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산업은 한국의 효자산업이었다. 97년 외환위기 직후에 한국의 수출을 주도한 것도 IT산업이었고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IT버블 붕괴 이후에도 오히려 한국의 IT산업은 세계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며 한국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매년 기업들의 분기실적이 발표될 때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얼마를 벌었는지, 엘지전자가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얼마를 점유하고 있는지 등이 화제가 되곤 해왔다. 그런데 2009년부터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되고 전세계의 산업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한국의 IT산업이 위태롭다느니 지나치게 하드웨어에 집중된 산업구조가 문제라느니 하는 불안감 섞인 이야기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순식간에 변하는게 여론이고 분석이라지만 잘 나가던 한국 IT산업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아니면 새삼스러울 것 없는 한국 IT산업의 고질적인 문제가 스마트폰 혁명으로 재조명된 걸까?

스마트폰 혁명이 재조명한 한국 IT산업의 문제점

스마트폰 혁명은 앱스토어(Appstore)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또한 애플과 대만의 전문 제조업체 팍스콘의 수평분업형 모델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인해 주목받게 된 소프트웨어 산업과 새로운 IT제조업 모델은 거꾸로 기존 한국 IT산업의 문제점들을 재조명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지적되어왔던 한국의 IT산업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IT제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 산업에 비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문제다. 일부에서는 IT제조업에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 양극화라는 것이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서 현재 IT제조업에 있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지만 사실 크게 변한 상황은 없다.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확대되고 있는 것이 경향이다.

원래 IT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지니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로 초기에는 사용자의 증가 추세가 느리지만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면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산업의 경우 일정정도 성장하고 나면 산업 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게 되는데 이를 적절히 규제하는 것이 정부정책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부정책이 97년 외환위기 이후 수출에만 지나치게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대기업에만 자원이 집중되었고 IT 중소기업들은 정부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대기업들의 하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더구나 IT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투입이 절대적으로 낮아 오로지 노동에만 의존하는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다시 드러난 IT 제조업의 문제점을 짚어보면 전체 IT 제조업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일부 수출 중심의 최종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수출효자 노릇을 하는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부품에 대한 자립도가 낮은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부품소재산업이 일본, 대만 등에 비해 취약한 지점도 곧 잘 지적되는 문제다. IT제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는 결국은 경제 주체들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게 되고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결과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IT제조업 고용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IT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대한 낮은 협상력과 불공정한 거래 관행으로 충분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투자를 하지 못하고 오로지 노동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IT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제아무리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을 많이 팔아도 중소기업 제조업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나날이 높아져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최근 스마트폰 혁명으로 부품소재산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의 발전 없이는 전통적인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 되면서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모델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의 IT산업 구조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실 이미 세계의 IT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오고 있었다. 세계 IT시장은 전체 규모 3.4조 달러(‘08)에서 정보통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46.6%, 소프트웨어 산업이 30.7%에 이르고 있고 하드웨어 산업은 22.7%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전체 IT산업 생산액 중 하드웨어 산업이 73%를 차지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은 8%에 불과하다. 한국의 언론들이 매년 삼성이나 엘지의 반도체, 휴대폰 판매량을 대서특필하는 동안에도 세계 IT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주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한국의 무선인터넷 정책 등을 두고 이동통신사들이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갇혀있었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사실 재벌대기업들의 화려한 판매실적과 이를 마치 국가적 자부심으로 여기게 조장한 언론들의 호들갑 뒤에서 한국 IT산업 전체가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갇혀있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이러다보니 스마트폰 혁명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게 되자 급기야 한국 정부와 대기업들도 하드웨어 산업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으로 구조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대기업과 하드웨어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의 IT산업이 지금까지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과실을 대기업만이 독점하다시피 해왔고 더구나 이런 과실이 IT제조업과 콘덴츠 개발 등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소기업들에게까지 돌아가지 않으면서 IT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와 괴리되는 현상이 심화되어 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성장의 과실을 얻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오로지 노동을 쥐어짜는 방식으로 밖에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자 이로 인해 정작 중소기업 노동자들이나 개발자들은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되었고 IT산업이 신종 3D산업이라는 취급을 받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한국에서 반복되는 애플과 팍스콘 노동자들

