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7정태인/새사연 원장

 


박근혜 후보의 눈빛이 흔들린다. 경황이 없어서, 어린 동생들 생각에 30년 전 6억원을 받았고 나중에 돌려줄 거라는 말까지 했다. 만일 어린 동생들 때문에 모든 게 용서된다면 “무전유죄”를 호소하는 대부분의 범죄자는 무죄다. 이처럼 이정희 후보는 송곳처럼 박근혜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찔렀다.


5년 전 유권자들은 무려 14건이나 되는 이명박 후보의 전과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떻게든 경제를 살릴 거 같은데 그 어떠랴”는 괴이한 분위기에 휩쓸렸다. 5년이 흐르는 동안 경제는 위기에 빠졌고 대통령의 모범을 따라 주변인사들은 줄줄이 전과자가 되었다. 이번엔 “어떻게든 위기를 극복하겠지…적어도 이명박보다는 낫겠지”, 현직 대통령의 실정이 심판의 대상이 아니라 비교 대상이 되는 요상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차 토론에서 박 후보는 시종일관 굵은 기조를 유지했다. “위기가 닥쳤다, 신뢰의 정치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어는 위기-신뢰-통합이다. 박 후보의 취약점은 과거에 있지만 미래의 심장은 여기에 있다.


정치에선 박 후보의 위기-신뢰-통합이 그럴듯해 보인다. 박 후보가 30년 전 청와대에서 나온 이래 한 일이라곤 한나라당-새누리당을 위기의 수렁에서 건진 것뿐이다. 분명 박 후보는 적을 간명하게 규정해서 궤멸시키는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고도성장의 추억”은 그를 ‘선거의 여왕’으로 만들었고 보수층을 결집시켰다. 그러나 경제도 그렇게 될까?


현재의 경제위기는 한마디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 때문이다.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서 양극화를 초래한 결과가 세계경제의 위기이고 곧 한국의 위기다. 박 후보의 “줄푸세”가 “시장만능주의(market fundamentalism)”의 한글 번역이니 당연한 일이다. 최근 새누리당은 “줄”은 빼고 “푸세”만 한다지만 지난 5년 감세액만 82조원(국회 예산처 추산)이었고 세법을 고치지 않는 한 이런 재정상태가 계속된다는 걸 의미한다. 위기에 빠지면 부자에게 증세해서 아래로 돈이 흐르게 해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 위기대책을 아예 포기했다는 얘기다.

박 후보는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다르지 않다”고 강변했다. 최근에는 경제민주화가 재벌의 투자를 가로막는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줄푸세”와 박정희의 “삽질”을 실천한 “불도저”였다. 그러나 주로 돈을 챙긴 재벌의 투자는 그다지 늘어나지 않았고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당연하다. 불황기에 투자는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비가 늘어나도록 하는 게 즉효약이다.

10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이들의 소비를 가로막고 있다. 박 후보는 18조원의 ‘행복기금’을 조성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정부보증 채권을 발행해 은행의 부실채권을 해결해 주겠다는 데 불과하다. 즉 정부 돈으로 은행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겠다는 것이다. 올바른 방향은 채무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필요하면 빚을 탕감해주거나 이자를 줄여주고 괜찮은 일자리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지난 5년간 천문학적 돈을 번 은행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여기서도 돈이 채무자에게, 즉 아래로 흐르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경제는요?”가 통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선문답을 알아서 실행할 주변이 모두 “줄푸세”의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직도 돈이 위로 흘러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런 줄푸세가 양극화, 즉 국민 분열을 초래하고 결국 경제위기를 심화한다는 것은 세계와 우리의 역사가 이미 증명했다.

박 후보의 심장이 여기에 있다. 경제에서 그의 “위기-신뢰-통합”은 더 큰 위기와 불신, 그리고 분열로 이어질 것이다. 1차 토론에선 박 후보가 조연에게 발목을 찔려 중심을 잃었는데도 주연은 그저 겨냥만 했다. 조연만 빛난 드라마는 실패한다. 과연 문재인 후보는 그 심장에 최후의 일격을 가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선거는 다음주 TV토론에서 또 하나의 결정적 고비를 맞을 것이다. 

