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 출처 : http://goo.gl/JB8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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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인 2010년 7월. 이탈리아 볼로냐 거리는 뜨거웠다. 말그대로 아스팔트는 지글거렸고 당시 특별기획 취재 차 이탈리아에 갔던 현장취재팀은 연신 땀을 훔쳐 닦았다. 당시 우리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등 잇따른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대안을 찾는데 골몰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이탈리아 애밀리아로마냐주(州)의 볼로냐였다. 경제위기 속에도 해고 없이 높은 성장을 이끌어온 도시였다. 내로라는 대기업도 없지만 유럽에서 가장 잘사는 도시 중 하나였다(관련기사 : 잘나가는 대기업도 없는데, 왜 세계가 주목하지?).

이곳을 소개해 준 사람이 바로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이다. 일주일여 동안 우리는 볼로냐 곳곳을 누볐다. 취재가 끝나갈 즈음에 그가 기자에게 물었다. 뜬금없었다. "경제학 책 봤어?"라고 말이다. 기자는 "대학 교양수업시간에 (경제학) 원론 정도요"라고 답했다. 이어 다시 "그나마 다행이네"라며 "이제 경제학 교과서를 버려야 해"라고 그는 말했다. 

우리는 협동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경제가 어떻게 실제로 구현되는지를 생생하게 지켜봤다. 당시만해도 우리에게 '사회적 경제'는 여전히 낯선 단어였다. '협동조합'은 농협·수협을 빼고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협동조합'과 '기업'을 갈라놓고 볼 뿐이었다. '협동조합도 기업'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 와의 '사회적경제' 취재 여정은 지난해 캐나타 퀘벡 주(州)로 이어졌다(관련기사 : 퀘벡의 조용한 혁명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

퀘벡 모델 역시 경제위기에서 빛을 낸 사례다. 협동조합과 정부·시민사회 등이 어떻게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위기를 극복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그는 "퀘벡의 몇 가지 네트워크와 지원 사례 등은 당장 서울시에서도 벤치마킹해 볼 만하다"고 평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는 이미 새로운 사회적 경제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경제학 싫어하는 까칠한 경제학자가 말하는 사회적 경제

그의 사회적경제에 대한 고민이 최근 책으로 나왔다. <협동의 경제학>(레디앙)이다. 기자에게 '경제학 책을 버려야 한다'고 했던 그가 내놓은 '경제학'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은 그 혼자 낸 게 아니었다. 정 원장은 "이수연 연구원이 없었으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퀘벡 취재 때도 함께했다. 그들과 오랜 만에 마주앉았다. 

- 책 첫장에 아예 대놓고 '경제학이 싫다'고 쓰셨던데.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이며) 예전부터 그래왔다. 막상 써놓고 보니까, 좀 그렇지만…."

- 서울대 경제학과 78학번이시니까, 경제학 공부만 햇수로 꽤나 된 것 같다. 
"35년이네. 그런데 아마 제대로 (경제학을) 공부한 시간은 4년이 채 안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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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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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제대로' 무엇을 공부했는지, 아니면 공부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박현채 민족경제론에 빠져 공부하던 때를 일컫는지, 아니면 최근 몇년새 부쩍 주창해온 '사회적 경제'를 말하는지…. 하지만 그 스스로 변명했듯이, 기존 주류경제학의 사고를 깨는 것은 분명했다. 이미 그의 책상에 수북이 쌓여있는 행동경제학을 비롯한 각종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논문들이 이를 보여준다.

- 책을 보니까 '경제학은 이미 죽었다'고 했다. 그리곤 다른 경제학이 필요하다고.
"현재의 주류 경제학의 논리 자체가 틀렸다는 건 아니다. 다만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다. 세계에서 내로라는 잘난 학자들이 수학적 증명에만 매달려있다. 누구하나 제대로 금융위기를 말한 적이 없다. 우리 주변의 실업이나 부동산 거품 등 민생문제를 딱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경제는 시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게다가 경제학에 시장경제만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정 원장의 이야기다. 그의 냉소적인 말투는 여전하다.

"현실과 상식에도 맞지않는 이야기들이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지배하면 어떻게 될까. 은행들의 약탈적인 대출이 금융위기를 가져오고, 사교육 경쟁은 우리 아이들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있잖아요. 지구온난화는 이대로 가면 인류가 다 죽는다는데…. (웃음) 이것을 말이예요. 우리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시장이 다 알아서 해준다는 게 요즘 경제학이예요. 이게 맞을까?"

