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근 경제 민주화는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주도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올해 초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해 경제 민주화 내용을 주장하다가 사퇴한 김종인 전 의원이 다시 박근혜 캠프 선대본부로 결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포함해 상속증여세 철저 징수, 법인세율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실효세율의 대폭 상향, 산업용 전력요금 특혜 폐지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실제 과정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일단 환영할 만한 주장이다.

아울러 새누리당 내의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도 지난달 5일 공개 세미나를 가진데 이어, 28일에는 리서치앤리서치(R&R)에 경제 민주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경제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86.9%는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에 대한 입장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한다고 밝혔다. 의외(?)인 것은 경제 민주화를 책임질 정당으로서 28.5%가 새누리당을 지목한 반면, 민주통합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22.2%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주체가 새누리당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가 국민으로부터 부자정당, 친재벌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각하는데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긴 친재벌 정치인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마저 지난달 28일 비상경제대책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대기업들이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경제 민주화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제 전경련만 빼놓으면 모두 ‘경제 민주화론자’가 된 셈이다.

사실 최근의 내외적 환경을 보건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누구도 지금까지의 경제 시스템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는 신자유주의주의가 초래한 위기가 쉽게 수습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상황은 흘러가고 있다. 보수 역시 지금의 자본주의를 액면 그대로 미래로 연장시킬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의 중심부에 있는 기존 재벌체제도 많건 적건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꼭 진보의 판단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재벌개혁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모두가 경제 민주화를 말하는 상황에서, 진정 무엇을 꼭해야 하고 무엇이 가장 절박한 것인가. 그리고 무엇으로 그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재벌증세를 진정성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아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기업 중 과세표준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전체 40만 여개 법인 가운데 1% 미만, 즉 400개가 안 된다. 이들의 법인세를 27%이상으로 올리면 대략 5조~8조원 사이의 증세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가 만나는 교집합에 재벌 법인세 증세라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있는 것이다. 물론 증세를 하는 마당에 법인세 감세특혜를 해지하고 최저한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패키지로 함께 가야 한다.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자신들이 진정성 있게 경제 민주화를 요구했다면 무엇보다 재벌 법인세 증세 방안에 찬성할 것이라고 본다.

둘째로, 90년 이후 자산 기준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7명이 모두 2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모두 집행유예를 받아 단 하루도 실형을 살지 않았던 지독히 불공정한 관행을 확실히 없애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 마디로 재벌총수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한 불관용 원칙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19대 국회 첫 날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 등이 횡령·배임 등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에 대해 더 이상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없도록 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 발의했다고 한다. 이 법안의 찬성 유무도 경제 민주화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재벌증세와 재벌범죄 불관용을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예시로 든 것은, 그것이 재벌에게 말뿐이거나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실효적인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특별히 재벌에게 과중하거나 불리할 것도 없는 대단히 일반적인 규칙을 재벌·대기업 집단에게까지 공정하게 연장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개원됐으니 이렇게 경제 민주화도 주장과 실천을 병행해 가야 할 것이다.

전경련도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여전히 경제 민주화보다는 경제 자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우선 연구개발 세액감면 등 자신들이 아직도 누리고 있는 온갖 특혜를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이 ‘규제가 없으면 구제도 없다’던 것처럼, 한국의 재벌도 ‘규제가 없으면 특혜도 없다’는 원칙을 적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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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0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미국에서 11월 6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롬니 후보 사이에 한참 전부터 치열한 공약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 재정 균형 논쟁과 증세 논쟁, 의료개혁 법안 논쟁, 일자리 논쟁 등이 대표적이다.

물론 우리나라 대선 쟁점도 아직 명확치 않은 판국에 미국 대선 쟁점에 관심이 적을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 대선과 시간이 한 달 반 정도밖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유력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무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는가 하면, 공약도 레토릭 수준에 불과하고 핵심 실행 방안 등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재벌 개혁과 경제 민주화에 대한 새누리당의 박근혜 측의 모습이다. 유력 후보인 박근혜 당사자는 아무런 책임 있는 발언 자체가 없는 가운데 주위 측근들이 “경제 민주화가 뭔지 모르겠다”는 식의 추상적 설전을 하는 식인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이었고 지금은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하스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인 로라 타이슨(Laura Tyson)이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일자리 공약을 진단하는 글을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실었다.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했지만 의회에서 파행 처리되었던 미국 일자리 법안(American Job Act)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타이슨은 로버트 라이시처럼 공개적이고 확실하게 오바마의 정책을 지지하고 있고 롬니를 비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조만간에 일자리 공약이 주요 대선 쟁점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 때 박근혜 후보가 과거에 제시했던 줄. 푸. 세 공약(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노동자에게 공권력 규율을 세운다는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줄. 푸. 세 공약은 롬니의 일자리 창출 공약과 친화성이 높은데, 타이슨은 다양한 각도로 이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유권자들도 이번에는 증세/ 감세와 일자리 창출이 어떤 연관을 가지는지 주의 깊게 평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오바마와 롬니의 고용정책 비교

