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10정태인/새사연 원장

 

나는 협동조합 전문가가 아니다. 몇 번이고 X를 눌러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인터넷 광고마냥 되풀이하는 얘기다. 평생을 생협운동, 공동체운동, 자활운동을 하신 분들 눈으로 보면 논문 몇 개 읽고 전문가로 대접받는 내가 괘씸할지도 모른다. 들불처럼 타오르는 현재의 협동조합 운동에 내가 좁쌀만큼이라도 도움을 드린다면 그건 내가 추상적인 이론을 공부하는 사람이고, 다행히 나라 정책을 직접 다뤄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이 지면에서 소개한 것처럼, 상호성이라는 인간 본성이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이끌어가는 힘이라는 주장,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내수를 확대해야 하고 그러려면 사회적 경제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그렇다. 원래 우리의 천성에도 맞고 나라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께 내가 드릴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다. 이럴 때는 오랜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분들을 만나야 한다. 지역의 각종 시민단체나 생협의 교육에 참가하면 더 일반적인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용어로 ‘중간조직’이 있다면 조금 더 체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말하자면 해당 분야의 특성, 금융이나 기술, 관련 정책에 관한 컨설팅이 필요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지방에서는 CNA(중소기업과 수공업자 연합회)나 레가, 그리고 리얼 서비스 센터가, 캐나다의 퀘벡지역에서는 데자르댕 같은 금융기관과 샹티에(chantier)라고 불리는 연합조직이 그런 역할을 했다. 이런 중간조직은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네트워크의 접속점(node)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협동조합의 첫 번째 전략으로 손꼽히는 네트워크화가 창업자에게 갖는 의미는 그런 접속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어떤 일을 선택하고 누구와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공동체에 있다. 현재의 협동조합 붐이 성과를 거두려면 지역공동체의 발전전략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 지역주민들이 그런 전략 수립에 참여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떼돈을 벌 생각만 아니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또 해야 할 일은 바닷가 모래알처럼 널려 있다. 예컨대 동네 어르신의 집을 에너지 절약형으로 수리하는 일부터 마을 전체를 재개발하는 일까지 사회적 경제가 담당하면 효율과 평등, 연대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지역공동체의 모든 사회적 수요는 곧 사회적 경제의 사업 대상이다. 이것이 두 번째 전략이다.

지역공동체에 뿌리박은 사회적 경제는 지난 번에 제시한 인간 협동의 조건들 중 상당수를 일거에 만족시킨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현재의 보편복지 요구와 연관시켜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서구에서는 1980년 말 이후 재정위기로 인해 많은 복지 프로그램을 민영화했다. 공공성을 지닌 사업을 시장에 맡기면 당연히 요금이 폭등하고 값싼 서비스가 사라진다거나 대형 사고가 발생한다. 특히 의료, 보육, 교육, 문화, 교통 등 사회서비스 분야가 그러한데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은 이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복지사업을 설계해야 할 한국 정부는 처음부터 사회적 경제를 마지막 복지 전달의 주체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론은 ‘협동조합을 꿈꾸는 그대’에게 이렇게 말한다. 먼저 동네에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살펴서 주민들과 해법을 모색하라. 지방정부나 중앙정부의 사업 중에 해당 항목을 찾아서 담당부서와 의논하라. 정부가 하는 일 중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무엇보다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절대로 정부 공무원의 머릿속에서는 나올 수 없는 사업들도 수없이 튀어나올 것이다. 여러분이 이 글을 볼 때쯤이면 나는 캐나다의 퀘벡에 있을 것이다. 위에서 말한 꿈이 주민들의 에너지로 실현되고 있는 곳이다. 바글바글한 에너지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자랑이 아닌가?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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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의 [잇:북]2012.07.31 11:22

2012 / 07 / 3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테마북]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논쟁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목차]

1장. 경제 자유화인가 경제 민주화인가.

2장. 재벌개혁 없는 경제 민주화는 가능한가.

3장. 경제 민주화와 시장의 역할, 국가의 역할

4장. 경제 민주화인가 보편복지인가.

