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6 / 1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미국에서 2009년에서 2010년 동안 증가한 소득 중 93%가 상위 1%의 몫이었다. 이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닥친 침체 속에서도 상위 1%는 엄청난 소득 증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양극화와 불평등은 심해졌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은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지적한다. 우선 빈곤층과 중산층에 속한 이들이 충분한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문제라고 본다. 사람이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 기술, 사회기반시설과 같은 곳에 투자해야 성장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데,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상위층은 정부가 소득 재분배나 재정 지출을 통해 투자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비판한다.

더불어 상위층의 엄청난 소득은 그들이 사회에 기여한 대가가 아니라 부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라 비판한다. 독점력을 남용하거나 정부와의 유착을 통해 비리를 저지르고, 기업의 발전보다 주주의 배당을 먼저 고려하고, 약탈적 금융대출로 서민들의 돈을 탈취한 결과라 꼬집고 있다. 또한 지금의 시장경제는 정치에 의해 움직이고, 정치는 돈에 의해 움직인다고 표현하고 있다.

 

불평등의 대가

(The Price of Inequality)

 

2012년 6월 5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미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불린다. 스스로의 힘으로 성공한 미국인들의 사례를 많이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통계수치들은 부모의 소득과 교육 수준이 한 사람의 인생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수치들은 ‘아메리칸 드림’이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을 뜻한다. 오늘날 미국은 유럽보다 기회의 평등도가 낮다. 이 자료가 존재하는 선진국 중 가장 낮다.

때문에 미국은 선진국 중 불평등도가 가장 높으며, 이 격차는 더 커지고 있다. 경기가 회복되던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증가한 소득 중 93%를 미국의 상위 1%가 가져갔다. 소득 뿐 아니라 자산, 건강, 기대수명 등에서도 불평등 정도는 심화되고 있다. 소득과 자산은 상위층으로 집중되고, 중산층은 사라지고 있으며, 빈곤층은 증가하고 있다.

상위층이 높은 소득을 얻게 된 이유가 사회에 기여한 대가라면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위기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 경제를 파산 직전까지 끌고 갔던 은행들조차 막대한 보너스를 받았다.

이 외에도 상위층은 적절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독점력을 키워서 자산을 모으고, 과도한 배당으로 기업에 손실을 가져온다. 정부와의 정치적 커넥션을 이용하여, 정부에게 팔 때는 비싸게 팔고(약품류) 정부에게 살 때는 싸게 사는(광물 채굴권) 식이다.

금융자산 역시 마찬가지다. 약탈적 대출과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을 통해서 가난한 이들을 착취하고 있다. 빈곤층을 직접 희생하여 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상위층이 부자가 되면 모든 이들에게 그 이익이 돌아간다는 이상한 이론인 적하효과가 작동했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997년과 비교해서 실질 소득은 더 낮아지면서 지금 대다수 미국인의 삶은 나빠졌다. 성장의 모든 과실은 상위층에게 돌아갔다.

미국의 불평등을 옹호하는 이들은 빈곤층과 중산층이 불평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에 비해 분배되는 파이의 비중은 줄었지만, 부자들과 슈퍼부자들 덕분에 파이 자체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10년 동안 매우 빠르게 성장했다. 이 때는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성장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부터 성장속도는 줄었다.

불평등의 근원이 무엇인지 생각한다면 이는 놀랄 일이 아니다. 상위층의 자기 이익 챙기기는 경제를 왜곡시켰다. 물론 시장경제에 따라 움직였지만, 미국에서 시장은 정치에 의해 만들어진다. 정치는 돈이 만든다. 부정이 많은 선거자금 모금이나 정부와 기업 사이에서 일어나는 회전문 인사가 그런 사례이다.

파산법은 금융파생상품에는 특권을 주지만, 정작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 적절한 교육이 제공받아야 할 권리와는 상관없이 은행들의 배를 불리고 수많은 빈곤층을 가난하게 만든다. 돈이 민주주의를 이기는 나라에서는 이런 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불평등의 심화는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다. GDP 성장률과 함께 대다수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더 나은 시장경제가 있을 수 있다. 어떤 나라는 불평등을 줄여가고 있다.

