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8 / 0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차라리 홍준표가 안철수를 비판했다면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원장에게 경제 민주화를 훈계하다.

2. “박근혜 후보에게 재벌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

3. 박근혜는 본인부터 철저히 친 재벌 정책을 반성하라.

 

[본 문]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원장에게 경제 민주화를 훈계하다

최근 안철수 원장의 재벌개혁 의지에 대한 검증이 관심을 받고 있다. 9년 전인 2003년, 안 원장이 당시 벤처기업가와 대기업 최고경영자로 구성된 브이소사이어티의 같은 멤버로서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되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 석방 탄원서에 서명한 것이 재벌 감싸기라고 지적된 것이다. 이어 11년 전인 2001년, 결국 좌절되고 말았던 인터넷 은행 설립 시도 과정에 브이소사이어티 멤버로서 참여했던 것을 두고 금산분리를 훼손했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에 살면서 친구가 법정에 갔는데 탄원서 써달라고 하면 나도 안 써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는 정운찬 전 총리의 언급처럼 기업 경영자들이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안 원장이 기업가가 아니라 책임이 가장 무거운 대선 후보로 거명되는 만큼 이 문제는 확인하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이자 안철수 원장과 지지율 경합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거들고 나섰다. 안철수 원장이 재벌 총수의 범죄행위를 감싸는 탄원서에 서명한 사실을 비판하면서, “그런 것을 우리가 고치려고 하는 것 아니겠어요?” 라고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드디어 박근혜가 안철수 원장에 대해 경제 민주화의 원칙을 들이대며 직접 반격했다고 언론들도 일제히 다투어 보도했다. 벤처기업가 출신 교수 안철수 원장에게 박근혜 후보가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에 대해 훈계를 두게 될 줄이야.


“박근혜 후보에게 재벌개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

“재벌개혁과 관련하여 참여정부에서 재벌개혁 정책이 대폭 후퇴한 것에 대한 평가도 없이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전면적 폐지, 금산분리의 점진적 완화를 주장하고 있어 이명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재벌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음. 재벌개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됨.”

위의 인용문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7년 여름. 경향신문 2007년 7월 3일자에 실렸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당내 경선에 나와서 발표한 경제 공약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에서 총괄 평가한 내용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 후보들 가운데 경제 공약 면에서는 이명박 후보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의 친 재벌 시장 지상주의 경향을 보였다. 특히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대해 이명박, 박근혜 후보가 유독 즉각 폐지를 주장, 금산분리에 대해서서도 이명박, 박근혜 후보만이 금산분리 완화를 주장, 법인세에 대해서는 이명박과 박근혜가 즉시 인하를 주장하여 두 후보의 경제 공약에 차이가 없었다고 당시 언론들이 공통적으로 보도했다.

“우리 경제, 어떻게 살릴 것인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살 수 있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권부터 바꿔야 한다. 크기만 하고 무능한 정부, 불법파업과 집단이기주의, 기업은 규제로 묶이고 국민의 마음은 갈라져 있는 것이 우리 경제의 큰 병이다. 이 병을 고치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 ...  ‘줄.푸.세 정책’으로 우리 경제를 확실히 살려 놓겠다. 세금과 정부 규모는 줄이고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풀고 법질서와 원칙은 바로 세우겠다.”

위 인용문은 당시 한나라당이 2007년 5월 29일 광주에서 대선 후보 경제 정책 토론회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박근혜 후보가 한 발언의 일부이다. 동아일보 2007년 5월 30일자에 실렸다. 바로 ‘줄.푸.세 정책’을 정점으로 한 경제 자유화와 친 재벌 정책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5년 전 박근혜 후보의 경제 공약 어디에도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는 들어갈 틈 자체가 없었다. 박근혜에게 경제 민주화라니,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박근혜는 본인부터 철저히 친 재벌 정책을 반성하라

“국민 여러분에게 서민경제론을 주창한다. 성장 동력 회복을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이다. 재벌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될 때까지 ‘출자총액제한제’와 금산법은 유지되어야 하고, 재벌의 상속세 탈세를 막아 불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없애겠다.”

위 인용문은 당시 박근혜 후보와 함께 경선에 나선 홍준표 전 의원이 자신의 경제 공약을 설명한 내용이다. 한나라당에서 다소라도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의지를 가진 후보가 있었다면 홍준표 전 의원이다. 그런데 이에 대해 박근혜 후보가 “홍준표 후보는 출자총액제한제를 유지한다고 했다. 경제가 살기 위해서는 투자가 살아나야 하는데, (재벌에 대한) 역차별 아닌가.” 하면서 홍준표 후보의 재벌개혁을 비판하고 재벌 옹호를 했다.