이러한 한국 IT산업의 고질적 문제점들이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전파한다는 스마트폰 혁명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국민들의 삶이 그렇게 단순하게 개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세계적인 산업의 변화가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의 경영전략 등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크다. 아마 한국의 대기업들도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시하게 되고 부품소재산업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곧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개발자들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는 없다. 사실 스마트폰 혁명을 세계적 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는 애플만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자사의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대만의 혼하이그룹 자회사인 팍스콘이라는 전문 제조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팍스콘의 노동자들은 유례 없이 열악한 노동시간과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최근 몇 달새 무려 열두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애플 아이폰의 세계적인 성공이 중국의 팍스콘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와 비례하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과 팍스콘 노동자들의 관계는 한국의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 하청 노동자들의 관계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이 스마트폰 열풍에 동참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고 부품소재산업 등을 혁신시킨다고 해도 이는 중소기업,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대한 노동강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애플이나 구글과 같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서가는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제품단가 하락을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를 목표로 중소기업에 단가압력을 넣을 수도 있다. 이미 휴대폰 시장에서 재벌대기업들이 세계 휴대폰 시장을 더 많이 차지할수록 국내 부품생산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이익률이 하락한 2005년, 2006년의 기존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더구나 ‘앱스토어’등의 성공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 콘덴츠 산업 등의 경우도 대기업들이 나서서 이를 단독으로 수직계열화할 경우 자본도 투자여력도 부족한 중소기업들이나 개발자들이 이에 맞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이나 콘텐츠 개발도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의 대량 축적이나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거대한 변화라해도 초창기에는 늘 빛나는 성공을 거둔 개인들이 주목받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재벌대기업들의 위용만 주목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 IT중소벤쳐기업들의 몰락과 대기업들의 독점화 현상도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진정한 상생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따라서 현재 한국 IT산업의 바람직한 혁신과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정부정책과 함께 기업들의 경영방식도 변해야 한다. 정부정책은 그동안 수출효자산업으로 인식해온 IT대기업들의 하드웨어 산업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부품소재산업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이 더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기업들에게 그냥 맡겨둬서는 안 된다. IT중소기업들이나 콘덴츠 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노력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정책은 정부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현재 정부가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우만해도 87.8%가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하는 등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그간 수출주도정책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 대기업들도 이제 변화된 환경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덴츠 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과 공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급히 깨달아야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스마트폰 혁명, 모바일 웹2.0 혁명이 그대로 대기업, 중소기업의 관계 변화, 개발자 등을 포함해 중소제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애플도 삼성도, 구글도 결국은 새롭게 열리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생산의 고리에서 최종점을 차지하기 위해 플랫폼 전쟁이니 혁신이니 하는 말을 가져다 혈투를 벌이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노동의 문제, 고용의 문제, 국민생활의 변화와 개선 등을 고려하기보다는 이윤추구에 몰두하는 것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이 단순히 새롭게 열린 시장에서 수직계열화를 통해 기존의 방식대로 중소기업과 개발자들의 노동과 노력을 빼앗아가는 방식을 고수한다면 이것은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변화에 대한 얕은 고민과 시야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바일 웹2.0 혁명의 근본가치인 ‘참여, 공유, 개방’은 기업의 변화에 앞서 국민들의 의식에 변화를 낳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의 소비자로서 머물지 않고 정치, 사회, 경제적인 문제에 실시간으로 참여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거대기업들의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이나, 공존을 외면하는 독점과 편법을 예리하게 지적하며 참여와 공존을 거부하는 낡은 질서를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웹2.0 혁명의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는 국민들의 의식에 이미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쩌면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보다 먼저 국민의식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을 더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스마트폰 혁명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수용하는 국민들의 대중적 요구가 주도하는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스마트 폰이 이렇게 성공한 이유가 무엇일까?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장점? 개인용 컴퓨터에서나 가능한 작업들이 그대로 핸드폰에서 구현된다는 점? 아니면 멋진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아마도 아이폰을 필두로 한 스마트폰이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요인을 꼽자면 혁신적이고 다양한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이하 어플)이 아닐까 한다. 스마트폰에서 활용되는 어플들은 스마트폰에 내장된 GPS와 카메라 그리고 무선인터넷 접속 기능 등을 조합해서 모바일 웹2.0 혁명의 참여, 공유, 개방 그리고 실시간이라는 특성들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던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사용에 지친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어플을 앱스토어(App Store)에서 구매해 설치한 뒤 이를 활용하고 다시 전파하는데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다. 정리하면 스마트폰의 성공은 '앱스토어'의 성공이며 다시 앱스토어의 성공은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Wi-Fi의 개방이 어플리케이션의 발전을 이끌어내

그 런데 어떻게 해서 이렇게 혁신적이고 다양한 어플들이 순식간에 개발되고 성공할 수 있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기존에는 대기업의 하청업체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던 개발자들이 앱스토어에서 자기가 개발한 프로그램의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앱스토어의 수익분배 정책이 개발자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다른 하나의 요인은 바로 'Wi-Fi(무선랜)'의 개방이다.

