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2 / 13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잇:북] 집중분석 2013년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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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여는 글……………………………………………………………………… 3 (김병권)

세계경제 | 피할 수 없는 세계경제 장기침체…………………………7 (여경훈)

한국경제 | 한국 경제는 어디로 ……………………………………… 19 (정태인)

사회적경제 | 협동조합 확산 예상, 우리사회 대안이 되길……25 (이수연)

노동 | 고용증가세 둔화, 노동시장문제 계속……………………36 (김수현)

가계부채 | 2013년 가계부채 위험을 어떻게 대처할까……………  51 (김병권)

부동산 |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앞서 주거복지 진전을…………… 61 (진남영)

경제민주화 | 박근혜 정부와 경제 민주화의 방향…………………71 (김병권)

 

  

[여는 글]


2013년 경제전망 

- 2012년보다 나을 것 없는 2013년, 정책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위험요인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집권 첫해에 경제 위기를 맞는 징크스"

우연이겠지만 외환위기 이후 역대 정권은 모두 집권 첫해에 경제적 시련을 겪었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던 1997년 그 시점은 한창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이 구제금융 조건을 협상하던 터라, 김대중 당선자는 당선 확정 당일부터 환란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1998년 집권 첫해는 150만 명의 실업자가 쏟아져 나오는 등 사상 최악을 경제침체를 피할 수 없었다. 2003년부터 임기를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 역시 집권 첫해부터 앞 정부가 조장한 거대한 신용 카드대란의 후폭풍을 뒷수습하는데 경제역량을 모두 투입해야 했다.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했던 그 해 우리 경제는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추락하면서 내수가 휘청하는 경험을 했다. 

‘747공약’과 ‘경부대운하 건설’이라고 하는 그랜드 플랜을 내걸고 야심차게 시작한 이명박 정부 출범 시기인 2008년 초까지만 해도, 100년 만에 한번이나 올까 말까하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대침체(Great Recession)가 그 해 가을에 터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7%성장은 고사하고 집권기간 평균 3%도 안 되는 성장률 실적밖에 기록할 수 없었던 이명박 경제의 운명은 그렇게 첫 해에 결정되었다.

2013년은 박근혜 정부가 임기를 시작한다. 5년 전의 보수적 정권교체와 달리 정권연장 차원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경제 여건이 좋지 않다. 아니 상당히 나쁜 편이다. 일단 2012년 경제가 당초 전망인 4%성장에서 반 토막 난 2% 수준이다. 그나마 정부가 평년 대비 재정투입을 두 배쯤 올려서 성장률을 약 0.5% 끌어올린 덕택이라는 것이 기획재정부 설명이다. 정부의 개입효과가 없었다면 1% 성장에 그쳤을 거라는 말이다. 15년 전처럼 환란도 없었고 카드대란도  없었는데도 바닥을 기는 성장률이었다. 두 자리 성장을 하던 수출이 마이너스에 빠지고 민간소비 증가도 1%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동반성장도 아쉬운데 동반침체의 위험 있다."

2013년 경제는 기본적으로 2012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망 기관들이 대체로 2.6%(삼성증권) ~ 3.2%(한국은행) 사이를 전망하는 등 올해 보다 체감이 거의 없을 개선을 전망하고는 있는데, 이것도 사실은 ‘소망’ 수준에 가깝다. 예를 들어 2012년보다 나을 것이라는 이유가 2013년 하반기에는 유럽과 미국 경제가 다소 호전되고 이에 따라 국내 투자여건이나 고용 여건도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이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상저하고(上底下高)다. 2012년 한국경제를 전망할 때에도 그랬다. 그러나 상반기 보다 더 나쁜 하반기 경제가 실제 결과였다. 2013년에도 ‘상저(上底)’일 것은 틀림없겠으나 ‘하고(下高)’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특히 박근혜 경제의 앞날에 안 좋은 소식은 경제 회복을 기댈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사실 역대 정권들이 취임 초에 경제침체와 싸워야 하는 불운을 겪었다지만 그래도 내수와 수출 가운데 한 가지는 양호한 상황에서 경제정책을 펼 수 있었다. 김대중 정부는 글로벌 수출 환경 호조 덕분에 환란을 예상보다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고 노무현 정부도 신용카드 대란으로 무너진 내수를 두 자리 수 수출증가로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앞에는 어두운 수출환경과 허약한 내수 기반이 동시에 기다리고 있다. 글로벌 경제환경을 보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한 지 6년이나 지났으니 이제 경기침체는 저 멀리 사라지고 경제는 앞으로 쌩쌩 달릴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의 많은 지역이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일본식 불황으로 나가고”있다고 2013년 세계경제를 압축해서 표현했다. 정부도 5%이상의 수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역대 정부들이 내수를 소홀히 하고 수출에만 의존결과 내수 토대가 계속 취약해진 결과다. 

