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0 / 2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선 후보들은 과감히 ‘민영화를 전복’시켜라.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편집자 주 > 새사연은 9월에 일차로 대선후보들의 주요 정책을 비교 분석해 보았다. 물론 이들 후보들의 정책 평가 기준은 대선후보 16대 정책과제를 실은 책 『리셋 코리아』에 있다. 주요 7대 정책 평가를 한 내용은 테마북으로 엮었으니 참조 바란다. (http://bit.ly/UXuL8X )

새사연이 준비한 두 번째 대선정책 시리즈는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이다. 박근혜 후보, 문재인, 안철수 후보 등 유력 대선 후보들이 10월에 접어들면서 정책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대선은 특히 중복되는 공약이 유독 많은 상황이어서 유사한 정책들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가 되었던지,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거나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 정책들도 적지 않다. 새사연은 이런 '외면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보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해당 정책이 조명받도록 할 목적으로 두 번째 시리지를 기획하게 되었다. 새사연 회원들과 독자들의 성원을 바란다.

 

[본 문 ]

임기응변적 민영화 반대만 있을 뿐 전략이 없다.

우리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5년 전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주고 나서 6개월도 안 되어,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수입개방에 반대하는 촛불을 들어야 했던 기억을 하고 있다. 당시에 쇠고기 수입개방 반대와 함께 촛불시위 공간에서 가장 큰 공감이 있었던 의제는 수도, 전기, 가스 등 에너지나 국민 필수재 영역에 대한 민영화 반대였다. 촛불시위 이후 이명박 정부는 대대적인 민영화를 적어도 공공연하게 추진할 수는 없게 되었다. 물론 산업은행 민영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 공적자금 투입 기업들 민영화 등 사실상 민영화는 계속 추진되었지만.

사실 지금 모든 대선 후보들이 반신자유주의자가 되어 ‘신자유주의 시장 만능사고와 시장의 실패’를 비판하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박근혜 후보조차도 대선후보 출마 선언문에서 “‘원칙을 잃은 자본주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지금의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지 않는가? 박근혜 후보는 지금의 자본주의가 어떤 원칙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중의 하나는 ‘효율성과 수익성’의 이름으로 공공의 영역을 무리하게 시장으로 끌어들인 지점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근본적인 변화’(박근혜)를 추구하고, ‘시대의 교체’(문재인)를 해야 하며, ‘낡은 체제를 청산하고 미래 가치’(안철수)를 열기 위해서라도 신자유주의 핵심 정책인 ‘민영화 정책’에 대한 포괄적인 대안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세 후보들의 민영화에 대한 대안전략은 무엇인가? 불행한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국민들은 그 해답을 후보들에게서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사안 사안마다 민영화를 거부하는 발언들은 제법 있다. 박근혜 후보는 지난 봄에 KTX민영화 문제가 불거지자 그 결정을 차기 정부로 이월해야 한다고 살짝 책임을 피해간 적이 있다. 문재인 후보는 한국항공주산업(KAI)의 민영화 시도를 반대한다면서, 이 영역은 국가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할 사업이라고 적시하기도 했다. 의사출신인 안철수 후보는 영리 병원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것뿐이다. 개별적 사안의 민영화에 대한 호 불호는 있는데, 총체적인 전략과 기조가 잘 보이지를 않는다. 이 문제는 국지적 사안에 대한 임기응변적 대처로 끝날 문제가 결코 아니다. 본원적으로는 우리의 미래 사회경제 시스템이 과연 ‘시장의 틀 안에서 사적 기업들의 이윤경쟁 형태를 통해서만’ 작동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시장의 문턱을 넘어 공공영역과 사회적 경제 영역까지를 포괄하는 다양한 소유와 경영, 서비스 형태를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시장의 문턱을 넘어 ‘다양한 소유와 경영형태를 장려’하라.

