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6 / 03 새사연

민영화의 벼랑 끝, KTX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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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공공기관, 권력의 부속물에서 시민의 벗으로

2. 과거의 공기업 민영화 역사

3. 이명박 정부가 다시 강도를 높인 민영화

4. 민영화의 최대 꼼수, KTX 민영화

 

[본 문]

편집자 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장기침체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의 퇴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경제위기의 여파로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이 악화되자 한국사회에서는 전례 없는 보편 복지 요구가 확대되고 있고 경제 민주화의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12년 양대 선거를 맞아 정권교체 요구가 거센 가운데 다양한 사회개혁 의제가 정책 공약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가 정말 2013년 체제라고 불릴만한 사회 대개혁을 제대로 추진하자면, 강력한 경제개혁 전망을 갖고 복지국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 새사연의 문제의식이다.

이 에 새사연은 우리사회에 필요한 시대적 가치와 비전, 새로운 경제모델과 성장모델, 총체적 경제개혁, 보편복지를 망라하는 정책을 모아 <<리셋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 원래 원고들을 가지고 회원들과 공유하고자 [새로운 사회 2013]이라는 기획을 마련했다. 회원과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

 

1. 공공기관, 권력의 부속물에서 시민의 벗으로

2008년 촛불을 기억하는가?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시작했던 촛불은 이명박 정부의 교육자율화 반대, 공영방송 사수, 물·의료·가스·전기 민영화 반대로 확산되었다. 시민들이 원했던 이것들을 하나의 단어로 상징화하라면 그것은 공공성이다.

1987년 6월이 수십년 고착화 된 권위주의체제를 뛰어넘는 정치적 민주화를 분출시켰다면, 2008년 6월은 서민생활을 지키기 위한 먹고사는 문제의 민주화를 외치게 했다. 시민들은 느끼기 시작했다. 사교육이 판치는 세상에서는 가난한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없으며, 미국처럼 의료가 이윤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리면 서민의 건강은 보호받지 못하고, 물, 전기, 가스, 철도마저 재벌대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도구가 되어버린다면 최소한의 생존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처럼 공공성 의제가 부상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냉전의 최전선에 서 있던 탓에 어느 나라보다 시장이데올로기가 강하게 지배해 온 곳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시장원리를 철칙으로 배워왔다. 그런 사람들이 제아무리 시장이라 해도 넘보지 말아야 할 영역이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만큼 먹고 살기 어려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공성에 대한 요구 증가는 시장의 권한에 한계를 두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진보를 시사하는 중요한 변화이다.

그러나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여전히 약하다. 이러면 시장서비스가 성장할 수밖에 없다. 실제 보육, 의료, 장기요양 등 사회서비스 대부분이 민간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명박 정부가 촛불에도 불구하고 의료, 가스, 전기 민영화를 계속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을 토대로 한다. 어느 사회든 진보적 체제로 발전하기 위해선 공공서비스 생산기지인 공공기관이 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의 진보화로 가는 길에 반세기 동안 권위주의적 속박에 묶여 있던 공공기관을 서민의 벗으로 재편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2. 과거의 공기업 민영화 역사

1980년대 이후 세계적으로 공기업 민영화가 주요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2차대전 이후에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커짐에 따라 전력, 철도, 통신 등 기간산업이 국유화되었는데 1980년대 들어서는 공기업의 비효율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반대의 물결이 형성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이래 역대 정부에서 공기업 민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80년대 초반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민영화되었고, 87년에 국민주 방식으로 한국전력, 포항제철의 주식 일부가 매각되었다. 뒤이어 김영삼 정부는 집권초기에 민영화추진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하며 대대적인 민영화를 계획하였으나 96년에 공기업 민영화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저항이 거셌고, 공기업 내부의 반발과 함께 대기업 특혜 시비, 경제력 집중 문제 등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약한 국내 주식시장구조 때문에 한국통신이나 포항제철 등의 거대매물이 주식시장에 쏟아질 경우 주가를 하락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작용했다.

