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4 / 06 새사연

시장경제, 공공경제, 그리고 사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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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정의로운 시장경제

2. 숙의 민주주의에 의한 공공경제

3. 지역 경제에 뿌리박은 사회경제

4. 새로운 사회와 동아시아 시대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2012년 5월 중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출판될 원고 가운데 일부를 새사연 회원들과 미리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1. 정의로운 시장경제

재벌개혁으로 시장의 정의를 세워야 한다

한국경제에서 재벌은 시장의 경쟁자가 아닌 지배자였다. 한국 시장경제의 문제는 재벌 문제이다. 우리역사에서 지배층은 일관되게 재벌-보수언론-경제 관료의 삼각동맹이었다. 오죽하면 대통령 입에서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나왔을까? 재벌은 행정부와 입법부 나아가서 사법부까지, 사실상 우리사회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모든 정책은 수출대기업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 집중되고 시민들은 재벌의 성쇠와 자신의 이익을 동일시하는 데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 15년의 세월이 증명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위로부터의 성장이 아랫목을 데워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재벌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앞으로 한국의 사회 전략과 정책을 짤 때 빼 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지난 10여년 경제개혁연대 등은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므로 임금과 이자, 지대 등을 뺀 나머지는 주주의 몫이라는 주주이론(shareholder theory)에 입각한 소액주주운동으로 재벌의 횡포를 견제했다. 기업총수 등 지배주주가 소액주주를 약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주대표소송제, 이중소송제, 사외이사제 등을 도입한 것은 분명 혁혁한 성과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상호출자제한 기업규모의 완화,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금산분리 완화,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를 통해 재벌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더 거대한 규모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하청기업과 비정규직을 수탈한 결과라면, 따라서 소액주주나 정규직노동자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방조한 결과라면 주주이론에 입각한 재벌규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 재벌을 보는 관점을 이해당사자이론(stakeholder theory)으로 확장해야 한다. 기업은 이해당사자 전체가 이익과 위험을 공유함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따라서 기업은 주주 뿐 아니라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이론이다. 기업의 이해관계자는 주주 외에도 노동자, 하청기업, 지역주민 그리고 소비자를 포함한다.

쉬운 이해를 위해 기업을 하나의 팀으로 간주해보자. 팀의 생산성이 높아지려면 내부 구성원 사이에 신뢰와 협동이 필요하다. 신뢰와 협동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이익과 위험을 공정하게 부담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공정성을 깨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응징이 가해진다는 약속도 필요하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팀의 구성원 중에서도 내부자와 외부자를 구분할 수 있다. [그림1]에서 보이듯이 재벌체제에는 중첩적인 내부자와 외부자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예컨대 기업총수가족, 가신과 지배주주는 제1차 내부자로서 나머지 이해당사자를 수탈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수탈당하는 모기업의 정규직 노동자, 1차 공급업체, 소액주주 등은 제2차 내부자로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하청기업을 수탈한다. 소비자와 지역주민은 간접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하청기업 수탈에 가담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지금 재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첫째, 수탈당하는 이해당사자들이 먼저 세력화하여 착취하는 이와의 대등한 교섭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재벌체제 내의 정의를 위해서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응징 수단을 구비해야 한다. 완벽한 재벌 개혁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싸울 수 있는 세력을 만드는 것이 효과적이다.

노동자들의 응징수단은 노조 조직과 파업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퇴사하여 탈출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비정규직 노조 조직율을 높이는 것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높여 재벌 문제를 해결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경영참가제도 역시 좋은 방안이다. 독일식의 감독이사회에 참여하는 방법, 일본식의 노동자 이사제도, 지역주민이나 소비자의 경우 위원회제도를 적절하게 응용할 수 있다. 노동자가 퇴사하는 것은 아직 우리사회에서 그다지 효과적인 응징 수단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를 보조하는 방법으로 실업수당을 강화할 수 있다.