 

[글머리에]

불평등의 세계화, 경제 민주화를 부활시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시민운동의 화두는 ‘불평등(inequality)’해소이다. ‘1%에 의한, 1%를 위한, 1%의’ 사회를 개혁하여 99%가 더 나은 삶을 보장받는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1990~2000년대 신자유주의 경제 성장기에 감춰졌던 소득 불평등 구조가 경제위기가 터지면서 수면위로 부상했다. 위기에도 불구하고 상위 1%는 타격을 거의 받지 않는데 비해 서민은 심각한 빈곤으로 떨어져 생존권을 위협받고 중산층은 쪼그라드는(squeezed middle)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도 다르지 않다. 2010년 기준 한국의 상위 1%가 차지하고 있는 소득 비중은 11.2~11.5%인데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6.97%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어난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과 상위 1%로의 부의 쏠림현상이 심각했음을 알 수 있다.

위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상위 1%인 금융회사들이 손실을 사회화시키면서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시키자, 2011년 카이로에서 스페인, 이스라엘, 영국, 인도, 그리고 월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서 1%의 탐욕과 불평등에 저항하는 시민사회의 운동이 확산되어갔다. 불평등의 세계화가 저항의 세계화를 낳은 것이다.

중국효과 덕분에 위기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 있었던 동아시아의 불평등 심화 역시 예외는 아니었고 한국경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에는 6%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했고 2011년7월까지 주가가 2200포인트에 도달한 한국경제지만, 그것은 삼성과 현대차 등 유력 재벌의 ‘나 홀로 성장’이거나, 세계적 과잉 유동성이 신흥국에 흘러들어온 ‘해외자본 유출입 효과’로 만들어진 것일 뿐, 국민들의 생활향상과 동떨어졌다.

우리나라에서 고용불안과 경제적 불평등, 불공정의 뿌리이자 부를 독점하는 1%가 있다면 당연히 그 맨 앞자리에 재벌 대기업 집단이 있어야 한다. ‘부유한 월가와 가난한 미국 국민’이 있다면 ‘부자 삼성과 가난한 한국 국민’이 우리 앞에 있는 냉엄한 현실인 것이다. 시위에 참여한 미국 시민들이 ‘월가에게 금융규제를, 증세를, 사법처리를’ 구호로 내걸고 있다. 한국에서는 재벌 대기업 집단에게 규제를, 증세를 해야 하고 불법적인 증여 상속 등에 대해 법의 엄정한 집행을 해야 한다. 재벌개혁 경제 민주화는 이러한 역사적 흐름을 배경으로 하여 외환위기 이후 15만에 역사적으로 부활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과거처럼 자본시장 범주 내에서의 일부 소액 투자자 운동이나 전문가 운동이 아니라 ‘시민적 민생운동’으로 차원을 달리하면서 상인들과 소비자, 노동자들과 중소기업의 생활현장에서 부활하고 있다.

 

경제 권력이 집중되면 경제 독재가 나타난다.

월가 시위대들의 분노의 표적이 된 월가 초대형은행에 견줄만한 대한민국의 1%는 누구일까. 바로 삼성, 현대, SK, LG로 대표되는 재벌 대기업 집단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있는가? 삼성과 현대 그룹의 공식적인 자산 총액은 한 해 국가 예산규모를 상회하는 330조원이 넘는다. SK와 LG까지를 포함하는 4대그룹의 작년 매출액 603조 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이들은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 규모를 계속 키워서 2007년 대비 계열사 수자가 최소 30%이상 늘어났다. 2012년 삼성그룹이 81개, 현대 그룹이 56개, 그리고 SK그룹이 94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너무 커져서 도저히 해체나 파산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더욱이 이들은 과거처럼 정권의 눈치나 보는 위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정권에게 훈수를 두고 여의도 국회에 촘촘하게 로비를 하며 자사 싱크탱크를 동원하여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낼 능력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미국의 월가가 그런 것처럼 진정한 실세로서 권력을 쥐게 된 것이다.

힘이 집중되면 그 힘은 남용될 수 있다. 정치권력이 집중되면 독재가 나타나고 시장 점유율이 집중되면 독점이 나타난다. 나아가 시장에서의 독점 권력을 넘어서 ‘선출되지 않은 사회권력’으로 진화하고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더 걱정스러운 것은 커져가는 재벌권력을 제어할 최소한의 법적 제도적 수단들이 모두 해제되고 마땅한 견제 세력도 없는 실정이다. 김종인 전 의원은 "정치민주화의 골자가 정치독재를 막는 것이었다면, 경제민주화의 골자는 경제독재를 막는 것"이라며 경제 민주화가 반드시 재벌개혁을 수반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정당한 주장이다.