* 이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2.12.05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박근혜 후보 선거 플랭카드 속에 경제 민주화는 없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각종 공약이 난무하고 있는 중이고 길거리에는 각 후보들의 공약이 적힌 플랭카드로 넘쳐난다. 그런데 당초에 이번 대선의 최대 화두라고 했던 경제 민주화 공약이 얼마나 될까? 특히 박근혜 후보가 내건 선거운동 구호와 플행카드 속에는 경제 민주화 내용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박근혜 후보는 지난 7월 11일 출마선언을 하면서 다음과 같이 경제 민주화를 가장 중요한 공약으로 내걸었다. "저는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습니다. 국민행복의 길을 열어갈 첫 번째 과제로, 저는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인을 비롯한 경제적 약자들의 꿈이 다시 샘솟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종인 전의원을 국민행복 추진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보수가 내걸기 어려운 경제 민주화를 박근혜 후보가 전면에 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핵심은 폐기처분 된 김종인의 경제 민주화 정책

그런데 그 후 수개월 동안, 박근혜 후보는 확정적인 경제 민주화 정책을 좀처럼 내놓지 않았다. 경제 민주화를 할 것이라는 동어반복만 계속하는 가운데, 당 내에서 김종인-이한구 논쟁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드디어 11월 초에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경제 민주화 공약을 준비해서 박근혜 후보에게 제시한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거기에는 재벌총수와 임원진의 급여 공개, 재벌 범죄에 대한 국민 참여재판 확대, 공적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 소액주주의 독립이사 선임권한 부여를 포함하고 있었다.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을 수용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특히 각종 재벌 규제 방안을 '대기업 집단법'이라는 특별법으로 묶어서 포괄적인 재벌규제체제를 만들고, 필요한 경우 계열사의 지분조정 명령제를 넣는 것 까지가 검토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박근혜 경제 민주화에 일말의 기대를 걸게 했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주지하는 것처럼, 박근혜 후보가 처음으로 공식화해서 밝힌 11월 중순의 "경제민주화 5대 분야 35개 실천과제"에는 앞서 언급한 경제 민주화 내용은 전부 빠져 있었다. 나아가 박근혜 후보는 경제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 민주화와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면서 경제 정책 기조를 공식적으로 바꾸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자신의 제안을 폐기처분 당한 김종인 위원장은, "11월11일 (경제민주화 공약 발표를 앞두고) 박 후보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선거전략 변화를 처음 알았다. 경제상황이 어렵다고 하니까 성장 콤플렉스에 또 빠진 것인데, 새누리당의 상당수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러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두 개의 경제 민주화 법안 처리를 무산시킨 박근혜 후보

그 이후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의 경제 민주화 의지가 완전한 허상이었음을 증명하는 사건이 또 있었다. 100여개가 넘게 국회에 제출된 경제 민주화 관련 법안 중에서 유일하게 관련 상임위를 통과해서 올라온 법안의 처리를 거부했던 것이다. 바로 대형할인마트 영업시간과 휴무 지정 강화를 담은 유통산업발전법을 지난 11월 22일 법안심사 소위에서 새누리당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현재 평균임금의 30%를 약간 넘는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까지 올리자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차별 금지 등은 경제 민주화와 노동 민주화를 상징하는 매우 기초적인 과제들이었다.

핵심을 모두 거세시키고 발표한 박근혜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약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차별을 해소"하겠다거나 "대형유통업체의 골목상권 진입을 규제해서 골목상권과 영세자영업자의 생존권을 보호"하겠다는 문구는 남아 있었지만, 그 조차도 실제로는 시행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 확실히 증명된 것이다.

이제 박근혜 후보의 공약집과 머릿속에는 '민주화가 실종된' 경제 공약이 과거의 경제 성장공약으로 되돌아간 채 남아있게 된 것이다. 결국 현재 문재인과 박근혜 두 유력 후보의 경제 민주화 공약 차이는 이제는 '거의 차별화가 안 된다'가 아니라 '있고 없고 차이'로 확실히 구분된다.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70% 이상은 경제 민주화를 원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면 경제 민주화를 위해 누구를 뽑아야 하겠는가?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2.11.21최정은/새사연 연구원

 

무상보육 공약 , 새 대통령 업무 첫 관문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만 0-5세 무상보육 공약은 새 대통령의 업무로 평가될 첫 번째 관문이다. 유력한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대선공약으로 만0-5세 무상보육을 약속하고 있어, 올 대선을 전후해 이 공약의 이행 여부를 검증할 수 있다. 연말까지 2013년 예산안 심의가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무상보육을 담보할 재정이 담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은 만0-2세 무상보육이 시행된 지 6개월만에 파행을 맞자 일제히 정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사실상 무상보육을 후퇴시키는 안을 발표한 지난 9월 25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0~5세 육아를 책임지는 것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꼭 필요하고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부와 새누리당을 향해 "무상보육 폐기는 무책임한 국정 운영의 극치"라고 몰아세웠고,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첫 공식 발언으로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또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라며 날선 목소리를 냈다.

무상보육 논란 , 지금은?


무상보육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몇 개월간 재정문제로 맞서다 겨우 만0-2세 무상보육을 종전의 소득하위 70% 지원으로 후퇴시키는 정부안으로 봉합된 상태다. 정부의 보육료지원 개편안은 맞벌이 가정에 매월 10~20만 원 부담을 주고, 전업주부의 보육시간 이용을 제한하고 있어 시행되더라도 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도 마지못해 정부안에 합의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논란이 된 재정은 만0-2세아 소득상위 30% 가정 지원과 무상보육으로 인해 급증한 신규 수요지원을 합한 지자체 부담액 6600억 원이다.

