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3 / 19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 용어 해설

747이란?

747은 경제대통령이라 자랑하던 MB의 핵심적인 공약. 자신을 ‘경제대통령’이라 자랑하며, ‘대한민국 747’을 통해 “연 7% 경제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년 내 4만 달러 소득을 달성하여, 10년 내 세계 7대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발표하였다.

▶ 문제 현상

MB노믹스, 완전 실패!!

MB집권 4년 동안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1%, 물가상승률은 3.6%에 달했다. 참여정부 5년에 비해 성장률은 1.25%p 떨어지고, 물가는 0.67%p 상승하였다. 연평균 투자증가율은 3.2%에서 0.4%, 내수증가율은 3%에서 1.4%로 떨어졌다.

또한 연간 6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과 달리 4년 동안 86만 8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서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5년 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나 10년 내 세계 7대 경제강국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비전도 한낱 공염불에 불과하였다.

지난 2월 취임 4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MB는 “투자가 줄고 젊은이의 일자리가 걱정되고, 내수가 위축돼 서민 생활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MB노믹스의 기획자로 알려진 곽승준은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어 “경제에 트리클다운 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토로하였다.

▶ 문제 진단과 해법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겠습니다.”(2007 MB 대선공약집)

MB는 747 공약을 완수하기 위해 투자활성화 조치를 주요 방안으로 제시하였다.

“기업의 성장과 투자를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와 높은 세율을 정비하여 기업하기 좋은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법질서를 확립하여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사회갈등구조를 해소하는데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MB는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쟁자인 박근혜 캠프가 제시한 ‘줄푸세’공약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줄푸세란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질서를) 세우자”는 정책기조의 약자다.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에 대항하는 개념이 법치라 할 때, 줄푸세란 다름 아닌 감세, 규제완화, 노동시장 유연화를 각각 대변한다. 즉 이명박의 MB노믹스와 박근혜의 줄푸세는 이름만 달리할 뿐 내용은 같다.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만 바꾸었듯, 줄푸세도 MB노믹스로 이름만 바꾼 것이다.

줄푸세와 MB노믹스, 국민이 심판해야

MB정부는 지난 4년 줄푸세 공약이 제시한 정책기조에 따라,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등 감세정책을 실시하였다.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금산분리를 폐지하는 등 재벌과 금융기업에 각종 규제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노동자의 저항에 대해서는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보듯 ‘법치’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생존권을 짓밟았다.

마찬가지로 당명과 당강령을 요란스럽게 바꾸었다고 하지만, 새누리당과 박근혜가 ‘줄푸세’ 정책기조에 대해서 반성하고 새로운 성장전략이나 정책기조를 제시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주요한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다가오는 선거를 통해서 경제실책의 장본인인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에 대해 분명한 심판을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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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

현재 세계경제위기의 구조적 원인으로 금융시장 규제완화, 소득분배 악화, 글로벌 불균형이 세 가지가 제시되는데, 위 그림에서 보듯이 한국 경제는 IMF 사태 이후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연관관계 상실로 인해 소득분배 약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2008~2010년만 보면, 1인당 노동생산성은 7.2%(시간당 10.2%) 증가하였으나 실질임금은 오히려 0.11% 하락하였다. 그리고 생산성과 성장의 과실은 부자 기업, 특히 재벌에 집중되었다. 더 빨리 더 열심히 일했는데도 실질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많이 생산했는데 팔리지 못하는 총수요 부족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경제위기의 시한폭탄이 된다.

소득주도 성장전략

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은 부채의 한도를 늘려 민간소비를 부양하거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을 발생시켰다. 신흥국들은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의 이윤을 늘리기 위해 임금인상을 최소한도로 억제하는 정책을 썼다. 국가경쟁력을 앞세우며 임금억제를 위해 노동시장을 유연화한 정책이 그것이다. 하지만 두가지 모두 지속가능한 방법이 될 수 없다.