오죽하면 또 다른 대선후보였던 원희룡 의원이 “(박근혜의) 줄.푸.세가 혹시 복지는 줄이고 재벌규제와 난개발, 투기를 풀어서 생기는 시장의 실패, 약자의 저항을 공권력으로 군기 세우는 것 아닌가” 하고 비판을 할 정도였다. 원희룡 의원의 줄.푸.세 해석이 정확했음은 이 정책을 현실화시킨 이명박 정부 5년이 증명해주었다.

바로 5년 전에 자기 당 동료의 최저 수준의 재벌개혁 방안조차 비판했던 박근혜 후보가 이제 ‘경제 민주화의 전도사’로 나서서 누군가를 비판하는 엄청난 비약이 일어난 것이다. 비약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말이다.

어쨌든 안철수 원장은 9년 전 기업가 커뮤니티 회원의 일원으로 최태원 SK 회장 구명 탄원서에 서명했던 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는 5년 전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수없이 반복한 친재벌 정책 공약에 대해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반성을 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다른 사람을 훈계할 처지가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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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23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 문제 현상

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

MB정부 4년 동안 우리나라의 연평균 실질소득은 3.2% 성장하였다. 이에 비해 가계의 실질소득은 그보다 낮은 2.4% 성장에 그쳤다. 반면 기업의 실질소득은 무려 16.1% 증가하였다. 즉 기업과 가계소득의 증가율 격차는 13.7%p로 성장의 수혜가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부자 기업, 가난한 가계’의 양극화 문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가계와 기업의 실질소득 증가율 격차 갈수록 확대

외환위기 이전 가계와 기업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국민소득 증가율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 국민소득은 연평균 8.3% 성장했으며, 가계와 기업의 실질소득은 각각 7.9%, 7.5% 증가로 거의 같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위기 이후 가계소득 증가율은 국민소득 증가율의 하락 추이보다 더 빨리 하락하여 고도성장기의 1/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와는 정반대로 기업의 증가율은 가파르게 상승해 고도성장기보다 2배 이상 더 높아지게 되었다.

 
▶ 문제 진단 및 해법

임금과 이윤의 분배구조 악화
 
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가 실질임금 증가로 이어지면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을 내건 YS 정부 이래 임금억제를 기조로 노동유연화, 법인세 인하 등 친기업 정책을 실시하였다. 국가가 임금을 억제하고 기업을 지원하여 가급적 생산성 이득이 기업의 이윤에 귀결되도록 하였다. 그 결과 가계의 소득증가율 하락은 저축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총저축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대 44%에서 2011년 13%까지 떨어진 반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33%에서 63%까지 늘어났다. 가계저축률은 1990년대 19.7%에서 2000년대에는 4.7%로 급격히 떨어졌고, 작년에는 2.7%까지 하락하였다. 실제로 최근 우리경제에 주요 현안과제로 제기되는 가계부채 문제, 내수부진, 가계저축률 하락 등의 상당수는 가계소득 증가율 정체와 연관되어 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소득정책 추진해야

생산성과 실질임금 증가의 연동성이 깨어지는 이유는 기업 안팎에서 노동자의 협상력이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업지원→이윤→성장→투자→고용의 낙수효과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면 노동과 가계 친화적인 소득정책을 통해 분배→총수요→투자→생산성증가의 선순환 고리가 다시 작동하도록 성장전략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노동시장 내에서 분배 정상화를 위한 최저임금 증가, 노동조합의 협상력 제고를 위한 비정규직 해소 등 정부의 지원과 개입을 1차 소득정책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재벌, 금융, 조세 개혁 등은 2차 소득정책에 포함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업급여를 비롯한 사회보험 취약 계층 문제를 해소하고, 근로장려세제 확대를 통해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가계소득을 지원해야 한다. 가계의 견고한 소득증가는 침체된 내수와 가계부채 문제를 해소하고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는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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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7 / 17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줄.푸.세는 경제 민주화가 아니라, 경제 자유화라고 부른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박근혜, 5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일류국가의 비전은 ‘대한민국 747’을 통해 달성됩니다. 연7% 경제 성장으로 3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년 내 4만 달러 소득을 달성하여 10년 내 세계 7대강국으로 올라서겠습니다. 이를 위해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세우겠습니다.

이는 2007년 MB 대선공약집(‘일류국가 희망공동체 대한민국’)에 실린 이른바 747공약으로 알려진 국가비전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기조를 그대로 인용하면 아래와 같다.

기업의 성장과 투자를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와 높은 세율을 정비하여 기업하기 좋은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법질서를 확립하여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사회갈등 구조를 해소하는데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MB는 747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정책 기조로 대선 경쟁자였던 박근혜의 ‘줄푸세’ 공약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그리고 지난 4년 반 동안 친기업 · 친시장을 모토로 줄푸세, 즉 MB노믹스를 가열차게 추진하였다.