지자체는 보육료지원 외에도 정부가 결정하는 국가주도사업에서 정부의 재정 분담율을 90~100%까지 높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매칭으로 진행되는 보육사업이 지방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국 244개 자치단체 중 지자체의 자주재원으로 인건비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시군구가 전체의 20%에 달한다고 한다(이동식, "지방재정의 자율성 강화방안", 제3회 공법학자대회 지방자치법제분과, 2012.6.28.).

진정성, 보여줄 때다

오락가락한 정부 정책에 부모들은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그나마 희소식 하나가 들려 온다. 최근 국회 지방재정특별위원회가 영유아무상보육사업의 국고보조율 인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영유아 무상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을 현행 서울 20%, 지방 50%에서 서울 40%, 지방 70%로 인상하도록 하는 안이다. 하지만 지자체가 요구한 100% 지원과는 간극이 있고, 법적 효력도 없어 지켜봐야 한다.

무상보육은 우리 미래에 대한 투자다. 무상보육은 어느 지역에 사느냐의 문제와 상관없이 정부가 책임져야할 과제다. 그동안 대선주자들은 수없이 ' 진정성'을 강조했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의 진정성을 검증받을 절호의 기회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2.11.1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세 명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지난 9월 이후 치열한 정책공약 경쟁을 벌이면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해 온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조만간에 후보등록을 하고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책경쟁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일 것이다. 세 후보 모두 가장 중심 공약으로 제시한 분야이며, 동시에 당장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한 가지 던져보자. 가장 보수적인 새누리당의 정강까지 개정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집어넣는 한편, 헌법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기초한 상징적인 인물인 김종인 전 의원을 굳이 영입을 했던 박근혜 후보의 재벌개혁 공약과 경제 민주화 공약은 무엇일까. 그리고 문재인·안철수 후보와는 어디에서 차별성이 드러날까.

정답은 좀 엉뚱하다. 적어도 13일까지 박근혜 후보의 공식적인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공약은 ‘없다’가 정답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캠프의 공식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문자 그대로 없다. 후보 캠프의 공식적인 사이트 어디에도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내용이 없다. 박근혜 후보가 언론을 통해 발언한 어디에도 확정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없다. 그렇게 중요한 경제민주화 공약이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선거일 한 달 남짓 시점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사실 11월 초까지만 해도, 오랜 시간 뜸을 들이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기업집단법 제정’을 중심으로 거의 정리됐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예상보다 강도가 높은 수준이며, 여기에 사교육 제한과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가 추가되면서 수위가 제법 높은 공약 초안이 박근혜 후보에게 전달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말뿐이었고 공식화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지난 8~9일 다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후보 사이의 설전만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박근혜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얘기를 하고, 대기업집단법에 대해서는 “국민한테 도움이 되는지, 국익에 가장 합당한가를 잘 조율하고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한가한 얘기를 했다. 이쯤 되면 사실 재벌개혁 생각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를 신뢰한다던 지금까지의 말을 뒤집으면서 “당초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던 얘기가 조금 약세로 돌아섰다는 우려, 그런 느낌을 받는다”거나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많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로비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했다.

이런 장면은 낯이 익다.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위원장의 사퇴 협박이 그랬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경제 민주화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으로 그랬다. 이번에도 그 연장이다. 그 와중에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공식 방안을 내놓은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고 결국 박근혜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방안을 거부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제는 미뤄서는 안 된다. 박근혜 후보는 말하라. 도대체 어떤 재벌개혁안이 박근혜 후보의 공식적인 공약인가. 어떤 경제민주화 방안이 박근혜 표 경제민주화 방안인가. 특히 대기업집단법을 하겠다는 것인가 말겠다는 것인가. 하겠다면 대기업집단법이라는 바구니에 무엇을 담으려고 하는 것인가.