내수는 어떤가. 고용여건은 2013년에 더 나빠질 것이 확실하여 민간 구매력이 확대되기를 기대하기 힘들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이므로 건설투자나 긍정적 자산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1100조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부채를 동원한 소비확대의 측면을 잠식하면서 경제 성장의 현실적 장애요인으로 등장했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임기 첫 해에 가계부채 위기관리와 씨름해야 한다. 

"가장 큰 리스크는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

물론 박근혜 정부에게도 의지할 카드가 하나 정도는 남아있다. 바로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다. 2012년 경기하락을 2% 수준에서 방어한 것도 바로 정부 재정이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재정적자로 인한 긴축 논쟁이 경기침체를 오히려 가속화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순한 재정지출 확대를 넘어서 어떻게 분배구조를 개선하여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구매력을 확대시키고 내수성장에 기여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된다. 바로 박근혜 당선자가 공약한 경제 민주화, 중산층 70% 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줄. 푸. 세’로 상징되는 대기업 위주 경제, 1% 편향 정책을 추구하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같은 정당에서 집권 연장된 정부다. 다만 2012년 한국사회가 경제 민주화를 시대정신으로 부상시켰고 박근혜 후보가 선거전략 차원에서 이를 차용하면서 경제 민주화와 공정한 시장 경제,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위한 국가의 개입을 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이다. 때문에 이 공약이 액면 그대로 실행될지, 아니면 새누리당의 전통적인 색깔이 다시 경제정책에 투영될지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바로 이 점이 2013년 한국경제 전망을 하는데 가장 불확실한 대목이다. 따라서 2013년 한국경제는 수출이나 내수 환경과 같은 외부 요인보다는 정부가 투명하고 확실하게 공약대로 경제정책을 실행하는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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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2 / 0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새사연 2013년 회원 캠페인- “새사연과 함께하는 희망 북클럽”을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의 집권 연장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진보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힘들어 하는 다수 국민이 존재하는 한 변화에 대한 모색은 멈출 수 없으며 우리 사회의 진보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가 노력을 기울여온 보편 복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일자리를 의제로 하여 치러진 18대 대선임에도 진보가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수가 손쉽게 의제를 차용해도 아무런 차별화가 되지 않을 만큼 진보 정책의 폭과 깊이가 짧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진정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과 생각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살아있는 진보 정책’을 모아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평범한 생활인들과 손잡고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추구해온 새사연은 진보 학습으로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것을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제안합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새사연 연구원들이 각자 회원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한권씩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진보의 깊이를 위한 물음을 던지겠습니다.

아울러 이후에 회원님들이 추천하는 책, 새사연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 저자와의 대화 등을 다양하게 시도할 생각입니다. 회원님들의 관심과 참여 기대 하겠습니다. 

 

 

<새사연 희망 북클럽⑦>『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

-착한 경제학은 가능한가?-

 

추천도서 7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

(이정전, 2012, 토네이도)

대한민국 정규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았을 수요와 공급의 X 모양의 그래프. 우리가 공부하는 경제 교과서의 가장 처음이자 마지막인 이 그래프는 더 이상 우리의 삶을 나타내지 못한다. 이제 우리가 따져야 할 좌표는 수요와 공급을 넘어 선 관계와 미래, 그리고 환경과 행복이다.