전문가들도 이미 인정하고 있듯이 Wi-Fi(무선랜)의 개방은 소비자가 요금에 대한 제약 없이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다는 장점과 그로 인해 무선인터넷 접속을 극대화하는 한편, 스마트폰이 가진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어플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개발자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앱스토어에는 스마트폰의 기능과 무선인터넷을 조합한 혁신적인 어플들이 쏟아져 나오게 되었고 이것이 스마트폰 혁명을 강력하게 추동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원래 Wi-Fi 기능은 기존의 이동통신사업자들에게는 무선인터넷 수익을 잡아먹거나 트래픽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천덕꾸러기였다. 그러나 오히려 이 Wi-Fi가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되자 개발자들은 이를 활용한 혁신적인 어플들을 내놓게 되고 사용자들 역시 무선 인터넷 요금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스마트폰을 활용을 위해 더 많은 어플을 구매하게 되고 그래서 시장은 더더욱 확대되고 그에 따라 기술도 계속 발전하는 연쇄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Wi-Fi라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요금 부담 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되자 오히려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확대가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바로 '공공재'로서의 정보통신 인프라의 기능이다.

Wi-Fi의 공공재적 성격을 둘러싼 논쟁

대중들의 참여와 공유, 개방에 대한 요구와 기업들의 이익 추구에 대한 요구가 부딪히는 경우는 자주 있어 왔다. 특히 공공재를 둘러싼 국민과 기업 사이의 논쟁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수도, 전기, 통신, 철도 등 공공재로 인식되는 영역을 둘러싸고 이윤추구를 하려는 기업들과 기본권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국민은 늘 밀고 당기기를 거듭해왔다. 최근에는 Wi-Fi(무선랜) 개방과 관련해서 새로운 공공재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미 국민은 Wi-Fi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오히려 Wi-Fi 개방과 확대가 기술의 발전과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혁신적이어야 할 기업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돈을 둘여 투자한 인프라를 대중들이 무료로 사용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전국 곳곳에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깔아놓은 Wi-Fi는 220만 개(KT 50만 개, 통합LGT 170만 개)가 넘는 상황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무선인터넷 사용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강해지면서 Wi-Fi 공공재론을 둘러싼 논쟁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2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각 정당의 후보자들이 Wi-Fi를 지역에 대량으로 설치해서 무선인터넷 강국을 만들겠다고 공약화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를 두고 기업들은 정부가 기업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외국의 경우 정부 주도하에 Wi-Fi망을 건설하는 작업들이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수조 원의 돈을 투자해서 건설한 인터넷망을 무료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불합리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현재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어떤 과정으로 건설되었고 어떻게 대한민국이 세계제일의 인터넷 강국이 되었는지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정부와 국민 그리고 기업이 함께 만든 세계 제일의 정보통신 인프라

현재 세계 제일이라고 평가받는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기업들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은 인터넷망 설치 초기에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비투자를 꺼렸고 이를 설득하고 지원해 수요를 창출한 것은 정부와 국민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은 90년대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원래 유무선통신서비스는 전형적인 네트워크 서비스로 전기나 철도와 비슷한 성격을 띤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가능한 넓은 영역에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며, 대부분 정부가 주도해서 민간사업자들을 나중에 결합시키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한 국의 경우 1994년 '초고속정보통신 기반구축계획'을 정부가 먼저 세우고 행정전산화, 국가기간전산망(정부, 공공기관), 초고속공중망(기업, 가정) 보급, 그리고 초고속정보통신망 기반구축 등의 순서로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해왔다. 이 과정에서 먼저 구축된 초고속국가망의 경우 소유를 정부가 아니라 민간사업자가 하도록 특혜를 주는 한편 민간사업자가 설비투자를 할 수 있도록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리고 초고속 국가망의 성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주도하여 학교, 병원, 관공서 등에 먼저 인터넷망을 구축하도록 지원했으며 이후 기업과 가정에서 이용할 수 있는 초고속 공중망의 경우 막대한 자금지원을 하기도 했다.


사실 민간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이후에 인터넷망 구축에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민간사업자들에게 막대한 설비투자자금을 저리융자로 대출해주고 전 국민에게 PC 보급사업을 펼치고 교사, 학생, 주부, 군인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사업을 펼쳐 수요를 적극 창출하였다.

그리고 국민들 역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과 이용으로 한국을 세계 제일의 인터넷 강국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는 엄청난 수로 늘어났고 이것이 지금 인터넷 강국의 기반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지금의 유무선인터넷망은 기업들 혼자의 노력으로 구축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장 참여를 꺼리던 기업들에게 막대한 지원과 혜택을 주면서 지원한 정부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한 국민의 노력이 함께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Wi-Fi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무선인터넷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성장하고 있었음에도 한국의 이동통신사들은 이를 확대·발전시키려는 고민보다는 기존 가입자들인 국민에게 높은 데이터요금을 부과하고 Wi-Fi를 막는 등의 정책으로 무선인터넷 기술의 발전을 지체시키기까지 했다.


