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11 / 22 이수민/새사연 연구원

[테마북]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누르면 됩니다.

[여는 글]
     
            진정한 정책은 가장 소외된 곳부터 돌볼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5년 전 겨울 춥고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을 찾는 심정으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었지만 우리는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더 추운 바람 속에 촛불을 들고 내던져져야 했습니다. 길고도 험난한 5년이었고 한편으로는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 되었습니다.

약 한 달 전 새사연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세 명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과 주장을 비교분석한 글들을 모아 <18대 대선후보 기초 정책비교>라는 제목의 테마북을 만들었습니다. 한 나라와 한 시대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의 공약 치고는 기대보다 부족하고 부실한 부분들이 많아 평가에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일방적인 지지나 비난만으로는 새사연이 이야기하는 '시대교체'는 고사하고 '정권교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에 9월까지 발표된 공약을 기준으로 세 후보들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해보았습니다.

그 후 새사연은 세 후보들이 기존의 공약들을 더욱 구체화해 나가고, 새로운 공약들을 제시하리라 기대하면서 대선정책 두 번째 시리즈로 <대선 후보들이 '말하지 않는' 중요 정책>을 준비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속에서, 그리고 더불어 장기화 되는 세계적 대침체 속에서 신자유주의에 의한 양극화와 불평등이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안겨주는지 경험한 국민들은 새로운 사회를 향한 요구를 경제 민주화와 보편복지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모았고, 그 결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 온 세 후보의 공약마저 큰 차이를 나타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공약들의 유사함이 국민의 목소리와 후보들의 진정성을 제대로 담고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단순히 표를 위한 선전 전략이 아닐까 걱정이 일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새사연은 후보들이 내어놓은 공약을 읽어나가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그치지 않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하고 절실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이나 캠프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거나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정책들을 짚어보았습니다. 1) 경제 민주화, 2) 경제 성장론, 3) 공공부문 민영화, 4) 사회적 경제, 5) 저소득층 지원, 6) 보건의료, 7) 여성 일자리의 7가지 분야를 살펴보았습니다.

소외된 정책들은 중소상인과 중소기업, 저소득가구, 비정규직, 청년, 여성 등 주로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에 대한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고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대선 정책 두 번째 시리즈를 준비하며 대통령 후보의 진정성이란 자신에게 표를 주는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기 이전에, 반대로 표를 줄 것이라 기대되지 않지만 소외받고 있는 국민을 위한 정책을 내어놓는 것으로 판단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이런 '외면 받는', 그러나 '중요한' 정책들을 발굴하여 다시 국민과 후부들에게 환기시킴으로써 소외받는 정책, 근본적으로는 소외받는 국민과 계층에 대한 정책이 조명받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총 7편의 글을 테마북으로 엮었습니다.

2012년 11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 이수민

 

[목  차]

◆ 여는 글                                                             

◆ 경제 민주화(김병권)
    : 재벌개혁의 중요수단, '계열분리 명령제'                             

◆ 경제 성장론(김병권) 
    : 박근혜 후보의 '창조경제', 90년대 벤처정책 부활? 혹은 '삼성 스타일'   

◆ 공공부분 민영화(김병권) 
    : 대선 후보들은 과감히 민영화를 전복시켜라                           

◆ 사회적 경제(이수연) 
    : 한국 사회적 경제의 올바른 시작을 위해                               

◆ 저소득층 지원(김수현) 
    : 하우스 푸어보다 심각한 푸어를 위한 대책은?                       

◆ 보건의료(이은경) 
    : 보건의료시스템 개혁 없이 건강보험 강화는 불가능                

◆ 여성 일자리(최정은) 
    : 일-가정 양립, 여성고용개선과 종일제 보육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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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4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세 명의 유력 대선 후보들이 지난 9월 이후 치열한 정책공약 경쟁을 벌이면서 사실상의 선거운동을 해 온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조만간에 후보등록을 하고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금까지 정책경쟁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았던 것을 꼽으라면 단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일 것이다. 세 후보 모두 가장 중심 공약으로 제시한 분야이며, 동시에 당장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국민적 요구가 거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한 가지 던져보자. 가장 보수적인 새누리당의 정강까지 개정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집어넣는 한편, 헌법의 경제 민주화 조항을 기초한 상징적인 인물인 김종인 전 의원을 굳이 영입을 했던 박근혜 후보의 재벌개혁 공약과 경제 민주화 공약은 무엇일까. 그리고 문재인·안철수 후보와는 어디에서 차별성이 드러날까.