미국은 반대 방향으로 가기 위해 높은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불평등은 낮은 성장률과 비효율을 가져온다. 기회의 부족은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람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많은 빈곤층과 심지어 중산층들까지 그들의 잠재력을 펼치면서 살고 있지 못하다. 상위층은 공공 서비스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으며, 정부가 소득 재분배에 나서는 것을 싫어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이용해서 세금이나 정부지출을 삭감하기를 원한다. 이는 교육, 기술, 사회기반시설과 같은 곳의 투자를 줄이면서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다.

지금의 경기침체는 공공지출의 감소, 저임금, 실업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IMF와 금융시스템 개선을 위한 UN의 전문가 위원회에 의하면 불평등은 경제적 불안정을 가져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의 불평등이 미국의 가치와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극단적 수준에 도달하면 통화 정책부터 예산 배분까지 모든 공적 결정에 있어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은 “모두를 위한 정의”가 숨쉬는 나라가 아니라 부자를 위한 정의가 숨쉬는 나라가 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다. 하지만 바꿀 수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하기에 늦지 않았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2.06.06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모든 지표가 아래를 향해 달리고 있다.

경제 형편이 나빠지고 있는 징후가 이제 상당히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선 대외 여건이 예상보다 더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스페인까지 구제 금융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서 경기침체가 가속화 되고 있는 유럽은 유로 존 시스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의외의 회복을 기대했던 미국경제도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그래도 기본은 할 줄 알았던 중국경제의 성장 동력마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외부 여건이 이런데 한국경제가 무사할 리 없다. 2000을 탈환했던 주가는 다시 1800 밑으로 떨어졌다. 외환시장과 채권시장을 포함해서 자본시장 전체가 다시 불안정하다. 실물 측면의 수출 둔화도 뚜렷하다. 연속 3개월 수출이 작년보다 줄었다. 사실 2월만 빼면 올해는 계속 마이너스인 셈이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는 매년 적어도 두 자리 수 수출 신장이 되어야 경제가 어느 정도 활력을 가질 수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타격으로 2009년 수출이 크게 감소했던 다음으로 상황이 나쁘다.


 

2009년 이후 경제상황 가장 안 좋다.

내수로 들어가 보자. 국내 민간소비는 1% 수준의 낮은 성장률만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부채 부담을 안고 추가로 주택구입을 할 리가 만무하다. 정부가 5.10 대책 등 각종 부동산 부양대책을 세워도 안 되는 이유다. 심지어 올해 1분기에는 가계 부채 규모가 약간 줄어들기도 했다. 이 역시 금융위기 정점이던 2009년 1분기 이래 처음이다. 부채가 줄어들어 반갑지만, 그 만큼 경기위축이 상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9년 이후 3년 만에 가장 안 좋은 경제 여건에 직면해 있음이 확실하다.

급격히 악화되는 경제상황 속에서 대선을 맞이하고 있다. 지금쯤 이면 유력한 대선 후보들이 경제 개혁 플랜을 경쟁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당장 침체를 막을 대책과 함께, 향후 긴 안목에서 경제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개혁 방안과 비전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데 긴축과 성장 논쟁, 감세와 증세 논쟁, 에너지 자원 대책 등 분야에서 치열하게 논쟁이 붙고 있는 해외와 달리 우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시장국가를 넘어서는 대안 모색을 해야

며칠 전 마이클 샌델이 방한하여 ‘시장 사회’를 비판했다. 우리 새사연은 시장국가를 벗어나 지속가능한 사회국가를 비전으로 국민들의 소득을 늘려 성장을 촉진하는 발전 모델을 제안했다. 자본통제, 재벌개혁, 자산거품 규제 등 3대 규제를 하면서 동시에 적극적 소득정책과 노동권 보호 정책, 사회적 경제의 지속적 확대, 그리고 새로운 중소기업 네트워크라고 하는 3대 정책을 통해 내적인 발전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선을 코 앞에 두고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들이라면 이런 유형의 의제들을 짚어내야 할 시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도 교훈을 얻지 못했다면, 이제라도 재차 찾아오는 위기 앞에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이 아닌가.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2.05.30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하반기 우리 모습도 상당히 영향을 받을 것이므로 현재로서는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어렵다.”

