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산업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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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담당자들인 교사들은 교육을 경제와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에서 교육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볼 때 엄청난 규모의 종사자와 소비지출이 행해지는 대단히 중요한 산업분야다.

시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봐도 우리나라 교육시장이 단지 공교육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공교육 시장의 규모를 넘어서는 거대한 사교육시장이 존재하고 있고 갈수록 팽창하고 있다. 해외 교육시장에 유학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해외교육시장도 중요한 교육소비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고용의 측면에서도 교육산업은 160만 명에 가까운 고용인원이 흡수되어 있는 산업영역이다. 이는 우리 산업에서 초과잉 분야로 평가받고 있는 건설업 종사자 180만 명에 거의 육박하는 규모로서 단일 업종으로는 매우 큰 비중이다.

국민의 소비지출 비중 측면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의 전체 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1퍼센트로, 이는 일반적인 의식주 지출이나 교통, 통신비를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다. 우리나라 가계의 경제 부담 가운데 가장 큰 하중을 주는 것이 교육비 지출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은 경제, 산업과 독립된 별도의 영역이라는 세간의 상식과 달리 이미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의 큰 축으로 성장해왔고 시장규모, 고용비중, 가계 소비지출 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영역으로 변화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만큼 교육은 이미 시장화ㆍ산업화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교육을 경제나 산업과 무관한 별개의 영역으로 접근하려 하는 한 우리 앞에 놓인 교육현실에 제대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산업적으로 접근하면 ‘시장주의 접근’이 되고 비경제적으로 접근하면 ‘공공적 접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진보적 접근, 보수적 접근 이전에 사실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하며 우리 앞에 놓인 현실 그 자체를 사실적으로 파악한 뒤에 그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이런 취지에서 새사연은 교육 문제를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통해 한국 교육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공공적 가치’에 맞게 개혁할 수 있는지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새사연의 이러한 시도가 교육을 ‘시장의 논리’로 풀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물론, 오히려 진정한 ‘공공성 회복’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것을 밝힌다.

1. 교육산업, 불황기에도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한국경제도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는 산업분야가 있다. 바로 교육산업이다. 교육산업 생산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13.3퍼센트나 늘었다. 1년 동안 무려 20만 명 이상의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교육산업 종사자는 지난해에 비해 3만 7,000명이나 늘었다.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키고 있는 소비위축이 여전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우리 국민의 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교육산업이 교육 그 자체는 물론이고 경제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현황을 산업적 시각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이 절실하다.

교육서비스업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규모와 비중을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육서비스업은 2007년 현재 우리나라 GDP의 6.4퍼센트를 차지하며, 55조 5,544억 원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2000년 27조 5,000억 원이던 것이 7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성장하였다. 이는 전체 GDP의 성장보다도 빠른 것인데 그에 따라 2000년 일곱 번째에서 한 계단 올라서 여섯 번째로 큰 산업이 되었을 뿐 아니라, 농림어업보다도 2.2배나 커졌고 금융이나 부동산, 건설업 등과는 어깨를 견줄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외형만으로 놓고 보면 한국경제의 핵심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나라의 교육산업 비중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생산규모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소비지출 규모로 비교한 2005년 OECD 교육지표를 살펴보도록 하자. 사실 이 지표도 사교육 분야를 제외한 공교육비에 대한 비교일 뿐이다. <2008년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의 공교육비 지출만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GDP 대비 7.4퍼센트로 이스라엘(8.5퍼센트)과 아이슬란드(8.0퍼센트)에 이어 3위이며 OECD 평균인 5.8퍼센트보다 1.4퍼센트p나 많다.

그런데 한국을 제외한 다른 OECD 국가들에서는 한국과 같은 사교육을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의 실질적인 교육비 지출 규모를 공교육비 지출 비중 7.4퍼센트에 2퍼센트 규모의 사교육비 비중을 더한 9.4퍼센트로 계산하면 1위 이스라엘을 넘어서게 된다.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어서 단정하기 어렵지만 한국이 경제 규모 대비 교육비 지출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일 개연성은 충분하다.