"개성공단 해법? 재벌 소비재산업 유치하면 해결"

그의 이같은 합리적(?) 의심이 '협동의 경제학'을 이끌어냈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이지 않고 서로 배려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실제 우연히 손에 쥔 1만 원이라는 돈을 두 사람이 어떻게 나눠 갖는지를 관찰한 실험(최후통첩게임)을 통해서 입증된다(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면 된다, 어렵지 않다).

정 원장은 "시장도 돈 있는 사람들의 수요만 생각할 뿐"이라며 "돈 없는 사람들의 필요는 무시하는 근본적인 한계와 시행착오 등 때문에 (시장의) 실패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개인과 사회의 이익 추구과정에서 벌어지는 딜레마도 마찬가지다.

- 진보든 보수든 어떤 정권이든 사회적인 갈등이 계속 있었던 것 같다.
"그럴 수밖에 없다. 시장이 갖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이다. (기존 경제학에선) 개인의 이익 추구가 곧 사회전체의 이익 극대화로 이어진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부동산 투기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성공단 문제도 그렇다."

치킨게임과 사슴사냥게임
치킨게임: 치킨은 겁쟁이를 뜻한다. 매-비둘기 게임(Hawk-Dove Game)으로도 불린다. 매는 돌진하는 미친놈이고, 비둘기는 도망가는 겁쟁이다. 매와 비둘기만 만나면 언제나 매가 이긴다. 하지만 매와 매가 만나면 서로 멸망하는 최악의 상황이 초래된다.

사슴사냥게임: 사슴과 토끼를 사냥하러간 사냥꾼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들에게 더 큰 이득이 되는지를 설명하는 게임. 토끼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한명의 사냥꾼으로도 충분하다. 대신 사슴을 사냥하기 위해 두명의 사냥꾼은 힘을 합쳐 자신이 맡은 길목을 지켜야 한다. 혼자 토끼를 사냥해서 얻는 고기보다 사슴을 사냥해 반으로 나눈 고기가 훨씬 많다.

- 개성공단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
"(곧장) 원래 남북관계가 치킨게임이다. 여기서 미친 놈은 북한이다. 물론 요즘 남한 정부도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북한이 남한보다는 앞뒤 안가리고 돌진할 수 있다."

- 현 정부들어서 외국에선 남북간 전쟁까지 언급할 정도였으니.
"(고개를 흔들며) 전쟁나면 남한이 이길 것이다. 경제력에서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데…. 하지만 남한은 가진 게 많아서 잃을 것도 많다. 이 때문에 쉽게 미친 놈이 될 수 없다. 만약 북한이 질 때 지더라도 서울 향해 미사일을 쏘면, 남한은 겁쟁이나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그의 개성공단 해법은 단순했다. 남북이 서로 협력하거나 협동하면 갈등 국면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이득이 크다는 것을 만들어주면 된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신뢰가 중요하다. 정 원장은 이를 게임이론으로 이렇게 설명한다. "남북간의 대립을 치킨게임에서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꾸면 된다"고…. 그의 말을 옮겨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은 이거예요. '우리는 협동할 것이고, 이때 너희도 협동하는 것이 더 많은 이득을 얻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는 거예요.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등이 그렇죠. 근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상호주의 전략을 들고 나왔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건데, 한마디로 '네가 잘하면 나도 잘하고, 네가 잘못하면 나도 잘못한다'는 거죠. 협동과 응징인데, 문제는 응징에 방점이 찍힌 거예요. 서로 잘못하니 응징만 반복되고, 북한 입장에서는 협동보다는 배반할 때 이득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는 결국 "미친 놈을 상대하면서 게임을 이렇게 바꿔놓는 사람이 바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여유있는 쪽에서 한 번은 협동으로 돌아서야 한다"고 했다. 한 번은 관대한 입장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것이 현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첫걸음'이라는 것. 그는 "개성공단에 삼성같은 재벌의 소비재 산업을 유치하면, 북한도 남한 정부의 진정성을 알아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창조경제? 수첩에서 어떻게 창의 나올까"

그와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박근혜 정부의 평가로 이어졌다. 특히 '창조경제'로 일컬어지는 박근혜노믹스에 대해 묻자, 곧장 고개를 흔든다. 특유의 냉소적인 웃음도 이어졌다. 

- 현 정부의 창조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시나.
"(창조경제가)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상상력과 창의력이 곧 경쟁력'이라고 하던데…, 말은 맞다. 그런데 지금 구조가 그런가."