경제정책을 맡고 있는 부처 수장인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5일 한 발언이다. 도대체 1년이나 6개월 뒤의 얘기도 아니고 한두 달 안에 벌어질 상황이 예견이 안 돼 우리 경제의 하반기 전망을 하기 어렵다고 하니 믿기지 않는다.

그러면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무슨 일이 있단 말인가. 당연히 국내에서 일어날 일은 아니다. 유럽대륙에서 들려올 소식을 고려해 둔 것이다. 6월 초에는 유럽의 3대 경제강국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6월10일에는 프랑스가 대선에 이어 총선을 치른다. 의회도 사회당 계열이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달 17일에는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그리스 재총선 날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Alexis Tsipras)가 이끄는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제1당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18~19일에는 G20 정상회의가, 28~29일에는 유로정상회의가 잇달아 예정돼 있는 것이다.

도대체 유럽위기의 끝은 언제이고 왜 진정되지 않는가. 지난해 5월 그리스 구제금융으로 본격화한 유럽위기가 만 2년이 넘도록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리한 긴축과 경기침체의 가속화’가 문제였다는 것이 최근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구제금융이 시작된 2010년 이후 2년 동안 그리스의 실업률은 10%에서 21%까지 두 배 이상 폭증했고 청년실업률은 50%를 넘어섰다. 이제야 긴축을 위한 협약이 아니라 성장을 위한 협약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방향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전환 과정이 순조롭게 되면 유럽위기는 극복의 방향으로 가겠지만, 아직은 대단히 큰 혼란국면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 12월 ‘신재정협약’이라고 하는 긴축협약으로 유럽위기가 완화되기를 기대하면서 우리나라 주요 기관들이 예측했던 한국경제 전망치들도 모조리 엇나가게 된 것은 필연이다. 정부 등이 예측했던 3.7~3.8% 성장률 전망이 최근 3.3%(OECD)에서부터 3.6%(KDI)로 낮아지고 있다. 일단 1분기 성장률이 2.8%였고 2분기도 크게 개선될 여지는 적다.

그러면 하반기는 어떨까. 당초 3% 성장을 전망을 했던 이유는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하반기 경제가 좀 더 좋아질 것을 전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반기 경제가 호전될 것을 예측했던 결정적 근거 가운데 하나가 그리스와 유럽의 상황호전 기대였다. 그런데 6월에 그리스와 유럽의 상황이 급반전하는 국면으로 가면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등 단기적으로 큰 충격이 예상된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오히려 하반기 경제가 더 나빠지면서 올해 우리 경제는 3%를 맞추기도 어렵게 될 수 있다. 박재완 장관이 말한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일어날 너무 많은 일”이란 이런 것들이리라.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점점 더 확실해질수록 대선을 앞두고 경제와 민생의제가 정치권에서 자주 오르내릴 것이다. 벌써부터 19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각 정당이 민생법안을 1호 법안으로 내겠다는 소식도 들린다. 새누리당은 비정규직 4대 보험 차별해소를 위한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통합당은 공식적으로 반값등록금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하겠다고 이미 공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나와 봐야 알겠으나 어쨌든 형식은 민생과 경제가 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국면일수록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경제와 민생을 얘기하기 때문에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5·10 부동산대책처럼 투기적 부동산시장 자극이나 신용팽창을 유도하는가 하면, 수출지원 명목으로 대기업 규제완화 등을 경제 살리기라면서 오히려 확대할 수도 있다. 자산과 소득에 대한 감세로 경기를 살려 보겠다는 발상이 부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시점에서 경제를 살리고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길은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추진하는 것이다. 재벌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며 소득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임금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불공정한 납품가체제를 개혁하고, 유통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입규제를 강화하며 독과점 가격을 억제하는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을 주축으로 하는 ‘경제민주화 실천 모임(가칭)’이 곧 만들어진다고 한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주제별 이슈 2010. 2. 11. 12:04