정답은 좀 엉뚱하다. 적어도 13일까지 박근혜 후보의 공식적인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공약은 ‘없다’가 정답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캠프의 공식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문자 그대로 없다. 후보 캠프의 공식적인 사이트 어디에도 경제민주화 관련 공약 내용이 없다. 박근혜 후보가 언론을 통해 발언한 어디에도 확정적인 경제민주화 공약은 없다. 그렇게 중요한 경제민주화 공약이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선거일 한 달 남짓 시점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일까.

사실 11월 초까지만 해도, 오랜 시간 뜸을 들이던 경제민주화 공약이 ‘대기업집단법 제정’을 중심으로 거의 정리됐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예상보다 강도가 높은 수준이며, 여기에 사교육 제한과 국공립 보육시설 확대가 추가되면서 수위가 제법 높은 공약 초안이 박근혜 후보에게 전달됐다는 소식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말뿐이었고 공식화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더니 지난 8~9일 다시 김종인 행복추진위원장과 박근혜 후보 사이의 설전만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박근혜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얘기를 하고, 대기업집단법에 대해서는 “국민한테 도움이 되는지, 국익에 가장 합당한가를 잘 조율하고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한가한 얘기를 했다. 이쯤 되면 사실 재벌개혁 생각 자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이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를 신뢰한다던 지금까지의 말을 뒤집으면서 “당초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던 얘기가 조금 약세로 돌아섰다는 우려, 그런 느낌을 받는다”거나 “그러나 (박근혜 후보가) 많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로비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했다.

이런 장면은 낯이 익다. 총선을 앞두고 김종인 위원장의 사퇴 협박이 그랬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경제 민주화 개념을 둘러싼 논쟁이 대표적으로 그랬다. 이번에도 그 연장이다. 그 와중에 국민 앞에 책임 있는 공식 방안을 내놓은 사람은 박근혜 후보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고 결국 박근혜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방안을 거부했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제는 미뤄서는 안 된다. 박근혜 후보는 말하라. 도대체 어떤 재벌개혁안이 박근혜 후보의 공식적인 공약인가. 어떤 경제민주화 방안이 박근혜 표 경제민주화 방안인가. 특히 대기업집단법을 하겠다는 것인가 말겠다는 것인가. 하겠다면 대기업집단법이라는 바구니에 무엇을 담으려고 하는 것인가.

새사연은 이미 올해 초에 “향후 한국 경제의 중·장기적 방향전환과 바람직한 모델로의 접근을 고려하면서 재벌개혁에 대처해야 한다. 그 동안 학계나 법조계에서 간간히 나왔던 ‘기업집단법’ 제정은 그런 차원에서 보면 한국의 재벌체제를 핵심 경제 구조 틀로 보고 공식적인 법적 틀로 이를 수용하고 성문법적 틀 안에서 규제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어 현 단계에서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새사연 “재벌개혁과 재벌규제법”, 2012년 3월14일)

