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0 / 15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세계 3대 선진국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에서 지난 9월에 동시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시작했다. 재정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아래 중앙은행의 지원만으로 경기회복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경기상황이 가장 낫다고 하는 미국경제도 좀처럼 고용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경기회복 수준이 미약하자 세 번째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을 발표했다. “매달 400억 달러 MBS 채권을 무기한 매입하고, 0~0.25%의 초저금리 기조를 적어도 2015년 중반까지 연장하며, 국채교환 프로그램을 지속”한다는 강력한 조치다.

그런데 앞서 미국 경제부양을 목적으로 한 3차 양적완화의 결과로 풀린 달러가 신흥국에 유입되면서 신흥국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킬 뿐 아니라 달러가치 하락을 초래하여 환율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세계의 시선 30:미국의 3차 양적완화는 두 번째 '환율전쟁'을 부르나? 참조) 최근 10월 13일 브라질 만테가 재무장관이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하면서, “선진국들의 이기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글로벌 통화전쟁이 촉발됐다”고 비판한 것이 그 사례다. 

그렇다면 3차 양적완화가 미국의 실물경제 회복에는 도움이 되는가? 이 점에 대해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꼼꼼한 논리를 펴면서 비판한다. 요지는 2008~2010년 1차 양적완화, 2010~2011년 2차 양적완화, 2011~2012년 국채교환프로그램(오퍼레이션 트위스트, Operation Twist)에 비해 그 효과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3차 양적완화 효과를 회의적으로 보는 중요 이유 중의 하나는 통화정책과 재정 부양정책이 함께 사용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재정절벽과 같은 재정적 제약 상황 속에서 3차 양적완화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점이다.

또 하나는 양적완화가 실물경제로 전달되어 실물경제 회복을 추동하게 해줄 경로들(채권시장 경로, 신용시장 경로, 통화 경로, 주식시장 경로, 그리고 신뢰의 경로들)이 작동하지 않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는 “만약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경로들이 모두 깨졌다면, 3차 양적완화가 경제성장에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루비니의 글이 그런것처럼 꼼꼼하게 실증적인 비교 분석을 한 컬럼이다. 

 

회의적인 양적완화 효과

(Hard to be Easing)

2012년 10월 1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3차 양적완화에 착수하기로 한 미국 연준(Fed)의 결정은 세 가지 중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3차 양적완화는 빈사상태에 빠진 미국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것인가? 미국과 전 세계의 주식시장 등 위험자산에 대한 지속적인 상승을 견인해줄 것인가? 마지막으로, 국민경제(GDP)성장과 주식시장에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인가 아니면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칠 것인가?

많은 사람들은 1차, 2차 양적완화와 뒤 이은 연준의 국채매입 프로그램(Operation Twist)때와 마찬가지로, 주식시장에 대한 3차 양적완화 효과가 강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전의 통화 완화정책들이 지속적인 주가상승과 연관되어 있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3차 양적완화의 규모와 기간은 더욱 대규모적인 것이다. 그러나 연준이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확고히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이전의 양적 완화 시기에 비해 훨씬 적거나 단기적일 것이다.

우선 이전시기 양적완화 정책은 주가와 수익률이 매우 낮은 시점에서 시작되었음을 고려해보라. 2009년 3월에 S&P500 지수는 660선 아래였고 기업과 은행들의 주당 순이익(EPS)은 금융위기 저점으로 추락했으며 주가 수익률(PER)도 한 자리 수였다. 지금은 S&P500 지수는 1430을 맴돌고 있을 정도로 100%이상 올랐고 평균 주당 순이익은 100달러에 접근했으며 주가 수익률은 14배를 넘어간다.

2차 양적완화 기간인 2010년 여름에조차 S&P500, 주당 순이익, 주가수익률 모두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 만약 3차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 성장률이 취약한 수준에 머무르게 되면(그럴 가능성이 높다.),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더욱이 이번에는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 1,2차 양적 완화는 더 이상의 경제침체를 방어하고 더블 딥(double-dip)을 피하는데 상당한 도움을 주었는데, 그것은 재정부양책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3차 양적완화는 재정적 긴축, 심지어 거대한 재정절벽(fiscal cliff)을 동반하고 있다.  

미국이 올해 말에 다가오는 GDP의 4.5%에 달하는 재정절벽을 피한다고 하더라도, GDP의 1.5%에 달하는 재정긴축이 2013년 경제에 충격을 가하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현재 미국경제 성장률이 연율 기준 1.6%에 머무르고 있는데, 여기서 GDP 1%정도의 재정긴축은 2013년 미국경제가 거의 정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3차 양적완화로 가계와 기업이 서서히 회복되어서 2013년에도 미국의 성장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준다고 할 때에도 그렇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진행 중인 그 이상의 회복 조짐은 없다. 2010년과 2011년에는 경기가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통화완화 정책을 선언하기 직전에 이미 성장세로 반전했음을 경제 선행지표들이 보여주었다. 당시에는 이미 회복세로 들어선 경기를 더 자극하는 식으로 양적완화가 역할을 했고 이것이 주가상승 지속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최근 데이터들은 미국경제가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유사하게 동력이 약하다는 것을 나타내주고 있다. 노동시장의 취약함과 낮은 수준의 자본지출, 그리고 느린 소득상승은 올해 3분기 성장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을 부정하고 있다.  