2. 이미 사적 산업의 특징이 커지고 있는 한국 교육산업

교육산업이 여타 산업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본원적으로 ‘공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산업 영역이 사적 기업들의 수익(영리)활동과 사적 소비지출에 의해 작동하는 것과 다르게, 교육산업은 일반적으로 공적 교육 기관들의 비영리 활동을 중심으로 공적 지출에 의해 운영된다. (결국 교육산업의 신자유주의화란 바로 공적인 교육 활동을 사적인 영리구조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서비스의 재원은 크게 정부, 비영리기관, 가계라는 세 부분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비영리기관의 규모가 매우 작아 비영리기관을 가계와 묶어서 정부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교육서비스의 재원규모는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최종가치인 부가가치로 계산하지 않고 각 재원부담 주체들의 총산출량 또는 지출량으로 계산해야 한다. 이 경우 세 가지 통계수치가 있다.

첫 번째는 가계와 비영리기관, 정부의 총지출량인데 이 규모는 약 71조 5,000억 원이다. 두 번째는 교육서비스의 총산출량으로 2007년 현재 약 69조 4,000억 원이며 세 번째는 공교육비와 사교육비의 합계로서 76조 4,000억 원이다. 대략 70~76조 원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총 지출을 다시 경제 주체별로 세분해 보면, 먼저 가계 지출은 36조 8,000억 원이고 비영리기관 지출은 3조 6,000억 원, 정부지출이 31조 원으로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이 43.4퍼센트이다. 전체 교육 지출에서 정부지출이 절반도 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교육산업은 공적인 산업이 아니라 이미 사적인 산업으로 절반 이상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우리나라 교육산업의 ‘사적 성격’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2008년 OECD가 발표한 2005년 기준 공교육비 중 정부와 민간(가계, 사립학교)의 부담률을 보면, 정부와 민간의 부담률을 나타내는 ‘공교육비 중 정부분담률’은 59.7퍼센트로 비교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공교육비에 한정된 분담률이기 때문에 산출량으로 구분한 앞의 통계보다는 정부분담률이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공교육에서도 고등교육에서 정부의 부담률이 초중등교육의 79.1퍼센트에 비해 현저히 낮은 2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앞의 두 통계에서 보듯이 교육 서비스업에서 정부가 책임지는 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다른 통계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최근 통계를 내기 시작한 통계청의 자료를 아래 표와 같이 교육비를 산정하는 방식에 따라 정산할 경우, 교육비 규모가 앞의 두 통계치를 뛰어넘는 최대치를 보이지만 부담비율은 첫 번째 방식과 차이가 없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경제규모 대비 최고수준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그 재정부담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 특히 가계가 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일반 국민들이 알아서 부담해야 할 몫이라는 뜻이다. 미국, 일본도 우리와 유사한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가지고 있음에도 60퍼센트대 후반의 정부부담률을 보이고, 유럽의 경우는 80퍼센트 이상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육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은 1차적으로 공적 재원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무색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진데, 우선 고등교육에 시장논리를 적용해 정부의 부담률이 지나치게 낮아진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다음으로 한국만의 특이현상이라 할 수 있는 사교육의 비대화가 두 번째 원인이다. 지나치게 커진 사교육비 비중으로 정부지출이 전체 교육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취학 전 아동들에 대한 정부의 복지정책이 빈약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익히 알고 있는 바대로 생애 전체에 대한 공교육 투자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교육산업의 고용비중도 사적 부문이 압도적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교육서비스업의 규모에서 주요한 한축은 종사자의 규모다. 2005년 현재 교육서비스업의 종사자는 156만 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6.9퍼센트에 이른다. 2007년 기준으로 볼 때 취업자 대비 교육서비스업 종사자 고용 비중은 7.6퍼센트로 2년 사이 0.7퍼센트나 증가했다. 이는 광공업, 도소매, 음식숙박업을 이어 4위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농림어업인구보다도 많다. 13.2명당 1명꼴로 교육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증가세도 두드러지는데, 전체 취업자 증가율이 매년 1퍼센트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교육서비스 종사자는 2퍼센트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23만 9,000명이 늘어났다. 4년간 전체 취업자수가 102만 명 늘어났으므로 4명 중 1명꼴로 교육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한 셈이라 엄청난 고용창출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산업을 고용의 측면에서 보아도 공적 부문의 비중보다 사적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사실은 금방 발견된다. 교육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재원부담의 기준과 동일한 방식으로 서비스 제공기관을 정부(국공립), 비영리기관, 사설기관(영리)으로 구분하여 분류해보자.

