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0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사람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본질은 바꾸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바꾸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더라도 어렵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려고 흉내만 내는 경우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금방 이전 모습으로 돌아온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 경제가 1%대로 주저앉기 시작하자, 박근혜 후보는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성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보수적인 색깔을 다시 드러내 보였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경제민주화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운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례적 이야기를 반복한 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성장에 부담되는 게 아니라 성장을 돕는 것으로, 경제민주화와 성장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도 제대로 될 리 없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당초에 경제민주화와 성장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이 조금만 약해져도 곧바로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성장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년에 2% 이하로 성장 전망이 떨어지면 성장을 하겠다고 경제민주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거의 확정적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긴 침체에 들어갔다.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까지 매 분기 전기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이어진다면 경기부진 지속기간이 과거보다 더 길어지게 되며, 향후 성장경로도 하방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경기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기 정권을 책임질 대선후보들은 당연히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나 최소한의 성장동력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고려해야 할 성장은 5년 전의 ‘747 성장’과 같은 고속성장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현재의 세계적 장기침체 국면에서 탈출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여기에 답을 해야 한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확실해지는 정도에 따라 재벌 등 일부 보수세력들이 ‘재벌 때리기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식의 반격을 해 올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도 이런 발상을 하는 것 같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는 다음과 같은 의견도 있다. “국내외 경제가 통합돼 있는 상황에서 공급은 충분할 수밖에 없고, 공급 측면에서 투자여력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수요의 충분한 개선 없이는 투자의 급속한 회복은 어렵다는 점에서 수요회복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장에 영향을 줄 경제민주화의 역할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경제민주화는 당면한 양극화의 가장 확실한 해법일 뿐 아니라 내수를 기반으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느냐 여부는 경제민주화 담론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소득불평등 문제로 돌아가서 국민경제 총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가계에 소득이라는 ‘성장연료’를 주입해 주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그렇게 해서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이라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성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새사연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다.

그런데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상호 갈등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대답을 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창업국가 코리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다시 신기술과 창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금 누구에게 창업을 독려하는가. 자본도 없고, 시장수요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에 나서라는 것인가. 아니면 그나마 직장을 잡은 30~40대 직장인에게 직장에서 나오라는 얘기인가. 그도 아니면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퇴직금을 밑천 삼아 창업에 뛰어들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에 뛰어들어 자영업 과잉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아무 때나 신기술이나 창업을 말하면 첨단이고 벤처인 것은 아니다. 제발 아무 때나 만능의 열쇠인 것처럼 ‘창업’ 얘기를 남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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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짱

    창업은 정말 사전 준비와 분석을 꼼꼼히 신중히 해야할 것 같아요, 대선후보님들~ 국민의 마음을 잡겠다고 섣불리 실현 불가능 공약 남발은 절대 아니되어라~

    2012.11.10 10:37 [ ADDR : EDIT/ DEL : REPLY ]

새사연의 [잇:북]2012. 10. 31. 17:36

2012 / 10 / 30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불평등편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여는 글]

* 새사연은 올해 1월부터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번역하고 요약하여 소개하는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을 연재하고 있다. 그 중에서 불평등에 대해 다룬 10편의 글을 모아 테마북으로 엮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알려져 있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클린턴 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낸 로버트 라이시, 터키의 재무장관이자 세계은행 부총재를 지냈던 케말 데르비스, 영국 아카데미의 로버트 스키델스키 등의 세계적 석학들이 불평등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글을 발표했다. 그만큼 불평등이 지금 세계 경제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적 석학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것은 바로 불평등이라고. 국내적으로는 소득 불평등이, 세계적으로는 글로벌 불균형이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불평등과 불균형은 많이 가진 사람이 계속해서 많이 갖게 되고, 적게 가진 사람은 계속해서 적게 갖게 되는 양극화의 상태를 뜻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어 경제가 선순환하여야 하는데, 점점 더 가난해지는 99%가 늘어나면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국내적으로, 세계적으로도 물건을 구매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가 다시 활기를 띄고 성장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양극화는 결국 모두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이런 문제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불공정에 대한 불만을 가속화하며,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으로 이어지면서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가 최근 전세계에서 나타났던 99%의 점령운동이다. 스티글리츠는 마침내 세계가 들고 일어나 돈이 아닌 사람을 위한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99%운동을 지지했다.