- 지금 경제부처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부처의 정책에 '창조'란 말이 들어간다.
"(웃으면서) 그러니까…. 공무원들은 아마 책상머리에서 땀 좀 흘렸을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란 게 어디서 나올까. 빈 공간(니치)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숨 막히는 경쟁구도와 꽉 막힌 구조에서 창의성이 나올까."

그는 "창조경제가 제대로만 되면 좋다"고 말했다. 대신 현재의 재벌 경제시스템을 그대로 놔두고서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까지 앞장서 외쳤던 '경제민주화'도 창조경제를 위해서 먼저 필요하다고 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지금같은 입시경쟁 시스템에서 창의성을 낸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거죠. 당장 내일부터 일제고사부터 없애보세요. 그리고 정부 스스로 빈 공간을 만들어보도록 해보세요. 정보를 공개하고 시민과 기업들의 참여를 이끌어보세요. 물론 별로 가능성이 안 보이지만…. '박근혜 수첩속의 대한민국'으로는 경제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죠."

그래도 그에겐 아직 희망의 끈이 있다고 했다. 이른바 서울의 실험이다. 박원순 시장이 추진중인 공동체 중심의 사회적 경제정책이 그것이다. 또 역설적으로 지난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전국적으로 다양한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있는 현상에도 주목한다. 

그는 "사회적 경제는 신뢰와 협동없이는 발전할 수 없다"며 "물론 신뢰와 협동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국적인 협동조합 열기에 대해 걱정도 앞선다. 한꺼번에 수천여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만큼 파산하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협동조합에 대한 기본 원리부터 시작해서 주변 사람들과 충분히 소통하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얼추 그와의 이야기가 두 시간을 넘어섰다. 이수연 연구원도 인터뷰 내내 옆자리를 지켰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 역시 요즘 사회적 경제에 푹 빠져있다. 정 원장의 각종 강연과 원고 등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생각도 다듬어갔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사회적 경제를 통해서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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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동의 경제학'을 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태인 원장과 이수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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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3정태인/새사연 원장


현재의 계약대로라면 편의점은 프랜차이징보다 노예라고 보는 게 낫다. 가맹본부는 실패의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 가맹점을 모집했다. 불공정을 넘어 계약 자체가 사기다.

 

지난 5월20일 월요일 오랜만에 국회에 갔다.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 ‘민주당, 경제민주화 더 잘할 수 없는가?’의 사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최근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이슈는 이른바 ‘갑을 관계’다. 대기업 임원의 비행기 난동부터 시작해 대리점, 편의점 등에서 점잖게 얘기하면 불공정 행위, 정확히 이야기해서 착취나 수탈이 속속 폭로되고 있다. 급기야 편의점주 4명이 잇달아 자살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오죽 희망이 없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

 

‘청년 편의점주’ 오명석씨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그는 1979년생, 그러니까 이제 만 서른네 살이다. 그의 아버지는 외환위기 때 명예퇴직을 했다. 대학 졸업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던 오씨는 아버지의 은퇴 자금으로 편의점을 냈다. 그에 따르면 “정말 이 편의점이라는 것은 대기업에서 바다에 던진 그물에 우리 같은 IMF 세대가 걸려들기 딱 좋게, 기다렸다는 듯이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던 것”이다. 대기업들은 아버지를 해고하면서 던져준 퇴직금마저 아까워 본인 또는 그의 자식을 통해 회수하려 했던 것일까? 아들은 5년 계약으로 편의점을 시작해서 처음 2년은 그런대로 장사를 했지만 본사가 바로 옆 자리에 또 다른 편의점을 내는 바람에 4년째 되는 해 폐점을 신청했다. 그는 위약금 2500만원에 철거비 300만원까지 낸 후에야 장사를 접을 수 있었고 그의 아버지는 자살하고 말았다.

      
편의점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프랜차이징에 속한다. 보통 가맹본부(프랜차이저)는 기본 시스템(재고관리·창고·회계정보·포스시스템 등), 그리고 무엇보다도 브랜드를 제공하고 가맹점주(프랜차이지)는 점포에 대한 투자와 자신의 노동으로 매출을 올린다. 창업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퇴직자들, 그리고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맨땅에 헤딩하기’보다 훨씬 덜 위험한 사업으로 보였을 텐데 본부는 ‘무조건 500만원 수익 보장’ 식으로 이들을 유혹했다.