새사연은 경제가 시장에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점으로 인한 시장 실패를 바로 잡아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으로 경제 민주화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진보는 시장의 제한을 넘어 보다 다양한 소유와 경영 방식으로 경제를 작동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며 특히, 고용 없는 성장 시대, 경제 위기의 시대에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정의로운 시장경제, 숙의 민주주의에 기초한 공공경제, 지역 공동체에 뿌리박은 사회적 경제가 함께 우리 국민경제 안에 어울릴 때 경제 민주주의에 가장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새사연(2012), 『리셋코리아』, 93~96쪽)

이를 위해서는 우선 공공재와 공공서비스, 사회서비스는 사적 이윤추구 기업이 아니라 공적인 기업이 책임을 지고 이윤의 원리 보다는 공적 서비스의 원리에 의해 운영해야 한다. 은행이 그렇다. 통신 산업과 석유 등 에너지 산업이 그렇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광범한 민영화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가 체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국가가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은 경제 민주화의 내용을 심화시키고 불황의 위기를 돌파하는데 상당히 의미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과 비전을 가지고 과거의 민영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려는 의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특히 박근혜 후보의 모든 연설문과 정책 발표에는 민영화라는 단어 자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다만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최소한의 문제의식의 기초는 있어서 그나마 다행스럽다.....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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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18대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사이에서 벌이는 가장 뜨거운 경제논쟁은 이론의 여지없이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독과점으로 인한 자유로운 시장경쟁의 제한’, 즉 시장실패 때문일 것이다.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해당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대기업들이 자유경쟁을 제한하고 독과점 가격 등으로 초과이윤을 노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시정하고 다시 자유로운 경쟁시장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독과점 억제를 목표로 하는 공정거래법을 ‘경쟁촉진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과점적 시장을 자유경쟁 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의 자발적 협조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일정한 시장개입과 규제를 필요로 하게 된다. 한국의 재벌개혁도 이런 측면이 있다. 특히 보수세력은 재벌개혁에서 이 측면만을 강조하고 ‘부의 재분배’ 등은 외면한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든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가 과연 ‘독점적, 비경쟁적 시장’을 다시 ‘비독점적, 경쟁적 시장’으로 되돌려 놓기만 하면 되는 것인가. 기업들은 자본과 시장의 집중을 통해 끊임없이 독점을 추구하고, 국가는 지속적으로 특정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억제하는 게임을 반복하는 것이 과연 경제민주화란 말인가. 물론 아니다. 이는 철저히 자유주의적인 발상일 뿐이다.

경제적으로 시장이 실패하거나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때, 전통적인 의미의 시장적 방법이 아닌 다른 제도와 다른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주 상식적이고 당연한 하나의 대안이 바로 공공경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다양한 인간의 생활방식을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시장 영역에 편입시켜 온 것이다. 수도·전기·가스·철도 등 에너지와 SOC 산업 분야가 대표적이고, 교육과 보건 같은 사회서비스 부문이 또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민영화를 ‘재공공화’시키는 경제개혁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매우 중요한 경제민주화다.

그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소리 높여 합창하고 있는 3명의 유력 대선후보들은 민영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우선 박근혜 후보는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문제의식이 없다고 판단된다. 박근혜표 경제민주화의 범위가 얼마나 좁은 것인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러면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는 어떨까. 문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민명령1호 타운홀 미팅에서 “공공연구소 연구원의 60%가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져 왔는지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저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공공기관도 경쟁과 효율을 평가지표로 삼아 너무나 잘못된 방향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한 바 있다. 특히 ‘경쟁과 효율’만을 평가지표로 삼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당히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5년 동안 무모하게 추진해 온 민영화 후과를 어떻게 수습하고 ‘공공성’에 기반한 경제민주화를 펼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좀 더 기다려 봐야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야권의 또 다른 유력 후보인 안철수 후보는 민영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안 후보는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이제는 더 이상 공기업의 민영화가 만병통치는 아니라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차이나 텔레콤은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데 민간기업 이상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죠”라고 밝혔다. 또 “모든 공기업의 민영화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리 봐야 하는데, 특히 국민의 생활과 관련해서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있는 철도·공항 등은 민영화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라고 강조했다.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부분이다.

