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1 / 22 이수민/새사연 연구원

 

새사연 2013년 회원 캠페인- “새사연과 함께하는 희망 북클럽”을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의 집권 연장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진보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힘들어 하는 다수 국민이 존재하는 한 변화에 대한 모색은 멈출 수 없으며 우리 사회의 진보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가 노력을 기울여온 보편 복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일자리를 의제로 하여 치러진 18대 대선임에도 진보가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수가 손쉽게 의제를 차용해도 아무런 차별화가 되지 않을 만큼 진보 정책의 폭과 깊이가 짧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진정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과 생각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살아있는 진보 정책’을 모아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평범한 생활인들과 손잡고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추구해온 새사연은 진보 학습으로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것을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제안합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새사연 연구원들이 각자 회원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한권씩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진보의 깊이를 위한 물음을 던지겠습니다.

아울러 이후에 회원님들이 추천하는 책, 새사연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 저자와의 대화 등을 다양하게 시도할 생각입니다. 회원님들의 관심과 참여 기대 하겠습니다.


 

 <새사연 희망 북클럽 ④>『현시창』

-대한민국은 청춘을 위로할 자격이 없다-

추천도서 4 -현시창

(임지선, 2012, 알마)

청년 담론의 큰 출발이었던 우석훈, 박권일의 88만원 세대, 많은 청년들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냈던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 지금까지 나왔던 여타 청년이야기들과는 전혀 다르다. 위로도 격려도 하려하지 않는다. 그저 차분히 한 세대를 들여다본다.

뜨거웠던 청년 담론의 거품도 가라앉고, 청년들의 주먹에도 힘이 빠지기 시작한 듯 보인다. 이 시점에서 현직 기자이자 30대 청년이 쓴 이 책은 청년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다. 요즘 누구를 만나든 무작정 추천하는 책이다.

그 많던 청년들은 다 어디로 갔나

웬일인지 조용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늦둥이 외동아들 마냥 세상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청년 세대’에 대한 목소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해졌다. 호통치고 야단치면 정신 차릴까, 어르고 달래면 일어설까 기대했던 어른들은 이제 시들해졌다. 두 번의 선거를 마치고 그들의 헹가래에 보답하지 못한 청년들은 이제 작은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대선 이후 찾지 않는 청년. 누군가는 역시 ‘젊은 것’들은 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진짜 변하지 않는 것은 청년들의 삶, 청년들을 둘러싼 지금의 이 현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청년 담론’을 다시 시작할 새로운 그리고 고마운 책 한권이 우리 앞에 던져졌다. 임지선 저 『현시창』이 바로 그것이다. 제목이 이상하다 싶겠다. 사실 ‘현시창’이란 말은 저자가 처음 꺼낸 말이 아니다. 이는 ‘현실은 시궁창’의 줄임말로, 영화 ‘8마일’에서 가수 에미넴이 ‘꿈은 높은데 현실은 시궁창’이라고 노래한 데서 시작되어 인터넷 상에서 널리 퍼진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 임지선은 시궁창인 현실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청년 현실의 이면에 숨어 있는, 그러나 너무 단단하게 그들을 옥죄고 있는 ‘보이지 않는 룰’을 꺼내어 친절히 보여준다.

뜨거웠던 이전 세대에게는 불합리한 현실에 눈감는 개xx였던, 하지만 동정심 많은 자선가에 의해 ‘88만 원 세대’이라는 조금은 안쓰러운 이름을 얻게 되었던, 그래서 앞선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짱돌을 들고 거리에 나서기를 강요받았던 청년은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 오늘의 대학을 거부하고, 명품빽 마냥 비싸면 좋은 줄로만 알았던 대학 등록금이 반 토막이 되는 것을 상식으로 만들고, 관성화 된 노동운동의 새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시청률에 급급해 하는 막장드라마 피디처럼 구는 어른들의 장단까지 맞춰주기에 청년들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고, 학자금 대출 이자 상환일은 참 부지런히도 찾아온다.