한편 통화 완화 정책을 실물경제로 전달하기 위한 주요 경로인 채권시장, 신용시장, 통화시장, 그리고 주식시장 등은 무너져버리지 않았다면 취약해져 있는 상태다. 이제 채권시장 경로는 성장을 촉진해주는 기능을 하지 못한다. 장기국채 이자율은 이미 매우 낮은 상태이며 추가적 할인이 민간 차입자들에게 차입비용을 의미 있게 낮춰주지 못한다.  

신용채널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은행들이 추가적으로 대출을 풀어주기 보다는 초과 준비금으로 쌓아놓는 식으로 양적완화로 생긴 추가적 유동성을 대부분 비축해놓고 있다. 차입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반면 차입을 원하는 사람들은 가계부채가 높고, 차입을 원하는 (대부분 중소 규모의) 기업들은 신용 제한에 걸려 있는 상태다.

통화 경로도 비슷하게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성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양적 완화로 인해 -인용자) 달러 약세 환경이 만들어져도 순 수출이 좀처럼 탄탄하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더욱이 많은 나라에서 중앙은행들이 미국 연준을 따라 다양한 방식의 양적완화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고 그 결과 약 달러를 유지하려는 연준이 조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무역수지와 성장률에 대한 약 달러 효과는 다음의 두 가지 요인에 의해 제한받고 있다. 첫째, 약 달러는 (석유, 원자재, 곡물 등) 상품가격이 높아지는 것과 연관되어 있는데, 이는 상품 순 수입국인 미국으로서는 무역수지 개선을 어렵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강력한 수출에 의해 유도되는 성장률 개선은 수입의 증가를 수반하게 된다. 경험적 연구에 의하면 무역 수지 개선을 위한 약 달러의 총 효과는 제로에 수렴한다.

양적완화를 실물경제로 전달해주는 다른 의미 있는 유일한 경로는 주식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효과다. 그러나 3차 양적완화가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는 주장은 다소 순환 논법적이다. 지속적인 자산 가격 상승을 위해서는 성장률이 회복되어야 하고, 성장률은 자산효과로 인해 회복될 수 있다는 동어반복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만약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전달되는 경로들이 모두 깨졌다면, 3차 양적완화가 경제성장에 의미 있는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가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연준 의장인 벤 버냉키는 최근 추가적인 경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것은 ‘신뢰의 경로(confidence channel)’인데, 오랜 동안 충분히 통화 완화정책을 유지시키겠다는 연준의 약속이 민간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연준은 2010년 2차 양적완화 당시 제로금리를 당초 2013년까지 유지하기로 약속했다가, 이번에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2015년까지 유지하기로 약속했다. - 인용자) 문제는 어떻게 실질적이고 지속적으로 그러한 효과를 유지시킬 것인가 하는데 있다. 부채 축소, 거시적 불확실성, 취약한 노동시장 회복, 그리고 재정적 제약이 계속되는 환경에서는 신뢰는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요약하면, 3차 양적완화가 전면적인 경기침체 위험을 감소시켜주기는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런 축소과정을 견뎌야하는 경제에 대해 지속력 있는 회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할 것이다. 3차 양적완화는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를 하게 해주고 약간의 자산 가격 상승을 자극해줄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실망스러워지고 기업 실적과 수익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게 되면 주가상승은 흐지부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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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0 / 0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지금부터 2년 전인 2010년 10월, 더블 딥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차 양적완화를 발표하고 중국에 대해 환율절상을 촉구하면서 이른바 ‘환율전쟁(Currency Wars)’이라는 신조어가 회자되었다. 당시 서울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있던 시점이었고, 한국도 환율을 절상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국내 관심도 매우 높았다.

당시에 환율전쟁을 두고 미국과 신흥국들 사이에 입장이 매우 명확히 엇갈렸다. 미국은 중국, 한국 등 신흥국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절하하여 수출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대로 중국이나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기축 통화 보유국인 미국의 양적완화로 인해 대규모 유동성이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신흥국의 환율을 절상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한국은행 최근 보고서에서도 확인된 바 있는데, 위기 이후 선진국의 “대규모 공적 유동성 공급으로 증가된 글로벌 유동성의 일부가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신흥국의 자본유입 변동성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글로벌 유동성이 신흥국으로의 자본이동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2012.9)

그런데 2년 뒤인 최근,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앞 다퉈 확장적 통화정책을 결정하면서 또 다시 환율전쟁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유럽 중앙은행은 무제한적인 국채매입을 선언했고, 일본 중앙은행도 자산매입기금 규모를 10조엔 증가시켰다. 그리고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3차 양적 완화를 결정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특히 2년 전 환율전쟁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꺼낸바가 있던 만테가 브라질 재무 장관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달러화 가치를 낮춰 미국의 수출을 늘리는 데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주장하면서 “보호무역주의적인 조치”이며 “통화전쟁이 재점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 강도를 높였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지난 9월 26일 미국 하원에 속해 있는 미쇼드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과 론 커크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한국이 원화를 달러대비 10% 가량 평가 절하하는 등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낮춰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한국도 환율전쟁에서 비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쨌든, 선진국의 양적 완화 -> 글로벌 유동성 팽창 ->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 -> 신흥국 환율 절상효과 발생 -> 상품 수출경쟁력 약화 -> 신흥국 경상수지 악화라는 기제가 작동하는 것은 사실이고, 우리나라도 이런 메커니즘에 크게 영향을 받는 만큼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컬럼비아 전 재무장관이자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올랐던 현 컬럼비아 대학 교수인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는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도 정당성이 있고, 신흥국의 환율전쟁 우려도 정당성이 있다고 인정한다. 미국 등 선진국과 신흥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자면, 단기적으로 국제적 차원에서 합의된 자본이동 규제안을 만들어야 하고, 장기적으로 달러를 대체할 진정한 국제준비통화체제를 창설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최근에 실린 그의 컬럼을 요약한다.