 

헌법에 따라 국가는 시장의 경제 권력을 규제해야한다.

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의 자율에 맡긴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였고 재벌권력의 비대화였다. 양극화는 더 이상 시장의 자동조절 메커니즘으로 완화되지 않으며 재벌권력도 시장에서 견제되지 않는다. 헌법의 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일부에서는 헌법 119조 2항의 경제 민주화조항 이전에 119조 1항 경제 자유화 조항이 있다면서 국가의 시장개입을 지금처럼 막으려고 한다.

그러나 시장은 신성불가침의 성역 같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헌법 제 1조 1항은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가 민주 공화국임을 선언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는 뜻이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시장 경제와 경제 주체들의 자유를 옹호한다면 그 역시 민주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경제 형태이기에 선택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시장 경제는 선험적인 절대 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이 잘 작동하는 영역이 있는가 하면 보건이나 교육처럼 시장 메커니즘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생활 영역도 있을 것이다. 금융처럼 시장에서 작동시키되 일정한 규제나 공공의 참여가 필요한 영역도 있다.

모두 민주주의라는 가치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자유 시장을 해치지 않는 한도에서 경제 민주화를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시장의 자유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화두가 경제 민주화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제 1 과제는 민주주의 허용범위를 심각한 수준에서 일탈한 동시에 자유 경쟁시장 조차 파괴하고 있는 재벌의 이익추구 행위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제 헌법 119조 2항이 명시한 경제에서의 국가의 역할 즉, ①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② 적정한 소득의 분배, ③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그리고 ④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시점에 있다.

지금 경제 민주화의 가장 긴급하고 우선적 과제는 국민경제라고 하는 경제 생태계에서 재벌의 독식이 도를 넘어섬으로써 노동자, 상인, 소비자, 중소기업 등 나머지 경제주체들이 같은 공간에서 생존하고 공생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데 있다. 재벌구조 내부의 민주화를 논하기에 앞서 재벌과 여타 경제주체들이 같은 국민경제 생태계에서 공존할수 있도록 할 민주화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는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는 한편, 과도하게 권리가 침해된 다른 경제주체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재벌들과 공기업들부터 비정규직 사용 남용이나 정리해고 남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더 많은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단체 협상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아래 십 수 년 동안 진행되어 온 체계적인 노동권 약화시도를 되돌려야 한다.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재벌개혁운동을 일으킨 상인들이 지역 상권에서 생존하고 서로 협력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보강해야 한다. 소매, 도매, 온라인 시장에서의 재벌들의 무차별 진입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주요 필수 품목들에 대한 재벌의 독과점 가격 횡포와 담합행위 등을 당사자인 소비자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소비자 집단소송 요건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납품 중소기업들의 원가절감과 기술혁신, 생산성 향상 노력이 정당하게 이익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재벌들의 무리한 납품가격 인하를 억제해야 한다. 스스로 납품가격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중소기업 단체들에게 협상권을 부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벌의 과도한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일정한 제도적 틀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도록 기업집단법과 같은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각종 세금 감면 등 이미 종료했어야 할 특혜도 이젠 거둬야 한다. 이익독식을 노린 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같은 강력한 벌칙이 뒤따라야 하고 재벌을 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보강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재벌 집단 내부의 의사결정체계나 소유 지배구조, 상속 관계 등이 아무래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내부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밖으로 잘못된 행동이 나오는 것이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무리한 이윤추구를 불러오는 것이고, 독단적인 의사결정이 주위의 이해관계자의 이익 침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경제 민주화는 한 시대의 과제다.

김종인 전의원은 "1962년부터 1987년까지 25년은 압축 성장, 1987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25년은 정치민주화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경제민주화의 시기"라고 규정했다. 맞는 말이다. 보편 복지와 함께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일시적 구호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십 년 역사를 통해 누적된 구조적 문제와 시대적 전환의 산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는 2010년대 내내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되어야 한다. 더욱이 경제 민주화는 금융 민주화로, 노동 민주화로 그 내용을 더욱 확장시켜 나감으로써 우리사회가 경제적 민주주의를 심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한국사회가 ‘정치 민주국가’이자 ‘경제 민주국가’, 그리고 ‘보편 복지국가’가 되려는 긴 도정을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공룡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것은 초식동물을 위한 풀과 나무를 다 먹어치워서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현재 대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소기업 업종과 중소상인들을 괴멸시키는 상황인데, 그렇게 되면 결국 대기업도 죽게 되어 있습니다." 2011년 재벌개혁 이슈가 부상하기 시작할 때 지식경제위위원회 위원장을 맡던 민주당 김영환 의원이 한 발언이다. 점점 더 ‘상수’가 되어가는 경제위기 국면에서 공룡의 횡포를 막아 생태계를 지켜보자는 경제주체들의 생존 움직임이 바로 경제 민주화다. 재벌 독식의 ‘약탈적 공생관계’를 개혁하고 진정한 공생이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또한 경제 민주화의 목표와 지향이 될 것이다.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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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6정태인/새사연 원장