노동, 경쟁, 여성, 돈이라는 네 가지 절벽에 가로막힌 세대

이 책은 현직 기자인 저자가 취재를 하던 중 만난 청년들의 이야기다. 기자로서의 궁금증과 개인적 관심으로 다시 취재하여 기사에서는 차갑고 간결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미안함을 자신의 진짜 문체로 풀어냈다. 그 문체가 무척이나 섬세하고 따뜻하고, 때로는 날카로워 문학적으로도 훌륭하다. 단지 이 모든 이야기가 문학이었다면 좋았으련만.

책은 크게 네 파트로 나눠져 있다. 누군가가 사는 세상이 ‘음, 양, 오, 행’의 네 가지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청년들의 세계는 ‘노동, 경쟁, 여성, 돈’의 네 가지 원리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네 가지 주제에 해당하는 청년들의 ‘진짜’ 이야기가 지면을 채우고 있다. 그런데 첫 장부터 무척 낯익다. 우연인가 했는데 그 다음 장도 낯익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었던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다르다. 신문에서 뉴스에서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과는 많이 다르다.

고객님의 쾌적한 쇼핑을 위해 이마트 지하에서 냉방설비를 고치다 유독가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청년. 손님들의 비상식적인 요구에도 배꼽인사를 넙죽넙죽하는 대형마트는 자신의 매장에서 죽은 청년에게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어린 여동생은 오빠가 남긴 학자금 대출금이 걱정이다. 용광로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청년이 추락하여 뜨거운 불길에 타 죽어도 회사는 어떠한 안전장치 하나 마련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회사는 매년 흑자를 내지만 죽은 청년에게는 본전이라는 것도 없었다. 그 청년은 다음 해 결혼해서 가정을 꾸릴 계획이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한 삼성의 반도체 소녀는 다시 들어도 제왕적 대기업에 대한 분노와 스스로에 대한 무력함이 동시에 차오른다. 한편 고작 ‘따뜻한 피자’ 때문에 다치고 죽어가는 어린 소년들은 오늘도 미끄러운 길을 질주하고 있고, 이번 주에는 또 눈 소식이 있다. 스물네 살의 어린 나이에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청년은 그 날이 마지막 근무였다고 한다.

이처럼 책의 처음은 가난한 청년들의 노동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듣지 못한 이야기가 가슴을 치게 한다. 이 책에 따르면 가난한 사람들은 무기력하거나 혹은 대부분 무척이나 성실하다.

“군 복무 중에도 월급 5만 원을 집으로 부쳤다. 짧은 휴가를 나와서도 인력사무소를 찾아 아르바이트를 했다. 여동생의 공부를 도와주고 빈곤노동에 지친 어머니를 위로했다. 휴가 동안 쓰라며 어머니가 건넨 3만 원을 여동생의 책상 위에 남겨두고 부대에 복귀하는 사람이었다.”(p17, 1-1. 이마트에서 잠들다)

“백혈병으로 죽어간 삼성의 어린 노동자들은 대부분 100~130만 원의 월급을 받았다. 가난해서 그 월급을 포기할 수 없었고, 순진해서 공장과 기숙사만 오가며 하라는 대로 일만 했으며, 너무 착해서 아픈데도 아프다 말하지 못한 채 참고 살다 죽었다.”(p52, 1-2. 소녀와 백혈병, 그리고 삼성)

“ㅎ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평일에는 학교를 다니고 주말이면 피자 배달원이 됐다.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다니는 일이 위험하다고 걱정하실까봐 부모님께는 피자집 매장에서 서빙을 한다고 말해두었다. 그런 아들이 “오늘까지만 일한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가 혼수상태로 돌아왔다.”

듣고 있으면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마저 나오게 하는 환경에서 일하는 청년들에게 어른들이 주는 것이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돈과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는 위험 그리고 ‘네가 못나 이런 일 밖에 못 한다’는 자괴감이다. 식상한 레퍼토리 다시 한 번 읊어 보자. 그래서 너나 할 것 없이 대학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겠다고 하면 눈높이가 높다 타박하고, 끝끝내 생사의 기로까지 밀려나 120만 원 받으며 일을 하게 되면 결국 남는 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줄어들 줄 모르는 대출금뿐이다.

