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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01.30 13:56
<MB-오바마 교육정책 비교> 연재기획 목차

① 오바마, 일제고사에 반대하다
② 채찍인가 지원인가, 180도 다른 교원 정책
③ 극과극, 교육소외층에 대한 정책 판이한 한미


해가 바뀌었건만, 이명박 정부는 경쟁과 평가를 중심으로 한 시장주의적 교육개악 드라이브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올해에도 예상되는 일제고사 실시, 자율형 사립고와 같은 특수학교 확대, 억압적 교원정책 강행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이러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원조였던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대대적인 방향 전환에 착수하고 있다. 전임 정권의 교육 정책으로 미국이 경쟁력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양방향으로 크게 엇갈리고 있는 한미 교육정책의 차이는 무엇일까.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쪽은 어디일까.
새사연은 우리 교육의 희망을 찾는 다음카페 ’교육 새로고침’(
http://cafe.daum.net/eduf5) 운영진과 함께, 오바마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미국 교육 개혁 방향과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교하고 향후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해 본다. <편집자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1년이 지난 지금, 우리 교육의 현장에는 상당한 지각변동이 있었다. 학교자율화 조치로 0교시, 야간자율학습 등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한 규제들이 사라졌고, 귀족학교이자 엘리트교육의 산실이라 비판받아 온 자사고, 국제중과 같은 특수학교들이 늘었다. 또한 일제고사, 학업성적 공개, 학교선택제 등 학생 간, 학교 간 경쟁구도를 강화하고 학교서열화를 촉진시키는 정책들이 착실히 실행됐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해 온 대학자율화 조치는 ‘3불 정책(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폐지로 이어져 교육양극화로 굳어질 가능성이 커 학부모들의 근심만 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변화와 희망’을 키워드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오바마는 교육개선을 자신의 강령으로 삼겠다고 밝히며, 미국의 경쟁력 강화 방안 중 하나로 교육개혁에 방점을 찍었다. 지금 미국이 직면한 여러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질 높은 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지에서다. 오바마의 당선은 세계적 금융자본주의의 몰락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이지만, 경쟁과 선택을 강요하는 전국적인 학력평가로 몸살을 앓아온 부시 정부의 실패한 교육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선택이기도 했기에 그의 교육개혁 의지에 더욱 힘이 실린다.

실제 미국의 교육현실은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몇 가지 수치를 통해 살펴보자. 미 고등학생들은 매년 120만 명이 학교를 그만두고 있고, 그 수는 매년 6,000명씩 늘어나고 있다. 또한 고등학생 4명 중 1명인 29퍼센트는 제때에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다. 하지만 전체 직장의 2/3는 대졸 이상의 학력을 요구하고 있어 고교 졸업률 저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학생들의 학력도 전반적으로 낮아졌다. 우리나라의 중 2학년에 해당하는 학생 중 70퍼센트는 교과서를 제대로 읽지 못해 학교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10개 중 3개 학교의 대학 신입생들은 고교과정을 반복해야 하고, 커뮤니티 대학(우리나라의 전문대와 유사)에서는 기본적인 교육을 위한 교정과정이 43퍼센트에 이른다. (참고 www.strongamericanschools.org)

미 민주당 대선 교육공약집인 ‘성공적인 인생을 위한 교육계획(Barack Obama and Joe Biden’s Plan For Lifetime Success Through Education)’을 통해 오바마는 미국 교육정책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일제고사와 같은 경쟁과 평가 중심의 교육정책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학급당 인원 수 감축과 학교시설 증축 등의 교육복지를 높여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소수민족과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이 불평등한 교육을 받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교사들에 대한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그들의 자율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이뤄나갈 예정이다. 오바마 정부의 개혁 방향은 지난 부시 정부와 영미식 교육정책을 그대로 들여온 이명박 정부의 행로와는 상반된다.