 

실제로 그렇게 수익이 난다면 왜 본사는 직접 편의점을 운영하지 않는 것(직영)일까? 경제학 용어로 말하면 수직통합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통 경제학에서는 대리인(여기서는 편의점주)의 감시가 어렵거나(대리인 이론), 대리인이 본점에 발목 잡히는 것(이른바 홀드업 문제)을 꺼려 자산특수투자를 하지 않으려 하거나(거리비용 이론), 계약에 명시할 수 없는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불완전계약 이론) 수직통합을 한다.

 

경제학을 공부하지만 기업이론에 대해서는 내가 거의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일까? 이들 이론으로 한국의 프랜차이징 실태를 설명하기는 대단히 어려워 보인다. 가맹점주는 현재 수익 비율(예컨대 어떤 증언에 따르면 수익의 65%)에 따라 얻는 이익이 100만원이라면 이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24시간 영업을 해야 하는 처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여지도 없어 보인다.

 

편의점 협동조합을 상상하라

 

현재의 계약대로라면 프랜차이징이라기보다 노예라고 보는 게 낫다. 가맹본부는 오로지 점포를 내는 데 필요한 비용을 뽑아내고 사업 실패의 부담을 떠넘기기 위해 가맹점 모집을 했을 뿐이다. 편의점주들의 투자는 잠긴 비용이 되어 노예로 묶여 있게 만든다. 이런 계약은 약자가 일방적으로 발목이 잡힌 경우이므로 불공정을 넘어서 계약 자체가 사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의 처방대로 가맹사업법을 개정하고 공정위의 조사를 강화한다면 한결 나은 상황이 되리라는 건 확실하다. 만일 폐점 비용을 줄여준다면 거의 모든 편의점이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조금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런 거버넌스(체계)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예컨대 가맹본사의 기본 시스템 투자를 편의점주들 스스로가 할 수만 있다면, 또는 기본 시스템을 사들일 수 있다면 경제적 효율성 면에서도 훨씬 더 나을 것이다. 편의점의 수익도 늘어나고 투자와 노력도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즉 편의점 협동조합이 탄생하는 것이다.

 

편의점주의 단결권이나 교섭권을 허용한다면 동시 폐점이나 휴업을 무기로 삼아서 계약 조건을 개선하거나 아예 시스템을 사들일 수도 있다(필요하다면 그 자금을 대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울 수도 있다). 만일 편의점이 동시에 폐점하기로 결의한다면 이제 본사의 기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그런 구실을 했듯이 약자의 힘을 키우는 것이 효율과 평등을 동시에 달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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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30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이수연 / 새사연 연구원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협동조합의 기적도 이룰 것입니다.” 협동조합의 권위자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가 한국 방문단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 지금 우리나라에 부는 협동조합 열풍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도 남을 정도다.


협동조합, 한강의 기적 이룰까?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현재 설립 신청을 한 협동조합의 수가 850여 개에 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서울에 8000개의 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지자체나 시민단체, 대학들에서는 다양한 협동조합 강좌들이 열리고 있으며, 강의마다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고, 2012년 12월 이 법이 발효되었으니 불과 2년 만의 변화이다.

 

협동조합이 대체 뭐길래 그럴까?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하면 5명 이상이 모여서 출자금을 납부하고 정관을 만들어 신고하면 협동조합이 된다. 기존의 개인사업체나 법인이 아닌 또 다른의 형태의 사업체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5명이 주식을 투자해서 만든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협동조합은 일반기업보다 착하고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출자금, 정관 등의 형식을 넘어서 협동조합이 가진 근본적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기업과 협동조합의 근본적 차이는 자본과 노동의 고용관계에 있다. 일반기업의 경우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형태이다. 사장님이 자기 돈으로 회사를 차리고 직원을 고용한다. 혹은 주주들이 자본을 댄 후 경영자와 직원을 고용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형태이다. 협동조합의 자본은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부터 나온다. 조합원, 바로 노동이자 사람이 자본을 고용하는 것이다. 이는 곧 누가 기업의 주인인가라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일반기업에서는 자본이 주인이지만, 협동조합원에서는 조합원이 주인이 된다.