특히나 한국경제는 수출주도 성장전략 하에서 부채와 신용 확대를 통해 경기변동에 대응하였다. 따라서 불안정과 변동성이 심하고 그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단기적으로 총수요 부족 문제(부동산, 가계부채,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에 따른 것)와 장기적으로 새로운 경제체제로 전환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과제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동반성장 전략, 간단히 말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 사회, 거시 정책이 체계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한다. 우선 비정규직 비율을 축소하고 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또한 산별노조를 강화하고 노사정협의회의 재구축이 필요하다. 10%에 불과한 노동조합 조직률과 단체협상 적용률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 또한 추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노동자 평균임금의 38%에 불과한 최저임금 또한 최소한 50% 수준까지 높여야 할 것이다.

복지 확대와 재벌 개혁도 중요하지만, 일터에서 힘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진정한 경제민주화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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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리고 생산성과 성장의 과실은 부자 기업, 특히 재벌에 집중되었다. 더 빨리 더 열심히 일했는데도 실질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진 것이다.

    2012.02.22 12:22 [ ADDR : EDIT/ DEL : REPLY ]

2012 / 02 / 06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 용어 해설

남녀 임금격차(Gender Pay Gap)란?

남성 중간임금 대비 남녀 중간임금 차이로 정의한다. 예를 들어, 남성 중간임금이 300만원, 여성 중간임금이 200만원일 경우 임금격차는 (300-200)/300*100으로 계산되어 33.3%다.

▶ 문제 현상

한국 남녀 임금격차 38.9%, OECD 최고기록

2009년 한국의 남녀 임금격차는 38.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는 OECD 평균 15.8%의 2.5배에 달한다. 일본이 28.3%로 두번째로 높았으나 1위와의 격차는 큰 편이다.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인 3.9%의 헝가리에 비해서는 무려 10배 차이가 났다.

비정규직 여성은 가장 열악한 지위

2011년 9월 기준 정규직 남녀 임금격차는 34.3%, 비정규직 남녀 임금격차는 32.4%에 달한다. 정규직 남성은 월평균 305.4만원, 비정규직 여성은 106.1만원을 받는다. 정규직 남성과 비정규직 여성의 월평균 임금격차는 무려 65.3%에 달한다.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는 정규직 남성 노동자 월평균 임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 문제 진단과 해법

여성의 경력단절과 진급에서의 차별이 큰 문제

여성 고용률을 보면 25~29세는 66.2%에서 30~34세는 52.9%로 13.3%p 떨어진다.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취업률이 감소했다가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비정규직 형태로 증가하는 경력단절(career interruption)현상이 일어난다. 일종의 ‘아동 패널티(child penalty)’인 셈이다.

진급에 있어 받는 차별도 심각하다. 대학교육을 받은 35~44세 한국 여성은 남성 임금의 84%로 OECD 평균(71%)보다 높다. 그러나 55~64세의 경우 58%로 OECD 평균(71%)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

또한 여성의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저임금, 비정규직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 아동과 노인에 대한 돌봄을 담당하는 보건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이 그것인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사회보험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 혁명에 적응하는 노동 및 사회정책으로 해결해야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가족 친화적 복지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에서 가족에 지원되는 공적 지출은 OECD 평균의 30%에 불과한 형편없는 수준이다. 양질의 보편적 보육서비스, 유럽 수준의 양육휴가 제도,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 제도개혁과 재정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여성 종사자 비율이 높은 사회서비스 산업의 고용의 질을 높여야 한다. 취학 전 아동에 대한 보육서비스 등은 효율과 평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사회투자복지 분야이다. 교육성과는 보육교사의 수준과 능력에 달려 있으며, 이는 좋은 대우와 고용 안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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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1 / 04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전망기획(2) 2012년 세계 경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성장 동력을 상실한 선진국 경제
2. 대차대조표 침체(Balance Sheet Recession)
3. 유럽에 찾아온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4. 2012년의 주요 경제 리스크
5. 미국과 유럽발 경제 위기의 국내 전염에 대비해야

