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8.10.01 10:04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미국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기를 수습하고자 급하게 미국 정부가 내놓은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이 9월 28일 의회에서 부결되었다.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법안 통과를 호소했고,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비롯하여 메케인 공화당 후보와 오바마 민주당 후보까지 거들며 나섰다. 정부관리들은 입에 담지 못할 ‘대공황 위험’까지 운운하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러나 당연히 통과되리라 믿었던 법안은 보기 좋게 부결되었다. 즉시 월가는 대혼란에 빠졌고 주가는 무려 7퍼센트에 달하는 777포인트나 폭락했다. 이 여파는 대서양 건너 유럽으로 확대되어 영국을 필두로 한 금융기관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 이제 세계는 미국이 저지른 엄청난 금융사기극을 막아낼 방도를 잃고 사분오열하고 있다.

자멸한 미 금융시스템, 국민들도 외면

부결의 결정적 원인에는 금융사기극에 분노한 미국 국민들과 선거를 앞두고 지지표를 저울질 해야 했던 미국 의원들이 있었다. 미국 전체 1억 2,000만 가구 가운데 모기지 대출을 받은 가구가 5,000만, 문제의 서브프라임 대출을 받은 가구는 전체 모기지 대출 가구의 15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750만 가구다. 이 가운데 약 500만 가구가 모기지 대출 연체 내지는 주택 차압을 당하여 생활기반의 붕괴 위기에 내몰려 있다.

고수익을 좇던 미국 금융회사들은 자신들이 고안하여 유통시킨 각종 파생상품과 이의 대규모 거래를 위해 끌어들인 엄청난 차입으로 스스로 금융시스템을 붕괴시켜 버렸다. 이로 인해 월가뿐 아니라 특히 미국 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 7,000억 달러 구제금융안은 그 최대 피해 당사자인 미국 국민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주범인 월가의 금융회사들을 구제하도록 설계되었다. 처음에는 이들 주범에 대한 어떤 ‘징벌 조치’도 없이, 이들 자산에 대한 어떤 제재도 가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세금을 쏟아부어 이들을 ‘구제’해 주려는 것에 불과했다. 거센 비판 여론이 일자 나중에서야 경영자 스톡옵션 제한, 부실자산 인수기업 지분 인수권 확보 등을 끼워넣었지만, 이런 조치는 미국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문제를 일으킨 주범들에 대한 어떤 징벌도 없이 그들을 구제해 주면서, 막상 최대 피해자인 미국 국민들에 대한 구제 대책도 없이 이라크 전쟁비용 6,005억 달러를 뛰어넘는 7,000억 달러 세금을 투입하는 법안에 찬성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폭스 비즈니스 닷컴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의 64퍼센트가 구제금융을 찬성한 의원들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응답했고, 표를 주겠다고 답한 국민은 10퍼센트에 불과했다. 미국 여론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11월 4일 대선과 의회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국 정치인들은 표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결과 구제금융 법안은 찬성 205표, 반대 228표, 기권 1표로 부결되었다.

물론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피해를 본 미국 국민들에 대한 대책은 고사하고 다시 국민 세금을 동원하여 문제를 일으켰던 금융회사를 살려주는 것이 아무리 못마땅하더라고, 자칫 미국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는 금융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정도의 양해를 구하기에는 지난 30여년 간 신자유주의로 인한 미국 사회의 양극화와 미국민의 불신이 너무 크다. 이 또한 미국 신자유주의와 이를 선도했던 미국 금융회사들의 자업자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게다가 미국 정치인들의 무능함과 친기업적(금융적) 행태가 문제 해결을 가로막았다. 경제 위기가 정치 위기로 번져가고 있는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미국 보고도 한국은 부동산과 금융 규제 풀려나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 정치인들은 더 나을 수 있을까. 과거 전통적 동양사상에 따르면 통치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치산치수’다. 이것을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부동산과 금융 관리라 할 만하다. 현대에서 가장 민감한 토지 문제는 부동산이고, 현대 금융은 산업의 혈맥이라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동산과 금융은 특히 국가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어야 하고 감독되어야 한다. 완전히 규제가 풀려버린 부동산과 금융이 잘못 만나면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이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 이런한데도 이명박 정부는 고집스럽게 부동산 경기 부양정책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내고 있으며, 금산분리 완화를 포함한 금융규제 완화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 사이 외환시장은 극도의 불안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고, 중소기업들의 키코(KIKO) 파생상품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태산엘시디를 필두로 한 우량 중소기업들의 줄파산이 예고되고 있다. 한계 상황에 내몰린 600만 자영업자들의 생존은 이제 더 이상 놀랄 일도 아니게 되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 살리기를 외면하면서 끝내 부동산과 금융의 잘못된 만남을 이끌고 있는 정부는 대체 어떤 시간대에 살고 있는가. 미국 정치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그 공멸의 길을 한국 정치는 눈으로 보면서도 스스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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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4.10 09:43



