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외환위기 때 80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자해 살려낸 은행들이 이번 금융위기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발 금융위기라는 외부충격에 의해 외부로 드러나게 된 국내 은행들의 문제점 중 예대율과 BIS비율에 관해서 알아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이 있을지 3회에 걸쳐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최근 신문에서는 “국내 은행들의 높은 예대율이 문제”라는 기사가 자주 등장한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잔액 대비 대출금 잔액의 비율을 뜻하는데, 은행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은행의 수익구조는 예금과 대출을 기본으로 한다. 예금은 은행의 수입이고, 대출은 지출인 셈이다.

예대율이 높다는 게 무슨 뜻?

예대율이 100퍼센트 미만인 은행은 예금(수입)이 대출금(지출) 보다 많으며, 100퍼센트 이상인 은행은 대출금(지출)이 예금(수입) 보다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예대율이 100퍼센트가 넘어간 은행은 무리한 지출, 무리한 투자를 하고 있는 불안전한 상태이다. 심한 경우 예금자들이 돈을 찾고자 할 때 지급불능 상태에 처할 수도 있다. 때문에 통상 국제적 기준의 적정 예대율은 80~90퍼센트이다.

그런데 9월 현재 국내 은행들의 총예금은 약 645조 원, 총대출금은 약 900조 원으로 예대율을 계산하면 약 140퍼센트나 나온다. 1999년 말 69.7퍼센트였던 것이 약 10년 동안 계속해서 상승하면서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의 예대율은 70퍼센트 정도이다.

지난 10월 파이낸셜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이 국내 은행들의 높은 예대율을 지적하자 우리 정부가 반박 보도에 나선 적이 있다. 정부의 주장은 총예금에 CD와 은행채를 더할 경우 국내 은행들의 예대율은 103.2퍼센트로 크게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따진다고 해도 국제 기준을 상회할 뿐 아니라, 미국이 예대율 110퍼센트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무리한 자산 확대가 유동성 위기 촉발

은행의 높은 예대율이 도마에 오른 직접적 이유는 이 때문에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달러이든 원화이든 돈이 돌지 않는 것이 큰 문제였다. 그런데 정작 돈을 풀어야 할 은행이 대출을 무리하게 회수하면서 기업들의 목을 조이고 있는데, 여기에 높은 예대율이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의 예대율이 높으니, 즉 가진 것은 없으면서 빌려준 돈만 많으니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제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도 바쁜 것이다.

그렇다면 은행들은 왜 이렇게 무리한 대출을 해온 것일까? 이는 은행이 ‘금융기관’으로서의 자금중개기능 수행 보다 ‘금융회사’로서의 수익추구에 집중하면서 초래된 필연적 결과이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최대의 수익을 가져올 CEO들을 은행장으로 선임했고 수익에 따른 스톡옵션을 제안했다. 은행장들은 이에 부응하여 단기 수익추구에 집중했으며 “대형 은행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쟁이 치열해졌다.

2005년부터는 전국적인 부동산 가격 급등세를 타고 주택담보대출 경쟁이 치열했고, 2006년부터는 중소기업대출 경쟁이 치열했다. 예금을 늘리는 것보다 대출을 늘려서 자산을 늘리는 것이 더 손쉬운 성장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 대출금 비중을 보자면, 올해 6월 132.5퍼센트에 이르렀다. 국내에서 실제 생산된 가치는 100에 불과한데, 은행이 대출해준 돈은 132이라는 뜻이다.

쉽게 돈 벌려고 욕심부린 탓

한편 2007년부터는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렸고, 은행은 예금보다 펀드 판매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펀드 수수료가 쏠쏠한 수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금은 정체되고, 대출금은 늘어난 상태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은행들의 주요 수입원인 은행채가 팔리지 않는 상황이 닥쳤다. 은행이 자금난에 처한 것이다. 은행들이 정부에게 은행채 매입을 절실히 요구했던 것은 이 때문이다.

문제는 높은 예대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금을 늘리거나, 대출을 줄여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예금을 늘리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고, 대출을 줄이면 그렇지 않아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비롯한 서민들이 타격을 입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 그간 쉽게 돈을 벌고자 했던 은행들의 욕심이 무리한 대출 확장을 가져왔고, 그 때문에 은행 자체가 위기에 처한 것은 물론이며 국민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서 좀 더 화나는 이야기를 하자면,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은행 임원들의 높은 연봉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성과급을 포함한 행장 연봉이 20억 2,500만 원, 감사 연봉이 7억 5,600만 원에 이른다. 어려울 때만 국민혈세로 도와달라고 말하는 은행이 밉지 않을 수 없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