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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11.26 13:22
세계적 기업 씨티그룹 주가 대폭락

지난주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 2억 명이 넘는 고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던 거대 금융그룹 씨티(Citi)의 주가가 폭락했다. 2년 전만 해도 시가총액 2,440억 달러로 1위에 랭크되었던 주가는 지난주 금요일 3.77달러까지 떨어져 시가총액은 2년 만에 1/10에도 못 미치는 205억 달러로 추락했다. 지난 4/4분기부터 올 3분기 발표까지 무려 650억 달러의 부동산 관련 부실상각이 주가 폭락을 이끈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제는 투자은행과 미국 최대보험업체인 AIG에 이어 상업은행으로까지 신용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대부분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상업은행도 막대한 부동산 관련 손실을 안고 있지만 투자은행의 3~4배가 넘는 자산과 고객의 ‘예금’을 담보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파생상품인 채권담보부증권(CDO)은 투자은행들이 많이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2003년부터 부동산 시장이 폭등하기 시작하자 씨티그룹은 이 분야에 공격적으로 진출하여 2003년 63억 달러에서 2005년 200억 달러로 불과 2년 만에 세 배 이상을 발행하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거품이 정점에 달한 2006년에는 400억 달러를 발행했고 급기야 작년에는 493억 달러로 업계 1위에 올랐다.

                                       [그림1] 씨티그룹과 CDO 발행액


* 자료: 뉴욕타임스 (단위: 억달러)

불과 7년 만에 CDO 발행 규모가 12배 이상 급증했으며 시장점유율 또한 5.8퍼센트에서 11.1퍼센트로 급성장하였다. CDO를 발행하면 0.4~2.5퍼센트의 수수료를 받으므로 2007년의 경우, 많게는 10억 달러 이상의 수수료 수입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초자산인 부동산 가격이 폭락함에 따라 신용등급이 연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BBB 이하 CDO 가격은 현재 거의 90퍼센트 이상 폭락하여 막대한 평가손실을 입었다.

구조화투자회사가 모기업 씨티의 발목 잡아

특히 지난주 씨티그룹이 자사 ’구조화투자회사’(Structured Investment Vehicles, SIV)의 부실자산 174억 달러를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했다. 구조화투자회사란 낮은 금리로 단기 예금을 받아서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하여 이득을 얻는 은행의 전통적인 영업구조를 자본시장으로 확장시킨 구조다. 1988년 씨티은행이 처음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총 시장 규모는 4,00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씨티그룹은 7개의 구조화투자회사를 설립하여 전체 시장 규모의 25퍼센트인 1,000억 달러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조화투자회사는 부채 측면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담보로 단기 채권시장에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한다. 자산 측면에서는 주택저당증권(MBS), 자산담보증권(ABS) 등 수익률이 높은 장기 부동산 파생상품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었다.

따라서 구조화투자회사의 수익은 장단기 채권의 수익률 차이에서 비롯되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위험이 존재한다. 첫째, 단기로 차입하여 장기에 투자하므로 만기불일치 혹은 유동성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다음으로 투자한 장기채권의 가치가 자금조달에 사용한 단기채권의 가치보다 낮을 경우 지급불능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통상 장단기 채권의 수익률 차이가 0.25퍼센트쯤 되는데, 최근에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하여 CDO와 같은 부동산 파생상품이 자산의 70퍼센트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공격적으로 투자하여 위험을 더욱 증가시켰다. 신용위기가 발생한 이후 주요 자금조달 창구였던 ABCP 시장의 규모는 5,000억 달러 이상 축소되고 리보금리가 폭등하여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었으며, 투자한 장기채권의 가치가 폭락하여 유동성과 지급불능 위험을 동시에 맞게 된 것이다. 구조화투자회사는 ABCP를 발행할 때 높은 신용등급을 얻기 위해 모회사와 신용공여 보증(back-up) 계약을 체결하고 수수료를 지불하는데, 자회사의 부실이 보증 계약 또는 평판 리스크로 인해 모회사로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의 은밀한 배후 ‘그림자 금융 체제’의 붕괴

상업은행이 구조화투자회사를 개발하고 시장규모를 확대한 것은 이른바 ‘규제차익’을 노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였다. 상업은행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하여 자기자본비율, 지급준비율 등 여러 가지 자본건전성 규제의 제약을 받는다. 예를 들어 장부상에 주택담보대출을 안고 있으면 위험가중자산이 높아져 BIS 비율이 낮아지고 그에 상응하는 자기자본을 충당해야 하므로 자기자본 수익률(ROE)이 떨어지게 된다.

상업은행에 대한 규제는 투자은행, 사모펀드, 헤지펀드 등에 비해 엄격하며, 이러한 규제차익의 불만을 덜어주기 위해 규제당국은 80년대 중반 부외거래 단위(off-balance sheet)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사실상 모기업인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로서 유한책임회사 형태(혹은 트러스트)로 주로 역외에 설립된 페이퍼회사로 운영되는데, 규제와 세금 회피를 주요 목적으로 상업은행들은 급격히 확대하였다. 이러한 부외거래 단위들이 그림자 금융체제(Shadow Banking System)의 핵심 요소들이며 넓게 보면 투자은행, 사모펀드, 헤지펀드, 채권보증업체들도 그림자 금융체제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년 8월, 대규모 뱅크런 사태가 발생한 영국의 노던록 은행이 자회사인 구조화투자회사의 부실로 파산하여 국유화된 것을 비롯해 30여 개 이상의 구조화투자회사가 파산하였다. 지난 10월, 구조화투자회사 중에 마지막 생존자였던 영국의 시그마(Sigma Finance)마저 파산하여 구조화투자회사의 시대는 종말을 맞이하였다.

국민 세금으로 투기꾼 구제.. 남 일 아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계기로 20여 년 이상을 은행의 배후에서 은밀하게 활동하던 그림자 금융회사들의 부실이 수면 위로 부상하고 모기업의 발목까지 붙잡고 있는 형국이다. 그리고 이들이 은밀한 곳에서 찍어낸 수많은 파생상품들이 독성 폐기물이 되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오염시켰고, 이제는 그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 전 세계 민중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위험에 따라 투자자의 입맛대로 골라 먹는다는 파생상품들은 월가가 아니라, 라스베가스에서나 팔려야 할 만큼 위험하고 투기적인 상품들이다. 그래도 라스베가스의 도박꾼들은 손실과 위험은 자기가 직접 부담하니 건전한 투기꾼인 셈이다. 미국 정부는 씨티그룹에 대하여 200억 달러를 추가로 투입하고 3,000억 달러 가량의 부동산 관련 자산에 대하여 보증을 서 주기로 합의하였다. 그 중 290억 달러를 넘어선 손실은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으니 씨티그룹은 보통 불량하고 뻔뻔한 투기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국내 금융시장은 이러한 독성 폐기물에 얼마 만큼 중독되었고 얼마 만큼 부실을 떠안고 있는지 대략적인 규모조차 알 수 없다. 금융시장의 건전성과 안전성을 규제하고 감독할 정부는 조사할 의지조차 없기 때문이다. 부실이 적다면 국내 금융기관들이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고 금융상품에 대한 포괄주의(네거티브 방식)가 도입되어 상품 개발에 대한 규제가 철폐되면 굳이 강원랜드를 갈 필요도 없이 여의도가 카지노 자본주의의 모범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러한 상품을 개발할 능력이 여의도에는 아직 없지만, 본토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월가에서 대량으로 수출될 테니 말이다.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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