오히려 기업들이 이제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고 자조하던 이동통신시장에서 무선인터넷을 필두로 이 시장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바꿔낸 것은 다수 국민의 신기술에 대한 욕구와 활용 그리고 참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지금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모두 기업들만의 투자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인양 주장하고 신기술의 발전과 국민의 참여를 거부하는 것은 한참 시대에 뒤떨어진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는 '무선인터넷판 정보격차'를 걱정해야 할 때

최근 프랑스와 핀란드에서는 국민의 인터넷 이용이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의 이용이 국민의 기본권에 해당한다는 논의가 진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이미 정보가 생활의 필수요소가 되는 정보화 사회로 이행했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는 물이나 전기와 같은 공공재가 된 것이다. 따라서 수도관이나 철도, 전력망과 같이 정보가 이동하는 경로인 유무선 인터넷의 통로인 정보통신 인프라 역시 공공재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 것은 자연스러운 시대발전의 한 모습이다.

정보통신 인프라가 공공재적 성격을 띠게 되면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보접근권이 국민기본권이 되는 시대라면 정부는 무선 인터넷의 활성화를 앞두고 새로운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미 민간기업들이 자사의 Wi-Fi를 개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HOT-SPOT Wi-Fi 장소는 대도시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이제는 '무선 인터넷판 정보 격차'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무선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인프라의 확대를 오직 민간기업들의 설비시설투자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식의 안이한 정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앞서 한국이 도서산간지역, 중소도시, 농어촌 등까지 초고속 인터넷망이 구축 가능했던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와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선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이미 공공재적 성격을 띠기 시작한 정보통신 인프라 투자를 민간기업들의 시설투자에만 맡겨놓겠다는 것은 너무나 안일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KT가 민영화되던 시기 정부가 정보통신 인프라의 공공재적 성격을 인식하고 민영화된 KT에 농어촌이나 도서산간지역에 시설투자를 하도록 하는 의무를 지게 한 경우가 있다. 이미 정부도 정보통신 인프라의 공공재적 성격을 인정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에 와서는 정보통신 인프라의 공공재적 성격을 외면하고 민간기업들의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에서는 그간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시장만능주의가 득세하면서 공공재라면 비효율적이고 부패하며, 오로지 시장만이 투명하고 효율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Wi-Fi 공공재 논쟁을 보더라도 오히려 공공재와 국민 대중의 참여가 결합하면 훨씬 긍정적이고 효율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모바일 웹2.0 혁명은 참여, 공유, 개방의 정신에 실시간이라는 특성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 Wi-Fi 개방정책과 공공재로서의 정보통신 인프라의 성격을 두고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역시 낡은 체제에 안존하려는 기업을 비롯한 정부와 모바일 웹2.0 혁명을 이끌고 있는 국민들이 '공공성'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두고 진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조성주 haruka23@paran.com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현재 가정에서 쓰는 인터넷이야 민간주도로 운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공공장소의 와이파이존은 공공재다" 란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패러다임일 겁니다. 사실 공공장소에서의 인터넷은 개인이 사용료를 부담해서 쓴다는 것이 사실상 부적합하거나 올바르지 않습니다.(예를 들어 가정에서 수돗물을 이용하는 것과 공공시설의 수도를 이용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말씀대로 요새같이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일반화된 시대에서는 정부가 확보한 예산으로 공공 와이파이존(WiFi Zone)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형식을 띠어야 합니다. 과거 정부가 전국에 수도관을 매설하고 방방곡곡 수돗물을 공급하였듯이 와이파이존에다가 대대적인 공공투자을 단행해서 국민들이 전국 어디서나 무선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중에 유선랜 Zone(존)에 대한 중복투자도 최소한 도로 줄일 수 있어서 꿩먹고 알먹고가 되는 셈이죠. 그래야 진정한 AnyWhere AnyTime 인터넷이 보급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IT산업 전체에 창출되는 엄청난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죠.

    핀란드의 경우는 아주 좋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꼭 진보신당 같은 소수당이 제시하지 않더라도 의식있는 정부라면 무선 IT인프라 확대를 위한 와이파이존에 대한 공공재로서의 투자를 절대 지나칠 수 없을 겁니다. 차기 대선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현정부에서도 이런 논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좋은 이슈를 제기해 주셨습니다.

    2010.07.19 20:47 [ ADDR : EDIT/ DEL : REPLY ]
  2. 한번 가설만 하는 것으로 Wi-Fi Zone 이 확충되었다고 볼 수 없겠지요.
    이를 유지보수 하는 예산과 인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정상이겟지만,
    기업의 사회 봉사, 이윤 일부에 대한 사회환원에도 관심을 갖는다면..
    지금과 같은 볼멘 소리는 쑥 들어갈 겁니다.
    기업이 제품(상품)과 서비스를 팔아야 할 대상이 구매를 더이상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이번 iPhone 도입과정을 통하여 여실히 입증되었고 앞으로는 더욱 심화될 겁니다.