이처럼 시장 실패를 극복하고 과도한 시장화를 교정하기 위해, 보다 광범위하게 공공경제 영역을 복원하고 확대하는 것은 분명 중요한 경제민주화 과제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하나 더 있다. 최근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 경제도 시장경제·공공경제와 함께 우리 경제 사회의 한 축을 지탱해 줄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들이 많다. 경제위기에 사회적 경제가 강한 특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결국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는 독과점과 시장 실패를 ‘자유경쟁 시장’으로 바꾸는 개혁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시장 단일 경제구조에서 시장경제와 공공경제, 그리고 사회적 경제로 경제의 소유와 운영구조를 다양화시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시장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조금 확대된 경제체제를 지향하는 후보들을 기대해 볼 수 있을까.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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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23정태인/새사연 연구원

 

SEQ!!! 이번 호를 쓰면서 나는 ‘꿈꾸는 그대’로 우리나라 사회적 경제의 활동가들, 그 중에서도 박원순 서울시장을 떠올렸다. 8월 초 나는 캐나다 퀘벡 지역에 다녀 왔다. 퀘벡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전한 곳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예컨대 1900년에 시작된 데자르댕 신협그룹은 현재 퀘벡지역뿐 아니라 캐나다 전체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금융기관인데 설립의 역사나 현재의 사업방식으로 보아 전형적인 협동조합 은행에 속한다.
 
이번 학습여행의 말미에 내 머리를 친 아이디어는 SEQ였다. 서울~에밀리아로마냐~퀘벡을 연결하는 세 대륙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를 만들면 어떨까? 내 생각에 퀘벡은 불모지 한국의 사회적 경제 운동에 환하게 머리를 밝히는 영감을 줄 것 같다. 따라서 이번 호의 얘기는 그저 즐거운 상상이라 해도 좋다.


 
우선 세 지역을 비교해보자. 표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넓이와 인구에서 엄청난 차이가 난다. 넓이에서 퀘벡주는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의 7배가 넘고, 서울의 거의 300배(경기도에 비해서도 15배 정도)에 이르는 반면 인구는 서울이 제일 많다. 1인당 GDP는 에밀리아로마냐와 퀘벡이 엇비슷하고, 서울은 이 둘의 약 70% 수준이다. 소득수준을 제외하곤 이들 지역을 비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왜 퀘벡인가? 재작년 에밀리아로마냐를 둘러보고, 또 관련 논문을 읽으면서 나는 절망에 빠졌다. 이미 이 지면에서 몇 번 말했듯이 에밀리아로마냐는 영세 중소기업들과 협동조합으로 이뤄진 경제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 네트워크의 힘은 신뢰와 협동에서 나온다. 문제는 어떻게 이런 ‘신통방통한’ 일이 가능해졌는지 물을 때마다 내가 들은 답이었다. “우리는 원래 그래”, “우리 문화야”. 한마디로 복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퀘벡에도 이런 문화의 뿌리가 상당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퀘벡에 분 사회연대경제의 열풍이다. 님탄(Nancy Neamtan)이라는 걸출한 여성운동가를 비롯한 시민운동 그룹은 퀘벡지역의 여성운동, 문화운동, 환경운동 등 각종 시민운동과 기존의 ‘공동체경제발전운동’(CED)을 연결해냈다. 주정부는 이들과 협정을 맺어 지역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했는데, 그 수단이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다. 즉 시민운동과의 결합이 이 지역 사회적 경제 발전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런 새로운 실험에 드는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 물론 주정부가(그리고 2002년에서 2006년까지는 연방정부도) 이 실험에 적극 참여했기에 정부 재정이 투입되었지만 훨씬 더 많은 부분은 각종 기금에서 나온다. 이 지역의 기금은 개발기금, 연대기금, 정부기금으로 나뉘는데 이 세 기금은 목적을 약간씩 달리하면서도 모두 사회적 경제를 지원한다. 스스로 돈을 모으고 스스로의 투자 결정에 의해서 사회적 경제에 돈을 대는 기금은 우리에게 그 얼마나 절실한가.
 
퀘벡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지역 노동운동의 역할이다. 님탄은 2010년 ‘인간중심 경제에 관한 캐나다 전국회의’에서 “노동조합과의 통합은 사회연대경제 성공의 열쇠”라고 단언했다. 노동조합은 1980년대 초에 노동자연대기금을 만들었는데 이 기금은 지금도 3대 개발기금 중 하나이다. 노동자 스스로의 노후 복지를 위해 연금을 만들어 이 기금의 60%를 일자리 창출과 보전에 쓰도록 한 것이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지도는 대충 이런 모습이 아닐까? 퀘벡을 거쳐 에밀리아로마냐로 가는 여정. 우리의 사회적 경제, 나아가서 민주적 경제를 이룰 퍼즐 조각을 하나씩 찾아서 맞추는 여행을 다 함께 떠나자. SEQ라는 지도를 따라….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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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0정태인/새사연 원장