 

협동조합이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이유


기업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기업의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할지가 달라진다. 일반기업에서는 수익이 발생하면, 주인인 자본가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매출이 증가하면 주주들의 배당금이 높아지거나 사장님이 부자가 되는 식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소비자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생산자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생산자들이 납품한 물건을 좋은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노동자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노동자들의 임금상승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금융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고객들에게 더 낮은 대출금리와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 공동체 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면 그러한 목표를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수익이 아니라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것, 조합원이 합의한 가치를 추구하는 ‘착한’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이 주인인 일반기업에서는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목표는 수익극대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없다. 노동자가 주인이고, 소비자가 주인이고, 지역 공동체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협동조합그룹이다. 1956년 5명의 창립자에 의해 설립된 난로공장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200개가 넘는 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는 거대 그룹이다. 현재 스페인에서 매출 기준으로 7위이며, 9만 명에 가까운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과 같은 재벌인데, 그 재벌이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몬드라곤의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가난했던 지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지금도 그 목표를 충실히 실현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몬드라곤 역시 위기를 맞았고 약 8000명의 일자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삼성과 같은 일반기업이었다면 8000명의 정리해고가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몬드라곤은 8000명의 직원에게 평소 임금의 80%를 지급하며 휴직을 시켰다. 그리고 교육과 훈련, 창업을 통해 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왜냐하면, 몬드라곤의 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이다. 해고없는 기업이라는 몬드라곤의 신화는 철저히 협동조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합원이 주인이며, 그래서 수익이 아니라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목표라는 점. 이것이 협동조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내용이다. 이런 근본 특징으로부터 모든 조합원들이 출자금의 규모에 상관없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갖으며, 조합원의 투표를 통해 이사회나 경영진을 선출하며, 투자배당이 아니라 이용고배당을 실시한다는 협동조합의 운영 원칙들이 나오게 된다. 투자배당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식에 대한 배당처럼 투자한 자본에 대해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며, 이용고배당이란 협동조합을 이용한 정도에 따라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협동조합의 경우는 소비를 많이 한 조합원일수록, 생산자 협동조합의 경우는 생산을 많이 한 조합원일수록 높은 배당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특징을 담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는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 조합원의 참여는 자발적이고 개방적이다. 둘째,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셋째, 경제적으로 공동 소유하고 공동 이용한다. 넷째,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다섯째, 조합원과 일반대중에게 교육과 훈련 및 정보를 제공한다. 여섯째, 협동조합끼리 서로 협동한다. 일곱째,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시장 경제 속에서 협동조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조합원들끼리 협동하고, 신뢰하고, 연대하다니! 확실히 협동조합은 수익, 효율, 경쟁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경제와 다른 원리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그게 과연 가능할까?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면 말했던 경제는, 모두가 제 이기심을 충실히 따르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가장 이로운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다. 이를 시장경제라 부른다. 여기에는 가치, 협동, 신뢰, 연대 등의 ‘착한 것’들이 낄 틈이 없다. 아담 스미스의 말대로 인간이 모두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협동조합은 불가능하다.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인간은 이기적일까? 여기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A와 B라는 두 사람이 있다. 이제 A에게 1만 원을 주고, B와 나눠가지도록 한다. A가 B에게 얼마를 주든 상관없다. 1000원이든 5000원이든 주고 싶은 만큼 제시할 수 있다. B는 A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할 수 있다. 단, B가 A의 제안을 거절하면 두 사람은 모두 한 푼도 갖지 못한다.

 

당신이 A라면 얼마를 제시하겠는가? 당신이 B라면 A가 얼마를 제시했을 때 제안을 수용하겠는가? 만약 시장경제에서 말하듯이 인간이 물질적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라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A는 1원을 제시하고, B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A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소한의 금액인 1원만 주는 게 이기적인 행위이다. B의 입장에서는 A의 제안을 거부해서 한 푼도 못받는 것보다는 1원이라도 받는 게 이익이다.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면...

 

하지만 전 세계의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들이 위 실험을 수도 없이 반복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체로 A는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금액을 B에게 제시하고, B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만약 A가 욕심을 부려 2000원 이하의 금액을 제시하면, B는 이를 거절하고 차라리 한 푼도 받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가? 우선 인간은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남을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반발한다. 협력과 응징을 통해 남이 나에게 하는 만큼 나도 베푼다는 것이다. 가장 상식적이고도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이를 상호적 인간이라 한다. 생각해보면 이미 인류의 오랜 고전인 성경과 논어에서도 이를 황금률이라 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 <성경> 마태복음 7장 12절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하지 마라” - <논어> 12편

 