하청기업의 응징수단은 공동 교섭단체 조직과 하청 전환이다. 그러나 하청기업은 수직계열로 층층이 네트워크를 이루고 파편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재벌이 핵심 산업의 상층부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수직계열에서 탈출하는 것은 곧 파산을 의미하므로 탈출도 거의 불가능하다. 하청기업 간의 수평적 네트워크화를 통해 다른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청기업의 응징수단을 강화하는 길이다. 하청기업 역시 이사회나 위원회 등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소비자는 소비자운동이나 제품평가를 통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가장 쉽게는 물건을 사지 않음으로써 불공정 행위를 응징할 수 있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에서 드러난 것처럼 소비자보호를 위한 금융상품 평가 및 정보공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주민은 기업이 일으키는 사회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둘째로는 공유 이익의 분배 규칙을 정하는 일이다. 물론 각 이해당사자의 세력화가 되어 있는 경우 때에 따라 분배 규칙을 정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에서는 이익과 위험을 공유하는 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의 경영학자 프리먼(Edward Freeman) 등이 집대성한 공유자본주의론은 영미형 국가에서도 이익고유 체제가 대단히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정 규칙에 따라 노동자가 자사 주식을 소유하는 노동자주식소유제도(ESOP)를 재벌기업 뿐만 아니라 하청계열사에도 적용할 수 있다. 스웨덴의 임노동자기금은 가장 급진적인 형태의 ESOP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역주민과 관련해서는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는 것처럼 주민과 기업이 모두 참여하여 지역발전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이 있다. 이 기금은 지역의 자연을 보호하고 사회서비스와 같은 친밀노동을 제공하는 서비스산업, 지역특화산업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자본의 형성은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셋째로는 국민경제 전체에 대해 재벌이 유발하는 외부성을 사전에 규제하는 것이다. 한국의 10대 재벌은 이미 대마불사의 경지에 올라서 위기에 처하면 구제금융을 제공하지 않을 수 없다. 재벌이 무너지면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벌 체제에는 사전규제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금산분리, 2002년 수준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순환출자제한 등은 미숙한 3세 총수의 판단 오류로 빚어질 수 있는 위기를 막아주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나아가서 정치와 사법부, 언론에 대한 회유는 형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해당사자의 세력화, 이윤공유 제도, 그리고 사전 규제제도라는 세 가지 범주의 정책을 조합하여 재벌을 규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독일 상법의 일부인 콘체른법은 공정거래법, 그리고 공동결정법과 더불어 기업집단을 규율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재벌의 실체를 인정하고 전체로서의 효율을 평가하되 각 이해당사자가 제 목소리를 내서 이윤과 위험을 공정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기업집단법을 제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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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1 / 2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에 실린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의 글 "쇼핑하다가 망할 운명(We are all going to hell in a shopping basket)"을 요약 소개한다. 라이시는 캘리포니아대학교의 공공정책 교수이며 빌 클린턴 대통령의 노동부장관을 지냈다. 국내에서는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라는 책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라이시는 자신의 책을 비롯하여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미 여러 차례 지금 위기의 원인은 소득 불균형에 있음을 주장해왔다. 고소득층으로의 소득 집중은 전체적인 소비성향의 감소를 가져와서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며, 정치적 불안정성을 높여서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아래 글에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라는 표면적 대립에서 한 발 나아가, 소비자와 투자자 그리고 노동자와 시민이라는 서로 다른 역할이 추구하는 가치의 대립이 위기의 근원이라고 제기하고 있다.

산업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노동자 또는 자본가로 구분되지 않고 복합적인 역할을 갖게 되었다. 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는 투자자이기도 하다. 나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저렴한 물건 뒤에 감춰진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파괴에 대해 분노하는 시민이기도 한 것이다.

라이시는 이런 네 가지 역할의 대립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보다 소비자와 투자자의 권리만을 좇은 결과가 현재의 위기라고 본다. 우리는 더 저렴한 물건과 더 많은 투자이익을 위해서 더 낮은 임금과 불평등, 환경 파괴, 공공의 도덕 파괴를 선택한 것이다. 금융위기의 원인을 탓할 때, 우리 자신부터 잘못된 소비와 투자를 행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네 가지 역할 사이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민주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본과 기술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는 방법 역시 개별 국가 내에서 머물러서는 안되며 전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쇼핑하다가 망할 운명
(We are all going to hell in a shopping basket)

2012년 1월 16일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현재 자본주의의 위기를 세계 금융과 거기서 일하는 임원들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임금 탓으로 돌리는 일은 너무 쉽다. 더 깊이있는 통찰에 의하면 지금의 위기는 소비자와 투자자가 노동자와 시민을 이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 가지 역할(소비자, 투자자, 노동자, 시민)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와 투자자로서 얻게 되는 효율적인 거래는 증가하는 대신 노동자와 시민으로서 가질 수 있던 능력은 줄어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위기이다.

현대 기술은 우리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걸쳐, 가장 낮은 가격에, 질 좋은 물건을 구매하여 최고의 이익을 얻게 해준다. 소비자와 투자는 이제까지 갖지 못했던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일자리와 임금, 그리고 불평등의 확산을 대가로 얻은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물건은 낮은 임금을 주는 회사에서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공동체의 핵심인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파괴한 대가이기도 하다. 발전된 기술은 가난한 국가에서 빈약한 환경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저렴한 물건을 손쉽게 구매하도록 해주었다.