(Obama versus Romney on Jobs)

2012년 7월 3일

로라 타이슨(Raura Tyson)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추락에서 벗어나 경기회복이 시작된 지 3년 지났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8%대를 기록하고 있고 실업률이 줄어드는 속도마저 느려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운동에서 일자리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고용 증대에 대한 두 후보 사이의 생각이 아주 다르다.

지난해 가을 오바마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45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패키지 정책, 미국 일자리 법(American Jobs Act)을 제안했다. 일자리 법안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라는 규모이다. 시의적절한 고용증대를 이루고 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대응하여 미국경기를 확실히 회복시킬 수 있도록 당장 2012년 올해 효과를 기대하고 설계된 것이다. 이 법안에 있는 대부분의 정책들은 과거에는 초당적 지지를 받던 것들이다. 전체 소요예산의 56%가 넘는 부분은 사실 (예산 추가 투입이 아니라 - 편집자) 세금감면이고 이는 장기 재정적자 감축계획에도 부합하는 것이었다.

몇몇 독립적인 경제학자들은 오바마의 계획이 2012~2013년 사이에 노동시장에서 의미 있는 개선을 가져오게 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국가 유력 예측기관 두 곳은 오마바 법안이 2012년에는 130~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2013년 말까지 200만개 이상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초당적인 의회 예산국(CBO) 역시 일자리법안의 대부분 정책들이 예산 투입 비용 대비 2012~2013년에 창출되는 일자리 개수의 효율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일자리 법안은 지난해 의회처리 과정에서 공화당 상원의 의사진행 방해를 받았고, 공화당이 통제하는 하원에서도 마찬가지로 표결에 부쳐지지 못했다. 공화당 후보인 롬니(Mitt Romney)는 이 법안이 경기 회복을 위해 “꺼져가는 장작불에 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는” 정도 수준의 “단순 경기자극책”에 불과하다고 공격했다. 결국 오바마는 자신의 계획을 입증하기 위해 여론조사 보강을 한 후, 두 개의 일자리 정책을 부분적으로 통과시켰다. 노동자 급여세율 1/3인하(원래 방안은 절반 인하)와, 실업수당을 애초 계획했던 것의 60% 정도까지 확대하는 것이었다.

미국 의회는 고용주의 급여세율 절반 감면 제안은 통과시키지 않았다. 이는 많은 공화당 의원이 과거에 선호하던 것이었다. 또한 각 주정부가 13만 5000명의 교사와 경찰, 소방대원 등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지원하기 위한 300억 달러 예산을 편성하는 것도 의회는 승인하지 않았다. 이는 다수 유권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던 것이다. 2009~2011년에는 연방정부가 1300억 달러를 투입하여 각 주정부들로 하여금 필수 공공 서비스를 유지하도록 지원해왔으며, 이를 지속시키기 위해 지금도 해당부분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롬니는 “주 정부지원 비용을 줄이는 대신 미국 시민들을 도와주어야 할 때”라면서 연방정부가 주 정부를 지원하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나 교사와 소방대원, 경찰은 미국 시민들을 도와주는 사람들이다. 정부 고용은 1940년대 이래 빠른 속도로 떨어져서 지금은 2006년 수준에 와 있다. 만약에 부시정부시절 그랬던 것처럼, 인구 증가율 수준 정도로 지난 3년 동안 공무원이 늘어났다면 80만 명의 추가적인 일자리가 생겼을 것이고 실업률은 8.2%가 아니라 7% 수준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의회는 오바마의 900억 달러 사회 인프라 추가 투자 지출 계획도 통과시키지 못했다. 그 계획은 40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었다. 미국은 현재 펀딩이 되지 못한 1조 1천억 달러의 사회간접자본 수요가 있다. 더욱이 사회 인프라 투자는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었다.