그 후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기업집단법이 엉뚱하게(?) 박근혜 캠프에서 흘러나왔을 때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말만 무성하게 흘리다가 폐기처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근혜 후보는 이번에는 명확히 말해야 한다. 대기업집단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아닌가. 도입한다면 어떤 내용과 수준의 대기업집단법을 도입하겠다는 것인가. 아니 도대체 재벌개혁을 위해 무엇하나라도 할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가.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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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3최정은/새사연 연구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들의 선 굵은 공약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경제민주화·일자리·복지를 시대 과제로 말해왔지만, 그 차이가 선명하지 않아 후보 간 차별을 두기 어려웠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열악한 한국 사회에서 보육 정책은 젊은 세대들이 절박하게 느끼는 출산과 육아,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고충과 맞닿아 있어 더더욱 화두가 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가장 먼저 여성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부산 여성새로일하기지원본부를 방문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 정책을 발표하면서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위한 실천 과제로 ‘보육’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면서 맞춤형 보육서비스 구축, 방과후 돌봄 서비스 제공 대상 확대, 아빠의 달 도입, 임신 기간 부분 근로시간 단축제 도입, 가족친화적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가사도우미 서비스 지원, 관리직 여성 일자리 확대, 자녀장려세제 신설 등을 약속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정부의 무상보육 철회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무상보육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0월3일 여성 유권자들과의 간담회 ‘여심, 문심’에서 무상보육 예산 확보를 약속했다. 문 후보는 “0~2세뿐 아니라 전 아동을 무상보육한다 해도 전체 비용이 7조5000억원 정도면 감당이 된다. 사회적 여력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첫 연도 중에 예산을 고갈시킨 정부가 무능한 것이다”라고 질타했다.

10월14일 임산부와의 타운홀 미팅에서는 만 0~5세 무상보육 전면 확대, 국공립 어린이집 30%·이용 아동 50% 확대, 생활권별 산부인과 및 산후조리원 확충, 아버지 휴가 2주간 제도화, 필수 예방접종 항목 확대, 출산지원을 위한 방문서비스 ‘육아 코디네이터 제도’ 도입, 장애인 출산과 육아 전담도우미 도입, 출산장려금 확대, 다문화 가정 임신과 출산 지원 등을 약속했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안철수의 생각>을 펴낸 직후 정부의 무상보육 철회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9월25일 안 후보는 정책 네트워크포럼 ‘내일’에 참석해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포기에 대해 “이래서 정치가 불신을 받고 또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 철회를 보고 복지란 것이 얼마나 현실적이고 정교한 계획이 필요한가를 알게 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는 자신이 맞벌이 시절 겪었던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 중심의 보육 문제를 지적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30% 확충을 강조했다. 

세 후보 모두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 보육의 공공성을 늘리자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가 보인다. 박 후보는 매해 50여 개씩 5년간 250여 개로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턱없이 모자라는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읍·면·동만 해도 당장 전국 474개 지역에 이른다(2011년 보육통계).
 

특별활동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문 후보는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 아동 50% 확대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공립을 확대하면서 부실한 민간 어린이집을 과감히 퇴출하는 방안도 내놓아야 이 공약이 힘을 받을 수 있다. 안 후보는 10월16일 직장인들과의 도시락 번개 모임에서 “국공립 보육시설이 10%밖에 안 된다는 걸 알고 놀랐다. 선진국을 보면 50%가 아니라 70~80% 넘는 나라도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을 최소 30% 정도는 늘리고 이를 기준으로 민간이 따라오면 상향 평준화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을 담은 구체적인 정책 공약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만큼 중요한 게 노동자들의 육아휴직 제도 정착이다. 이 제도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0~2세 영아들의 가정 양육이 활성화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도는 있지만 육아휴직 급여 수준이 낮고 ‘눈치’ 때문에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인은 현실적으로 적은 형편이다.

이에 대해서는 세 후보 가운데 문재인 후보가 가장 구체적인 안을 내놓았다. 통상임금 40% 수준인 현행 육아휴직 급여를 70%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상자를 확대하고 국비 지원을 늘리는 방안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박근혜 후보가 내놓은 ‘아빠의 달’ 도입도 좋은 공약이다. 남성이 육아를 공동으로 담당해보는 경험 자체가 의미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는 환경을 먼저 개선해야 그 제도도 빛이 날 것이다.

세 후보의 공약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현실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쟁점도 많다. 보육 교사 처우 개선과 보육료 현실화 문제이다. 새누리당은 표준 보육비를 다시 산정해 가격을 현실화하자고 주장해왔다. 일부 타당한 면도 있으나, 보육료를 올리는 것만으로 교사의 처우가 획기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먼저 호봉에 따른 교사 월급이 보장되고, 시간외 수당 지급, 원장과 교사의 일방적 계약관계 개선이 시급하다.