    2010.07.20 08: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HK남편

    다음 연재 내용이 기대 됩니다. ^^

    2010.07.26 01:17 [ ADDR : EDIT/ DEL : REPLY ]
  4. 석이

    저 역시 Wi-Fi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써, 앞으로 LG텔레콤의 행보가 정말 기대됩니다.
    170만개의 무선AP...이 핵폭탄급의 스팟을 앞으로 어떻게 이용해갈 것인지..(분명한건 사용자들에게 이득을 돌려주는 방향이 포함되어야겠죠) 흥미진진한 이야기입니다.
    미국처럼 FON 운동이 벌어진다면?? 기대가 참 됩니다.

    2010.08.13 16:10 [ ADDR : EDIT/ DEL : REPLY ]

애플이 아이폰4를 내놓고 이에 삼성이 갤럭시S로 맞불을 놓으면서 거대 기업들의 스마트폰 전쟁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어느새 스마트폰이 낳은 소셜미디어의 확장 가능성이나 웹2.0 진화 등의 정치경제적 가능성과 그에 대한 논의들이 대기업들의 마케팅과 언론의 호들갑에 완전히 묻혀버린 듯하여 일말의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새롭게 열린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홍보마케팅을 논외로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한국 사회에 가한 충격은 가히 '혁명'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충분할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 속도와 영향력은 그 어느 기기보다 빠르고 또 광범위하다. 이미 스마트폰의 확산 속도가 휴대폰이나 인터넷보다 더 빠르다고하니 이제 몇 년 후면 우리는 컴퓨터보다 많은 스마트폰을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림1] 100명당 사용자가 5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년)
 
또한 스마트폰 혁명은 산업, 생활 방식, 정치 영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미 IT산업과 제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 산업과 부품소재 산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또한 소위 스마트 소비자의 출현으로 유통, 소매업 등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새로운 마케팅이 뜨고 있으며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도 스마트폰 혁명으로 한층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정치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어느새 유명 정치인들이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트위터로 대중과 소통하는 풍경은 별로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나타난 사회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이러한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도 있게 마련이다.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가 국민들의 생활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올바른 변화의 방향을 위해 우리 사회가 넘어서야 할 장애물들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 웹2.0시대에 되돌아보는 웹2.0

이미 전 세계를 강타한 애플의 '아이폰'이 2009년 말 한국에 출시되면서 우리 주변에서도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되었다. 스마트폰 혁명은 정보의 공유와 대중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세로운 인터넷 공간을 상징하던 '웹2.0'의 확장판으로 '모바일 웹2.0'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동성을 의미하는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웹2.0'은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인 IT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은 2000년대 중반에 웹2.0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으며 당시 출현한 새로운 IT트렌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각종 언론매체들은 '참여, 공유, 개방'을 웹2.0시대의 새로운 가치로 제기했고 기업연구소들조차 웹2.0 경영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느니 '구글(google)'과 같은 기업을 따라 배워야 한다느니 하는 보고서를 내곤 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경영 방식 변화나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와 별개로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웹2.0이 크게 주목받은 이유는 당시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변화가 새롭게 등장한 '웹2.0'의 가치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웹2.0의 가치가 논의되던 시기에 이미 노무현 정부는 자신의 기조를 '참여정부'로 정하고 평범한 국민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했으며 개방적인 정부 운영을 추진하고 있었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를 만들어낸 핵심 세력이 바로 시민들의 참여와 개방을 모토로 한 '노사모'로 대표되는 누리꾼들이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2000년대 웹2.0시대를 되돌아보면 당시는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지나 참여하고 공유하며 누구나 평등하게 소통하는 새로운 시민들이 등장하여 기존의 구질서와 일대격전을 벌이던 시기였다. 2002년 여중생 촛불시위가 그러했고 2004년 각종 패러디 문화와 정치 참여 열풍을 일으킨 탄핵반대 열풍이 그러했다.

2008년 정부의 잘못된 개방 정책에 저항하며 거리를 수놓았던 거대한 촛불의 행진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은 늘 참여하고자 했고 투명하게 개방된 정보와 체제를 원했고 더 나아가 권력을 공유하고자 했지만, 당시까지도 한국사회의 구질서는 여전히 독점과 폐쇄성,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웹2.0시대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정보화로 인해 새롭게 깨어난 국민들과 구시대의 질서가 격렬하게 부딪히는 또 하나의 투쟁의 역사였다. 바야흐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정보를 공유하게 된 국민들이 주도한 '웹2.0 혁명'과 여전히 구시대 질서에 안주하던 한국사회가 충돌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는 상당한 시사를 던져주는데 정보통신기술의 변화가 단순히 IT산업의 변화만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기의 사회 변화와 긴밀하게 조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적 변화가 다른 쪽에서 발전하고 있던 IT산업의 웹2.0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와 우연히 조우한 것인지 아니면 웹2.0이라는 IT트렌드가 한국사회의 변화를 촉발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미 정보통신기술의 변화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개별 주체들의 삶의 방식과 경제 행위, 정치적 구도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거꾸로 사회의 변화 역시 IT트렌드의 변화를 가속화하거나 부상시키는 등 상호조응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진행중인 스마트폰 혁명, 모바일 웹2.0 혁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모바일 웹2.0 혁명, 다시 한 번 한국사회와 부딪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모바일 웹2.0'이 새로운 IT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지난 시기 웹2.0 혁명이 2001년 세계적인 IT버블의 붕괴 이후 위기를 혁신으로 극복한 구글과 같은 기업들의 성공에서 비롯된 것처럼 최근의 모바일 웹2.0 혁명은 2008년부터 시작되어 최근 재정위기로까지 번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위기는 늘 새로운 혁신을 추동하는지도 모른다.