최근 서울 노원구를 비롯한 강북지역 집값 상승이 심상치가 않다. 또 다시 집값 광풍이 세차게 불고 있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재개발 기대감으로 아파트값이 폭등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의 부동산시장이다. 버블의 정점이 멀지 않았다고 누차 경고해도 잔치를 향유하는 투기꾼들은 비웃고 말 것이다. ‘신화’를 숭배하지 못한다고, ‘신념’이 부족하다면서 정부는 이를 부채질하고 있다.


주택가격 시계열 자료(국민은행 연구소)에 의하면, 참여정부 5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평균 55.5% 상승하였다. 강남지역이 67.5% 상승하였고 강북지역이 38.3% 상승하였다.
주목할 것은 2000년부터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여 강남의 경우 DJ 정부 후반기 3년 동안 거의 두 배만큼 상승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준 시점을 2000년 1월로 하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8년 동안 2.5배 상승했고 강남은 무려 2.8배 상승하였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연평균 12%, 강남은 13.7% 상승한 꼴이다. 강남을 예로 들면, 2000년에 3억 원에 매매되었던 아파트 가격이 2007년 12월에는 8억 4,000만 원으로 폭등했다는 말이다.



이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이 된 미국의 주택 버블보다 오히려 규모가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주택가격을 대표하는 쉴러지수(S&P/Shiller Index)는 2000년을 100으로 했을 때 최고 정점이던 2006년 6월, 226.29까지 상승하였다. 이에 비해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같은 기간 동안 지수가 100에서 245.8로 상승하였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폭등한 마이애미의 경우 2006년 12월 280.87까지 상승했고, 서울 강남지역은 2006년 12월 279.7로 거의 같은 규모로 폭등하였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강남지역 중 송파, 서초, 강남구는 4년 동안 거의 두 배 가까이 폭등한 이후 2007년 초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반해 강북지역은 2006년 하반기에 급등한 이후 최근 또 다시 급등하여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강북 전체로는 3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9% 상승하였고 의정부 등 서울 북부 지역으로 집값 상승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노원구의 경우 2006년 9월부터 4개월 만에 25%나 급등한 지역으로, 신정부 출범 이후 최근 3개월 사이 10.3%나 폭등하였으며 1년 전에 비해서는 17.3% 상승하였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완화,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 인하 등 아파트 값 상승에 대한 ‘기대’를 불러 일으켜 투기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을 앞두고 총선후보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뉴타운 공약을 들고 나온 것도 비이성적 기대에 불을 지핀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는 집값을 비롯한 물가 안정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용적률, 재건축 허용 연한 등 재건축 규제와 세금, 대출 규제에 대해 일관되고 분명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또한 금리를 낮추면 투자가 증가하여 성장률이 늘어난다는 유치원 경제학에서 벗어나, 자산 버블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금리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일시적 건설 경기 부양에 뒤이어 서브프라임보다 더 큰 버블붕괴와 경제침체를 초래할지, 아니면 부동산시장의 완만한 연착륙을 가져올지는 정부의 정책 선택에 달려 있다. 부동산 잔치는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확대하고, 그 광풍이 끝난 후에는 민심의 이반과 경제침체만 남게 됨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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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3.18 14:45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는 지난달 채권보증업체의 위기에서 최근에는 헤지펀드, 사모펀드, 투자은행의 파산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위기의 확산 경로를 돌아보면 최초 대출을 소비한 가계에서 신용파생상품을 최종적으로 구입한 헤지펀드까지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칼라일캐피털, 베어스턴스(Bear Stearns) 등의 파산 위기는 지난 3사분기부터 부채담보증권을 비롯한 파생상품을 주로 취급하던 금융기관들의 누적된 손실이 전형적인 신용위기 상황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 핵심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칼라일’ 캐피털이 존재한다.

