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4 / 01 새사연

승자독식의 시장원리를 넘어 '신뢰와 협동'의 가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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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승자 독식의 시장원리를 넘어서

2. 현재 위기 극복의 필수 가치 “신뢰와 협동”

3. 정의와 연대

4. 창조와 혁신

5.생태와 평화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1. 승자독식의 시장원리를 넘어서

시장경제는 인간이 이기적이라는 가정을 전제한다. 시장경제에서의 인간은 경제적 인간, 호모 에코노미쿠스(Homo-economicus)로 불린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자신의 물질적 이익 추구를 최우선 목표로 둔다. 뛰어난 정보력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물질적 이익을 최대화하는 선택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때문에 각자의 이기심을 따라 경쟁하면 사회 전체의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만약 인간이 호모 에코노미쿠스라면 시장경제가 사회를 운영하는 유일한 원리가 되는 것이 맞다. 시장경제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상정한 인간의 정의가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인간의 이기심을 전제로 해서 모든 사회원리를 조직하려 한 시장 지상주의는 수정되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인간 이기심을 근간으로 한 적자생존의 경쟁 대신 신뢰와 협동을 새로운 사회구성의 원리로 채택할 것을 제안한다. 이와 동시에 정의와 연대, 창조와 혁신, 생태와 평화를 사회구성원이 공유해야 할 공통 가치이자 우리 사회를 운영하는 원리로 받아들일 것을 제안한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 최후통첩게임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으로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두 사람이 있다. 편의를 위해 A와 B로 칭하자. 이제 A에게 10000원을 주고, B와 나눠가지도록 한다. A가 B에게 얼마를 주든 상관없다. 1000원이든, 5000원이든 주고 싶은 만큼 금액을 제시할 수 있다. B는 A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거절할 수 있다. B가 A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두 사람은 각각의 금액을 나눠가지고, B가 A의 제안을 거절할 경우 두 사람 모두 돈을 받지 못한다.

만약 시장경제에서 말하듯이 인간이 이기적이라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A는 최소한의 금액인 1원을 제시할 것이고, B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다. B의 입장에서는 제안을 거부하여 1원도 받지 못하는 경우보다 1원의 제안이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이를 알고 있는 A는 1원보다 많은 금액을 제시할 이유가 없다.

전 세계의 많은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들이 동일한 실험을 여러 차례 진행했다. 대체적인 결과를 종합해보면 A는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금액을 B에게 제시한다. 물론 B는 이 제안을 수용한다. 그리고 A가 2000원 이하의 금액을 제시할 경우 B는 이를 거절하고 한 푼도 받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시장경제의 예측에서는 한참 벗어난 결과이다.

이 실험에서 우리는 인간의 두 가지 속성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인간은 남을 배려한다.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남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물질적 이익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내 돈이 아닌 10000원이 생겼을 때, 옆의 사람에게 얼마를 주는 것이 좋을지 고려한다. 실험 결과를 보면 전체 금액의 40% 이상을 나눠주고 있다. 둘째, 인간은 불공평한 행위에 대해서 응징한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상대방이 너무 낮은 금액을 제시할 경우, 설령 손해를 보더라도 제안을 거절함으로써 상대방을 응징하는 것이다.

이처럼 남을 생각하고, 불공평한 행위를 응징하는 인간의 속성을 상호성이라고 한다. 상호성의 핵심은 남이 해주는 대로 나도 행동한다는 것이다. 남이 나한테 잘해주면 나도 잘해주고, 남이 나한테 잘못하면 나도 잘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을 상호적 인간, 호모 리시프로칸(Homo-reciprocan)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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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2정태인/새사연 원장

교육에서 평등이란 무엇을 의미할까? 독자들께서는 대부분 ‘고교 평준화’를 떠올렸을 것이고, 곧 이어서 ‘주입식, 암기식 획일교육’까지 연상하셨을 것이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이 ‘고교 다양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극단의 경쟁을 도입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연상에 근거한다.

과연 그럴까? 답은 단연코 “아니오”이다. 평등교육으로 유명한 핀란드 교육이 주입식, 암기식인가? 정반대다. 교육에서 평등이란 말 그대로 등(等)수가 없다(平)는 것을 의미한다. 재작년 핀란드에서 나는 에리키 아호를 만났다.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핀란드의 교육개혁 40년 역사 중 처음 20년 동안의 국가교육청장이었다.

은발의 이 노신사는 매우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등수라니요? 이 아이는 달리기를 잘 하고, 얘는 수학을 잘 하고, 이 친구는 음악에 발군인데 아이들의 순서를 어떻게 정한다는 얘기죠?”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머리는 환하게 밝아졌다. 평등이란 등수를 매길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하여 핀란드 선생님들의 역할은 아이가 어떤 분야를 좋아하는지 파악해서,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있다.

등수를 매기려면 아이들의 학력을 하나의 숫자(scalar)로 환산해야 한다. 그러려면 수학이나 영어에는 가중치 100이나 90을 주고, 체육이나 음악에는 10 또는 5를 부여해야 한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하는 짓이다. 전국이 단일한 시험을 보고 그 점수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니, 모두 똑같은 내용을 배워야 하고 ‘찍기’에 의해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전국 등수와 일제고사. 이것이 획일식, 암기식 교육의 근원이다. 아이들이 자살하고 심지어 어머니를 살해하는 끔찍한 사태의 원인도 이것이다.