특히 최근에는 생물학이나 진화학에서도 이런 상호성이 인간의 유전자에 박혀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상호적이고 따라서 협동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몇 백만 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의 역사 대부분을 인간은 상호적으로 행동했다. 다만 최근 300년 동안,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압도했던 특히 지난 30년 동안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주장이 득세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반론을 제시했다. A가 4000원이 5000원이라는 높은 금액을 제시한 까닭은 혹시 B가 그 제안을 거절해서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A의 결정은 이기적이며, 시장경제가 상정하는 이기적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또 하나의 실험을 했다.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이다. 앞서 진행한 최후통첩게임과 똑같이 진행하되, 다만 B에게서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했다. 즉, A가 어떤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B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건 너무나 쉽다. 만약 A가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B에게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왔다. 역시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실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A는 2000원에서 3000원을 B에게 나눠 주었다. 앞의 최후통첩게임 결과와 비교 해보면 나눠 주는 금액이 2000원 정도 줄기는 했다. 줄어든 2000원은 경제학자들의 반론처럼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마음의 크기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2000원에서 3000원의 금액을 결정권이 없는 사람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행동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인간에게 이기적인 면이 분명 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오히려 대체로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학이 아담 스미스 이후 300년 역사 동안 절대적인 가정으로 삼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명제는 절대적이지 않다.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으며 상호적이라는 사실에서 경제는 착해질 수 있고, 협동조합과 같은 기업이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이 ‘착한 경제’를 사회적 경제(시장경제를 시장적경제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사회적 경제보다는 사회경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나, 국내에서 이미 많이 사용되어 읽는 이에게 익숙한 용어라는 점을 고려하여 사회적 경제라 표기한다)라 한다.

 

인간의 상호성을 전제로 한 사회적 경제


시장경제가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경제는 개인의 상호성을 전제로 협력을 통해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사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보다 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왔다. 원시부족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식량 공유의 습관이 대표적이다. 시장경제는 19세기에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야 우리 곁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제라고 하면 시장경제가 전부이며, 경제활동은 당연히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들고,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욕심과 경쟁을 강요하는 시장경제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람들의 놀라운 관심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개념에 대해서 조금 더 정리해보자. 학문적이고 정책적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곳은 프랑스였다. 1800년대 후반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대규모 도시노동자가 양산되었고, 이들의 삶은 매우 열악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집단 대응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경제사상가 샤를 지드(Charels Gide)는 ‘시장경제를 더 사회적이고, 공평한 체제로 전환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제시했다. 이런 실용주의적 입장과 함께 생시몽(Saint Simon)이나 푸리에(Fourier)와 같은 사회주의자들은 ‘사회, 경제적 목적을 지닌 협동조합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01년에는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등이 프랑스에서 법적 인정을 받았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위기에 처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가 유럽 전체에 퍼져나갔다. 시장과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들의 자발적 공동체가 나서게 된 것이다. 1989년에는 유럽위원회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공통적으로 시장과 국가의 바깥에 존재하며, 자발적이고 민주적이며, 전체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지향하는 경제라는 점을 포함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만족시킬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경제 안에는 어떤 기구들이 포함될까? 대체로 경제적 목적(수익 창출)과 사회적 목적(구성원이 합의하는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구로서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포함된다. 나라에 따라 경제적 목적은 전혀 추구하지 않은 채 사회적 목적만을 추구하는 자선단체나 비영리 단체까지도 사회적 경제 안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앞서 우리가 살펴본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등장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대표 사례이다.


사회적 경제가 가져올 수 있는 미래

 

그렇다면 이런 사회적 경제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우리가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논리만을 강요해서 생겨나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의 사고방식과 사회운영원리를 좀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은 주춤하지만 지난 대선을 최고점으로 하여 경제민주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을 개혁하고 규제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제까지 재벌이 차지해왔던 자리를 새로운 경제주체가 메워주어야 한다. 재벌을 규제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가 그것을 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벌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을 중소상인과 중소기업에 돌려주는 경제민주화 역시 협동조합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골목까지 들어오는 재벌들의 빵집이나 대형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동네 슈퍼 협동조합이나 동네 빵집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협동조합은 그 자체로 소유와 경영에 있어서 민주적이며, 지역과 공동체를 고려하는 공동선을 추구한다. 협동조합이 확산될수록 우리는 그러한 기업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이다.

 

복지국가 건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복지를 수익성만 추구하는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 정부의 복지체계를 지역 구석구석까지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조직은 지역에 뿌리박은 민간 조직이면서, 수익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건강보험시스템에서 마지막 의료서비스 전달(1차 진료)을 의료생협이 맡는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국가의 관료조직을 타고 내려오는 의료서비스보다 지역 주민들이 만든 의료생협을 통한 의료서비스가 훨씬 더 적절하다.