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기조에 대해서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되었다.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는 박근혜 또한 이러한 시대사적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 그래서 ‘조금 달라졌겠지’ 하고 일말의 기대를 품은 사람도 더러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제(16일) 신문방송편집인 토론회에서 ‘줄푸세에서 경제민주화로 바뀐 것은 경제상황이 바뀐 것이냐, 경제철학이 바뀐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큰 틀에서 (줄푸세와 경제민주화는) 같이 가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법인세는 결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은) 다른 나라와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기까지 하였다.

 

재벌대기업 법인세 실효세율 17%에도 못 미쳐

이명박 정부의 감세정책에 따라 재벌대기업이 적용 받는 최고세율이 2009년 25%에서 22%로 인하되었다. 2010년 총 법인세 세수는 29.6조로 2008년 37.3조에 비해 7.7조나 감소하였다. 또한 재벌대기업에 편향된 세액 공제 및 감면 정책에 따라 과표 대비 총부담세로 계산한 실효세율은 2010년에 16.6%로 떨어졌다.

실효세율은 2008년 20.6%에 비해 평균 4%p 감소하였다. 누진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과표가 증가할수록 실효세율이 높아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500억 초과 대기업부터 과표가 늘어날수록 실효세율은 오히려 감소한다. 특히 5000억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16.97%에 불과하였다. 2008년과 비교하면 5000억 초과 대기업의 실효세율은 4.1%p 감소하였다.

과표 100~200억인 중견기업보다 1%p 정도 더 많이 줄어들었다. 재벌대기업의 평균 감면율은 22.8%로 과표 200~500억인 중견기업보다 7.64%p 높게 나타났다. 전체 감면액(산출세-부담세) 규모는 7.4조로 이 중 38%인 2.8조를 41개 재벌대기업이 독자치하였다. 기업수로 0.01%에도 미치지 못하는 41개 재벌대기업은 매년 평균 686억 원씩 감세 혜택을 받은 것이다. 산출세액에서 부담세액의 차이는 세액 공제와 감면으로 구성된다. 세액 공제 5.56조 중 주로 재벌대기업에 이득이 돌아가는 임시투자세액공제와 R&D세액공제가 3.6조로 전체의 65.5%를 차지하였다.

한편 감세정책에 따라 법인세 최고세율을 3%p 내렸는데, 감세 이전인 2008년 실효세율을 2010년 과표에 적용할 경우 2010년에만 7.1조 원 가량의 재정수입을 늘릴 수 있었다. 이 중에서 500억 초과 364개 대기업이 전체 감세혜택의 54.8%인 3.9조를 차지하였다. 특히 42개 재벌대기업은 2010년 전체 31.9%에 달하는 2.3조의 감세혜택을 독차지하였다.

 

법인세 인하는 투자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박근혜는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다른 나라와 (조세)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법인세를 낮게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국가경쟁력’을 모토로 내건 YS 정권 이래로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속적으로 인하되었다.

... 전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 주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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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근 경제 민주화는 야당인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새누리당이 주도한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올해 초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해 경제 민주화 내용을 주장하다가 사퇴한 김종인 전 의원이 다시 박근혜 캠프 선대본부로 결합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그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포함해 상속증여세 철저 징수, 법인세율의 절반 밖에 안 되는 실효세율의 대폭 상향, 산업용 전력요금 특혜 폐지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실제 과정을 지켜봐야 알겠지만 일단 환영할 만한 주장이다.

아울러 새누리당 내의 경제 민주화 실천모임도 지난달 5일 공개 세미나를 가진데 이어, 28일에는 리서치앤리서치(R&R)에 경제 민주화에 대한 여론조사를 의뢰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경제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86.9%는 대선에서 경제 민주화에 대한 입장을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한다고 밝혔다. 의외(?)인 것은 경제 민주화를 책임질 정당으로서 28.5%가 새누리당을 지목한 반면, 민주통합당을 선택한 응답자는 22.2%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론조사 주체가 새누리당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새누리당과 박근혜 캠프가 국민으로부터 부자정당, 친재벌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탈각하는데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긴 친재벌 정치인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 대통령마저 지난달 28일 비상경제대책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대기업들이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경제 민주화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제 전경련만 빼놓으면 모두 ‘경제 민주화론자’가 된 셈이다.