평등은 다양성을 낳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더 잘 하면 된다. 바로 이 다양성이 효율성을 낳는다. 3년에 한 번 15살 정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PISA라는 국제학력평가를 치르는데 핀란드는 10년 동안 3연속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우리 아이들도 발군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대체로 핀란드 바로 뒤의 자리를 유지해 왔다. 학력에 관한 한 어깨를 나란히하는 두 나라 아이들이 정반대의 응답을 하는 질문은 “얼마나 좋아서 공부하는가?”이다. 상상하시는 대로 핀란드 1위, 우리는 일본과 함께 꼴찌다. 우리 아이들이 핀란드에 비해서 거의 두 배의 공부를 한다는 것도 여기에 추가해야 한다.

아이들뿐 아니다. 어른들도 두 배로 일한다. 그런데 1인당 GDP는 핀란드가 두 배다. 우리들이 핀란드 사람보다 4배나 못났을까? 그럴 리 없다. 만일 어떤 직업을 택한다 하더라도 월급도 별 차이가 없고 사회적으로 비슷하게 인정받는다면 당신은 어떤 직업을 택할 것인가? 자기가 잘 하고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일을 택할 것이다. 핀란드의 수도배관공과 교수는 비슷한 월급을 받는다. 더구나 이 나라의 보편복지는 어떤 직업을 택해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준다. 시장주의자들이 강조하는 ‘선택의 자유’를 어느 쪽이 더 확실히 보장하는 것일까?

북유럽 국가의 일반적 신뢰(generalized trust·‘다른 사람을 얼마나 믿는가?’)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의 연구들은 소득불평등도가 신뢰도를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하다는 데 거의 100% 합의했다. 신뢰는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해서 효율성을 높인다. 다음 번에 이야기할 주제이다.

이 글은 주간경향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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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9정태인/새사연 원장

요즘 강연에서 내가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 있다. “인간은 이기적일까요?” 대부분의 청중이 그렇다고 시인한다. 그건 정말로 우리 사회가 이기심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남들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도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언제나 손해를 보는 바보가 될 뿐이다. 앞으로 하나 하나 설명하겠지만 이런 태도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의 두 가지 행동 중 하나(공포, 상대가 이기적으로 행동할 경우 나도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이다.

실로 우리 사회는 극도의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에 따르면 우리의 일반적 신뢰, 즉 “당신은 얼마나 남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긍정은 세계의 중간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신뢰가 떨어지는 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른 나라이다. 더구나 15살짜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세계 최하위로 나타났으니 지금도 팍팍한 세상이 앞으로 더 나빠질 것이 확실해 보인다.

과연 인간은 이기적일까? 나는 “여러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호언한다. 내 무기는 이른바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독자 여러분도 스스로 해 보시면 안다.

청중들이 두 사람씩 짝을 짓게 하고 임의로 한 사람은 A, 다른 한 사람은 B를 맡도록 한다. A에게 하늘에서 1만원이 떨어졌다고 하자(실제 실험에서는 실험자가 1만원씩 나눠 준다. 물론 내 강연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횡재를 한 A는 B에게 얼마를 줄지 제안한다. B가 할 역할은 예스, 또는 노이다. 만일 예스라고 대답하면 A가 제시한대로 분배가 이뤄지고 게임은 끝난다. 예컨대 A가 3000원을 주겠다고 제시했는데 B가 예스하면 A:7000원, B:3000원이 되는 것이다. 한편 B가 어떤 이유로든 노라고 대답하면 둘 다 한푼도 챙기지 못하게 된다. 여러분이라면 A의 처지에선 얼마를 제시하고 B의 처지라면 어떻게 대답할까?(실제로 옆 사람과 해 보시기 바란다.)

경제학이 가정하는대로, 그리고 청중들이 대답한 것처럼 인간이 모두 호모에코노미쿠스(자신의 이익만 신경쓴다)라면, 즉 A도 B도 이기적이라면 답은 A:9999원 대 B:1원이다. 이기적인 B는 무일푼(노라고 대답했을 경우)보다는 1원이 낫기 때문에 예스를 택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아는 A는 1원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나 수천, 수만번 행해진 이 실험에서 이 정답을 맞춘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다. 거의 대부분이 4000원에서 5000원을 제시했고 2500원 미만인 경우에는 B가 노를 택한 경우도 꽤 많이 나온다.

즉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인간은 언제나 남을 생각하며(other regarding), 상대방이 현저하게 불공정하게 행동할 때는 손해를 보더라도 응징한다. 잠깐만 생각해 봐도 우리 대부분이 그렇게 행동한다. 학자들은 이런 인간의 본성을 상호성(reciprocity)라고 부르는데 앞으로의 연재는 이 속성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상호성에 맞춘 행동과 규범, 제도가 우리 사회를 훨씬 더 따뜻하게 만들 것이고, 신뢰와 협동이야말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첩경임을 보일 것이다. 적어도 인간은 이기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기에 희망이 있다.

이 글은 '주간 경향'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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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기심을 발휘하기에는 만원은 너무 쪼잔해 보이는 군요....
    금액을 한 10억 정도로 해야 제대로 된 실험 데이타가 나오지 않을까요?...
    그러면 아마 둘이서 흥정을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싸움이 날겁니다.....

    구독해서 보고 있지만 댓글은 처음 다는 듯 합니다... 글 잘보고 있습니다......^^

    2011.09.09 18:42 [ ADDR : EDIT/ DEL : REPLY ]
  2. pjh

    이기적이긴 하죠. 51%~ 어디까지인가 아닐까요? 생존을 위해 DNA에 박아 놓은것 같아요. 돌연변이 빼고..

    2011.10.20 14:23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