[본문]
1. 성장 동력을 상실한 선진국 경제

올해 세계경제 전망이 우울하다. [그림1]은 주요 국가 및 지역의 2008년 이후 경기선행지수를 나타낸 것이다. OECD 국가들은 2010년 2월 102.98로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현재 100.1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실물경제에 비해 6개월 정도 선행한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2010년 3사분기부터 OECD 국가들의 실물경제는 이미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고 전망 또한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의 경기선행지수 움직임과 매우 유사하며 다른 OECD 국가들보다 지수가 1분기 정도 선행함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사분기부터는 유럽 재정위기가 더욱 확산되면서 경기선행지수 뿐만 아니라 수출, 소매, 생산 등 실물지표와 소비자와 기업의 체감지표 등이 유럽을 중심으로  악화되고 있다. [그림2]에서 보이듯이 수출과 수입을 포함한 세계 무역량도 2010년 5월을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지표를 보면 수출과 수입은 전년동월대비 각각 5.1%, 3.2% 증가에 그쳤다. 따라서 2010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어 지난 해 유럽재정위기의 여파로 가속화 된 긴축적 정책기조가 계속된다면, 올해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표1]은 IMF와 UN이 제시한 2012년 주요 국가 및 지역별 세계경제 전망이다. IMF는 9월 전망에서 6월보다 0.5%p 하락한 4%를, UN은 11월 전망에서 6월보다 1%p 하락한 2.6%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유럽의 재정위기가 통제되고, 주요 은행의 파산과 새로운 신용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유동성위기를 방지하도록 적절한 정책수단이 이루어 질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한 기본(baseline)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그림3]에서 보이듯이 유럽

차원의 정책 대응이 실패하고, 유로존에서 무질서한 파산과 디폴트가 이어질 것이라 가정하는 부정적(pessimistic) 시나리오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0.5%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미국은 -0.8%, 유로지역은 -2%의 경제성장을 보여 2009년에 비견되는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OECD가 지난 11월 발표한 경제 전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표2]에서 보이듯이 OECD는 2012년 세계경제가 3.4%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에 비해 1.2%p 하향 조정된 수치이다. OECD 국가들의 성장률은 올해 1.9%에서 내년에는 1.6%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였다. 특히 유로지역 성장률은 올해 1.6%에서 내년에는 0.2%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더군다나 이 전망치 또한 유로지역의 “무질서한 디폴트, 급격한 신용붕괴, 체계적 은행파산, 그리고 과도한 재정긴축을 피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충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은 스페인(0.3%)을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경제에 빠진 PIGS 국가들은 금융위기와 긴축정책 등으로 내년까지 5년 연속 장기 경기침체에 빠져들 것이 확실하다.

2. 대차대조표 침체(Balance Sheet Recession)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여전히 선진국경제는 경기침체 또는 저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채’가 만들어 낸 자산시장 버블이 전 세계적으로 붕괴되면서 일반적인 경기침체와는 분명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전국적인 부채주도형 자산시장의 버블이 붕괴되어 발생하는 경기침체를 대차대조표 침체(Balance Sheet Recession)라 부른다. 대표적인 예가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시장 버블 붕괴에 따른 장기 경기침체다.

부채 주도의 자산시장 버블이 터질 때, 가계와 기업, 그리고 금융회사의 대차대조표 또한 망가지기 마련이다. 경제주체들은 금융건전성과 신용등급을 회복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부채를 상환한다. 이 과정에서 거시경제의 총수요는 줄어든다. 경기침체에 따른 지출 축소를 감당하기 위해 정부는 적극적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해 이에 대응한다. 그러나 유럽처럼 가계 및 금융회사의 위기가 정부의 재정위기로 전환될 경우 긴축정책은 총수요 부족을 더욱 악화시킨다. 긴축정책은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부채상환 여력을 뜻하는 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율을 악화시켜 더욱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요구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그림4]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의 부동산가격은 2006년까지 대략 2.3~2.4배 상승하였다. 비단 미국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었다. 최근 유럽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PIIGS 국가들 또한 미국과 거의 유사한 부동산가격 패턴을 보였다. 다만 유럽은 2008년 9월 리먼 사태까지 버블의 붕괴 시점이 지연되었을 뿐이다. 유럽에서 미국처럼 부동산 버블이 심각했던 국가는 스페인과 아일랜드, 그리고 이탈리아다.