 

꼭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우리 동네에서, 지금 나에게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협동조합으로 해결할 수 있다. 동네에 마을버스가 필요하다면 마을버스 협동조합을 만들자. 지역신문이 필요하다면 지역신문 협동조합을 만들자.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를 만들 수도 있다.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가 많이 생길수록 우리사회 전반에 깔리는 운영원리 또한 경쟁이 아니라 협동으로 변화할 수 있다.

 

서두에 소개했던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협동조합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을 이룰 수 있으며,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막연하게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경제는 원래 그런 거야 라고 생각해왔다면 이제 그 벽을 깨고 새로운 사회를 그려보자. 우리에게는 사회적 경제라는 새로운 물감이 주어졌다. 


* 이 글은 가톨릭대학교 교지 '성심'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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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4 / 1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추천 보고서(11)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협동조합 10년 청사진 보고서파일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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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보내고 나서
2. 참여는 협동조합의 수단이자 목적
3. 경제, 사회, 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성 확보
4. 교육을 통한 정체성 강화와 메세지 확산

5. 협동조합을 예외적 존재로 취급하는 법적 체제 개선 필요

6. 자본 조달, 사람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진행되어야

 

 

[본  문]

 

1.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보내고 나서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올해 1월 ‘협동조합 10년 청사진(Blueprint For A Co-operative Decade)’ 보고서를 발표했다. 2020년까지 협동조합이 발전하기 위한 전략적 목표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인 2012년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UN의 반기문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을 두고 “경제적 활력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국제적 공동체” 라고 표현했다. UN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을 알리고, 협동조합이 UN이 정한 새천년개발목표(Millenium Development Goals)를 실현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협동조합의 설립과 성장을 촉진하고, 각 국 정부는 이에 필요한 정책과 법을 도입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ICA는 보고서에서 UN의 세계 협동조합의 해가 협동조합으로 새로운 방식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알리는 시발점이 되었으며, 작년은 협동조합 영역에 있어서 역사적인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경제침체와 불평등 심화도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 확산의 배경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작년의 성과를 잘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목표와 행동이 필요하며, 그런 이유에서 이 보고서를 발표한다고 밝히고 있다. ICA가 제시하는 향후 10년 간 협동조합의 목표,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전략과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먼저 ICA는 최근 전 세계에서 전반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로 환경파괴와 자원감소, 불안정한 금융, 불평등의 심화, 젊은이들이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현상, 정치조직이나 경제조직에 대한 신뢰 상실, 국제 정치의 불균형들을 꼽았다. 그리고 협동조합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나서야 하고, 또 지난 경험을 보았을 때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본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협동조합이 이처럼 사회문제 해결에 긍정적 기여를 하며, 그래서 협동조합의 설립과 성장을 지원하고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점을 사람들이 확신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까지 협동조합이 달성할 목표로 다음의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가능성 실현의 선도자로 인정받는다. 

둘째, 사람들이 선호하는 사업 모델이 된다. 

셋째,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된다. 


그리고 이런 목표들을 이루기 위한 전략으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조합원의 참여를 한 단계 높인다.

둘째, 지속가능성 실현의 주체로 자리매김한다.

셋째, 협동조합의 메세지와 정체성을 강화한다. 

넷째, 협동조합의 성장을 지원하는  법적 체제를 확보한다. 

다섯째, 조합원들이 통제할 수 있으면서도 안정적인 자본을 구축한다. 


첫 번째의 참여와 두 번째의 지속가능성은 협동조합이 다른 기업에 비해 갖고 있는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들을 세 번째 전략인 협동조합의 정체성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협동조합의 정체성과 장점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키는 것이 메시지이다. 네 번째 법적 제도와 다섯 번째 자본은 이를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다. 이 다섯 가지 측면의 전략들이 상호작용하며 추진될 때 협동조합의 청사진이 실현될 수 있다. 



2. 참여는 협동조합의 수단이자 목적


ICA가 제시한 협동조합 청사진의 다섯 가지 전략을 하나씩 짚어보자. 먼저 참여의 문제이다. 구성원들의 민주적 참여는 협동조합의 가장 잘 알려진 특징이자, 일반 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보고서에서는 참여가 가져오는 효과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하나는 경제적 측면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소비자,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통해서 목소리를 내도록 하여 더 생산적이고, 더 현명하며, 더 책임 있는 기업을 만든다. 다른 하나는 공동체를 강화하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하여 공공재를 창출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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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4 / 08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목  차]

1. 협동조합은 왜 중요한가?
2. 위기에 강한 협동조합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
3. 금융위기 때 나타난 신협의 성장
4. 신협을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들

 

 

[본  문]

 

1. 협동조합은 왜 중요한가?

