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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5 정부가 숨겨온 <런던팀 보고서>, "영리병원이 더 비효율적"
주제별 이슈 2009.10.15 11:48

지난 주 보건복지가족부 국정감사를 통해 그 실체가 드러난 이른바 ’런던팀 보고서’(<의료기관 자본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의료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 이하 보고서) 관련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의료산업화 논의가 본격화되던 2005년 5월 당시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용역을 의뢰한 <영리법인 의료기관 도입 모형 개발 및 시뮬레이션을 통한 의료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 분석>의 일환으로 작성된 것으로, Sherry Merkur 박사를 비롯한 3명의 영국 전문가가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 분석한 내용과 함께 한국 의료제도에 대해 권고 사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연구가 종료된 지 3년이 지나도록 발표되지 않고 있다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민주노동당 곽정숙의원의 문제 제기로 비로소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보고서의 존재가 드러나자 최근 영리병원 허용 방침을 밝힌 제주특별자치도 의회 임시회에서 김태환도지사를 상대로 한 도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는 등 앞으로 영리병원을 둘러싼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영리병원이 오히려 비영리병원보다 비효율적이다"

의료기관의 성과를 분석하는 척도로는 의료의 질, 효율성, 효과성, 형평성, 접근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보고서 역시 이러한 척도를 중심으로 영리/비영리 의료기관들을 분석한 기존의 여러 문헌과 사례들을 고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80년 이후 진행된 모두 149개의 관련 연구 가운데 절대다수인 88퍼센트의 보고서가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보다 ’의료의 질’이 더 우수하거나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 영리의료기관들은 환자의 특성을 비롯한 주요변수를 통제한 뒤에도
① 의료의 질이 더 낮고
② 높은 위험보정 사망률을 보이며
③ 대기시간이 더 길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고
④ 예방 가능한 환자상태의 악화 상황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으며
⑤ 더 적은 수의 간호 인력을 확보하고 있었음

▶ 다만 일부 연구 결과들은 심폐소생술 금지 지시(DNR)를 덜 내리는 경향을 보이며, 혁신적 의료기술을 더 시행한다는 결과도 있음

즉, 비영리의료기관이 영리의료기관에 비해 의료의 질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또한, 보고서는 연구의 질에 이어 ’효율성’ 측면에서 역시 전체 연구의 77퍼센트가 비영리병원이 더 우수하거나 차이가 없다는 결과를 기초로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과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더 비싼 가격을 매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 실제로 미국 영리병원들은 운영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는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통해 높은 이익을 추구하고 있을 뿐 아니라, 주주들에 대한 배당지급, 투자에 대한 이자상환, 세금납부 등 상당한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함

민간 영리병원 시스템이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는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공부문의 의료비 비중이 낮을수록 전체 의료비가 높아지는 경향을 지적하면서, 결론적으로 영리병원은 거시 경제적으로 볼 때도 제한된 의료 자원을 효과적으로 제공할 확률을 오히려 낮춘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영리병원의 경우는 고비용 진료를 선호하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는 상당한 접근권의 제약을 낳게 되는 반면, 부유층 납세자들에게는 자신들이 이용하지 않는 공공의료에 대한 부담(세금과 보험료)으로 저항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영리병원 도입은 의료서비스의 양극화로 이어져 전국민건강보험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리병원 추진 이유는 의료공급자인 제약회사, 민간보험회사 등의 이익 때문"

보고서는 ① 영리병원이 운영효율성이 높아 낮은 비용으로 진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② 수익에 대한 동기는 빠른 기술혁신을 가져온다는 옹호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명확한 증거를 찾기가 어렵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다만 민간부문의 효율성과 수익에 대한 동기를 보건의료 체계 안에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반면,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측에서 제기하는 ① 영리병원은 부유층을 상대로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수익성이 낮은 서비스는 정부 및 비영리영역이 제공하도록 떠넘기며 ② 영리병원의 전체 의료시스템에 대한 기여도가 미흡하며 ③ 영리병원은 의료의 질에 있어서 비영리병원에 비해 떨어진다는 등의 주장에 대해서는 실증적 연구 결과들이 많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실증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영리병원이 계속 추진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보고서는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보건의료 시스템이 고비용으로 흐를수록 ’공급자’의 수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공급자’란 제약회사, 민간보험회사, 의사 등을 가리킨다.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난 40년 동안의 외국의 경험을 통하여 시장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불형평성, 비효율성, 고비용, 대중의 불만족 등이 높아짐으로서 서비스 성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미국은 그 대표적 증례다."

한국 의료체계, 어디로 가야 하나

그렇다면 보고서는 한국 의료 체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우리나라 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는 것은 급성기 병상의 무분별한 증가, 공급자의 서비스 제공과 가격 책정에 대한 규제 미비 등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인구고령화
② 낮은 보건의료비(2001년 기준으로 GDP의 5.9%)
③ 형평성의 부족
④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
⑤ 의료전달체계의 부재로 인한 비효율성
⑥ 고비용 기술의 급속한 증가속도에 비해 비용억제 정책의 미비
⑦ 공급자에 대한 규제수단 미비로 인한 공급자 유인수요 증가
⑧ 보건의료재정의 지속가능성의 위기

보고서는 이러한 특징들이 의료공급 체계의 무질서를 낳고 있는 국내의 상황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민간투자를 허용하기에 앞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과거 입원서비스 중심의 보건의료 서비스가 최근 일차의료, 외래서비스,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한국 의료기관들의 병상자원 확대 전략은 장기적으로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끝으로 현재 효율적인 보건의료정책의 부재로 병원 부문의 비효율성이 큰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투자 개방 정책은 오히려 이러한 구조와 운영상의 비효율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투자 방식을 개발하기보다는 기존 의료체계 안에서 효과적인 서비스 제공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상으로 보고서의 내용을 살펴보았다(사실 이러한 내용들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보고서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한국의 의료현실은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정부가 해결책으로 주장하는 민간투자 허용 방안은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시 강조하지만 영리병원은 수익 추구 경향이 강해 전체 의료비 상승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영리병원이 가진 기본 속성이므로 제도를 통해 보완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보다 앞서 영리병원을 도입하는 나라들도 전체 공공의료를 안정적으로 구축한 뒤에야 그 영향을 최소화하는 범위 안에서 신중하게 추진한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밟지 않은 미국이나 멕시코, 태국 등에서는 제도 도입 이후 심각한 문제점이 발생했으며, 특히 미국은 현재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큰 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 국내외의 사례와 연구 성과들을 검토하고 사회에 미칠 파급력에 대해 면밀하게 고찰해보는 것은 마땅히 정부의 몫이다. 그러나 자신의 논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스스로가 발주한 연구 결과조차 숨기는 정부를 보며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혹시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정부가 아니라 일부 의료공급자와 자본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정부로 인식하지는 않을까.

이명박정부는 특별자치도이자 경제자유도시인 제주에 한해 영리병원을 도입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MSO-의료기관 인수합병-채권발행으로 이어지는 의료민영화 패키지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면 굳이 제도 허용을 하지 않더라도 실질적으로 영리병원이 허용되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우리나라에는 제주자유도시 외에도 총 8곳의 경제자유구역이 있어 한번 트인 물꼬는 삽시간에 퍼져나갈 우려가 있다.

이명박정부가 진정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자 한다면 제주 영리병원 허용 방침과 함께 의료민영화 패키지 정책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재정의 확보를 비롯해 공공의료의 보장성을 높이고 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시스템 전반을 개혁하는 일이다.

이은경/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