버블 붕괴의 근원지는 미국이었지만 경기침체는 미국보다 유럽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다. 유럽은 부동산 버블 붕괴와 재정위기, 그리고 유로화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점이 동시에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직전 미국경제가 버블로 호황을 유지했던 것처럼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도 유로화 편입에 따른 저금리와 부동산 버블을 경험하였다. 1999년 유로화가 출범했고 2001년 그리스가 유로존에 가입하였다. 유로존에 편입된 국가들은 유로화를 사용함에 따라 금리와 환율을 통제할 수 있는 정책주권을 포기하게 된다. 기준금리의 통제권은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Bundesbank)의 전통을 따르는 유럽 중앙은행(ECB)이 쥐게 되었다. 각국 정부는 유로화로 표시된 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고, 각국의 상업은행은 이를 담보로 유럽중앙은행에서 아주 저렴하게 유로화를 빌릴 수 있었다. 유로화와 유럽 중앙은행의 상징적 안정성은 오히려 부채를 통한 자산시장 버블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미국과 똑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그림5]에서 보는 것처럼, 유럽통합과 유로화 출범 과정에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던 국가들의 금리가 급격하게 하락하였다.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를 사용한 덕분에 가장 안정적이라 여겨지는 독일의 국채를 기준으로 국채수익률이 점차 수렴하기 때문이다. 1993년에 스프레드가 18%가 넘었던 그리스의 국채수익률은 유로존에 편입된 2001년에는 1% 아래로 떨어졌다. 외환리스크가 사라지면서 그리스를 포함한 PIIGS 국채를 독일과 프랑스 은행들이 높은 수익률을 좇아 대량으로 매입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1994년에만 해도 그리스 정부 부채의 85%를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했지만, 2007년에는 이 비율이 완전히 뒤바뀌어서 75% 이상을 해외 금융기관이 보유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외환리스크는 해소되었지만 채권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리스크는 증가하였다. 2008년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재정지출 확대와 구제금융은 정부의 재정적자를 증가시켰고, 이는 잠재된 신용리스크를 일시에 표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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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12 / 12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유럽 재정위기②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긴축, 그 위대한(?) 반전
2. 합성의 오류, 가계와 정부는 다르다.
3. 조정, 손뼉을 마주쳐야 한다.

[본문]
긴축, 그 위대한(?) 반전

내년 세계경제 전망이 어둡다. 최근 OECD는 회원국들의 성장률이 올해 1.9%에서 내년에는 1.6%로, 유로지역의 경우 1.6%에서 0.2%로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 마저도 유로지역의 “무질서한 디폴트, 급격한 신용붕괴, 체계적 은행파산, 그리고 과도한 재정긴축을 피하기 위해 정책당국이 충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가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은 스페인(0.3%)을 제외하고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예상했다. 세계경제 이상으로 유럽 재정위기 해결이 어둡다는 것을 말해준다.

재정위기의 바로미터인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재정적자, 금리, 그리고 성장률에 주로 의존한다. 따라서 정부가 균형재정을 유지하더라도 금리가 성장률을 상회하면 이 비율은 증가하게 된다. 현재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7%를 넘고 있는데, 성장률이 마이너스이면 부채 비율이 늘어날 것은 확실하다. 그리스의 경우 작년에 트로이카(EU, ECB, 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2014년까지 GDP의 3% 이내로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국가부채 비율은 2008년 118%에서 내년에 181%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왜인가? 재정위기에 대한 트로이카의 처방, 즉 긴축정책이 지극히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만 해도 전 세계적으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 대세였다. 그런데 어느 사이에 재정지출 축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 전체와 미국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그리스 재정위기가 방만한 복지지출 탓이라면서 이를 교훈삼아 한국정부도 과도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하고 재정균형을 조기에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과연 긴축이 재정위기의 해법이고 경제위기를 막기위한 적절한 처방인 것인가.