통합적인 통계 자료가 없어서 여러 자료를 취합하였기 때문에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종사자 수는 서비스 총조사에 따른 종사자 수보다 약 34만 명 정도 적다. 공교육분야의 통계는 비교적 정확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차이는 대부분 사교육분야의 종사자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종사자는 전체 156만 명 가운데 43만여 명을 제외한 100만 명 이상이 비영리기관이나 사설기관에 종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교육 내에서도 초중등 교육은 국공립기관의 비율이 3분의 2를 넘지만 고등교육에서는 국공립기관의 비율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육서비스는 인적자원이 그 질을 상당부분 좌우하기 때문에 결국 기관수, 종사자수 뿐 아니라 교육의 내용적 측면도 민간부문이 좌우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도개선을 하거나 산업적 측면에서 정책을 실행하려고 해도 실행과정에서 다양한 변수에 의해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러한 제공기관과 종사자의 구성이 민간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은 OECD 평균보다, 고용 비중에 비추어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비스의 낮은 생산성은 보몰의 주장처럼 서비스의 내재적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황수경(2008)은 EU 15개국의 예를 거론하며 고용비중(69.4퍼센트)보다 부가가치 비중(72.0퍼센트)이 더 높을 수 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서비스업을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는데, 교육 서비스업은 ‘고용은 크게 증가하였으나 생산성 증가는 평균이하인 유형’에 속한다. 즉 ‘고(高)고용, 저(低)생산성’ 유형이라는 얘기다. 고용증가와 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의 추이를 통해 교육서비스의 생산성을 확인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서비스업 전체와는 반대의 경향을 보인다.

인건비와 근로여건을 개선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온 외환위기 이후의 고용관행은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2006년 기준, 교육분야 공공부문 일자리의 총 21.3퍼센트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는데, 규모가 11만 2,393명에 달했다. 또한 교육서비스업에서 상용근로자와 임시ㆍ일용근로자와의 임금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상용직의 월평균 급여가 318만 2,000원인데 반해, 임시ㆍ일용직은 71만 6,000원에 불과하다. 자그마치 4.4배의 차이가 난다.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민간부문에서는 파트타임 고용 등 저임금 고용행태를 선호하면서 교육서비스 종사자들의 자존감을 박탈하고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

신규채용의 증가에도 인력부족률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서비스업과 비교할 때 박사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양이나 비중에서 월등히 높은 결과가 나왔다. 물론 전문대학졸업 이상의 인력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더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저임금, 불안정 고용 그리고 대학입시와 같은 왜곡된 수요에 근거한 입시위주 사교육이 인력수요를 이끌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런 식으로 규모를 키우고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서 과연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4. 불황기 가계경제를 흔드는 교육비 지출

공교육에서 정부의 분담율이 낮고 비대하게 성장한 사교육으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우리 국민이 일상에서 감당해야하는 고통은 어느 정도일까?

전국 1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할 경우,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21만 8,000원으로 소비지출의 11.0퍼센트를 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지출은 식비, 기타소비지출, 교통통신비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 항목이다. 먹고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면 공부하는 데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82년부터 2007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은 교통통신비와 교육비다. 교통통신비는 경제활동의 증가에 따라 공공요금의 인상과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이고, 교육비는 우리사회의 교육열과 제도적 문제가 결합되어 증가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는 1인 이상 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초중등 및 고등교육에 재학 중인 가구원이 있는 가구로만 한정할 경우, 상당히 과소평가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취학가구원이 있는 가구들의 실제부담은 그보다 높은데, 취학가구원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도시근로자 4인 가구의 교육지출액은 42만 3,300원이다. 그 중 사교육비에 해당하는 보충교육비가 27만 2,900원으로 절반이 넘고 있다. 특히 가구주의 연령이 40~49세인 경우 교육비 지출이 51만 4,300원, 그 중 보충교육비는 31만 1,300원이다. 실제 취학가구원이 있는 가계의 교육비 지출 규모는 전국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 통계치보다 두 배 정도 많다고 봐야 한다.