 

보편복지, 경제민주화, 그리고 협동조합(사회적 경제), 이 셋은 이번 대선 사회·경제분야의 핵심 쟁점이다. 보편복지는 2010년 지자체 선거에서, 경제민주화는 지난 총선부터 전쟁터가 됐고, 처음에는 포퓰리즘이라고 부정하던 새누리당(한나라당)과 박근혜 후보도 본격적으로‘끼어들기’에 나섰다. 가히 경천동지에 상전벽해라 할 만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심지어 새누리당이 자신의 기존 정체성을 전면 부정할지도 모를 이런 변화를 꾀하는 것은 이 셋이 시대정신이기 때문이다.

새로운사회연구소(새사연)가 책 한 권에 걸쳐 자세히 논증한 것처럼(<리셋 코리아>) 이 셋은 2008년부터 본격화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양극화에 대한 대응이다. 폴라니가 <거대한 전환>(1944)에서 갈파한 것처럼 사회를 시장원리로 일원화하면 사회가 갈기갈기 찢어질 수밖에 없고 대중은 대항운동에 나서게 된다. 1929년 대공황은 루스벨트의 ‘경제민주화’(금융규제, 재벌개혁과 노동조합의 강화)와 비버리지의 보편복지(‘요람에서 무덤까지’)를 낳았다. 또한 협동조합은 커다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세계 곳곳에서 급팽창했고 이제 유럽과 캐나다에서는 지속가능한 경제의 필수 범주가 되었다. 실로 협동조합은 위기를 스스로의 협동에 의해 극복하려는, 인류의 오랜 지혜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셋이 대선의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나라의 천운이자 시민들의 능력이라고 할 만하다.
 
작년 말 협동조합기본법 통과를 계기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협동조합 붐이 일어나고 있다. 이 뜨거운 열기가 한순간 냉소로 변하면 어떻게 하나, 슬슬 걱정이 될 정도다. 왜냐하면 협동의 근원인 신뢰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쌓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꺼번에 수천, 수만개의 협동조합이 설립되면 그만큼 많이 파산할 것이고, 개중에는 심지어 사기극도 벌어질 것이다. 뜨거운 열정과 함께 협동조합의 원리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뢰와 협동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노박은 게임이론을 이용하여 협동이 일어나는 5가지 조건을 추출했고(2006), 오스트롬은 전 세계의 공유자원(공동으로 이용하는 숲이라든가 강) 관리 사례를 경험적으로 연구해서 8가지 규칙을 찾아낸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2009). 협동조합연맹(ICA)의 7원칙은 1840년대 로치데일의 경험 이래 그동안 쌓인 수많은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정리한 조직·운영원리이다. 오른쪽 표는 이들을 병렬한 것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논리와 경험에서 추론된 여러 차원의 지혜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이 표는 협동에 관한 인류의 지혜를 총집결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자세한 설명은 <주간경향> 한 권을 통째로 내준다 하더라도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에 참여한 분들이(뿐만 아니라 구성원의 협동을 고민하는 어떤 분들도) 이 표를 머리맡에 붙여놓고 시간 날 때마다 음미한다면 시시때때로 무릎을 치는 활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협동조합의 제1원칙인 공유와 공동이용은 협동조합에 오스트롬의 8가지 규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적 의사결정(그리고 참여와 교육) 원칙은 자본주의적 기업의 경영에 비해 굼뜨고 중구난방이 되어 비효율적일 것 같지만 오스트롬과 노박의 규칙에서 협동을 촉진하는 필수적 수단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협동조합이 돈과 사람의 동원에서 취약하다는 점을 보완하는 데 필수적인 제6원칙 협동조합의 네트워크는 오스트롬의 더 넓은 거버넌스의 존재, 그리고 노박의 네크워크 상호성과 집단선택(집단정체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물론 공유자원 관리의 핵심 주체인 지역공동체는 또한 혈연선택과 집단선택이 일어나는 공간이기도 하니 협동조합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저도 틈틈이 오른쪽의 표를 해설하겠지만 자신의 해석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토론하고 싶은 독자들은 정태인의 경향신문 블로그(모지리의 경제방 mojiry.khan.kr)를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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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4정태인/새사연 원장