정부의 무상보육 방침에도 불구하고 실제 보육료 부담은 줄지 않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기본 보육료 외 특별활동비 때문이다. 지역별로 상한선을 두고 있지만 10만~20만원씩은 기본으로 부담하는 실정이다. 영유아 시기까지 내려온 과도한 조기교육의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부모의 욕심과 민간 시장의 과열 경쟁으로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을 내놓은 후보는 아직 없다.

세 대선 후보의 보육 공약은 언뜻 보기에 모두 비슷해 보인다. 아직 단순 나열식이고 우선순위를 두지도 않아 선심성 공약으로도 비친다. 사실 보육료 지원과 양육수당 확대, 그리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와 민간 지원은 정해진 예산 안에서 우선순위를 가리고, 타협보다는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이명박 정부 보육 정책의 가장 큰 한계는 서비스 기반이 시장화된 데 따른 불만족이다. 이런 근본 문제를 누가 잘 인식하고 풀어나갈 수 있을지, 국민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 이 글은 시사인에 기고한 글임을 밝혀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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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11 / 1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대의제도 아래에서 선거는 아주 드물고 짧게 자신의 정치적 주권을 직접 행사할 수 있는 기회다. 따라서 아무리 정치가 후진적이라고 해도 이 때 만큼은 가능한 민의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비록 투표 뒤에 또 다시 긴 시간 동안 자신들이 뽑은 대표가 당초의 공약을 어기고 민의를 배신한다고 하더라도.

특히 지역별, 직업별, 성별, 연령대별 실제 인구구성의 형태를 비교적 가장 가깝게 반영하는 선거가 되어야 한다. 인구 구성에 따른 선거구 재조정을 고민한다거나, 소선구제의 민의 왜곡 여부 검토, 비례대표제나 정당 명부제, 여성 할당제 등 다양한 보완제도를 고민하는 것은 가능한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려는 것과 결부되어 있다.

[그림 1] 16대 대선(2002년)과 17대 대선(2007년)의 연령대별 투표율 비교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투표율이 높고 낮음에 따라서, 특히 연령대별 민의 반영이 상당히 왜곡되어 나타난다. 투표율이 떨어지면 모든 연령대에서 고루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청년층들만 집중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02년 대선에 비해서 2007년 대선의 전체 투표율이 약 8%정도 떨어졌다. 그런데 20대 후반에서 30대 후반까지는 12%이상 투표율이 떨어진 반면 60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다. 주로 취업을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직장 초년생일 가능성이 높은 30대 연령대에서 투표율이 낮아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연령대별로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것은 30대였지만, 실제 투표를 한 유권자 수는 30대 보다 60대가 더 많은 ‘왜곡’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20~30대는 유권자에 비해서 투표자 비율이 낮고, 50대 이상은 유권자에 비해서 투표자 비율이 더 많아지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청년들은 장년 이상 층에 비해 확실히 민의가 과소 대표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2]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유권자와 실제 투표자 사이의 연령대별 격차

사실 청년들이 다른 연령대와 비슷한 정도로 투표에 참여한다고 해도 충분히 그들 세대의 의사가 대표되지 않을 개연성마저 있다. 갈수록 커져가는 세대 사이의 경제적 환경 경험의 격차와 사회 문화적 경험의 격차로 인해, 정치권의 기성세대들이 청년들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열광적인 지지와 호응 속에  ‘안철수 현상’이 만들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들은 자신을 대변해줄 이로 기성 정치인이 아닌 벤처기업가 출신 안철수 원장을 선택했던 것이다.

사실 최근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청년후보를 지역구에 전진 배치하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에서 청년들을 배려하는 등 정치공간에서 청년들에게 직접 자기 세대의 의사를 대표하도록 하는 흉내라도 냈던 이유도 다른데 있지 않다.