이제 불평등은 개인의 능력차이로 치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 많은 성장을 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에 묻혀 살짝 눈감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경제학은 물론이며 정치 지도자들, 그리고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장 중심에 놓고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시대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원하고 있다. 경쟁과 효율만을 강조하던 방식에서 평등과 연대, 공공성을 앞세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2012년 10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수연

 

[목 차]

◆ 여는 글

◆ 나쁜 사회, 꿈을 빼앗는 불평등

  (나쁜 사회 / 로버트 스키델스키)

◆ 99%는 무엇에 분노했는가?

  (99%가 깨어나고 있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 세계 경제 회복을 잡는 글로벌 불균형과 소득 불평

  (글로벌 불균형과 국내 불평등 / 케말 데르비스)

◆ 소비자와 투자자 vs 노동자와 시민, 당신은 누구 편?

 (쇼핑하다가 망할 운명 / 로버트 라이시)

◆ 99%가 가난해지면 경제는 돌아가지 않는다

   (불평등의 덫 / 케말 데르비스)

◆ 불평등은 인적 자산의 낭비

   (불평등의 대가 / 조지프 스티글리츠)

◆ 세계의 방향을 바꾸는 중산층

   (세계 중산층의 진출 / 요하네스 저팅)

◆ 중산층 구매력 강화만이 경기회복 시킬 것

  (경기회복 여부는 중산층의 구매력에 달렸다 / 로버트 라이시)

◆ 경제 민주화가 되어야 성장을 할 수 있다

  (유럽에서의 불평등,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 카를로 밀라니)

◆ 지금 시대 행복의 조건은 평등

  (행복은 평등이다 / 로버트 스키델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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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9 / 2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이 여러 번 강조해온 것처럼 지금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불평등(inequality)'이다. 불평등에 저항한 세계적인 운동이 바로 월가 점령운동이었다. 불평등의 한국 버전은 '재벌 독식' '재벌 나 홀로 성장'이었으며,  불평등 저항운동과 월가 점령운동의 한국 버전이 경제 민주화 운동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불평등과 경제 성장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경련은 토론회에서 ‘경제성장은 소득불평등을 개선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면서 ‘선 경제 성장 - 후 불평등 해소’라는 도식을 내놓기도 했다.(오정근, “경제성장이 소득분배구조 개선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방향”, 전경련이 요청한 연구용역 보고서)

그러나 세계적인 석학들은 반대의 결론을 주장하고 있다. 경제 성장을 해야 불평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을 해소해야 성장이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스티글리츠는 다음과 같은 분석을 하고 있다.

“불평등은 낮은 성장률과 비효율을 가져온다. 기회의 부족은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람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많은 빈곤층과 심지어 중산층들까지 그들의 잠재력을 펼치면서 살고 있지 못하다. 상위층은 공공 서비스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으며, 정부가 소득 재분배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서 세금이나 정부지출을 삭감하기를 원한다. 이는 교육, 기술, 사회기반시설과 같은 곳의 투자를 줄이면서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다.”(새사연 번역 소개 : http://bit.ly/Osyp8q)

이탈리아의 경제분석가 카를로 밀라니(Carlo Milani) 역시 소셜유럽저널(Social Europe Journal) 사이트에 올린 글을 통해 미국 뿐 아니라 유럽도 불평등이 심각할수록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특히 지금 유로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이 가장 불평등 정도가 높다는 사실을 간명하게 주장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남유럽 국가들의 문제를 재정적자나 국가 채무, 실업률이 아니라 불평등 정도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의 핵심 메세지는 ‘불평등을 줄여야 성장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언어로 표현하면 경제 민주화를 해야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18대 대선 과정에서 과연 우리는 경제 민주화와 경제 성장에 관한 방향을 어떻게 잡아 나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가장 큰 후과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불평등이 미국의 가치와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극단적 수준에 도달하면 통화 정책부터 예산 배분까지 모든 공적 결정에 있어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모두를 위한 정의”가 숨 쉬는 나라가 아니라 부자를 위한 정의가 숨 쉬는 나라가 될 것이다.“

   

 

유럽에서의 불평등, 성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Income Inequality in the Eurozone: What are the effects on Growth?)