종합하면 의회는 적어도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협상 테이블에 남겨 놓았고, 올해 11월 선거결과가 나올 때까지 실업자들을 인질로 잡아놓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속적인 언론의 압력이 있자 롬니는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 계획에 관한 정책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런데 납득할만한 것들이 아니다. 롬니는 에너지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석유산업이 상당한 성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겨우 20만 명 미만으로 늘어났다. 단기적으로 설사 두 배의 일자리가 늘어난다 하더라도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롬니는 해외시장을 더 확대하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오바마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다. 오바마는 3개의 주요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연방정부의 수출 지원책을 강화시키고 있는데, 이는 2001년 침체 이후의 회복기에 시행했던 것보다 거의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더욱이 롬니는 미국의 세 번째 수출시장인 중국에 대해 환율 조작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거의 확실하게 중국의 보복을 불러와서 오히려 미국의 수출과 일자리를 줄이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롬니는 2010년에 법제화 된 오바마의 의료개혁 법안(Obamacare)이 (고용에 따른 기업의 의료보험 부담으로 인해 - 편집자) 중소기업의 고용을 위협하기 때문에 폐지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증거도 빈약하고 논쟁의 여지도 많다. 최근의 여론조사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이 개혁 법안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규모에 관계없이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추가로 고용을 하지 못하는 기초적인 이유는 의료보험 추가 부담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수요가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롬니는 고용을 증진시키기 위해 연방정부의 재량지출을 추가적으로 5%까지 즉시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높은 실업과 취약한 총 수요로 경제가 어려운 판국에 지출 축소는 자가당착적인 것이다. 롬니는 최근 이런 점을 인정하고 2013년 1월 도래하는 재정절벽(fiscal cliff)이 경기를 침체로 밀어 넣을 수 있다고 확인했다.

미국의 재정절벽(fiscal cliff)에 대한 우려

- 재정절벽이란 지금까지 집행하던 예산이 갑자기 삭감되거나 중단되어 경제에 큰 충격이 오는 것으로 미국은 2013년 1월부터 Budget Control Act에 따라 1조 2천억 달러 재정 지출이 자동으로 삭감될 예정이어서 재정절벽을 맞게 된다.

- “만약 예산당국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재정 절벽이 너무 거대해 연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할 기회가 전적으로 사라진다. 의회가 이것을 해결해야 연준이 경제회복에 힘을 실을 수 있다.”(벤 버냉키 4월 의회 청문회)

- “의회가 (적자 감축에) 합의하지 못하면 재정이 (자동적으로) 급격하게 삭감되어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미칠 것” (FOMC 4월 회의록) 

마지막으로 부시의 감세를 확대하는 것을 넘어서 롬니는 소득세 한계세율을 전반적으로 20% 줄이고, 기업이 고용을 늘리도록 촉진시키기 위해 상당규모의 법인세 감세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부시정부 초기 시절 엄청난 소득세 한계세율 감세에도 불구하고 2000~2007년 사이의 고용 증가율은 그 이전 30년 동안에 늘어난 일자리 증가율의 절반에 불과했다.

설사 롬니의 새로운 감세정책은 장기적으로는 투자와 성장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며 상당한 조세 수입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다. 실제로 의회 예산국(CBO)의 예산 효과 측정에 따르면 이러한 감세 조치들은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한다.

오바마의 제안은 일자리 창출을 증진시킬 것이 확실한 반면, 롬니의 제안은 효과가 거의 없거나 일부는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이 차이를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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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막연한 "일자리 늘리기" 정책만큼 불신이 가는 정책이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근로자들이 자기 깜냥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할지 좀 더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한데 이번 대선에서도 그런 정견을 펼치는 후보들이 없는 게 불행입니다. 단순히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고 주장한 것은 15년 전 김대중 대통령이 써먹었던 구호입니다.

    시대가 바뀌고 15년이 흘렀는데 아직까지도 정치인들이 이런 형편없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직업 능력 계발 정책을 강화하겠다" 와 같은 비슷한 의견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이건 뭐 막연하게 "일자리를 몇 만개 늘리겠습니다" 로 떠벌리고 있으니 정말로 한심합니다.