소득에 따라 그 격차도 심해서 하위 1분위(10분위 중)는 가계소비의 단지 1.9퍼센트만 지출한 데 비해, 상위 8~10분위 계층은 12퍼센트를 모두 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50만 원 이상을 교육에 지출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경우 가구주의 소득이 월 6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가장이 월 500만 원 이상의 평균소득이 있는 직업은 관리자, 고위직 임원 등에 국한된다. 이런 직업이나, 소득을 가지지 못한 부모들은 자식교육도 남들처럼 못시킨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액수도 평균적인 수치일 뿐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마음을 다 담았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최근 노컷뉴스(등골 휘는 온라인 과외 학파라치 단속 ‘글쎄요’, 2009.6.15)의 보도에 따르면, ‘기초ㆍ심화ㆍ문제풀이 등을 함께 묶은 패키지 상품은 수강료가 한 과목당 30만 원 안팎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교재비까지 추가하면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학원 강의가 아니다. 인기 있는 온라인 강의가 이 정도로 비싼 형편이니 온라인 강좌 서너 개 수강하는 것만으로도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셈이다.

소득의 최상위와 최하위가 보통 과소표집 되기 때문에 교육지출에서 고소득층의 높은 소비력은 통계에 반영되지 못한다. 아주 소득이 낮은 계층은 물론 사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서민들은 높은 소득계층의 교육비 지출을 쫓아가느라 가랑이 찢어지고, 중산층이나 고소득층도 교육비 과다지출로 전전긍긍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수행한 가계의 소비구조에 대한 연구(전승훈, 신영임 ; 2009)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소비항목 중 소득불평등이나 소비불평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육지출이다. 교육비 지출이 1만 원 증가할 때마다 1만 5,290원의 격차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단순히 가계소비의 지출비중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 빈부격차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이러한 불평등은 미래의 소득격차, 직업 등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5. 교육산업의 공공성회복 과제는 이미 절박한 수준

지금까지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의 교육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해 볼 때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어낼 수 있다.

첫째, 한국의 교육은 경제규모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산출량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이 되었다.
둘째, 교육의 공공적 성격에 비해 교육재정, 교육기관, 종사자 구성에서 국공립보다 비영리기관이나 사설기관의 비중이 월등히 앞서고 있다.
셋째, 비대한 규모를 낳은 핵심적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사교육시장의 존재 때문이다. 지나친 경쟁구조로 인한 중복적인 투입이 재원규모, 기관수, 종사자 수 등 모든 면에서 3분의 1을 넘고 있다.
넷째,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 뿐 아니라 불평등 정도를 높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미래로까지 연장되고 있다.
다섯째, 인적자원의 공급이라는 면에서 개인에게는 투입된 노력에 비해 이후 소득에서 효과적이지 않으며, 국민경제에서도 중간재적 성격에 비추어 지나치게 고비용이므로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활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향후 우리 교육, 또는 교육산업이 MB정부의 구상처럼 ‘교육 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더욱 시장화, 사적 산업화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교육의 사적 산업화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율을 떨어뜨리고 가계 부담을 가중시켜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교육산업의 공적 성격을 적극적으로 복원하려는 방향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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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교육> 연재기획 목차

① ‘사교육비 두 배, 공교육 붕괴’로 향하는 MB교육
② 맹목적 시장론자들의 위험한 교육실험
③ 수월성 교육의 뜻도 모르는 이명박 정부
④ 학교의 미래는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명박 정부 1년이 채 안 되어 대선 당시 내걸었던 교육공약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은 정반대의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교육은 ‘미친 교육’이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사교육비는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학교자율화 정책이 사실상 사교육 성장 정책임을 간파한 사교육 시장은 경기침체에도 제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이에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교육모임은 ‘위기의 한국교육’ 4회 연재기획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어떻게 사교육비를 급증시키고 있는지 진단하고, 실패한 영국의 교육개혁 과정과 붕어빵처럼 유사한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교해 우리 교육의 현주소와 미래상을 그려 보려 한다. 그리고 대안적 사례로 ‘형평성과 수월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핀란드 교육을 들여다보며 우리식 교육개혁의 방향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공부 잘 하는 아들 사교육비를 대기 위해 낮에는 택배, 밤에는 대리운전으로 등골 빠지게 일하는 성욱, 은행에서 명퇴 후 교사 아내와 사춘기 딸에게 쓸모없는 인간 취급을 받으며 사는 기영, 이국땅에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을 유학 보내고 홀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기러기 아빠 혁수. 영화 ‘즐거운 인생’(감독 이준익)의 주인공은 이 시대 아버지들의 군상이다. 그들이 즐거운 인생을 살지 못하게 된 배경에는 버거운 사교육비와 왜곡된 학벌사회가 자리하고 있다.