이런 사실을 경제학의 변방에서 홀로 개혁의 깃발을 흔드는 독립투사가 아닌, 서울대 경제학과의 한 교수가 들려준다는 점에서 이제 대한민국 경제학의 큰 방향이 바뀌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기대 해 보며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를 추천한다.

 

곧 출간될 정태인 새사연 원장의 신간 <협동의 경제학>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경제학이 싫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제학자들 역시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나는 젊은 사람들에게 경제학이나 경영학을 전공한 이와는 결혼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요즘은 사위나 며느리를 고르는 사람들에게도 이런 말을 한다. 단 전공 학점이 나쁜 경우는 괜찮을 수도 있으므로 성적증명서를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경제학자들은 어쩌다가 저런 평을 얻게 되었을까? 고등학교 시절 수능 선택과목으로 경제학을 선택했던 인연으로 어찌어찌 지금까지 경제학에 관심을 두고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고등학교 때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 한 점을 이루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그 사실 그렇게 매력적이었다. 칠판에 그려진 X자 모양의 그래프 하나로 모든 게 설명되었다. 가격이 오를 때도, 생산량이 줄어들 때도 결국은 한 점으로 설명이 되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와서 몰랐던 진짜 현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니, 그래프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그리고 사실 공부보다는 다른 일들이 더 재미있었다). 그래프를 따르자면 실업이 발생하는 건 순전히 노동자들의 자발적 선택 때문이며, 세금을 부과하는 일은 사회적 손실을 발생시킬 뿐이었다. 또한 이기적 인간과 효율적 시장을 가정하는 탓에, 현실에서는 불법인 성 매매, 장기 매매, 마약 거래 등을 허용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적절하다는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물론 학문이란 것이 결국 현실을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한 도구라고 할 때, 현실의 많은 부분은 생략되고 단순화될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오히려 현실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다. 진짜 답답한 것은 이론과 현실의 괴리와 그것을 연결시키는 방식에 관한 논의가 경제학 수업 시간에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주류경제학의 논리들이 무너지는 한편, 경제학에 철학과 윤리학을 접목시키려는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그런 것들은 대학 밖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소모임에서야 접할 수 있다. 강단에서 그래프와 수식을 넘어서, 경제학과 사회의 관계 그리고 경제학이 발전해온 역사나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해주는 교수님은 안타깝게도 만나지 못했다.

 『우리는 왜 행복해지지 않는가』가 반가웠던 첫 번째 이유는 경제학의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지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학 교수님이 직접 ‘실은 경제학에 이런 문제가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니 뭔지 모르게 위로가 되는 느낌이다. 저자 이정전 교수는 이전에도『시장은 정의로운가』, 『경제학을 리콜하라』 등의 저서를 통해 꾸준히  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해왔다. 