    왜 이렇게 이번 대통령 후보들은 고용정책에 있어선 하나같이 무능해 보일까요? ㅡ_ㅡ

    2012.09.26 20:49 [ ADDR : EDIT/ DEL : REPLY ]

2012.02.14 정태인/새사연 원장 

"민주 새누리 복지공약, 알고 보니 민노당 것 베꼈네" (조선일보, 2012.2.13)

조선일보가 비아냥인지 우국의 한탄인지 모를 말을 내뱉었다. 그 만큼 각 당의 다를 바 없는 복지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사실 각 당의 정책이 같은 방향이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불과 4년 전, 17대 총선 때 수도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약 역시 똑같았다. ‘특목고 유치’, ‘뉴타운 유치’를 똑같이 써 넣은, 색깔만 다른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오죽했으면 내가 당시에 “저 빌어먹을 공약”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겠는가.

하지만 상전이 벽해가 된다고 이번엔 정확히 반대 방향으로 돌아섰다. 나만은, 내 아이만은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유권자들은 어느 새 우리 아이가 혹여 ‘루저’가 된다 하더라도 인간답게 살만한 복지사회를 원하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보다 더 좋은 일은 있을 수 없다. 이제 유권자의 비위를 맞추려 겉으론 복지를 내세우면서 실제 속마음에 들어있는 정책기조는 복지와 양립할 수 없는 경우만 잡아내면 된다. 

예컨대 “(여당 때는) 국익을 위한 FTA를 추진한다고 해 놓고, 야당이 되자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그리고 이제는 선거에서 이기면 FTA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습니다" 라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그렇다. 한미 FTA와 복지는 상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장소에서 새누리당이 발표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SSM의 지방 중소도시 신규 진출 5년간 금지’ 정책은, 이들 기업이 외국인 투자자를 유치하는 경우 한미 FTA 제12장 4조에 걸릴 소지가 다분하다. 내국민 대우 위반만 아니면 된다는 이주영 정책위 의장이나 김종인 비대위원의 말은 그저 무지를 드러낸 것뿐이다. 새누리당이 지금 영입하려는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는 한EU FTA 위반이라고 이미 유통법?상생법 통과 때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는가?

뿐만 아니다. 민주통합당의 건강보험보장성 강화 역시 투자자국가제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미 FTA는 이처럼 사실상 초헌법(캐나다 정치학자 클락슨의 표현)의 위치에서 국가의 정책을 제한함으로써 각 당의 복지공약을 무산시킬 수 있다. 캐나다가 1994년 미국과 나프타를 맺은 후, 지니계수로 나타낸 소득불평등 정도가 우리보다도 나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실업수당 등 복지제도를 미국식으로 바꾼 결과이다.

복지와 상극인 정책은 수도 없이 많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정책이다. 복지국가의 모범인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도 1990년 초에 외환위기를 당했고 이들 국가는 당시 “스웨덴 병”, “북유럽 모델의 사망” 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의 위기는 ‘공짜 점심’과 같은 미시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80년대 내내 수출대기업을 위한 환율정책, 뒤이은 자본시장 개방, 금리자유화와 같은 거시경제정책 때문이었다. 이런 정책으로 인해 자산 버블이 일어났고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버블이 꺼지면서 외환위기까지 당한 것이다.

즉 복지를 원한다면 주식이나 부동산 버블을 키워서는 안된다. 따라서 자본의 유입을 제한하는 토빈세나 외환가변유치제 도입, 자산의 버블을 억제하는 주식 양도차익세 부과, 종부세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만일 수출대기업을 위한 환율정책을 고집하거나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한 세제나 제도에 반대하는 정당이 있다면 그 당의 복지공약은 가짜이다. 5년 전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줄푸세” 정책기조가 여기에 딱 들어맞는 경우이다.

“한미 FTA는 지난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됐고 당시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이 설득 해왔”으므로 “정권이 바뀌면 없던 일로 한다는 데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는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말에 나는 동의한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정책을 바꾼 이유를 정확히 말해야 하며 그래야 국민들도 납득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비대위원장도 ‘맞춤형 복지’와 “줄푸세”가 양립할 수 있는지 밝히고 만일 “줄푸세”를 없던 일로 하겠다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박대표는 한미 FTA와 복지가 양립가능하다는 것도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이 글은 PD저널에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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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만일 수출대기업을 위한 환율정책을 고집하거나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한 세제나 제도에 반대하는 정당이 있다면 그 당의 복지공약은 가짜이다.

    2012.02.22 12:2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