7퍼센트 성장 공약, 사교육비 분야에서만 초과 달성

입시경쟁과 학벌사회 풍토로 그렇지 않아도 극심한 사교육비 부담이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제침체와 물가폭등에도 불구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2/4분기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4분기 10.1퍼센트에서 11.0퍼센트로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는 28만 3,211원으로 지난해보다 18.6퍼센트 증가했다. 2003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특히 사교육비(학습지 제외)가 18.4퍼센트 증가해 교육비 부담을 늘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17만 원에 약간 못 미치던 가구당 사교육비 지출규모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지 1년도 안 돼 올해 1분기에 19만 원, 2분기에 20만 원 선을 돌파하면서 연이어 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 내세웠던 경제 7퍼센트 성장 공약은 이제 어디에서도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는 공약(空約)이 되었건만, 유독 사교육비만큼은 목표를 두 배 이상 초과 달성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같은 사교육비의 거침없는 질주가 ‘계층에 따른 학벌 대물림’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2일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03~2008년 상반기 소득별 가구소비지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득수준 상위 10퍼센트 계층의 교육비 지출액은 월평균 58만 192원으로, 하위 10퍼센트의 7만 4,193원보다 무려 7.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평균 소비지출 비중을 비교했을 때, 하위 10퍼센트 소득계층의 경우 교육비 비중이 2003년과 2008년 상반기에 7.3퍼센트로 같은 데 반해, 상위 10퍼센트는 2003년도 11.5퍼센트, 2008년 상반기에는 13.0퍼센트로 비중이 갈수록 늘고 있다. 결국 소득 하위층은 점증하는 사교육비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된 반면, 소득 상위층은 사교육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로 학벌 세습구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폭증하는 사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이 명백히 갈리는 것은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필연적 결과로 보인다. 공교육의 몰락과 사교육의 득세, 10퍼센트 내외의 명문 사립학교와 대다수 별 볼일 없는 공립학교로 구분 편재되는 중등교육 구도, 소득 상위 계층의 귀족교육과 중하위 계층의 교육 포기와 방치는 수 년 후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대한민국 교육의 암울한 미래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불과 1년 사이에 우리 교육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사교육비 두 배’의 출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지난 대선 시기 이명박 후보는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 을 교육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학교 불만 두 배, 사교육비 곱절’의 형국이다.

사교육비를 급증시키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각각 살펴보자.

먼저, 인수위 시절부터 논란을 빚었던 영어몰입교육을 골자로 한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는 이미 사교육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영어 사교육비를 확실히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1997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에게 영어수업을 실시하자 조기 유학이 급증했던 사례를 통해서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97년 241명이던 초등학생 유학생은 2004년에 6,276명으로 무려 26배나 늘었다. 영어유치원이 유행처럼 번졌고 초등학생 영어 과외는 이제 필수가 되고 있다. 수업료가 100만 원 가까운 영어유치원도 몇 년 전에 예약을 해야 들어갈 수 있는가 하면, 초등학교 1, 2학년의 74퍼센트(2006년)가 영어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초등 1학년부터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대입 시 국가 영어평가시험을 도입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영어 사교육비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실제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 발표 후 3~6월 사이, 초등부 프리미엄 사교육 업체인 정상JLS와 CDI홀딩스의 평균 수강생 수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60퍼센트와 49퍼센트 증가했다. 여기에 삼성그룹이 채용 전형에서 ‘영어말하기 시험’을 채택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영어 관련 교육주가 연일 강세를 보였다. 증시의 이런 민감한 반응은 현 정부 영어 정책의 정확한 귀결점인 영어 사교육 시장 및 관련 업체의 급성장을 입증하고 있다.