공기업 민영화가 대대적으로 진행된 시기는 IMF 금융위기를 겪고 난 후인 김대중 정부 시절이다. 김대중 정부는 민영화대상 공기업을 즉각적 민영화기업과 단계적 민영화기업으로 구분하였는데 사실상 필수서비스를 생산하는 대부분의 공기업을 망라하였다. 즉각적 민영화기업에는 기업성이 강하여 바로 민영화가 가능한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한국종합화학, 한국종합기술금융, 국정교과서 등 5개 모기업과 33개의 자회사가 해당되었다. 단계적 민영화기업에는 규모가 크거나 민영화에 시간이 걸릴 한국전기통신공사, 담배인삼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대한송유관공사 등 6개 모기업과 28개의 자회사가 속하였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공기업 민영화가 주춤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2년 발전, 철도, 가스 노동자들의 민영화반대 공동파업 이후 등장한 민영화 반대 여론을 수용해 기존 네트워크 산업의 민영화를 재검토했다. 그 결과 철도민영화는 철회되어 철도청을 한국철도공사로 공기업화했고, 발전과 가스는 민영화 방향은 유지되고 있으나 실제 진행은 멈추었다.

 

3. 이명박 정부가 다시 강도를 높인 민영화

이명박 정부 들어 공기업 민영화가 다시 추진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후보 시절 공기업 개혁에 대한 야심찬 구상을 준비했고, 당선 이후 청와대가 주도하여 기본계획을 만들었다. 300개가 넘는 공공기관을 구조조정하고 그 중 50~60개 공기업을 민영화하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였다. 이를 위해 미리 공기업 임원들을 자신의 사람들로 갈아치우고, 강도 높은 감사원 감사를 벌여 분위기를 띄워 갔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했던 복병을 만났다. 5월부터 촛불이 타오른 것이다. 촛불은 의료, 물 등 공공서비스 민영화에 대한 비판으로 번져갔다. 이에 한 번에 단행하려던 공기업 민영화는 단계적 추진으로 바뀌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의료, 물, 가스, 전기 민영화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선언했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 인천국제공항, 한국공항공사 등 일부 공기업들은 예상대로 매각하나, 전통적으로 민영화 논란의 중심이 되어 왔던 네트워크 기간산업은 현행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촛불 정국을 피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했다. 가스산업의 경우 한국가스공사를 민영화하지는 않았지만 에너지 재벌기업에게 시장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통해 사실상 민영화를 실현했다. 전력산업은 생산부문과 판매부문 중 판매부문을 경쟁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통해 민영화를 촉진했다. 철도는 유지보수분야 중심으로 민간위탁을 추진 중이었고 최근 KTX민영화로 전면화되고 있다. 상수도도 민간위탁 방식을 진행 중이다. 의료분야도 건강보험을 민영화하지 않는다는 것일뿐 영리법인화,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등 논란이 큰 정책들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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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30김병권/ 새사연부원장

우리나라 언론에는 극히 짤막하게 소개되었지만 지난 5월 3일 남미에서 매우 의미 있는 국유화 결정이 있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스페인 석유기업 렙솔의 자회사인 YPF를 재국유화 하겠다고 선언했고 이를 의회가 승인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하원은 찬성 207표 반대 32표 기권 6표로 압도적인 표차로 국유화를 승인했다. 이로써 당초 국영기업이었던 석유회사 YPF는 1993년 민영화, 1999년 외국기업에 매각을 거쳐 다시 국유기업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르헨티나는 주권국가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전략적 자원을 이용할 권리가 있습니다. 의회는 대통령의 결정에 적법성을 부여했습니다.”라고 하면서 아르헨티나 정치권은 당연스럽게 받아들였지만, 스페인은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하겠다고 엄포를 놓는가 하면, 남미와 유럽 연합 사이에 논의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아르헨티나를 빼자는 등 요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서방언론들도 이를 대서특필했다.

국유화가 필요한 곳에 국유화는 당연한 것이다.

국민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기간산업이나, 제한된 국가자원과 사회적 시설에 대한 국유화에 대해 이제 민감한 저항을 그만둘 때도 되었건만 신경질적 반응이 여전하다. 금융위기로 인해 씨티 그룹, GM, AIG 등 모두 한때 국유화의 경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적 시장이 필요한 곳에는 사적기업이, 그리고 공적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는 공적 기관이나 공기업이 존재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을 사적 시장으로 해결하자는 주장이야말로 얼마나 극단주의적인 위험한 발상인가.