 

2012년 9월 26일

소셜 유럽 저널(Social Europe Journal)

카를로 밀라니(Carlo Milani)

 

스티글리츠(Stiglitz)의 최근 저서(『The Price of Inequality』)에 따르면, 불평등 확대는 지난 20세기 미국경제와 금융 불안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고 한다. 2007년에 미국인 0.1%의 소득이 90%미국 시민들 평균보다 무려 220배나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가정들의 표준적인 생활 수준을 유지시켜주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두 가지 거품을 허용했는데 닷컴 거품과 주택 거품이 그것이다. 미국 가정들은 은행에서 신용을 얻기 위해 (주택이라는) 담보를 제공했지만 주택거품이 붕괴되면서 금융위기가 터져나왔다. 금융위기 이후 2011년까지 미국에서 (하루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극단적인 빈곤층 가구는 1996년과 비교하여 두 배가 늘어 150만 가구에 달했다.

그러면 유럽은 어떨까? 유럽의 가정은 미국 보다는 좀 더 분별 있게 표준적인 생활을 하고, 사회 안전망이 강력하며 소득 불평등도 훨씬 덜하지 않을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소득 불평등의 표준 지표로 사용하는 지니계수를 고려해보자. 그림 1(Figure 1)은 2005년과 2008년, 그리고 가장 최신 년도인 2010년의 유로 지역 주요 국가들 지니계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남유럽 국가들 불평등 수준이 가장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지니계수가 악화된 최상위 국가들이다. 반면 핀란드, 네덜란드, 그리고 오스트리아는 불평등 정도가 훨씬 적음을 알 수 있다. 벨기에와 독일, 그리고 프랑스는 중간 수준이다.

불평등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그림 2(Figure2)에서 2005년의 지니계수와 2006~2011년 동안의 누적 경제성장률사이의 분포도를 표시해보았다. 지니계수와 성장률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성립함을 알 수 있다. 달리 말하여 불평등이 증가하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0.69의 상관도)

우리는 북유럽 국가들이 그림의 왼쪽 위에 분포하는 반면, 남유럽 국가들이 오른쪽 아래에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최근에 남유럽에서 국가 부채가 늘고 성장률이 악화되었으므로 이 그림은 더 극단적으로 나빠졌을 것이다. 이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결론과 정책적 함의는 무엇일까. (남유럽 구제 금융에 개입하고 있는) 트로이카(ECB, EU, IMF)가 남유럽 국가들에서의 소득 재분배 프로그램을 고려하지 않고 긴축정책에만 매달릴 경우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사실이다. 즉, 불평등을 완화시키는 것이 성장률을 올리고 세금징수를 늘리며 사회적 혼란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 Aizenman Joshua and Yothin Jinjarak (2012), “Income inequality, tax base, and sovereign spreads”, VoxEU.org, 30 June.

● Stiglitz Joseph E. (2012), “The Price of Inequality”, Allen Lane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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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21 최정은/새사연 연구원

 

불평등, 생애 초에 막는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빈부 ‘격차’에 주목해야
2. 선진국이 영유아 투자에 집중한 이유
3. 불평등 사회일수록 아동 불평등 높아
4. 영유아기 투자, 인생의 출발 달라져


 

[본 문]

1. 빈부 ‘격차’에 주목해야

부의 쏠림현상이 빨라지면서 우리 사회 전반에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소득불평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2011년 현재,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 위험 수위인 0.4에 가까워지고 있다. 소득이 전 계층에 골고루 분배되지 못하고 상위층으로 쏠리면서, 상대빈곤율도 심각하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절대빈곤층이 여전히 8.0%를 넘나들고 있으며, 중위소득의 절반에 못 미치는 가구 비율(상대빈곤율)도 가파르게 늘었다. 지난 20년 사이에 상대빈곤율은 두 배로 뛰었다. OECD 국가들의 평균 상대빈곤율이 10% 내외임을 감안할 때, 우리는 빈부 차는 결코 적지 않다. 
 