초중교 입시 부활시킨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다음으로 국제중 설립과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는 사실상 초중교 입시를 부활시켜 전반적인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된다. 국제중 설립은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과 맞물려 초등학생 조기 유학과 영어 사교육시장 팽창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어, 국사 외의 모든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니 입학전형에 영어시험이 포함되지 않더라도 수업을 따라가려면 영어 선행학습은 기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중은 이미 명문대 진학에 유리한 특목고/자사고에 들어가기 위한 전 단계로 인식돼 치열한 ‘국제중 입시경쟁’을 낳는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국적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청심국제중의 2007년 일반전형의 경우 52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30년 만의 초등학생 입시 부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국제중 설립은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초등 사교육시장의 비대화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고교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는 자율형 사립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 100개, 마이스터고 100개 설립 계획은 현재 100개가 넘는 특목고를 몇 배 늘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는 특목고와 같은 학교를 늘리면 사교육비가 그만큼 절감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하듯 특목고 역시 사교육 없이는 따라가기 힘든 교육과정과 명문대 진학을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막대한 사교육비가 들 것이 뻔하다. 물론 특목고 진학을 준비하는 초중학생의 사교육비 증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는 특목고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외고의 사례를 보면 단적으로 드러난다. 2006년 12월 당시 이경숙 의원(열린우리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월 1일 기준 서울시내 5,911개 입시/보습학원 중 강남구 676개(11.4퍼센트)를 비롯한 상위 6개 자치구에 전체의 46.7퍼센트에 해당하는 2,758개 학원이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구 502개, 양천구 495개, 노원구 391개, 강동구 367개, 서초구 318개 순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순서가 외고 입학생이 많은 지역의 순서와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특목고와 사교육 사이의 상관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이는 초등 6학년 학부모의 30퍼센트가 자녀의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고, 특목고 진학 희망 초등학생의 94.2퍼센트와 중학생의 87.6퍼센트가 사교육에 참여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2007년 3월 조사 결과와 궤를 같이 한다.

명문 학교와 열등 학교 가를 ‘학교 한 줄 세우기’

마지막으로 일제고사, 학교정보공시제, 학교선택제 등 일련의 ‘학교 한 줄 세우기’ 정책 역시 학교 간 경쟁에 불을 붙여 사교육비를 급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정책들은 쉽게 말해 물건을 살 때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해 가격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교육에 있어서 학부모가 학교를 ‘올바르게’ 선택하는 기준은 모호하다. 이에 정부는 그 기준으로 ‘일제고사 성적’라는 가격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제 공개된 일제고사 성적과 명문 학교 입학률을 기준으로 각 학교는 1등부터 꼴등까지 한 줄로 서게 된다. 조금이라도 등수를 올리기 위한 학교 간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으로 각 학교는 학생 간 입시경쟁을 조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입시경쟁은 필연적으로 더 많은 사교육을 부른다. 또한 그동안 30퍼센트의 학생들이 특목고, 자사고와 같은 명문대 진학 패키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사교육을 받았다면, 앞으로는 99퍼센트의 학생들이 열등 학교를 가지 않기 위해 사교육에 참여할 가능성도 크다.