시장을 향한 잘못된 신념을 경계하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장을 향한 잘못된 신념이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며 통탄하는 학자가 있다. 바로 그 유명한『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다. 그는 최근 저작에서 이렇게 말한다. “금융시장의 극적인 실패로도 시장을 향한 신념은 일반적으로 거의 꺾이지 않았다.”

“금융위기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 상태로 몰아넣었고, 수백만 명에 이르는 실업자를 양산했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 관한 근본적인 재고를 촉구하진 못했다. 오히려 미국에서는, 정부를 향해 적대감을 품고 자유시장을 포용함으로써 로널드 레이건도 낯 뜨거워했을 ‘티 파티 운동’이 가장 주목할 만한 정치적 결과로 나타났다”

올해 대선에서 가장 위험한 후보는 시장 찬양 후보다.

바로 그렇다.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최근에 더욱 증폭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극단적인 자유시장과 감세를 주장하는 티 파티운동이 북미대륙에서 득세하고, 경제가 침체의 악화일로를 치닫는데도 불구하고 더욱 긴축을 강요하는 정책이 유럽대륙을 휩쓸고 있는 이상, 경제위기가 끝날 수는 없는 것이다.

7개월 뒤 대선을 치르는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세금은 줄이고, 간섭과 규제는 풀고, 법치주의를 세우자’는 이른바 ’줄.푸.세‘ 공약이 선거분위기를 휩쓸었던 것이 5년 전 17대 대통령 선거였다. 시장 지상주의가 완벽하게 승리한 대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야 한다. 민영화나 감세, 규제완화, 금융화 따위로 우리사회가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라며 시장을 과도하게 옹호하는 정치세력과 후보에게 패배를 안겨주어야 한다. 올해 우리 국민이 대선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후보는 바로 ‘무분별하게 시장(Market)을 찬양하는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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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6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한미FTA 발효, 관료들의 자기 검열이 시작되다.

 숱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가 3월 15일 0시를 기해 발효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공언한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재협상, 야당이 천명하고 있는 집권 후 전면 재협상이 남아 있어 아직 실감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벌써 일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에 우정사업본부가 보험 분야의 ‘보편적 서비스’ 범위를 확대하려던 시도를 중단한 사건은 관료들의 ‘자기 검열’은 이미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관료들의 자기 검열이야말로 한미FTA가 노리는 가장 중요한 효과 중의 하나이다.

해당 사건은 우체국보험의 가입한도 4,000만원을 50% 인상하는 내용에 관한 것이다. 현행 가입한도는 1997년부터 16년째 묶여 있고 민간금융기관의 지급보증 한도 5,000만원보다 낮다. 우정사업본부는 오랜 숙원의 해소를 위해 법률 개정안을 지난 해 11월에 국회에 올리려고 한 바 있었는데, 12월에는 한미FTA 비준 동안의 국회 통과 이후 1월 초에 돌연 거두어들이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반발한 사실이 알려지자 주관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자체적인 판단이었을 뿐 외부 반발과는 무관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식경제부의 발표는 ‘자기 검열’이 이미 내면화되어 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므로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법률개정안은 한미FTA 협정에 전혀 저촉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해 12월 비준 동의안이 통과될 때, 우체국보험에 관한 법률안도 동시에 날치기 통과된 바 있다. 개정 법률안은 우체국보험의 신규 상품 출시를 금지하지만 한도액을 올리는 것은 금지하지 않는다.

우체국금융의 공공성, '보편적 서비스'

우체국보험은 국민 모두에게 최소한의 질병과 재해에 대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제공하는 ‘보편적 금융서비스’의 하나로 인정된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민영보험과는 달리 ‘무진단보험’이며 저렴한 가격에 제공된다. 1929년부터 시작된 우체국보험은 은행이 없는 농촌 벽지에까지 우체국을 통해 제공함으로써 보험의 보편화에 기여해 왔다.

우정서비스는 우리나라에서 사실상 마지막 남아 있는 ‘네트워크 공공재’이다. 정부가 운영해 왔던 철도와 자원, 도로, 통신 등 거의 모든 네트워크 공공재는 이미 민영화되었다. 기업에 팔리거나 공사 형태로 전환된 것이다. 국민들이 자기 삶을 향상시키는 기회 자체를 얻는데 필요한 기본 공공재는 무상 또는 저가로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는 경제적, 사회적 인프라인 네트워크 산업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빈은 이러한 원칙을 ‘특수 평등주의’라 명명한 바 있다.