암기식, 주입식 수업 강요하는 일제고사

특히, 오바마가 교육개혁을 위해 최우선적인 과제로 선택한 것은 NCLB(No Child Left Behind)법 개혁이다. NCLB법은 미국 부시 대통령이 취임 하자마자 ‘단 한 학생의 낙오자도 허용하지 않겠다’며 교육결과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한 교육정책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일제고사를 추진한 배경과 맞닿아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시각차를 보이는 한미 교육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이명박 정부의 일제고사 정책에 대해 살펴보자. 2009년 새해가 밝자, 교육학자 154명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 해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한 7명의 교사를 파면, 해임한 서울시교육청의 징계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는 요구였다. 그들은 “그동안 NCLB에 의한 시험이 바람직한 교수활동을 유도한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연구가 많이 보고됐다. 그런데 정부는 일제고사가 학생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를 따질 새도 없이 교사들을 해직시켰다.”며 이명박 정부의 일제고사 실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실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7년까지 10여 년 간, 우리나라에는 전국의 학생들에게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내용의 학력평가를 실시하는 일제고사가 없었다. 대신 전국에서 3~5퍼센트의 학생을 표집해 시험을 치르던 기초학력진단평가와 학업성취도평가가 있었으나 이명박 정부가 그 시험대상을 전체 학생으로 바꾼 것이다. 그 이유는 지역/계층 간 교육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며, 학생 개개인의 학력에 맞는 지도를 해야 한다는 거였다.

그러나 현재 실시되고 있는 일제고사는 올해 초에 시행되는 학교정보공개와 맞물려 학생과 학교를 성적으로 줄 세우는 정책이라는 논란이 많다. 교육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격차를 더 벌어지게 만드는 꼴이다. 또한 어린 초등학생 때부터 성적 경쟁으로 학습 부담감을 주고, 각 학생의 학력에 맞는 지도를 하기는커녕 일선학교에서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시험문항과 비슷한 문제 풀이 위주로 암기식, 주입식 수업을 강화하는 부작용도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올해에도 일제고사를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지난해 7명의 교사 징계에 이어 강원도에서도 일제고사 대신 정상수업을 진행한 초등교사 3명을 파면, 1명을 해임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지난해 말 주요업무 보고에서 올해에도 일제고사를 변함없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시의 NCLB 정책이 실패한 이유

그렇다면 미국 부시 정부의 NCLB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NCLB법은 전통적으로 주정부 차원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존중되어온 미국의 교육정책에 연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NCLB 정책은 미국학생들의 기초 학력 저하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책무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의무화하였다.

이의 핵심 내용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책임을 묻는 체계적인 상벌제도와 교육재정의 지원이다. 연방정부의 재정지원(title 1)을 받으려면 모든 공립학교들의 3~8학년 학생들이 매년 정규적인 학력평가(영어, 수학)를 치러야 한다. 또 각 주 정부는 4학년과 8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연방정부의 학력검사에 참여해야 한다. 과거 클린턴 정부 때는 일부 학교를 표본 추출하여 표준화 학력검사를 실시했으나, 이제 이전까지 제외되었던 특정 인종 학생들과 장애 학생들에게까지 연도별 학업성취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 주정부와 교육청, 학교의 책무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계속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의 부모에게는 스쿨 바우처 등 여러 방안에 대한 선택권을 주었다. 스쿨 바우처는 ‘학부모들에게 일정액의 바우처(voucher, 일명 학교상품권)를 지급해 이 돈으로 자녀의 학교를 선택하게 하자’는 학교 선택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자녀 개인의 성적뿐만 아니라 학교 등급까지 표준학력고사 결과를 공개했으므로, 학부모들은 이를 바탕으로 각 학교를 비교, 선택했다. 그리고 선택된 학교들 중 연방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가 성적 향상 요망학교나 실패학교로 규정되면 주 정부는 학부모에게 바우처를 줘서 자녀가 선택한 사립학교에 등록금 대신 납부하도록 했다. 대신 공립학교의 경우 학생 한 명이 사립학교를 선택할 때마다 교육비가 감소되어 교육재정 감소의 압박을 받는다.

몇 년 동안 성적이 나쁜 학교들은 영리목적의 기업에 위탁되거나 차터스쿨(charter school)로 전환하여 학교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부실 공립학교들을 인수해 경영해온 미국 최대의 공립학교 위탁기업인 에디슨스쿨의 경우, 지속적으로 수익금을 허위보도 해온데다 최근에는 주가가 85퍼센트나 하락하면서 올해 당장 학교를 운영할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에디슨스쿨은 미국 22개주에 걸쳐 136개 학교를 기업처럼 운영했고 한때 투자자와 학부모의 큰 호응으로 성장가도를 달려왔으나,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지면서 학생들의 성적향상 폭이나 학비부담 면에서도 다른 공립학교와 별반 차이가 없는 실패한 학교가 되고 있다.