“힘들고 위험한 업무는 자연히 비정규직의 몫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은 라인이 돌아가듯 일상적으로 이루어진다.”(p36, 1-3. 비정한 세상, 비정규직)

“조합원 대부분이 30대 젊은이들입니다. 다들 불법 파견 노동자로서 6~7년씩 고용 불안과 차별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아왔다는 공감대가 바닥에 깔려 있죠. 현대자동차에서 공정이 없어져 회사에서 쫓겨나는 비정규직이 1년에 300명입니다. 그런 시기가 되면 노동자들은 친한 사람들끼리 말을 안 하고 툭 하면 싸움이 벌어지죠.”(p40, 1-3. 비정한 세상, 비정규직) 

그렇다면 가난이 비껴간 청년들의 삶은 조금 나을까. 페이지를 넘겨보면 차라리 대놓고 탓할 가난이라도 있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진다. 세상에 냉소하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결국에는 스스로를 옭아 메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만족하지 못하고 홀로 우두커니 전쟁터에 서있는 청년들의 발밑에는 ‘경쟁’이라는 뿌리가 너무나도 깊다.

2006년 한국의 천재들만 모인다는 카이스트에 서남표 총장이 신자본주의의 검을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100% 영어강의와 차등적 등록금제로 누군가는 꼭 죽어야 하는 그리고 죽여야 하는 새로운 전쟁터를 마련해 주었다. 학생들이 목을 매고, 옥상에서 뛰어 내려도 성장통이라 웃어넘기는 사람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의 법대 4년 장학생으로 합격한 한 청년은 명문대가 아닌 이상 창피해서 대학을 다닐 수 없다며 미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그 곳에서의 부적응이 우울증과 대인기피, 그리고 게임중독을 나았고 몇 개월을 방안에서 게임만 하다 결국 어느 날 새벽 부엌에서 칼을 들고 나가 제일 처음 만나는 사람을 찔렀다. 일명 ‘묻지마 살인’. 알고 보니 피해자는 새벽까지 일을 하고 귀가하던 같은 또래의 청년이었다. 대학에 꼭 진학하고 싶었던 소녀는 이제 자신이 공부를 잘 한 것을 후회한다. 더 이상 가난은 명문대 대학교 졸업장으로 극복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돈을 많이 벌어도 괴롭다. 보험 영업으로 월 천만 원 이상을 버는 청년은 미래를 준비 할수록 미래가 두렵다. 자꾸만 가슴이 답답하고, 밤에 쫓기는 꿈을 꾼다.
 
책 속의 이야기들에서 ‘경쟁’은 그 말이 담고 있는 의미보다 훨씬 더 크고 깊게 청년들을 병들게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끼리 싸우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상황을 악화 시킬 뿐이다. 청년들은 서로 연대하여 기득권을 가진 세대와 싸워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이 입 밖에 나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주입된 경쟁이며, 심지어 타인의 상처를 나의 자양분 삼아 살게 만든다.

각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동료들은 서로에게도 예민하게 날을 세웠다. 말 한마디 곱게 오가는 일이 없었다. 전화 안내를 하다가 모르는 것이 있어 ‘홀드’를 걸어놓고 옆자리 동료에게 물어보면 “공지사항 뜬 것도 못 봤어?”라며 타박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어느새 상담원들은 고객에게 받은 상처를 동료들에게 되갚아주고 있었다.”(p146, 3-2. 그놈 목소리, 콜센터는 우울하다)

삼성 내의 성희롱 문제를 고발하며 홀로 오랜 싸움을 참아왔던 이인의 씨는 골리앗 같은 회사도 미웠지만, 자신을 외면하는 동료들에게서 받은 상처로 몇 번이나 죽음을 생각했다고 한다.

갈수록 바빠졌지만 이 모든 일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내야 했다. 싸움이 커지자 “문제 제기를 하면 도와주겠다”던 동료들도 증언을 기피했다. 회사에서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 그를 보며 “선배를 응원하지만 선배처럼 살 수는 없다”고 말하는 후배도 있었다.”(p138, 3-1. 당신도 여자라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삼성맨’이 된 그녀. 그때까지는 경쟁의 먹이사슬에서 위쪽에 차지했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모두에게 가시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모든 싸움을 끝낸 뒤 그녀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런 말을 한다.

