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그동안 학계 등에서 계속 제기돼 왔던 재벌집단에 대한 정의와 규제를 담은 별도의 법률, 즉 기업집단법 혹은 독일식 콘체른법을 새로 제정하자는 것이다. 독립법률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는 재벌집단을 독립된 법인격 실체로 인정해 주고 내부의 특수성을 어느 정도 양해해 주는 대신 실질적인 소유와 경영통제구조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규정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새사연이 펴낸 <리셋 코리아>에서 기업집단법을 만들자는 제안의 도입부분이다. 지금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맞춰 각종 개혁법안들도 준비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소유·지배구조 개혁과 관련해 폐지된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부활·순환출자 금지·지주회사 지분요건 강화·금산 분리 등이 거의 단골메뉴로 거론되고 있다. 각 제도의 실효성과 효과성에 대한 논쟁도 뜨겁다.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렇게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 재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규제의 틀이 모두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런 규제도 없어진 시장에서 재벌이 공룡이 돼 이익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노동자·상인·중소기업·소비자 등 나머지 경제주체들이 살아갈 수 없는 상태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른바 산업생태계의 파괴다. 다시 재벌이라는 공룡에게 규제의 틀을 씌우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이미 한국의 재벌집단은 15년 전 외환위기를 일으킨 재벌집단에서 한참 진화해 왔다. 글로벌 경제환경도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그러다 보니 출자총액제한 제도·순환출자 금지·지주회사 요건 강화 등 과거식의 사전적 자본규제만으로는 실효적이지 않은 측면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과거식 규제제도를 다시 부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이후 미래까지를 감안해서 새로운 규제의 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 중심에 기업집단법이 있다.

기업집단법은 “개별기업 범위를 넘는 기업집단이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실체라는 점을 상법적 각도에서 인정하고 그 존재와 구성요건을 법률적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재벌법을 만들자”는 것이다. 회사법인 상법의 범주에서 경제활동을 영위하는 특수한 실체로서 기업집단을 규정하는 ‘상법의 특별법’으로서 기업집단법을 새로 만들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기업집단법 안에는 기존 공정거래법 안에서 추상적으로 존재하는 기업집단, 즉 재벌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있어야 한다. 다만 기업집단법에서는 규모에 관계없이 기업집단의 일반적 정의를 한 후 공정거래법에서 자산규모 5조원 이상과 같은 독점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집단을 지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기업집단을 구성하는 기업들, 즉 계열사 관계 성립과 해지 요건, 계열사 편입의 법적 허용 범위 등이 규정돼 있어야 한다. 현재 출자 지분율 요건 등에 대해 대통령에 정하도록 유보된 것을 법률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이때 명목적인 출자지분에 의한 계열사 편입과 함께 실질적 지배개념을 적용해 위장 계열사 등의 논란을 가급적 축소시킬 수 있어야 한다.

순환출자 구조 등을 아예 합법적인 기업집단 구성요건에서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나아가 기업집단 전체의 지휘통제 구조를 규정해야 한다. 지휘통제의 동일인이 재벌총수인지 지배기업인지 등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지휘통제 조직의 존재와 법적 지위를 규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업집단법에 대해 여당과 야당이 검토만 하고 제대로 공론화 과정을 거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잠재적 대권 후보인 안철수 교수가 기업집단법을 재벌개혁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주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안 교수는 최근 발간한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재벌그룹은 사실 현행 법규상 초법적인 존재”라며 “현행법에는 재벌체제에 대한 규정이 없고 주주 중심의 개별회사만이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기업집단법을 만들어 제대로 규제하자는 논의가 있고, 저도 지금처럼 어정쩡하게 놔두지 말고 기업집단법을 만드는 게 옳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상당히 의미 있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이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고, 정당들도 더 이상 기업집단법을 서류뭉치 속에 던져 놓지 말고 국민들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 기회에 기업집단법 논의가 미래의 재벌체제를 개혁하는 중요한 대안으로 공론화되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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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4정태인/새사연 원장

 

<안철수의 생각>은 훌륭하다. 평생 정책만 다룬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그렇다. 물론 적잖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자기의 생각을 섞어서 여러 사람의 의견 짜깁기한 것과 <안철수의 생각>은 다르다. 일관된 생각의 다발이 굵은 흐름을 이루고 있다.