투표는 민의를 왜곡하지 않고 가능한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특히 기성세대와의 단절이 깊어지면서 잃어버린 세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청년세대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투표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진보와 개혁, 보수를 뛰어넘어 정치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시간 연장에 일부 정치권이 반대한다면 청년들로 하여금 정치 환멸을 일으키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다.

“18대 대통령선거, 저녁 9시까지 투표시간 연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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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사람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는 본질은 바꾸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바꾸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더라도 어렵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려고 흉내만 내는 경우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금방 이전 모습으로 돌아온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게서 그런 모습을 본다. 경제가 1%대로 주저앉기 시작하자, 박근혜 후보는 지금까지 언급하지 않았던 성장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보수적인 색깔을 다시 드러내 보였다.

박 후보는 지난 1일 “경제민주화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운용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례적 이야기를 반복한 뒤, “그러나 그것이 결코 성장에 부담되는 게 아니라 성장을 돕는 것으로, 경제민주화와 성장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도 제대로 될 리 없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성장 잠재력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당초에 경제민주화와 성장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깊게 생각해 보지 않은 것 같다.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성장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이 조금만 약해져도 곧바로 경제민주화를 포기하고 성장에 매달릴 가능성이 크다. 성장이 안 되면 경제민주화가 제대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만약 내년에 2% 이하로 성장 전망이 떨어지면 성장을 하겠다고 경제민주화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얘기다.

물론 지금 세계경제의 장기침체가 거의 확정적이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4분기 이후 긴 침체에 들어갔다.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까지 매 분기 전기 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 이어진다면 경기부진 지속기간이 과거보다 더 길어지게 되며, 향후 성장경로도 하방리스크가 우세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 경기부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기 정권을 책임질 대선후보들은 당연히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나 최소한의 성장동력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고려해야 할 성장은 5년 전의 ‘747 성장’과 같은 고속성장론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현재의 세계적 장기침체 국면에서 탈출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비전이 필요한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여기에 답을 해야 한다. 더욱이 경기침체가 확실해지는 정도에 따라 재벌 등 일부 보수세력들이 ‘재벌 때리기로 경기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식의 반격을 해 올 가능성도 있다. 박 후보도 이런 발상을 하는 것 같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는 다음과 같은 의견도 있다. “국내외 경제가 통합돼 있는 상황에서 공급은 충분할 수밖에 없고, 공급 측면에서 투자여력이 충분하다 하더라도 수요의 충분한 개선 없이는 투자의 급속한 회복은 어렵다는 점에서 수요회복이 먼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장에 영향을 줄 경제민주화의 역할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경제민주화는 당면한 양극화의 가장 확실한 해법일 뿐 아니라 내수를 기반으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이 점을 부각시킬 수 있느냐 여부는 경제민주화 담론의 진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소득불평등 문제로 돌아가서 국민경제 총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가계에 소득이라는 ‘성장연료’를 주입해 주자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다. 그렇게 해서 내수와 수출의 동시 위축이라는 총수요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성장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성장전략을 전환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면서 새사연이 소득주도 성장전략(Income-led Growth Strategy)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이유다.

그런데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상호 갈등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박 후보는 성장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대답을 한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콘텐츠,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창업국가 코리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다시 신기술과 창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금 누구에게 창업을 독려하는가. 자본도 없고, 시장수요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청년들에게 창업에 나서라는 것인가. 아니면 그나마 직장을 잡은 30~40대 직장인에게 직장에서 나오라는 얘기인가. 그도 아니면 은퇴하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퇴직금을 밑천 삼아 창업에 뛰어들라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자영업에 뛰어들어 자영업 과잉을 만들어 내고 있지 않은가. 아무 때나 신기술이나 창업을 말하면 첨단이고 벤처인 것은 아니다. 제발 아무 때나 만능의 열쇠인 것처럼 ‘창업’ 얘기를 남발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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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진짱

    창업은 정말 사전 준비와 분석을 꼼꼼히 신중히 해야할 것 같아요, 대선후보님들~ 국민의 마음을 잡겠다고 섣불리 실현 불가능 공약 남발은 절대 아니되어라~

    2012.11.10 10:37 [ ADDR : EDIT/ DEL : REPLY ]