이런 경험을 하면서 드는 의문 중 하나가 사회생활의 진리인 양 회자되는 텍스트인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말이었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은 흔히, ‘여자들 사이에 서열이 더 엄격하다’느니 ‘여자들끼리 견제와 질투가 더 심하다’느니 하는 것들이다. 외형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들 대부분은 그저 개개인의 성격문제나 여성성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직장 내 여성은 대개 약자이기 마련이다. 이런 구조에서 발생하고 누적되는 억울함과 박탈감은(핵심적인 원인이나 근본적인 해결방향을 찾는 쪽으로 발현되기보다는) 외관상 비슷해서 상대적이니 처우 등 각종 차이가 쉽게 비교되는 동성의 여성들을 향해 발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이인의, 『삼성을 살다』, 사회평론, p50)

경쟁을 기본원리로 하는 사회 구조가 왜 약자들에게 불리하며, 그것을 알면서도 왜 스스로 그 불합리함을 해결할 수 없는지를 경험으로부터 알려준다.

구조적 모순을 내제한 사회, 이곳에서 청년이라는 하위 계급에 여성이라는 결함까지 갖추면 그 시궁창의 깊이는 배가 된다. 여성을 단순한 성적 대상으로 상품화하여 판매하는 일은 이제 너무나 진부해서 거론하기도 피곤하다. 그런데 이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억지로 주입한 약하고 순종적인 여성성을 쾌락의 대상을 넘어 착취의 대상으로 이용한다. 감정노동. 백화점, 대형마트, 콜센터 등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녀들의 시중으로 품위를 유지하고, 우리는 오늘도 그녀들의 전화를 받을 것이다.

책은 돈에 의해 일어난 반인륜적인 사건들로 마무리 된다. 만삭의 부인을 죽인 것으로 의심되는 의대생, 본사에 ‘상납’해야 하는 리모델링 공사비용 때문에 쥐식빵을 만들어 낸 제빵사, 세 살배기 아이를 죽인 철없는 부모. 모두 ‘신문에나 날’ 이야기지만 여전히 끝나지 않은 내 이웃의 이야기다. 세상은 점점 화려해 지고 가난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지만, 대도시의 반지하와 옥탑 방 구석구석에 알차게 들어 차 있다.

‘청년 담론’ 다시, 그러나 새롭게 이야기 하자

앞에서 언급 했듯이 저자 임지선은 30대의 현직 기자다. 특히 그는 식당 노동자로 위장 취업해 여성 빈곤 노동을 생생하게 그려낸 ‘노동OTL’, 30주 연속으로 인권문제를 써나간 ‘인권OTL’, 영구임대 아파트 121가구를 심도 있게 그려낸 ‘영구빈곤 보고서’ 등과 같은 르포르타주로 꽤나 많은 상을 받았다. 그 와중에 책도 몇 권 썼다. 나이에 비에 화려한 스펙이다. 그런 그가 써 낸 『현시창』이 그저 같은 세대에 대한 동질감이나 기자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아니다. 그가 말하는 ‘현시창’은 ‘현실은 시궁창’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라, 그리고 창을 들어라’이며 또한 ‘지금, 노래 부르며, 창의적으로’ 오늘의 현실을 이겨나가기 위한 시작인 것이다.

그렇다면 답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눈물을 흘리면서도, 누구도 해결 해 줄 수 없는 답 없는 세상사에 먹먹해 질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책 귀퉁이마다 작은 해답들이 숨어 있다.