저자는 서문에서 “경제학 교수들이 현실에 대해 강의실에서는 말해주지 않는 내용들을” 담았다고 밝히며, 우선 경제학 교과서에서 정의하는 시장과 현실의 시장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본다. 경제학에서 시장은 어떤 재화를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도구이다. 이 때 그 사람이 재화를 필요로 하는 정도는 그가 지불하는 금액, 즉 가격으로 표현된다. 결국 시장에서는 모든 것이 ‘돈’으로만 이야기된다. 돈이 없는 사람들의 수요는 시장에서 아예 고려되지 않는다는 점은 시장의 근원적 한계이며, 모든 것을 시장의 방식으로 굴러가게 두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저자는 경제학에 대한 이런 비판적 관점을 정부, 부동산, 환경 등으로 확대시키며 현실의 다양한 사례들과 경제학 이론을 접목해서 설명한다. 특히 경제학이 비용편익분석을 통해서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실은 이 분석 방식이 얼마나 주관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새만금 간척사업의 효과를 계산할 때, 간척사업 후 생산되는 쌀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는가에 따라 결과는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쌀을 국제가격으로 계산하느냐, 국내가격으로 계산하느냐에 따라 3배 정도 차이가 나며 쌀을 단순 재화가 아니라 안보재로 상정할 경우 그 가치는 더 높아진다. 따라서 이런 식의 경제학적 손익 계산이 아닌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 저자는 정치는 “사람들이 공익을 생각하면서 공적인 마음으로 행동하는 대표적인 영역”이며, “평등의 원칙”을 으뜸으로 삼는 영역으로 시장과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편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목적으로 ‘행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행복에 관한 경제학 연구들이 진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연구들에 의하면 행복의 가장 높은 영향을 주는 3가지 요인은 “가정의 화목, 좋은 인간관계, 보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소득 수준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인데, 평균적으로 소득 수준이 연간 1만 5000달러를 넘어가고 나면 소득증가가 행복지수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행복의 역설’이라 한다. 우리나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었으니 이런 상태에 접어들고 있는 셈이다. 또한 소득이 주는 만족감은 소득의 절대액수보다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위치에 의해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우리사회가 구성원의 행복을 위해서 나아가야 할 바는 더 높은 성장률, 더 많은 소득 수준이 아니다. 가정, 인간관계, 일을 통해서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각종 자생적 공동체가 활성화되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타인과의 소득 수준 비교가 큰 영향을 미치므로, 사회구성원 사이의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에게는 <국부론>외에 또 다른 저서가 있다. <도덕감정론>이다. 이 책은 인간의 도덕심, 인간의 심리를 주제로 하는 책이다. 아담 스미스는 경제학자이기 전에 철학자였다. 저자는 “아담 스미스는 경제학이 철저하게 인간의 일상행태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미래의 경제학의 아담 스미스의 정신을 온전히 살린 경제학이요, 철학이 앞에서 이끌고 심리학이 뒤에서 밀어주는 경제학이다.”고 말한다.  

이기심, 효율성, 경쟁, 성장만을 이야기하는 경제학이 이제는 좀 바뀔 수 있기를 바란다. 행동경제학에서 진행된 여러 실험들에 의하면 경제학 전공자들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더 이기적이라고 한다. 신자유주의가 확산되었던 지난 30여 년 동안은 일반인들도 경제학 전공자만큼이나 경제학적 가치관들을 주입받았다. 이기심, 효율, 경쟁, 성장은 현실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기에는 좋은 도구일 수 있지만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방향은 아니다. 이론과 현실의 괴뢰를 좁히고, 공동체와 미래세대까지 포괄하는 경제학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 그런 문제제기들이 국내에서도 많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저자 이정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메릴랜드대학 객원교수를 거쳐, 한국자원경제학회장, 한국 환경 경제 학회이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 경실련환경개발센터 대표, 환경정의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프레시안등에 행복경제학 및 세계 경제 위기, 부동산 정책, 환경정책 등을 망라한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활발한 기고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올해 정진기 언론문화상 경제경영 도서 대상을 수상했다.

* 출처: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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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29 진남영/새사연 연구원

 

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앞서 주거복지 진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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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부동산 시장, ‘자산’관점 보다 ‘주거’관점으로

2. 주택가격의 반전? 기대할 수 없다.

3. 주택가격은 소득만으로 구입하기에 여전히 높다.

4. 부동산 시장은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5. 임대가격 안정화가 중요하다.

6. 대선공약들을 제대로 수렴해야 한다.

 

[본 문]

1. 부동산, ‘자산’ 보다는 ‘주거’관점으로 접근하자.

집 가진 가구나 집이 없어 임대를 해야 하는 가구나 여전히 부동산에 대한 관심은 지대하다. 지난해에 비해 경기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으로 인해 2013년 올해 부동산 경기도 큰 기대가 없다. 단지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적극적인 부동산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희망이 교차하면서 약간의 호전을 예상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2%로 추락한 경제부진의 영향을 받아 수도권 주택가격 하락속도가 좀 더 빨라지고 2011년까지 가파른 상승을 했던 지방 집값도 상승률이 둔화된 가운데, 거래량이 30% 이상 떨어졌던 충격이 올해에는 얼마나 진정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 같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올해 한국경제 전체가 3% 성장을 하기도 쉽지 않은데다가 한계점까지 오른 가계부채로 민간 구매력이 여전히 극도로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반면 최근 주택 인허가는 2011년 이후 2년째 50만 호 이상씩 늘어나고 있고 준공 실적도 쌓여가고 있다. 구매력은 약화되는데 공급은 늘어나는 추세에서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여지는 매우 적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더 중요한 과제가 있다. 부동산 ‘시장 기능’을 과거수준으로 복원시키기 이전에, 시장이 아닌 공공차원에서 공공임대 주택 공급 등 주거 복지를 확충하는 과제를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자산 가치 보존’이나 ‘시장 활성화’ 이전에 ‘공적 주거 복지 체제 구축’을 고려하는 것이 주택 문제에서 우선 되는 시대가 막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들의 공약뿐만 아니라 당선된 박근혜 후보의 공약도 대부분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관련 정책이나 공공임대주택 정책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동산 시장은 앞으로 공적인 주거복지 정책과 맞물려 움직여만 하는 시대가 도래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오직 시장만 바라보는 주택 정책은 끝났음을 말해주기도 한다.