 

<안철수의 생각>은 훌륭하다. 평생 정책만 다룬 나 같은 사람이 보기에도 그렇다. 물론 적잖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자기의 생각을 섞어서 여러 사람의 의견 짜깁기한 것과 <안철수의 생각>은 다르다. 일관된 생각의 다발이 굵은 흐름을 이루고 있다.

예컨대 재벌개혁에 대한 그의 생각이 그렇다. 그는 놀랍게도 학계에서도 채 소화되지 않은 ‘이해당사자 이론’에 입각해서 재벌 문제를 진단하고 법조계에서도 아직 내용을 채우지 못했지만 방향이 뚜렷한 ‘기업집단법’을 대안으로 내세웠으며 그 생각의 틀은 ‘산업생태계’이다.

더구나 그는 종업원지주제나 이윤공유, 경영참가라는 미시적 실천 방안을 이미 실행해서 성공해본 사람이다. 그는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며 보편적 증세가 필요한 이유 또한 정확히 지적한다. 당장 표에 도움이 되는 복지정책을 나열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책<안철수의 생각>을 읽기 전까지 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의 높은 지지율도, 확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우리 국민의 장점이자 단점이 고스란히 반영된 팬덤 현상으로 간주했다. 하여 간간히 보도되는 그의 ‘공자 말씀’도 곧 사라지려니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내 선입견을 단숨에 날려 버렸다. 그는 내공을 지니고 있다. 폭발적 매력이란 면에선 뒤처질지 몰라도, 정책에 관한 한 2001년 내가 처음 만난 노무현을 훨씬 능가한다. <안철수의 생각>은 바이러스처럼 국민 안에 퍼질 것이고 현재까지의 대통령 후보 그 어느 누구도 마땅한 백신을 내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안철수 스스로가 가장 뛰어난 백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흔히 언론은 안철수 교수를 중도로 분류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중간쯤이라는 뜻일테고 <안철수의 생각>이 나온 뒤에는 민주통합당 쪽에 더 가까운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굳이 자리를 따지자면 이 책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중간쯤, 아니 진보파의 일부 그룹보다 더 왼쪽에 있다. 새로운 사회를 연구원 6년의 연구와 내 뼈저린 실패의 경험이 결합되어 금년 초에 나온 <리셋 코리아>와 ‘싱크로율’ 거의 100%라는 게 그 증거다.

안 교수의 또 하나의 장점은 그의 생각이 진보적이라 하더라도 ‘색깔공세’에 시달릴 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물론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야 세가 불리하면 어떻게든 붉은 색을 덧칠하겠지만 불행하게도 그의 삶 어느 편린에도, 책 속의 어떤 낱말 하나에도 그럴 구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억지춘향은 역풍을 맞을 뿐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야 하고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데 필수적인 지지세력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어야 정책을 실행할 수 있다. 안 교수의 취약점이다. 갑자기 정당을 만들고 현재의 팬덤을 조직적인 정책지지 집단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실로 난감한 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답을 알고 싶은 분들에겐 오연호와 김헌태가 쓴 <안철수>를 권한다. 한마디로 이번 대선을 통해 ‘시민정부’를 만들자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기존 정당도 환골탈태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내각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내 보기에 민주당과 진보정당의 후보, 그리고 안철수가 정책의 위치를 놓고 겨루는 것은 말다툼 이상의 의미가 없다. 같은 정책 목록 안에서 누가 더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 놓는가, 어떻게 반대편 국민을 끌어들일 것인가를 놓고 경쟁해야 한다.

강준만 교수가 <안철수의 힘>에서 역설한대로 이제 증오의 정치는 끝내야 한다. 반대 쪽 후보에 표를 던진 국민이라 하더라도 흔쾌하게 승복할 수 있는 정책을 내 놓고 소통과 타협으로 실천해야 한다. 물론 안철수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테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더더구나 아니다. <안철수의 생각>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는 협동은 세계와 한국의 장기 위기 속에서 우리가 살아날 길인 동시에 대선 승리의 유일한 전략이기도 하다.