폐교도 불사한 블레어의 교육 정책, 결국 교육 양극화만 키워

올해 1월, 각 언론 및 증권사들은 건설과 교육 업종이 ‘MB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건설과 학교자율화 공약 때문이다. 정부는 분명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교육정책이라 주장했지만 각 언론 및 증권사, 투자자들은 공교육에 경쟁원리를 도입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확대시킬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2월부터 교육 관련주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능률교육, 에듀박스, 디지털대성, YBM시사닷컴, 포넷, 삼성출판사, 웅진씽크빅 등 교육주가 현 정부 출범 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시장은 학교 자율화 정책이 사실상 사교육 성장 정책에 다름 아님을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고통을 느끼고 사교육 업체의 배만 불리고 있건만 이명박 정부는 왜 이 같은 교육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일까. 현 정부의 교육 개혁 드라이브는 교육에 시장주의 원리를 적용하면 성공한다는 확신에 기초해 있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품과 기업이 도태되듯이 공교육, 심지어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조차도 품질이 떨어지면 도태시켜야 한다는 신념이다.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경쟁력이 강화되고 이를 통해 교육의 질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발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장주의적 교육 정책은 학교 간 경쟁을 앞세운 영미식 교육개혁을 그 모델로 한다. 그 가운데서도 현 정부의 정책은 주별로 편차가 다양한 미국식보다 영국식 모델과 매우 흡사하다.

대처 정부의 등장과 함께 전면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펴기 시작한 영국은 1997년 토니 블레어 총리의 집권 이후 시장주의와 경쟁원리에 입각한 교육개혁을 강하게 추진했다. ‘시장주의와 경쟁원리’는 현재 이명박 정부의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 학교에 더 많은 자율권을 주겠다고 내건 취지도 이명박 정부 교육 정책과 판박이다. 블레어 정부는 학교 간 경쟁을 강화하기 위해 2002년부터 교육기준청(OFSTED)의 평가 결과에 따라 낙제점인 학교를 퇴출시키는 극단적인 정책도 실시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교 간 경쟁 정책이 과연 영국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학력과 만족도를 높였을까? 결과는 정반대였다. 재원이 충분하고 상위층 자제들이 몰린 일부 사립교는 탄력을 받았지만 대다수 중하위층 서민들 자녀가 다니는 공립교는 갈수록 교육의 질이 부실해지고 교육 환경이 황폐화되었다. 영국 교육기준청 보고서는 공립학교의 절반이 학부모들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강화된 경쟁 속에서 1999년 영국 국립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영국 어린이 가운데 10퍼센트가 불안, 우울증, 강박관념, 임상적으로 주목할 만한 행동장애와 과잉행동 같은 갖가지 정신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30퍼센트에 달하는 저소득층 자녀들은 사실상 교육에서 방치되고, 매년 1만 2,000명의 학생들이 영구퇴학을 당하고 있으며, 재학생 800만 명 중 100만 명이 사전 허락 없이 결석을 하고 15만 명의 아이들은 정학처분을 받고 있다.

폐교도 불사하겠다는 교육정책에도 불구하고 핀란드와 한국이 1, 2위를 다툰 국제학력평가(PISA)에서 영국은 7, 8위권으로 중하위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으며, IMD 교육경쟁력 주요 국가별 순위에서는 27위로 한국(29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실패한 영국 교육 따라하기 당장 멈춰야

한번 잘못된 궤도에 들어선 정책은 교정되기보다는 점점 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2006년 블레어 총리는 더욱 강화된 교육 개혁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노동당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로 간신히 법안이 통과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럼에도 블레어에 이어 2007년 집권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중등교육자격시험(GCSE) 성적이 나쁜 학교가 2013년까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폐교 또는 흡수 통합하겠다며 경쟁 정책을 한층 강화하고 나섰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체 공립학교의 5분의 1이 문을 닫게 된다.

이처럼 실패한 영국의 교육개혁이 우리와 무관한 일일까? 이명박 정부의 프로젝트대로 국제중과 자사고 특목고 300개가 생기고 입시경쟁의 심화와 사교육의 팽창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면 나머지 6,000개 공립학교들이 처하게 될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자녀가 다니고 있는 학교가 ’경쟁력 미달’을 이유로 어느 날 갑자기 폐교 통보를 받게 된다면? 아니 그 이전에 빠듯한 살림살이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영어 몰입교육과 국제중 입시학원, 다시 중학교에서는 명문고 입시 사교육 과정을 양껏 따라가지 못해 결국 ‘별 볼일 없는’ 열등 공립학교에나 다니게 될 우리 아이들의 마음의 상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초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

금융 세계화를 앞세워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던 신자유주의가 바로 그 금융의 암초에 부딪혀 좌초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현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은 신자유주의의 막차를 따라가고 있다. 교육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20여 년 간 철저한 실패로 귀결된 영국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 따라하기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