새사연은 이미 올해 초에 “향후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방향전환과 바람직한 모델로의 접근을 고려하면서 재벌개혁에 대처해야 한다. 그 동안 학계나 법조계에서 간간히 나왔던 ‘기업집단법’ 제정은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한국의 재벌체제를 핵심 경제 구조 틀로 보고 공식적인 법적 틀로 이를 수용하고 성문법적 틀 안에서 규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어 현 단계에서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새사연 “재벌개혁과 재벌규제법”, 2012년 3월14일)

그 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기업집단법이 엉뚱하게(?) 박근혜 캠프에서 흘러나왔을 때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말만 무성하게 흘리다가 폐기처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에는 명확히 말해야 한다. 대기업집단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아닌가. 도입한다면 어떤 내용과 수준의 대기업집단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아니 도대체 재벌개혁을 위해 무엇하나라도 할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2012.11.13최정은/새사연 연구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의 선 굵은 공약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경제민주화·일자리·복지를 시대 과제로 말해왔지만, 그 차이가 선명하지 않아 후보 간 차별을 두기 어려웠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열악한 한국 사회에서 보육 정책은 젊은 세대들이 절박하게 느끼는 출산과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고충과 맞닿아 있어 더더욱 화두가 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가장 먼저 여성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부산 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를 방문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위한 실천 과제로 ‘보육’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 맞춤형 보육서비스 구축, 방과후 돌봄 서비스 제공 대상 확대, 아빠의 달 도입, 임신 기간 부분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 가족친화적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가사도우미 서비스 지원, 관리직 여성 일자리 확대, 자녀장려세제 신설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부의 무상보육 철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무상보육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0월3일 여성 유권자들과의 간담회 ‘여심, 문심’에서 무상보육 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문 후보는 “0~2세뿐 아니라 전 아동을 무상보육한다 해도 전체 비용이 7조5000억원 정도면 감당이 된다. 사회적 여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첫 연도 중에 예산을 고갈시킨 정부가 무능한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10월14일 임산부와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만 0~5세 무상보육 전면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30%·이용 아동 50% 확대, 생활권별 산부인과 및 산후조리원 확충, 아버지 휴가 2주간 제도화, 필수 예방접종 항목 확대, 출산지원을 위한 방문서비스 ‘육아 코디네이터 제도’ 도입, 장애인 출산과 육아 전담도우미 도입, 출산장려금 확대, 다문화 가정 임신과 출산 지원 등을 약속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을 펴낸 직후 정부의 무상보육 철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9월25일 안 후보는 정책 네트워크포럼 ‘내일’에 참석해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포기에 대해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또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철회를 보고 복지란 것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한가를 알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자신이 맞벌이 시절 겪었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중심의 보육 문제를 지적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30% 확충을 강조했다. 

세 후보 모두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 보육의 공공성을 늘리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보인다. 박 후보는 매해 50여 개씩 5년간 250여 개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턱없이 모자라는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읍·면·동만 해도 당장 전국 474개 지역에 이른다(2011년 보육통계).
 

특별활동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문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50% 확대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공립을 확대하면서 부실한 민간 어린이집을 과감히 퇴출하는 방안도 내놓아야 이 공약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안 후보는 10월16일 직장인들과의 도시락 번개 모임에서 “국공립 보육시설이 10%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 놀랐다. 선진국을 보면 50%가 아니라 70~80% 넘는 나라도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최소 30% 정도는 늘리고 이를 기준으로 민간이 따라오면 상향 평준화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담은 구체적인 정책 공약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만큼 중요한 게 노동자들의 육아휴직 제도 정착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0~2세 영아들의 가정 양육이 활성화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는 있지만 육아휴직 급여 수준이 낮고 ‘눈치’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인은 현실적으로 적은 형편이다.

이에 대해서는 세 후보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가장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통상임금 40% 수준인 현행 육아휴직 급여를 7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상자를 확대하고 국비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 후보가 내놓은 ‘아빠의 달’ 도입도 좋은 공약이다. 남성이 육아를 공동으로 담당해보는 경험 자체가 의미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는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그 제도도 빛이 날 것이다.

세 후보의 공약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현실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쟁점도 많다. 보육 교사 처우 개선과 보육료 현실화 문제이다. 새누리당은 표준 보육비를 다시 산정해 가격을 현실화하자고 주장해왔다. 일부 타당한 면도 있으나, 보육료를 올리는 것만으로 교사의 처우가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먼저 호봉에 따른 교사 월급이 보장되고, 시간외 수당 지급, 원장과 교사의 일방적 계약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의 무상보육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보육료 부담은 줄지 않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기본 보육료 외 특별활동비 때문이다. 지역별로 상한선을 두고 있지만 10만~20만원씩은 기본으로 부담하는 실정이다. 영유아 시기까지 내려온 과도한 조기교육의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부모의 욕심과 민간 시장의 과열 경쟁으로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을 내놓은 후보는 아직 없다.

세 대선 후보의 보육 공약은 언뜻 보기에 모두 비슷해 보인다. 아직 단순 나열식이고 우선순위를 두지도 않아 선심성 공약으로도 비친다. 사실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 확대, 그리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와 민간 지원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가리고, 타협보다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이명박 정부 보육 정책의 가장 큰 한계는 서비스 기반이 시장화된 데 따른 불만족이다. 이런 근본 문제를 누가 잘 인식하고 풀어나갈 수 있을지, 국민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이 글은 시사인에 기고한 글임을 밝혀 둡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