 사실 별 문제가 없는 통화스왑(Currency swap)이었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그리스로 하여금 달러와 엔화표시 국채를 발행하도록 하고 이를 유로화로 교환할 때 일종의 가상 환율을 설정함으로써, 스왑과정에서 실제 교환할 수 있는 금액보다 10억 달러 이상을 추가로 차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이런 식의 파생상품 거래는 부채장부에는 기재되지 않았고, 그리스 정부는 나중에 스왑 청산시 상환해야 할 부담이 훨씬 더 클 지라도 당장은 실제보다 적은 재정적자를 가지게 된 것이다.

골드만삭스 이 거래의 수수료로 3억 달러를 받았다. 물론 이런 수법은 그리스뿐만이 아니었고, 이탈리아도 JP모건과 인위적인 환율 조건으로 유사한 스왑거래를 하여 재정적자를 장부에서 덜어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더 나아가서, 그리스는 2001년 국가공항이 미래에 받을 공항수익을 담보로 현금을 끌어오기도 했는데, 그리스 신화의 이름을 빌러 아이올로스(Aeolos)라고 이 거래를 명명했다. 또한 2000년에는 역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리아드네(Ariadne)라는 이름의 차입을 감행 했는데, 이는 국가복권수익을 담보로 한 것이었다. 그런데 '통화스왑거래(swap transaction)'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모두 '차입(loan)'이 아니고 공항수익, 복권수익 등 미래수익의 선불 ‘판매(sales)'로 잡혔기 때문에 그리스 정부의 공공부채 장부에서 빠져나갔던 것이다.

덕분에 그리스의 재정적자는 유로 존에서 요구하는 3%미만으로 기록될 수 있었다. 물론 미래 수익을 골드만삭스에게 판매해버렸기 때문에, 그리스 정부는 2019년까지 골드만삭스에게 거액을 지불해야 한다고 전 그리스 재무장관이 의회에서 증언하기도 했다. 이렇게 그리스와 금융회사, 금융파생상품은 유로 존 가입부터 얽혀있었고, 이들 덕분에(?) 그리스는 처음부터 문제를 안고서 유로 통화동맹의 일원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골드만삭스, JP모건, 그리고 다른 많은 은행들이 개발한 파생상품들은 그리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아마도 그 외의 다른 나라들에서 정부가 부채를 늘리는 것을 은폐하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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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모든 지표가 아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

경제 형편이 나빠지고 있는 징후가 이제 상당히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선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스페인까지 구제 금융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서 경기침체가 가속화 되고 있는 유럽은 유로 존 시스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의외의 회복을 기대했던 미국경제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본은 할 줄 알았던 중국경제의 성장 동력마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외부 여건이 이런데 한국경제가 무사할 리 없다. 2000을 탈환했던 주가는 다시 1800 밑으로 떨어졌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을 포함해서 자본시장 전체가 다시 불안정하다. 실물 측면의 수출 둔화도 뚜렷하다. 연속 3개월 수출이 작년보다 줄었다. 사실 2월만 빼면 올해는 계속 마이너스인 셈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매년 적어도 두 자리 수 수출 신장이 되어야 경제가 어느 정도 활력을 가질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타격으로 2009년 수출이 크게 감소했던 다음으로 상황이 나쁘다.


 

2009년 이후 경제상황 가장 안 좋다.

내수로 들어가 보자. 국내 민간소비는 1% 수준의 낮은 성장률만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부채 부담을 안고 추가로 주택구입을 할 리가 만무하다. 정부가 5.10 대책 등 각종 부동산 부양대책을 세워도 안 되는 이유다. 심지어 올해 1분기에는 가계 부채 규모가 약간 줄어들기도 했다. 이 역시 금융위기 정점이던 2009년 1분기 이래 처음이다. 부채가 줄어들어 반갑지만, 그 만큼 경기위축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9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안 좋은 경제 여건에 직면해 있음이 확실하다.

급격히 악화되는 경제상황 속에서 대선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쯤 이면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경제 개혁 플랜을 경쟁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당장 침체를 막을 대책과 함께, 향후 긴 안목에서 경제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개혁 방안과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긴축과 성장 논쟁, 감세와 증세 논쟁, 에너지 자원 대책 등 분야에서 치열하게 논쟁이 붙고 있는 해외와 달리 우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시장국가를 넘어서는 대안 모색을 해야

며칠 전 마이클 샌델이 방한하여 ‘시장 사회’를 비판했다. 우리 새사연은 시장국가를 벗어나 지속가능한 사회국가를 비전으로 국민들의 소득을 늘려 성장을 촉진하는 발전 모델을 제안했다. 자본통제, 재벌개혁, 자산거품 규제 등 3대 규제를 하면서 동시에 적극적 소득정책과 노동권 보호 정책, 사회적 경제의 지속적 확대, 그리고 새로운 중소기업 네트워크라고 하는 3대 정책을 통해 내적인 발전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라면 이런 유형의 의제들을 짚어내야 할 시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재차 찾아오는 위기 앞에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 아닌가.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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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2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반대한다.” 며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추진해온 유럽식 긴축재정과 함께 미국식 경기부양책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는데 만장일치했다. 과연 경기부양책을 어떻게 펼칠지 두고 봐야겠지만, 긴축정책에을 고집해오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사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무리한 긴축정책을 강요한 결과이다. 유럽은 구제금융을 해주는 대신 그리스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긴축정책을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민들의 임금은 대폭 깍였고,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경기는 침체되고 있다. 긴축정책을 계속 할 경우 부채의 규모는 줄어들지 몰라도 경기침체에서 빠져나갈 출구를 찾기 힘들다. 그리고 경기가 계속 침체되는 한 부채의 축소도 불가능하다.