로스쿨에 가서 다시 시작한 캠퍼스 생활은 행복하기 그지없다. ‘기숙사 침대에서 아침에 눈을 뜨는데 너무 행복했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아무도 나를 감시하지 않고 경계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더라.”(p140, 3-1. 당신도 여자라면)

“그래도 미연 씨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서울시 한부모가족센터에서 피부 마사지와 발 마사지 자격증을 따기 위해 수업을 듣고 있다. “아이를 낳고 전 더 건강해 졌어요. 더 이상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고 삶을 개척 해볼 거에요.” 미연 씨처럼 미혼모의 길을 선택하는 이들은 한 해 6,500명을 넘어선다.“(p187, 3-6. 미혼모로 살아간다는 것)

솔직히 말해보자면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은 지금까지 있어 온 적도 없고, 앞으로도 불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가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행복 대신 ‘평화, 즐거움, 재미, 건강, 안락함, 도전’ 등 세상에 존재하는 그리고 각자가 원하는 가치는 다양하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 일수도 있다.

청년 세대가 진짜 원하는 것은 더 이상 동정이나 다독임, 치유나 격려 같은 것들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존감과 자립이다. 획일화된 일방통행의 사회가 아닌 가치의 다양성,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미약하지만 부모에게 기생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과 때로는 무모한 도전이 실패했을 때의 죽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 이 정도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 청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 소개

70년대도 80년대도 아닌 듯한 1980년에 태어나 90년대도 2000년대도 아닌 듯한 99학번으로 어정쩡하게 살았다. 대학에서는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국어국문학을 부전공했다. 2006년 <한겨레>에 입사해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을 기자로 살았다. <한겨레21>에서 30주 연속으로 인권 사각지대를 조명한 ‘인권OTL’ 시리즈, 식당 노동자로 위장 취업해 여성 빈곤노동의 현실을 알린 ‘노동OTL’ 시리즈, 국내 최초로 영구임대아파트 121가구를 심층 조사한 ‘영구빈곤 보고서’ 등을 취재하며 인권 보도에 눈을 떴다. 이 같은 기획으로 국제앰네스티언론상(2008), 한국기자상(2009), 민주언론상(2010)을 수상했다. 또한 삼성 반도체공장 백혈병 산재 의혹과 관련한 보도로 국제앰네스티언론상(2010)을 다시 한 번 수상했다. <한겨레> 사회부에서는 신문기사의 틀을 벗어나 ‘사람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사를 쓰고자 노력했다. ‘낮은 목소리’ 시리즈를 통해 언론인권상(2012)을 수상했다. 《4천원 인생》《왜 우리는 혼자가 되었나》를 공저했다.

* 출처: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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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1 / 22 이수민/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여는 글]
     
            진정한 정책은 가장 소외된 곳부터 돌볼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5년 전 겨울 춥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심정으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었지만 우리는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더 추운 바람 속에 촛불을 들고 내던져져야 했습니다. 길고도 험난한 5년이었고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습니다.

약 한 달 전 새사연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명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과 주장을 비교분석한 글들을 모아 <18대 대선후보 기초 정책비교>라는 제목의 테마북을 만들었습니다. 한 나라와 한 시대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의 공약 치고는 기대보다 부족하고 부실한 부분들이 많아 평가에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일방적인 지지나 비난만으로는 새사연이 이야기하는 '시대교체'는 고사하고 '정권교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9월까지 발표된 공약을 기준으로 세 후보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해보았습니다.

그 후 새사연은 세 후보들이 기존의 공약들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고, 새로운 공약들을 제시하리라 기대하면서 대선정책 두 번째 시리즈로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속에서, 그리고 더불어 장기화 되는 세계적 대침체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의한 양극화와 불평등이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경험한 국민들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요구를 경제 민주화와 보편복지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모았고, 그 결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온 세 후보의 공약마저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공약들의 유사함이 국민의 목소리와 후보들의 진정성을 제대로 담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단순히 표를 위한 선전 전략이 아닐까 걱정이 일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을 읽어나가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거나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정책들을 짚어보았습니다. 1) 경제 민주화, 2) 경제 성장론, 3) 공공부문 민영화, 4) 사회적 경제, 5) 저소득층 지원, 6) 보건의료, 7) 여성 일자리의 7가지 분야를 살펴보았습니다.