 

2013년 3월 말 기준으로 서울시에만 180여 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협동조합 열풍에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와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협동조합이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바람에서 제기되는 건설적인 비판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진영이 제기하는 비판 중에는 “협동조합은 특별할 것 없는 똑같은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것은 혈세낭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협동조합을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재선에 유리한 조직을 만들고 돈을 지원해주기 위해서다” 와 같이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목들도 보인다.

 

이런 비판에 대한 답으로서 협동조합이 일반 기업에 비해 가지는 장점들이 충분히 알려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협동조합을 장려하는 것은 결코 혈세낭비가 아니며 (사실 현재 협동조합 육성 정책에 있어서 직접적인 재정 지원 정책은 거의 없다!) 협동조합의 활성화가 우리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협동조합의 장점으로는 공동소유와 민주적 운영을 통해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사회적 약자나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이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으며, 지역 공동체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들을 꼽는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침체에서 특히 부각되는 협동조합의 장점은 경제침체로 인한 타격을 적게 받으며, 회복력 또한 빠르다는 점이다. 퀘벡 주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퀘벡과 캐나다 전체에서 협동조합 10개 중 6개 이상이 5년 이상 생존한다. 반면 일반 기업은 4개만이 생존한다. 또한 협동조합 10개 중 4개 이상은 10년 이상 생존한다. 일반 기업은 2개에 불과하다.” 고 한다.

 

여기에 소개하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보고서 역시 일반 기업에 비해서 협동조합이 위기에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들을 소개하고, 그 요인은 무엇인지 살펴보며, 그 중에서도 특히 신용 협동조합이 최근의 경제위기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정리하고, 신용 협동조합의 촉진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2. 위기에 강한 협동조합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

 

먼저 보고서에는 경제위기 시에 협동조합이 오히려 성장했던 역사적 사례들이 많이 제시된다. 그 중에 몇가지를 뽑아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인데, 이 때는 주로 농업 협동조합이 큰 역할을 했다. 미국의 경우를 보자면, 농업 협동조합에서 생산해내는 공급량이 1924년에 7600만 달러에서 1934년에는 2억 5000만 달러로 대공황을 거치면서 오히려 급증했다. 농업 협동조합의 확산에 힘입어 유제품 협동조합과 농가에 필요한 석유를 공급하는 석유 협동조합도 급속하게 증가했으며, 농업 협동조합 산하의 협동조합 은행도 만들어졌다. 1935년에는 360여만 명의 농부들이 협동조합의 조합원이었다. 또한 농업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 협동조합, 통신 협동조합 등도 만들어졌다. 한편 뉴딜정책의 일부로 정부가 신용 협동조합(신협)과 협동조합 은행 설립을 지원하는 정책도 실시되었다. 당시 만들어진 연방신용협동조합법(Federal Credit Union Act)은 신협을 통해 사람들이 소규모 금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며, 불균형한 국제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시기 스웨덴에서도 농산물 가격의 폭락에 대응하여 스웨덴농업인전국연합(National Union of Swedish Farmers)가 중심이 되어 농업 협동조합의 연합체를 통해서 농가들의 자금 문제, 생산과 판매 문제를 해결했다.

 

이후 1900년대 후반에는 구조적 실업이 증가하는 과정 속에서 노동자 협동조합이 등장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1970년대와 1980년대 서유럽에서는 산업 구조조정 속에서 노동자들이 자신이 다니던 기업을 매입하여 노동자 협동조합을 바꾼 후 일자리를 지키는 방식이 많이 활용되었다.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될 당시에도 동유럽에서 실업이 대량 발생했는데 이 때에도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 협동조합이 만들어지면서 경제가 유지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핀란드인데 당시 핀란드 정부의 노동부와 핀란드협동조합운동(Finnish Cooperative Movement)가 이를 주도하여 1200개의 노동자 협동조합을 통해 사람들을 다시 일터로 돌려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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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원순 서울시장이 협동조합을 강조하는 것은 자신의 재선에 유리한 조직을 만들고 돈을 지원해주기 위해서다” 와 같이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목들도 보인다.

    2013.05.02 15:31 [ ADDR : EDIT/ DEL : REPLY ]
  2. 협동조합의 장점으로는 공동소유와 민주적 운영을 통해 경제민주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사회적 약자나 불안정한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 이들의 노동 조건을 개선할 수 있으며, 지역 공동체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들을 꼽는다

    2013.09.19 15:34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