모바일 웹2.0은 기존 웹2.0에 모바일, 즉 '이동성'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더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에 이동성이라는 특징이 더해진 것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새롭게 추가된 특성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즉시성, 실시간 등의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새로운 특성이 기존 웹2.0의 가치에 더해져 모바일 웹2.0 혁명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하자.

웹2.0 혁명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거기서 무수히 많은 소통과 논쟁, 실험들을 가능케 했다면 모바일 웹2.0 혁명은 여기에 아예 시간을 얹어 놓았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의 새로운 공간은 현실공간과 동시에 흘러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를 찾거나 컴퓨터를 부팅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열고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소통하며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터넷공간에 중계되자마자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고 그에 따른 반응이 일어난다.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은 그대로 동시에 인터넷에서도 일어난 사건이 되는 셈이다. 말 그대로 진정한 의미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의 경계가 없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제 온라인에서 참여하고 소통하던 대중들이 그대로 현실에서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국민들은 온라인 공간이든 오프라인 공간이든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토론하고 반응하며 현실 세계를 바꿔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다수 대중이다

새로운 스마트폰 혁명은 다수의 대중과 낡은 체제와의 충돌을 낳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혁명을 촉발하면서 국민들은 한국 이동통신사들의 독점 체제와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무선 인터넷 정책들을 가혹하리만치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동통신사들은 너도나도 분노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엄청난 홍보마케팅을 하는 한편, 기존의 통신요금정책들을 수정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폐쇄적 정책으로 그동안 모바일 유저들이 활용하지 못했던 Wi-Fi(무선인터넷)가 정작 스마트폰의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이에 열광하자 정부와 기업들은 Wi-Fi를 개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기도 하다.
 
[그림2] 국내통신업계의 무선랜 정책

Wi-Fi 정책이 도마에 오른 것은 정보통신 인프라가 공공재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핀란드와 프랑스 등에서는 인터넷 접속의 권리도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주장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 인프라가 공공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 영역이 급격히 축소되고 민간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의미심장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의 개방이란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고등학생이 제작한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해당 지자체가 공공기관의 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사용을 제한하고 정보를 폐쇄하자 수많은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당황한 지자체가 한발 물러서면서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그동안 하드웨어에만 집착해 온 국내 제조업과 IT산업의 취약성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고(한국은 OECD 21개국 중 소프트웨어 투자비율이 21위로 꼴찌다) 이로 인해 제조업의 체질 변화,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정치권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종 소셜미디어가 선거에 활용되면서 인터넷 선거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가 불법이라고 규정하면서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토론하는 국민들이 만들어지자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소셜미디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일까?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스타급 CEO들의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화려하게 등장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다수의 대중이다. 기업들은 대중의 요구를 파악하고 맞춰가고 있을 뿐이다. 혁신적이라는 기업들 역시 다른 기업들보다 조금 빨리 대중의 요구를 파악했을 뿐이다. 이미 웹2.0시대를 지나온 대중은 모든 것이 개방되어 평등하게 공유되는 가운데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대중의 요구가 앱스토어의 수많은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들을 만들어냈고 모바일 웹2.0 혁명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획일적인 제품과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사용자 환경이 아닌 누구라도 무선인터넷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모바일 웹2.0시대의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삶의 변화

이렇듯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기술과 변화는 소수에게 독점되어 있던 권력을 다수에게 돌려주는 역할과 더불어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기능을 해왔다. 실제로 지금 스마트폰 혁명으로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돌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기존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 연재에서 우리는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다양한 변화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변화의 방향을 짚어볼 예정이다.

이미 국민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1. 무선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국민의 기본권으로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도 정보통신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기업의 기반시설 투자만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정부 정책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이로 인해 가뜩이나 수도권과 지방의 인프라 격차가 큰 한국에서 정보 격차는 오히려 더 커지지 않을까?

2. 인적자원과 소프트웨어를 무시한 채 하드웨어를 값싸게 제조해 많이 파는 것만으로 한국의 제조업과 IT산업이 생존할 수 있을까?