‘차라리 돈 안 받고 NCLB 안 한다’

NCLB법은 결국 실패한 교육정책으로, 근본적인 수정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공립학교들은 시험 결과와 학교등급이 공개되면서 학업성취도 성적을 올리기 위한 교육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학생 성적과 학교 평균을 올리지 못하면 교장, 교사들이 쫓겨나고 학교가 문을 닫을 판이니 학교는 시험을 위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성적을 올리기 위한 온갖 편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연방정부가 NCLB의 재정지원을 소홀히 하자, 각 주정부와 교육청, 학교 단위에서는 ‘차라리 돈 안 받고 NCLB 안 한다’며 연방교육비 지원을 거부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도시 빈민지역이나 시골의 ‘title 1’(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받는 학교)의 공립학교들은 교육시설, 교사의 자질과 열성도가 매우 낮아 학생들의 학력수준과 학교생활의 질이 현저히 낮다. 이러한 학교는 ‘실패학교’라는 꼬리표를 피해갈 방법이 없다.

바우처 제도가 겉으로는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같지만, 결국 학교를 상품화해 사립학교를 살찌우는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공교육 재정으로 사립학교를 지원함으로써 공립학교의 재원을 고갈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공교육을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우처를 받더라도 빈자리가 없는 사립학교에 학생을 더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지원하는 등의 조치는 전무해 학교 선택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학생도 성적과 소득이 높은 극소수 학생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가난한 지역의 학생들에게 사립학교에 갈 수 있는 교육바우처 대신에 부유한 지역에 집을 살 수 있는 주택바우처를 주라’는 반박은 여기에서 기인한다.

새로운 평가방식으로 경쟁과 처벌 시스템 개혁해야

이로 인해 미 NCLB법에 근거한 일제식 학업성취도 평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이 보장되는 스쿨 바우처(school voucher) 프로그램, 대안공립학교인 차터스쿨 등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에 변화가 예견된다. 이는 부시정부의 교육개혁 중 가장 많이 비판 받아온 교육시장화 정책이다. 오바마의 교육공약을 통해 NCLB 개선안의 개략적 맥락을 살펴보자.

첫째, 오바마는 교사나 교장, 학교에게 NCLB 방침을 지키도록 강요하기보다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학생들의 학업을 향상시키기 위한 충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통해 고급 인력의 교사를 확보하고, 부정적인 보상이 아니라 긍정적인 보상을 해줌으로써 교사들을 우대하겠다고 약속한다. NCLB가 교육종사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아이들에 대한 약속을 어겼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오바마는 학생들에게 일 년 내내 규격화된 시험을 보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학생들의 학업을 향상시키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고 학생들의 성취를 기록하기 위해 평가 방식을 결과중심에서 과정중심으로 개선하겠다고 한다. 수업방식도 학생 개개인이 높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개별화 맞춤형으로 개혁하겠다고 약속했다. 획일적인 평가방식이 아니라 리서치, 과학적 조사를 통한 문제해결능력, 학생들의 의견 개진 등의 교육을 실시해 그에 맞는 평가 방안으로 바꾸겠다는 거다. 교사들을 더 이상 성적을 높이기 위한 수업으로 내몰지 않겠다는 의지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셋째, 오바마는 처벌이 아닌 지원 위주로 전환하는 형태로 책무성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학습장애가 있어 특수교육을 받는 아이들이나 이민 등의 이유로 아직 영어가 서투른 아이들에게 평가결과에 따라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에 적절한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학생에게 성적 향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로 하여금 졸업 때까지 학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할 생각이다.

오바마의 NCLB 개선안은 그동안 민주당을 비롯해 전국교육자협의회(NEA), 미국교사연맹(AFT) 등이 ‘교육은 상품이 아니라 공공재’라고 주장하면서 일제식 학업성취도 평가와 학교선택제를 반대해온 결과를 반영했다. 이들은 사회 기본적인 공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공교육의 기본 이념을 포기하고, 공공 교육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교육시장화 논리의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미국에서 사실상 실패한 정책인 NCLB법을 모방하고 있다. 예외 없이 모든 학생을 평가하는 일제고사, 학업성적 공개, 학교선택제 도입 등은 이미 국제적인 교육개혁의 흐름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영미식 교육모델이다. 교육시장화 정책을 전면 수정한 오바마의 교육개혁이 시작된 지금, 이명박 정부는 부시 공화당 정부의 교육정책이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진지하게 뒤돌아봐야 한다.

이영탁/교사, 새사연 이사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