   

연방준비제도(미국 중앙은행)와 환율전쟁

(The Federal Reserve and the Currency Wars)

 

2012년 10월 2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Jose Antonio Ocampo)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최근 결정한 세 번째 “양적 완화(quantative easing)"에 대해, 브라질 재무장관 만테가(Guido Mantega)는 미국이 ”환율전쟁“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흥국들은 이미 빠르게 절상되는 자국통화가치 충격이 (자국 제품의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줄까 고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 주 동안 유럽 중앙은행과 일본 중앙은행들이 확장적 통화정책을 잇달아 발표한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결정으로 환율전쟁 우려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결정한 것이나 만테가 장관이 환율전쟁 우려를 표명한 것은 모두 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미국연방준비제도는 더딘 미국경제 회복속도에 직면하여 확장적 통화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맞다. 더 나아가 특히나 노동시장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은 중요하며 유럽중앙은행도 그렇게 해야 한다.

물론 선진국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은 조금 덜 긴축적인 재정정책과 함께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선진국들에서는 2007~2008년에 비해 재정적 수단을 동원할 여지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 상황이고,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의) 정치적 교착상태가 악화되어 있기 때문에 정부 예산 확대를 통한 경기 자극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만테가 주장대로 3차 양적완화 효과가 상당히 제한될 것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로서는 그것 말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 완화가 환율전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만테가의 주장 역시 정당하다. 세계 기축통화로서 미국 달러에게 주어진 역할에 비추어 볼 때 연방준비제도의 확장적 통화정책은, 확실히 일부러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세계경제에 중요한 외부성을 발생시킨다. 그것은 특정 국가(미국) 통화를 세계의 주요 준비통화로 사용하는데 따른, 현재 국제통화체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결함에 기초한다.

이 문제는 일찍이 1960년대의 벨기에 경제학자 트리핀(Robert Triffin)에 의해 제기된 바 있고, 뒤에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도아 스키오파(Tommaso Padoa-Schiopa)에 의해서도 제되었다. 스키오파에 따르면, “대체로 국제 통화시스템이 안정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은, 국내적 이유 하나에 기반하여 구축된 경제정책이나 통화정책과는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실제로는 모든 선진국들)에서 확장적 통화정책이 실시되면 신흥국들에게 위험성이 높아진다. 선진국들은 적어도 앞으로 수년 동안 매우 낮은 금리가 유지될 것이므로,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팽창한 선진국) 자본이 상대적 고금리의 신흥국으로 수출될 강력한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흥국 입장에서) 그와 같은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은 자국통화가치를 절상시킴으로써 경상수지 적자를 키우게 되며 자산 가격 거품을 만들어낸다. 이런 것들은 모두 과거에 신흥국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것들이다.

즉,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미국경제가 빠르게 성장력을 회복해서 중기적 관점에서 볼 때 신흥국이 수혜를 입게 될 수도 있겠으나, 그 이전에 브라질 대통령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가 “자본 쓰나미(capital tsunami)"라고 명명한 단기적 위험에 의해 중기적 이익이 묻혀버리게 된다.

기본적인 문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다른 신흥국들 사이에 공유할 수 있는 좀 더 폭 넓은 아젠다가 아직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아젠다는 아직 풀지 못한 채 남아있는 두 가지 글로벌 통화개혁 이슈를 포함한다. 하나는 단기적으로 국제적 자본이동에 대한 글로벌 규제 방안을 합의하는 이슈이고, 다른 하나는 IMF의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과 같은 진정한 글로벌 준비통화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통화체제를 향해 장기적인 전환을 하는 이슈다.

미국도 위의 두 가지 정책으로 이익을 보게 될 것인데, 우선 자본계정 규제는 (미국) 투자자들로 하여금 자국에서 투자기회를 찾도록 강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달러를 대체할) 진정한 글로벌 준비통화가 만들어진다면, 미국은 자국통화정책이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동시에 신흥국들은 (미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이) 신흥국들의 대미 수출을 위한 미국내 수요를 증대시킬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부터 (지금처럼 위험이 아니라)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Lagarde) 국제통화기금(IMF)총재는 글로벌 경제 회복을 지탱하기 위한 합의된 행동을 요구해왔다. 특히 이번 10월에 국제통화기금은 자본계정 규제에 대한 공식적인 규범(rules of the road)을 발표할 예정이다. 10월 12~13일에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 연차총회는 보다 광범위한 국제통화 아젠다를 시작하는 이상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국제적 자본이동에 관한 합의된 규제를 승인하고, 국제 통화체제의 미래에 관해 토론을 시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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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몰라서 느끼는 공포’와 ‘알면서도 손 놓을 수밖에 없어 느끼는 공포’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압박이 클까. 전자가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라면 후자는 지금의 경우다. 현재는 증시에서 흔히 말하는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지배하면서 주가 폭락과 패닉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 재정위기나 미국의 재정적자, 국가부채 문제, 실물경기 둔화 등 현재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요인들은 어제오늘 알려진 문제가 아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조차도 지난 4월부터 평가기관들이 공개적으로 경고해오던 것이다.