3.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기업인양 보이던 애플이 정작 자사의 아이튠스 서비스를 독점하기 위해 국내의 다른 음원서비스들을 앱스토어에서 차단하는 정책은 올바른가? 이를 두고 한 국가의 정보통신 정책의 방향도 없이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정부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4.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인터넷 선거운동을 비롯한 정치 활동을 규제하고 있는 지금의 제도는 모바일 웹2.0시대에 적합한가? 모바일 웹2.0시대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인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바일 웹2.0 혁명, 스마트폰 혁명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국민들 개개인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혁명은 국민들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산업 구조를 바꿀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정치 활동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사람들은 결국 기업도, 국가도 아닌 우리 국민인 것이다. 이 변화가 어디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민들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살펴보는 것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성주 haruka23@paran.com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2010.07.12 16: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잇글링] jellyfish님이 이 글을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문화 코드에 주목하자]의 아랫글로 연결하셨습니다. (보러가기 : http://www.itgling.com/spot/21226 )

    2010.07.13 03:53 [ ADDR : EDIT/ DEL : REPLY ]
  3. 백치미

    - 잘 읽었고........솔직히 말하면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다행스러운 것은 그 격차가 많이 줄어 들었다는 것
    - 얼마 전에 본 건데..........미국의 it 기업 문화가 애플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반면 삼성과 같은 봉건적 문화가 제조업에서는 강한데 서비스에서는 약한 결과로 귀결된다는 것.......이는 미국 문화(개방, 창의성...)의 강점을 보여주는 것 같고
    - 96~00년 it 버블을 주로 나쁜 방향에서 평가하곤 했는데............최근 결과는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등........
    - 하여튼 흥미있는 주제임, 진보진영의 논쟁이 이런 차원에서 논의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2010.07.13 18:34 [ ADDR : EDIT/ DEL : REPLY ]
  4. 누X꾼이란 말은 잘못된 용어입니다. 기사 내용 중에 이 단어가 나와 댓글을 달아봅니다. 아래의 글을 한번 읽어보십시요. 더 궁금한 내용은 제 사이트에 방문을...
    좋은 하루 되세요...
    -----------------------------------------------------

    -----'네티즌' 말살어 정책 '누X꾼'

    요사이 인터넷 뉴스 업계에서는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났다. TV 뉴스에도 이 얘기가 여러번 나왔다. 다름아닌 '누리꾼'... 장사꾼도 아니고 싸움꾼도 아닌 '누X꾼'. 다분히 저속하고 정략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느낌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이란 컴맹단체가 선정한 신조어라니 알만한 탄생배경(?)을 가진 단어이기도 하다.

    말은 어떤 객체의 기호와 추상성을 대변하고 있어서 한번 형성된 이미지가 특정한 형태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자연적으로 변화되게끔 되어 있는데 이번 국어연구원의 '누X꾼' 제정은 의도적으로 네티즌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매장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것 같아 씁쓸합니다.

    더욱이나 문제는 인터넷 뉴스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이 이 단어를 요사이 부쩍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네티즌들 중에는 저열하고 난폭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전체의 네티즌들을 "꾼"으로 매도하는 것은 정말로 비열한 짓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우리나라 기자연합회가 이 "네티즌"이란 용어를 "누X꾼"으로 쓰자며 천일공노할 시대역행적 "합의"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제가 직접 추궁한 기자에게 확인한 사실입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정치개혁을 이뤄온 IT의 정론가들을 비하하고 매도하는 행위입니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아온 그들의 공로를 잘 알면서도 자기 아들에게도 붙이지 못할 '누X꾼'이란 용어를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우리나라 언론계와 국어학계가 심각하게 타락했다는 사실을 의심치 않게 합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IT열풍(이런 반네티즌 세력의 저항으로 지금은 잠잠해졌지만)의 신조류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취하해 주길 당부드립니다. 그것이 정략적 의도든 언어학적 의도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국민은 "누X꾼"이 아닙니다.

    국민을 '누X꾼'이라 부르는 언론들은 그 기사를 쓴 '기자' 끝에 '꾼'을 붙여 '기자꾼'이라고 명명해야 합니다. 아님 '알림꾼'이라 명명하든지...네티즌들 중엔 대통령도 있고 법조인도 있고 글솜씨가 뛰어난 논객도 많고 그외 일반적인 국민들도 대다수 있습니다. 이를 한꺼번에 싸잡아 '꾼'으로 매도하는 것은 군중들 스스로의 가치를 폄하하는 행위입니다. 그럼 대통령도 '나라꾼', 판사도 '가름꾼'이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이런 류의 기사는 절대로 인터넷 매체에 올라와선 안됩니다.

    전 '누X꾼'이란 용어가 탄생할 때부터 잘못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 누누히 주장했지만 언어는 필요이상으로 의미를 격하시키거나 의도적으로 그 의미를 훼손시켜선 안됩니다. '네티즌'이란 용어의 의미가 자연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리 각인되게끔 해야 하는데 이건 의도적으로 그 어감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의심받는 것입니다.