지표경기 5퍼센트 성장, 그러나 체감경기는 0퍼센트

2010년 들어서 지표경기는 올라가고 있지만 체감경기는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5퍼센트가 될 것이라는 정부의 전망에 국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단 한가지다. 국민들의 가계 경제도 5퍼센트가 성장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경제 5퍼센트 성장이 주가 5퍼센트 성장이나 대기업과 은행 수익률 5퍼센트 성장, 그리고 일부 고소득층의 소득 5퍼센트를 보장해 줄지는 모르겠으나 대다수 국민의 소득 5퍼센트 성장을 약속해주지 않고 있는 것이 오늘날 경제현실이고 점점 더 커져가는 양극화의 실상이다. 체감경기는 여전히 마이너스 내지는 0퍼센트 성장률에 맴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국민경제 5퍼센트 성장을 다수 국민 생활의 5퍼센트 성장으로 연결시킬 것인가.

우리는 외환위기 이후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 ‘고통 분담론’이 유행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다수 국민들에게 정리해고나 임금삭감 등을 감수하라고 요구하면서 국가적 부도사태와 국민경제의 붕괴를 맞아 전 사회가 조금씩 고통을 나누어지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실제로 귀결된 것은 대기업과 은행, 부유층 등이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 등으로 구제를 받고 있는 사이 국민들은 실업과 소득감소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리고 대기업과 은행이 구제 금융 덕분에 회생하는 동안에도 국민들의 고용안정과 소득증대는 회복되지 않은 채 어느새 사회 양극화가 구조화되면서 고통 자체도 구조화되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국경제를 엄습했을 때에도 정책 결정자들은 국민들에게 임금삭감 등을 요구하며 똑같은 고통분담을 말했고 그 사이 위기에 빠진 은행들과 기업들은 구제금융이나 세제 혜택으로 수익률을 회복했지만 국민들의 체감경기는 역시 회복되지 않았다. 나쁜 사례가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세상에 누구의 이익도 손상시키지 않고서 모두가 이익을 얻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기업과 은행, 부유층 들이 누리고 있는 경기회복의 이익들을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서민과 다수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끌어올릴 방법은 없다. 있다면 그것은 국가가 단기적으로 재원을 풀어 해결하는 것이지만, 이는 결국 차후에 국민들의 조세 부담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지금은 외환위기 당시와는 정 반대로 있는 사람들, 힘 있는 경제주체가 고통을 나누면서 국민들의 체감경기를 최소한 경제 성장률 5퍼센트의 절반이라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터야 한다. 이것이 2010년 방식의 의미 있는 고통분담 방법론이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적어도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경제 주체인 대기업과 은행, 고소득층이 해야 할 각각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첫째, 대기업은 수익의 5퍼센트를 고용기여세로 책임 분담하자.


경제위기 와중에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이나 중소기업들은 자금난, 판매난 등으로 고전을 해야 했고 수익률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유력 대기업들은 초기 어려움을 딛고 오히려 2008년보다도 훨씬 개선된 수익률을 올리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매출 130조 원, 순익 10조 원을 돌파한 삼성전자가 그러하고 현대자동차를 필두로 한 유력 대기업들이 또한 그렇다.

이들의 성공적인 경영전략이나 기술혁신 등의 성과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들이 순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오늘날의 글로벌 대기업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없으며, 더구나 지난해 각종 세제혜택 지원이나 정부와 재계가 합작해서 노동자들에게 강요한 임금삭감, 납품단가 인하 등을 통한 효과 등도 결코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들의 고용 기여도가 외환위기 이후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는 점은 국민경제에서 내수의 위축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소득감소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는 대기업들이 당장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확대나 외주의 직접 고용, 납품 단가 정상화와 중소기업과의 이익 공유를 통해 중소기업의 고용여력을 확대하도록 해야 하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해 금융위기를 분기점으로 인턴채용을 늘리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고 추가 고용보다는 초과근무 확대로 생산 확대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포착될 뿐이다.

만약 수익률을 회복한 대기업들이 여전히 갖가지 이유로 직접 고용을 확대하지 않겠다면, 대신에 국가와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을 확충하는데 기여해야 한다. 수익률의 일부를 ‘고용 기여세’로 분담하여 고용재정 확충에 기여해야 한다는 말이다.  