칼라일캐피털은 작년 말 기준 자산의 95% 이상을 공기업(Fannie Mae과 Freddie Mac)이 보증한 AAA 채권을 소유하고 있었다. 또한 2사분기까지만 해도 14%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다. 이렇게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수익률도 좋았던 기업이 불과 몇 달 사이에 파산에 이르게 된 경로는 무엇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신용위기의 확산 경로... 마진콜의 악순환, 무리한 레버리지, 파생상품과 신용디폴트스왑


우선 신용위기 상황에서 마진콜이 초래하는 구조적인 신용위기의 확산이다.

예를 들어 채권자가 6달러의 가치를 지닌 대출채권에 대해, 요구 담보비율 50%로 11달러를 대출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담보비율은 55%로 충분하지만 시장상황이 악화되어 채권가치가 1달러만 하락해도 0.5달러의 담보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채권자가 추가 증거금(마진)을 요구하면서 담보로 가지고 있는 채권 1달러를 매각하면 대출은 10달러로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담보가치는 4달러로 줄어들어 오히려 담보비율은 40%로 하락하게 되고 이는 또 다시 마진콜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한마디로 눈덩이처럼 마진콜 요구가 불어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지난 주 내내 칼라일캐피털은 채권자들의 마진콜 요구를 방어했지만 4억 달러의 마진콜 요구를 결국 충족하지 못해 사실상 파산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이 기업의 레버리지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였다. 2007년 말 보고서를 보면 6억 7,000만 달러의 자본금만을 가지고, 210억 달러를 투자은행에서 차입하여 217억 달러에 투자하고 있었다. 320%라는 놀라운 레버리지 비율로 투자를 하고 있었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용위기가 확산되고 투자은행들의 마진콜 요구가 늘어나면서 자산담보채권의 잔액은 급격히 축소되었다. 작년 8월 신용위기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투자은행을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이 주택담보증권을 비롯한 자산을 담보로 한 채권들을 유동화, 즉 대량으로 매각하기 시작하면서 유동성 위기가 촉발되었다.


다음으로, 투자은행들이 ABS, MBS 또는 이를 파생시킨 CDO의 시장가치를 4사분기에 집중적으로 할인(mark down)하면서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다. 투자은행들이 부실자산을 대규모로 상각처리할 수밖에 없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자산 유동화과정으로 인해 채권자와 채무자가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씨가 모기지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빌릴 경우, 모기지 은행은 이를 묶어 MBS로 전환하고 투자은행(또는 SIV)은 이를 다시 CDO로 만들어 헤지펀드나 다른 투자은행에게 판매했다고 가정해 보자. 최종 투자자가 자신이 구매한 금융상품의 궁극적인 채무자를 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신용위기를 더욱 확산시킨 주범은 첨단 금융기업이라고 알려진 신용 파생상품인 신용 디폴트 스왑(Credit Default Swap, CDS)이다. 미국의 금융시장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거의 모든 채권을 묶고 쪼개어 파는 유동화 시장이 발달되어 있다. 특히 지급불능과 같은 신용위기가 발생할 경우 보상하기로 약속한 일종의 신용보험상품인 CDS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계약 일방의 신용 위험과 파산은 상대방을 위험에 빠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2007년 7월 1조 1,860억 달러에 달했던 ABCP의 잔액은 무려 4,132억 달러나 줄어들게 되었다. 그 중 60% 가량이 지난 해 3사분기에 집중되었고 이는 4.4분기 투자은행의 대규모 상각처리에 반영되기도 하였다.

관건은 부동산 가격의 안정화, 미 정부는 어떻게 대응할까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는 단순한 유동성 위기가 결코 아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위기가 벌써 3사분기를 넘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가계의 지급불능 위기가 문제의 근원임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서브프라임 대출에 대해 가계가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며, 이는 부동산가격이 상승하거나 가계의 실질소득이 올라야 가능하다. 실업률이 올라가고 경기가 침체된 이상 후자는 사실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고, 오직 부동산가격이 안정화되는 시점에서 서브프라임 위기는 점차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당분간은 모든 금융기관들이 자산(담보대출)을 매각하여 부채를 상환하려고 하고 있으며, 따라서 부동산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재의 신용위기는 과거의 위기들과 근본적으로 성격이 달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 없이 시장만으로는 위기를 타개할 수가 없다. 중앙은행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용시장은 불안감이 닥치면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며 오직 자기만 살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이다. 어제 믿을만 했던 친구가 오늘은 모두 서로서로 의심하게 되었을 때, 중앙은행은 믿음직한 친구로 버텨주어야 한다. 금융시장에 대한 개입을 한 축으로 하고, 압류된 주택에 대해서 정부의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방식 등을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켜야 할 것이다.