  

2. 주택 가격의 반전? 기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의 주거문제가 대부분 시장을 통해 해결되어 왔기 때문에 우선 시장 추세를 살펴보는 것은 여전히 필요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하락 속도가 조금 더 빨라졌다. 2009년부터 무서운 속도로 치솟았던 지방의 주택가격도 2011년 4분기부터 상승폭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난해에는 매우 완만한 상승추이를 보였다. ‘수도권은 주택 규모에 관계 엇이 빠른 하락, 지방은 상승 둔화’로 지난해 가격변동 추이를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그림 1 참조)  

가격 하락과 함께 거래량도 2012년에는 대폭 줄어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더욱이 이런 결과는 2012년 5.10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과 9.11 대책으로 대부분의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것이다. 일련의 세제 완화나 금융규제 완화를 하여 시장 자율에 맡긴다고 해도 시장 자체가 이미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의 완전하게 부동산 시장의 규제완화와 자율을 부여했는데도 부동산 가격 하락을 멈춰 세우지 못한 것은 왜일까?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각각 확인해보자. 

우선 단기 수요 측면에서, 지금까지 주택가격이 매우 높은데도 시장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대규모로 공급된 주택담보대출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가계부채 절대 규모의 부담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부채 부실화 위험에 대해 은행과 가계 양쪽 모두에서 신중해진 결과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가계 디레버리지가 시작된 것이다. 

이 상황에서 당분간 가계부채 규모를 키우기보다는 원리금 상환 압력을 완화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므로 더 이상 대출을 끌어 주택수요를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현재의 불안정한 변동금리 일시상환대출 형태를 고정금리 장기 분할상환으로 전환하는 정책을 더 확대하여 기존 대출 부담을 완화시키고 가계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최우선 정책이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 수요 측면에서 보면, 이미 전체 가구의 절반 이상을 넘어간 1,2인 가구비율의 증가 추이를 볼 때, 중 대형 중심의 대량 수요 자체가 지속되기 어려운 것임은 분명하다. 장. 단기 모든 차원에서 ‘주택 수요의 위축’, 이것이 주택가격 하락의 핵심 원인이다. (그림 2 참조) 

부채 기반의 주택 수요 붕괴로 인한 수요 위축이 주택 가격 하락의 기본 동인인데, 공급은 수요에 조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관성에 따라 상당한 공급량이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우선 여전히 서울 수도권 중심의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2008년 16만 채를 넘어가던 미분양 주택이 2012년에는 7만 채 정도로 줄었지만 줄어든 것은 지방일 뿐이었다. 수도권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미분양 주택이 3만 채를 넘어갔고 준공 후 미분양도 빠르게 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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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2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2013년 경제는 어떻게 될까. 모든 국민들의 근심사항이다. 작년에 우리 경제는 2%밖에 성장을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던 시기와 비슷하다. 작년에는 특별한 경제적 사건이나 충격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가계부채 증가나 부동산 경기 부진은 이전부터 계속되던 추세가 이어진 것일 뿐 대규모 폭락사태 같은 것은 없었다.  