그러나 알고 있는 위기라고 해서 늘 대비책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금리 인하, 유동성 공급과 양적완화, 재정지출 등 정책수단들을 중앙은행과 정부가 이미 한도까지 써버렸기 때문에 추가여력 자체가 제한돼 있다. 금리도 이미 제로 수준으로 내려왔고 과잉유동성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정도며, 재정위기로 각 국가가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알고 있지만 마땅히 손쓸 방법이 없는 것이 더 두려울 수 있다. 불확실성이 제거된 상태이기 때문에 금융시장 혼란이 없을 것이라던 증시 전문가들의 진단이 보기 좋게 빗나간 이유다.

또한 지금은 2008년처럼 과열된 부동산이나 금융상품 거품이 일시에 꺼지면서 금융회사와 금융시장이 연쇄적으로 붕괴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를 필두로 실물경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도 둔화 추세가 확연한 마당에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 능력에 대한 불신이 확대되면서 주식 같은 위험자산 투자를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에 2008년처럼 거품의 연쇄적인 붕괴와 파산의 행렬이 이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진짜 문제는 이번 금융시장 대혼란의 여파가 이미 하향 추세로 돌입한 실물경제 침체를 가속시키면서 더블딥 우려를 현실로 굳힐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세계적인 주가 폭락 행진이 수습되더라도 경기침체 압박으로 금융시장 경색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며 기업과 가계로 가는 자금 흐름은 눈에 띄게 둔화될 것이다. 경기 전망을 걱정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아 소비심리는 크게 위축될 것이다. 내수와 수출의 감소로 인해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을 회피하고 현금을 쌓으려는 경향을 갖게 될 것이다. 경제 주체들의 이 같은 행동은 경기회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하면 상황이 호전될까.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두 차례 양적완화를 통해 무려 2조3000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실물경제 회복 효과는 실제 미미했다. 특히 2차 양적완화를 시행했던 지난해 4·4분기부터 미국 경제는 본격적으로 둔화되기 시작하여 올해 1분기 0.4%, 2분기 1.4% 성장률에 그쳤다. 그 결과가 지금 금융시장 혼란의 원인이 되었다. 3차 양적완화가 실시된다 하더라도 강도나 규모가 이전보다 훨씬 제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2008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수조위안을 풀어 경기부양책을 펴고 세계경제를 구해낼 것인가. 당장 9일 발표된 7월 중국 물가 6.5%가 부담이다. 더구나 최근 위안화 환율이 빠르게 절상되면서 중국 역시 수출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최대 채권국가인 중국 정부에도 부담이다. 국제 공조 이전에 향후 미국과 또 한 차례 환율전쟁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실물경제의 재침체를 피할 수 있는 길이 쉽지 않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유독 심각한 문제다. 이 때문에 올해 정부가 전망한 4.5% 성장은 고사하고 4% 성장률도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변동성이 유독 심한 금융시장 안정화와 함께 향후 실물경기 악화에 대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다가올 정기국회와 2012년 예산 편성시 법인세 추가 감세 중지나 사회복지 예산 증액 문제를 심각히 검토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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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08 / 0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세계 경제 위기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세계 경제 다시 위기국면으로 돌입하나.
2. 3년 동안 경기부양 실적이 없었다.
3. 세계 경제 위기는 계속되고 있었다.
4. ‘알려진 위기’이므로 확산 가능성이 적다?
5. 미국 신용등급 강등, 어떤 의미가 있을까.
6. 정말 통화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가.

[요약]
▶ 지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경제는 총체적으로 불안한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1차 위기를 불러일으킨 금융회사와 보수 세력의 여전한 기세로 인해 보다 과감한 대책은 지연되고 있고, 그럴수록 국가와 정부에 대한 신뢰는 줄어들고 부채는 늘어나고 있다. 거의 유일한 희망인 중국경제와 신흥국 경제가 이번에도 구원투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일단 미국 신용등급 강등 후 처음으로 개장하는 아시아 금융시장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지난해에도 그리스와 남유럽의 국가 재정위기나 미국경기 재 둔화 우려, 국제 환율전쟁 움직임 등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현재의 상황은 다르다. 미국의 더블딥 우려,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그리고 그로 인한 세계 증시의 대폭락도 모자라서 미국 신용 등급의 강등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뒷받침 하듯 마치 2008년 10월과 유사하게 선진 G7 국가들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그리고 유럽 중앙은행(ECB)등이 분주하게 움직일 조짐도 보이고 있다.

▶ 2007년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2009년 1분기까지 자유낙하를 계속하다가 2009년2분기~2010년 2분기까지 회복 국면을 보이기도 했지만, 제대로 된 경기상승을 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다시 하락국면으로 가고 있다. 결국 위기는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사적 금융회사의 부실이 국가로 이전되면서 국가 재정의 부실이 문제가 확대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금융회사들에게 구제 금융을 하고 경영이 악화된 기업과 쏟아져 나온 실업자들을 살리기 위해 경기부양정책을 집중하면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크게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경제 여건이 취약한 나라들부터 국가재정위기가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위기의 중심에는 재정위기가 있다.