물론 자본시장과 부동산시장의 급한 불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꺼지겠지만, 실물시장이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부채의 궁극적인 상환은 총수요 증가, 즉 가계의 실질소득 증가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투자와 세금삭감이 필요하다. 이라크 전쟁에 3조 달러나 쏟아 부으며 발생한 재정적자, 세계화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대규모의 무역적자, 미국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여경훈 khyeo@cin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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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8.02.22 13:07
바다 건너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한국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값 인상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면 근거가 있는 이야기일까? 신종 나비효과라 부를 만한 이 두 가지 현상에도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라면값 100원 인상이 왜 그렇게 심각한가?


우리나라 라면시장 최대 점유율을 가진 농심이 20일부터 라면류와 새우깡을 100원(6.7%~15.4%) 인상하기로 했다. 신라면은 650원에서 750원, 짜파게티는 750원에서 850원, 큰사발면은 900원에서 1000원, 새우깡은 700원에서 800원으로 인상된다. 2007년 3월에 라면류와 새우깡 등을 15~20%씩 인상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인상을 결정한 것이다.

다른 라면업체와 우유업체, 청량음료업체들도 이미 가격인상을 했거나 계획 중에 있다. 그리고 일부 언론에서는 사재기와 함께 관련주의 상승을 보도하고 있다. 도대체 라면가격 100원 인상에 왜 이리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일까?

일반 국민에게 가장 큰 근심거리로 다가오는 경제문제는 ‘물가’, 특히 ‘소비자 물가’다. 각 기관은 2008년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물가상승률이 지난해의 2.5%를 상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정경제부와 삼성경제연구소는 3.0%, 한국은행은 3.3%로 올해 물가 상승률을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2008년 1월 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3.9%의 상승률을 보여 4%에 육박하는 등 전망치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통계청 2008년 2월, ‘1월 소비자물가 동향’ 참고) 이는 최근 수년간 지속된 물가상승률인 2% 수준을 크게 상회할 뿐만 아니라 올해 최대 전망치인 3.5%도 단숨에 뛰어넘는 수치다.

료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구입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동월과 비교해 무려 5.1%나 뛰었다. 3월 이후 부터는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가계 압박과 추가 물가 상승도 우려되고 있다. 라면가격 인상은 바로 이와 같은 총체적 물가상승 국면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 물가지수 ⓒ 통계청

원유가, 곡물가, 광물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

그렇다면 라면가격 인상의 원인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농심 측은 “최근 일 년 동안 밀가루 가격이 50%, 팜유는 94%, 미강유는 55% 상승하는 등 기상이변과 수급 불균형 등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원가부담이 커져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유가 급등으로 인한 유통비 상승도 한몫을 하게 된다.

실제로 세계 곡물가격은 1996년 하반기 이후 급락하여 장기간 낮은 수준을 지속하다가 2006년 하반기부터 장기평균을 상회하며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한국은행 2007년12월, ‘세계 곡물시장 동향 및 전망’ 참고)

원인은 매우 복합적인데 대략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세계곡물 소비량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생산량은 2005년 이후 대체로 정체되어 있다는 점 (2) 기상여건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 (3) 바이오연료 생산을 위한 수요 증가 (4) 인구대국인 중국, 인도 등의 식량재고 급감 등이다.

이와 같은 요인으로 지난 1년간 밀은 79.9%, 옥수수는 25%, 대두는 95.8%의 가격 급등세를 보였고, 이에 따라 이미 2007년 12월 제분업계는 밀가루 가격을 24~34% 인상했다. 곡물가격의 상승이 식품가격 전반의 상승을 유발한다고 하여 애그플레이션(Agflation = Agriculture + Inflation)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높은 곡물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한데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앞으로 1년~1년 반 안에 많은 상품 분야가 위기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며 “특히 농산물이 핵심 문제”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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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곡물가격 지수 추이 ⓒ 한국은행


덧붙여 둘 것은, 물가상승을 부채질 하는 것이 원유가격과 곡물가격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광물자원 가격의 급등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며 이는 곧 공업제품 가격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2월 18일 포스코는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 발레와 올해 철광석 도입 가격을 전년 대비 65%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철광석 가격 상승은 철강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조선, 자동차, 건설, 가전의 원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다면, 원자재 가격은 왜 일제히 상승하고 있는 것일까?