그렇다면 긴축정책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분기점은 언제일까. “선진국 경제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적어도 절반으로 줄이고, 2016년까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줄이거나 안정화시킬 재정계획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던 2010년 6월 G20 토론토 정상회의라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180도로 경제정책의 기조가 바뀐 것일까? 당시 경기부양에서 재정긴축으로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중요한 경제적 환경의 변화가 있었다. 우선 성장률이 예상보다 너무 좋을 정도로 회복속도가 빨랐다. 2009년 4월 런던 정상회의 즈음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은 1.9%였으나 그 해 9월에는 2.6%로 상승했고 토론토 정상회의가 열리던 작년 6월에는 3.5%까지 증가했다. 일시적인 경기회복 분위기에 편승해 안이하게 정책기조를 틀어버린 것이다.

다음으로 토론토 G20회의 직전인 2010년 3월부터 그리스와 남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하기 시작했고, 영국의 우파정부 집권과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미국의 재정위기 논란이 정치적으로 국제적 여론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1936년 재선에 성공하고서 재정지출을 삭감하고 금리를 인상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수에 비견할 만하다. 그리고 ‘작은 정부’의 기치를 내건 대처와 레이건의 ‘보수 반혁명’에 필적할 정도로 정치적으로 큰 사건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위기를 예상하지도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며 숨죽이고 있던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국가재정위기’라는 용어를 빌려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분명 ‘위대한 반전’이다. 그러나 그릇된 정치는 경제적으로 심각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 세계적인 성장률 하락, 그리고 실업률 상승이 바로 그 징표들이다.

합성의 오류, 가계와 정부는 다르다

경제학에 능통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자신의 개인적 상황을 사회 또는 경제 전체의 상황으로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가계의 일시적 적자는 저축이나 빚을 활용하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적자가 지속되면 빚이 늘어나고 원리금 상환액이 눈사태처럼 불어나면서 파산에 빠지게 된다. 보수적인 정치인이나 언론은 정부의 재정적자 문제를 가계의 예산 문제에 빗대어 “지금 당장 허리띠를 졸라매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언뜻 그럴싸한 소리다.

그러나 여기에 치명적 오류가 숨겨져 있다. 바로 거시경제학에서 말하는 합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다. 케인즈가 ‘일반 이론’에서 지적했듯이 “총량으로서 경제적 행위에 대한 이론과 개별 단위의 행동에 대한 이론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 것이다. 케인즈는 ‘저축의 역설’을 통해 합성의 오류를 설명한다. 한 개인은 소비를 줄여 저축을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빵집에서 매일 빵을 아침으로 먹는 길동이가 일주일에 한 번은 빵을 사지 않고 저축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하자. 물론 배고픔을 대가로 그의 저축액은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그와 같이 행동하면 총저축은 늘어날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러지 않을 것이다. 빵 판매가 줄어들면 점원을 줄이고, 밀가루, 고기, 야채 등의 주문도 줄어 고용이 줄어 들 것이다. 일자리를 잃은 점원은 소득이 줄어들어 오히려 저축을 줄여야 할 것이다. 이 사례에 담겨 있는 함의는 개인의 저축행위가 타인의 소득에 미치는 효과를 간과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정부는 개인과 달리 총수요의 한 부문을 담당하는 매우 중요한 경제주체다. 특히 남유럽을 비롯한 유럽 대부분의 정부지출은 GDP의 40%를 초과한다. 경제는 크게 가계와 기업을 포함한 민간, 정부, 그리고 해외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경제 전체적으로 이 세 부문의 지출의 합은 소득의 합과 반드시 같아야 한다. 물론 어떤 한 부문만을 놓고 보면, 소득보다 덜 지출하여 흑자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부문이 흑자를 이루면 다른 부문은 반드시 적자가 발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 부문이 균형(경상수지 균형)이라면, 민간 부문이 흑자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 부문이 적자 지출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경우, 해외부문 수요 부족(GDP 10% 수준의 경상수지적자) 상황을 정부가 10% 적자 재정지출로 메우고 있는 중이고 민간 부문은 거의 균형을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만약 경상수지가 10% 적자 수준에서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재정적자를 GDP의 3% 수준으로 ‘긴축’하게 되면 그에 상응하게 민간 부문이 7% 수준으로 적자를 내서 지출을 늘려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출이 축소된 만큼 국민소득이 줄어들고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손바닥이 마주쳐야 박수를 치듯이 재정적자 축소가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부문에서 그 만큼 지출 확대가 수반되어야만 한다. 민간 부문이 더 지출하거나 해외에서 남유럽의 재화를 더 구입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에 긴축을 강요하는 트로이카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한 손으로 손뼉을 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으르고 방탕한 너희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다그칠 뿐이다. 이는 도덕일지언정 경제정책이 아니다.