    '네티즌'이 비록 외래어이긴 하지만 민주적이고 대도시의 커뮤니티같은 냄새가 나는, 나름대로의 함의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말 바꾸기도 좋지만 전부다 다 우리말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용어를 억지로 변용하려 한다면 스스로의 열등감이 빚어낸 자기비하밖에 되질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누X꾼'이란 말의 탄생배경은 들었지만 언어사대주의라서가 아니라 '네티즌'이 좀더 세계적이고 우리나라 인터넷인프라에서 적합한 용어로서 이미 자리잡은것 아닙니까?

    그래서 전 국민을 '누X꾼'이라 부르는 언론들이 정말 싫습니다. 국민을 '누X꾼'이라 부르는 자가 있다면 저같이 실명을 떳떳하게 밝히고 그렇게 스스로를 불러 주십시요.

    <추가>
    국민을 누X꾼이라고 불러야 한다면 그럼 국어연구원도 '한글쟁이들'이 모인 '글누리판'이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자기 아들에게도 못붙일 이름인 '꾼'이란 용어를 민주적 시대인 국민들에게 감히 붙일 수 있는지 어이가 없을 따름입니다. 이런 책략적 시도가 횡행되는 미디어 정책에 전 동참하지 않으렵니다. 이것이 '네티즌권력'을 따돌리려는 어떤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미래에 크나큰 댓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하는 바입니다. 여기에 대해 국어연구원에 직접 전화를 했더니 할말이 없는지 나중에는 결국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더군요. 한마디로 어이가 없습니다.
    ㅡ_ㅡ

    <댓글>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netizen은 net(인터넷)과 citizen(시민)의 합성어 입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칼럼과 블로그라는 외래어가 우리말로 순화돼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티즌"이란 용어만 유독 "누X꾼"이란 말도 안되는 용어의 공격으로 그 의미가 격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차라리 netizen이란 어원과 비슷하게 "울시민"이란 말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미를 풀이하자면 "인터넷"을 의미하는 "울타리"와 "시민"이 합쳐져서 "우리시민"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죠. 제가 생각하기엔 이것도 괜찮을것 같은데...

    "울시민"이 이상하면 그냥 안쓰면 됩니다. "칼럼"이나 "블로그" 등과 같이 멀쩡한 "네티즌"이란 외래어가 있는데 굳이 우리말로 그 의미를 격하시켜 사용할 필요가 있나요? 그러니까 자꾸 정략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의심받는 것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말을 억지로 대체시키려 하기 때문에 제가 싫어하는거죠. 다시한번 말하지만 칼럼이나 블로그, UCC란 말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유독 네티즌만 우리말로 바꿔 어감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화난다는 겁니다. 이 문제는 저만 해당이 되는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모든 네티즌들의 명예와도 관련된 사항입니다. 그리고 명예가 뭐 중요한건 아니지만 더욱 화나게 하는건 그들의 정략적 의도가 괘씸하다는 겁니다. "네티즌"이란 이름의 개인미디어를 "꾼"으로 평가절하시키는 거죠. 그래서 예민한 문제인 겁니다.

    이것은 기존 언론(방송/신문/인터넷미디어)과 정부미디어(KTV/국정브리핑/청와대브리핑 같은), 그리고 네티즌들로 대변되는 개인미디어 이렇게 3대축의 역학관계로 풀이해야 합니다. 즉 기존 언론과 정부미디어가 네티즌들이 생산하는 개인미디어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합작품이란 얘기죠.

    이것은 전략적으로 급조되어 언론에 퍼진 단어란 차원을 넘어 정체성/이념의 문제입니다. 인터넷 시대의 국민을 "꾼"이라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국민들더러 네티즌 놔두고 "누X꾼"이라고 부른다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일부가 말하는 좋은 의미의 단어 말고도 싸움꾼,정치꾼,구경꾼,노름꾼,도박꾼,사기꾼,장사꾼,난봉꾼 같은 부정적인 단어도 많습니다. ㅡ_ㅡ 이게 어감의 미묘한 차이를 이끌어 냄으로써 언어의 기호성을 왜곡하는 '개념' 의 폄훼입니다.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어를 순화(예:공약의 순화인 메니페스토, 강간의 순화인 성폭행, 시청료의 순화인 수신료 등) 하는 행위의 반대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예에서 들었듯이 이렇게 기성언론은 목적에 따라 외래어로도 순화를 하면서도 이렇게 누X꾼 같이 한글로 써야 한다며 역순화(나쁜 어감의 말로 순화)도 서슴지 않는 믿지 못할 집단입니다.


    최근의 추세는 기자들이 그럴듯한 기사 끝자락에다 누X꾼이란 용어를 쓰고 있더군요. 정말 교활한 추태가 끝이 없는것 같아요. 이제 좀 그만 하시죠 기자 양반들...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존의 기자들은 지는 해, 국민인 네티즌은 뜨는 해라는 생각이 문득 들던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우리 다같이 힘을 합쳐 봅시다.

    2010.07.18 21:0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