세계 금융자본의 과잉유동성이 찾은 마지막 비상구 실물투자


2000년 IT 중심의 나스닥 버블이 붕괴하고 미국경제가 급격한 침체양상을 보이자 미국연방준비은행은 금리를 1% 내외로 내리는 등 초저금리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를 시작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으며, 금융자본의 글로벌 유동성은 엄청나게 팽창했다. 문제는 급팽창하고 있는 금융 유동성이 미국의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연이어 거품붕괴 사태를 맞이한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역시 이런 과정에서 등장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에서 투자처를 잃은 금융자본은 본격적으로 원유나 곡물과 같은 실물투자로 옮겨갔다. 달러화 표시 가격 인상을 포함하여 가뜩이나 인상요인이 누적되었던 유가와 곡물가 등에 실수요가 아닌 금융자본의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면서 가격이 폭등하게 된 것이다.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역시 현재 세계적으로 유가와 금뿐 아니라 구리, 납, 콩, 밀가루, 면, 커피, 코코아, 가축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발견되는 가격 상승의 원인을 단지 지정학적 이벤트나 바이오에탄올 생산증가 등에서만 찾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가격 폭등이 가장 큰 이유는 이들 상품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의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2007년 10월, ‘Oil is not the only commodity on a tear’ 중)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은 이런 경향을 크게 증폭시킨 데 불과했다. 하이일드 펀드와 구조화 채권시장에 머물러 있었던 투기 자금조차 주택담보시장이 붕괴하자 대거 상품시장(실물시장)으로 이동했고, 달러화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특히 금이 피난처로 각광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에서도 최근 중국펀드 등 해외펀드에서 적자가 발생하자 이른바 ‘원자재 펀드’라고 해서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금·구리 등의 금속과 옥수수·밀 등 농축산물에 투자하는 펀드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예 퀀텀 헤지펀드의 공동 창업자인 짐 로저스는 미국경기 침체에 대비해서 달러 자산을 매도하는 한편 곡물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거두라는 조언까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밥은 먹어야 하기 때문에 곡물투자는 경기침체에도 안정된 수익을 보장할 것”, “농산물에 투자한다면 전 세계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수익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중국발 인플레이션 발생할 경우, 국내 물가에도 큰 타격

즉 세계 금융자본의 팽창과 과잉 유동성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달러시장과 금융시장에서 탈출하여 실물시장으로 옮겨갔고, 그 자금들이 결국 전 세계 원자재 시장과 곡물 선물시장으로 몰리면서 투기적 수요를 만들어내 가격 폭등을 부채질 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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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주요국 전년 대비 소비자 물가 상승률 ⓒ 새사연


히 2006년 기준 전 세계 수출의 8.1%를 차지하면서 세계 소비품 공급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채질 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2007년 상반기 2% 수준이던 물가상승률이 하반기에는 6% 이상까지 치솟는 경향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과 중국 등 세계 경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중국경제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중국 물가 상승 요인은 비용 압박 측면에서 (1) 원자재 가격 급등 (2) 임금 상승률 확대 (3)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이 있고, 수요 견인 측면에서는 (1) 통화 증가율 상승 (2) 대출 증가율 상승 등의 요인이 있기 때문에 중국의 물가상승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 2008년 2월, ‘차이나 인플레이션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특히 현대경제연구원의 위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 수출물가 상승률이 한국 수입물가 상승률에 미치는 기여도가 28.4%나 된다. 즉 수입물가가 100원이 오르면 28원은 중국 수출물가 상승에 의한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농수산물의 수입량이 매우 큰 상황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규제 없는 금융자본의 자유가 불러온 위협

다소의 비약을 감수하여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이 서브프라임 사태와 라면값 인상의 나비효과를 정리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 금리인하 → 금융자본의 달러 투자 회피 → 원자재, 곡물 등 상품 투자로 이동 → 투기수요 촉진 → 원자재, 곡물 가격 인상 촉진 → 글로벌 인플레이션 유발과 수입물가 상승 → 한국의 제분가격 및 유통 운반가격 상승 → 전반적 가공식품 가격 상승(애그플레이션) → 라면가격 인상

결국 금융자본의 무한한 자유화가 라면값을 비롯한 식료품 값 인상이라는 사소하지만 위협적인 결론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금융자본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규제의 필요성과 곡물가격 폭등으로 인한 식량 전쟁에 대비하여 국민경제에서 농업의 역할에 대한 재고가 필요성이다.

먹고사는 문제가 막히면 민중 폭동이 일어난다는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6% 성장과 대운하 운운하기 전에 물가

관리와 집권 5년간의 식량 대책 수립이 취임을 앞둔 이명박 정부가 진정으로 해야 할 민생 대책이다.


김병권 bkkim@cins.or.kr / 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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