대외적 환경도 마찬가지다. 2010년부터 수면위로 올라온 유럽위기는 작년에도 계속되었고 미국의 경기 부진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성장세가 다소 꺾여 7%까지 떨어진 것도 예상 못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정부를 포함한 모든 기관들이 당초에 지난해 성장률이 3.7%쯤 된다고 보았다.(새사연은 2%중반대로 예상했다.) 그런데 거의 예상치의 절반밖에 안 되는 2%의 성장이었다.

올해는 작년보다 미세하게 개선된 2% 후반 수준의 성장을 한다고 예상들을 하고 있다. 세계경제 성장도 비슷하게 3% 초반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우리나라는 얼마 전까지 세계 성장률과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작년부터 세계성장률 이하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도대체 왜 경기가 이토록 오랫동안 호전되지 않는 것일까? 정말 올해는 그나마 작년보다 더 악화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개선될 수는 있는 것일까?

작년보다 올해 경제가 개선되지 않을 수 있는 위험요인도 상당하다는 주장이 있다. 지금 소개하는 루비니 교수의 경제 전망이 대표적이다. 이제는 우리에게 너무 잘 알려진 뉴욕대학 경제학 교수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올해 세계경제의 다섯 가지 위험요인을 지목했다. 1) 올해 연초 미국 재정절벽 합의는 임시적이고 제한된 합의여서 위험이 아직 남아있고, 최근의 주식시장 회복도 중앙은행의 비정상적인 양적완화 탓이지 실물기초의 건강한 회복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다. 2) 유럽은 지난해 최악의 위험을 피하기는 했지만, 통화 동맹의 근본문제는 여전하여 하반기 이후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다.  

3) 수출과 정부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중국경제도 민간소비 비중의 확대 속도가 만족스럽지 않아 올해 말경 경착륙 위험이 있다.(대부분의 학자들이나 기관들이 중국의 경착륙 위험을 낮게 보는데 비해 루비니 교수는 시종일관 중국경제의 경착륙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4) 신흥국들의 성장속도가 줄어들고 있다. 5)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을 비롯해 중동 전체의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석유가격 상승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여전하다.

물론 루비니 교수는 이들 다섯 가지 위험이 모두 폭발하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가능성은 과거에 비해 낮게 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어쨌거나 루비니 교수의 전망이나 위험요인 진단에 동의를 하든 하지 않든, 적어도 그가 지목하는 다섯 가지 위험 요소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분석해보고 이후 과정을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3년 경제의 기초

(The Economic Fundamentals of 2013)


2013년 1월 21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올해의 글로벌 경제는 2012년을 지배했던 상황들과 몇 가지 유사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놀랄 것도 없지만, 세계경제는 1년 더 평균 3%정도의 성장을 할 것인데, 선진국은 연평균 1%대의 평균 이하의 성장을 할 것이고, 신흥시장은 5%대의 성장을 하는 등 회복속도는 다를 것이다. 1년 전과 비교해서 몇 가지 중요한 차이점도 또한 있을 것이다.  

부채를 축소시키기 위해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고통스런 디레버리지(deleverage) 과정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올해도 계속될 것인데, 이는 선진국 경제성장이 느리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재정 긴축은 유로존 주변국과 영국을 넘어서 올해 대부분 선진국 경제를 압박하게 될 것이다. 정말로 긴축은 (일본을 제외하면) 유로 존 핵심 국가들, 미국, 그리고 나머지 선진국들로 확대되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 경제가 동시적인 재정긴축에 들어가면서 1년 더 성장세가 좋지 않게 될 것이며 일부 국가들에서는 본격적인 경기위축에 몰리게 될 수도 있다.  

선진국의 허약한 성장 동력을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위험자산의 랠리는 경제 기초의 개선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새롭게 시작된 비정상적인 통화 정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 미국 연준, 영란은행, 스위스 국가은행 등 대부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일련의 양적완화에 개입했고, 새로 출범한 일본이 아베 내각이 더욱 관례적이지 않은 정책 방향으로 밀고 나감에 따라 일본 중앙은행이 가세하게 되었다.  

나아가 몇 가지 위험 요인들이 앞에 놓여있다. 첫째, 연초 미국의 세제합의(mini deal on taxes)는 재정절벽을 완전히 해결한 것이 아니었다. 조만간 채무한도와 의회의 지출 결의안 등을 가지고 추한 싸움이 일어날 것이다. 시장은 또 다른 재정절벽 때문에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사실 연초의 세제 합의조차 GDP의 1.4%에 해당하는 상당한 양의 재정축소였다.