 

나는 협동조합 전문가가 아니다. 몇 번이고 X를 눌러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인터넷 광고마냥 되풀이하는 얘기다. 평생을 생협운동, 공동체운동, 자활운동을 하신 분들 눈으로 보면 논문 몇 개 읽고 전문가로 대접받는 내가 괘씸할지도 모른다. 들불처럼 타오르는 현재의 협동조합 운동에 내가 좁쌀만큼이라도 도움을 드린다면 그건 내가 추상적인 이론을 공부하는 사람이고, 다행히 나라 정책을 직접 다뤄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이 지면에서 소개한 것처럼, 상호성이라는 인간 본성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이끌어가는 힘이라는 주장,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내수를 확대해야 하고 그러려면 사회적 경제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원래 우리의 천성에도 맞고 나라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께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다. 이럴 때는 오랜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분들을 만나야 한다. 지역의 각종 시민단체나 생협의 교육에 참가하면 더 일반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어로 ‘중간조직’이 있다면 조금 더 체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말하자면 해당 분야의 특성, 금융이나 기술, 관련 정책에 관한 컨설팅이 필요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에서는 CNA(중소기업과 수공업자 연합회)나 레가, 그리고 리얼 서비스 센터가, 캐나다의 퀘벡지역에서는 데자르댕 같은 금융기관과 샹티에(chantier)라고 불리는 연합조직이 그런 역할을 했다. 이런 중간조직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의 접속점(node)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첫 번째 전략으로 손꼽히는 네트워크화가 창업자에게 갖는 의미는 그런 접속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어떤 일을 선택하고 누구와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에 있다. 현재의 협동조합 붐이 성과를 거두려면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략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그런 전략 수립에 참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떼돈을 벌 생각만 아니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또 해야 할 일은 바닷가 모래알처럼 널려 있다. 예컨대 동네 어르신의 집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수리하는 일부터 마을 전체를 재개발하는 일까지 사회적 경제가 담당하면 효율과 평등, 연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지역공동체의 모든 사회적 수요는 곧 사회적 경제의 사업 대상이다. 이것이 두 번째 전략이다.

지역공동체에 뿌리박은 사회적 경제는 지난 번에 제시한 인간 협동의 조건들 중 상당수를 일거에 만족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현재의 보편복지 요구와 연관시켜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서구에서는 1980년 말 이후 재정위기로 인해 많은 복지 프로그램을 민영화했다. 공공성을 지닌 사업을 시장에 맡기면 당연히 요금이 폭등하고 값싼 서비스가 사라진다거나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의료, 보육, 교육, 문화, 교통 등 사회서비스 분야가 그러한데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은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복지사업을 설계해야 할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사회적 경제를 마지막 복지 전달의 주체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론은 ‘협동조합을 꿈꾸는 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먼저 동네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서 주민들과 해법을 모색하라.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의 사업 중에 해당 항목을 찾아서 담당부서와 의논하라. 정부가 하는 일 중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절대로 정부 공무원의 머릿속에서는 나올 수 없는 사업들도 수없이 튀어나올 것이다. 여러분이 이 글을 볼 때쯤이면 나는 캐나다의 퀘벡에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꿈이 주민들의 에너지로 실현되고 있는 곳이다. 바글바글한 에너지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자랑이 아닌가?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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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12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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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공공선택이론과 사회선택이론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공공성은 각 집단 고유의 ‘정의’ 관념에 입각하여 사회적 공론에 의해 결정된다. 공공성은 시장실패에서 출발한다. 경제학에서 인정하는 시장실패로는 외부성, 공공재, 독점의 3가지가 있었다. 경제학자들이 시장실패에 대해 우선적으로 제시하는 해결책은 시장과 유사한 방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선 공공재에 대해서는 린달균형(Lindahl equilibrium)이란 것을 통해 해결한다. 린달은 스웨덴 경제학자이다. 시장경제에서 시장 수요 곡선은 개별 수요 곡선을 합하여 구한다. 예를 들어 음료수 한 병의 가격이 500원일 때 각 사람마다 원하는 개수를 구한 후 다 더한다.  하지만 공공재는 이렇게 할 수가 없다. 비배재성과 비경합성이라는 특수한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재화가 공급되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도 소비가 가능하다. 즉, 무임승차자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린달이 내놓은 해법은 수량이 정해져 있을 때 이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을 더해서 가격을 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공공재의 경우 사람들이 자신의 선호, 자신이 필요한 재화의 양을 솔직하게 말하지 않기 때문에 린달균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물론 이 경우 정부실패의 결과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독점의 경우, 경쟁을 도입하여 해결하고자 한다. 하지만 자연독점의 경우 경쟁을 도입하는 것이 어렵다. 자연독점이란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한계비용이 계속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IT산업에서 다양한 소프트웨어의 경우 복제비용은 0원이다. 그렇다면 최대로 생산하여 0원에 파는 것이 사회적으로는 가장 이로운 상태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므로 지적재산권 등을 도입해서 가격을 상승시킨다. 이 외에도 네트워크 산업이라 불리는 전기, 철도, 수도, 가스, 운편 등도 모두 자연독점이다. 이 같은 자연독점은 그 자체를 분할시켜서 독점을 해결하려고 하면 효율성이 떨어지므로 가격규제를 한다.