우리 사회에 빈곤을 넘나드는 가구가 예상외로 많아지면서, 빈곤의 사각지대도 생겨나고 있다. 2005~2009년까지 지난 5년간 한번이라도 절대빈곤을 경험한 가구는 26.7%이며, 상대빈곤을 경험한 가구도 35.6%에 달한다. 최저생계비 이하 수준으로 진입하는 가구 비율도 2009년 4.5%이며, 절대빈곤을 벗어나는 비율은 절반 정도다. 많은 가구가 빈곤에 노출되어 있고, 빈곤상황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강신욱 외, 2011). 
 
생계조차 어려운 가구라면 아동의 처지는 더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가구의 경제력이 부족할 경우 아동의 성장 토대는 튼튼할 수 없다. 아동기에 건강하지 못하고,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할 경우 성인 이후에도 안정된 생활을 이어가기 어렵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실증 연구들은 많다. 태어나서 15세까지 빈곤을 경험한 아동이 30세에서 늦은 37세 성인이 된 후의 성취, 건강, 생활양식을 살펴보니, 아동기 빈곤 경험이 성인의 삶을 상당 정도 결정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Greg J. Duncan, 2010).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들로, 자녀의 빈곤 경험이 성인기 빈곤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동이 있는 가구의 소득이 부족해지면서 생길 수 있는 사회적 불이익도 큰 편이다. 최근에는 부모 소득과 영어성적과의 관계, 임금 프리미엄까지 다룬 연구가 나왔다(김희삼, 2011). 소득이 높을수록 영어 학습에 대한 투자가 늘면서 영어성적도 높아질 것이라는 상식이 우리 사회에 통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연 평균 가구 소득이 100만원 차이가 나면 수능 수험생의 영어 성적은 평균 2.9% 벌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영어 능력자들이 성인기에 받는 임금 프리미엄이 실제 영어 능력 자체와 무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학령기 영어 학습이나 사교육을 받을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이 고임금에 큰 영향을 줬으리란 분석이다. 

빈곤은 단순히 소득이 남보다 적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빈곤층이 누릴 수 있는 사회 자원이 태어나 자라면서 제한되고, 개개인은 상대적 박탈감마저 느낀다. 최근에 이뤄지는 빈곤 연구에도 이런 흐름이 녹아있다. 빈곤의 이유를 물질적 결핍에서만 찾지 않는다. 심리적 고립감, 사회문화적 소외, 정치적 배제, 공간적 격리 등 다양한 요인들이 빈곤의 덫이 될 수 있다.

‘빈익빈, 부익부’가 뚜렷해지면서 더욱 커가는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최저생계비 이하로 못 박은 ‘빈곤’의 범주를 빈부 ‘격차’의 문제로 확장시켜 생각해보자. 소득뿐만 아니라 사회 자원마저 한쪽으로 쏠릴 경우 빈곤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정부가 빈곤층에 금전적인 지원만 해서 빈곤율이 떨어지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 위에 있다. 더욱이 아동빈곤은 격차를 해소하는 접근방식이 중요하다. 18세 미만의 아동 중에서도 특히 영유아기는 불평등의 시작점이 된다. 정부가 영유아기에 얼마나 관심을 쏟고 투자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출발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최근 OECD 국가들이 왜 영유아 투자를 늘리고, 어떤 효과를 얻고 있는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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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0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지금 어떤 성장을 모색해야 하는가.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이라는 난제

2. 신자유주의 두 가지 성장모델

3.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성장모델

4. 소득주도 성장모델이 내수기반 경제다.

 

[본 문]

1. 양극화와 소득불평등이라는 난제

지금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앞에는 해결하기 어려운 커다란 난제가 가로막혀 있다.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심화된 소득 불평등을 어떻게 완화시키면서 지금의 경제 위기 국면을 탈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나아가 우리 경제를 다시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1%에 맞서는 99%저항운동에 나섰던 월가 점령운동에 대한 전 세계적 호응을 보건데,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도 소득 불평등은 이미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지금까지의 신자유주의 성장체제가 명확한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을 기준으로 본다면 2007년 경기침체 이후 5년이 지나도록 경제가 위기의 늪에서 빠져나와 확실한 회복을 도모할 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성장 동력이 효력을 다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한계에 도달한 자본주의가 기존의 성장체제를 폐기하고 신자유주의를 대신하는 새로운 성장모델, 성장전략을 찾아야 함을 말해준다.