예컨대 재벌개혁에 대한 그의 생각이 그렇다. 그는 놀랍게도 학계에서도 채 소화되지 않은 ‘이해당사자 이론’에 입각해서 재벌 문제를 진단하고 법조계에서도 아직 내용을 채우지 못했지만 방향이 뚜렷한 ‘기업집단법’을 대안으로 내세웠으며 그 생각의 틀은 ‘산업생태계’이다.

더구나 그는 종업원지주제나 이윤공유, 경영참가라는 미시적 실천 방안을 이미 실행해서 성공해본 사람이다. 그는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보편적 증세가 필요한 이유 또한 정확히 지적한다. 당장 표에 도움이 되는 복지정책을 나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책<안철수의 생각>을 읽기 전까지 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의 높은 지지율도, 확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우리 국민의 장점이자 단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팬덤 현상으로 간주했다. 하여 간간히 보도되는 그의 ‘공자 말씀’도 곧 사라지려니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내 선입견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그는 내공을 지니고 있다. 폭발적 매력이란 면에선 뒤처질지 몰라도, 정책에 관한 한 2001년 내가 처음 만난 노무현을 훨씬 능가한다. <안철수의 생각>은 바이러스처럼 국민 안에 퍼질 것이고 현재까지의 대통령 후보 그 어느 누구도 마땅한 백신을 내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안철수 스스로가 가장 뛰어난 백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흔히 언론은 안철수 교수를 중도로 분류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중간쯤이라는 뜻일테고 <안철수의 생각>이 나온 뒤에는 민주통합당 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굳이 자리를 따지자면 이 책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중간쯤, 아니 진보파의 일부 그룹보다 더 왼쪽에 있다. 새로운 사회를 연구원 6년의 연구와 내 뼈저린 실패의 경험이 결합되어 금년 초에 나온 <리셋 코리아>와 ‘싱크로율’ 거의 100%라는 게 그 증거다.

안 교수의 또 하나의 장점은 그의 생각이 진보적이라 하더라도 ‘색깔공세’에 시달릴 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물론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야 세가 불리하면 어떻게든 붉은 색을 덧칠하겠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삶 어느 편린에도, 책 속의 어떤 낱말 하나에도 그럴 구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억지춘향은 역풍을 맞을 뿐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야 하고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데 필수적인 지지세력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어야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 안 교수의 취약점이다. 갑자기 정당을 만들고 현재의 팬덤을 조직적인 정책지지 집단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실로 난감한 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답을 알고 싶은 분들에겐 오연호와 김헌태가 쓴 <안철수>를 권한다. 한마디로 이번 대선을 통해 ‘시민정부’를 만들자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기존 정당도 환골탈태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내각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보기에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후보, 그리고 안철수가 정책의 위치를 놓고 겨루는 것은 말다툼 이상의 의미가 없다. 같은 정책 목록 안에서 누가 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 놓는가, 어떻게 반대편 국민을 끌어들일 것인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강준만 교수가 <안철수의 힘>에서 역설한대로 이제 증오의 정치는 끝내야 한다. 반대 쪽 후보에 표를 던진 국민이라 하더라도 흔쾌하게 승복할 수 있는 정책을 내 놓고 소통과 타협으로 실천해야 한다. 물론 안철수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더더구나 아니다. <안철수의 생각>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는 협동은 세계와 한국의 장기 위기 속에서 우리가 살아날 길인 동시에 대선 승리의 유일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 글은PD저널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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