우체국금융의 새로운 임무, '금융소외' 해소

저신용자가 700만을 넘어서고 저소득자들이 긴급자금 대출을 위해 고이율의 대부업체로 내몰리는 현 시점에서 우체국금융은 ‘금융소외 해소, 금융통합’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공적자산이다. 그 힘은 전국적 네트워크, 국가 공인의 신뢰성 그리고 금융업무에 대한 축적된 경험에서 비롯된다. 우체국보험의 한도액을 높이지 못한 것이 무에 그리 큰 일일까 싶지만, 한미FTA는 새로운 보편적서비스 확대의 과제를 폐기시키고 있음을 눈치챌 필요가 있다. 그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만들어 놓은 ‘금융의 사회적 통합’, 즉 금융부문의 사회 양극화 해소라는 중차대한 과제이다.

이 글은 여성신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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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16정태인/새사연 원장

한국 관료들, 미국의 통상전략을 실행하다
 
2001년 정권을 잡은 부시는 새로운 통상전략으로 ‘경쟁적 자유화’를 내세웠다. 당시 미 무역대표부 대표였던 로버트 졸릭(현 세계은행 총재)의 작품이었다. 목표는 뚜렷했다. 첫째,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 경쟁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미국식 시장친화적 기업법과 규제완화를 받아들이도록 한다. 셋째, 미국의 대외정책과 군사전략, 나아가서 미국적 가치를 지지하도록 한다.

한 나라만 덜컥 미끼를 물면 다른 나라들도 부나방처럼 달려들도록 고안된 이 전략은 저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를 응용한 것이다. 2005년까지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전체 아메리카 대륙으로 확대하는 전미자유무역협정(FTAA)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아무리 달콤할지라도 ‘악마와의 키스’(멕시코 관료의 표현)는 역시 두려운 일이었다. 첫 단추가 아쉬운 미국에 제 발로 찾아간 나라가 있었다. 쇠고기 완전수입 자유화, 스크린쿼터 축소,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완화, 새로운 약값 정책 도입 불가를 협상 개시의 선결요건으로 내걸었는데도 이 나라는 더더욱 매달렸다.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미 통용되지 않는 일본식 경제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미국과의 FTA를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한국 경제를 달성하자는 것이 한·미 FTA 추진의 핵심입니다”(청와대 브리핑 1호). 그의 후임이 된 김종훈은 더 친절하게 “한·미 간 상호방위조약에 뒤이어 FTA 체결은 경제동맹”이라고 덧붙였다.

ABR(Anything But Roh·노무현이 아니면 전부 다)를 외치던 이명박 정부도 한·미 FTA는 예외였다. 참여정부의 “서비스 산업화”와 이명박 정부의 “서비스 선진화”는 똑같이 민영화와 규제완화였고 동시에 미국의 목표였다. 한·미 FTA는 한국 사회의 사실상 지배자인 재벌, 경제관료, 보수언론 삼각동맹의 오랜 꿈을 실현시키는 강력한 무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융위기는 바로 그런 꿈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복지와 양립 가능한가
 