그런데 극단적으로 악화된 소득 불평등과 파국에 몰린 신자유주의 성장체제는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외형적으로는 규제 풀린 금융과 위험한 파생상품 거래가 2008년 경제위기의 원인이라고 하지만, 그 배경에는 신자유주의 성장체제 자체가 악화시킨 소득 불평등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도 경제가 제대로 회복되지 못한 채 번번이 위기가 재발하는 것도 실업 개선이 극히 부진한데서 알 수 있듯이 소득 불평등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의 소득불평등 개혁 없이 자본주의 위기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는 대표적인 사람이 90년대 미국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다. 라이시는 자본주의의 위기가 상위 1%로 소득이 집중되었을 때 발생했으며, 반대로 자본주의의 안정적 발전과 성장은 소득 격차가 낮아졌을 때 실현되었음을 강조한다. 그런데 총 소득 중 상위 1%에게 돌아간 몫이 1928년과 2007년 둘 다에서 23퍼센트를 넘으면서 최고치에 달했다는 것이다.(그림 1참조) 이 점에서 보면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필연적이었던 셈이다. 소득 불평등은 경기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 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나은 아시아에서도 매우 중대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심화되는 소득 불평등과 기존 성장체제의 한계라는 당면한 한국경제의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곧 한국경제의 개혁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기존에 한국경제를 추동해왔던 성장체제를 세계 경제적 범주에서 다시 조망해보고 그 한계를 검토해보도록 하겠다. 동시에 기존 성장모델을 뛰어넘기 위해서 가장 유력한 대안체제로 제기되고 있는 소득주도 성장전략을 제안해볼 것이다.

 

2. 신자유주의 두 가지 성장모델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 전면적으로 수용되었지만 이미 1980년부터 미국과 영국에서 확립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는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자본 활동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정책면에서 규제완화와 감세를 함으로써 자본으로 하여금 투자를 촉진하자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투자가 촉진되면 고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작동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이론적인 신자유주의 논리였다. 이명박 정부의 성장논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확신했던 투자 촉진은 대체로 현실화되지 못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신자유주의가 추진했던 금융 규제완화로 자본시장이 팽창하면서 투자자의 단기 수익추구 요구에 의해 기업 이윤이 통제되었기 때문이다. 배당 몫이 팽창하거나 주가관리 비용으로, 또는 실물이 아닌 금융 자산투자로 이윤의 상당부분이 돌려졌다. 결국 낙수효과는 발생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가 이처럼 자본의 이윤주도 성장(profit-led growth)을 추구했기 때문에, 설비 투자를 위한 이윤 몫 확대가 우선이었고 이를 위해 노동자의 임금은 줄여야 할 비용으로 간주되었다. 당연히 신자유주의는 임금 상승 억제를 추구했고 이를 위한 포괄적 정책이 ‘노동시장 유연화’였다. 따라서 임금인상 -> 소득증대 -> 총수요 확대 -> 설비투자 확대라고 하는 연쇄 효과는 처음부터 작동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규제완화, 감세, 임금인상 억제를 통해 최대한 자본의 이윤 몫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로 연결되는 선순환을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실제 신자유주의가 작동시킨 경제 발전모델, 성장 모델은 무엇이었을까.

신자유주의 시대에 현실에서는 두 개의 불균형 성장과정이 있었다. 하나는 신용주도 성장(credit-led growth), 금융주도 성장(finance-led growth), 또는 부채주도 성장(debt-let growth)이다. 이것은 임금상승 억제 ->소득 불평등 -> 국내적 수요 부족 ->외국자본 유입과 신용팽창 -> 부채에 의한 소비의 경로를 밟게 된다. 선진국에서는 영국과 미국이 대표적이고 유럽을 위기에 몰아넣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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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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