▶ 현재는 원인을 다 알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못하거나 정책 수단들이 시효를 다했다. 금융위기에 대처했던 정책 수단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와 지불준비금 인하, 양적완화, 그리고 정부의 경기부양(재정지출) 가운데 대부분은 이미 쓸 수 있는 한도까지 썼거나 더 사용하기가 어려워졌다. 오바마 정부가 이후 기업의 신규고용 촉진을 위한 세제 개혁,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 주택시장 활성화 정책을 편다고 하지만 어떤 정책수단을 사용할지는 미지수다.

▶ 미국과 각국 정부의 미흡한 대책이 ‘정부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가운데, 국민들에게만 일방적으로 고통을 감수할 것을 요구하는 현재의 정치 역학구조가 근본적인 대책을 지연시키면서 위기의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공화당과의 역학관계에서 ‘증세’는 고사하고 감세 쪽이 오히려 보강되는 가운데 긴축 재정안을 합의한 상황이다.

▶ 지난 1,2차 양적완화 시행 결과를 보건데 전체적으로 2조 3천억 달러 이상을 국채매입을 통해 시장에 공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기대했던 실물경기 회복은 미미했다는 평가다. 풀린 돈이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파급된 것이 아니라 다시 중앙은행으로 되돌아오거나 아시아 신흥국으로 유입되어 자산시장 거품만 부추겼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양적완화를 기대하지만 양적완화로 거둘 수 있는 효과에 대해 점점 회의적인 시각이 확대되고 있다.

▶ 미국 재무성 채권(국채)과 ‘무위험(risk free)’은 거의 같은 말일 정도로 세계 금융시스템은 미국 신용등급 AAA라는 최고 등급이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아래 움직여왔다.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은 다른 모든 금융자산 평가의 기준이 되는 동시에, 마치 부동산처럼 수많은 여타 금융상품거래의 담보물이기도 하다.

또한 국채의 등급은 곧 미국 국채거래의 통화이자 기축 통화인 달러의 가치를 의미하기도 한다. 사실 주요 국가들은 외환보유고를 달러 자산으로 비축해 두고 있는데 , 그 자산이 바로 달러 표시 채권, 그 가운데 미국 재무성 채권인 것이다. 때문에 미국 국채 신용 등급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그렇지 않아도 약세에 빠진 달러 가치가 다시 한 번 근저에서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 만약 미국이 3차 양적 완화를 시행한다면 이는 곧 바로 환율전쟁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3차 양적 완화로 경기침체를 막음과 동시에 달러 가치 하락을 유도하여 수출을 늘리려는 강한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국내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수출을 통해 경기회복을 도모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국내적으로 앞으로 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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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1.06.27 11:50
2011 / 06 / 24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QE2: 자산버블 트리클다운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2. 양적완화와 FRB의 자산-부채 증가

3.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

4. 양적완화와 실물경제

5. 양적완화와 금융시장

1.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중앙은행이 총수요를 자극하기 위해서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수단은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처럼 명목금리가 0% 수준으로 내려가면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다. 왜냐하면 장롱 속에 현금을 보관하는 편이 낫지, 금리를 주면서까지 돈을 빌려주려는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통상 이 시점에서 명목금리는 제로하한(zero bound)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물론 유사 이래 한국경제는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적이 없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이러한 상황에 부딪혔고, 1999년 초반 일본경제도 제로하한에 도달하였다.
이 때 중앙은행이 붕괴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안정 또는 상승하도록 중앙은행이 제로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약속이다. 이번 달(6/22) 미국의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FOMC 성명서에도,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를 확장된 기간 동안 유지”하겠다는 문구가 이어졌다. 이는 경기회복이 가시화 될 때 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금융시장에 시그널을 보임으로써, 기대인플레이션이 하락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지닌다. 만약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제로금리 정책으로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했다고 가정해 보자. 통상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차감한 것으로 정의되므로,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 실질금리는 하락하는 효과를 지닌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리먼 사태 이후 기대인플레이션은 -1% 이하로 떨어지기도 하였다. 금융시장에서 디플레이션까지도 예상한 것이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그리고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은 2% 수준까지 회복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경제 하강에 대한 우려로 다시 떨어지고 있다. 양적완화가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면 성과라 평가할 수도 있다.

“오늘 1온스의 금이 300달러 정도에 팔린다. 이제 현대의 연금술사가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새로운 금을 무한대로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함으로써 자신의 오랜 난제를 해결했다고 가정해보자. 또한 그의 발견은 대중에게 공표되고 과학적으로 입증되었으며, 몇 일내로 금을 대량 생산할 의도를 지니고 있다고 발표한다. 금 가격에 어떤 일이 발생할 것인가? 짐작컨대 저렴한 금을 무한대로 공급하면 금의 시장가격은 폭락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금 시장이 상당한 정도로 효율적이면, 연금술사가 금을 생산해서 1온스의 황금을 시장에 내놓기도 전에 발명했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즉시 폭락할 것이다.”