공공의 도덕을 해친 대가이기도 하다. 우리가 저렴한 가격에 높은 이익을 볼 수 있는 까닭은 생산자들이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고용하여 일주일에 7일씩, 하루에 12시간씩 일을 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자나 시민이기도 한 우리들 대부분이 의도적으로 이런 결과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가 이런 결과를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의 선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를 제외한 다른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여전히 그런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개인이 소비자와 투자자로서의 선택을 보류하는 것은 효과도 없으며, 불가능하다.

노동자와 시민으로서의 요구와 소비자와 투자자로서의 요구를 조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민주적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법과 규칙은 일자리와 임금, 공동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이 민주적 제도를 훨씬 능가하여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 공동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법은 오직 국경 안에서만 해당된다. 하지만 소비자나 투자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술은 손쉽게 국경을 초월한다. 국가가 그런 거래를 통제하거나 감시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다.

개별 국가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환경이다. 환경 파괴는 전 세계적 문제이다. 또한 높은 비용을 피해서 일자리와 사업체를 옮기겠다고 위협을 일삼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법은 간접적으로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더 친기업화 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자금은 소비자와 투자자의 거래를 위해서 민주적 제도를 훼손하고 있다. 사회적 쟁점에 관해서 기업이 돈을 대주는 홍보, 캠페인, 로비스트의 영향은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를 반영하고자 하는 입법기관, 의회, 감시기구, 국제기구를 뛰어넘는다.

그 결과 소비자와 투자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불안정해지고, 불평등이 심화되며, 공동체는 위태로워지고, 기후 변화는 악화되고 있다. 전 세계의 금융이나 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갖고 있으며, 전적으로 공모했던 불안정한 소비자와 투자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비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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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1. 3. 28. 15:40
2011 / 03 / 24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금융감독원은 가계의 금융을 보호할 수 있을까?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금융소비자보호법(안), 핵심을 비껴가다

2. 현행 금융규제 시스템의 문제점

     (1) 고아로 남겨진 ‘소비자 금융보호’

     (2) 은행 수익성에 종속되는 ‘소비자 보호 규제’

     (3) 소비자 보호의 전문성 확보 실패

     (4) 규제기관의 하향 경쟁 “Race-to-the-Bottom"

3. 소비자 금융보호의 강화 방향

 

[요약문]

“당신이 토스터기를 샀다고 하자. 만약 당신의 눈앞에서 토스터기가 폭발한다 하더라도, 토스터기는 안전해야 한다고(즉, 당신이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법률이 있다. 그러나 당신이 신용카드를 사거나 담보대출상품을 산다면, 그 제품들이 당신의 눈앞에서 금융 폭발을 일으키더라도 당신이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법률은 어디에도 없다.”

-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 2009년 3월 19일

 

지난 3월 18일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을 마련하고 그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 법안에는 개별 금융업권별로 달리 적용되는 규제 일부를 동일 체계에 포함시키고 소액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소송을 일부 제한하는 등의 내용(이른바 ‘편면적 구속력’)을 담고 있다. 이런 내용은 이전에 비해 다소 진전된 것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논의되어 왔던 독립적인 소비자 금융보호 기관 설치는 법안에서 제외되었다. 이로써 소비자 금융보호는 현행의 금융감독원이 주관하게 되었다.

독립 기관의 설치는 최근 금융개혁의 국제적 흐름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논의 주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 금융보호가 은행 등의 건전성 감독과 이해상충의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사실상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셈이다.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은 소비자 금융보호가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필수라는 인식 하에 이를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소비자 금융보호는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소극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계부문의 재무안정을 통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와 같은 거시적 불안정을 막는다는 적극적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써 금융정책의 중심축 가운데 하나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영미식 금융자유화가 확산된 지난 30여 년 동안 규제당국은 소비자 금융보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방기해 왔고 이것이 결국 전체 금융규제 체제를 무력화시킴으로써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세계적 위기를 가져왔다.

 

현재 국제적인 추세는 은행 등의 건전성 규제와 소비자 보호 규제를 분리시키는 데 있다. 2011년 7월 미국은 소비자금융보호국(Bureau of Consumer Financial Protection)를 출범시킬 예정이고 영국(FOS, 2001년), 캐나다(FCAC, 2001년 등) 그리고 호주(BFSO, 2002년 등)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독립 기구를 운영해 왔다. 최근 논의는 별도의 기구 또는 독립적인 조직을 만드는 것이 원칙으로 확립되어 가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 보호가 은행 등의 수익성 확보에 포섭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인식은 소비자 금융보호를 포괄적인 규제 시스템 차원에서 다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소비자금융보호국은 은행, 보험, 증권 등의 업권에 얽매이지 않고 포괄적으로 소비자 금융보호 규제를 실시한다. 기존의 업권별 건전성 규제 체제와 대비된다고 하겠다. “소비자 금융보호 규제기구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법과 사고방식으로 운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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