소외된 정책들은 중소상인과 중소기업, 저소득가구,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 주로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에 대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고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대선 정책 두 번째 시리즈를 준비하며 대통령 후보의 진정성이란 자신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기 이전에, 반대로 표를 줄 것이라 기대되지 않지만 소외받고 있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어놓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외면 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부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소외받는 정책, 근본적으로는 소외받는 국민과 계층에 대한 정책이 조명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총 7편의 글을 테마북으로 엮었습니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이수민

 

[목  차]

◆ 여는 글                                                             

◆ 경제 민주화(김병권)
    : 재벌개혁의 중요수단, '계열분리 명령제'                             

◆ 경제 성장론(김병권) 
    :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 90년대 벤처정책 부활? 혹은 '삼성 스타일'   

◆ 공공부분 민영화(김병권) 
    : 대선 후보들은 과감히 민영화를 전복시켜라                           

◆ 사회적 경제(이수연) 
    : 한국 사회적 경제의 올바른 시작을 위해                               

◆ 저소득층 지원(김수현) 
    : 하우스 푸어보다 심각한 푸어를 위한 대책은?                       

◆ 보건의료(이은경) 
    : 보건의료시스템 개혁 없이 건강보험 강화는 불가능                

◆ 여성 일자리(최정은) 
    : 일-가정 양립, 여성고용개선과 종일제 보육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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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7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성취업자 천만 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2001년까지만 해도 900만명이 되지 않던 여성취업자의 수가 10년 사이 100만명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여성취업자 수 증가를 이끈 것은 다름아닌 사회서비스산업의 확대이다.

여전한 노동시장 내 차별과 배제

하지만 여전히 여성은 노동시장에서 차별과 배제에 직면해 있다. 2012년 9월 현재 여성 고용률은 49.1% 로 남성 고용률 71.3%보다 20% 이상 낮다. 또 남성이나 다른 선진국 여성들의 경우 20대보다 30대에 더 높은 고용률을 보이는 반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책임으로 인해 오히려 30 대 고용률이 20 대보다 낮아진다. 이는 결혼, 출산, 육아의 책임이 여성에게 전적으로 부과됨으로 인해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되는 현실을 반영 된 현실이다.

또한 임금이나 노동환경에 있어서도 2012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자료를 통해 살펴보면, 여성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149만 7천원으로 남성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255만 9천원보다 100만원 이상 적으며, 절반 이상인 59.4%가 고용이 불안정하고 사회보험 혜택을 제공받지 못하는 비정규직 일자리에 종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차별은 여성의 교육수준이 남성과 비슷한 경우에도 존재한다.

반복되는 문제들

여성이 겪고 있는 노동시장 내 차별과 배제는 그 자체로서도 문제이지만 불평등, 양극화, 빈곤과 같은 사회문제로까지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여성의 낮은 고용률, 저임금은 여성이 주소득원인 여성 가구주 가구의 빈곤 노출위험을 증대시키며, 여성과 남성 사이의 임금격차 확대는 불평등과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 된다. 나아가 고령화시대로 접어드는 우리 현실을 감안할 때 여성에 대한 노동시장 내 차별과 배제는 노동력 부족이나 노동생산성의 저하를 가져와 국가경쟁력의 제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일, 가정 양립을 이야기하며 출산과 육아의 책임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육아지원정책과 출산휴가제도를 이전보다 확대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성 노동자들은 같은 문제들을 반복해서 겪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일 · 가정 양립정책이 필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에게만 전가되고 있는 결혼, 출산, 육아의 책임을 실질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부 정책 역시 이 책임을 완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별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출산과 육아에 있어 사회가 지는 책임을 더욱 증가시키는 한편, 가구 내에서 남성이 그 책임을 같이 지도록 하는 '양성의 일·가정 양립정책'으로의 전환을 통해 출산과 육아에 대한 여성의 책임을 경감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여성 스스로 일·가정 양립을 추구하도록 하는 양질의 일자리 정책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사회서비스업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과 같은 정책을 통해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여성에게 제공함으로써 여성 스스로가 경력단절이 아닌, 자신의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는 것을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여성을 배제하려는 기업을 처벌하는 규정을 강화해 여성의 의지에 반하는 경력단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의 일·가정 양립정책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일·가정 양립정책을 통해 반복되는 여성의 노동현실을 개선하는 한편,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들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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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9 / 18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2012 대선 정당별 노동시장 정책 비교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편집자 주 > 새사연은 이번 대선이 수개월 전인 4.11 총선처럼 상호 비난과 폭로전을 반복하지 않고 보다 생산적인 정책대결이 되길 기대한다. 특히 나라의 운명과 방향을 결정할 대선 국면인 만큼 폭넓은 시야와 방향에서 우리 국민이 살아갈 비전이 다양한 관점과 각도에서 제시되길 바란다. 아직은 정책과 공약이 추상적이고 다듬어지지 못한 단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의 저서와 발언을 중심으로 정책 맥락을 짚어보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정책선거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요 약]