사실 최근의 내외적 환경을 보건데,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누구도 지금까지의 경제 시스템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진보는 신자유주의주의가 초래한 위기가 쉽게 수습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고, 실제로 그렇게 상황은 흘러가고 있다. 보수 역시 지금의 자본주의를 액면 그대로 미래로 연장시킬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 경제 시스템의 중심부에 있는 기존 재벌체제도 많건 적건 손을 댈 수밖에 없다는 것은 꼭 진보의 판단만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재벌개혁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모두가 경제 민주화를 말하는 상황에서, 진정 무엇을 꼭해야 하고 무엇이 가장 절박한 것인가. 그리고 무엇으로 그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재벌증세를 진정성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삼아보면 어떨까. 우리나라 기업 중 과세표준 500억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전체 40만 여개 법인 가운데 1% 미만, 즉 400개가 안 된다. 이들의 법인세를 27%이상으로 올리면 대략 5조~8조원 사이의 증세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보편복지와 경제 민주화가 만나는 교집합에 재벌 법인세 증세라는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있는 것이다. 물론 증세를 하는 마당에 법인세 감세특혜를 해지하고 최저한 세율을 인상하는 것은 패키지로 함께 가야 한다.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자신들이 진정성 있게 경제 민주화를 요구했다면 무엇보다 재벌 법인세 증세 방안에 찬성할 것이라고 본다.

둘째로, 90년 이후 자산 기준 10대 그룹 총수 가운데 7명이 모두 2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모두 집행유예를 받아 단 하루도 실형을 살지 않았던 지독히 불공정한 관행을 확실히 없애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 마디로 재벌총수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한 불관용 원칙을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침 19대 국회 첫 날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 등이 횡령·배임 등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기업인들에 대해 더 이상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없도록 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입법 발의했다고 한다. 이 법안의 찬성 유무도 경제 민주화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지표가 될 것이다.

재벌증세와 재벌범죄 불관용을 경제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예시로 든 것은, 그것이 재벌에게 말뿐이거나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실효적인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특별히 재벌에게 과중하거나 불리할 것도 없는 대단히 일반적인 규칙을 재벌·대기업 집단에게까지 공정하게 연장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개원됐으니 이렇게 경제 민주화도 주장과 실천을 병행해 가야 할 것이다.

전경련도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여전히 경제 민주화보다는 경제 자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규제완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우선 연구개발 세액감면 등 자신들이 아직도 누리고 있는 온갖 특혜를 내놓아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이 ‘규제가 없으면 구제도 없다’던 것처럼, 한국의 재벌도 ‘규제가 없으면 특혜도 없다’는 원칙을 적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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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6 / 11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 용어 해설

소득분배개선율이란?

소득분배개선율이란 정부의 개입으로 인해 소득격차가 얼마나 완화되었는지 나타내는 수치이다. 다시 말해 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가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에 비해 얼마나 완화됐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가처분소득이란 개인이 시장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얻은 시장소득에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연금과 실업보험 등 복지지출을 더하고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뺀 값으로, 즉 정부개입을 통한 소득재분배가 이뤄지고 난 다음의 소득이다.

지니계수란 계층 간 소득분배가 얼마나 공평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나타낸 수치로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다.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평등한 상태이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한 상태이다.

   

▶ 문제 현상

소득분배개선율 OECD 평균의 1/3도 못미쳐

2008년 전체가구 기준 시장소득 지니계수는 0.344, 처분가능소득 지니계수는 0.315를 기록하였다. 두 지니계수의 차이로 계산한 소득분배개선율은 8.4%로 OECD 평균인 31.3%보다 현저히 낮다. 우리보다 낮은 국가는 멕시코와 칠레뿐이다. 2011년 소득배분개선율 역시 9.1%로 2008년에 비해 0.7%p 개선되었으나 낮은 수치에 그쳤다. 정부의 조세와 복지지출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OECD 평균의 3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형편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 문제 진단과 해법

조세와 복지지출의 재분배 효과 낮아

조세와 사회보험료의 재분배 효과가 낮은 것이 문제이다. 지난 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38%로 인상했지만 여전히 다른 OECD 국가에 비해서 낮은 편이다. 영국(50%), 프랑스(40%), 독일(45%), 일본(40%) 등은 우리보다 소득세 최고세율이 높다.

선진국에 비해서 한참 늦은 사회보장 도입과 잔여적 복지정책도 소득재분배 효과가 낮은 데 기여하고 있다. GDP 대비 정부의 사회보장 지출은 OECD 평균의 37%(2007 기준)에 불과하다.

최고세율 인상하고 보편적 복지 늘려야

소득세 및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하고 사회보험료 상한선도 단계적으로 인상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버핏세’ 도입 여부가 대선 쟁점이 되고 있고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고소득자 최고세율을 75%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하였다. 일본 또한 현행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사실상 의무교육이 되고 있는 고등학교에 대한 무상교육도 실시하지 못할 만큼 보편적 복지지출에는 턱없이 인색한 복지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등 적극적 양극화 해소 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소득재분배 정책은 사회통합을 위한 국가의 기본 의무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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