이 말은 2001년 일본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로 양적완화가 실시되고 미국 내 학계에서도 디플레이션 논의가 있을 때, FRB 의장인 버냉키가 디플레이션 해법의 기본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다. 즉 상품화폐인 금처럼, “유통 중인 미 달러의 양을 늘림으로써 미국 정부는 재화와 서비스로 표시한 달러의 가치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변함이 없다고 할 때, 그것의 가치를 표현하는 화폐의 공급을 늘려 화폐가치를 줄여서 디플레이션을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디플레이션 방지의 핵심은 통화 단위인 ‘달러’ 가치의 하락이며, 실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도 이러한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은 측정하기도 통제하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에 통화정책 도구로 논란이 많은 변수다. 또한 이미 제로하한에 도달한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에 계속 유지하겠다는 시그널만으로 시장의 기대를 상승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기대인플레이션은 경제성장률 등 실물경제를 반영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음으로, 중앙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정책도구는 유동성의 공급이다. 즉 ‘가격’ 변수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때, ‘양’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이는 크게 2008년 9월 리먼 사태를 기준으로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유동성 부족의 문제로 간주한 FRB는, 2007년 12월부터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에 유동성 공급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리먼 사태 이후 금융시장이 총체적으로 붕괴되자 정책수단의 변화를 가져왔다. 따라서 부동산 파생상품의 증권화 과정과 관련된 ABCP, CP, ABS 등 단기신용시장에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통상 개별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에 대한 중앙은행의 자금공급, 이에 따른 중앙은행 대차대조표 상의 자산구성의 변화를 초래하는 프로그램을 신용완화(credit easing)라 부른다. 즉 신용완화 정책이란 민간 금융회사에 예외적인 방식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민간의 금융자산을 중앙은행이 인수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에 비해,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이란 중앙은행의 장기국채 인수, 이에 따른 대차대조표의 규모 확대를 초래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따라서 2008년 12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725조 달러의 MBS와 국채를 매입한 프로그램을 1차 양적완화라 부른다. FRB는 양적완화를 통해 MBS와 장기국채를 대량 매입하여 침체된 주택시장을 부양하고 장기금리를 내려서 실물경제 회복을 노렸다. 그러나 FRB의 양적완화 효과가 끝나고 더블딥 우려가 시장에 팽배할 때 또 다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재개한다고 선언하였다. 이에 따라 지난 해 11월부터 6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추가로 매입하고 있다. 그리고 2차 양적완화 정책은 이번 달 말 종료된다. 그리고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될 때와 마찬가지로 또 다시 미국경제 하강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팽배되어 있다.

2. 양적완화와 FRB 자산-부채 증가

위의 그림은 FRB의 신용 및 양적 완화 프로그램에 따른 대차대조표의 자산 상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금융위기 이전 FRB의 총자산 규모는 대략 9000억 달러에 달했다. 2007년 여름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자산규모에는 큰 변함이 없었다. 다만 자산의 구성 상 단기국채(treasury bills)가 감소하고 신용완화에 따른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에 대한 단기대출이 증가하였다.

아주 간단한 예를 통해 FRB의 신용완화에 따른 민간은행의 대차대조표 변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두 종류의 은행을 상정하고 법정지급준비금은 예금의 10%라고 상정하자. 두 은행 모두 동일한 자본금과 예금으로 영업활동을 한다. 다만 B은행이 위치한 지역의 경기가 활성화되어 A은행보다 대출 기회가 더 많은 환경을 가정하고 있다. 단기 은행 간 신용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위의 예처럼 B은행은 A은행에서 차입하여 대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당연히 지급준비금을 최소화하려는 은행의 행위에 따라 초과지급준비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 신용경색이 발생하게 되면, A은행은 B은행에 차입금 상환을 요구할 것이다. B은행이 다른 은행에서 차입하거나 더 많은 예금을 유치할 수 없다면, A은행에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서는 대출을 줄여야 한다. 따라서 가계를 비롯한 차입자는 대출을 상환해야 하고 이는 예금 인출을 초래한다. 결국 대출을 상환함에 따라 경제 전체의 통화량과 경제활동은 줄어들게 된다. 이른바 연속적인 대출회수와 부채축소의 악순환, 디레버리징이 발생하는 것이다.

통상 중앙은행이 신용경색에 대응하는 방법은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낮추면 차입비용이 줄어들고 따라서 전에는 수익을 맞출 수 없었던 대출 활동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B은행의 대출감소를 상쇄할 만큼 A은행에서 대출을 늘리면 경제활동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다. 신용완화란 기준금리를 낮출 수 없는 환경에서, 디레버리징을 최소화하기 위해 A은행이 했던 자금중개 기능을 중앙은행이 직접 대신하는 것이다. 즉 중앙은행이 직접 A은행에 자금을 입금시키면 된다. 특별 유동성 확대 프로그램이란 이런 원리에 따라 작동하였다.

중앙은행에 예치된 B은행의 지급준비금 계좌에 중앙은행이 40을 입금시키면, B은행은 이 자금으로 A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다. 즉 B은행 입장에서 중앙은행 대출은 은행 간 시장을 대체한 것이고, 결국에는 A은행의 지급준비금 확대로 귀결된다. 증가한 지급준비금을 회수하기 위해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해 단기국채를 매각하였다. 그 기간 단기국채는 2770억 달러에서 184억 달러로 감소하였다.[위 그림의 연두색] 그러나 2008년 9월 신용완화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FRB가 보유하고 있던 단기국채가 소진되자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단기국채 매각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FRB는 재무부와 공조하여 재무부가 단기채권을 발행하고, 채권 매각대금을 중앙은행 계좌에 입금하는 프로그램(SFP)을 도입하여 지급준비금을 흡수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SFP 프로그램의 규모보다 2008년 11월 이후 도입된 1~2차 양적완화 규모가 훨씬 컸다. 양적완화가 시행될수록 지급준비금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금융위기 이전 평균 400억 달러에 달하는 지급준비금 규모는 현재 1.65조 달러로 증가했다. 그리고 이의 대부분은 법정지급준비금을 초과한 초과지급준비금이다.