금년 양대 선거의 화두는 단연 복지다. 한·미 FTA는 복지와 양립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미래의 서비스는 모두 개방한다는 의미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 현재유보 항목도 언젠간 모두 개방해야 한다는 의미의 ‘역진방지 장치’, 다른 나라에 더 많이 개방할 경우 자동적으로 미국에도 적용된다는 뜻의 ‘미래 최혜국대우’, 그리고 이 모든 독소조항을 합한 것보다 더 큰 위협이 될 투자자-국가소송제(ISD)가 있는 한, 복지 확대는 불가능하다. 아메리카 대륙의 복지국가 캐나다가 미국과 FTA를 맺은 후, 2000년대 소득불평등 정도가 13위인 한국보다 악화된 것(12위)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멕시코는 부동의 1위, 미국은 4위). 예컨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연합정책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약속했다. 이들의 약속대로 보장성 90%, 연간 1인 진료비 상한 100만원이 되면 민간의료보험(특히 보장성 보험)은 사실상 필요 없어진다. 한국에서 암보험을 많이 판 미국계 보험회사의 한국지사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만일 이 회사의 투자자가 ISD를 걸면 어떻게 될까? 단 세 명의 법률가가 한·미 FTA 위반 여부만 들여다본다. 더구나 단심이다. 특히 ‘최소기준대우’(국제관습법에 비춰 과도한가, 아닌가)를 위반한 것일까, 아닐까? 건강보험이 없는 미국의 관습법을 어긴 건 분명해 보이는데 세 명은 어떻게 판단할까?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KTX 일부 민영화에 미국인 투자자가 끼어든다면 그 역시 한·미 FTA 적용 대상이 된다. 만일 새누리당이 또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공공서비스(전기, 철도, 가스, 우편, 수도 등) 민영화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미국인 투자자는 컨소시엄 형태로 여기에도 들어올 것이다. 공공요금이 폭등하고 지방서비스가 끊어지고, 심지어 대형사고가 터진다 해도 우리는 영국 철도처럼 재국유화를 할 수 없다. ISD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 잘해야 FTA 피해 줄인다
 
지난해 11월, 당시 한나라당의 날치기 통과로 “한·미 FTA 시즌2”가 시작되었고 몇 달이 흘러 또 하나의 굽이를 넘어가고 있다. 한·미 FTA의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는 정권의 성격에 달려 있다. 특히 서비스 분야에서 한·미 FTA는 자발적 민영화 및 규제완화와 결합할 때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공공성 강화라는 세계의 흐름에 역행하는 후보를 잘 살펴서 떨어뜨려야 한다.

다음으로는 복지를 강조하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 국민의 요구대로 가능한 빠른 속도로 복지를 과감하게 확대하면 한·미 FTA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농산물 무상급식이나 골목상권 보호 정책, 우체국 보험 확대, 환경규제 강화, 심지어 공공요금 규제도 모두 한·미 FTA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요컨대 선거를 잘해야 한·미 FTA의 피해를 줄이고 나아가서 독소조항을 제거하거나 통째로 폐기할 수 있다.

외교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이후 뚜렷이 드러난 미국과 중국의 대립 속에서 우리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두말할 나위 없이 엄정 중립이다. 지금은 동아시아 공동체를 향한 호혜적 협력의 새로운 틀을 짜야 할 때지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해서 중국을 자극할 때가 아니다. 한·미 FTA 폐기를 중국에 약속하고, 환경·에너지 협력, 철도·가스관·통신망 연결, 외환보유액 공동관리 등 각종 협력 프로그램으로 짠 새로운 국제조약 틀을 논의해야 한다. 우리의 대미 수출의존도는 10%도 되지 않는다. 문제는 100%가 훨씬 넘는 관료와 지식인들의 정신적 의존도이다. 이런 젖먹이들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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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24정태인/새사연 원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떠나간 기차가 아니다. 우리는 눈물 흘리며 손수건 흔드는 배웅객이 아니라 기차에 타고 있는 여행자다. 애초에 타지 말았어야 할 기차지만 얼결에 올라탔으니 최선을 다해서 기차가 탈선하지 않도록 하고 낭떠러지에 이르기 전에 내려야 한다.

우선 대통령이 비준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모든 협정은 국회를 통과한 뒤에 대통령이 준수에 관한 서한을 상대국에 보내야 한다. 통과되자마자 좋아라 편지를 부친 게 아니라면 단 한번만이라도 왜 국민이 반대하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한나라당은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과 함께, 이 협정과 어긋나는, 이른바 비합치 법률 14개를 통과시켰다. 앞으로도 더 많은 법률과 조례가 개정될 것이다. 통과된 법률이 국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또 어떤 법이 개폐될 것인지 조사하고 이를 막아야 한다. 예컨대 국회 끝장토론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 농산물로 급식을 하는 것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과거 대법원에 우리 농산물 급식이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는 의견을 제시해서 수많은 조례를 개정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부처의 수장이 말을 바꾼 것이다. 우리가 누누이 강조했던 ‘위축효과’(chilling effect)가 작동하는 방식이 바로 이렇다. 우리가 따지면 따질수록 공무원들이 지레 겁먹고 정책을 포기하는 일이 줄어든다. 유통법-상생법이 바로 좋은 예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토론에서 나는 정부가 암에 대해서 100%를 보장하면, 즉 암 치료비를 한푼도 내지 않도록 하면 투자자-국가 중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은 당연히 에이아이지(AIG) 암보험을 해지할 것이고 이른바 최소기준대우(국제관습법상 과도한 정책인가, 아닌가) 위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의료는 예외조항이기 때문에 문제없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당장 건강보험 보장성을 90% 이상으로 올리자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 주장과 달리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고치도록 압박해야 한다.