이 글은PD저널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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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19 정태인/새사연 원장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9)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거시경제정책 없이 복지국가도 없다.

그러면 복지국가로 가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정책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흔히들 복지국가가 되려면 진보정당과 노조가 강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조건이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복지국가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진보정당과 노조가 강력하지 못해도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지니계수는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데, 가장 불평등한 상태가 1이고 완벽하게 평등한 상태가 0이다. 우리나라의 지니계수는 1986년경부터 개선되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나빠진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시절에도 지니계수는 계속 악화되었다. 다만 시장소득 지니계수와 가처분소득 지니계수의 차이가 벌어졌다.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시장에서 소득이 배분된 그대로를 의미하며, 가처분소득 지니계수는 세금을 걷고 보조금을 지급해서 어느 정도 재분배가 이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시절에는 복지를 통해서 시장소득에 비해 가처분소득이 좀 더 평등한 상태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지니계수 자체는 여전히 상승하였다. 불평등은 계속해서 심화되었다.

복지국가는 결국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서의 불평등은 그대로 둔 채, 복지 재정을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지니계수가 이를 보여준다. 결국 초기의 시장소득 지니계수가 자체가 높지 않아야 한다. 시장에서의 양극화와 불평등이 해소되어야 하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이 바로 거시경제정책이다. 따라서 진정한 복지국가 건설을 꿈꾸는 이라면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계획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복지국가를 말하는 많은 사람들 중 거시경제정책을 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현재 세계 경제는 대침체(Great Recession)에서 장기침체(Long Recession)으로 변화하고 있다. 장기침체란 일본경제와 같은 상태를 의미한다. 세계 경제성장률은 2%대이고, 특히 선진 경제권인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모두 침체 상태이다. 이런 상태가 앞으로 10년 이상은 지속될 것이다. 그간 수출에 의존해서 경제를 이끌어왔던 한국은 세계 경제의 침체에 바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도 올해 2%대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위의 그래프는 위기가 발발한 후 고용 수준이 위기 발발 전으로 회복되는 시기를 그린 것이다. 1973년 1차 오일쇼크는 회복되는데 18개월 그러니까 1년 반이 걸렸다. 1981년 위기는 2년이 걸렸다. 그런데 2007년 위기는 좀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경제가 장기침체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전환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정책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거시경제정책은 수출주도 정책이다. 수출주도 정책은 한 축은 임금을 중심으로, 다른 축은 환율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우선 수출을 할 때 국내 임금은 낮을수록 좋다. 그래야 생산비용이 줄어들면서 수출에서 가격졍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금인 생산측면에서의 비용인 동시에 수요이다.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아서 소비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가 입장에서는 우리 공장 노동자의 임금은 비용이니까 낮추고 싶지만, 남의 공장 노동자의 임금은 수요이니까 높아지기를 바란다.

또한 수출을 할 때 환율은 높을수록 좋다. 환율이 높다는 것은 원화가치가 낮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달러가 1000원일 때보다는 1달러가 2000원 일 때가 원화가치가 낮으며, 같은 상품을 수출해도 더 많은 돈을 벌게 된다. 대신에 수입 물가는 높아지게 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생활에는 부담이 된다. 우리나라의 환율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도 1100원 선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에 유입된 돈이 많았다. 국내에 자본이 들어오면 한국 채권이나 주식을 사야 하므로 원화의 수요가 증가하고, 원화가치가 높아지면서 환율은 낮아져야 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일정 수준의 환율을 유지했다는 것은 수출에 유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달러를 매입하면서 환율에 개입했다는 뜻이다.