3. 양적완화와 인플레이션

경제학 교과서에는 다음과 같은 아주 유명한 방정식이 존재한다.

M = mH

(M: 통화량, m: 통화승수, H: 본원통화)


즉 경제 전체의 통화량은 본원통화(지급준비금+유통 중인 화폐)에 통화승수만큼 곱해져서 결정된다고 설명한다. 이른바 ‘신용창조’라고도 해석되는데, 지급준비율이 10%이고 민간이 모든 현금을 은행에 예금하면 통화승수는 10이 된다. 즉 중앙은행이 지급준비금을 10%만큼 증가시키면 ‘신용창조’ 과정을 통해 통화량은 100%만큼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은행에 1달러의 자본금을 투입하면 실제로 가계와 기업에 8~10달러의 대출을 초래할 수 있는 통화승수 효과는 궁극적으로 더 빠른 경제성장의 속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2009년 4월, “구제금융에 사용된 돈이 어디로 갔는가?” 라며 대중의 분노가 폭발할 즈음,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조지타운 대학에서 실시한 연설 내용 중 일부다. 금융회사에 대한 구제금융은 신용창조 이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다음과 같은 유명한 식도 경제학 교과서에 잘 기술되어 있다.

경제 전체의 통화량과 유통속도의 곱은 명목소득과 같다는 항등식인데, 이를 통해 통화량 증가는 물가상승률을 초래한다고 설명한다. 중앙은행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의 두 가지 유명한 경제적 이론에 기초하고 있다. 즉 양적완화가 초인플레이션을 초래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고리가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 중앙은행이 국채매입을 통해 지급준비금이 증가해야 한다. 둘째, 지급준비금 증가는 통화량 증가를 초래해야 한다. 셋째, 통화량 증가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해야 한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중앙은행의 신용 및 양적완화 정책은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그러나 지급준비금 증가가 반드시 통화량 증가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통화량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초과지급준비금이 가계와 기업 대출 증가에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FRB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에 0.25%의 금리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경제적 불확실성과 부채축소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를 감안한 기대수익률이 0.25%를 초과하지 않는다면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게 된다. 무엇보다 가계의 기존 대출금 상환 규모가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규모보다 크면 오히려 통화량은 줄어들 수도 있다.

지난 1사분기 기준, 미국의 가계부채는 11.5조 달러로 2008년 3분기보다 1.03조 달러(8.2%) 감소하였다. 즉 지급준비금이 1.6조 달러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동안 가계의 부채축소 또한 진행되어 통화량(M1 또는 M2)의 증가규모는 지급준비금에 미치지 못하였다. 즉 유통속도가 하락하여 M1으로 측정한 통화승수는 금융위기 이전 1.6~1.7에서 0.84까지 떨어졌다. 따라서 통화량이 증가하더라도 유통속도가 하락하면 반드시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즉 증가한 통화량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정도는 경제활동의 수준에 의존한다.

4. 양적완화와 미국의 실물경제

천문학적인 양적완화 정책은 미국경제에 무엇을 남겼을까? 각종 실물 및 금융시장 지표를 통해 양적완화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실업률은 여전히 9.1%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직전 5% 수준이던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2009년 중반부터 경기가 회복되었다고는 하지만, 2년 동안 불과 1%p 하락하는 데 그쳤다. 고용률은 상황이 더욱 안 좋다. 금융위기 이전 63%에 달하던 고용률은 현재 58.4%로 5%p 낮은 상태다. 특히 2차 양적완화 조치 이후 실업률과 고용률 지표는 거의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최근 이 두 지표는 동시에 악화되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2차 양적완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10년 10월, 1.2%에서 5월에는 3.4%로 상승하였다. FRB가 중시하는 근원물가 또한 0.6%에서 1.5%로 상승하였다. 그러나 이는 미국의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과 석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초래한 것이다. 즉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FRB가 공식적으로 의도한 소비와 투자 증가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양적완화의 부정적 효과가 초래한 간접적인 결과이다.


다음으로 생산 측면을 살펴보면, 제조업 구매력 지수는 지난 5월 53.5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시장의 신규주택 착공 건수 또한 56만 건으로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6000억 달러의 국채를 매입하는 2차 양적완화 시행 이후, 실물경제는 거의 회복되지 못하였다. 오히려 최근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시점을 앞두고 다시 하강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되던 작년 상반기와 모든 지표의 추세가 거의 동일하다. 즉 양적완화는 실물경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양적완화는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사실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easy money)이나 버냉키의 양적완화 정책은 이름만 달리할 뿐 그것이 의도한 목적은 동일하다. 이른바 자산버블 트리클다운(Asset Bubbles Trickle down) 효과를 노린 것이다.

5. 양적완화와 미국의 금융시장

FRB는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금리 하락을 유도하여 실물경제를 부양하겠다는 의도를 공식적으로 표명하였다. 그러나 1~2차 양적완화 기간 동안 실제 장기금리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다. 오히려 1차 양적완화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장기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이 뚜렷이 나타난다.