대기업들이 그럴 여력이 있고, 가능한 얘기인가. 여력도 있고 가능하기도 하다. 아직 2009년 실적이 최종적으로 수집되지 않았으므로 2008년 실적을 기준으로 가늠해보자. 12월 결산 법인 가운데 현금 배당을 실시한 기업들의 당기 순이익은 43조 원을 넘고 있다. 이 중 상위 20개 대기업들의 순이익은 1조 이상 기업 9개를 포함하여 30조 원을 넘고 있다. 순이익 가운데 5퍼센트만 고용기여세로 하더라도 약 1조 5천억 원에 달한다. 노동부 일반 예산보다도 많은 금액이며 2009년 희망근로 6개월 25만개 창출에 사용된 행정안전부 예산 1조 3천억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한국거래소, 12월 결산법인 실적 공시자료).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용기여세 5퍼센트면 당장 경영에 영향을 끼칠 만큼 부담스러울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이들 기업이 3월에 실시하는 배당금액을 약간(?)만 줄여도 상당한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주요 상장사들의 배당성향(배당금액/당기순이익*100)은 2008년 기준 20.3퍼센트였다. 금액 기준으로 약 8조 7천억 원이었고 이 가운데 외국인에게 2조 6천억 원이 돌아갔다. 이들이 실제 세금으로 납부하는 금액이 당초 명목세율 22퍼센트보다 훨씬 낮은 것을 감안하면 세금 내는 것 보다 이익 나눠가지는 규모가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가운데 투자도 하지 않고 내부에 쌓아놓은 이익 잉여금이 2008년 말 기준으로 한 해 동안 20조 원 이상 늘어서 총 391조 원이 넘었다. 그 결과 유보율(잉여금/자본금*100)이 평균 700퍼센트 가까이 되었고 10대 그룹은 900퍼센트에 가깝다.

현금 배당 20퍼센트 가운데 약간, 그리고 추가적인 내부 유보금액 20조 이상 가운데 약간만 조정해도 1조 5천억 원은 쉽게 만들어진다. 결론은 이들 대기업들이 추가적으로 쌓을 내부 유보금액을 다소 줄이고 배당률을 다소 낮추면 고용기여세 5퍼센트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라는 것이다. 이들 금액을 공공부문과 중소기업의 고용지원에 투입하면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구매력이 향상되어 내수 성장에 기여할 수 있고 사회적 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는 대기업 입장에서 보아도 손실이 아니다.  

둘째, 은행 가산금리 0.5퍼센트 인하로 가계 이자부담을 줄이자.

현재 우리 국민들의 체감경기가 나쁜 것은 고용불안으로 인한 소득감소 탓도 있지만, 늘어나는 가계 부채와 그로 인한 이자비용의 급증도 상당히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가뜩이나 소득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이자부담은 2009년 경우 전년대비 10퍼센트를 훨씬 상회하는 크기로 증가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부양이 부동산 가격을 높이면서 부동산 담보 대출 규모를 키우는데 일조 했고 이것이 가계 부채 부담을 더 얹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특히 지금 시점에서 문제는 정부의 외환 유동성 지원과 자금 확충을 위한 원화 유동성 지원으로 살아난 은행들이 수익성 회복을 위해 가산 금리를 높게 가져가고 있고 이것이 가계 이자 부담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2008년만 하더라도 1.5퍼센트 수준의 가산금리가 2009년에 들어와서는 2.5퍼센트 이상 커졌던 것인데, 결국 은행은 기준금리 2퍼센트라는 정부의 초 저금리로 인해 자금 조달 비용을 현격히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계에 대해 높은 가산 금리를 매김으로써 가계 이자 비용 부담을 담보로 이자 수익을 올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결과 2010년 우리 경제의 최대 복병이 가계 부채 부담이 되어 버린 것이고 매달 2조 원 이상의 이자부담이 한국의 가계를 짓누르면서 소비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앞으로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순차적으로 인상할 경우 가계의 이자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예견되어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당장 고려해야 할 대목은 시중 은행들이 가산 금리를 내리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각종 가계 대출에 대한 평균적인 가산 금리를 현재의 2~2.5퍼센트에서 1.5~2퍼센트 수준으로 0.5퍼센트 정도를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2009년 기준으로 예금 은행의 총 가계 대출 400조 원 규모에서 평균 이자비용이 연간 기준으로 약 2조 원 이상 경감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 은행이 가산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는가. 우선 여력 이전에 이들의 가산 금리가 (아무리 최근 대출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터무니없이 높아졌기 때문에 당연히 내려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은행을 포함한 시중은행들이 2009년 거둔 당기 순이익은 5조 원 대에 이르고 있고, 이자 이익도 2009년 하반기부터 대출 금리 인상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여력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금융감독원, 국내 은행 2009년 잠정 실적 발표).