앞서 살펴보았던 경제학자 루비니(Nouriel Roubini)와 크루그먼(Paul Krugman)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었지만, 긴축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아래 소개하는 경제학자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의 견해 역시 긴축정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스티글리츠는 지금 유럽 경제의 핵심 문제는 재정건전성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경기가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신뢰를 되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고집스럽게 긴축정책을 주장한 결과 경제는 더 불안정해졌으며,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이러한 정치 지도자들의 오판은 범죄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티글리츠는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투자와 수요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며, 하루라도 빨리 유럽이 이 대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긴축정책 이후

(After Austerity)

 

2012년 5월 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올해 IMF 연례회의는 유럽과 국제 사회의 경제정책이 방향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각 국 재무장관에서 민간 금융기관의 책임자까지 금융계의 지도자들은 위기 국가들이 적자를 줄이고, 국가 부채를 연착륙시키고, 구조적 개혁을 단행하며,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등 지금까지 나온 주문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지금은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

중앙은행, 재무장관, 민간은행의 책임자 등 경제의 키를 잡고 있는 이들은 세계 금융 시스템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혼란을 지속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엉뚱하게 제시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침체에 빠진 상황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 긴축정책이 총수요를 더욱 축소시키고, 생산력과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시장 그 자체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시장은 불안정한 자산 거품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수요가 줄어들 때 이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실업과 공포를 확산시키고 임금과 소득 그리고 소비를 줄어들게 만든다. 가구형성률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젊은이들 중 독립하였다가 다시 부모에게로 돌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담보로 잡힌 많은 주택이 압류당하고 있다. 균형 재정을 고수하는 지역에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재정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 이는 자동적으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유럽이 부주의하게 잘못 채택한 방법이다.

긴축이 아닌 대안은 존재한다. 독일과 같은 국가는 재정정책을 펼칠 여유가 있었다.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재정지출을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성장을 가져온다. 또한 유럽의 나머지 국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세금을 늘리고, 그만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소비를 늘리는 것은 오랫동안 사용된 방법이다.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잘 설계된다면(상위층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교육에 지출하는 등의 방법을 잘 혼합하면), GDP와 고용의 증가는 상당할 것이다.

사실 유럽 전체는 재정 상태가 나쁘지 않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미국에 비해 낫다. 만약 미국의 각 주가 자체 재정에만 의존한 채로 운영된다면 미국 역시 재정 위기에 빠질 것이다. 각 주에서 자체적으로 실업급여를 준다고 가정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을 지원해준다면 유럽 전체의 부채 감당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성장과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미 유럽 내의 금융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은 현금이 부족한 국가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EIB는 대출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데, 특히 중소기업에게 지원되는 자금을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은 모든 경제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원천이지만, 은행이 대출을 축소할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긴축을 주장했던 유럽의 판단은 오진이었다. 그리스는 재정에 비해 지출이 과도했다. 하지만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위기 전까지 재정적자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았다. 재정건전성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재정건정성과 긴축정책은 역효과를 낳는다. 유럽의 문제가 일시적이든 근본적이든 상관없이 긴축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유로존은 최적 통화 지역(OCA, Optimal Currency Area)에서 멀어지고 있다. 자유 무역과 자유로운 이민이 가능한 지역에서 조세경쟁(각종 세제혜택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 - 역주)은 성장할 수 있는 국가를 갉아먹는 요인이다.

유럽이 긴축을 향해 질주한 결과는 장기적이고 엄청난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다. 유럽연합이 살아남는다 해도 높은 실업과 거대한 침체를 대가로 치룰 것이다. 특히 위기 국가들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위기는 유럽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는 불에 기름을 뿌린 격으로, 어떤 방화벽으로도 막기 힘들 것이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 중 하나인데, 이렇게 큰 규모의 경제가 긴축정책 후 회복된 사례는 아직 없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많은 자산, 인적 자본은 낭비되고 파괴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오랫동안 빼앗긴 젊은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청년실업률은 급격히 높아져서, 어떤 국가에서는 50%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임금을 매우 낮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시절은 기술을 배우고 능력을 쌓는 시기이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퇴화되고 있다.

게다가 많은 국가들이 지진, 홍수, 태풍, 허리케인,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취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사람이 만든 재앙까지 더해지는 것은 더욱 더 비극이다. 유럽이 그렇게 되고 있다. 과거 경험을 무시하는 유럽의 지도자들의 고집은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유럽의 고통, 특히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의 고통은 불필요한 과정이다. 다행히도 대안은 존재한다. 대안을 미루면 더 비싼 대가를 치룰 것이다. 지금 유럽은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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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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