수출대기업에 유리하도록 환율은 높이고 임금은 최대한 낮추는 것, 이게 우리의 거시경제정책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세계 경제의 침체로 수출 자체가 힘들어질 것이다. 전 세계의 제품을 수입해주던 미국마저 수출로 돌아서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환율법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상대국가가 환율을 조작한다고 판단될 때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는 법이다. 한마디로 보호무역으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이 환율법은 중국을 겨눠 제정했겠지만, 막상 중국을 향해 시행하기에는 부담이 될테니 만만한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가장 먼저 시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제 환율은 절상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본시장이 개방된 상태에서 절상하면 환율의 가변성이 너무 커져 불안정하다. 적절히 규제해서 환율이 서서히 절상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통제가 필수적이다. 자본통제는 국경을 넘는 자본에 대한 규제를 뜻한다. 자본통제에서 중요한 것은 나가는 돈보다 들어오는 돈이다. 이제까지는 해외자본이 국내에 들어오면 투자가 늘었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해외자본이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투자를 하기보다는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으로 스며들어 주가와 부동산 가격에 거품을 형성했다. 무리한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토빈세, 외환가변유치제 등의 제도를 통해서 유입되는 자본을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만 하면 아무 실효성이 없다. 해외 자본 입장에서는 자본통제를 하지 않는 다른 국가로 이동해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아시아 차원에서 함께 자본통제를 실시하여 안정적인 환율과 거시경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수출을 안 하면 우리 경제는 뭘 먹고 살아야 할까? 임금을 올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요를 늘려서 내수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임금을 올리면 세계경제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 우려하지만, 사실 우리보다는 중국의 임금이 훨씬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 약화는 심하지 않다. 한국사회에서도 내수가 늘고 임금이 올라가던 시기가 있었는데 바로 80년대 중반이다. 당시에는 재벌이 현재처럼 중소기업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하던 시기였으며, 노동조합 운동이 활성화되었고, 생산성 증가가 임금 증가로 이어져, 소비와 저축이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던 때이다. 다시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야 한다.

원하절상과 임금인상이 되면 자연스럽게 산업 구조조정도 이루어진다. 원화절상과 임금인상은 내수 중소기업에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내수 중소기업들이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앞으로 고민해야 할 산업정책의 내용이 될 것이다. 결국 핵심은 앞서 보았던 에밀리아 로마냐와 같은 산업지구를 10년 안에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는 하청단가 문제나 높은 부지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산업정책을 계획할 때 고려해야 할 점 몇 가지 꼽자면, 우선 여전히 제조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융허브론이나 서비스선진화론 등 다양한 주장이 있었지만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았다. 우리 경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동아시아 국제분업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제조업에서 첨단제품을 시험하는 지역, 중국 수출의 관문과 가튼 역할을 맡아야 한다. 두 번째로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유지해야 하며, 동아시아 내에서 기술 선도자로 역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과학기술 학문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자본통제와 자산세를 통한 자산가격 안정화

복지국가 건설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거시경제정책은 자산가격 안정화이다. 현재 한국에서 대표적인 자산은 부동산과 금융이다. 그리고 사실 부동산과 금융은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부동산 시장은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부의 건설경기부양 정책으로 겨우 현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가격의 거품이 심해지면 자산소득에 따른 양극화가 심해진다. 또한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게 마련이라는 점에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안정적인 복지국가 운영을 어렵게 만든다.

이제 한국은행은 핵심 목표를 물가 안정에서 자산가격안정으로 잡아야 한다. 자산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앞서 지적했듯이 국내에 과다한 자본이 들어오지 않도록 자본유입통제를 실시해야 한다. 다음으로 부동산 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고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재분배하기 위해 자산세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중산층 이하 가정은 부동산 대출 부담과 함께 높은 사교육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부동산 대출과 함께 사교육비는 가계가 저축을 하거나 넉넉하게 소비하지 못하는 최대 요인이다.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평등과 효율을 동시에 달성하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

사실 부동산, 금융, 교육비는 확장하여 생각하면 토지, 돈, 인간을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이는 폴라니가 상품이 되어서는 안되는 세 가지 요소 사람, 자연, 돈이  상품이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던 부분과 상통한다.

내수중심, 임금주도 경제로의 전환과 자산가격 안정화라는 거시경제정책을 토대로 하지 않은 채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선 시장에서의 양극화를 교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돈을 부어도 양극화를 해소하기 어렵다. 그리고 그렇게 무한정 돈을 쏟아 부으면 재정적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경제로는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하다. 앞으로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3%대를 유지하는 것도 어렵다. 다른 경제성장, 경제유지 방식을 찾아야 한다.


보편복지를 가능하게 하는 원칙

흔지 복지논쟁이라 불리는 것의 쟁점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보편복지냐 잔여복지냐의 문제이다. 둘째, 재원조달을 위한 증세가 필요하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셋째, 증세를 한다면 부장증세이냐 보편증세이냐의 문제이다.