둘째로, 유럽중앙은행의 행동(2012년 9월 3년 만기 국채의 무제한 매입을 포함한 양적 완화 - 역자)은 그리스가 유로에서 탈퇴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금융시장 접근을 차단당하는 것과 같은 테일 리스크(tail risk;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고 예측하기 어렵지만 투자 포트폴리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위험 - 역자)를 줄이긴 했지만 통화동맹의 근본 문제를 해소한 것은 아니다. 정치적인 불확실성과 함께, 유로존의 위험은 하반기 경에 다시 강력하게 등장할 것이다.  

결국, 과도한 긴축과 강한 유로화, 계속되는 신용위축으로 인해 악화된 불경기(stagnation)와 현저한 침체는 유럽의 어려움을 지속시킬 것이다. 그 결과, 지속 불가능한 거대한 사적, 공적 부채는 계속 남아있게 될 것이다. 더욱이, 인구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 환경 아래에서 경쟁력을 고양시키기 위한 공격적인 구조개혁이 부재하기 때문에 잠재적 생산능력이 훼손될 것이다.  

셋째로, 중국은 과도한 수출과 고정투자, 높은 저축, 그리고 낮은 민간소비에 기초한 불균형적이고 지속 불가능한 성장모델을 떠받치기 위해 새로운 통화, 재정, 신용자극 정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올해 하반기 경 과도한 투자는 부동산과 사회간접시설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이고 산업생산 능력은 과잉될 것이다. 보수적이고 점진적이며 합의를 중시하는 중국의 새 지도부는 가계의 소득을 늘리고 예비적 저축을 줄이는데 필요한 개혁을 가속화할 것처럼 보이지 않으므로, GDP에서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빠르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경착륙 위험은 올해 말쯤에 커질 수 있다.  

네째로, BRICs를 포함하여 수많은 신흥시장들은 지금 성장 속도가 줄어드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들의 ‘국가 자본주의(state capitalism) - 거대 국유기업, 거대 국유은행, 자원 민족주의, 수입대체 산업화, 금융 보호주의, 그리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통제 -는 중심적인 문제다. 경제 성장에서 민간 부문의 역할을 고양시키기 위한 개혁을 그들이 해낼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심각한 지정학적 위험도 여전히 크다. 북 아프리카에서 아프카니스탄과 파키스탄에 이르기까지 중동 전체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다. 정말로 아랍의 봄(2011년 이후 아랍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시위 - 역자)이 아랍의 겨울로 바뀌고 있는 중이다. 이스라엘과 미국을 한 편으로 하고 이란을 다른 편으로 하는 심각한 군사적 충돌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협상과 제제가 이란 지도자들로 하여금 핵개발 노력을 포기하도록 유도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란의 핵무장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스라엘의 인내심은 점점 더 한계에 이르고 있고 실제적 전쟁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석유시장에서 공포가 확산되면 석유가격은 20%정도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과 유럽, 일본과 중국, 인도, 그리고 다른 모든 선진국들과 석유 순수입 신흥국가들의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이 모든 위험들이 최악의 형태로 현실화되는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가능성은 낮지만, 그들 위험 하나 하나만으로도 글로벌 경제를 멈춰 세우기에 충분하고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 그리고 그들 위험들이 모두 극단적인 형태로 현실화되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각각은 일정한 형태로 이미 발생하고 있거나 발생하게 될 것이다. 2013년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하방 리스크는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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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3정태인/새사연 원장

 

나는 드라마광이다. 특히 토요일, 일요일엔 어지러운 술자리 때문에 놓친 드라마 재방송을 보느라 어린 딸과 신경전을 벌이다 참다못한 딸이 “아빠가 아줌마야?”, 소리를 지를 정도다. 그래선지 드라마 1~2회를 보면 그 성패를 알아맞히는 경지에 이르렀다.