5년 전에 비해 올해 대선에서 상당히 다른 특징을 보이는 정책 부분이 바로 노동시장 정책이다. 물론 5년 전에도 일자리 정책은 명목상 가장 중요했지만, 300만 개, 500만 개 식으로 의미 없는 일자리 개수 경쟁만 난무했고 성장을 통한 낙수효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책이 위주이다 보니 무게를 둘 수 없었다. 그러나 18대 대선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나 청년과 여성을 위한 일자리 수요창출 정책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제안들에 상당히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 나아가 단순한 일자리 개수를 넘어 나쁜 일자리 개선을 포함하여 노동시장에서의 각종 차별과 격차를 없애거나 줄이기 위한 정책들도 공격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사내 하도급법처럼 일부 제안들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는 등 차별해소에 역행하거나 역부족인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사연은 일자리 창출과 차별과 격차 해소, 그리고 저임 노동자 지원이라는 범주에서 주요 대선후보 정책을 비교 평가해 보았다.

 

[본 문]

둔화되는 고용률 상승세, 심화되는 불평등, 노동시장 정책 전환으로 이어지나?

대선후보들이 앞다투어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들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낮은 성장률과 고용률, 점점 심화되고 있는 불평등, 양극화, 빈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원인으로까지 거론되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노동시장 정책 전환과 관련된 최근 대선후보들의 공약들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이는 전체 일자리 수를 늘리는 정책과 함께, 청년, 여성, 중고령자 등 노동시장에 진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계층을 위한 정책들을 주요 공약으로 하고 있다.

두 번째는 노동시장 내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 및 노동시장 내 차별 해소를 위한 정책이다. 각 당의 대선후보들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해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저임금 노동자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는 대선후보들의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에 대해 알아보고, 그 공약을 통해 실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또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일자리 창출 정책 비교

일자리 창출 정책은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든 대선후보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정책 중 하나이다.

 

o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는 현재 모든 대선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세우는 정책 중 하나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민주통합당의 손학규 후보로 “저녁이 있는 삶”을 통해 이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손학규 후보뿐만 아니라 다른 대선후보들 역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총선 시기 모든 당들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연평균 노동시간을 2,000시간 미만으로 줄여 장기적으로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주 5일제 도입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OECD 회원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긴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할 때 이는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고용률 제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다.

각 당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의 경우 노동시간을 줄이는 중소기업이나 노동자 등에 혜택을 주는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시간을 단축한 주체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법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국내 노동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노동시간을 줄인 중소기업, 노동자에 대한 혜택만으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하청, 파견기업의 경우 노동시간은 대기업의 노동시간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그러므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강조하고 있는 규제방안도 함께 시행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이루기 위해서는 혜택을 통해 민간부문의 참여를 독려하는 한편,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구체적인 법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실행에 있어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의 확산을 막는 방안이 함께 수립되어야 한다. 다른 당들이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새누리당의 경우 시간제 정규직을 노동시간 단축의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시간제 정규직의 확대는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로 볼 수 있는 노동자를 증가시킬 것이다.

단시간 노동자를 증가시키고,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시행될 경우 노동시장의 질적 수준 악화를 가져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노동시장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전체적인 정규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장시간 노동을 규제하는 방안을 통해 안정된 정규직 노동자를 증가시키는 방향으로의 정책 수립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o 일자리 창출 중점 분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들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하지만 각자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 방안과 분야에 있어서는 차이점이 발견된다.