통상 중앙은행이 장기국채를 매입하면 국채의 시장가격은 상승하고, 이에 따라 수익률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오히려 양적완화가 시행되기 전에 수익률이 하락하고 실제 시행될 때 수익률이 상승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양적완화가 시작되기 전, 시장에 이미 양적완화에 대한 ‘투기적 기대’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국채를 보유하고 있던 금융회사는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만으로 막대한 시가차익을 얻게 된다. 그리고 실제 양적완화가 시행되기 전후에 국채를 내다팔고 증권이나 원자재 등 투기적 시장으로 자금을 이전하였다. 최근 장기금리는 2월 3.77%까지 오른 후 최근 다시 3%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이는 또 다시 양적완화가 시행될 것이라는 투기적 수요,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수요, 그리고 실물경제 침체 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 FRB가 의도한 것은 공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자산가격 부양이다. FRB가 안전한 국채를 높은 가격에 시장에서 매입하여 증권과 회사채, 그리고 원자재 시장으로 자금을 이동시켜 자산가격을 부양하려는 의도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위기 이전 장단기 금리는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비록 양적완화가 시행되었음에도 장단기금리 차이는 여전히 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투기등급 회사채 수익률은 급격히 하락하였다. 예를 들어, 무디스 Baa 채권의 수익률은 금융위기 직후 9%를 상회했으나 최근 5% 수준까지 떨어졌다.


주식시장 또한 양적완화의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시장이다. S&P 500을 기준으로 금융위기 직후 저점보다 거의 90% 정도 상승하였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전반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유럽의 부채문제도 있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종결에 대한 월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한편 미국의 양적완화는 기축통화인 달러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원자재 시장의 버블을 초래하였다. 달러는 2009년 3월의 저점에 비해 17% 정도 가치가 하락하였다. 시장의 달러가치 하락에 대한 기대는 고금리와 환차익을 노린 캐리 트레이드의 증가를 초래하였다. 따라서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상승하였고, 이는 작년 양적완화를 전후로 이른바 ‘환율전쟁(Currency War)’을 촉발하기도 하였다. 즉 FRB의 대규모 국채매입은 금융시장에서 미 국채와 달러를 매각하고 신흥국 통화를 포함한 고수익 위험 자산으로 자산의 재분배를 초래하였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자국의 수출시장 확대를 목적으로 환율전쟁을 일으킨 배후이기도 하다.

그리고 달러가치 하락은 원유를 비롯한 상품시장의 버블도 추동하였다. 금융위기 직후 40달러 이하로 떨어진 원유가격은 최근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하였다. 위의 그림에서 보듯이, 원유가격 상승은 달러가치 하락과 거의 추세를 같이 한다.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은 ‘달러’로 거래된다. 따라서 동일한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달러가치 하락은 상품의 가격상승을 초래한다. 또한 주식과 회사채 시장과 마찬가지로, 상품시장 또한 달러가치 하락에 따른 가격상승 기대로 투기적 수요가 증가한 것도 적지 않은 요인이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양적완화는 실업률을 비롯한 실물경제 침체를 극복하는데 거의 기여를 하지 못하였다. 이에 비해 주식과 회사채, 그리고 상품시장에서 투기적 자산가격 버블을 초래하였다. 한 마디로 양적완화 정책은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지 않은 집단에게 가장 많은 수혜를 안겨다 주었다. 반면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적은 수혜와 가장 많은 손실을 보게 만들었다.

사실 그린스펀을 계승한 버냉키는 월가를 비롯한 금융회사와 부유층의 버블 수혜가 실물경제를 부양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자산가격 상승은 재산효과(wealth effect)와 부채차입 증가가 민간소비를 통해 실물경제를 회복하고, 추가적 자산수요가 금융시장의 활황을 기대한 것이다. 이른바 자산버블 트리클다운 효과를 기대하였다. 그러나 실업률과 주택시장 침체에서 보듯 양적완화는 실물경제 회복에 거의 기여하지 못하였다. 높은 실업률과 가계부채의 부담이 투기적 금융자산 버블이 중하위 계층으로 ‘대출’과 ‘투기’가 확산되는 것을 자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경제정책은 소득 및 자산 양극화, 높은 가계부채 비율, 취약한 미국 제조업 경쟁력 등 미국경제의 근본문제를 방치하고 있다. 통화정책으로는 실물경제의 근본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통화정책이 새로운 ‘버블’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부채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부채를 늘려 부채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은 월가의 금융회사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부채와 리스크를 다른 집단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 이에 비해 소득양극화와 고용창출, 그리고 제조업 경쟁력이 회복되어야 미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1990년대 이후 일본경제가 그랬던 것처럼 장기 제로금리와 실물경제 침체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다.


2차 양적완화는 각종 경제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명백히 실패한 정책이다. 따라서 3차 양적완화는 당분간 거론되기 어려울 것이다. FRB는 기존 자산의 원리금 상환금액을 재투자하여 현 수준대로 자산 규모를 유지할 것이다. 다만 실물경제가 현재보다 더욱 악화되면 또 다시 3차 양적완화가 월가에서 대두될 것이다. 1차 양적완화가 끝나기 전후에 실물경제가 침체되자 월가에서는 또 다른 양적완화를 잔뜩 기대하였다. FRB가 움직이지 않으면 월가에서 먼저 양적완화의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작년 양적완화가 발표되기 전에도 골드만삭스는 최대 1조 달러의 2차 양적완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시장의 기대치를 잔뜩 끌어올렸다. 월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자산가격 부양이라는 FRB의 암묵적 의도는 물거품난다. 따라서 FRB는 월가의 의도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다만 2차 양적완화가 실패로 판명이 났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팽배된 상태에서 3차 양적완화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FRB는 월가의 기대와 정치적 부담 사이에서 적절히 3차 양적완화를 조율할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