첫째 쟁점은 무상급식에서 출발했다. 보편복지는 복지의 주체가 국가이며 전 국민에게 복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대상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잔여복지는 가정과 시장이 복지의 중심이며, 가정과 시장에서 감당할 수 없는 나머지 부분만을 국가가 제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잔여복지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시장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 절차가 바로 자산조사이다. 보편복지는 사회권을, 잔여복지는 재산권을 강조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잔여복지를 선호한다. 가장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라고 본다. 또한 보편복지의 경우 공유자원이기 때문에 반드시 무임승차자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잔여복지의 문제는 가장 복지가 필요한 사람들이 누구인지 찾아내기 위한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사회적 그리고 심리적으로 낙인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보편복지라는 것은 무엇일까? 주거를 보편복지화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전 국민에게 똑같은 집 혹은 돈을 주는 것인가? 의료의 보편복지는 무엇일까? 의료수당을 똑같이 주면 되나? 교육의 보편성은 무엇인가? 무상급식을 하는 것일까? 대학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것일까? 사실 보편복지는 간단하지 않다. 하나하나 제공되는 서비스에 따라서 경제학자와 사회복지학자들이 모여 고민해야 한다. 앞서 공공성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재화를 하나씩 살펴보았던 것처럼 하나하나 따져보아야 한다.

이기적이고 단기적 인간이라면 만들 수 없는 엄청난 것이 보편적 복지이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보편적 복지를 위해 돈을 낼까? 이 문제는 이전에 살펴보았던 공공재게임과 똑같다. 공공재게임이란 각자 공공계정에 돈을 모았다가, 모인 돈이 일정 수준으로 증가하면 공평하게 돌려받는 게임이었다. 이기적 인간이라면 남들이 공공계정에 돈을 내도록 기다리고, 자신은 한 푼도 내지 않은 채 나중에 불어난 돈을 분배받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기적 인간이 한 명이라도 존재하면, 점차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공공계정에 돈을 내는 것을 거부하게 되었다. 결국 기본적으로 조세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모두가 세금을 공정하게 내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이 공짜로 복지를 제공받는다는 사실보다 부자들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것에 더 많이 분노한다.

세부적으로는 첫째, 복지목적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내가 열심히 세금을 냈는데 엉뚱한 곳에 돈이 쓰인다면 세금을 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복지목적세를 도입하여 세금을 내면 반드시 복지에 쓰이도록 규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약속이 정권이 바뀌면 바뀔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을 위한 세금을 만들었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이것이 4대강 세금으로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야의 합의가 필요하며, 장기적 정책을 위해서는 내각제 개헌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민에게 세금은 올바른 곳에 쓰일 것이라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둘째, 공평과세를 실시해야 한다. 무작정 세율을 높이는 것보다 탈세를 막아서 모두가 공평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무임승차자를 방지해야 한다. 이는 사회규범이 어떻게 확립되어 있느냐의 문제이다. 또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펼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무임승차를 줄여가야 한다. 넷째, 복지 전달의 주체로 지자체를 잘 활용해야 한다. 모든 것을 국가가 담당할 필요는 없다. 국민들에게 직접 전해지는 복지의 말단 부분은 지자체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 지자체 간의 경쟁을 통해 복지 전달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지자체와 지역의 사회적 경제가 결합하여 좀 더 지역 주민들과 친근한 관계 속에서 복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20)편으로 이어집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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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근로자들의 봉급이나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것에 반대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런 근로기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시간제 근로자 및 비경제활동인구가 엄청나게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근로자들은 그래도 힘들긴 해도 최저임금인상이나 노조활동 등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받고 있지만 네티즌을 비롯한 수많은 비경제활동인구(or 시간제 근로자 or 프리랜서)들은 근근히 생활을 연명하면서도 자신들의 영역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어떤 과도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거나 틀에 박힌 불만을 표출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노동계의 과도한 임금인상요구나 노조들의 강성은 일면 불합리하고 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즉 "귀족 노조" 란 말이 괜히 생겨난 말이 아니라는 거지요.

    노동계는 이같은 현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자신들의 과도한 욕심이 어떤 물가상승 요인을 불러일으켜 혹여나 이런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신중하게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전 세금 인상에도 반대합니다. 복지 정책을 위해선 기존의 예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해 왔나를 먼저 고려해서 개선시켜 나가야지 무조건 복지를 하기로 했으니 세금을 더내라 식의 주장엔 절대 동의하지 않습니다.

    2012.09.26 18:58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