이는 우리 경제의 위험한 뇌관이 되고 있는 가계 부채의 부실가능성을 줄여줌으로써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가계대출 채권의 부실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입장에서도 장기적으로 손실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 상위 50대 대형 은행에 대해 매년 100억 달러(약 10조 원)씩 10년에 걸쳐 1000억 달러의 ‘금융위기 책임세’를 부과하겠다고 하는 마당에 정당한 대출금리 인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전혀 부당한 것이 아니다.

셋째, 고소득층 소득세 5퍼센트를 늘리자.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가 소득 양극화와 자산 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의 문제점을 누적시켜왔다는 사실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특히 취약계층들이 집중적인 고통을 받았다고 하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영국이나 미국을 포함한 다수 선진국들이 금융위기로 늘어난 재정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기획하고 있다. 당장 미국 정부는 2011년 예산안에서 20만 달러(2조 원 이상) 소득이 있는 독신 가정과 25만 달러 이상의 공동 신고자들에게 39.6퍼센트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 증세안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번 금융위기로 인해 고용피해나 소득감소 피해가 주로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 취약계층에게 집중되었으며 이로 인한 소득감소가 가계 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렸다. 반면 취약한 사회 안전망으로 인해 이들에 대한 기초적인 생계 자체가 문제로 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고용지원이나 사회 안전망 확충이 점점 더 절실해지고 있다.

당연히 한국의 고소득자들도 사회적 책임 분담이라는 큰 틀에서의 의무를 함께 나눌 필요가 있고 그것이 늘 본인들이 주장했던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세의 과세 표준은 8천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자는 최대 35퍼센트의 소득세를 내도록 되어 있다. 2008년 기준으로 볼 때 근로 소득세 원천징수 대상 약 800만 명 가운데 8천만 원 초과 소득자는 10만 명이 조금 모자라는 약 1퍼센트 규모다(국세청, 2008년 국세청 연감자료).

8천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가 5퍼센트 정도의 추가 세금을 낼 경우 대략 8천억 원 정도의 추가 소득세 수입이 확보될 수 있다. 이를 취약 계층의 사회 안전망 구축에 돌릴 수 있다면 이 또한 체감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대기업이 고용 기여세 5퍼센트를 분담하고, 은행이 이자율을 0.5퍼센트 내리고 고소득층이 세금을 5퍼센트 더 분담한다면, 부족하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재정적자 위험을 경감시키면서 국민들의 고용안정과 부채 부담 완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며, 그 만큼 국민경제에 내재한 위험성도 줄어들 것이며 체감경기와 지표경기의 차이도 줄어들 것이다.

김병권/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그리고 배당금을 줄이라고 했는데 이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만 배당금 문제는 주주총회에서 결정할 문제지 인위적으로 개입할 사항이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의 주주총회도 주주들의 권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형국에서 말입니다.

    또 이자 가산금리 문제는 대출 자체가 가계의 차입재정인 만큼 대출을 장려하는 듯한 정책을 쓰는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물론 턱없이 이자가 비싼 것도 문제지만 정직하게 예금하는 예금자들의 권익도 어느정도는 보장돼야 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2010.02.19 18:44 [ ADDR : EDIT/ DEL : REPLY ]
  2. 사실 고소득층이란 기준보다 "쉽게 돈 많이 버는 사람" 이란 기준이 더 적합할 듯 싶네요. 저희 형도 유명 대기업엘 다니지만 일하는 것 보면 정말 불쌍해요. 일하는 거에 비하면 돈 많이 받는거 아니랍니다. 그런 사람들은 새사연의 주장에 쉽게 공감하지 않을 것 같네요. 지금도 고소득 봉급장이들 소득세 많이 내지 않나요? ㅡ_ㅡ

    2010.02.19 18:44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