우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경우 출마선언문에서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 문화 소프트웨어 산업과 아이디어?벤처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후보들은 공공부문 및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를 상대적으로 더 강조하고 있는데, 문재인 후보는 복지분야의 확대와 함께 사회서비스산업의 일자리 확대를 강조하고 있으며, 정세균 후보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분야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실행가능성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표가 강조하고 있는 제조업 고부가가치화와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경제성장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지만, 지금껏 우리 경제가 목표로 삼아 실행해 온 전략이기도 하다. 또 문화 소프트웨어 산업과 아이디어 벤처 창업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이미 실행했으나 큰 효과는 보지 못한 정책이다. 이를 고려했을 때 지금의 선언적인 수준의 공약으로는 어떻게, 얼마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공약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확보에 대한 지원이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함께 수립되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이 제시한 것처럼 사회서비스 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서비스 산업의 취업자 수는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상관없이 민간수요 증대에 힘입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다. 특히,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의 경우 2000년대 중반보다 2배 이상 취업자 수가 증가하였다. 이런 사회서비스 산업의 수요는 고령화, 복지의 확대와 함께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회서비스 산업에 대한 정부 투자를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서비스 산업의 일자리 창출 정책 속에는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을 줄이는 정책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양상을 살펴보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의 증가가 고용증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증가하는 민간수요가 안정적인 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비정규직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양상이 계속될 경우 사회서비스 산업의 확대는 노동시장의 질적 수준 악화로 이어질 것이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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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1.03.28 15:37
2011 / 03 / 18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제103회 “여성의 날”, 여성노동의 현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제103회 3.8 세계여성의 날
2. 여성취업자 천만시대의 여성노동
3. 여성의 낮은 고용률, 낮은 임금의 원인
4. 여성에 대한 차별의 결과 : 빈곤의 여성화
5. 글을 마치며

[요약문]

지난 3월 8일은 제103회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를 기념해 3월 7일에는 제27회 한국여성대회가 개최되었고, 이날을 전후로 해 정부와 기업들 역시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들을 주최하였다.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이 여성의 노동환경개선과 지위향상을 위해 벌인 투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시 파업에 참가한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과 같은 수준의 임금(빵)을 주장했고, 선거권, 노조결성 및 가입권 등을 포함한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권리(장미)를 요구하였다.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런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홍익대학교 청소경비노동자들의 파업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하루 한끼 300원의 식대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한 보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여전히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에 직면하고 있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20%p 이상 낮은 고용률을 보이고 있으며, 임금근로자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여성임금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남성보다 100만원이나 낮았다.


이와 같은 여성의 상대적으로 낮은 고용률과 낮은 임금은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분석에 따르면, 교육수준, 경력과 같은 인적자본 축적측면의 변수나 일자리 특성을 통제하더라도 여성의 고용률과 임금은 남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낮은 고용률과 낮은 임금의 원인으로 차별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반영한다. 특히,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기업으로부터의 여성에 대한 고용 차별과 유리천장과 같은 승진에 있어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 등은 노동시장 내 여성이 처한 현실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낮은 고용률과 낮은 임금은 빈곤의 여성화와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여성가구주 가구의 빈곤율은 35.8%로 빈곤율이 13.3%인 남성가구주 가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구주 가구의 높은 빈곤율은 가구의 주소득원인 가구주가 노동시장에서 차별을 받는 여성이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가구주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소득빈곤선 이하의 낮은 임금을 받을 경우 그 가구는 빈곤상태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여성의 낮은 고용률과 낮은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원인인 노동시장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적극적인 정책이 요구된다. 노동시장 측면에서 보면, 다른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결혼, 출산, 육아 등을 이유로 한 기업으로부터의 차별을 없애, 여성으로 하여금 경력단절 없이 30대에도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며, 유리천장을 깨 여성 스스로 자신들의 숙련과 능력을 쌓고 그것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여 여성의 고용률을 높이는 동시에 저임금, 고용불안정에 직면한 비정규직 여성을 줄이는 정책도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수현 sida7@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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