셋째,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자발적 민영화와 규제완화다. 사실 한-미 에프티에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서비스분야였다. ‘경쟁적 자유화’라는 미국 에프티에이의 전략을 창시한 로버트 졸릭(현 세계은행 총재)이 공언한 대로 공공서비스 민영화와 규제완화야말로 미국 에프티에이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6년 협상 과정에서 이 분야에서는 별다른 잡음이 흘러나오지 않아 자못 의아했는데, 그 비밀은 우리 스스로 민영화를 추진한 데 있었다. 우리 협상단은 당시 정부가 추진하던 민영화 법안들, 예컨대 자본시장통합법, 병원 영리법인화, 약사법 개정 등을 제시하고 협정문에 명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약속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미래유보에 들어 있는 분야들, 예컨대 전기, 철도, 가스, 우편 등 네트워크 산업과 건강보험을 재벌들의 바람대로 자발적으로 민영화하고 그 부분에 미국 투자자가 들어오면 그다음부터는 거꾸로 돌아갈 수 없다. 영국은 철도를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에 민영화했다가 대형사고가 빈발하자 시설부문을 다시 국유화했다. 국민의 원성이 하늘을 찔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컨대 코레일 민영화 이후 일부 주식을 미국인이 사들이면(재벌들은 분명히 미국인 투자자를 끼워넣을 것이다) 그 순간부터 재국유화는 100% 투자자-국가 중재의 대상이 된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자발적 민영화를 감시하고 막아야 한다.

자발적 민영화가 일어나면 한-미 에프티에이뿐 아니라 한-유럽연합(EU) 에프티에이 등 다른 모든 에프티에이도 동시에 작동한다. 한-미 에프티에이를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협정을 이용해서 투자자-국가 중재를 요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래의 최혜국 대우’(앞으로 어떤 나라에 지금 수준보다 더 많이 개방하면 미국이나 유럽연합에도 똑같은 수준으로 개방해야 한다)라는 세계 최초의 조항도 어떤 문제를 일으킬지 아무도 모른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잠시도 눈을 떼어서는 안 된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앞으로 빈발할 크고 작은 금융위기에 대해서 정부의 긴급조처를 무력화할 것이다. 2001년 금융위기 이후 아르헨티나가 취한 긴급조처를 두고는 2009년까지 무려 47건의 투자자-국가 중재가 제기됐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바다 건너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거시건전성부담금(은행세), 외국인 채권구입 면세 환원 조처도 한-미 에프티에이가 발효된 상태였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앞으로 미국에서 만들어진 ‘대량살상무기’인 파생상품도 무제한 들어올 것이다. 협정문상 건전성 사유로 규제할 수 있지만 사전에 그런 위험성을 증명할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다.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다. 소비자가 수익이 높다는 데 현혹되어 ‘파워인컴펀드’와 같은 파생상품을 구입하지 않아야 한다.

한-미 에프티에이는 시장만능주의라는 구시대 이데올로기의 완결판이다. 투자자의 재산권을 인권과 생명권보다 우선시하는 협정이다. 이제 전세계는 공공성 강화와 정책공간 확보로 움직이고 있다. 여전히 월가의 힘이 강해서 지지부진하긴 하지만 주요 20개국(G20)의 의제가 바로 그런 것들이다. 한-미 에프티에이가 발효된다 하더라도 그 폐해를 최소화하고, 때를 기다려 낭떠러지로 향하는 기차에서 내려야 한다. 끝난 것은 ‘한-미 에프티에이 시즌1’이고 이제 ‘한-미 에프티에이 시즌2’가 시작되었다. 신발끈을 고쳐 매고 촛불을 들어야 한다. 자연과 아이들을 살리고 싶다면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실린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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