물론 1990년대 스웨덴이나 캐나다의 경우 긴축재정을 통해 재정위기를 돌파한 사례가 있다. 당시 이들 국가는 금리나 환율 조정을 통해 내수와 수출 증대를 달성할 수 있었다. 더욱이 당시 세계경제는 미국의 신경제를 필두로 잘나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유로화에 가입된 남유럽 국가들은 통화정책을 통해 금리를 낮출 수도, 명목환율의 조정을 통해 수출을 늘릴 수도 없다. 개별 국가의 관점에서 유일하게 남은 선택은 임금을 깎아 가격을 떨어뜨리는 내부 평가절하 방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내핍’은 남유럽 국민들의 엄청난 고통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의 실업률이 2008년 7.7%에서 긴축정책을 실시한 이후 두 배 넘게 상승하여 16.6%를 기록하고 있지 않은가.

조정, 손뼉을 마주쳐야 한다.

 가혹한 내핍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남유럽 국가의 물가상승률을 독일보다 낮춰야 한다. 독일의 물가상승률이 현재 1.5% 수준인데, 남유럽 국가는 이보다 더 낮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내핍을 강요하는 것으로 디플레이션에 따라 오히려 부채의 실질가치가 늘어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가능한 해법은 유럽중앙은행이 남유럽의 상황에 맞게 현재 2% 수준의 목표물가를 상향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은 제로금리 정책을 취하고 있는데,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기준금리가 1.25%일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유럽중앙은행은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인 ‘최종대부자’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미국, 일본, 영국의 중앙은행이 실시했던 양적완화 정책은 바로 유럽중앙은행에 필요하다. 남유럽 국채 발행의 차입비용을 낮추기 위해서 ‘무제한적인’ 국채매입 계획을 발표하여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중심국으로의 전염을 차단해야 한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가 예상을 넘어 확산된 데에는 유럽채권의 디폴트에 배팅하는 투기세력의 개입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유럽 국채에 대한 신용부도스왑 (CDS)등 파생상품과 헤지펀드에 대한 강력한 규제, 급격한 자본의 유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토빈세 도입 등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아울러 개별 국가의 긴축에 따른 ‘지출 갭’을 극복하기 위해서 유로화의 최대 수혜국인 독일과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의 적극적인 내수확대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경기 침체는 재정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이는 또 다시 긴축을 강요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모든 노력에는 유럽 정상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유럽 위기의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이 2016년까지 재정균형을 달성하여 유럽의 본보기가 되려는 야심찬 ‘긴축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우려된다. 여하튼 12월 초로 예정된 유럽 중앙은행 통화정책회의와 유럽 정상회의에서 유로 금리에 대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그리고 유럽 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정책에 대한 전환이 있을 것인지의 여부가 갈수록 긴박해지고 있는 유로 붕괴의 향방을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은 주간지 시사인에 기고한 글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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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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