SBS <청담동 앨리스>. 요즘 내가 연구원에서 공부하다 말고 밤 9시경부터 자꾸 시계를 들여다보고 때 맞춰 짐 챙기도록 하는 드라마다. 두 회를 남겨 놓고 스토리는 지지부진하고 ‘청담동’의 벽을 절감하도록 하는 촌철살인의 대사들도 이젠 식상해졌지만 마지막 회는 시청률 20% 언저리까지는 올라가지 않을까.

청담동은 말하자면, 새로운 귀족사회이다. 인화(김유리)의 말대로 디자인 대학을 차석으로 졸업해도 그들의 ‘안목’은 흉내 낼 수 없다. 인종이 다르다. 하지만 한국은 대단히 역동적인 사회였다. 농지개혁과 한국전쟁으로 지주계급이 완전히 몰락했고 교육은 신분상승의 통로였다. 이런 역동성이 사라지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중반이었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새로운 지배계급이 생겨났고 이제 교육은 신분상승을 가로막는 벽이 됐다.

이때부터 세경(문근영)의 아버지 세대에게 부동산이나 주식 거품은 새로운 사회이동의 통로로 여겨졌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평생 흘린 땀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계부채로 남았을 뿐이다. 이제 가난한 연인은 헤어지고 ‘청담동 앨리스’가 유일한 신분 상승의 길이 됐다.

▲ SBS <청담동 앨리스>

더구나 공부를 잘 못 했던 윤주가 보란 듯이 ‘청담동 며느리’가 되어 있으니 세경에겐 결코 못 올라갈 나무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겨우 두 세대에 걸쳐 이런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다 보니 아직 체념에 이르지 못한 절망은 더욱 더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된다.

이 상황은 한국에만 특유한 건 아니다.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느 나라나 수출경쟁력을 강조하면서 임금 인상을 억제했다. 그럼 수출이 잘 되지 않으면(모든 나라가 모두 무역흑자를 볼 방법은 없다) 국내수요가 줄어들어 경기침체에 빠지게 된다.

그 탈출구는 당시 모든 규제를 풀어버린 금융이 제공했다. 돈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은행이 대출을 해 주고 신용카드를 뿌리면 된다. 저금리 상황, 그리고 저임금으로 남아도는 부자들의 돈은 집과 주식으로 향했다.

집값과 주가는 부풀어 오르고 이제 당장 빚을 낼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이 대열에 참여한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 괜히 부자가 된 것 같으니 소비가 늘어난다(‘자산효과’). 소비를 무한정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지위재’(position goods)가 개발됐다.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고가의 상품이 그것이며 바로 아르테미스 장띠엘 샤 회장의 전략이기도 하다. 무슨 무슨 ‘캐슬’이 등장하고 명품 열풍이 불었으며 커피자판기는 전문점으로 대체됐다.

이런 소비의 유토피아가 지속 가능할까. 자산 가격이 계속 오르고 빚이 영원히 늘 수 있다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게 비극이고 그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나만은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빠져나올 수 있다는 허망한 자기 기만극은 2008년 금융위기로 막을 내렸다. 저임금에 시달리는 데도 청년 일자리도 늘어나지 않고, 청담동 바깥에 사는 노인들은 허드렛일이라도 해야 한다. 우울한 장기침체는 10년 이상 갈지도 모른다.

<청담동 앨리스>는 과장되었을지언정 현실이다. “줄푸세”의 박근혜씨가 대통령이 됐으니 정책이 이런 현실을 바꾸지도 못할 것이다. 청담동과 그 바깥은 점점 더 벌어지고 언론이 이런 개인주의/소비주의를 계속 부추기는 한(이 드라마의 간접광고를 보라), 이미 붕괴된 시스템 안에서 개인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아마 <청담동 앨리스>는 순수한 사랑의 승리를 답으로 제시할 것이다. 절망적인 벽을 뛰어 넘는 사랑은 언제나 아름답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드라마 속 대리만족으로 허기를 채울 수는 없지 않은가. 청담동이 아닌 곳에서도 앨리스들이 서로 사랑하고 아웅다웅 싸움도 하면서 살아갈 길은 얼마든지 있다.

* 이 글은 PD저널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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