외부성의 경우, 피구라는 영국의 경제학자가 해법을 제시했다. 긍정적 외부성을 창출하는 외부선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주고, 부정적 외부성을 창출하는 외부악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이것이 앞서도 설명한 바 있었던 피구 해법이다. 그에 비해 코즈는 재산권이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고 비용과 편익을 계산할 수 있다면,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도 개인들끼리 거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코즈 정리를 내놓았다. 코즈 자신이 그렇게 주장한 것은 아니지만, 경제학자들은 코즈 정리를 국가 개입 배제의 원리로 사용해왔다.

위의 세 가지 해결책을 종합한 것이 주류경제학의 공공경제학에서 가르치는 공공선택 이론이다. 대표적 학자는 뷰캐넌(Buchneon), 털럭(Tullock)이 있다. 공공경제학의 내용은 결국 시장과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경제학도 사회선택이론에서 애로우(Arrow)와 센(Sen)이 정의의 개념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회선택이론이란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을 때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사회전체적인 복지와 후생을 극대화하는 자원배분 절차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개개인이 모두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도 사회 전체적으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는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1950년대 미국의 후생경제학자이며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애로우는 일관성, 만장일치, 비독재성, 보편성, 독립성 등 사회복지를 극대화하는데 필요한 5개 기본조건을 충족시키는 절차는 없다는 불가능성의 원리를 내놓았다. 이는 다시 말해 인류가 이성으로 사회 전체의 복지를 극대화하는 체제를 개발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1998년 아시아인으로서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센은 정교한 수리모형을 개발하여 앞의 5개 조건을 계량화하여 사회전체 후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공리주의적 입장으로 개개인의 효용의 합이 가장 크게 만들고, 사회적으로 가장 열악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후생을 극대화하면 가능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와 함께 센은 그동안의 경제학이 주로 합리성과 효율성만을 주된 목표로 삼았으나 앞으로는 인간의 자유와 권리, 정의라는 정치사회학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 분배정의 실현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성을 갖는 재화의 종류

구체적으로 공공성을 갖는 재화나 서비스를 분류하고, 그 성격에 맞는 공급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공공재와 공유자원

공공재와 공유자원은 사회적 딜레마에 속하므로 명백히 공공성을 지닌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는 공급할 수 없거나 자원 고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공공경제나 사회경제에서 공급하거나 관리해야 할 분야이다.

2) 필수재(necessary goods)

식량, 의료 등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나 서비스. 일반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량 이상이 공급되어야 한다고 합의하는 재화이다. 수요곡선의 균형가격 아래에 생기는 수요, 다시 말해 돈이 없어 소비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는 시장의 근원적 한계이며 이는 아담 스미스와 마샬도 지적한 바 있다. 이런 재화의 공급에는 국가재정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

3) 네트워크재(network goods)

네트워크재는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한계비용은 감소하고 한계효용은 증가하는 산업을 말한다. 이에 따라 기술적 자연독점이 발생한다. IT산업이나 전기, 철도, 수도, 가스, 우편 등 네트워크를 가진 산업들이 이런 성질을 가진다. 우리가 흔히 공공서비스라고 부르는 산업이 여기에 속한다. 대부분의 네트워크재는 필수재에 속하므로 평등의 요구가 강해서 교차보조금을 주어 지역별, 계층별로 고른 공급을 할 필요가 있다. 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또 초기 설립비용이 커서 국가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4) 가치재(merit goods)

머스그레이브(Musgrave)는 예방 의료, 의무 교육 등 개인에게 맡겨 둘 경우 과소소비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가치재로 정의했다. 최근 행동경제학이 밝힌 것처럼 인간은 대부분 미래에 대한 할인율이 대단히 높거나 자신에 대한 낙관이 과도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한 재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의료, 교육 등은 국가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공급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음의 가치재는 똑같은 이유로 과잉소비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음주, 흡연이나 도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각 가치재의 성격에 따라 국가가 공급하거나 사회적 보험을 만들고 관리하는 방식, 사적 공급을 하되 규제하는 방식(예컨대 죄악세를 부과하는 경우). 사회적 유도와 권장 등이 제시된다.

5) 안보재(security goods)

안보재란 식량, 에너지, 국방 등 국가나 공동체의 안보에 필수적인 재화를 말한다. 시장이 균형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가격의 변화와 함께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는데, 안보재의 경우 이 같은 불안정한 상태를 허용할 경우 개인이나 공동체, 국가가 존립의 위험에 처하기 때문에 국가나 공동체가 체계적으로 관리하여야 한다.

6) 체제재(system goods)

금융, 언론 등 사회경제 체제를 구성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체제는 그 자체로 공공재이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 전체가 불안정해진다. 최근의 세계금융위기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이라는 규제 대상을 설정하여 금융이 체제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거시 건정성 규제(macro prudential regulation)라는 새로운 규제수단을 채택하도록 했다.

한편 언론의 경우 민주주의는 공공재이며 언론은 민주주의의 존립에 필수적인 재화라는 점에서 체제재에 속한다. 그러나 언론은 국가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수적이므로 공공성이 강하다 하더라도 국가가 소유하거나 통제해서는 안 된다. 이 경우 공공성을 관철시키는 방식은 시민의 참여와 협동이 되어야 한다.

7) 기타

공공성은 사용가치의 특성에 주목하며 공공의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폭넓고 다양하게, 또 구체적으로 정의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공공성을 지닌 재화의 목록은 상식에 기초한 아주 소박한 설명이다. 더구나 시장실패론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므로 미래에 새롭게 등장할 공공성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검토해 볼만한 이론을 몇 가지 더 소개하면 우선 사회철학자 테일러(Taylor)가 제시한 환원할 수 없는 사회재(irreducibly social goods)라는 개념이다. 테일러에 따르면 이런 사회재는 시장 밖의 조직인 국가나 공동체, 협동조합 등 사회경제, 자선단체 등에 의해 공급되는 것이 효율과 평등을 높일 수 있다.

다음으로 이탈리아 경제학자들이 강조하는 지위재(position goods)와 관계재(relational goods)가 있다. 지위재란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되는 재화이다. 소위 말하는 명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는 사회적 분리와 질투를 유발하여 자신의 만족감을 높이는 재화나 서비스들이다. 반면 관계재란 사람들 간의 관계, 공유 속에서 효용이 더 높아지는 재화를 말한다. 사회서비스 중에서도 돌봄 노동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즉, 지위재가 부정적인 외부성을 발생시킨다면 관계재는 긍정적인 외부성을 창출한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지위재에는 세금을 부과하고, 관계재에는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면세를 해줄 수 있다.

공공성이란, 사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공적 가치를 공론장에서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합의하여 공공가치 행정의 방식으로 조달하고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우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공성의 대상이 되는 재화와 서비스에 관해 어떤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일이다. 이후 시장실패론 등 산업구조를 분석하여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공공성의 특징을 파악하여 적절한 해결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공공성이라고 해서 언제나 공공경제 혹은 국가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특정 재화나 서비스, 산업분야에서 공공경제와 시장경제, 그리고 사회경제의 최적 조합을 의식적으로 찾아내야 한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8)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